아나스타시아(추천의 글)

정말 오랫동안 이런 책이 나와 주길 기다렸다. 문명을 비판하되 확실한 대안과 함께 그 미래까지 보여주는 책, 자연회귀의 역사적 필연성과 방법을 손에 잡힐 듯이 보여주는 책, 한번도 공개된 적이 없는 자연농업의 새로운 경지를 보여주는 책, 과학이라는 짧은 잣대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우주의 비밀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책, 그동안 주변인들의 취미 정도로 여겨졌던 대안적 삶과 문화가 새 시대의 주류임을 당당하게 보여주는 책, 이런 책이 지금 내 손에 들려있다.

내가 지난 20년 동안 글로 쓰고 떠들고 다녔던 것들이 이 책 속에 다 들어있다. 그것도 아주 작은 부분집합으로. 그렇다고 해서 내가 이 책의 내용에 다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 내 수준으로서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고 또 나의 관점과 분명히 어긋나는 부분도 있다. 그럼에도 나는 대안세계를 열어가는 데 있어 이 책의 긍정적 역할에 대해 전적인 신뢰를 보낸다.

현재 9권까지출간 되었는데 6권까지 읽어 본 결과 책에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들은 언제든 확인할 수 있는 사실로 인정된다. 그러나 사건의 진위 여부를 떠나 우리가 주목해야할 것은 이 책이 주는 메시지의 내용이다. 권수가 많은 만큼 이 책에는 지속가능한 인류의 미래를 위해 우리가 알아야 할 중요한 정보로 가득 차 있다. 아니 대부분의 내용들은 단지 알아야 할 정보라기보다 실천해야할 사항들이다.

첫째, 과학기술이 만들어 나가는 현대문명은 인간에게 죽임과 불행을 가져올 뿐이다.

둘째, 이로부터 벗어나 영원한 행복과 안식을 얻으려면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

셋째, 자연보다 위대한 스승은 없으며 자연보다 풍성하고 안전한 식탁이 없다.

넷째, 인류의 매래는 우리가 어떤 신념을 갖느냐에 달려있다.

다섯째, 우리는 지금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이 책은 러시아에서 무려 1000만권이 팔렸다. 러시아의 많은 독자들이 책을 읽고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이기지 못해 즉흥적으로 써서 보낸 시들이 한권의 두꺼운 책으로 발간되었을 정도다. 저자인 블라지미르 메그레는 러시아의 유력한 인사들과 아나스타시아 재단을 설립하여 아나스타시아의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여러 가지 사업들을 벌이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자연과의 교감 속에서 이루어지는 일종의 대안교육인데 책에 묘사된 바에 의하면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뛰어난 영성과 분별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믿기 어려울 정도이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한국의 대안교육 관계자들은 시급히 러시아로 달려가 봐야 한다.

그러나 '아나스타시아'를 한국의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데 있어 찬사만 늘어놓을 수는 없는 요소 역시 너무도 많다. 이 책을 피상적으로 읽으면 한 채널러(Channeller: 영계와 소통하는 사람)가 현대과학지식을 이용하여 교묘하게 짜 맞춘 이야기로 오해할 수도 있다. 책 속에 우리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너무 자주 나타나기 때문이다. 텔레파시, 원격투시, 시간 및 공간 이동, 유체이탈, 마인드 컨트롤 등 신비주의에서 사용하는 온갖 방법들이 다 나온다. 이러한 신비주의적 요소 말고도 역사와 문화가 다른 한국의 독자들에게 두 가지 장애물이 더 있다.

하나는 러시아 민족 특유의 메시아니즘과 서구 기독교 문화이다. 한국인들도 그런 경향이 있지만 러시아인들의 메시아사상은 유별나다. 80년 전에 후발자본주의 국가인 러시아에서 세계 최초의 공산주의 혁명이 일어난 것도 러시아 특유의 인류 구원사상과 무관하지 않다. '아나스타시아'에서도 자연과 환경을 보호하는 '가원운동'으로 러시아는 위기에 빠진 인류를 구원하는 일등국가로 거듭난다고 한다.

또한 책에 서술된 인류의 역사는 기독교적 세계관에 근거한 서구중심주의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나스타시아'가 러시아에서 큰 인기를 끈 이유는 슬라브민족주의와 기독교적 세계관, 자연주의 사상 등이 적절히 어울어진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이질적인 요소에도 불구하고 '아나스타시아'를 추천하는 이유는 이 시대에 꼭 필요한 메시지를 이 책만큼 강력하게 그리고 흥미진진하게 전하는 책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2007년 9월 '야생초 편지' 저자 바우 황대권
아나스타시아 1권


저자 블라지미르 메그레
출간 2007. 10. 20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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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세력의 토막 시간 건너뛰기

강인한 사람들

당신은 누구지, 아나스타시아?

다음 권에 계속

역자후기

우리나라 독자들의 반응
'아나스타시아가 들려주는 人類(인류)의 역사' 下
 
5. 육신의 생명을 위한 식사
6. 강도질 도적질 없는 삶
 
 
육신의 생명을 위한 食事(식사)
 
베다期(기)에 산 사람들은 肉身(육신)의 질병을 하나도 몰랐어. 심지어는 백오십 혹은 이백 살에도 精神은 활기 있고, 삶의 기쁨에 넘쳤으며, 티없이 건강을 유지했어. 그때는 의사도 민속의술사도 없었어. 지금은 이런 사람들이 아주 많지만, 육신의 병이 없었던 이유는, 자기 所有(소유)의 家園에서 삶의 방식이, 자기가 손수 조성한 자연스런 사랑의 空間에서의 삶의 방식이 食事(식사) 문제를 온전히 관장했기 때문이야. 사람의 몸은 필요한 것 모두를 필요한 양만큼, 음식을 섭취하기에 가장 좋은 時間에, 식사하기에 가장 적절한 별자리 때 얻을 수 있었어.
 
주의를 기울여봐, 블라지미르, 봄 여름 그리고 가을 季節(계절)을 따라 일정 순서에 의해 다양한 식물들의 열매가 성장하고 열매를 맺는 것은 그냥 우연이 아니야.
먼저 온갖 풀과 민들레가 나와. 이걸 겨울 음식과 섞어 먹으면 유난히 香氣(향기)롭고 맛이 있기도 해.
이른 구즈베리, 양딸기가 익어가고, 산딸기 중 이른 것은 양지에서, 늦은 것은 음지에서 익어 있어. 진홍색 체리, 좀 나중에 빨간 앵두, 그 외 온갖 과일, 풀, 열매들이 정확히 자기 때에 맞추어 익고, 특별한 모양, 색깔, 향기로 사람들의 관심을 사려고 애쓰지.
 
당시에는 먹는 것에 대한 학문이 없었어. 무엇을 얼마나 어느 때에 먹어야 할지 누구도 그에 대한 생각조차 없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몸에 필요한 모두를 그램 單位(단위)까지 정확히 섭취한 거야.
 
열매나 풀, 과일들한테는 年中(연중) 사람의 몸에 가장 큰 이로움을 줄 수 있는 자기만의 날, 시간, 분이 있어. 宇宙의 별들과 소통을 하며 성장을 완료하는 때가 있는 거야. 땅속 그리고 주변의 식물들, 그리고 자기한테 視線(시선)을 선사한 사람의 특성을 고려하여 평가하고 사람한테 더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결정하지. 그래서 사람을 섬길 준비가 되었다는 바로 그날, 사람은 그것을 먹는 것으로 경의를 표하고, 자기의 飮食(음식)이 되어 완벽해지도록 허락하는 거야.
 
난 말한 적이 있어. 妊娠(임신)한 여인은 자기의 동산에, 사랑하는 사람과 지은 空間에 아홉 달 내내 머물러야 한다 했어. 이건 신비허구의 의식이 아니야, 여기에는 神性한 삶의 위대한 합리가 배어 있어. 스스로 판단해봐. 자연에는 수많은 植物(식물)이 있어. 그 중에는 여성의 임신을 고통 없이 끊어놓는 것도 있어. 마늘, 순형과의 초목, 고사리 수컷, 쥐방울덩굴이 그 예야. 그 외에도 더 많아. 반면, 엄마의 뱃속에서 胎兒(태아)가 조화롭게 성장하도록 돕는 식물도 있지. 무엇을 얼마나 먹아야 하는지 그 누구도 결코 알 수 없어. 그걸 아는 유일한 자- 그는 엄마의 뱃속에 있어. 그는 자기는 물론이고 엄마까지도 보살피는 거야. 아이를 낳은 여인이 그래서 종종 좋아지고 젊어지는 건 바로 이 때문이야.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임신한 女人은 반드시 자기 동산에 있어야 해. 그곳에서는 풀 포기 하나하나가 다 그녀를 알아보고, 그녀만을 위해서 열매를 맺는 거야. 여인은 그것들을 맛으로 香으로 공부했어. 그녀의 욕구는 자연스럽고, 무엇을 얼마나 섭취해야 할지는 그 누구보다 더 잘 알 수 있어.
 
타인의 家園 혹은 정원에선 그러한 정확도가 불가능해. 남의 동산이 몇 배나 다 풍성하다 한들, 그곳의 식물이 더 다양하다 한들 소용이 없어. 남의 동산에서 이상적인 식사가 불가능한 이유 또 한 가지는, 무슨 과일이나 열매, 풀을 음식으로 섭취하기 전에 여인은 우선 맛을 보거든.
 
예로, 여인이 사과가 먹고 싶어서 따서 깨물어보았어. 한 조각을 삼켰더니 그게 몸에 필요치 않음을 바로 느꼈어. 자신과 자기 아이한테 해가 된 것이지. 왜 그리 됐을까? 사과가 겉으로 보기에는 맛이 같아 보여도 그 성분에 있어서는 다 다를 수 있는 것이지. 자기의 동산이라면 열매 맛을 여러 번 보더라도 실수하지 않을 거야. 다른 사람 동산에선 실수를 면하기 어렵지.
 
그 당시 사람들이 그렇게 정확히 飮食(음식)을 섭취하도록 도운 것은 어떤 지식, 어떤 방법이었을까? 무법에 무경전! 사람이 의지한 것은 神性한 것뿐이었어. 요새 사람들이 많지, 사람이 자연과 일체이고 하나라며, 그런데 지금 뭐가 일체라는 거야, 생각해봐? 사람은 시스템이 자기한테 편해 권하는 인조음식만을 섭취하잖아. 그것도 인공의 시스템이 인공적으로 정해놓은 식사시간에.
 
베다期(기) 사람의 시대에는 하느님이 선사한 느낌이, 사람을 위해 결정권을 쥐었어. 조금이라도 배가 고픈 느낌이 있다면 공간이 만족시켰어. 사람의 느낌은 그 사람의 사랑의 공간과 조화 속에, 가장 완벽한 자동기계나 지혜로운 경전처럼, 언제 무엇을 섭취해야 할지 분까지 정확히 파악했던 거야.
 
자기가 지은 空間에서 걸으며, 그의 생각은 자유롭게 짓기로 우주적 課題(과제)를 풀기로 했어. 매혹적인 아름다움, 과일이 四方에 널려 있어. 사람은 직감적으로 그 중 하나 혹은 둘, 셋을 따서 먹었어. 사람의 만족을 위해 하느님이 주신 거라는 생각조차 없었어.
 
그 당시 먹거리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았어. 오늘 우리가 숨쉬는 것처럼 먹었어. 그가 지은 공간이 그의 직감과 함께 무엇을 어떻게 언제 육체가 섭취해야 하는지 정확히 해결했던 거야.
겨울이면 여러 식물들이 열매, 나뭇잎을 벗어버리고 휴식을 준비했어. 겨울은 다가올 봄을 짓기 위한 것이야.
 
하지만 겨울에도 사람은 먹거리에 생각을 허비하지 않았어. 먹을 걸 저장 하지도 않았어. 사람을 대신해서 家畜(가축)들이 열심히, 사랑으로 준비했어. 다람쥐는 여러 가지 버섯, 건과를 저장했고, 꽃가루와 꿀은 꿀벌이 모았지. 곰은 가을이면 저장고를 파서 거기에 뿌리 열매를 모아두었어. 이른 봄, 잠에서 깬 곰은 사람의 거처로 다가와 '우으엉' 소리를 내거나, 앞발로 門을 가볍게 두드리기도 했지, 중요하지 않아.
 
어떤 저장고를 파헤치려는지 보여주려고 사람을 부른 거야. 혹, 곰이 어디에 먹을 걸 감춰두었는지 잊어버렸나? 아니면, 혼자 있기가 심심했나? 가족 중 누구든 곰한테 나올 수 있었지만 아이가 나오는 경우가 더 잦았어. 잠에서 갠 일꾼의 주둥이를 톡톡 다독거려주고, 장대로 표시해둔 곳에 가서 발을 굴렸어. 곰은 그곳의 흙을 열심히 긁어내서 저장해둔 걸 파헤쳤어. 그걸 보고는 기뻐서 강종 뛰고, 앞발로 꺼냈어. 먼저 안 먹고, 사람이 무엇이든 집안으로 가지고 들어가기를 기다렸어.
 
사람이 스스로 저장을 할 수도 있었는데, 그 경우에는 일이 아니고 藝術(예술)에 가까웠어. 여러 가정에서 여러 가지 열매로 과실주와 과실즙을 만들었어. 그 술은 보드카와 달리 세지 않고 취하지 않았어. 동물성 음식 중에서 사람은 젖을 섭취하기도 했지만 모든 가축의 젖을 그리하지는 않았어. 善하고, 多情하고, 생각이 깊다고 여겨지는 것, 사람에게 자기의 것을 대접하고 싶은 욕구가 보이는 것에만 젖을 취했어.
 
예로, 가족 중에 어린애든 혹은 어른이 누가 염소 혹은 암소에게 다가가서 젖통을 만졌는데, 그 짐승이 갑자기 물러선다면, 젖을 사람과 나누고 싶어하지 않는 거야. 그런 가축의 젖을 사람은 마시지 않았어. 그게 사람을 싫어한다는 뜻은 아니야. 가축들은 사람이 알지 못하는 방식으로 종종 판단을 내렸던 것이지. 현재 젖의 성분이 이 사람한테는 이롭지 못하다고.
 
 
베다 문명의 사람들은 오직 자기 터에서 나는 다양한 식물성 식품과 가축이 사람한테 선사하는 것을 섭취했어. 그것은 어떤 미신이나 법으로 그리 된게 아니야. 그건 위대한 知識(지식)의 결정체였어.
 
'알, zanat' 즈나찌', '인식하다, vedat' 베다찌' 는 똑같은 말은 아니야. Vedat'가 Znat'보다 그 의미 폭이 넓었지. 베다찌는 단순히 아는 것뿐아니라, 자기의 몸으로, 살로, 그리고 靈魂(영혼)으로, 여러 가지 현상, 신성한 조물들의 소명 그리고 그의 시스템을 느끼는 거야. 베다 시대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가 飮食으로 섭취한 것이 肉身을 보양함은 물론, 靈魂을 깨달음으로 충만케 하고, 우주의 모든 세계로부터 바로 자기에게 情報(정보)를 가져다 준다는 걸 인식하였어.
 
그 사람들이 갖고 있던 내부의 에너지, 명철한 지혜, 생각의 속도가 현대인들보다 훨씬 뛰어났음은 바로 이 때문이야.
사람의 가족이 지은 공간에 사는 동물세계, 식물들은 사람에 반응하였어. 하느님 대하듯했지. 동물들, 풀, 나무들은 모두 갈망했어. 모두가 사람으로 부터 다정한 시선이나 선한 접촉을 고대한 거야.
 
이러한 감각 에너지의 힘은 菜園(채원)이나 동산에 雜草(잡초)가 지나치게 자라는 걸 막을 수도 있었어.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알아. 집안에 누군가가 꽃을 좋아하지 않으면, 그 꽃은 갑자기 시들 수도 있어. 반대로, 자기에 대한 사랑, 소통을 느낀다면 왕성하게 꽃을 피우기도 하지.
 
때문에 베다기 사람들은 자기의 채원에 결코 괭이를 대지 않았어. 지금도 이런 표현이 있지. - ''선하지 않은 눈'', 혹은 ''선하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다, 부정 타게 하다'', ''부정''. 그때부터 내려온 거야. 그 사람들은 감각 에너지로 많은 것을 지을 수 있었어.
 
상상해봐. 한 사람이 자기 터에서 걷고 있어. 주변의 모두가 그의 착한 視線(시선)을 받으려고 해. 그런데 그가 잡초를 보고 생각한 거야. ''왜 네가 여기 있지?''. 잡초는 슬퍼서 곧 시들었어. 반대로, 누가 앵두나무한테 微笑(미소)를 지으면 두 배나 힘차게 실관을 따라 땅의 즙을 내보냈지. 베다 문명의 사람 누가 먼 길을 떠나야 할 일이 생기면, 그 사람은 먹을 것을 가지고 다니는 번거로움이 없었어. 가는 길에 그는 얼마든지 먹을 것을 구할 수 없었어. 마을에 들어가 훌륭한 가원들을 바라보며 먹을 것이나 마실 것을 청할 수 있었지. 손님에게 음료, 과실, 맛있는 뿌리열매를 올리는 걸 영광이라고들 여겼으니까.
 
 
 
강도질 도적질 없는 삶
 
베다 문명이 수천 년 존속되었는데 사람 사회에서는 강도질, 도적질 또는 단순한 주먹질이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어. 심지어는 나쁜 말도 어휘에 없었어. 이때 그러한 행위를 처벌하는 법도 없었어. 법으로는 결코 범죄행위를 막을 수 없어. 베다 사람들의 지식, 문화가 사람들 관계에서 갈등을 許容(허용)하지 않았던 거야.
 
우주의 에너지가 그곳에 자라고 사는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거야. 에너지 균형이 흔들려. 호전 에너지는 다 자라서, 어른에게 그리고 아이에게 영향을 미치고, 후손에 병을 유발할 수도 있어.
반대로, 지나는 나그네가 밝은 기분을 남기고 가면, 공간은 더 나은 아름다움으로 환하게 밝았지.
 
게다가, 마을에 들어온 나그네는 다른 사람 소유의 동산에서, 자기 마음대로 따거나 주운 과일을 육체적으로 먹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어. 베다 문화 사람들의 감각은 아주 銳敏(예민)했어. 자기 마음대로 딴 것, 그리고 선한 손으로 그에게 올린 열매를 먹어보면, 이들의 몸은 큰 차이를 바로 느낄 수 있었어. 상점에서 파는 먹거리가 원래 지어진 바와 달리 냄새도 없고 맛도 없는 건 지금이나 그래. 그건 사람에 대하여 냉정하고 무관심해. 누구의 것도 아니고 누구에게도 忠誠(충성)하지 않아. 팔면 그만이야.
 
현대 사람이 베다기에 있었던 飮食을 먹어보고 비교해본다면, 현대의 식품은 먹지 못할 거야.
길손은 남의 것을 청하지 않고 취한다는 건 생각도 못했어. 어떤 물건이든, 심지어 돌맹이에 하나도 자기 안에 정보를 담고 있어. 가원에 사는 가족만이 그것이 어떤 것인지 알았지.
 
베다 문명의 家園 하나 하나는 다, 악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난다 해도, 그것이 범하기 어려운 城廓(성곽)이었어. 동시에, 그곳에 사는 가족에게는 엄마의 벳속과 같았지.
성곽의 높은 담을 세우는 자 아무도 없었고, 초록의 생 울타리로 영역을 막았어. 이 울타리와 그 너머에 자라는 모든 것이, 사람의 肉과 靈魂에 해가 되는 부정적인 것 모두로부터 가족을 보호한 거야.
 
난 당신에게 말한 적 있어. 오직 자기의 동산이나 자기 소유의 家園의 숲에만 죽은 자의 몸을 埋葬(매장)했다고.
그 사람들은 인식한 거야. 사람의 靈魂은 영원하고, 物質(물질)적인 몸도 흔적없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물체 하나 하나 모두는, 얼른 보기에는 영혼이 없어도, 그 안에 적지 않는 우주의 情報(정보)를 담고 있어.
 
신성한 자연에서는 아무것도 어디로도 그냥 사라지지 않아. 다만 그 상태와 육을 바꾸는 것일 뿐이야.
죽은 자의 몸을 돌판으로 덮지 않았고, 심지어는 매장한 장소에 어떤 표식도 하지 않았어. 이들의 손과 마음으로 지어진 空間이 이들을 추억하는 위대한 紀念(기념)이 된 거야.
 
생태를 변화하며, 이제 영혼이 없는 몸은, 자신으로 나무와 풀과 꽃을 키웠어. 그 속에서 새로 태어난 아이들이 노닐었지. 오, 주위의 모든 것이 아이들을 얼마나 사랑했는데! 조상의 魂(혼)이 그 공간 위에 머물렀던 거야. 아이들을 사랑하고 保護(보호)한 거야.
 
아이들은 자기가 태어난 곳, 空間을 사랑으로 대했어. 생각은, 생명의 끝이라는 허상을 만들지 않았어. 베드의 생명은 無限(무한)이야.
솟아 날아오른 영혼은 우주의 모든 차원을 빠르게 날고, 여러 존재의 차원에서 잠시 손님으로 머물다가, 다시 사람의 모습으로 태어나는 거야.
 
동산 故鄕(고향)에서 깨어나서 아이는 다시 미소 지어. 온 공간이 그에게 미소로 화답하지. 해님의 햇살, 나뭇잎에 살랑이는 바람, 꽃 먼 곳의 별이 환희의 숨을 내쉬는 거야. ''神性한 존재의 아이여, 그대로 인하여 다시 태어난 우리는, 하나입니다.''
 
他鄕(타향)에 사는 老人의 ''나 죽으면 故鄕에 묻어주오.'' 하는 간청은, 오늘날에는 이해할 수 없는 무엇이야.
이런 사람들은, 지구로, 낙원동산으로 자기를 돌려 놓을 수 있는 건 오직 故鄕(고향)뿐임을 직감하는 거야. 客地(객지)는 靈魂(영혼)을 밀어내니까.
사람은 故鄕에 자기 몸을 묻고 싶어해. 靈魂이 그렇게 수천년을 간청하고 있어. 그런데 공동묘지를 고향이라 부를 수 있을까. 그게 어느 나라에 있건?
 
공동묘지가 생긴 건 최근의 일이야. 사람의 영혼을 지옥으로 갈기갈기 찢고, 능멸하고, 노예로 만들고, 절을 강요하도록 만들어진 거야.
공동묘지가 비슷하기로는... 사람들이 불필요한 쓰레기를 갖다 버리는 쓰레기장과 같아. 공동묘지 상공에선 죽은 자의 영혼이 괴로워. 산 자들은 공동묘지가 무섭지.
 
그 당시의 家園을 상상해봐. 그곳에 여러 세대의 몸이 매장되어 있어. 그곳의 풀 하나 하나는 다 산 자를 애무하고, 사람의 몸에 이로워지고 싶어.
好戰(호전)을 가지고 들어온 자에게, 동산의 풀 한 포기, 열매가 모두가 갑자기 毒(독)이 되는 거야. 바로 이 때문에 무언가 자기 마음대로 취한다는 생각조차 못한 거야.
 
가원을 武力으로 취하기는 불가능이야. 무슨 돈을 줘도 살 수 없어. 침입자를 멸할 수 있는 걸 그 누가 감히 범하려 하겠어?
모두가 스스로 자신의 훌륭한 오아시스를 지으려 했지. 우리 별은 해마다 점점 더 좋아졌어. 사람이 오늘 높은 곳에서 현대의 도시를 조망한다면, 무엇이 보일까? 엄청난 인공의 돌 더미가 땅을 덮고 있어. 높이로, 그리고 넓이로 집들이 자라나, 여기저기 점점 더 넓은 공간을 돌 풍경이 가로 막아. 그곳에 깨끗한 물은 없고 공기는 오염되었어. 그 엄청난 돌 무더기 속에서 행복한 家庭(가정)은 얼마나 되지?
 
베다 문화의 가족에 비한다면, 한 가족도 없어. 더한 얘기도 할 있지. 인공의 거대한 돌 더미 속에 사람의 가족은 사는게 아니야, 자고 있어.
그렇지만 그 최면의 잠 속에서도 산 細胞(세포) 하나가 알갱이처럼 온 몸을 헤매고 다녀. 숨을 죽이는가 하면, 빠른 속도로 날고, 다른 수천에 수천의 것을 건드려서, 잠자는 다른 모두를 산 細胞가 깨우려고 애를 써. 그 이름은 꿈이 라고 하지. 그게 모두를 일깨울 거야! 그러면 사람의 가족들은 다시 지구에 훌륭한 오아시스를 짓기 시작할 거야.
 
다시 전과 같이 될 거야. 높은 곳에서 地球(지구)를 내려다보면, 살아 있는 수많은 그림이 시각을 매혹할 거야. 그 훌륭한 그림 하나 하나가 의미하는 것은 - 잠에서 깬 베드의 손이 이곳의 흙에 닿았다는 뜻이지. 하느님을 깨닫고, 삶의 의미와 목적을 깨달은 행복한 가족이 다시 자기 고향에 산다는 거야.
 
베다 사람들은 하늘의 별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알고 있었어. 그 사람들 중엔 위대한 시인, 화가들이 不知其數(부지기수)였어. 마을 간 반목이란 건 없었어. 도적질, 노략질을 할 이유가 없었어. 관료조직도 없었어. 현대의 유럽, 인디아, 이집트, 중국 등의 영역에서 베다 문화가 꽃을 피웠어. 여러 영토 사이에는 경계도 없었어. 크고 작은 위정자도 존재하지 않았어. 연이은 성대한 제전이 자연스러운 다스림이었지.
 
베다기의 사람들은 현대인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세상 理致(이치)에 대한 지식이 있었어. 그들의 내부 에너지는, 어떤 식물은 성장을 더욱 촉진하고, 다른 식물은 성장을 늦출 수도 없었어. 가축은 사람의 명령에 순종하려 했는데, 그건 먹을 것을 얻기 위함이 아니었어, 먹을 건 그러지 않아도 충분했거든. 가축은 사람한테서 나오는 복된 에너지를 상으로 받고 싶었던 거야.
 
지금도 사람의 稱讚(칭찬)은 누구든 기분 좋게 하지. 사람한테도, 동물, 식물한테도.
전에는, 사람의 에너지가 훨씬 더 강했어, 太陽(태양)을 향하듯, 산 것 모두가 그쪽으로 끌렸으니까.
'아나스타시아가 들려주는 人類(인류)의 역사' 中
 
3. 베다 문화의 子女(자녀) 양육
4. 의례
 
 
베다 문화의 子女(자녀) 양육
 
인류는 아직도 완벽한 자녀 양육법을 찾아 헤매고 있어. 현명하고도 지혜로운 스승을 찾아, 그에게 자기 아이 교육을 맡기려 하지. 블라지미르, 당신도 아들과 對話(대화)를 준비하며 5년이나 최선의 아동교육법을 찾아 헤맸어. 당신에게 모든 걸 설명해줄 수 있고, 당신의 아들과 소통할 수 있게 하는 법을 찾으려 했어. 유명한 선생님들과 여러 학자들에게도 자문을 구했어. 그런데 어떤 조언도, 법도 당신을 만족시키지 못했고, 완벽해 보이지 않았어. 당신에겐 점점 더 의심이 들었어.
 
완벽한 자녀 교육법이 하나라도 있기만 한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활용하였을 터이고, 그러면 지구상 어디엔가 幸福(행복)한 사람들이 살고 있을 거야. 그런데 모든 나라에 문제는 다양하고 서로 비슷한 걸. 행복한 가정이란 건초더미에서 바늘 찾기와 같으니. 그러니까 기적과 같은 효과가 있는 교육법은 없는 거야. 찾아봐야 소용이 없어. 그런 건 없으니까.
 
나를 부디 용서해, 그 때는 내게 다른 방도가 없어서, 나는 내내 당신의 생각을 추적했어. 당신을 통해 알려고 애썼어, 도대체 무엇이 사람들을 분명한 것으로부터 멀게 하는지.
그러다 어느날 당신의 생각을 느낄 수 있었어. "불신, 자신의 실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사람들은 자기 자녀를 학교에 대학에 맡기는 거야. 나중에 교사들에게 責任(책임)을 전가하려고. 자기의 책임은 절대 인정하려 들지 않아."
 
한번은 난 보았어. 당신에게 이 생각이 떠올랐을 때, 당신은 얼굴이 하얘져 꼼짝 못하고 얼어붙었어. "부모, 그리고 사회의 삶의 양식이 자녀를 보육하는 거야." 그 생각은 참이고 정확해. 그런데 당신은 그게 두려웠고 계속 그걸 잊으려고만 했지. 하지만 명백한 것을 잊을 수는 없었어.
당신은 자신의 생각을 인정하려들지 않았어. 당신은 이렇게 사리분별을 했어. "특수학교에서 공부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학자, 화가, 시인이 될 수 있는지? 수학, 천문학, 역사학을 어찌 알 수 있느냐고?"
 
당신이 생각한 것은 學科目(학과목)이야. 자녀교육에선 그게 주가 아니야.
온 지식을 한 알의 씨앗에 압축할 수 있는, 느낌의 문화가 측량할수 없이 더 중요해. 당신은 내 말의 明明白白한 증인고로, 당신은 이걸 잘 이해할 수 있을 거야. 당신은 특수학교에서 공부하지 않고도 책을 써냈으니까.
 
당신과 내가 숲 속의 빈터에서 같이 한 건 딱 3일이야. 이제 당신은 여러 나라에서 유명한 作家(작가)가 되었어. 사람들로 꽉 찬 큰 마당의 무대에 설 수도 있어. 그 중에는 교사, 학자, 시인, 유명한 민속치료인들이 있어. 그들 앞에서 당신은 3시간이 넘도록 얘기할 수 있어. 사람들은 집중해서 당신의 말을 듣지. 당신한테 종종 질문을 하기도 하지.
 
"그 無限(무한)한 양의 정보를 당신은 어떻게 기억하지요? 책을 보지도 않고 기억만으로 어떻게 정확히 읽을 수 있지요?" 이런 질문에 당신은 알기 쉽게 대답할 수 없었어. 내가 당신에게 전에 없던 마술을 건 것이라 당신은 생각하고 알았지. 정작 당신한테 일어난 일은 훨씬 단순한 거야.
 
타이가에서 당신이 나와 함께한 첫 3일 내내, 베다 학교가 당신에게 작용한 거야. 그건 집착하지도 강요하지도 않아. 거기에는 경전도 전제도 없어. 모든 정보를 그 학교는 感情(감정)을 통해 전할 수 있어.
 
당신은 화가 나가도, 환희에 들뜨기도, 웃기도, 놀라기도 했어. 일어난 느낌 하나를 통해 당신에게 정보가 주입된 거야. 그 양이란 위대하고, 당신이 그 느낌을 회상할 때, 그 3일간 당신한테 일어났던 느낌을 회상할 때, 나중에 열리는 거야.
느낌은 엄청난 양의 壓縮(압축)된 정보이니까. 느낌이 더 밝고 강할수록 그 안에는 더 많은 우주의 지식이 들어 있어.
 
타이가에서 첫 번째 밤을 보내고 일어나서 당신은 옆에 누운 암곰을 보았어. 생각나지. 순간 당신은 겁에 질렸어. "일순간에 겁에 질리다." 란 말을 잘 생각해봐, 부디. 놀란다는 것은 도대체 뭐지? 그걸 한 번 정보로 번역해보자고. 그럼 어떻게 되지? 당신은 생각한 거야. "내 옆에 엄청난 몸집의 짐승이 있다. 그의 무게는 내 몸무게보다 훨씬 더 나간다. 그 발의 힘이란 내 팔의 근력보다 세다. 숲 짐승은 사나울수 있고 내게 덤벼들어 내 몸을 갈기갈기 찢어버릴 수도 있다. 나는 무기가 없다. 벌떡 일어나서 도망쳐."
 
이 엄청난 양의 정보는 의식적으로 생각할 때, 일순이 아닌 훨씬 많은 시간을 요해. 하지만 느낌으로 압축된 정보, 우리의 경우에 있어, 공포란 느낌으로 압축된 정보는 상황에 일순간 대응토록 해주지. 사람한테서 일어나는 일순의 선명한 느낌, 그 순간 엄청난 정보가 흐르는 거야. 그걸 기술하면 과학대전이 되고, 그걸 느낌없이 사유하는 데는 몇 해가 걸릴 수도 있어.
 
느낌들의 적절한 複合(복합), 그 느낌들의 올바른 順序(순서)는 이미 사람한테 내재하는 지식의 양을 몇 배나 더 느릴 수 있게 해.
예로, 암곰에 놀란 당신의 공포는 금방 사라졌어. 왜 사라졌을 까? 그건 자연스럽지 않잖아. 당신은 여전히 타이가에 있었고, 여전히 무기가 없었으며, 암곰이 멀리 간 것도 아니며, 또한 타이가에는 다른 짐승들도 수없이 많았는데.
그런데 당신 안에서 공포란 느낌은 일순 安心의 느낌으로 바뀌었어. 이 안심이란 느낌은 당신이 당신의 증기선에서 혹은 무장을 한 경호대에 싸여, 도시에 있을 때보다 더 큰 것이었어.
 
당신 안에서 안심의 느낌이 일어난 것은 순간이었어. 암곰이 내 말과 몸짓에 따라 나의 명령을 기꺼이 이행하는 것을 당신이 보자마자 일어난 거야. 안심이란 느낌 덕분에 당신은 정보를 새로이 인식할 수 있었어. 당신에게서 일어난 일 모두를 소상히 적으려면 큰 학술서의 적지 않은 장을 적고도 남을 거야. 당신은 책에서도 짐승들이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적지 않은 말을 할애했어. 말로는 끝이 없지. 하지만 느낌에는 일순이 담겨 있어.
 
그런데 더 중요한 사건이 있었어. 불과 몇 초 만에 두 개의 상반되는 느낌이 절대균형을 이루었던 것이지. 당신에게 나는 같이 있으면 절대 안심이 되고, 동시에 알 수 없는, 약간은 좀 겁이 나는 사람이 되었어.
느낌의 均衡(균형)은 아주 중요해. 그것은 균형있는 사람을 증거하는 거야. 하지만 동시에 연속적으로 맥동하면서 느낌은 계속해서 새로운 정보의 흐름을 창출하기도 해.
 
베다 문명의 각 가정의 문화, 생활양식, 온 인류사회의 생활양식은 자라나는 세대를 교육하고 사람이 빠르게 성숙토록 하고, 끌어안을 수 없이 넓은 우주 세상에서 사람이 짓도록 하는, 위대한 학교였던 거야.
베다기의 아이들은 현대 학교에서처럼 교육받지 않았어. 흥겨운 祝祭(축제)와 儀式(의식)에 참여하는 것으로 교육이 이루어졌어. 축제는 한 가족의 축제이기도 했고, 온 마을 사람들, 때로는 이웃한 몇 개 마을 사람이 참가하는 축제도 있었지.
 
더 정확히는, 베다기의 수많은 축제는 동시에 어린이나 어른들에게 중요한 試驗(시험)이자 정보 공유의 場(장)이었던 거야.
가족의 생활양식과 축제 준비, 그것으로 엄청난 양의 체계적인 지식을 얻게 할 수 있었어.
아이를 억지로 앉혀서 선생 말을 듣게 하지 않고도, 지식은 술술 아이에게 주어진 거야. 교육과정은 자녀 모두에게 있어 쉽 없이, 흥겹게, 술술 흘러간 거야. 그건 기다려지고 흥미 있는 것이었어.
 
그런데 거기에는 오늘날 보기에는 특별한 기법도 있었어. 사람을 교육하는데 있어 그 엄청난 의미를 모르고, 현대의 학자들은 베다 시대의 부모들의 행위를 미신 또는 신비주의라 할 수도 있어.
예로, 아직 잘 일어서지도 못하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직 갓난 우리 아들을 힘센 독수리가 낚아챈 걸 보고 당신도 그리 생각했고 황당했지. 발톱이 드센 발에 아이를 잡고는 빈터 위 하늘을 높게도 낮게도 빙빙 돌았지.
 
베다 가정에서는 누구든 아이한테 비슷한 걸 해주었어. 여기에 항상 독수리가 이용된 건 아니야. 집 가까이 높은 山이 있다면 산꼭대기에서 갓난아이한테 地球(지구)를 보여주기도 했어. 때로는 아버지가 아이를 안고 높은 나무에 오르기도 했지. 혹은 이 목적으로 특별히 망루를 세우기도 했어. 어쨋거나 독수리가 갓난아이를 잡고 하늘 높이 원을 그리고 날 때, 효과가 가장 좋았어.
 
이 순간 온갖 느낌을 체험하는 갓난아이는 안으로 수많은 지식이 빠르게 들어간 거야. 그러다 어른이 되어서 원할 때, 그럴 필요성이 생기면, 아이는 느낌을 통해 이 지식을 자기 안에서 열 수가 있는 거야.
예로, 잘생긴 靑年 라도미르는 新婦(신부) 류보밀라와 함께 그야말로 완벽한 家園의 설계를 지은 걸 내가 당신한테 보여주었어. 나는 또한 당신께 말했어. 이와 비슷한 것을 현대과학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과학자라도 지을 수 없고. 모두가 하나로 합쳐도 할 수 없어.
 
그렇다면 젊은이는 그때 어떻게 혼자 그런 기적을 이룰 수 있었을까? 모든 식물에 대한 지식, 바람의 의미, 별들의 빛, 그 외 다른 많은 것들의 소명에 대한 지식이 청년은 어디서 났을까? 그는 보통 학교 책상에 앉아본 적이 없거든. 학문을 하지도 않았어. 청년은 어떻게 오십삼만 종의 식물들 각각의 召命(소명)을 터득했을까? 그 중 청년은 9천 개만 썼을 뿐이지만, 이때 각각의 상호관계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어.
 
어려서부터 라도미르가 자기 아버지와 이웃의 家園을 본 건 물론이야. 그렇다 해도 아무것도 적지 않았고, 기억하려고 애를 쓰지도 않았어. 무엇이 왜 자라는지 부모에게 묻지 않았고, 부모는 그에게 훈계로 기분 상하지 않았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에 빠진 라도미르는 부모의 것보다 더 나은 자신의 것을 지었어.
 
블라지미르, 부디 당신 놀라지마! 이해해. 정작 라도미르가 지은 건 과원, 채원이 아니야. 그의 가원이 실제 그리 되었지만 말이야. 실제 라도미르는 사랑하는 여인과 앞으로 자기 자손들을 위해 자기의 느낌으로 훌륭한 그림을 그린 거야. 그의 분출하는 사랑과 영감에 도움을 준 건 독수리와 함게 한 가원 위 飛行(비행)이었어.
 
어려서 라도미르가 높은 하늘에서 가원의 風光(풍광)을 내려다볼 때, 그 그림이 그의 潛在意識(잠재의식) 속에 마치 영화 필름처럼 찍힌 거야.
그는 아직 머리로는 훌륭한 그림을 인식할 순 없었어. 하지만 느낌으로는! 느낌으로는 다양한 모습의 공간에 대한 모든 정보를 영원히 스캔한 것과 같아. 이성이나 지혜가 아닌 느낌으로, 본 것들의 훌륭함을 만끽한 거야.
 
그렇게 된 것은, 공중에서 본 훌륭한 풍광속에 微笑(미소)를 짓고 서 있던 자기 엄마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해. 아기에게 엄마의 미소보다 더 좋은 게 무엇있을까? 엄마가 그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어. 엄마가! 엄마의 가슴에는 따뜻하고 生命力 넘치는 젖이 있지. 아이에게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없어. 라도미르가 새처럼 높은 곳에서 보니, 그에게 보이는 것이 엄마한테서는 뗄수 없는 하나의 전체로 보였어. 환희의 느낌이 플래시처럼 반짝이던 순간, 세상 理致(이치)에 대한 지식 일부가 그의 속으로 들어가게 된 거야.
 
현대의 동물학, 농학, 그리고 천문학과 같은 분야에서 젊은이는 위대한 학문적 수준을 보여주었어. 그들의 미적 취향도 높은 평가를 받았지.
베다기에도 특수 교사들이 있었던 건 물론이야.
 
겨울이면 나이 지긋한 사람들이 마을을 돌았어. 이들은 여러 학문 분야에 특별히 지혜로운 사람들이었지. 마을마다 공공의 집이 있었고, 여기서 자신들의 학문을 늘어놓았어. 그러다 주의 깊게 듣고 있던 아이 중 누가 天文學에 특히 관심을 보이면, 선생은 그 아이의 부모 집으로 갔어. 그 집에서는 선생을 정성스레 맞았어. 학문이지 지고한 어린애가 원하는 만큼 아이와 별에 대한 對話를 나누었어. 그 대화에서 누가 누그로부터 더 많은 지식을 취했는가는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었어.
 
나이가 지긋한 선생은 깊은 존경심으로 어린아이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던졌으니까. 훈계없이 어린애와 논쟁을 하기도 했어. 대화의 내용, 거기서 나온 결론, 발견을 기록하는 것은 베다기에는 의미가 없었어. 오늘날 부산한 일상, 온갖 근심 걱정에서 홀가분한 사람의 기억은 지금의 최신 컴퓨터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품을 수 있었어.
게다가 그 발견이 합리적인 것이라면, 모든 사람들에게 바로 奉仕(봉사)하도록 현실에 적용되었어.
 
부모와 일가족 모두도 학문의 대화를 傾聽(경청)할수 있었어. 가끔은 슬그머니 대화에 끼어들기도 했지. 그렇지만 대화의 주인공은 항상 어린애였어. 어린 천문학자가 어른들 보기에 별들에 대해 그른 결론을 내리면, 이렇게 말할 수 있었어. "미안하구나, 내가 너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는걸."
어린애는 애써 설명을 했지. 어린애는 자신이 옮음을 증명하는 경우가 잦았어.
 
봄이 오기전 마을 사람들은 공공의 집에 모이곤 했어. 모두가 자기 자식들이 이룬 성과에 관심을 가졌던거야. 이때 보고가 이루어졌어. 여섯 살 짜리 소년이 마치 철학자와도 같이 삶의 意味(의미)에대해 얘기해,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지. 어린이들은 이날 모두가 보는 앞에 어여쁜 공예품들을 내보이기도 했어. 노래로 모인 사람 모두의 청각을 녹이거나 특별한 춤으로 즐거움을 주는 아이도 있었어.
 
그 행위를 시험이라고 혹은 모두를 위한 축제라고도 할 수 있어, 중요하지 않아. 더 중요한 건, 모두가 지음에서 기쁨을 얻었다는 거야. 연이은 좋은 기분, 이날 이루어진 발견들은 생활에 기꺼이 이용되었어. 어린이 교육에 있어 누가 주일까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을까? 베다기의 가족의 문화, 삶의 양식이라고 확고히 답할 수 있어.
 
오늘을 사는 어린이들이 그 문화에서무엇을 취할 수 있을까? 오늘 존재하는 어린이 교육법중 어떤 것을 낫다고 할 수 있을까? 스스로 판단해봐. 모두가 온전하지 않아. 인간의 역사를 왜곡함으로써 우리는 어린이들이 자기 스스로한테 거짓말을 하도록 강요하고 있어. 생각이 그릇된 길은 가도록 강요하고있어. 그 때문에 스스로 괴롭고, 자기 자식도 괴롭게 하는 거야.
 
무엇보다도, 사람은 모두 自身에 대한 眞理를 깨달아야 해. 진리가 없다면, 거짓 전제 속에서 삶은 催眠(최면)과 비슷한 거야.
어린이 교과서에 세 그림의 순서를 바꾸어 놓아야 해. 지구에 사는 사람의 歷史(역사)를 아이들에게 바르게 이야기해야 해. 역사의 진실을 자신이 스스로 확인해야 해. 그리고 나서 왜곡되지 않은 본질을 이해한 아이들과 같이 새길을 선택해야 해.
지구와, 지구 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발전 역사에 대한 어린이 책의 세그림은 유감이다. 그림이 어린아이에게 무엇을 주입하는지 봐.
 
첫 번째 그림. 원시의 사람이 그려져 있어. 어떤 모습이지, 봐. 가죽을 입고 방망이를 들고 서 있는 사람. 짐승처럼 사납게 아빨을 드러내고 시선은 멍청해. 죽인 짐승들 뼈가 주위에 널려 있고.
두 번째, 갑옷에 칼을 차고 투구가 장신구처럼 번쩍거려. 군대를 이끌고 도시들을 점령하지, 노예 군중이 그 앞에 땅바닥에 바짝 엎드렸어.
세 번째, 사람의 시선은 생각이 그윽하고 점잖아. 양복에 건강한 모습이야. 주위에는 온갖 장치와 편의 기기가 많아. 현대 사람은 아름답고 행복해.
 
세 그림 모두 거짓이야, 그리고 순서도 틀렸어. 이 모든 거짓은 어린이들을 집요하고 엄하게 세뇌하지, 우연이 아니야. 이렇게 하는 자가 누구이고 그에게 왜 이 거짓이 필요한지는 나중에 얘기해줄 수 있어. 우선은 당신 스스로 이 세 그림이 얼마나 사실에 가까운지 확인해봐.
 
스스로 판단해봐. 나무, 풀, 그리고 관목. 당신은 지금도 이들의 시원의 모습을 볼 수 있어. 그 나이는 수십억 년이야. 그것들을 보면서 당신은 지금도 그 완벽함에 환희할 수 있어.
이게 무슨 말일까? 創造主의 조물들은 처음부터 완벽하게 지어진 거야. 자, 창조주가 사랑하는 조물 사람, 사람이 엉터리로 지어졌을 까? 사실이 아니야! 지구 상의 훌륭한 조물들 중에서 사람은 맨 처음부터 완벽하고도 완벽한 조물이었어.
 
첫 번째 그림은 역사의 진리를 담아내야, 생각이 깊고 어린애와 같이 깨끗한 시선을 한 행복한 사람들의 가족을 담아야 해. 부모의 얼굴에는 사랑이 가득해. 사람의 육체는 주위와 조화 속에 놀랍도록 아름답고, 굳은 의지는 경건하지. 주위에는 정원이 만개했어. 짐승들 모두는 언제라도 감사히 사람에 봉사할 태세야.
 
두번째 그림에도 어린이를 위해서 역사의 사실을 전부 나타내야 해. 이 그림에선 해괴망측한 투구를 쓴 두 군대가 서로를 향해 돌진하고 있어. 장수들은 높은 곳에 서 있지. 神官(신관)들은 이들을 집요하게 설득하고 있어. 군 수뇌들의 얼굴은 당황하고 겁에 질린 표정이야. 이미 설득 당한 자들은 짐승과 같은 광기가 서려 있어. 일순이면 미친 듯한 칼부림이 시작될 거야. 사람들은 자기와 같은 종을 직일 거야.
 
세 번째 그림은 현대야. 병색이 창백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수많은 인조의 것들에 싸여 있어. 어떤 이는 뚱뚱하고, 곱사등인 사람도 있고, 표정은 시무룩하고 수심이 싶어. 도시의 행인들 대부분이 저와 같아. 창문 밖 거리에선 자동차들이 폭발하고, 하늘에는 재가 날리지.
역사의 사실을 반영한 세 그림을 아이한테 보여주며 물어야 해. ''너라면 어떤 삶을 선택하겠니?''
 
그림은 조건적인 도해일 뿐이야. 진솔한 이야기, 바르고 능숙한 이야기가 필요함은 물론이야. 아이는 거짓으로 왜곡되지 않은 인류의 온 歷史(역사)를 알아야 해. 그런 연후에야 교육을 시작할 수 있어. ''오늘을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지?''하고 아이한테 물어봐야 해.
 
아이가 즉가, 일순에 답을 찾지는 못해. 하지만 반드시 찾아! 다른 생각- 지음의 생각이 작동하는 거야. 아, 어린이 교육! 블라지미르, 이해해, 진솔한 質問(질문)하나가, 자기 아이로부터 답을 듣고자 하는 소원이 부모와 아이를 영원히 하나가 되게 하고 행복하게 해줄 수 있어. 행복을 향해 함께 하는 움직임은 끝이 없어. 하지만 그 시작을 이미 행복이라 할 수 있어.
오늘 우리 모두는 자기의 역사를 진실로 알아야 해.
 
 
 
儀禮(의례)
 
베다 시대의 의례 행위의 참 뜻을 중상하고 왜곡하느라, 후에 신비허구의 神官(신관)들은 적지 않은 힘을 쏟았어. 그 예로, 베다 사람들은 분별없이 물을 숭배한다는 소문이 퍼졌어. 아직 사랑도 모르는 최고의 처녀를 매년 제물로 바치고, 호수나 강물에 던지거나, 뗏목에 묶어 강변에서 밀어내어 죽게 한다는 소문이 퍼졌어.
 
실제로 베다 사람들에게는 물, 호수나 江에 연관에 다양한 행사가 이었어. 하지만 그 뜻은 전혀 다른데 있었어. 죽음이 아닌 삶을 도운 것이었어. 한 가지만 말해줄게. 겉모습이 유사한 것은 오늘날까지 살아남았지. 비슷할 뿐이야. 합리적인 뜻, 위대한 그의 시적인 의미는 오늘알 불분명한 신비주의로 대체되고 말았어.
 
지금도 여러 나라에 물과 연관된 축제가 있어. 花環(화환), 혹은 예쁜 燈(등)이나 촛불을 얹은 조그마한 뗏목을 강물에 밀어넣으며 소원을 빌지. 자 보아. 원래 이 축제의 뜻이 얼마나 이성적이고 시적이며 어디에서 유래한 것인지.
 
베다 시대의 처녀 한두 명이, 그 수는 중요치 않고, 고향마을에서 사랑하는 짝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이었어. 몇 개의 마을이 한꺼번에 모이는 큰 축제에서도 자기의 운명을 택하지 못했어. 선택의 폭이 제한적이었던 건 절대 아니야. 그들 앞에선 마치 神仙(신선)과도 같이 생각이 그윽한 시선을 한 훌륭한 청년들이 축제의 마당에서 반짝였었거든.
 
하지만 처녀의 가슴, 마음은 다른 사람을 기다린 거야. 사랑이 이들에게 오지 않은 것이지. 처녀는 가슴, 마음은 다른 사람을 기다린 거야. 사랑이 이들에게 오지 않은 것이지. 처녀는 누군가에 대해 꿈을 꾸었지. 하지만 누구? 처녀 자신도 알지 못했어.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수수께끼, 사랑 에너지의 자유로운 선택을 설명하지 못해.
 
그래서 어느 정해진 날 처녀들은 江으로 나갔던 거야. 江邊(강변) 잔잔한 곳에서 자그마한 뗏목을 방류한 거야. 꽃으로 만든 화한으로 뗏목의 테두리를 장식했어. 뗏목의 한가운데에는 과일즙이나 과실주를 담은 작은 주전자를 놓았어. 주전자 주변에는 과일들을 놓았고, 음료는 처녀가 손수 만든 것이어야 했고, 과일은 자기가 직접 家園에 심은 나무에서 딴 것이어야 했지. 뗏목에는 아마실로 짠 끈이나 그 외 다른 것을 놓을 수 있었는데 반드시 손수 지은 것이어야 했어. 맨 마지막으로 뗏목에 조그마한 燈(등)을 내려놓았어.
 
강변에 놓은 모닥불을 돌며, 처녀들은 圓舞(원무)를 추며 아직 알지 못하는 사랑하는 님에 대해 노래를 불렀어. 그리고 나서 모닥불에 타는 가지를 하나 집어서 등의 심지에 불을 붙인 거야. 강변에서 뗏목을 밀어넣으면, 물의 흐름을 따라, 알 수 없는 먼 곳으로 떠내려 간 거야.
처녀들의 視線(시선)은 소망을 품고 자기 뗏목을 배웅했어. 멀리서 등불만이 보이고 점점 작아졌어. 하지만 처녀들의 가슴은 소망의 불로 타올랐어. 알지 못하는 누군가를 향해 기쁘고 부드러운 느낌이 자라났어.
 
처녀들은 자기 집으로 뛰어 돌아가 홀로 되어 만남을 소중히 준비했어. 그가, 기다렸던 그가 날이 밝는 아침 또는 석양에, 중요치 않아, 찾아왔어. 하지만 어떻게? 무엇이 그를 인도했지? 만남을 도운 것이 신비일까 아니면 합리일까? 혹, 베다 사람들이 느낌으로 접해본 지식이 그리한 건 아닐까, 스스로 판단해봐.
 
처녀들의 뗏목은 강물의 흐름을 따라 흘러내렸고, 온 마을에서, 심지어는 먼 곳에서도 그 날을 알고 있었지.
뗏목의 여행은 하루, 이틀, 사흘이 걸릴 수도 있었어. 낮과 달이 밝은 밤에, 사랑을 알지 못한 靑年들이 강변에서 홀로 소망을 품은 채 뗏목을 기다리고 있었어.
 
이제 그가 저 멀리서 내려오는 불빛을 보았어. 바로 물에 뛰어들어 사랑의 불빛을 행해 헤엄쳤지. 청정한 강물의 흐름은 청년의 뜨거운 몸을 태우는게 아니라 부드럽게 감쌌어. 불빛이 점점 가까워지고 뗏목들의 윤곽이 나타났어. 그 중 더 아름다운게 있었지. 청년은 그 중 하나를 골랐어. 자기의 선택이 최고라고 생각하며. 이유는 알 수 없지.
 
청년은 뗏목을 손으로 밀거나 뺨에 테두리를 대고 밀어서 강 한가운데서 강변으로 몰았어... 강물은 흐름으로 청년과 장난을 치는 듯했어. 그렇지만 몸은 점점 더 힘이 충만했고, 강물의 장난을 눈치채지 못했지만, 생각은 이미 강변에 가 있었지.
청년은 뗏목을 땅에 조심조심 내려놓았어. 숨으로 등을 끄고, 음료를 마셔보니 기쁨이 차 올랐어. 그리고 서둘러 집으로 가서 길을 떠날 채비를 한 거야. 뗏목에 놓였던 모두를 청년은 챙겼어. 길을 가며 열매를 맛보고, 그 맛에 감격했어. 얼마 지나지 않아 뗏목이 떠내려온 마음에 도착했어. 길을 오며 만끽했던 열매의 나무와 果園(과원)을 오차 없이 찾아냈어.
 
우와! 사람들은 놀랄 수도 있겠지. 이 건 미신일 수 밖에. 청년들이 어떻게 하나도 오차 없이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을 찾을 수 있었냐고?
 
사랑이 자기만 아는 길로 그들을 인도했다 할 수 있어. 하지만 난 더 단순히 말할 수 있지. 등도 도움이 된 거야. 조그만 용기에는 기름이 담겨 있고, 심지가 그 기름에 떠서 타고 있었지. 그 용기에는 눈금이 새겨져 있었어. 그걸 보면 누구든 등불이 얼마나 오래 탔는지 쉽게 알 수 있었던 거야. 강물의 흐름 속도도 알려져 있었어. 아주 쉬운 과제이지- 쉽게 풀었어. 마음에서, 자기가 먹어본 열매의 나무를 찾기란 베다시대의 청년에겐 하나도 어려운 일이 아니었어.
 
열매가 서로 비슷해 보이는 건, 부주의한 사람한테만 그래. 심지어는 나란히 자라는 같은 식물의 열매라도 모습과 색갈, 냄새 그리고 맛에서 차이가 있어.
한 가지 정확히 설명이 안 되는 게 있어.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녀와 그가 처음 만나자마자 반드시 사랑에 빠졌을까? 그 사랑이란 유난히 뜨거웠거든.
 
현대의 철학자라면 이렇게 답했을 거야. ''그거야 간단하지 않소. 그들의 느낌은 만남이 성사되기 전부터 꿈으로 달궈진 것이오.''
힌 머리카락이 멋진 베둔이라면 그 비슷한 질문에 교묘한 웃음을 머금은 채 답했을 거야. ''우리 江(강)은 언제나 장난꾸러기였다오.''
 
물론, 원한다면, 내가 얘기한 얘식의 매순간을 베둔을 해석하고 매 순간의 목적을 정확히 풀어낼 수도 있었을 거야. 위대한 경전을 쓸 수도 있고. 하지만 베둔이라면 그런 일에 누구도 생각을 허비하지 않아. 왜냐하면, 블라지미르, 그 사람들은...
삶을 분석하지 않고, 삶을 지었던 거야.
'아나스타시아가 들려주는 人類(인류)의 역사' 上
 
1. 베다 시대
2. 두 사람의 결합- 혼인식
 
 
 
1. 베다 시대
 
인류는 地球(지구)에 수십억 년을 살고 있어. 지구의 모든 것은 처음부터 완벽하게 지어졌어. 나무, 풀, 꿀벌, 그리고 동물세계.
모든 존재는 서로 서로 그리고 온 우주와 關係(관계) 속에 있어. 모든 조물의 정점엔 사람이 있어.
사람은 태초에 위대한 조화 속에서 조화롭게 지어졌어.
사람의 召命(소명)은- 주위의 모두를 깨닫고 우주에 훌륭함을 짓는 것이야. 지구를 닮은 것을 다른 銀河界(은하계)에 짓는 거야. 그리고 새 세상 모두에서 지은 훌륭한 창작을, 지구에 더하는 거야.
 
사람이 유혹을 극복할 수 있다면, 그리고 사람 안에 있는, 우주의 위대한 에너지들은, 사람이 全體의 하나로 유지할 수 있다면, 그 중 어느것 하나가 다른 것보다 優勢(우세)하게 놔두지 않을 때, 다른 별에서 사람이 지을 수 있는 길이 열려.
지구가 온통 樂園(낙원) 동산이 되는 날이, 우주에서 지음의 길이 열리는 신호야. 사람은 그러면 지구의 조화를 다 깨닫고, 훌륭한 자기의 것을 더할 수 있을 거야.
 
자신의 행위에 대한 총평은 백만 년을 살고 한 번 사람이 스스로 내리는 거야. 사람이 실수 했거나, 사람 내부에 있는 여러 에너지들 중 어느 하나를 내려보며, 다른 하나가 우월하도록 허용했다면, 지구에 大災殃(대재앙)이 발생했어. 그러면 처음부터 다시 다 시작된 거야. 그러길 여러 번이지.
100만 년으로 구분된 인류의 한 시대는 다시 세 기간으로 나뉘었어. 첫번째는 베다기, 둘째는 형상기, 셋째는 신비허구기야.
 
지상에서 인류 사회의 첫 번째 삶의 기간- 베다기는 99, 000 지속돼. 이 기간에 사람은 父母 슬하에 행복한 어린애처럼 낙원동산에 살아.
베다기에 하느님은 사람에게 인지 가능해. 하느님의 感情(감정) 모두가 사람 안에 있고, 사람은 그를 통해 하느님의 조언은 무엇이든 알 수 있어. 그런데 사람이 문득 실수를 했다면, 하느님은 조화를 해치지 않으며 사람의 자유를 좁히지 않으며, 단지 귓속말을 함으로써 실수를 바로잡게 했어.
 
베다기에 사람한테는 疑問(의문)이 일어나지 않아. 누가 어떻게 세상을, 우주를 은하계를, 또한 너무도 멋진 위성 지구를 지었는지. 사람은 누구나 알 수 있지. 주위의 모든 것, 보이는 것, 보이지 않는 것은 모두 자기의 아버지 하느님이 지은 것임을. 아버지는 어디에나 계셔! 주위에 자라는 것, 사는 것, 다 그의 살아 있는 생각이고 그의 프로그램이야. 아버지의 생각과 나 스스로의 생각으로 疏通(소통)도 가능해. 또한 그의 프로그램을 상세히 이해하기만 한다면, 그걸 더 좋게 할 수도 있어.
 
사람은 하느님 앞에 엎드려 절하지 않았어. 베다기에는 후에 발생한 많은 종교가 존재하지 않았어. 生命의 문화였어. 사람들의 생활양식은 신성했어.
肉의 병은 없었어. 신성한 飮食(음식)을 섭취하고, 옷을 입으면서도, 사람은 옷과 음식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어. 생각은 다른 일을 감당했어. 생각은 발견의 환희에 즐거웠던 거야. 인간사회를 다스리는 위정자도 없었어. 지금처럼 나라들을 다스리는 국경도 없었어.
 
지구 상의 인류사회는 행복한 家庭(가정)이 모여 이루어졌어. 가족들은 여러 大陸(대륙)에 살았지. 이 사람 모두를 하나로 묶은 것은 훌륭한 공간을 지으려는 열의였어.
수많은 발견을 했고, 훌륭한 걸 발견한 가족은 모두 그걸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욕구를 느꼈어.
사랑 에너지가 家族(가족)을 이루었어. 사람은 누구나 알았지. 새로 생긴 가족은 故鄕(고향) 별에 또 하나의 훌륭한 오아시스를 지을 것임을.
 
베다기의 사람들한테는 많고 많은 의례, 경축일, 축제가 있었어. 그것 하나 하나는 다 위대한 의미와 느낌, 그리고 지상의 신성하고 현실적인 삶에 대한 인식으로 가득 차 있었어.
儀禮(의례) 하나 하나는 다 그 행사에 참가하는 사람한테 위대한 學校이자 위대한 試驗(시험)이었어. 사람들 앞에서 치르는 시험이었지. 자기 자신 앞에서, 그러니, 하느님 앞에서 치르는 시험이었던 거야.
그 중에서 하나를 당신에게 보여줄게, 설명해줄게. 婚姻式(혼인식)이야, 아니, 더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사랑하는 두 사람의 결합을 인정하는 의식이지. 지식의 수준, 문화를 현대와 한 번 비교해볼 수 있을 거야.
 
 
두 사람의 결합ㅡ 혼인식
 
두 사람의 결합을 다지는 婚禮(혼례)에는 온 마을 사람들이 참가했어. 때로는 가깝거나 먼 이웃의 몇몇 마을이 참가하기도 했지. 앞으로 사랑하게 될 두 사람의 만남은 갖가지였어. 한 마을에 사는 젊은 이들끼리 사랑하기도 했고, 더 흔하게는, 몇 개의 마을이 한꺼번에 참가하는 축제에서 두 사람의 視線(시선)이 갑자기 하나로 모이면, 感情이 번쩍 가슴에서 빛을 발했어.
 
남자가 여자에게 다가가든지 아니면 여자가 남자에게... 중요하지 않아. 두 사람의 視線(시선)은 서로가 서로에게 많은 걸 얘기해 줄 수 있었어. 물론 말도 있었는데, 그걸 현대어로 번역한다면 대개 이런 뜻이었어.
''훌륭한 女神이여, 당신과 함께라면, 나는 영원한 사랑의 空間을 지을 수 있으리다.'' 남자는 자기가 선택한 여인에게 이렇게 말했어.
 
처녀의 가슴이 사랑으로 화답했다면, 대답은 이러했어. ''나의 神이여, 위대한 지음에 있어 당신을 도울 수 있어요.''
후에, 사랑하는 두 사람은 앞으로 자기들이 살 집을 위한 장소를 함께 정했어. 남과 여는 남자가 둘이서 보고 다녔어. 사랑하는 두 사람은 자기의 의향을 부모에게 말할 필요가 없었어. 그러지 않아도 마을 사람들은 누구나, 앞으로 있을 일을 이해하고 잘 알았어.
 
사랑하는 사람들이 合意(합의)하여 자기들이 살 곳을 정하고 나면, 단 둘이서 자주 그곳에 떨어져 있었어.
탁 트인 하늘 아래, 혹은 초막에서 밤을 지새고, 해돋이를 맞고, 하루를 보내기도 했어. 자기 父母의 집으로 잠시 돌아왔다가는 다시 자기들의 장소로 서둘러 돌아갔어. 설명할 수는 없지만 갓난아기가 자기를 사랑하는 부모를 자기한테 끌어당기듯, 그 장소는 둘을 끌어당겼던 것이지.
 
부모는 젊은 사람들한테 질문하지 않았어. 자기의 아들 혹은 딸이 깊은 생각에 잠기는 것을 注視(주시)하며, 조바심과 큰 기쁨으로 자식의 질문을 기다릴 뿐이었어.
子息(자식)은 다시 떠나 홀로 지냈어. 위대한 뜻이 있었지. 그렇게 몇 달이, 일년이, 이 년이 걸릴 수도 있었어. 그동안 사랑하는 두 사람 사이에는 육체적인, 은밀한 관계는 없었어.
 
베다 마을 사람들은 알고 있었던 거야. 사랑하는 두 사람의 가슴이 위대한 計劃(계획)을 짓고 있으며, 사랑 에너지가 이들에게 靈感(영감)을 주고 있음을.
男과 女는 어려서부터 자기 父母로부터 일상의 문화, 지식, 심오한 베다문화를 배우고 자라서, 밤 하늘에 빛나는 별을 알고, 해가 뜨면 꽃잎을 활짝여는 꽃을 알고, 꿀벌의 召命(소명)과, 공중에 있는 에너지에 대해 알 수 있었어. 남과 여는 어려서부터 부모가 사랑으로 지은 훌륭한 家園(가원), 오아시스, 낙원동산을 보고 자랐고, 이제 자기 둘의 것을 지으려고 한 거야.
 
1헥타르 혹은 그보다 조금 더 큰, 선택한 땅에, 사랑하는 두 사람은 실제의 삶을 계획했어, 둘은 생각으로 집을 설계하고, 수많은 植物(식물)이 상호작용하고 서로 돕도록 위치를 정해야 했어.
사람이 힘들여 일하지 않아도 스스로 자라도록 모두의 위치를 정해야 했어. 이때 여러 가지의 것들을 고려해야 했어. 별의 위치, 그날그날 바람의 움직임 등.
 
식물은 봄과 여름 좋은 香(향)을 발산하고 정유를 내뿜어. 사랑하는 두 사람은, 바람이 볼 때 여러 가지 정유가 섞여 한 다발을 이루어 집으로 들어오도록, 식물들의 위치를 정하려 애를 썼지.
그런 식으로 전에 없던 복합체가 발생한 거야. 그건 신성한 造物(조물)들로 짜였어. 게다가 사랑하는 두 사람이 선정한 그곳은 눈도 즐겁게 하는 멋진 곳으로 변해야 해. 화폭이 아닌, 산 땅에, 산 그림이 생각에 영원토록 지어진 거야.
 
자기 집을 설계하려 할 때, 그 생각이 얼마나 즐겁고 집중이 되는지, 오늘의 사람들도 상상해볼 수 있어.
자기 부지의 미래에 대한 생각으로 얼마나 즐거울 수 있는지, 특히 봄이면 얼마나 더 그러한지, 다츠니키라면 알 수 있지.
재능 있는 화가라면, 자기가 그릴 그림을 深思熟考(심사숙고)하며, 이런 생각이 얼마나 사람을 즐겁게 할 수 있는지 알고 있지.
 
이러한 열의 모두가 함께 두 사람의 가슴에 집중된 거야. 영감을 낳는 사랑에너지로, 지식은 더욱 강화되었어.
오늘날 육체적 쾌락이라 하는 것을 이들이 생각조차 않은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어.
 
계획이 생각에서 완성되면, 두 戀人(연인)은 우선 신랑이 사는 마을로 갔어. 집집마다 다니며 주인을 초대했어. 이들이 와주기를, 집집마다 흥분과 조바심으로 기대했어. 베다 문화 사람들은 알았던 거야. 사랑하는 두 사람이 오면, 일순간이나마 신성한 사랑의 새 에너지가 자기의 家園을 방문한다는 것을. 가원의 훌륭한 공간이 사랑하는 젊은이들에게 미소를 짓는다는 것을. 이건 생각해낸 허구가 아니야. 신비스러운 미신이 아니야. 곁에 악한 사람이 아닌 착하고 善한 사람이 있으면 지금도 기분이 좋아지거든.
 
사랑하는 두 사람은 악할 수가 없지. 특히 둘이서 손님으로 찾아올때는 더더욱.
한편, 각 가정은 긴장을 하기도 했어. 새 커플이 동산이나 살림마당 혹은 집을 방문할 때, 주인에게 많은 말을 하지는 않았어. 각 가정에 딱 한마디씩만 했는데, 예를 들면 이런 식이지.
 
"여기 사과가 정말 훌륭한데요." 혹은 "고양이의 시선에 깊이가 있군요." "일꾼 곰이 능숙해요."
 
동산에 자라는 나무 또는 같이 사는 고양이를 칭찬하는 소리를 듣는 다면, 그건 노년세대가 격조 높은 삶을 산다는 젊은 세대의 承認(승인)을 의미했어. 평가가 항상 진솔했는데, 칭찬하는 사람의 말은, 자기도 집에 그런 나무 혹은 곰돌이를 갖고 싶다는 의미였거든.
젊은 커플이 칭찬한 것을, 동네 사람 모두는 온 동네가 보는 앞에서 자랑스럽게 큰 기쁨으로 선사하려 애셨어. 그리고는 젊은이들이 지정한 날을 애타게 기다린 거야. 자기의 선물을 갖다 주려고.
 
신랑신부는 이제 신부의 마을 집집마다 돌았어. 두 마을의 가원 모두를 도는데 삼일이면 충분하기도 했어. 일주일로도 모자라는 경우도 있었지. 신랑신부가 가원순회를 마치고, 정한 날이 다가오면, 동이 틀 무렵 두 마을 사람들은 男女老少 모두 신랑신부를 향해 서둘렀어.
사람들은 신랑신부가 마른 가지로 표식을 해놓은 땅의 경계에 다가와 섰어. 그 중앙에는 초막이 있고 꽃으로 장식한 나지막한 언덕이 솟아 있었어.
 
자, 굉장한 광경을 당신은 보게 될거야.
저 사람이야! 봐! 靑年이 두 마을 사람들 앞으로 나오고 있어. 훌륭해, 아폴론 같아. 아마빛 머리, 파란 눈. 언덕에 올랐어. 모든 사람 앞에 선 라도미르, 젊은 청년의 이름을 그리 불렀어, 그는 긴장상태야. 군집한 사람들 모두의 시선이 오직 그에게 향하고 있어. 고요해진 분위기에서 그가 말하기 시작해.
 
사랑으로 지어진 새 空間(공간)의 계획을 모두가 보는 앞에서 설명을 하는 것이지. 손으로 가리키며, 사과나무가 자랄 곳은 어딘지, 앵두나무와 배나무가 자랄 곳, 소나무, 참나무, 잣나무, 사시나무가 이룬 숲은 어디인지, 그 사이에는 어떤 관목을 심어서 열매가 구슬처럼 맺히게 할까 이야기를 하는거야. 꿀벌이 얼마나 쉽고 편리하게 숲에 집을 틀게 될지, 일꾼 곰돌이가 겨울에 어디서 잠을 자게 될지 설명하는 거야.
 
구상한 것을 늘어놓는 그의 말투는 빠르고 靈感에 차 있어. 그의 이야기는 약 3시간 반이나 계속돼. 사람들은 모두 숨을 죽이고 긴장상태에서 그의 이야기 내내 주의를 기울이고 있어. 청년이 자기의 장대한 계획에 맞추어, 장소를 지정할 때마다 매번, 그를 유심히 주시하던 사람들 중에 한 사람이 앞으로 나와서, 사과 또는 배 혹은 앵두나무가 자랄 곳에 다가섰어. 성인 여자가 나오기도 했고, 성인 남자 혹은 노인이 나오기도 했어. 그윽한 생각과 지혜 그리고 기쁨에 찬 눈을 한 아이가 나올 수 있었어.
 
둥근 圓(원)에서 앞으로 나온 사람은, 청년이 호명하고 자랄 곳을 지적한 바로 그 식물의 묘목을 손에 들고 있었지.
원에서 나온 사람 한 명 한 명한테 다, 住民(주민) 모두가 허리를 굽혔어. 신랑신부가 가원을 순회하며 훌륭한 것을 키워낸 데에 대해 칭찬을 해준 사람들이니, 곧 모두의 아버지, 모두를 사랑하는 하느님- 創造主(창조주)의 칭찬을 받은 것에 다름없었지.
그런 결론을 내린 것은 미신이 아니었어. 논리적이었지.
 
베다 문화의 사람들은, 서로 사랑하는 신랑신부를, 훌륭한 오아시스를 설계하는 신랑신부를, 하느님 대하듯했어. 그러한 태도는 公正했던거야.
창조주는 靈感, 사랑의 분출 속에서 지었어. 신랑신부도 사랑으로 영감을 받아 훌륭한 계획을 지은 거야.
청년이 얘기를 마치고 언덕에서 내려와 자기 여자가 서 있는 곳으로 갔어. 그녀는 일어나고 일 모두를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었지. 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 언덕으로 인도하고 있어. 이제 둘이 함께 솟은 곳에 서 있어.
 
청년은 모든 사람들 앞에서 이렇게 말할 거야. "여기 사랑의 空間은 저 혼자의 작품이 아닙니다. 제 곁에, 여러분 앞에 나의 훌륭한 영감이 있습니다."
처음에 처녀는, 디바라 하는 편이 낫겠네, 디바는 모두 앞에서 시선을 낮추었어.
여자의 아름다움은 제각각이지. 그런데 각 여자의 一生에는 다른 사람보다 최고로 고양되는 그런 순간이 있어. 오늘의 문화에는 그런 순간이 없지. 그런데 그때는...
 
류보밀라가 사람들 쪽으로 시선을 보냈어. 언덕에 오른 처녀의 이름이 그랬지. 그녀 앞에 선 모든 사람들의 감탄사가 하나로 모였어. 처녀의 이름이 그랬지. 처녀의 얼굴에서는 건방지지 않은, 그렇지만 자신만만한 微笑(미소)가 환히 빛났어. 사랑 에너지가 그녀를 충만케 한 거야. 뺨에는 보통 때보다 진한 홍조를 띠고 있었어. 처녀의 건강미 넘치는 몸과 환한 눈빛이 사람들과 그 주변의 공간에 있는 모두를 溫氣(온기)로 감쌌어. 주위의 모두가 일순간 꼼짝하지 못했어. 사람들 앞에선 젊은 女神은 자신의 아름다움을 한껏 발산했어.
 
때문에 처녀의 父母는 남녀노소 온 家門을 대동하고 신랑신부가 있는 곳으로 천천히 다가갔어. 일가친척들은 둔덕에 못미처 걸음을 멈추고 신랑신부에게 허리 굽혀 人事했어. 그런 다음 엄마가 자기 딸ㅡ 처녀에게 물었어.
- 우리 가문의 모든 지혜가 네 안에 있느니라, 나의 딸아, 말해보거라, 너는 네가 선택한 땅의 未來(미래)를 보느냐?
- 네. 엄마, 봐요.
딸이 답했어.
- 네게 말해주렴, 나의 딸아.
엄마가 말을 이었어.
- 네가 본 미래의 모두가 마음에 드느냐?
 
이 질문에 대해 처녀는 다양한 답을 할 수 있었어. "그래요. 엄마. 여기엔 훌륭한 樂園(낙원) 동산, 그리고 살아 있는 집이 들어설 거예요."라는 대답이 가장 빈번했지. 뺨에 홍조가 도는, 피가 뜨거운 처녀는 모두 앞에서 엄마의 질문에 대해 좀 특별한 답을 하고 있어.
- 보여준 계획이 나쁘지 않아요. 내 마음에 들어요. 하지먼 내 것을 조금만 더 하고 싶어요.
둔덕에서 재빨리 뛰어내려와, 사람들 사이를 지나, 미래의 동산 변두리까지 뛰어갔어. 멈춰서더니 말했어.
 
- 여기엔 침엽수가, 그리고 그 옆엔 자작나무가 자라야 해요. 저쪽에서 바람이 불면, 소나무 가지와 만나고, 그리고 나서 자작나무 가지와 만나고, 그 다음 동산의 나무들 가지에서 바람은 멜로디를 불러달라고 청할 거예요. 멜로디는 단 한번도 또 같이 되풀이 하지 않고 매번 마음에 慰安(위안)을 줄 거예요. 그리고 여기에는- 처녀는 옆으로 약간 뛰어 갔어- 여기에는 꽃을 심어야 해요. 처음에는 빨간 꽃으로 불타고, 여기에는 얼마후 보라색, 여기에는 포도주색이 좋아요.
 
뺨이 빠알갛게 달아오른 처녀는 마치 仙女와도 같이 장래의 동산에서 춤을 추었어. 그러면 둥그렇게 원형으로 둘러선 사람들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어. 뜨거운 처녀가 땅에 지적한 곳으로 서둘러 씨앗을 들고 갔어.
춤을 마치고 처녀는 다시 언덕으로 뛰어올라 자기의 伴侶者(반려자) 곁에 서서는 선언했어.
- 이제 이곳 공간은 훌륭해질 거예요. 땅은 매혹의 그림을 그려낼 거예요.
 
- 나의 딸아, 모든 사람들에게 말하거라.
엄마가 다시 처녀한테 물었어.
- 이 훌륭한 공간에서 누가 모두의 花冠(화관)이 되겠느냐? 지구상에 사는 사람 모두들 중 너는 누구에게 네 손으로 화관을 씌울 수 있겠느냐?
처녀는 손에 苗木(묘목)과 씨앗을 들고 둥그렇게 서 있는 사람들을 시선으로 다둘러 보았어. 청년이 설계로 설명하며 지정한 곳에, 처녀가 멋진 그림을 그린 곳에, 사람들은 각각 그대로 서 있었어. 누구도 흙에 씨앗을 심지는 않았지. 성스러운 순간이 아직 다가오지 않았거든. 이때 처녀는 자기와 함께 둔덕에 서 있는 청년 쪽으로 돌아서서는 노래 부르듯 이렇게 말했어.
 
- 생각으로 훌륭한 未來를 지을 수 있는 사람이 제 花冠을 받을 자격이 있어요.
이렇게 말하면서 처녀는 자기 앞에 서 있는 청년의 어께에 살짝 손을 얹었어. 청년은 그녀 앞에 한쪽 무릎을 끓고 앉았어. 그러면 처녀는 자기 손으로 짠 香氣 나는 풀로 만든 화관을 그의 머리에 씌웠어. 그리고 나서 화관을 쓴 청년의 머리를 오른손으로 세 번 쓰다듬고, 왼손으로 그의 머리를 자기쪽으로 약간 기울였어. 그리고 나서 신호를 하면, 청년은 무릎을 펴고 일어났어. 처녀는 둔덕에서 내려가 順從(순종)의 표시로 머리를 약간 숙였어.
 
이 순간 화관을 쓴 사람, 모두 위에 우뚝 선 靑年 쪽으로 그의 아버지가 다가왔고, 그 가문의 모든 가족들이 그 뒤를 따랐지. 둔덕에 다가와서는 존경의 표시로 제자리에 멈추어 잠시 시간을 갖고, 아들에게 시선을 보내며 아버지가 말문을 열었어.
- 너는 누구냐, 누구의 생각이 사랑의 공간을 지을 수 있는냐?
그러면 청년이 답했지.
- 나는 당신의 아들입니다, 난 創造主의 아들입니다.
- 화관이 네게 씌워졌느니라. 너는 위대한 使命(사명)의 전령이니라. 네 공간에 대해 권세를 가진 너, 화관을 쓴자는 무엇을 하겠느냐?
- 훌륭한 미래를 짓겠어요.
- 나의 아들이자 화관을 쓴 造物主(조물주)의 아들아, 너는 어디에서 힘과 영감을 얻겠느냐?
- 사랑에서요!
- 사랑 에너지는 온 森羅萬象을 배회할 수 있단다. 삼라만상 사랑의 반영을 너는 지구에서 어떻게 볼 수 있겠느냐?
- 한 처녀가 있어요, 아버지, 地球(지구)에서, 내게 그녀는 온 우주 사랑 에너지의 반영입니다.
 
이렇게 말하면서 젊은이는 처녀 쪽으로 내려가, 손을 잡고, 높은 곳으로 이끌었어.
둘은 손을 마주잡고 바라보았어, 두 家族(가족)이 하나로 뭉쳐서 어린애나 노인이나 할 것 없이 포옹을 하고, 弄談(농담)을 하고 웃음 가득한 모습을 보았어. 청년이 손을 치켜들고 이렇게 소리 높여 선언하자 다시 다 조용해졌어.
- 제 얘기를 들어준 여러분 모두께 고맙습니다. 새 공간을 지음에 대해 靈魂이 알게 되었습니다. 사랑 에너지를 깨달은 모든 분께 고맙습니다. 영혼의 꿈으로 구상 한 것이 땅에서 새싹으로 솟아날지어다!
 
이 말에 둥그렇게 서 있던 사람들이 기쁨에 가득 차 움직였어. 사람들은 자랑스럽게, 행복에 젖어, 위대한 설렘으로 흙에 씨앗과 묘목을 심었어.
각자 청년이 자기의 계획을 설명하며 指定(지정)한 장소에 딱 한그루의 묘목만을 심었어. 어디에 심을지 장소 지정을 못 받은 사람들은 전에 표식을 해놓은 부지의 경계를 걸으며 合唱(합창)을 하며 자신이 가져온 씨앗을 흙에 던졌어.
불과 몇 분만에 기적 같은 동산, 꿈으로 지어진 공간이 기초된 거야.
 
이제 모든 사람들은 다시 부지의 경계 밖으로 물러나고, 단 두 가족만이, 그와 그녀가, 사랑하는 두 사람이 서 있던 둔덕을 애워쌌어.
흙에는 빗방울이 떨어졌어. 아주 따뜻한 비는 특별했고 잠시 오고 말았어. 창조주의 눈에서 기쁨과 感動의 눈물이 떨어져 그의 자식이 지은 훌륭한 공간에 물을 뿌린 거야.
부모에게 자기 자식이 지은 훌륭한 作品보다 뭐가 더 보기 좋을까?
화관을 쓴 청년은 다시 손을 높이 들고 정적 속에서 말했어.
- 창조주께서 사람에게 선사한 모든 造物(조물)들이 우리와 함께 사이 좋게 살지어다.
 
청년과 처녀는 둔덕에서 내려와 전에 함께 미래를 설계하며 머물던 초막으로 향했어.
이렇게 말하고 난 후, 주위에 둥글게 서 있던 사람들중에서 한 사람이 신랑신부한테 다가왔어. 그 사람 곁에는 늙은 개와 강아지가 함께 걸었지. 이 개는 巡廻(순회) 시 신랑신부를 알아보았고 그래서 이들 마음에 꼭 든 개였어.
공손히 인사를 하며 그 사람은 신부에게 강아지를 선사했어. 그가 늙은 개에게 명령을 내리자, 개는 화관을 쓴 젊은이 발에 엎드렸어. 이 개는 사람이 다른 동물을 가르치는데 도움을 주도록 훈련을 받은 개였어.
 
개에게 입구에 앉도록 靑年이 명했고, 처녀는 강아지를 초막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어. 다른 사람들도 줄을 이어 초막으로 다가왔어. 손에 새끼고양이나 양 혹은 고삐에 묶인 망아지 또는 개끼 곰을 데려왔어.
사람들은 얼른 나뭇가지를 엮어 초막에 붙은 우리를 지었어. 그러면 곧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이 기거하던 住居地(주거지)가 어른 동물들로 가득 찼어. 여기에는 위대한 의미가 있었어. 서로 엉켜 있다 보면, 동물들은 영원히 친하게 지내고, 서로 위하고 돕고 살게 돼. 이건 미신이 아니야. 자연을 창조한 造物主의 법이지. 지금도 확인 가능해. 강아지나 고양이나 함께 자라면, 켜서도 친구로 남는 거야.
 
베다기는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여러 짐승들의 召命(소명)을 알았다는 데에 또한 특징이 있지. 동물 모두가 사람한테 봉사했어. 동물을 먹이는데 사람은 수고하지 않았어. 동물이 사람을 먹였지. 베다기에 가축과 사람은 草食(초식)을 했고 고기는 절대 먹지 않았어. 그런 음식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어. 四方(사방)에 자라는 온갖 다양함이 사람 그리고 사람과 함께 사는 동물의 味覺(미각)을 충분히 만족시키고도 남음이 있었어.
두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자기 집에 있는 최고의 것을 신랑신부에게 선사했지.
 
선물을 받고 난 후, 신랑신부는 다시 언덕에 올랐어.
- 여러분 모든 분께 고맙습니다.
회관을 쓴 신랑은 모인 사람들에게 사의를 표했어.
- 공간을 지어주심에 모든 분께 감사합니다. 저희 家門이 영원히 귀히 여기겠습니다.
- 짓는 자를 낳아주신 어머님들께 고맙습니다.
신부 처녀가 말했어.
 
그리고 청년을 바라보며 이렇게 덧붙였어.
- 해와 달, 흩뿌려놓은 별과, 훌륭한 지구를 지으신 創造主께서도 기쁘도록, 당신이 생각한 것 모두를 함께 짓겠어요.
- 훌륭한 女神이여, 당신과 함께라면 그리고 사람들과 함께라면...
청년은 신부에게 화답하고 이렇게 덧붙였어.
- 오직 당신만이 내 꿈에 영감을 불어놓을 수 있다로.
 
신랑신부는 다시 둔덕에서 내려왔어. 신랑신부를 각기 친 가족이 에워싸고 祝賀(축하)했어.
사람들은 부지를 둘러싸고 둥글게 춤을 추며 즐거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어.
날은 이미 저물고 신랑신부는 각기 자기 친척과 함께 집으로 헤어졌어. 두 밤 한 날을 신랑신부는 이제 서로를 보지 않아.
자기 집에 오자, 지음에 많은 힘을 쏟은 청년- 짓는 자는 깊은 잠에 빠지게 돼. 美女- 신부도 처녀적 침대에서 잠이 들지.
 
사랑 속에 지어짐이 일어난 곳에 남은 사람들은 둥글게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를 거야. 老人들은 짝을 지어, 홀로 떨어져 자기들은 이날을 어떻게 치렀는지 그 때의 즐거운 기억을 되살릴 거야.
두 마을에서 최고의 匠人(장인)들은 노래와 춤을 추며 하루 사이에 자그마한 집을 지어. 통나무를 화관처럼 꼭꼭 끼워 맞추고 그 사이에는 이끼와 香(향)이 나는 풀을 까는 거야. 그리고 하루가 지나면 마을의 여자들은 새 집에 최고의 果實(과실)을 갖다 놓아. 두 어머니는 아마포 침대포를 덮지. 두 번째 되는 날 밤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가 부지에서 밀어지는 거야.
 
첫 번째 밤을 지고, 해가 떠오르며 기쁨과 환희로 부모의 집에 빛을 밝힐 때, 신랑- 청년은 잠에서 깨어나지. 그에게 떠오르는 첫 번째 생각은 花冠(화관)이야. 그걸 들어서 머리에 쓰고 행복한 사람처럼 모두에게 미소를 짓지.
형제 자매가 그를 따르고, 샘물로 씻기 위해 냇가로 갈 거야. 집을 향해 동산을 걷다가 라도미르는 엄마를 보게 될 거야.
은은한 미소를 머금은 엄마는 아들이 정말 사랑스러워.
 
친 엄마를 보니 靑年은 너무 기뻐, 힘이 충만한 청년은 어쩌지 못하고, 자기 엄마를 번쩍 들어서 좋아 죽는다며 어린아이처럼 빙빙 돌아, 소리를 치지.
- 엄마, 엄마, 주위에 온통 삶이 너무도 훌륭해요!
- 아흐!
엄마도 외치며 웃음을 터트리지. 콧수염에 미소를 숨긴 채 할아버지도 미소를 지어. 기뻐 날뛰는 청년에게 할머니가 조각 문양이 있는 멋진 국자를 들고 다가와 이렇게 말하지.
 
- 우리 어린 神이여, 그만 추거라. 기뻐 날뛰는 에너지를 아끼거라. 에너지가 너를 태우지 못하게. 풀 다린 물을 한껏 마시고 진정하거라. 한 밤이 지나면 그때가 올게다.
그러면 청년은 다린 물을 충분히 마시고, 할아버지와 삶의 意味(의미)에 대해, 森羅萬象(삼라만상)에 대해 대화를 시작하지만, 풀 다린 물이 그를 곧 잠들게 하지. 그러면 할머니가 어린 신이라 불렀던 청년은, 손으로 짠 침대보에 누워 곤한 잠에 빠지는 거야.
웬 일일까? 할머니는 왜 손자를 神이라 불렀을까?
기뻐 날뛰는 손자가 좋아서 과장한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아! 손자 하느님이란 이름에 걸맞은 행위를 한 거야.
 
 
* 하느님은 地球(지구)를 지었어. 그곳에 자라는 것, 산 것 모두 다. 젊은이는 조상으로부터 온갖 지식을 전수받아 다 품고, 조물주가 크게 기쁘게도, 수많은 조물들의 召命(소명)을 깨달은 거야. 수많은 조물들의 소명을 규명해서, 그것으로 훌륭한, 산 오아시스를 지었어. 오랜 세월을 두고, 사랑으로 지어진 멋진 작품을 바라볼 그 자신과, 그가 사랑하는 여인, 그리고 代代孫孫(대대손손) 이어질 후손들, 그 외 사람들에게 삶의 기쁨을 전해줄 오아시스인 것이다.
지구상에서 사람이 행하는 행위 중에 어떤 것이 가장 하느님께서 반갑게 여기실까? 지상에서 一平生(일평생)을 산 사람이 어떤 더 좋은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을까?
베다 문화의 婚姻禮式(혼인예식)은 신비허구의 의례가 아니었어. 거기에는 실제적인, 위대한 의미가 담겨 있었어. 신성한 삶을 닮으려는 열의가.
 
사랑에 빠진 젊은이는 다른 사람들 앞에 자신의 열의와 지식을 내보이며 試驗(시험)을 치른 거야. 행동으로써, 시원부터 시작하여 모든 세대의 지식이 자신안에 있음을 보여준 것이지. 거기에다 자기 자신의 것을 추가했어. 모든 사람들이 그의 作品을 높이 평가했고, 그래서 그가 지정한 장소에 나무와 풀을 기꺼이 심은 거야. 함께 지은 創作(창작)은 매년 봄마다 더 아름답게 꽃을 피우겠지.
하지만 그것을 보는 이웃 누구에게도 시기심이 발하지 않았어. 함께 짓기에 모두가 함께 공을 들여거든. 훌륭한 곳곳마다 각자가 심은 새싹이 있었던 거야. 이런 가원이 수를 늘려가면, 지구는 신성한, 꽃 피는 동산으로 옷을 입을거야. 베다 문화 사람들은 누구나 알고 있었어. 산 사람한테 훌륭함을 지으려는 열정이 있을 때, 사람에겐 영원한 生命이 주어지고, 훌륭한 삶이 계속된다는 것을!
 
 
가원! 베다 문화의 家園! 나중에 신비허구 책에서 가원을 樂園(낙원)이라고 부르는거야. 위대한 지식을 상실하고선, 저 멀리 구름 너머에서만 그 낙원을 볼 수 있다고 생각히지. 모두가 현대의 첨단과학이라 하는 것을 중시하기 때문인데, 사실은 빈약한 사고를 변명하는 것일 뿐이야.
 
行動(행동)하지 않는 이런 식의 논쟁은 의미가 없어. 논쟁을 해결하기 위한 행위는 單純(단순)할 수 있지. 예를 들어, 존경을 한 몸에 받은 과학계의 최고봉, 오늘날 지구에 사는 과학자들이 딱 한 가족을 위한 단 하나의 오아시스만이라도 한 번 지어보라고 해봐. 이때 베다 문화에서 빠진 젊은이라면 누구나 감당해 낸 과제를 풀게 하면 돼.
 
행복 한 가족이 들어 살게 될 家園은 거기 사는 모두의 飮食(음식)에 대한 욕구를 언제나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해.
질병은 씻앗도 생기게 해서는 안 돼. 실제 그림을 바꾸어가며, 사람의 시선을 항상 기쁘게 해야 해. 다양한 소리는 聽覺(청각)을, 嗅覺(후각)은 꽃의 향기로 가뻐야 해.
 
또한 영혼에 음식이 되는 정유를 제공해야 해. 태어난 아이에게 유모가 되고, 영원히 사랑을 보존해야 해. 단, 가족의 성원 누구도 힘을 소비해서는 안 되고, 생각은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해. 모든 사람들에게 생각이 주어진 것은 創作을 위해서야.
과학 세상은 虛構(허구)를 자랑하지.
 
- 보시오, 인류의 복지를 위해 로켓이 우주로 돌진하고 있소.
그러나 과연 복지를 위해서일까?
- 보시오, 당신의 안전을 위해 폭탄이 터지고 있소.
그러나 안전을 위해서일까?
- 보시오, 의학을 아는 의사가 당신의 생명을 구하는 것이오.
 
하지만 그 전에 매 순간 삶의 양식에 의해 생명이 죽임을 당했지. 奴隸(노예)의 생명을 건져주는 격이야, 그의 고통을 연장하기 위해서.
과학 세상이 훌륭한 가원에 비슷한 것도 만들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우주의 法이 있기 때문이야. 사랑으로 靈感을 얻는 단 한 명의 짓는 이가, 사랑을 잃은 과학 모두 보다 강한 법이거든.
 
 
화관 젊은이는 벌써 두 번째 밤을 자고 있었어. 그의 깊은 잠을 방해하는건 아무것도 없었어. 사랑스러운 별이 반짝일 뿐이었지. 꿈 속에서 그는 지어놓은 空間이 되고, 큰 힘이 되고, 우주의 다양한 모습이 되었어.
해가 퍼지기 전에 잠에서 깬 라도미르, 아무도 깨우지 않고, 화관을 쓰고, 엄마가 수놓은 윗도리 집어 들었어. 그리고 옹달샘에서 발원한 시냇물을 향해 뛰었어.
 
새벽 길을 달님이 비추었고, 별무리가 아직 하늘 높이 깜빡였어. 시냇물에서 멱을 감고, 윗도리를 입고, 청년은 급히...... 걸었어. 신성한 지음을 향하여. 하늘은 밝어오고 있었어.
얼마 전 두 마을 사람들이 모여 歡喜(환희)의 축제를 벌이던 곳, 자신의 꿈으로 지은 이곳에 젊은이는 당도했어. 이런 순간 사람한테 깃든느 기분, 느낌의 힘이란... 그 비슷한 걸 체험해 보지 못한 사람에게는 전할 수 없어.
 
그 사람한테선 신성한 느낌, 기분이 생겨났다고 말할 수 있을 거야. 그 느낌은, 퍼지는 햇빛을 기다리는 조바심으로 더 세차졌어, 그 속에... 그녀가 있어! 정말 훌륭한 류보밀라, 그의 여자야! 새날의 빛으로 환한, 그녀가, 그와의 만남 그리고 지음을 향해 달려온 거야.
살을 입은 형상이 서둘러 라도미르를향했어. 완벽에는 한계가 없어. 물론, 그런데 두 사람에겐 時間이 멈추었어. 두 사람은 구름 같은 기분에 새 집으로 들었어. 식탁에는 形形色色의 과실, 취하게 하는 마른 꽃들의 향기가 수놓은 침대보에서 배어나왔어.
 
- 당신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지?
여자가 남자에게 뜨거운 속삼임으로 물었어.
- 그 애에 대해서. 태어날 우리 아이에 대해서.
류보밀라를 바라보는 라도미르는 몸의 戰慄(전율)을 느꼈어.
- 오오, 아름다운 당신!
 
남자는, 참지 못하고, 조심조심 여자의 어깨 그리고 뺨을 먼졌어.
뜨거운 사랑의 숨소리가 두 몸을 감싸서, 알 수 없는 높은 곳으로 사라졌어. 男과 女 둘이 같이 사랑의 분출 속에, 지음을 위하여 하나로 합쳐져서, 자기와 하느님의 닮은 꼴을 지을 때, 남과 여한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자세히 묘사할 수 있는 사람은 지난 수백만 년 간 아무도 없었어.
 
배다 문화의 사람들- 神들은 정확히 알고 있었어. 두 사람을 하나로 합치게 하는, 설명하기 어려운 기적이 일어나도, 후에 두 사람은 각자 자기로 남는다는 것을, 동시에, 설명하기 어려운 일순간에, 어린 아이의 영혼이 맨발로, 별들을 아장아장 걸어서, 자신으로 두 사람과 세 번째를 하나의 일체로 구현하며, 지구로 서두르는 걸, 우주는 바라보며 파르르 떤다는 것을.
 
베다 시대에 사랑하는 두 사람을 맺는 婚姻式(혼인식)을 신비허구라 여길 수 없어. 합리적인 거야. 그들의 삶의 양식에 걸맞았어. 각 가족의 쌍에서 점점 더 커지기만 하는 사랑의 감정이 이 문화의 수준을 말해주는 거야.
 
오늘날에는 거의 모든 가정의 쌍에서 서로에 대한 사랑의 感情이 식어가지. 사랑 에너지가 둘을 버리고 떠나. 인류사회는 그걸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하지만 그런 상황은 사람에게 자연스럽지 않아. 그건, 오늘날 사람들의 삶의 양식이 자연스럽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거야.
베다기의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 그리고 마음으로, 용솟음치는 사랑을 신성한 지음을 행하라는 호소로 이해했어.
 
당신, 사랑하는 두 사람이 처음에 무엇을 하려 했는지 생각해봐. 둘은 분출하는 靈感 속에 생각으로 계획을 지었어. 자기들의 사랑을 위한 공간 설계를. 작기들이 지은, 공간에서, 아이를 孕胎(잉태)했어. 자랑의 주요 세 감정을 하나의 그리고 영원한 것으로 합체했어.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평생, 자기가 태어난 곳- 故鄕(고향), 자기의 아이, 그리고 이 모두를 함깨 지은 여인을 무엇보다 더 사랑해. 하나 아닌, 셋의 사랑만이 영원히 살 수 있어.
 
베다기의 가정에서 아들 혹은 딸의 탄생은 큰 慶事(경사)이자 삶의 의미가 있는 의식이었어. 그 시대에는 수많은 祝祭(축제)가 있었지. 夫婦간에 배신은 없었어. 수백만의 행복한 家庭(가정)은 지구의 아름다움이었어.
수많은 역사가들이 대를 이어가며, 위정자들의 脾胃(비위)를 맞추느라, 언제가 살았던 원시인들이 멍청했다고 말하는 거야. 짐승을 게걸스럽게 먹고 그 가죽을 입었다 하지. 그 끔찍한 거짓은 자기의 끔찍한 행위를 정당화하려는 사람들한테 필요한 거야.
善이여, 지구에서 영원하라!(아나스타시아5권, '우리는 누구?')
 
 
家園(가원)에서 한 가족이 행복하게 살고 있었어. 남편과 아내, 그리고 두 子女가 있었어. 남자아이 콘스탄찐은 여덟, 여자아이 다샤는 다섯 살.(*역주- 콘스탄찐은 부모나 친구들이 친근하게 코스짜로 부를 수 있다. 다리아를 친근하게 다샤, 다쉔카로 부르고, 일시적으로 기분 나쁠 때는 다쉬카라고 부른다.) 아이들의 아버지는 러시아 최고의 프로그래머였어. 그의 사무실에는 몇 대의 최신 컴퓨터가 있었고, 그는 거기에서 國防部(국방부) 프로그램을 짰어.
 
가끔은 일에 빠져 저녁 시간에도 컴퓨터 앞에 오랫동안 앉아 있었지. 주로 저녁을 함께 보내는 그의 가족은 그럴 때면, 그의 사무실로 가서 거기서 조용히 자기 할 일들을 했어. 아들은 讀書 혹은 새 마을의 그림을 그렸어. 다섯 살배기 다샤만 자기 마음에 드는 일을 찾지 못할 때면, 온 가족이 보이는 안락의자에 앉아, 한참 家族을 한 명 지켜보았어. 가끔은 눈을 감고 있었는데, 이때 그 아이의 얼굴은 속내를 담아내고 있었어.
 
그냥 보기에 보통 평범한 어느 날 저녁, 가족은 여느 때와 같이 아버지의 서재의 앉아 각자 자기 일을 하고 있었어. 서재의 문은 열려 있었고, 서재 옆 아이들 방에서 낡은 기계식 뻐꾸기 時計(시계)의 뻐꾹뻐꾹 소리가 울렸던 거야. 뻐꾸기는 보통 낮 시간에만 울었는데, 이미 저녁이었거든. 그래서 아버지는 하던 일을 멈추고 門 쪽을 쳐다보았어. 다른 사람들도 놀라서 막 소리가 들려온 쪽을 바라보았지.
 
어린 다샤는 안락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있어서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했어. 그 아이의 입술에는 보일락말락, 때로는 확연히 드러나는 微笑(미소)가 놀고 있었어. 그때 갑자기 시계의 뻐꾸기 소리가 다시 들렸어. 마치 누가 어린이 방에 있으면서 시계 바늘을 돌려서, 시간마다 기계식 뻐꾸기가 계속 울리도록 하는 것 같았어. 아버지는 이반 니키포로비치(Ivan NIkiforovich)라는 사람이었는데, 그는 회전의자에 앉아 아들 쪽으로 돌아서 말했어.
 
- 코스짜, 네가 가서 시계를 한 번 보렴. 멈추게 하든가 고쳐 보거라. 할아버지께서 주신 膳物(선물)이 우리 집에서 오랫동안 봉사를 했건만, 이상하게 고장이 났나 보네... 이상해... 코스짜, 네가 한 번 가서 보거라.
 
아이들은 항상 順從(순종)했어. 처벌이 두려워서 그런건 아니었어. 처벌하는 일은 절대없었어. 코스짜와 다샤는 父母를 사랑하고 존경한 거야. 부모님과 무엇이든 같이 하거나, 부모의 청을 들어주는게 아이들한텐 최고의 기쁨이었지.
 
아버지의 말씀을 듣자마자 코스짜는 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어린이 방으로 가지 않았어. 엄마와 아버지는 놀랐지. 눈을 감고 의자에 앉아 있는 어린 동생을 서서 쳐다만 보고 있던 거야. 뻐꾸기 시계 소리는 어린이 방에서 계속 들렸어. 코스짜는 뚫어지게 자기 동생만을 쳐다보았어. 엄마, 갈리나(Galina)는 제자리에 꼼짝 않고 서 있는 아들을 걱정스레 바라보았어. 엄마는 얼른 일어나 놀란 듯이 큰 소리로 말했어.
 
- 코스짜, 코스짜, 무슨 일이니?
여덟 살 난 아들은 엄마의 질겁에 놀라 돌아서서 말했어.
- 나는 괜찮아, 엄마. 아빠의 부탁을 들어주려 했는데 그렇게 못하겠어.
- 왜? 너 움직이지 못하니? 네 방으로 못 가?
- 움직일 수 있어.
코스짜는 증명해 보이기라도 하듯 손을 흔들고 제자리에 발을 굴렀어.
 
- 그런데 방에 들어갈 필요가 없어요. 다샤가 여기 있으니까요. 다샤가 더 세요.
- 누가 여기 있다고? 누가 더 세?
엄마는 점점 더 걱정이 되었어.
- 다샤가요.
눈을 감은 채 안락의자에 앉아 미소를 짓는 여동생을 가리키며 코스짜가 대답했어.
 
- 저 애가 時計 바늘을 돌리는 거야, 엄마. 내가 시계바늘을 있던 자리로 되돌려 놓으려 했는데... 저 애가 하면... 나는 ... 안 돼...
- 무슨 말이니, 코스짜? 너도 다쉔카도 우리 앞에 있잖아. 내가 너희들을 보고 있고. 어떻게 여기 있으면서 다른 방에 있는 시계바늘을 돌릴 수가 있지?
 
- 그래요, 여기 있지요. 하지만 생각은 저기 시계가 있는 곳에 있어요. 쟤 생각이 더 힘이 세요. 그래서 저 애의 생각이 바늘을 빨리 돌게 하면 뻐꾹뻐꾹우는 거예요. 쟤는 요새 저 장난을 많이 해요. 하지 말라고 했는데... 걱정하실 줄 알았어요. 그런데 다샤는 무슨 생각에 잠기자마자 뭔가 일을 낸다고요...
 
- 다샤가 무슨 생각을 깊이 하지?
이반 니키포로비치가 對話에 끼어들었어.
- 그리고 왜 전에 이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니, 코스짜?
- 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제 직접 보셨는지요. 바늘이야 뭐 별거 없잖아요. 그냥 장난치는 거예요. 누가 방해하지 않으면 저도 시계바늘을 움직일 수 있어요. 그런데 다샤처럼 깊이 생각에 잠기지는 못해요. 쟤가 생각 중이면 그 생각을 방해할 수 없어요.
 
- 동생이 무슨 생각을 그리 하는지, 너는 아니?
- 몰라요, 다샤한테 물어보세요. 더 장난을 못 치게 제가 지금 저 애의 생각을 끊을게요.
코스짜는 여동생이 앉아 있는 의자로 다가가 보통 때보다 조금 큰 소리로 또박또박 말했어.
- 댜샤, 생각을 멈추어. 그만두지 않으면 너하고 하루 종일 말도 안 할 거야. 네가 엄마를 놀라게 했어.
 
어린 少女의 눈썹이 떨리더니, 서재에 있는 사람들을 무슨 일인가 하고 휘둘러 보고는, 정신을 차린 듯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잘못을 빌며 고개를 떨구었어. 뻐꾹 소리는 그치고 서재에는 얼마간 완전한 정적이 맴돌았어. 잘못을 비는 듯한 어린 다샤의 낮은 목소리가 정적을 깼어. 그 애는 고개를 들고 반짝이는 多情한 두 눈으로 아빠 엄마를 바라보며 말했어.
 
- 엄마, 아빠, 제가 놀라게 했다면 죄송해요. 그렇지만 저는 꼭, 저는 꼭 그걸 다 생각해 내야 해요. 끝까지 다 생각해야 해요. 내일도 休息할 때 그걸 생각할 거예요.
소녀 아이의 입술은 떨렸어. 금세라도 울음이 터질 듯 겉았지만 그 애는 계속 말했어.
- 코스짜, 나하고 얘기 안 할 거라고 했지, 그렇지만 난 다 생각해낼 때까지 그걸 깊이 생각해야 해.
 
- 이리, 내게 오너라, 우리 딸.
이반 니키포로비치는 感情을 억누르며 말했어. 그리고 두 팔을 벌려 딸에게 손을 내밀었어.
다샤는 와락 아버지한테 다가와 무릎에 올라서는 아버지 목을 조그마한 팔로 감아 안았어. 아빠의 뺨에 잠시 대고 있다가 다시 무릎에서 내려와서는 머리를 아빠한테 살짝 기댄 채 섰어.
 
이반 니키포로비치는 왠지 모를 흥분을 자제하며 딸과 대화를 시작했어.
- 다쉔카, 걱정 마라. 네가 깊이 생각을 해도, 이제 엄마는 놀라지 않을 거야.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냥 말해 보거라. 네가 반드시 끝까지 다 생각해야 된다는 것이 무엇이지? 네가 생각하는데 왜 벽시계 바늘이 빨리 움직일까?
- 아빠, 난 즐거운 時間을 더 많이 하고, 즐겁지 않은 시간은 줄어들거나 사라지게 하고 싶어. 바늘이 즐겁지 않은 시간은 건너뛰었으면, 그게 사라졌으면 좋겠어, 그래서 생각하는 거야.
 
- 다쉔카, 즐겁거나 그렇지 않거나는 시계바늘하고는 상관이 없잖아?
- 바늘하고는 상관이 없지, 아빠. 난 알아, 시계바늘하곤 상관없어. 그렇지만 시간을 느껴 보려고 그걸 같이 움직이는 거야. 뻐꾸기 시계가 내 '생각의 速度(속도)'를 재고 나는 그 안에 해내야 하거든...
- 어떻게 하니, 다쉔카?
 
- 간단해. 생각의 한 구석에서 벽시계 바늘을 想像하고, 바늘이 더 빨리 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거야. 내가 빨리 생각하면 바늘도 빨리 움직여.
- 딸아, 시간을 빨리 움직여서 네가 하고 싶은게 뭐니? 시간이 뭐 마음에 안 드는게 있니?
- 난 그게 좋아. 난 얼마 전에 깨달았어. 시간 잘못이 아니야. 사람이 스스로 자기 時間을 망치는 거야. 아빠는 컴퓨터 앞에 자주 앉아 있고, 또 어디론가 떠나서 오랫동안 있어. 아빠가 떠난 때 시간을 망치는 거야.
 
- 내가? 망친다고? 어떻게?
- 우리가 같이 있을 땐 좋은 時間이야. 우리가 함께 있을 땐 분, 시간, 날이 아주 좋아. 그러면 周圍(주위)의 모든 것이 기뻐해. 사과나무 꽃이 조금 조금 피어나려 할 때, 기억나, 아빠? 나하고 엄마하고 처음 핀 꽃들을 발견했는데, 아빠가 엄마를 팔에 안고 빙빙 돌았어. 엄마가 낭랑하게 웃어서 주변의 모두가 즐거웠어. 나뭇잎, 새들이 기뻐했어. 그런데 나는 골이 안 났어. 아빠는 내가 아니라 엄마를 약간 들어올려서 빙빙 돌았잖아. 난 엄마를 아주 많이 사랑하니까. 나는 家族들과 지낸 이런 시간이 기뻤어.
 
그런데 나중에 다른 시간이 다가왔어. 난 이제 알았어. 그건 아빠가 다르게 한 거야. 아빠가 우리를 놔두고 오랫동안 떠나 있었어. 사과나무에는 조그만 사과까지 열리기 시작했지. 아빠는 계속 없었어. 엄마는 사과나무에 다가가서 거기서 홀로 서있었어. 아무도 엄마를 빙빙 돌려주지 않았고 엄마도 낭랑히 웃지 않았어. 주위 모두가 아무것도 기뻐할 게 없었지. 아빠가 없을 땐, 엄마의 微笑(미소)가 딴판이야. 슬픈 미소야. 이건 나쁜 시간이야.
 
다샤는 흥분 상태에서 빠르게 말했어. 그러다 갑자기 말을 멈추더니 한꺼번에 쏟아놨어.
- 좋은 걸... 시간이 좋을 때... 아빠가 나쁘게 하면 안 돼!
- 다샤, 네 말이 맞는 걸 같기도 하구나... 그래... 하지만 너는 시간에 대해서 다 몰라. 그 속에서 우리 모두가... 우리 모두가 그 속에서 사는데...
 
이반 니키포로비치는 論理(논리)를 잃었어. 어찌할 바를 몰랐지. 자기가 떠나야만 하는 필요성을 어떻게든 설명을 하긴 해야겠는데... 자기의 조그마한 딸이 알아듣도록 설명을 해야겠는데... 더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자, 그는 컴퓨터에서 로켓 圖面(도면)이며 모델을 보여주며 자신의 일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어.
 
- 다쉐카, 이걸 알아야 한단다. 물론, 우리는 여기에 함께 있으면 좋아. 우리 이웃에 사는 사람들도 여기가 좋지. 하지만 世上에는 다른 곳, 다른 나라들이 있단다. 거기엔 여러 가지 武器가 많아... 우리의 멋진 동산, 네 친구들의 동산 그리고 집, 이런 걸 지키려고 아빠는 가끔 어디론가 가는 거야. 우리 나라도 최신식 무기를 많이 갖고 있어야 지킬 수가...
 
그런데 얼마전... 다쉔카... 얼마전 다른 나라에서 새 무기를 개발했단다... 그게 아직은 우리것보다 강해... 자 이 畵面(화면)을 봐라, 다쉔카.
이반 니키포로비치는 키보드를 달칵거렸어. 그러자 화면에 특이한 형태의 로켓 그림이 나타났어.
 
- 다쉔카, 이거 봐라. 이건 큰 로켓이야. 그 몸체 안에 56개의 작은 로켓들이 들어 있어. 큰 로켓은 사람의 命令(명령)에 따라 날아 올라서 지정한 地點으로 향해서는 그곳에 있는 살아 있는 모든것을 없애 버린단다. 이 로켓을 擊墜(격추)시키기는 어려워. 어떤 물체라도 그것에 다가가면 거기에 장치된 컴퓨터가 작동해서 몸체에서 작은 로켓 하나가 분리되어 물체를 박살낸단다.
 
조그만 로켓은 큰 것보다 速度(속도)가 빠른데, 발사 시점에 큰 로켓의 관성속도를 이용하기 때문이지. 저런 괴물 로켓을 하나 격추시키려면, 57개의 로켓을 동시에 쏴야 해. 카세트 로켓이라 부르는 이걸 만든 나라에는 딱 세 개가 있어. 그건 地下 깊은 갱도에 여러 곳에 분산된어 철저히 감추어져 있지만 라디오波(파)로 전달하는 명령에 의해 발사될 수 있어. 작은 집단의 테러리스트들이 이미 여러 나라들을 대규모 파괴로 벌벌 떨게 하고 있어. 아빠가 이 카세트 로켓에 장착된 컴퓨터 프로그램의 비밀을 풀어야 한단다.
 
이반 니키포로비치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 안을 서성였어. 컴퓨터 옆에 서 있는 자기의 딸에 대해서는 忘却(망각)한 듯, 그의 생각은 점점 더 그 프로그램 생각에 빠져들었고, 그는 계속해서 빨리 말했어. 이반 니키포로비치는 급히 컴퓨터로 다가갔어. 모니터에는 로켓의 외부 모습이 나타나 있었고, 字板(자판)의 키를 두드리자 모니터 스크린에 로켓의 燃料(연료) 공급 시스템 그림이 나타났어. 이어서 탐지기가 나타나더니 다시 전체 외관이 보였어. 그림을 바꾸어가며, 이반 니키포로비치는 이제 자기 딸이 옆에 있다는 사실 조차 의식하지 못했어.
 
그는 중얼거리며 논리를 헤아려 보았어.
- 각부에 탐색 장치를 탑재한게 분명해. 그래, 물론이지, 각 부에 말이야. 하지만 프로그램이 다를 수는 없어. 프로그램은 동일해...
그때 갑자기 옆 컴퓨터에서 소리가 들렸고, 급히 그쪽을 바라보았어. 이반 니키포로비치는 옆 컴퓨터의 모니터를 보고는 그 자리에서 넋을 잃고 말았어. 모니터에서 ''非常(비상)! 비상X'' 란 내용을 담은 텍스트가 계속해서 깜박이고 있었어. 이반 니키포로비치가 재발리 키보드를 누르자 화면에서는 軍服(군복) 차림의 한 남자 영상이 나타났어.
 
- 무슨 일이오?
그에게 이반 니키프로비치가 물었어.
- 세 차례의 특이한 폭발이 탐지되었습니다.
- 全軍에 제1호 非常 명령이 내려졌습니다. 작은 규모의 폭발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엔 地震이 발생했고요. 사태를 해명하는 자는 아직 아무도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정보국에 따르면, 온 지구의 軍이 제 1호 비상 대기 상태입니다. 공격하는 측은 아직 미상입니다. 폭발은 계속되고 있고, 우리는 상황 파악에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우리 부서의 모든 직원들은 상황분석 착수를 명령 받았습니다.
 
모니터 화면속의 사람은 군대식으로 빠르고 분명히 말했어. 말미에는 격앙된 감정으로 덧붙였어.
- 이반 니키포로비치, 爆發(폭발)이 계속되고 있어요. 저 나갑니다...
군복 차림의 사람이 스크린에서 사라졌지만, 이반 니키포로비치는 꺼진화면을 계속 주시하며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어. 생각에 잠긴 채, 자그마한 다샤가 서 있는 쪽으로 천천히 돌아서는, 믿을 수 없는 자신의 추측에 몸서리 치고 말았지.
 
그의 조그마한 딸이 눈을 가늘게 뜨고, 깜빡이지도 않고, 초현대식 로켓 그림이 있는 모니터를 쳐다보는 걸 보았던 것이지. 딸 아이의 몸이 문득 파르르 떨렸어. 다샤는 안심한 듯, 숨을 한 번 들이쉬고는 키보드에서 ''Enter''를 눌렀어. 그러자 새 로켓의 그림이 나타났고, 딸은 다시 눈을 가늘게 뜨고 그걸 유심히 쳐다보기 시작했어.
 
이반 니키포로비치는 전신마비가 온 듯 제자리에서 꼼짝도 못하고 서서 열병에 걸린듯 생각으로만 중얼거렸어. ''정말 저 애가 그걸 폭발했단 말인가?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자기 생각으로 저것을 폭파할 수 있나? 저 애가 그러는 걸까? 정말? 어떻게? 그는 딸 아이가 하는 걸 그만두게 하려고 그애를 불렀어. 큰 소리가 안 나와 소근소근거렸어. ''다샤, 다쉔카, 우리 딸, 그만 하거라!'' 이 모든 광경을 주시하고만 있던 코스짜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자기 동생한테 다가가서 동생을 살짝 때리고는 빠르게 선언했어.
 
- 다쉬카, 너 이젠 아빠까지 놀라게 했어. 난 이제 너하고 이틀 동안 애기도 안 할 거야. 하루는 엄마, 또 하루는 아빠를 위해서야. 알았어? 아빠를 놓라게 하다니.
정신 집중 상태에서 서서히 풀려나오면서, 다샤는 오빠 쪽으로 고개를 돌렸어. 이젠, 정신을 집중한 가늘게 뜬 시선이 아니라, 용서를 비는 애처로운 視線(시선)으로 오빠의 눈을 바라보았어. 코스짜는 눈물이 글썽한 다샤의 눈을 보고는 동생의 어깨에 손을 얹고 전보다는 풀어진 목소리로 말했어.
 
''좋아, 내가 말을 심하게 했어. 하지만 아침마다 리본 매는 것은 너 스스로 해. 넌 이제 어린애가 아니니까. 울지만 마.''라고 말하며 오빠는 다샤를 多情히 안았어. 소녀 아이는 코스짜 가슴에 얼굴을 묻었고, 그 애의 어깨가 들썩거렸지. 소녀는 슬프게 울며 자꾸자꾸 말했어. ''또 놀라게 했어. 내가 바보야. 잘하려고 했는데 또 놀라게 했어.'' 갈리나가 아들한테 다가와서 쪼그려 앉아 다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어. 소녀는 엄마 목에 와락 안겨서는 조용히 울기 시작했어.
 
- 다샤가 어떻게 하는 거니, 코스짜? 어떻게?
제 정신이 돌아온 이반 니키포로비치가 아들한테 물었어.
- 시계 바늘 돌리는 거하고 같아, 아빠.
코스짜가 대답했어.
- 하지만 시계는 곁에 있고, 로켓은 멀잖아. 그 所在地(소재지)도 완전 비밀로 유지되고 있어.
 
- 아빠, 그게 어디 있는지는 다샤한테 아무 상관이 없어. 물체의 겉모양만 보는 것으로 충분해.
- 그런데 폭발은... 그걸 폭파시키려면 접속을 해야 하는데...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여럿을... 안전장치, 비밀장치... 등등이 있거든...
- 아빠, 다샤는 연결점을 다 붙여 보는 거야. 그러다 接續(접속)이 이루어져. 전에는 한 15분쯤 오랫동안 해야 했는데, 이제는 한 일 분이면 돼.
 
- 전이라니?
- 네, 아빠. 로켓을 가지고 논 건 아니지만요. 우린 그렇게 놀았어요. 동생은 시계바늘을 움직일 줄 알아어요. 난 동생한테 어렸을 때 타고 놀던 전기 자동차를 보여주었어요. 자동차 앞 뚜껑을 열고 전선을 헤드라이트에 연결해 달라고 했어요. 내 손이 거기까지 미치질 않아서요. 그랬더니 동생이 연결했어요. 그리고 한 번 타보고 싶다고 했을 때, 제가 말했어요. 아직 어려서 시동을 걸고 정지하고 할 수 없을 거라고요. 그런데 자꾸 졸라서 그러라고 했어요.
 
내가 시동 거는 방법을 설명했는데, 다샤는 다 자기식대로 했어요. 아빠, 다샤는 운전대를 잡고는 아무것도 켜지 않고 그냥 출발했어요. 다샤는 시동을 건다고 생각했지만, 제가 보니 손으로 아무것도 만지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시동을 걸긴 했는데, 그게 생각으로 한거였어요. 아, 그리고요, 아빠, 다샤는 微生物하고 친해요. 그것들이 다샤 말을 잘 들어요.
 
- 미생물하고? 어떤 미생물?
- 여러 가지요. 우리 주변에도 살고, 우리 안에도 사는 것들이요. 그것들은 보이지 않아요. 그렇지만 있어요. 우리 가원 끝자락, 숲 속에는 오래된 고압 送電塔(송전탑)에서 남은 금속 기둥이 삐죽 튀어나와 있어요, 기억나죠, 아빠?
- 삐죽 나왔더랬지, 그게 어째서?
- 콘크리트 기초에 박혀 녹이 슬었어요. 나하고 다샤하고 버섯을 따러 갔을 때, 다샤가 그걸 보고 말했어요. 저것 때문에 열매와 버섯들이 자라지 못한다고 나쁘다고 했어요. 그러더니 다샤가 말했어요. ''너희들이 저걸 빨리 먹어치워.''
 
- 그랬더니?
- 이틀 후에 이 녹슨 잔해와 콘크리트 기초가 없어졌어요. 아직 풀은 나지 않고 흙 바닥이 드러나 있었어요... 미생물들이 금속과 콘크리트를 먹어치웠어요.
- 코스짜, 그런데 왜, 왜 전에 내게 다샤한테 일어난 일을 하나도 얘기하지 않았니?
- 겁이 났어요, 아빠.
- 뭐가?
 
- 역사책을 읽었는데... 멀지 않은 과거에, 특수한 능력을 보유한 사람들을 격리시켰대요. 아빠하고 엄마한테 모두 다얘기하려고 했는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어요. 엄마 아빠가 알아듣고 믿게 하려면...
- 코스짜, 우린 너를 언제나 믿는다. 게다가, 네가 보여줄 수도 있었잖아... 아니, 다샤한테 부탁해서 뭔가 피해가 안 되게 자기 능력을 보여 보라고 할 수도 있었겠지.
 
- 아빠, 내가 두려워했던 거 그게 아니에요. 다샤가 보여줄 수도 있었겠지요.
코스짜는 입을 다물었어. 다시 입을 열었을 때, 그의 감정은 격앙된 상태였어.
- 아빠, 난 아빠 엄마를 사랑해요... 다샤한테는 가끔 엄하게 대하지만, 다샤를 난 많이 사랑해요. 다샤는 착해요. 다샤는 주변 모두에게 착하고, 다샤는 벌레한테도 화내지 않아요. 벌레도 다샤한테 그래요. 꿀벌이든 별통에 다가가 벌통 구멍 곁에 앉아 바라보아요. 어떻게 날아다니는지. 꿀벌들은... 꿀벌이 새까맣게 그 아이 손에, 발에, 뺨에 기어다니는데 쏘지는 않았어요. 다샤가 날아오는 꿀벌한테 손바닥을 내미니까 벌들이 거기 않아서 뭔가를 남겼어요. 다샤는 나중에 손바닥을 핥고 웃었어요. 다샤는 착해요. 아빠...
 
- 진정하거라, 코스짜, 진정해. 차분히 상황을 정리해 보자꾸나. 그래, 침착하게 생각해 봐야 해. 다샤는 아직 어린애야. 다샤가 최첨단 로켓 몇 개를 터트렸어. 세계대전이 일어날 수도 있었지. 끔찍한 전재이야. 하지만 전쟁을 하지 않고도... 그런데 만약 다샤가 적군의 로켓 말고 우리 로켓의 그림도 훑어 보았다면... 전 세계 나라에 있는 모든 로켓들이 터지기 시작했다면, 세계는 종말을 고할 수도 있었어. 수억 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어. 나도 우리의 어린 댜샤를 사랑한단다. 하지만 수백만이... 조언을 구해야 해. 출구를 찾아야 해. 그런데 지금 당장은, 당장은 몰라... 다쉔카를 어떻게든 격리해야 해. 어떻게든.. 그래. 얼마간 잠을 자도록 해야 할지도 몰라. 그럴수 있겠지... 그 외 다른 방법이 없을까? 또 어떤 해결 방안이 있지?
 
- 아빠, 아빠, 잠깐. 혹, 다샤 마음에 안 드는 대량살상 로켓을 모두 地球(지구)에서 완전히 없애면 안 될까요?
- 없앤다?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전 세계 나라들의 합의가 필요해. 모든 군 관계자들과. 그래... 그렇지만 그렇게 빨리 할 순 없어. 그래, 가능하기는 할지 모르겠지만. 그런데 지금은...
 
이반 니키포로비치는 컴퓨터로 급히 다가갔어. 그 화면에서 다샤가 터트리지 못하게 막아놓은 로켓의 그림이 떠 있었어. 로켓의 그림이 떠 있는 모니터를 끄고, 통신용 컴퓨터의 키보드 쪽으로 옮겨 앉아서 이런 내용의 전문을 쓰기 시작했어.
''수신처: 본부 사령부. 본 내용은 모든 軍 관계자와 국제 通信社(통신사)에 긴급 배포해야 함.
 
일련의 로켓 폭발의 원인은, 접속을 연결할 능력이 있는 박테리아임. 그들을 조종할 수 있음. 폭발성 모든 武器(무기)들의 그림을 반드시 없애 버려야 함. 모두!!! 아주 작은 탄알부터 가장 큰 최첨단 로켓 시스템까지 모두 다! 박테리아를 조종하는 자는 폭발 위험이 있는 물체의 소재를 몰라도 됨. 그는 그림에서 그 形態(형태)만 보면 됨!''
이반 니키포로비치는, 이제 웃으며 신나게 엄마와 얘기를 나누고 있는 다샤를 보고 전문에 이런 내용을 추가 했어. ''폭발을 제어하는 장치의 位置(위치)는 불명.''
 
이어서 이반 니키포로비치는 사령부 본부로 暗號(암호)처리된 전문을 발송했어. 다음날 아침, 러시아 최고군사회의가 비상 소집되었어. 이반 니키포로비치의 家園이 소재한 마을 주변에는 경비대가 배치되었어. 경비대는 남들 눈에 띄지 않게 도로정비 노동자 차림을 하고 있었어.
 
마을 외곽 5킬로미터 거리에 순환도로 건설하는 흉내를 냈어.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모두가 동시에 한 발 간격을 두고 공사를 했어. 이반 니키포로비치의 가원에는 망원 카메라가 설치되어, 어린 다샤의 一擧手一投足(일거수일투족)을 계속 주시했어. 그 영상은 우주비행통제센터를 닮은 곳으로 전송되었어. 비상사태를 대비하여, 수십명의 심리학자, 군인, 전문가들이 모니터 옆에서 교대로 비상대기했어. 심리 전문가들이 다샤가 깊은 생각에 들지 않고 무언가를 할 일을 찾도록 특수 통신수단을 통해 계속 부모에게 조언을 했어.
 
러시아 정부는 국제 聲明(성명)을 발표했어. 많은 사람들은 그 성명을 이상하게 생각했지. 러시아 정부는 어떤 무기이든 그 소재지와는 상관없이 폭파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성명을 낸 거야. 그 힘은 러시아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그와 協商(협상)을 진행중이라 했어. 믿기 어려운 이 성명은 증명이 필요했지. 국제회의에서는 특수 형태의 포탄을 제작하기로 결정되었어. 탄약통을 네모나게 만들었어. 이 실험에 참가국은 각기 이런 포탄을 20개씩 가지다가 자기 나라 領土(영토)의 여러 곳에 감추었어.
 
- 왜 네모난 탄약통 폭탄을 만들었지? 그냥 있는 거로 하면 되지?
내가 아나스타시아한테 물었다.
- 세상에 있는 모든 폭탄뿐만이 아니라, 경찰, 군인, 그리고 탄알이 장착된 모든 武器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의 총알이 터질 것을 염려한 거야, 블라지미르.
- 그렇구나... 그래서 네모 폭탄 실험은 어떻게 됐어?
- 이반 니키포로비치는 자기 딸 다샤를 자기 서재로 불러서 네모난 폭발물의 寫眞(사진)을 보여주고 폭파해 보라고 했어. 다샤는 사진을 보더니 이렇게 말했어.
 
- 아빠, 난 아빠를 많이 많이 사랑해. 하지만 아빠 부탁을 절대 들어줄 수 없어.
- 왜?
이반 니키포로비치는 놀랐자.
- 난 못해.
- 다쉐카, 전에는 했잖아. 최신식 로켓을 여럿 폭파했잖아. 왜 지금은 안 되지?
- 그땐 내가 좀 흥분했었거든, 아빠. 아빠가 어디론가 떠나거나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 있는게 난 싫었어. 아빠는 컴퓨터 앞에만 앉으면 아무하고도 얘기도 하지 않고, 재미있는 것도 아무것도 안 해. 그런데 지금은 아빠가 항상 곁에 있지. 아빠는 아주 좋은 사람이 됐어. 이제 난 폭발을 할 수 없어.
 
이반 니키포로비치는 깨달았지. 다샤가 폭발의 목적을, 그 의미를 理解(이해)하지 못하면 네모난 폭발물을 폭파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거야. 이반 니키포로비치는 안절부절 못하고 방안을 서성이며 어찌하면 방도를 찾을 수 있을까 골똘히 생각했어. 그는 흥분상태가 되어 다샤를 설득하기 시작했어. 마치 혼자 생각하듯이 딸에게 말했어.
- 안 된다고... 그래... 안타깝다. 수천 년 동안 세상은 전쟁을 했어. 하나의 전쟁을 끝나면 다른 전쟁이 꼬리를 물었지. 수백만 사람이 목숨을 잃었고 지금도 마찬가지야. 군비에 엄청난 비용이 들어... 멈추지 못하는 이 학살을 단절시킬 기회였는데... 안타깝구나...
 
이반 니키포로비치는 의자에 앉아 있는 다샤를 바라보았어.
딸의 얼굴은 평온했어. 아빠가 서재를 서성이며 중얼거리는 것을 재미있게 바라보았어. 하지만 아빠가 하는 말에 관심이 없었어. 전쟁이 무엇인지, 엄청난 비용이 무엇인지, 누가 그 돈을 쓰는지 아이는 알 수가 없었지. 아이는 자기대로 생각한 거야.
 
''왜 아빠는 차갑기만 하고, 아무 에너지도 주지 않는 컴퓨터 주변에서 걱정스레 서성일까? 나무가 꽃을 피우고 새가 지저귀고 온갖 풀과 나뭇가지가 뭔가 보이지 않는 것으로 온 몸을 다정하게 감싸주는 동산으로 나가지 않을까? 엄마와 코스짜가 지금 거기서 기다리고 있는데. 아빠가 빨리 재미없는 대화를 마치고, 같이 동산으로 나갔으면 좋으면만. 엄마와 코스짜가 우리를 보자마자 반가워할 텐데. 엄마는 웃을 거야. 코스짜는 어제, 돌과 꽃을 만지면서 멀리 있는 별님을 만지는 방법을 알려준다고 약속했는데... 코스짜는 항상 약속을 지켜...''
 
- 다쉔카, 아빠 얘기가 재미없니? 내가 말한 거 무슨 말인지 모르지? 다샤, 무슨 생각하고 있니?
- 이반 니키포로비치가 딸에게 물었어.
- 아빠, 난 왜 우리가 동산에 나가지 않고 여기 있나 생각했어. 거기서 모두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데.
이반 니키포로비치는 딸과 솔직하고 具體的(구체적)으로 얘기를 해야겠다고 깨달았어. 그리고 말문을 열었어.
 
- 다쉔카, 네가 로켓 그림을 보며 폭파했을 때, 다시 한 번 네 능력을 실험해 보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어. 세상에 있는 모두 무기를 없앨 수 있는 러시아의 능력을 세상에 보여주려 했던 거야. 그러면 무기를 생산할 이유가 하나도 없어지니까. 이유도 없고 오히려 危險(위험)하기까지 하지. 이미 만들어 놓은 것들을 사람들이 스스로 없애버릴 거야. 그러면 일대 무장해제 소동이 일어나겠지. 네모난 폭탄은 네 능력을 시험해 보이고, 이때 아무도 다치지 않도록 특별히 만든 거야. 이제 네가 그걸 폭파해 보거라, 다쉔카.
 
- 아ㅃ, 난 이제 못해.
- 왜? 아까는 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못한다고?
- 아무것도 폭파하지 않겠다고 나 스스로 약속했어. 한 번 약속했으니까 난 이제 폭파할 능력이 없어.
- 없다고? 왜 그런 약속을 했니?
- 코스짜 오빠가 오빠 책에 있는 그림을 보여주었어. 폭발해서 사람들의 몸이 조각조각 나고, 무서워서 떨고, 나무가 쓰러지고, 죽는 걸 보았어.. 그래서 난 약속했지...
 
- 다쉔카, 그러니까 이제 넌 딱 한 번도 할 수 없어? 딱 한 번만... 딱 한번, 이 네모난 폭발물...
이반 니키포로비치는 딸에게 사각형 폭발물 사진을 내밀었어.
- 이것은 실험용으로 특별히 제작되어 여러 나라 은밀한 곳 여기저기에 숨겨두었어. 폭발물 근처에는 사람이 없어. 모든 사람들이 폭발할지 안 할지 기다리고 있단다. 딸아, 폭파시켜라. 그렇게 해도, 너 자신과의 약속을 어기는게 아니야. 누구도 죽이지 않아. 오히려...
아샤는 네모 폭탄의 사진을 시큰둥하게 쳐다보고는 침착하게 대답했어.
 
- 어빠, 내가 약속을 취소한다 해도, 이 폭탄들은 폭발하지 않아.
- 왜 그렇지?
- 왜냐하면 아빠는 너무 길게 얘기하니까 그렇지. 난 사진을 보자마자 이 네모난 게 보기 싫었고 하나도 마음에 안 들었어. 못생겼어. 그래서 지금은...
- 그래서 지금은 뭐... 다쉔카... 뭐?
- 아빠, 미안해, 아빠가 사진을 보여주고 너무나 오래 얘기하는 바람에, 걔들이 이미 거의 다 먹어치웠어.
- 먹다니? 뭐를 먹었어?
- 그 네모난 砲彈(포탄)을 거의 다 먹었어. 포탄이 내 마음에 안 들자마자 난 느낄 수 있었어. 그 아이들이 움직이더니 빨리빨리 먹기 시작한 거야.
 
- 그 애들이 누군데?
- 그 조그만 것들이지. 우리 주변에도 있고, 우리 속에도 있는. 좋은 애들이야. 코스짜는 그게 박테리아라고 했어. 微生物(미생물)이라던가. 난 내 식으로 불러. ''쪼그만 애들아, 착하다'' 그렇게 하면 더 좋아해. 난 가끔 그 애들하고 놀아. 사람들은 그 애들한테 관심을 두는 적이 거의 없지만, 그 애들은 사람 모두를 위해 항상 좋은 일을 하려고 해. 사람이 즐거워하면 좋은 에너지가 나오니가 그 애들한테도 좋아. 사람이 화를 내거나 무언가 산 것을 부수면 그 애들도 떼로 죽어. 죽은 것들의 자리를 다른 것들이 다시 채우는데, 늦어버리면, 사람의 몸에 병이 나는 거야.
 
하지만 다쉔카, 너는 여기 있고, 폭탄들은 멀리 여러 나라 땅 속에 숨겨져 있어. 그런데 어떻게 너의 ''쪼그만 것들''이 다른 나라에 있으면서, 어떻게 그렇게 빨리 너의 소원을 알 수 있지?
- 그 애들은 서로서로 고리를 이루어서 무척 빨리 얘기를 전해. 아빠의 컴퓨터에 있는 電子들이 뛰는 것보다 훨씬 빨리.
- 컴퓨터... 통신... 지금... 내가 지금 다 확인해 볼게. 다른 나라에 숨겨져 있는 폭발물 주변에는 비디오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거든, 잠깐만.
 
이반 니키포로비치는 통신용 컴퓨터 쪽으로 몸을 돌렸어. 모니터 스크린에는 네모난 폭발물의 그림이 환히 빛나고 있었어.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폭발물의 잔해들만. 화약통의 몸체는 녹이 슬어 있었고, 구멍이 송송 뚫려 있었어. 彈頭(탄두)는 옆에 뒹굴고 있고, 크기는 훨씬 작아져 있었어. 이반 니키포로비치는 다른 나라에 설치된 폭발물도 살펴보았는데, 다른 폭탄들도 마찬기지였어. 스크린에 군복차림의 남자가 나타났어.
 
- 안영하십니까. 이반 니키포로비치. 이미 다 보신 대로입니다.
- 안보회의에선 어떤 결론을 내렸나요?
이반 니키포로비치가 물었어.
- 안보회의는 두 그룹으로 나뉘어 회의 중입니다. 경비대는 목적물의 안전을 위해 추가 조치를 강구 중입니다.
- 내 딸을 목적물이라 부르지 마십시오.
 
- 예민하십니다, 이반 니키포로비치. 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어쩔 수 없습니다. 5분 후면 분야별로 최고의 전문가, 심리학자, 생물학자, 라디오전자학자들로 구성된 전문가 그룹이 당신께 당도할 것입니다. 이미 출발했습니다. 그들이 당신의 따님과 얘기를 나눌 수 있게 조치하십시오. 그에 맞게 따님을 준비시켜 놓으세요.
- 안보회의 참석자 過半數(과반수)는 어떤 의견입니까?
- 아직은 당신의 가족을 가원의 테두리 안에다 완전 隔離(격리)시키자는 쪽입니다. 당신은 지금 당장 모든 기기들의 그림을 치우셔야 합니다. 따님과 함께 계시고, 계속 주시해 주십시오.
 
이반 니키포로비치의 家園으로 당도한 안보회의 전문가 그룹의 한 무리는 한 시간 반 동안 다샤와 대화를 나누었어. 어린아이는 어른들의 질문에 참을성 있게 답했어. 그러다 한 시간 반 가량이 지나서 사건 하나가 발생했어. 가원에 있던 모든 전문가들과 안보회의 본부에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진행사항을 주시하던 모든 사람들은 완전히 넋을 잃고 말았지.
 
다샤와 한 시간 반쯤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이반 니키포로비치의 널따란 서재 門이 활짝 열리더니, 다샤의 오빠 코스짜가 들어왔어. 그 애는 계속 울어대던 뻐꾸기 시계를 들고 왔어. 코스짜는 시계를 책상 위에 놓았어. 시계바늘은 11시를 가리겼고, 뻐꾸기가 열한 번째 소리를 낼 무렵, 큰 시계 바늘이 눈금 판을 한 바퀴 빨리 돌더니, 다시 뻐꾹 소리를 내기 시작한 거야. 참석자들은 어리둥절하여 시계와 다샤를 번갈아 바라보았어.
 
- 아참!
다샤가 소리쳤어.
- 내가 까맣게 잊고 있었네. 중요한 일이 있어서 나가 봐야 해요. 내 친구 베로니카가 바늘을 돌리는 거예요. 그렇게 약속했어요. 내가 혹 잊을까 봐서. 가볼게요.
경비원 두 명이 서재의 出入口를 달았어.
- 다쉔카, 뭘 잊었다고?
이반 니키포로비치가 딸에게 물었어.
- 내 친구 베로니카가 사는 家園에 가봐야 해요. 가서 조그마한 꽃을 쓰다듬어주고 물을 주어야 해요. 안 그러면 심심해할 거예요. 꽃들은 내가 多情히 바라보아 주면 좋아해요.
 
- 네 꽃이 아니잖니?
이반 니키포로비치가 말했지.
- 네 친구가 직접 만져주지 되지? 자기 꽃이니까.
- 아빠, 베로니카는 父母님하고 여행을 가 있어요.
- 어디로?
- 西시베리아 어디래요.
참석자들의 수군수군거리는 歎聲(탄성)이 사방에서 들렸어.
- 저 아이 혼자가 아니라고?
- 저 아이 친구한테는 어떤 능력이 있을까?
- 저 애 혼자가 아니야!
- 그럼 몇이나 되지?
- 그걸 어떻게 알아내냐고?
- 저런 아이들 모두한테도 緊急(긴급)히 조치를 취해야 해!
 
자리의 끝 쪽에 앉아 있던 머리가 센 한 老人이 일어서면서 탄성은 가라 앉았어. 이반 니키포로비치의 서재의 모인 사람들 중 이 사람의 직함과 직위가 最高(최고)였어. 그는 러시아 안보회의 議長(의장)이었던 거야. 모두가 그를 보고 돌아서서는 입을 다물었어. 그의 뺨에는 눈물 방울이 흘러내렸어. 그리 흰머리 노인은 천천히 다샤한테 다가가서 그 애 앞에서 한 무릎을 끊고 그 애한테 손을 내밀었어. 다샤는 일어서서 한 발짝 다가가서는 자기 옷 가장자리 주름을 잡고, 살짝 무릎을 굽히는 人事(인사)를 하고는, 그의 손에 자기의 조그마한 손을 올려놓았어. 흰머리 노인은 아이를 얼마간 바라본 다음, 고개를 숙여 다샤의 손에 정중하게 입을 맞추고 말문을 열었다.
 
- 자그마한 女神이구나. 부디, 우리를 용서해다오.
- 내 이름은 다샤에요.
소녀가 대답했어.
- 그래, 물론이지, 네 이름은 다샤가 맞지. 우리한테 한 번 말해 주지 않으련? 우리 地球가 어때야 하지?
소녀는 놀란듯이 이 나이든 노인의 얼굴을 쳐다보았어. 그에게 다가가서 그의 뺨에 흐르는 눈물 방울을 손바닥으로 조심스레 훔쳐 주고는 손가락으로 콧수염을 잠시 만졌어. 그리고는 오빠를 향해 돌아서더니 말했어.
 
- 코스짜, 오빠, 약속했자? 베로니카네 연못에 있는 백합하고도 놀아준다고. 약속한 거 기억나?
- 기억나.
코스짜가 답했어.
- 그럼 가자!
- 그래 가자!
뒤로 물러서던 경호원들을 지나며, 다샤는 문지방에 잠시 멈춰서더니, 아직도 한쪽 무릎을 끊고 있던 사람 쪽으로 돌아서서, 그에게 미소를 지으며 자신 있게 말했어.
- 우리 지구는... 善이여, 지구에서 永遠(영원)하라!
여섯 시간 후, 러시아 확대 안보회의에서 흰머리 의장은 이렇게 선언했어.
 
- 세상의 모든 것은 關係(관계)입니다. 우 세대에 비하면 새 세대는 神을 닮았습니다. 우리 수준에 맞추려 하지 말고, 우리가 새 것에 맞추어야 합니다. 최첨단 기술에 기초한 전 세계의 군사력은 새 세대의 조그마한 단 한 명의 少女 앞에서 무기력할 뿐입니다. 새 세대를 위하여 우리가 할 일, 우리의 책무, 우리의 使命(사명)은 쓰레기 청소입니다. 우리는 지구에 있는 모든 종류의 무기를 淸掃(청소)하는데 온 힘을 쏟아야 합니다. 우리가 이룬 기술적 업적과 발명, 초현대식 무기 구현된 모든 것이, 우리는 최첨단이라 생각했지만, 새 세대의 얼굴 앞에선 쓸모 없는 잡동사니인 것입니다. 때문에, 우리는 그것들을 청소해야 합니다.
오늘 당장 누구든 자기 집을 지을 수 있어(아나스타시아 제4권, '함께 짓기')
 

主는, 블라지미르, 오늘 이미 누구든 집을 지을 수 있다는 데 있어. 自身을 하느님으로 느끼며 樂園(낙원)에 살 수 있어. 오늘날 지구상에 사는 사람들과 낙원의 거리는 딱 한 순간이야. 사람들 각자의 깨달음인 것이지. 세상의 偏見(편견)이나 깨달음에 방해만 안되면... 그땐, 블라지미르, 이것 봐...
 
아나스타시아는 갑자기 明朗(명랑)해졌다. 내 손을 잡아서는 흙이 드러나 있는 호숫가로 끌며 빠르게 말했다.
- 이제 모든 걸 알게 될 거야. 다른 사람들도 모두 理解할 거야. 나의 그리고 당신의 독자들도 모두. 사람들은 흙의 本質을 스스로 터득하고 또 자기의 召命(소명)도 깨닫게 될거야. 블라지미르, 자, 지금 바로 생각으로 집을 지어보자! 당신, 나 그리고 사람들 모두. 단언하건데, 사람들 모두의 생각은 하느님의 생각과 닿을 거야. 나를 믿어. 樂園으로 들어가는 門이 열리거야. 빨리, 저리 가보자.
 
호숫가에 내가 그림을 그려볼 테니... 당신이 쓴 책의 글귀를 접하는 사람들 모두와 함께 집을 지을 거야. 사람들의 생각이 흘러 하나로 모일 거야. 하느님의 能力이 사람에도 있어. 생각된 것이 現實이 될 거야. 수많은 집들이 지어질 거야. 그런 집에 사는 사람들은 깨달을 거야. 모두 스스로가 하느님의 꿈, 그 열의를느끼고 이해하게 될 거야. 우리는 집을 지을 거야! 사람들도, 나도 그리고 당신도!
 
- 아나스타시아, 잠깐만. 지금 세상에는 가지각색의 設計(설계) 디자인이 넘쳐. 당신이 설계안을 하나 더 만든다고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어?
- 내 말을 그냥 들으려고만 하지 말고 내가 그리는 그림을 느껴봐, 블라지미르. 그리고 스스로의 생각으로 그림을 마저 그려봐. 누구든 나와 함께 그림을 그려도 좋아요. 오, 제발 부탁입니다. 여러분! 한 번만이라도 해보세요!
 
아나스타시아는 기쁨으로 몸이 떨렸다. 사람들에게 호소했다. 그녀의 설계에 나도 興味(흥미)가 일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 설계안이라는 것을 별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는데, 생각해볼수록 숲 속의 隱者(은자) 아나스타시아가 모든 사람들한테 특급 秘密(비밀)을 열어제친 듯 싶었다. 특급비밀은 그 단순함에 있었다. 순서대로 늘어놓자면 다음과 같다.
아나스타시아는 말했다.
 
- 우선은,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 중에서 자기 마음에 드는 곳을 골라. 당신이 살고 싶은 곳을 말이지. 자기 後孫(후손)들도 살았으면 하는 곳으로. 먼 후손들이 당신을 칭송할 것이야. 그곳은 당신과 氣候(기후)도 잘 맞아야겠지. 그곳에서 1헥타르의 땅을 영구히 자기 이름으로 갖는 거야.
 
- 원한다고 자기 希望(희망)대로 땅을 가질 수는 없어, 지금. 파는 땅은 한정되어 있어.
- 그래, 유감스럽게도 상황이 그렇지. 나라 땅은 넓은데 거기에는 자기 아이나 후손을 위해 조그만 樂園을 지을 땅이 1헥타르도 없다니. 그래도 시작해야 해. 현행법 중에서도 이용할 만한 가장 유리한 조항을 쓸수 있지.
 
- 내가 모든 법 조항을 다 아는 건 아니지만, 일개인이 어느 만큼 땅을 永遠(영원)히 가질 수 있다는 그런 법은 없을 거야. 확실해. 農民들한테는 괘 넓은 땅을 賃貸(임대)해주기도 하지만 99년을 넘지는 못해.
- 그래, 그 期間이 짧아도 괜찮아. 하지만 모든 사람이 자기가 태어난 땅을 갖도록 조속히 法을 제정해야 해. 나라의 번창이 여기에 달려 있어. 그런 중요한 법이 없다면 법을 만들어야지.
 
- 말은 쉬워도 행하기는 어려워. 법은 議會에서 만들어지지. 헌법을 일부 개정하거나 조항을 새로 삽입해야 할 거야. 그런데 우리 의회에선 정당간 싸움뿐이지, 土地문제는 해결하지 못하고 있어.
- 모든 개인이 生地를 갖도록 하는 법을 제장할 만한 정당이 없다면 힘이 있는 政黨을 설립해야 해.
- 누가 정당을 설립해?
- 우리가 지은 집에 대한 冊을 읽은 사람들이. 오늘날 우리에게 生地가 갖는 意味를 깨닫는 사람들이. 생지가 우리 地球의 미래에 대하여 갖는 뜻을 깨닫는 사람들이.
 
- 정당은 그렇다 치고. 당신의 특별한 집에 대해서나 더 설명해봐. 당신이 새로운 무엇을 더 창안해냈는지 궁금해. 누군가가 1헥타르 땅을 얻었다고 가정하자. 멋진 곳이 아니라 雜草(잡초)가 무성하게 자란 곳의 땅을 얻었어. 더 좋은 데는 안 줄 거야. 자 이 땅에 그가 서 있어. 이제 뭘 하지?
- 블라지미르, 당신도 생각해봐. 같이 꿈을 꾸자고. 당신 所有(소유)의 땅에 당신이 서 있다고 가정하고. 그럼 우선 무엇을 해야 할까?
 
 
울타리
 
우선은 물론 울타리를 돌려야겠지. 집을 지을 건자재를 들여놓아야 할 때, 울타리가 없으면 다 집어갈 테니까. 나중에 農事를 지으면 다 도둑질해 갈 수도 있거든. 혹, 울타리에 반대하는 건 아니지?
- 반대 안 해. 모든 動物들도 자기 領域(영역)을 표시해. 그런데 울타리 소재를 무엇으로 할 건데?
 
- 뭐라니? 물론 널빤지로 하지. 아니 잠깐. 널빤지로 하면 너무 돈이 많이 들겠다. 臨時(임시)로 우선은 기둥을 박고 철망으로 둘러 쳐야겠다. 담장 안에서 뭐 하는지 보이면 안되니까 나중에 널빤지로 다시 해야 될 거야.
- 널빤지 울타리는 보수 안 하면 얼마나 가지?
- 素材(소재)가 좋으면 페인트 칠 하고 니스 칠 하고, 또 기둥을 땅에 묻히는 부분만큼 송진을 발라두면 한 5년은 수리하지 않아도 될 거야. 그 이상 갈 수도 있고.
 
- 그 다음은?
- 그 다음엔 좀 수리도 하고, 썩지 않게 페인트도 칠해야겠지.
- 그런 식으로 계속 울타리에 신경을 써야 할 거야. 子息이나 자손 대에 가면 울타리는 더 큰 걱정거리가 될 거고. 자손들에게 일거리를 안기지 않고 썩은 건축물로 기분을 상하지 않게... 그렇게 하면 더 좋지 않을까? 울타리가 더 튼튼하고 더 오래 갈 수 있게. 그래서 당신의 자손들이 할아버지에 대해 德談을 나눌 수 있도록 그런 울타리를 지어봐.
 
- 물론 더 튼튼하게 할 수도 있어. 누구든 그러고 싶지. 예를 들면, 기초와 기둥을 벽돌로 하고, 기둥 사이를 녹슬지 않는 주조한 무쇠 살로 막으면 좋지. 그런 담장이라면 100년 이라도 서 있을 거야. 하지만 이런 담장은 큰 富者나 설치할 수 있어. 생각해봐. 1헥타르면 사방 400미터야. 그런 규모의 담장은 수십만이 아니라 수백만 루블이 필요하겠다. 壽命이 일이백년은 갈 거야. 後孫들이 보며 할아버지를 떠올리겠지. 주변 사람들 모두 부러워할 거야.
 
- 시샘은 좋은 感情이 아니야. 해가 돼.
- 어쩔 수 없잖아. 일 헥타르에 그럴싸한 담장을 치려면 돈이 꽤 든다니까.
- 그럼 다른 울타리를 생각해는 수밖에.
- 다른 어떤 거? 당신 무슨 좋은 생각 있어?
- 나중에 썩어 없어지는 수많은 기둥보다 나무를 심는게 낫지 않을까?
- 나무? 나중에 나무에 못을 박으려고?
- 박을 필요가 없지. 숲에 있는 나무들을 봐. 기둥간 거리가 1.2~2미터를 두고 많은 나무가 자라잖아.
 
그래, 자라지... 하지만 기둥간 구멍이 넓잖아. 울타리가 되긴 어렵지.
- 그 사이에다 뚫고 지나가기 어려운 관목을 심으면 되지. 상상해 봐. 아주 멋진 울타리가 될 거야. 집집마다 조금씩 모양도 다르겠지. 눈이 즐거울거야. 울타리 수리에 子孫들이 시간을 뺏을 일도 없고 오히려 得(득)이 있지. 울타리는 장애물로서의 기능에 그치는게 아니야. 어떤 이는 자작나무를 일렬로 심어 울타리를 만들 수도 있고, 누구는 참나무로 할 수도 있지. 누구는 또 創作慾(창작욕)을 십분 발휘하여 총천연색 울타리를 만들 수도 있겠지.
 
- 총천연색이라?
- 다양한 色의 나무들을 심는 거야. 자작나무, 단풍나무, 참나무, 잣나무. 불타는 색의 빨간 열매가 송이송이 달리는 마가목을 덧심고, 그 사이에 까마귀밥나무를 사이심기 할 수 있지. 벚꽃과 라일락에도 場所(장소)를 할애할 수 있겠지. 처음부터 모든걸 잘 계획하는 거야. 무슨 나무가 높이가 얼마나 자라는지, 봄에 꽃은 어떻게 피는지, 어떤 香이 나는지, 어떤 나무에 어떤 새가 모이는지 모두 다 觀察해야 해. 당신의 울타리는 새들이 노래하고 좋은 향이 넘치고 매일 색조가 조금씩 變化하는 아름다운 그림이 될 거야. 봄에는 꽃이 만발하고 가을에는 황금 色彩(색채)로 불탈 거야.
 
- 우와, 아나스타시아, 당신 꼭 詩人 같다. 단순한 울타리를 그렇게 바꿔놓다니! 그 變化가 아주 좋은데. 왜 사람들은 예전에 몰랐을까? 칠할 필요도 없고, 수리할 필요도 없는데. 나무가 커지면 베어서 장작으로 쓸 수도 있고, 다른 나무를 심어서 다른 그림을 그려볼 수도 있고. 다만, 이런 울타리라면 나무를 심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겠다. 2미터 간격으로 나무를 심어도 구덩이를 200개는 파야 하니까. 게다가 그 사이에 관목들도 심어야 하잖아. 당신은 당연히 機械(기계)를 사용하면 안된다고 하겠지?
 
- 그 반대야, 블라지미르. 이 일에 있어 기계를 거부할 필요 없어. 어두운 힘의 발현 모두를 밝음 쪽으로 돌려야 해. 계획을 더 빨리 실천에 옮기기 위해서는 땅 경계를 따라 四方을 돌아가며 쟁기질을 해서 고랑을 내고, 거기에 당신이 생각해둔 苗木(묘목)과 관목의 씨앗들을 뿌릴 수 있지. 그 다음 다시 한번 갈아서 묘목을 덮고, 땅이 굳어지기 전에 흙을 고르고 다듬어서, 심은 나무들을 한 줄로 맞추면 돼.
 
- 훌륭하다. 그렇게 하면 혼자 하더라도 2~3일이면 울타리를 다 세울 수 있겠다.
- 그럼.
- 그런데 애석하다. 나무가 자라서 울타리가 되기까지는 도둑을 막을 수 없으니. 기다리려면 하 歲月(세월)이고. 잣나무고 참나무고 더디게 자라잖아.
 
- 자작나무나 사시나무는 빨리 자라. 그 사이에 심은 관목들도 成長속도가 빠르지. 정 서두른다면 2미터짜리 苗木을 심을 수도 있겠지. 자작나무가 다 자라면 베서 쓰면 되고 잣나무나 참나무가 그 자리를 대신할 거야.
- 생울타리는 이 정도면 되겠다. 정말 맘에 든다. 자 이제, 住宅(주택)은 어떤 구조로 갈지 말해줘.
 
- 블라지미르, 우선은 土地의 이용계획을 입안하는게 순서 아닐까?
- 무슨 뜻이야? 토마토, 오이, 감자 등을 심는 이랑 말이야? 그건 보통 여자들 일이지. 男子들은 집을 짓는다고. 내 생각에는 유럽형의 근사한 큰 집을 지어야 할 것 같은데. 내 後孫들이 나를 좋게 기억하겠지. 다른 식솔들이 살 작은 집도 하나 지어야 해. 토지가 넓으니까 할 일도 많겠지.
- 블라지미르, 처음부터 모든 것을 잘 계획하면 따로 일꾼들이 필요치 않을거야. 주변의 모든 것이 기꺼이, 사랑으로 당신과 자식들과 손자들에 奉仕(봉사)할 거야.
 
- 절대 그렇게는 안될 걸. 당신이 사랑하는 다츠니키들도 그건 안될 거야. 이들이 所有하는 땅은 기껏해야 5~6백 제곱 미터인데, 그래도 休日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해야 돼. 그런데 1헥타르면... 여기다 農事를 짓는다면 매년 필요한 비료니 퇴비니 그 양도 수십 트럭은 갖다 부어야겠다. 밭에 퇴비를 뿌리고 또 모두 갈아엎어야 하거든. 안 그러면 잘 안 자라. 그리고 또 농약방에 가서 무슨 특수비료를 사다줘야 해. 비료를 안 주면 땅심이 떨어져. 흙을 연구하는 농사전문가라면 잘 알지. 다츠니키들도 자기 經驗(경험)으로 다 터득했어. 땅에 비료를 뿌려야 한다는데 별 이견을 달 수 없겠지?
 
- 물론 땅에 비료를 줘야 해. 하지만 거기에 힘을 쓸 필요는 없지. 당신이 어디에 살든 단조로운 勞動을 힘들여 하지 않아도 땅이 肥沃(비옥)하고 완전한 상태가 되도록 하느님이 원래부터 계획하신 거야. 그의 생각과 닿기만 하면돼. 그의 완벽한 시스템을 느끼면 돼. 자기의 지혜 하나로만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말고.
- 그럼 왜 지금 地球上 어디에서도 하느님의 시스템에 따라 비료를 주지 않지?
 
- 블라지미르, 당신은 지금 타이가 속에 있어. 주변을 봐. 나무들이 얼마나 커. 그 기둥들은 얼마나 육중하냐고. 나무들 사이에는 풀이 있고 관목들이 자라지. 산딸기도 있고 구즈베리도 있어. 그 외에도 타이가에는 수없이 많은 좋은 것들이 사람을 위해서 자라지. 그런데 지난 수천 년간 단 한 번도 그 누구도 타이가에 비료를 준 적이 없어. 그런데 땅은 肥沃하거든. 누가 어떻게 비료를 주었다고 생각해?
- 누구라니? 난 몰라. 그래도 엄청 중요한 사실인걸. 놀랄만한 일이야. 타이가에는 왜 이런 저런 비료가 필요 없는지 당신이 그냥 말해줄래?
 
- 타이가에서는 당신 세상 사람들이 사는 곳만큼 그리 심하게 하느님의 생각과 시스템이 망가지지 않았기 때문이야. 타이가에서는 나무에서 잎이 떨어져 지고, 바람에 잔가지가 부러지지. 나뭇잎과 잔가지 그리고 벌레들이 타이가 흙을 肥沃하게 하는 거야. 자라는 풀이 흙의 成分을 조절하고 관목들이 산이나 알칼리의 여분을 없애도록 돕는 거야. 落葉(낙엽)을 대체할 만한 비료는 당신이 아는 비료들 중 어느 것도 없어. 낙엽은 宇宙의 많은 에너지를 담고 있으니까. 별도 보고 해도 보고 달도 본 낙엽이야. 그냥 본 것이 아니야. 이들과 상호작용을 한 것이지. 수천 년이 더 지나도 타이가 흙은 비옥할 거야.
 
- 그렇지만 집을 지을 땅에는 타이가가 없잖아.
- 그러니까 계획을 하라는 거지! 다양한 종의 나무로 숲을 이루라는 말이야.
- 아나스타시아, 그러지 말고 그냥 당신이 얘기해주면 안될까. 어떻게 하면 부지의 토양이 저절로 肥沃(비옥)하게 되는지? 중요한 일이야. 이거 말고도 해야할 일이 태산이잖아. 씨도 뿌리고 온갖 해충도 구제해야 하고...
 
- 물론 세부적으로 자세하게 설명할 수도 있어. 더 좋기로는 모두 각자가 이 세우는 일에 자기의 생각과 마음과 꿈을 담는 것이지. 어떻게 하면 아이들과 孫子들에 기쁨을 줄 수 있을지 사람 모두는 직감적으로 느끼는 거야. 통일된 하나의 안은 있을 수 없어. 위대한 작가의 위대한 그림처럼 다 다를 수밖에 없어. 각자 自己의 것이 있기 마련이야.
- 그럼 그냥 대강이라도 설명해봐.
 
- 알았어. 조금만 말해줄게. 그런데 우선은 더 중요한 걸 알아야 해. 모든것은 사람의 복지를 위해 하느님께서 創造하신 거야. 당신은 사람이야. 당신은 주변의 모든것을 조정할 수 있어. 당신은 사람이라고! 지구 상의 樂園이 어떤 건지 가슴으로 이해해봐, 느껴봐.
- 철학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말해봐. 어디에 뭘 심어야 하는지 어디에서 뭘 파내야 하는지 말해봐. 어떤 作物을 심어야 후에 더 비싸게 팔 수 있지?
- 블라지미르, 작금의 농부와 농장주들이 왜 幸福이 없는지 알아?
- 왜 그렇지?
 
-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수확을 얻어서 팔려고 애쓰지... 땅보다는 돈에 대한 생각이 더 많아. 자기가 태어난 둥지에서 幸福할 수 있다고 스스로 믿지 않아. 도시 사람들이 모두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것은 반드시 外部로 나타나. 겉으로 나타나는 모습도 물론 중요해. 우리 같이 부지의 모습을 그려봐. 내가 시작할 테니 나를 좀 도와줘.
- 도와볼 테니, 시작해봐.
 
- 우리 땅은 공지에 있어. 생울타리는 우리가 이미 造成했고. 부지의 3/4이나 1/2에 다양한 나무를 심어 숲을 조성해보자구. 그 숲의 자락, 그러니까 나머지 땅과 접하는 곳에는 動物들이 통과해서 텃밭에 심어놓은 작물을 밟지 못하도록 생울타리를 쳐야 해. 숲에는 좁게 심은 생나무들로 나중에 염소 한 두마리가 살 수 있는 우리를 마련할 수 있겠지. 알을 낳는 닭이 숨을 곳도 마련해줄 수 있고. 텃밭에는 한 200 제곱미터 넓이의 깊지 않은 연못을 조성하면 좋을 거야. 숲속에는 산딸기나 구즈베리 관목을 심자. 가장자리를 따라 양딸기를 심으면 되고. 또 숲에는 나무들이 얼마 자란 후 꿀벌을 위해 빈 벌통 3개 정도 만들어 놓을 거야. 더위를 피해 친구나 아이들과 對話를 나눌수 있는 정자도 나무를 심어 만들면 좋겠지. 산 것으로 침실을 꾸미고 또한 創作에 전념할 수 있는 공간도 조성할 수 있지. 아이들 침실과 응접실도 만들자.
 
- 우와 멋지다. 이건 숲이 아니라 무슨 궁궐인걸.
- 살아있는 궁궐이지. 永遠히 자라는. 하느님께서 그렇게 다 구상하신거야. 사람은 단지 모두에게 課題(과제)만 주면 돼. 자기의 취향과 意圖와, 생각에 따라 모두에게.
- 왜 하느님은 처음부터 그렇게 하지 않으셨을까? 숲에는 뭐든 아무렇게나 자라잖아.
 
- 숲은 創造者인 당신을 위한 책과 같은 거야. 블라지미르, 좀 더 자세히 살펴봐, 아버지께서는 모든걸 거기에 써놓으셨어. 봐, 세 나무가 서로 반 미터 간격을 두고 자라지. 이 나무들을 한 줄에 세울 수도 있고 또 다른 여러가지 모양으로 정렬할 수도 있어. 나무들 사이에 관목을 적절히 심어놓으면 달콤한 生活을 할 수 있을 거야. 여기 나무 사이에는 풀이나 관목이 자라지 못해. 나중에 살아있는 집을 지을 때 이 점을 고려해야겠지. 모두에 프로그램을 入力만 하면 되는 거야. 취향에 따라 필요하면 修正하면 되는 거고. 당신의 땅 부지에 자라는 주변의 모든 것이 당신과 자식과 후손들을 아끼고 보살피고 먹이고 할 거야. 반드시 그렇게 돼.
 
- 먹고 살려면 텃밭을 가꾸어야 하고, 그러려면 땀을 흘려야 해.
- 텃밭도 고역을 하지 않아도 되게 造成할 수 있어, 블라지미르. 이런 밭은 觀察만 잘 하면 돼. 숲에서는 풀속에서 모든게 자라는 것처럼. 최상품의 토마토, 오이도 그 속에서 자랄 수 있어. 맛도 훨씬 더 있고 몸에도 훨씬 더 이로울 거야. 주위에 벌거벗은 흙이 없으면 그래.
- 잡초는? 해충이나 풍뎅이들이 다 버려놓을 텐데?
- 자연에는 쓸모 없는게 없어. 불필요한 잡초라는 것도 없어. 사람한테 해가 되는 벌레들도 없고.
 
- 없다니? 메뚜기 떼는? 아니면 예를 들어 감자 밭을 버려놓은 콜로라도 감자잎벌레는?
- 그래, 버려놓지. 그것으로 사람들한테 보여주는 거야. 그런 사고가 계속되는 것은 흙의 온전함이 깨져버린 것이라고. 創造者의 의도와 어긋나는 것이라고. 어떻게 해마다 같은 곳을 계속 耕作(경작)할 수 있어? 흙에 무리가 가는 거야. 미처 아물지 못한 상처의 딱지를 긁어내며 그곳이 잘 아물기를 바라는 격이지. 지금 당신과 構想(구상)하고 있는 우리의 터에는 콜로라도감자잎벌레나 메뚜기 떼가 근접하지 않아. 위대한 조화 속에서 성장하면 그 열매에도 조화가 담기게 되어 있어.
 
- 당신이 말한 대로 모든게 저절로 된다면, 당신이 構想한 부지에서는 사람이 비료를 주지 않아도 되고, 또 농약으로 해충과 싸우지 않아도 되고, 또 김을 매지 않아도 되고, 또 모두가 저절로 알아서 큰다면, 사람이 할 일이 뭐가 있을까?
- 樂園에 사는 거지. 하느님이 원하시는 바야. 그런 낙원을 짓는 사람은 하느님의 뜻과 접하게 되고, 그러면 그가 동참하는 새로운 創造가 이루어지는 거야.
- 새로운 창조라니?
- 그에게는 예전의 것이 다시 지어지는 순서가 오는 거야. 우리가 아직 못다 한 그림을 다시 그려야겠어.
'다시 태어난 듯한 새 아침'(아나스타시아 제3권, '사랑의 공간')
 
 
아침. 잠에서 깨어났다. 기분이 너무 좋다. 이 상쾌한 기분이 사라질까 두렵다. 이렇게 생각한다. 꼼짝하지 말자. 도대체 밤에 무슨일이 있었길래 이렇게 좋을까? 지난 밤 몸과 마음이 사랑의 못에 잠겨 멱을 감은 듯하다. 날이 밝아서야 지난 밤 왜 춥지도 덥지도 않았는지 알수 있었다. 난 마른 풀과 꽃에 푹 가라앉아 잠이 들었고 거기서 향긋한 냄새와 熱(열)이 발산되었던 거다.
 
시베리아 嚴冬雪寒(엄동설한)에 아나스타시아는 왜 춥지 않은지 묻는 독자들이 많다. 답은 간단하다. 짚가리에 푹 잠기면 어떤 추위도 두렵지 않다. 하긴 아나스타시아한테는 자기 나름대로의 체온 유지 방법이 있는 듯도 하다. 영상 5도의 저온에서도 半裸(반라)로 다닌다. 그런 기온에서 멱을 감고 물에서 나와서도 떨지 않는다.
 
마른 풀 위에서 幸福(행복)에 겨워 그대로 누운 채 난 또 생각했다. '아침이 오고 새 날이 밝았을 뿐인데 다시 새로 태어난 느낌이다. 매일 아침마다 이렇다면 한 평생을 살면 수천년을 산 듯하겠는걸. 매번 오늘만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매일 이렇게 좋으려면 뭘 어떻게 해야 하지? 막 일어나려는데 밝고 명랑한 아나스타시아의 목소리가 들린다.
 
"일찍일어나는 사람, 福 많이 받는 사람."
황홀했던 잠자리에서 기어나오니 아나스타시아가 입구에 바짝 다가서 있다. 金髮(금발) 머리를 땋아서 끝단에는 풀로 댕기를 틀었다. 새 머리 모양이 그녀에게 참 잘 어울렸다.
"연못에 가서 씻고 옷 갈아입자."
댕기머리를 앞으로 젖히며 아나스타시아가 愛嬌(애교) 있게 말한다.
"아나스타시아, 댕기머리 예쁜데."
"예뻐, 응? 무지 무지 예뻐?"
 
아나스타시아는 웃음을 지으며 빙긍빙글 돌았다. 우리는 연못으로 뛰었다. 연못가의 관목 가지에는 내 와이셔츠, 바지, 런닝 셔츠, 한 마디로 어제 내가 벗어놓은 모든 것이 널려 있었다. 만져 보니 다 말라 있었다.
"언제 다 말랐지."
"내가 손을 좀 봤지. 내가 당신 옷을 입고 좀 뛰었어. 그래서 빨리 마른거야. 자 이제 멱 감고 옷을 갈아입어."
"당신도 씻을 거야?"
"난 이미 다 씻었어. 새 날을 맞기에 필요한 모두다."
 
아나스타시아는 내가 물에 들기 전에 으깬 무슨 죽을 내 몸에 문질렀다. 물속에 잠기니 주변의 물이 부글부글 거품을 내고 몸은 조금 따끔거렸다. 물에서 나오니 기분이 최고다. 몸의 땀구멍 모두가 숨을 쉬는 느낌이다. 숨이 가볍고 편하다. 아나스타시아는 명랑하고 장난스럽게 어제 저녁처럼 내 몸에서 물방울을 손으로 털어냈다. 그러다 갑자기 뭔가 뜨끈한 것이 내 등에 흐르는 듯 짜릿했다. 한 번, 그리고 또 한 번. 난 휙 돌아섰다. 아나스타시아가 두 손으로 가슴을 눌러 뜨끈한 젖을 내 얼굴에 쏘아댔다. 다른 쪽 젖을 짜서 내 가슴에 뿜었다. 그리고 깔깔대며 재빨리 닦는다.
 
"왜 그러는 거야?"
정신을 차리고 내가 물었다.
"그냥! 그냥!"
아나스타시아는 깔깔댄다. 그리고 내게 바지와 와이셔츠를 내밀었다. 옷을 입으니 냄새가 전과는 딴판이다. 그때 난 正色(정색)을 하고 아나스타시아에게 말했다.
 
"시키는 대로 다 했어. 자 이젠 아들을 보여줘."
"좋아. 가자고. 그런데 블라지미르, 한 가지 부탁이 있어. 아들한테 바로 다가가지 마. 우선 그 애를 살펴보고 이해하려 노력해 봐."
"좋아. 좀 살펴보지. 이해해볼께."
"여기 잠시 조용히 앉아. 그 애가 이제 일어날 때야. 이제 볼 수 있어."
 
빈터 가장자리 나무 근처에 암곰이 옆으로 누워 있는데 아이는 어디에도 안 보였다. 난 점점 애간장이 탔다. 심장 박동이 요동 쳤다.
"어디 있다고 그래?"
난 점점 더 안달이 나서 아나스타시아에게 물었다.
"자세히 봐."
아나스타시아가 대답했다.
"암곰의 사타구니에 그 애의 머리와 다리가 보이지. 뜨뜻하고 포근한 사타구니 속에서 자는 거야. 곰은 그 애가 눌리지 않게 발을 살짝 들어 가리기만 하고 있어."
 
이제 그 애가 보였다. 조그마한 아가의 몸이 덥수룩한 곰 털 속에 포근히 감싸여 있었다. 엄청난 덩치의 짐승 사타구니 속에, 살짝 들어올린 발 안쪽에... 비스듬히 누워 있는 암곰은 꼼짝도 안 했다. 이쪽저쪽 쳐다보며 머리만 돌아갔다. 자그마한 두 발이 덥수룩한 털 속에서 꼬물락거리자 암곰은 발을 살짝 들어올렸다. 어린애가 잠에서 깨어났다. 그 애가 손을 움직이자 곰은 발을 들어올렸고 그 애가 다시 손을 내리자 곰은 다시 아이를 살짝 가려주었다. 발과 고개만을 움직일 뿐 몸통은 움직이지 않았다.
 
"저렇게 움직이지 않고 한 자세로 누워 있으면 불편할 텐데?"
"암곰은 꼼짝도 않고 저렇게 오랫동안 누워 있을 수 있어. 하나도 힘들지 않아. 우리 아이가 암곰의 잠자리에 들면 암곰은 황홀에 젖어.. 그렇긴 하지만 곰은 이제 좀 잘난 체 무게를 잡아. 큰 일을 하는 듯 행동하지. 자기도 새끼를 가져야 할 텐데. 남자 친구 접근을 허용치 않더라고. 별로 좋은 일은 아니지. 우리 아들이 좀 더 크면 자기 짝의 접근을 허용할 거야."
 
아나스타시아의 말을 들으면서도 난 눈을 떼지 않았다. 조그만 다리가 암곰의 거대한 발 아래에서 다시 움직였다. 곰의 발이 올라갔다. 어린아이는 손 발을 움직이고 기지개를 폈다. 머리를 들더니 갑자기 微動(미동)도 없다.
"왜 안 움직이지, 다시 자려고 하나?"
아나스타시아에게 물었다.
"자세히 봐, 쉬 하고 있지. 또 제 시간에 아이를 풀밭에 내려놓지 못했군. 아니면 그러고 싶지 않았던가. 곰이 일부러 응석을 받아 주는 거야."
 
조그만 분수가 암곰의 털에 흘러내렸다. 분수가 그치기까지 암곰은 아이와 함께 꼼짝도 하지 않았다. 머리를 움직이지도 발을 움직이지도 않았다. 암곰이 다른 쪽으로 돌아눕자 아이가 풀밭으로 미끄러져 내려왔다.
"좋아. 거 봐. 곰은 우리 아들 작은 사람이 큰 일을 더 볼 거라고 머리를 쓴 거야."
 
아나스타시아가 밝은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조그만 인간의 몸이 땅에 누워 힘을 썼다. 그 위에 거대한 암곰이 서서 마치 자기도 일을 보듯 우르릉 소리를 내며 거들었다. 아이는 엎드려서는 손을 움직여 풀 위를 기었다. 아이의 궁둥이에는 똥이 좀 묻어 있었다. 암곰은 아이 쪽으로 걸어가서는 유모가 더러운 것을 씻어내듯 작은 인간의 궁둥이를 거대한 혀로 핥았다. 아이는 혀에 떠밀려 풀썩 엎어졌다. 하지만 바로 일어서서는 다시 기기 시작했다. 이미 깨끗한 상태였지만 암곰은 아이를 따라가 다시 핥았다.
 
"암곰이 기저귀나 속옷을 벗기고 새 거로 갈아 입힐 수 있었을까? 어찌 생각해, 블라지미르?"
아나스타시아가 조용히 물었다.
"놀리지 마."
나도 소곤소곤 답했다.
 
아이는 다시 등으로 누웠다. 집요한 곰이 또 다시 아이의 다리 사이를 핥자 아이는 몸을 피하면서 자그마한 손으로 곰 주둥이의 털을 감아 쥐었다. 곰은 분명 미약한 아이 손의 힘에 복종하며 거대한 머리를 어린애 다리 옆 땅바닥에 내려놓았다. 아이는 암곰의 주둥이를 잡고 다른 손으로 당겨서 짐승의 머리 위로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저 애 어딜 가려는 거지?"
"곰의 눈 쪽으로. 눈이 반짝이니까 好奇心(호기심)에서 그걸 만지고 싶은 거야.''
아이는 곰 주둥이에 배를 깔고 엎드려서 눈을 유심히 살피더니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렸다. 곰은 즉시 눈을 감았다. 손가락이 눈꺼풀을 찔렀다. 조금 기다려도 반짝이는 눈이 더이상 안 보이자 아이는 곰의 주둥이에서 기어내려와서 풀밭 위를 좀 기었다. 그러다 멈춰서더니 거기에서 먼가를 살폈다. 곰은 일어서서 두 번 으르렁거렸다.
 
''이건 암늑대를 부르는 거야. 몸을 닦고 좀 먹어야 하거든. 곰과 늑대가 친하게 얘기하는 걸 보게 될 거야.''
아나스타시아가 설명했다.
얼마 후 빈터 가장자리에 암늑대가 나타났다. 암곰은 늑대의 출현을 親切(친절)은 커녕 무시무시한 으르렁 소리로 맞았다. 곰은 행동은 친절과는 거리가 멀었다. 늑대는 빈터를 한 번 쭉 훑어보더니 용수철 같은 걸음걸이로 빈터 가장자리를 좀 걷다가 땅바닥에 바싹 엎드렸다. 그러다 갑자기 힘차게 뛰었다. 그리고 또 공격이라도 하려는 듯 숨을 죽이고 바싹 엎드렸다.
 
''뭐가 친하다는 거야?''
내가 물었다.
''곰은 뭐 하러 늑대를 불러놓고는 거기다 대고 으르렁거리는 거야?''
그런 식으로 對話를 한 거야. 암늑대가 온전한지, 병은 없는지, 아이한테 접근해도 안전한지, 아이를 지킬 수 있는 충분한 힘이 있는지, 그걸 보려고 곰이 으르렁 소리로 늑대를 세운 거야. 늑대는 자기가 異常無(이상무)임을 보여준 거고, 말이 아니라 行動으로. 암늑대가 걷다가 높게 뛰어오르는 것 보았지.''
 
곰은 정말로 얼마간 늑대를 관찰한 뒤 조용히 빈터를 뒤뚱뛰뚱 뜨기 시작했다. 늑대는 아이로부터 멀지 않은 곳 풀 위에 누웠다. 아이는 한동안 뭔가를 살피고 풀 숲을 만지고 그러다 늑대를 보고는 그리고 기어갔다. 다가가서는 손으로 늑대 주둥이를 만지고 벌어진 늑대의 입에서 이빨을 쓰다듬고 손바닥으로 혀를 찰싹찰싹 때렸다. 늑대는 아이의 얼굴을 핥아 주었다. 자그마한 블라지미르가 늑대 배 쪽으로 기어가서 젖을 만지작거리다 손을 핥더니 얼굴을 찡그렸다.
 
''우리 아들이 곧 먹을 거야.''
아나스타시아가 다시 말을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은 늑대 젖을 먹을 만큼 배가 고프지는 않아. 난 지금 잠시 자리를 뜰 테니 당신은 빈터 가장자리에 좀 있어. 저 아이가 당신에게 흥미를 느낀다면 당신한테 기어올 거야. 그 애를 먼저 다가가 안지는 마. 몸은 작지만 그 애는 이미 사람이야. 의미 없는 어유유유 소리를 그 애를 이해하지 못해. 게다가 동의 없이 그 애를 안아 든다면 그건 강압이지. 그 애 의지를 무시하고 들어올리면 그 애가 당신을 이해하지 못할 거야. 동기가 좋더라도 의지를 무시한다면 당신에 대해 불쾌한 인상을 남길 거야.''
 
''알았아. 끌어안지 않을게. 그냥 앉아 있을게. 그런데 늑대가 나를 가만 놔둘까?''
''당신한테 나는 냄새 때문에 이젠 건드리지 않아.''
아나스타시아가 다리를 두 번 두드리자 늑대는 일어서서 아나스타시아를 쳐다본 다음, 무슨 벌레와 놀고 있는 아이 쪽을 한 번 보더니 아나스타시아 쪽으로 뛰어왔다. 아나스타시아는 내게 바짝 다가서서는 늑대한테 더 가까이 다가오도록 부르고 또 몸짓으로 누우라고 지시했다.
 
''내가 쓰다듬어주면 완전히 친해질 수 있겠는데?''
''당신이 主人인 척하면 늑대가 좋아하지 않아. 늑대는 이제 다 알았으니 당신을 해치지 않을 거야. 그렇지만 우월한 척하는 것도 못 참지.''
아나스타시아가 답했다. 아나스타시아는 늑대를 다시 빈터로 돌려보내고 무슨 할 일이 있다며 자리를 떴다. 곧 돌아오겠다는 말만 남긴 채.
 
아나스타시아와 숨어서 빈터에서 벌어지는 일을 지켜보던 곳에서 나와, 나는 작은 블라지미르로부터 약 십 미터 떨어진 풀밭에 앉았다. 십오 분 정도 그렇게 흘렀다. 그 애는 내게 전혀 관심이 없었다. 이렇게 조용히 앉아 있다가는 아이가 내게 전혀 관심을 줄 것 같지 않았다. 나는 두어 번 혀를 굴렸다. 아이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발견했다.
 
아들! 내 아들이 好奇心으로 나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나도 흥분되어 그 애를 쳐다보았다. 너무 흥분된 나머지 몸까지 뜨거웠다. 얼른 뛰어가서 작은 몸을 품에 꼭 껴안고 싶었다. 그런데 아나스타시아의 부탁, 아니 그보다는 늑대가 있어서 그러지 못했다. 그때 내 조그마한 아들이 천천히 내 쪽으로 기어왔다. 나한테서 눈을 떼지 않고 기어온다. 내 심장 박동이 쿵쾅댔다. 왜 그렇게 뛸까? 내 심장 소리에 아이가 놀라지 않을까?
 
아이는 기다 서다 하더니 다시 풀에 있는 뭔가에 관심을 뺏기고 벌레에 손을 뻗었다. 그리고 자기 손 위에 기어다니는 무엇인가를 샆펴보기 시작했다. 약 3미터, 내 자그마한 아들은 나까지 고작 3미터를 두고 더 이상 기어오지 않았다. 무슨 벌레 한 마리때문에. 풀밭에 무슨 세상이, 무슨 삶이 있길래 그 애의 관심을 끈단 말인가. 도대체 이 숲의 질서란, 법이란 무엇이길래 앞에 자기를 낳아준 아버지가 있는데 그 애는 벌레에 더 관심이 있지. 그럴순 없어. 아버지가 벌레보다 중요하다는 걸 아이는 알아야 해.
 
아이는 다시 내 쪽으로 고개를 들고 이가 없는 입으로 미소를 지으며 전과 달리 좀 빠르게 기어왔다. 난 그 애를 안을 채비를 했는데 아이는 나에게 관심을 두지 않고 나를 지나쳤다. 돌아서 보니 내 뒤쪽에 약간 옆으로 비켜서 아나스타시아가 웃고 서 있었다. 아나스타시아는 풀밭에 손바닥을 위로 향해 놓고 않았다. 아이는 미소를 지으며 엄마의 가슴을 향해 기오올랐다. 아나스타시아는 그애를 들지 않고 다 기어오르도록, 자기 가슴에 닿도옥 약간 도울 뿐이었다.
 
아이는 금세 아나스타시아의 팔에 안겨 밖으로 드러난 엄마의 가슴을 자그마한 손바닥으로 토닥거리며 微笑(미소)를 지었다. 아이는 젖꼭지를 조무르고 쓰다듬더니 거기에 입술을 갖다 대고 탱탱한 젖을 빨기 시작했다. 아나스타시아는 딱 한 번 나를 쳐다보았다. 그것도 입에 손가락을 대고 조용히 하라고.. 아나스타시아가 아들에게 젖을 먹이는 동안 나는 쭉 입을 다물고 앉아 있었다.
 
아나스타시아는 젖을 먹이는 동안 나의 존재는 완전 忘却(망각)한 듯했다. 주변 세상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아들만 시종 쳐다보았다. 둘은 서로 얘기를 나누는 듯했다. 아이는 젖을 빨다가 문득 멈추고 아나스타시아 얼굴을 쳐다보는가 하면, 미소를 짓기도 하고, 가끔씩 신중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잠잠해지더니 엄마의 팔에 안겨 얼마간 잠을 잤다. 깨어나서는 다시 미소를 지었다. 아나스타시아는 아이를 손바닥에 앉히고는 등을 받쳐 주었다.
 
두 사람의 얼굴이 가까이 닿자 아이는 엄마의 얼굴을 손으로 만지고 자기 볼을 엄마 뺨에 살짝 눌렀다. 아이는 그때 나를 쳐다보았다. 조용히 호기심으로 나를 살피더니 갑자기 내 쪽으로 손을 뻗고 내게 몸을 맡기며 ''에~ '' 소리를 낸다. 나도 무의식적으로 그 애에게 손을 뻗었고 그때 아나스타시아가 아이를 건냈다.
 
얼마나 그리고 그리던 아들이던가. 공처럼 조그만 몸이 내 손에 들어왔다! 世上의 모든 것이 잊혀졌다. 그 애한테 정말로 뭔가를 해주고 싶었다. 아이는 내 얼굴을 만지고 입술을 얼굴에 대더니 흠칫 놀라 물러서서 얼굴을 찡그렸다. 면도하지 않은 얼굴이 따가웠나 보다. 난 아이의 작고 따뜻한 볼에 입을 맞추고 싶어 죽을 지경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했다. 그런데 입맞춤 대신에 늑대가 했듯이 나도 두 번 빠르게 그의 볼을 핥고 말았다.
 
아이는 놀란듯 화들짝 물러서서는 두 눈을 깜빡깜빡거렸다. 옆 사람도 따라 웃게 만드는 낭랑한 아나스타시아의 웃음소리가 빈터를 꽉 메웠다. 아이는 이때 아나스타시아에게 손을 뻗고 따라 웃으며 내 손에서 꼼지작거렸다. 자기를 내려놓으라는 뜻을 난 알 수 있었다. 내 아들이 내 손에서 벗어난다. 그의 의지와 이곳의 어울림 法則(법칙)에 복종하며 나는 조심스레 그 아이를 풀 위에 내려놓았다.
 
아이는 곧장 아나스타시아 쪽으로 기어갔고, 아나스타시아는 웃으며 팔짝 일어나서는 내 뒤를 돌아 다른 쪽에 가까이 앉았다. 아이는 바로 뒤로 돌아서는 웃음을 머금은 얼굴로 우리 쪽으로 기어와서는 아나스타시아 손위로 기어올랐다. 그리고 다시 내 얼굴을 만졌다.
우리의 첫 對面(대면)은 이렇게 이루어졌다.
'초자연 현상'(아나스타시아 제2권, 소리나는 잣나무)
 
 
''우리가 아나스타시아 父母 장례를 치렀을 때 그 애는 갓난아기였지. 전혀 걷지도 못했고 말도 못했어. 나는 우리 어버님과 함께 짐승들의 도움을 받아 무덤을 팠어. 바닥에 나뭇가지를 깔고 아나스타시아 父母의 시신을 눕힌 다음 풀을 뿌리고 흙으로 덮었어.
우린 무덤가에 서있었지. 이때 자그마한 아나스타시아는 숲속의 빈터에서 좀 떨어진 곳에 앉아 自己 손에 기어다니는 벌레를 유심히 살피고 있어지. 그래서 우린 저 아이가 자기한테 닥친 슬픔이 얼마나 큰지 모르니 오히려 多幸이라고 생각했어. 우리는 그 애를 두고 조용히 자리를 떴지.''
 
''뜨다니요? 그 생각도 없는 어린애를 버렸단 말이에요?''
''버린게 아니라 엄마가 그 애를 낳은 곳에 두고 온 거지. 자네 세상에도 삼발라나 生地 등의 개념이 있지. 그 개념이 점점 더 추상화되고 있긴 하지만. 생지란 生과 地인 것이야. 엄마지. 父母는 자식이 태어나기 전에 그에게 空間을 형성해 주어야 해. 善意와 사랑의 세계를. 엄마의 품처럼 아이의 몸을 保護(보호)하고 마음을 보다듬을 조그마한 生地를 주어야 한다네. 宇宙의 지혜를 주고 진리를 터득케 하지.
 
콘크리트 벽에 싸여 태어나는 자기 아이한테 女子가 줄 게 뭐가 있을까? 그녀는 아이한테 어떤 세상을 준비해 놓았을까? 아이가 태어나 살 世上이 어떤 곳인지 생각이라도 해봤을까? 세상은 자기 하고 싶은 대로 아이를 대하지. 어린아이의 존재를 굴복시켜 그를 하나의 나사로, 노예로 만들려고 하지. 그래도 엄마는 觀察者로서 쳐다보고 있을 수밖에 없어. 그 아이를 위해 사랑의 空間을 만들어 놓았으니까.
 
주위의 自然과 크고 작은 짐승들은 아나스타시아 엄마를 마치 친한 친구인 양, 자기 주변에 사랑의 세계를 創造한 지혜롭고 인자한 하느님인 양 대했다네. 아나스타시아의 父母는 아주 밝고 인자한 사람들이었어. 서로를 깊이 사랑했지. 地球를 사랑했어. 그들 주위의 空間도 사랑으로 보답했지. 이 사랑의 공간에서 아나스타시아가 태어난 거야. 작은 아나스타시아는 그의 中心이 됐지. 짐승들도 갓난 것을 건드리지 않는게 많아. 고양이가 갓난 강아지를 수유하기도 해. 여러 野生동물들이 사람의 갓난 아기를 수유하고 乳母(유모) 역활을 할 수 있어.
 
자네 세상 사람들한테 이들은 野生동물이지. 아나스타시아의 엄마와 아버지는 이들의 召命을 달리 보았다네. 따라서 동물들도 이들을 다르게 대한 것이지. 엄마는 아나스타시아를 숲속의 빈터에서 낳았어. 動物들은 자기가 존경하는 여자가 엄마가 되는 것을, 다시 한 아기를 낳은 것을 보았어. 동물들이 出産을 지켜볼 때 사람에 대한 感情, 사람에 대한 사랑은 이들의 母性본능과 엮어져 또 다른 고상한 밝은 것을 낳았지. 풀과 벌레에서부터 무서운 모습의 짐승까지 주위의 모든 것이 이 자그마한 존재를 위해서라면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목숨을 내놓을 자세가 돼 있는 거야. 엄마가 創造하고 신성한 이 사랑의 空間에서라면 그 존재는 어떤 것도 무서울 것이 없는 거야. 모두가 이 작은 사람의 존재를 돌보고 보살필 거야.
 
아나스타시아의 조그만 숲속의 빈터는 엄마의 품과 같아. 조그만 빈터는 그녀의 살아 있는 生地야. 막강하고 인자하지. 보이지 않는 천연의 실로 宇宙와 긴밀히 연계되어 있지. 위대한 창조자의 모든 造物과 연결되어 있는 거야.
자그마한 빈터는 그녀의 살아 있는 生地야. 어머니로부터, 아버지로부터 받은 거야. 유일한 자로부터, 最初(최초)의 아버지로부터의 선물이지. 우리가 그걸 대신할 순 없었을거야. 때문에 아나스타시아의 父母를 장사 지내고 우리는 떠난 거라네. 3일 후 다시 빈터로 다가오는데 공중에 긴장감이 느껴졌어. 늑대들이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렸지.
 
자그마한 아나스타시아가 봉긋한 무덤에 잠자코 앉아 있는 것이 보였어. 그 애의 한쪽 뺨에는 흙이 묻어 있었지. 저 애가 墓(묘) 위애서 잤다는 것을 우린 알았지. 그 애의 눈에서 눈물 방울이 흘러 내려 무덤에 떨어졌어. 그 애는 소리를 내지 않고 울었어. 가끔 흐느끼는 소리 정도가 들렸지. 그 애는 볼록한 무덤을 계속해서 쓰다듬고 있었어.
말을 못하는 아나스타시아가 첫 마디를 내뱉은 곳이 바로 이 무덤 가야. 우리가 그걸들었지. 처음에는 ''마~마'', 그 다음 ''빠~빠'' 하고 한마디 한마디 내뱉더니 그 말을 여러 번 반복하더라고. 이어서 좀 더 복잡한 말을 했지. ''마~ 모츠 ~카, 빠~ 포~ 츠카, 마~모~츠카, 빠~포~츠카, 나 아나스타시아, 나 이제 엄마 없어? 응? 할아버지하고 있어? 응?''
 
아버지가 먼저 알아차리셨어.
우리가 아나스타시아 父母를 매장하고 있을 때 이미 조그마한 아나스타시아는 빈터에 앉아 조그마한 벌레를 살피며 자기한테 일어난 슬픔을 깊이 理解하고 있었던 게야. 그 애는 우리가 상심하지 않도록 자기의 感情을 보이지 않았던 거야. 授乳(수유)를 하는 엄마한테는 그런 능력이 있을 수 있다네, 블라지미르. 母乳를 먹는 갓난아기에게 모유와 함께 지난 세월의 깨달음과 지혜를, 심지어는 太初의 것까지 전달할 수가 있는 것이지.
 
 
아나스타시아의 엄마는 이걸 어떻게 하는지 알고 있었고 그 능력을 충분히 이용한 것이지.
아나스타시아가 우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으니, 우리는 빈터로 나가지도 무덤으로 다가가지도 않았지. 또한 그 자리에서 다른 데로 움직일 수도 없었어. 우리는 그렇게 서서 일어나는 일을 지켜보고만 있었어.
조그마한 아나스타시아는 무덤을 손으로 짚고 일어서려고 했지. 처음에는 일어서지는 못했지. 결국은 일어섰지만 몸이 뒤뚱뒤뚱했지. 그 애는 손을 양쪽으로 약간 벌리고 어설프게 난생 첫 발을 내디뎠어. 그리고 또 한 발. 하지만 조그만 발이 풀에 감겨 몸이 均衡(균형)을 잃고 넘어지기 시작했지. 그 넘어지는 과정이 너무나 특이했어.
 
그 애가 넘어지려는 순간 갑자기 파란색 빛이 빈터에 쏟아지더니 빈터의 重力이 국지적으로 變(변)했어. 빛에 닿으니 우리까지도 氣分 좋은 나른함이 충만했지. 아나스타시아의 몸은 넘어지지 않고 천천히 땅에 내려앉았지. 아나스타시아가 다시 일어서자 그 빛은 사라지고 중력은 이전의 상태로 돌아왔지.
아나스타시아는 조심스레 걷다 서다 하다가는 빈터에 놓여 있는 작은 나뭇가지에 다가와 그걸 집어들었어.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그 애도 빈터 淸掃(청소)를 시작한 거야. 아직도 그 어리디어린 것이 마른 가지를 들고 빈터의 가장자리로 향했지. 하지만 다시 균형을 잃고 넘어지며 나뭇가지를 놓쳤어. 그 애가 넘어지는 동안 이번에도 푸른빛이 번쩍이더니 地球의 중력을 변화시켰지. 나뭇가지는 빈터 가에 쌓여 있는 마른 가지들 더미로 날아갔고.
 
아나스타시아는 일어서서 그 나뭇가지를 눈으로 찾았지만 볼 수 없었어. 그 애는 손을 벌리고 뒤뚱대며 다른 가지 쪽으로 갔지. 그 애가 몸을 굽히기도 전에 그 가지는 空中에 떠오르기 시작하여 마치 바람에 날리듯 빈터 가장 자리로 던져졌어. 하지만 그럴 만한 바람은 주변에 일지 않았어.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아나스타시아의 마음을 읽고 이행한 거야.
하지만 그 애는 자기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모두 스스로 하려고 했어. 보이지 않는 동맹군의 지원을 拒否(거부)하는 표시로, 작은 손을 위로 향해 들고 약간 흔들었어.
 
우리가 고개를 들어 보니 거기에 그것이 있었어. 공중에 공 모양의 응어리가 푸른빛을 내며 움틀거리고 있어. 透明(투명)한 껍질 속에는 수많은 불꽃이 여러 색깔 번개처럼 엉겨 있었어. 큰 공 모양의 번개를 닮았더라고. 하지만 그건 思考할 수 있었어!
그게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그의 理性은 과연 무엇인지 우린 알 수 없었어.
그 안에서는 뭔가 알 수 없는 힘이 느껴졌어. 그 힘 앞에서 공포는 느껴지지 않았어. 오히려 기분 좋고 나른한 幸福이 흘러 나왔고, 움직이고 싶지 않았어. 그냥 있고만 싶었지.''
 
''왜 그게 엄청난 힘을 가졌다고 하셨죠?''
''우리 아버지가 눈치채셨지. 날이 밝고 햇님이 비추었지만 나무들의 잎사귀와 꽃잎들이 그것을 향해 돌어섰어. 그 파란 빛에 햇빛보다 더 많은 힘이 들어 있었어. 그리고 아나스타시아가 넘어지는 순간 地球의 重力을 국지적으로 정확히 바꿨지. 얼마나 정확했는지, 넘어지는 아나스타시아의 작은 몸이 서서히 내려앉았다니까.
아나스타시아는 빈터를 오랫동안 淸掃했어. 청소를 스스로 다 끝내기가지 기어다니기도 천천히 뒤뚱대며 빈터를 걷기도 했지. 공 모양의 불은 움틀거리며 아나스타시아의 작은 몸 위에서 맴돌았어. 하지만 나뭇가지 청소를 돕진 않았어. 그 위력의 불 공은 어린 작은 손의 손짓을 마치 알아듣는 듯 그에 따랐어.
 
空中에서 크기가 확대되는가 하면 용해되고 또 크기가 줄어들다가는 그 속에서 방전이 일어나는데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에너지로 불꽃을 튕기다가는 똑같이 不可思議의 무엇인가로 불꽃이 꺼졌어. 일순간 없어지다가 다시 생겨나는데 불안하고 걱정이 되는 듯했지. 그것은 想像을 초월하는 속도로 우주 蒼空(창공)을 누빈 거야.
 
얼마 시간이 지나 아나스타시아가 보통 잠드는 時間이 다가왔어. 우리는 아이를 억지로 잠자리에 누이는 법이 없지. 아이를 너무 흔들어 대면 머리가 빙빙 돌기도 해. 하루중 이때가 되면 아나스타시아 엄마는 빈터 가장자리에 늘 같은 곳에 누워 잠자는 척했지. 示範(시범)을 보인 셈이지. 그러면 아나스타시아는 기어와서 엄마의 따뜻한 품에 안겨서 곤히 잠들곤 했어.
이번에도 아나스타시아는 낮에 엄마와 잠을 청하던 그곳으로 다가왔어. 하루중 이 時間에 항상 잠을 자던 곳에 다가와 보는데 이제 엄마가 안 보이는 거야.
이 순간 아나스타시아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모르지만 그 애의 뺨에서 다시 눈물이 흘러 햇빛에 반짝였어. 순간 빈터에서 푸른빛이 불규칙하게 깜빡이며 움틀거렸어.
 
아나스타시아는 고개를 들어 그 움틀대는 빛의 응어리를 보았어. 풀에 앉아 그것에서 視線에서 떼지 않았지. 그 애의 시선을 받자 그것은 꼼짝도 하지 않았어. 아나스타시아도 그렇게 그것을 쳐다보았어. 그러다가 아나스타시아는 짐승을 부르는 것처럼 그것을 향해 두 손을 뻗었어. 그러자 그 불 공은 수없이 많은 강한 번개로 번쩍였고 그 빛은 파란 껍질을 세차게 빠져 나왓어. 그렇게 혜성이 되어 자그마한 손 쪽으로 쏜살같이 다가왔어. 자기가 가는 길을 막는 어떤 장애라도 헤쳐 버릴 듯한 힘이 느껴졌지. 그것이 일순간에 아나스타시아의 얼굴 근처에 나타나 回轉하더니 그 애 뺨에서 반짝이던 눈물방울을 번개로 떠어냈어. 그리고 바로 방전 불꽃을 모두 끄니 약한 파란 빛이 나는 공이 되어 풀밭에 앉은 조그만 어린아이의 손에 놓여 있었어.
 
아나스타시아는 얼마 동안 그걸 듣고 살펴보고 어루만져 주었어. 그러다가 일어서더니 공을 들고 뒤뚱뒤뚱 걸어서 엄마와 자던 곳에 그걸 내려놓았어. 그리곤 다시 쓰다듬었어.
그것은 아나스타시아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누워 잠을 자는 듯했지. 아이는 그 곁에 누워 잠이 들었어. 아이는 공 모양으로 웅크리고 잠이 들었고, 그 공은 일순간 날아올라 蒼空(창공)으로 사라지는가 하면 다시 나타나 빈터 위에 낮게 내려와 마치 그 애를 덮어 주는 것 같았어. 그러다가 다시 꿈틀대는 작은 공으로 縮小(축소)되어 풀 위에서 자고 있는 아나스타시아 곁에 누워서는 그 애의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했어. 그 쓰다듬기라는 것이 아주 신기했어. 가늘고 가느다란 그리고 떨리는 빛 줄기가 머리카락을 한 놀 한 올 잡아 올려서는 쓰다듬는 거야.
 
이후에도 우리가 아나스타시아의 빈터를 찾았을 때 그걸 몇 번 더 보았어. 아나스타시아에게 그것은 해님이나 달, 나무, 짐승, 그녀 주위의 自然처럼 자연스런 것이었지. 그 애는 주위의 모든 것과 얘기를 나누듯이 그것과도 對話를 했어. 차이를 두긴 했어. 그 차이래 봤자 겉으로는 별로 드러나지 않는 것이었지만 그를 대하는 태도는 약간 더 愼重(신중)했어. 가끔 변덕스럽기도 했지. 어느 누구한테도 절대 변덕이 없었는데 갑자기 그것에 대고는 그러는 거야. 그것은 그 애의 기분에 따랐고 그 애의 변덕을 받아 줬어.
 
아나스타시아가 네 살이 되는 生日날 새벽. 우리는 그 애의 빈터 가장자리에 서서 그 애가 잠에서 깨어나길 기다리고 있었어. 그 애가 일어나 봄날의 아침을 어떻게 즐겁게 맞는지 조용히 보고 싶었던 거야.
그 애가 깨어나기 바로 직전 그 푸른빛이 나타났어. 푸른빛을 약간 반짝이더니 蒼空에 흩뿌려진 듯 녹아버린 듯하더라고. 그 다음 우리는 황홀하고 매혹적인 살아 있는 반짝 그림을 보게 된 거야.
 
빈터 全體가, 주변의 나무들, 풀, 벌레들이 완전 다른 모습으로 變했어. 잣나무의 잎에서는 形形色色의 빛이 나왔고 나뭇가지에서 뛰노는 다람쥐들 뒤에는 무지개 모양의 빛이 생겼다간 곧 사라졌어. 풀에서는 연한 초록 빛이 흘렀지. 풀 위에서 빠른 걸음으로 왔다 갔다 하는 다양한 색조의 너무나 아름다운 카펫이 된 거야. 그의 精巧(정교)하고도 훌륭한 문양은 시시각각 모양을 달리했지. 잠에서 깨어나는 아나스타시아는 벌떡 일어나더니 四方을 살피더라고.
 
그 애는 아침에 항상 그러듯이 웃음을 지었어. 그 애의 웃음을 주변의 모든 것들이 더 밝은 빛을 내는 것으로 더 빠른 움직임으로 反應했어. 아나스타시아는 조심스레 풀밭에 무릎을 꿇고 앉더니 풀이며 다양한 색의 빠르게 움직이는 벌레들을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했어. 하지만 그 애가 고개를 들었을 때, 좀 걱정스러운 얼굴 表情이었어. 그 애는 위를 쳐다보았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그 애는 하늘로 두 손을 뻗었어. 순간 정체되었던 공기가 움직이더니 그 애의 손에는 푸른색 공이 나타났어. 그 애는 공을 얼굴 가가이 들고 잠시 있더니 풀밭에 내려놓고 쓰다듬었어. 그리고 우리는 그 둘의 對話를 들었던 거야. 말은 아나스타시아만 했지만 푸른빛이 그 애를 이해하고 소리 없이 대답한다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어. 아나스타시아는 그와 多情하게 그리고 좀 슬프게 얘기했어.
 
''아이 착해라. 아이 착해. 너는 나를 아름다움으로 기쁘게 해주고 싶었지. 고마워. 하지만 돌려놓아야 해. 모두 있던 대로.''
파란 공은 움틀거리더니 땅 위로 약간 떠올랐고, 그 속에서는 번개의 방전들이 번뜩였어. 하지만 빛을 내는 그림은 사라지지 않았지. 아나스타시아는 그걸 유심히 쳐다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어.
 
''작은 벌레들도, 풍뎅이들도, 개미들도 다 자기 엄마가 있어. 모두에겐 엄마가 있지. 엄마는 아이가 태어난 모습 그대로 아이를 사랑해. 다리가 몇 개가 달렸든, 몸이 무슨 색이든 중요치 않아. 그런데 모두 다 바꾸어 놓았으니 엄마가 아이를 어떻게 알아보겠어? 부탁이야. 있던 대로 다시 해놔.''
 
공은 약간 깜빡였어. 그러자 빈터는 옛날 모습으로 돌아왔어. 공은 다시 아나스타시아 다리 곁에 내려앉았어. 그 애는 그걸 쓰다듬으며 고맙다는 표현을 했지. 그 애는 공을 유심히 쳐다보며 말이 없었어. 그 애가 다시 입을 열었을 때 우린 할 말을 잊고 말았어. 그 앤 이렇게 말했어.
 
''너 이젠 나를 찾아오지 마. 난 너하고 있으면 좋아. 너는 항상 모두에게 좋은 일만을 해주려고 하지. 도와주려 하고. 하지만 이젠 나한테 오지마. 난 알아. 너한텐 아주아주 큰 너만의 빈터가 있잖아. 너는 아주 빨리 생각하지. 너무 빨라서 난 그걸 그 자리에서 理解할 수 없어. 나는 한참 후에야 아주 조금 이해해. 너는 누구보다도 빨리 움직여. 너는 새보다 바람보다도 더 빨라. 너는 모든 걸 아주 빨리 아주 잘해. 난 깨달았어. 너의 아주아주 큰 빈터에서 모든 것을 다 해내고 잘 하려고 너는 그러는 거야. 하지만 네가 나와 함께 있으면 큰 빈터에는 네가 없잖아. 나하고 있으면 다른 빈터에서는 좋은 일 할 사람이 없잖아. 그러니 너는 더 큰 너의 빈터를 돌봐야 해.''
 
푸른 공은 조그만 덩어리로 오므라들더니 空中으로 치솟았어. 창공을 휘젓더니 보통보다 더 밝게 번쩍한 다음, 불타는 혜성이 되어 아나스타시아가 앉아 있는 쪽으로 쏜살처럼 달려와 그 애 머리 근처에서 꼼짝 않고 정지했어. 수없이 많은 요동하는 빛 줄기가 아나스타시아의 긴 머리카락 쪽으로 뻗더니 머리카락을 한 올 한 올 끝까지 쓰다듬었지.
''왜 안 가고 그래? 어서 너를 기다리는 사람한테 가.''
아나스타시아가 조용히 말했어.
''여긴 내가 다 잘 할 거야. 큰 빈터에서도 다 좋으면 나도 기쁠 거야. 나는 너를 느낄게. 너도 내 생각을 해줘. 가끔씩만 생각해 줘.''
 
푸른 공은 여느 때와 달리 좀 무겁게 蒼空으로 날아올랐어. 아나스타시아를 두고 한 번에 날아오르는 길이는 길거나 짧게 고맂 않았지. 결국은 창공으로 사라졌어. 하지만 그것은 그 애 주위에 보이지 않는 뭔가를 남겨두었던 거야. 아나스타시아의 빈터에서 그 애가 원치 않는 무엇인가가 벌어지면 주위의 모두가 마치 마비된 듯 멈춰 버리지. 그래서 자네도 意識을 잃었던 거야. 그 애의 意志에 반해서 자네가 그 애를 안으려 했을 때 말이야. 그 애는 손을 들어 이 현상을 정지시켜. 손 들 시간이 있어야 하지만 말이지. 그 애는 옛날처럼 지금도 다 스스로 하려고 해.
 
우린 어린 아나스타시아에게 공중에서 반짝이던게 뭐냐고 물어봤어. 그러자 아나스타시아는 그냥 '좋은 거'라고 부르면 된다며 짧게 대답했어.''
노인은 여기서 말문을 닫았어. 난 어린 아나스타시아가 숲에서 어떻게 살았는지 더 알고 싶어서 또 물었다.
''그 다음은 무얼 하며 어떻게 살았죠?''
''그렇게 살았어.''
노인이 대답했다.
 
''다들 자라듯이 자랐어. 그 애한테 우린 다츠니키를 도우라고 권했지. 그앤 벌써 여섯 살 때부터 遠隔(원격)에서 사람을 보고 느끼고 도울 수 있었어. 다츠니키 일을 좋아했지. 그 애는 다트니키 현상이 地上의 삶의 本質을 깊이 생각토록 할 것이라 믿고 있어. 그렇게 벌써 20년을 지치지 않고 자신의 빛으로 비추었어. 조그만 텃밭의 植物을 따뜻하게 해주었고, 사람들을 治癒(치유)했어.
식물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설명하려 애썼고 成果가 좋았지. 그리고 사람들의 삶의 다른 면을 관찰하기 시작했어. 運命이 자네와 그 애를 엮었고, 그 애는 또 이런 생각을 해낸 거야. 사람들이 검은 勢力(세력)의 시간 토막을 건너게 해 준다고.''
 
''잘 해낼까요?''
내가 물었다.
''블라지미르, 아나스타시아는 創造者인 사람이 가진 생각의 힘을 안다네. 무턱대고 그런 宣言(선언)을 하지는 않았을 게야. 그 애에게 그럴만한 힘이 있는거야. 그 앤 이 길에서 벗어나지도 물러서지도 않을 거야. 아버지를 닮아서 固執(고집)이 세거든.''
 
''그녀는 이미 行動을 하고 있군요. 자기의 생각틀을 生産해 내려고 애쓰고 있어요. 우리는 그런데 지금 영혼 타령만 하고 있어요. 어린애처럼 콧물이나 훔치는 것이죠. 아나스타시아가 있기나 한지, 모두 내가 꾸며낸 이야기는 아닌지 묻는 사람도 있어요.''
''사람이라면 그런 질문을 할 수는 없지. 사람은 그 冊을 접하기만 하면 바로 그 애를 느낄 수가 있어. 그 애는 책에도 있거든.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은 진짜가 아닌 가짜 人間이지.''
'앵두'(아나스타시아 제2권, 소리나는 잣나무)
 
''작은 나무와 연관된 모든 것을 記憶(기억)해 봐. 블라지미르. 그 나무와 접촉한 순간부터 기억해 봐.''
''그게 그리 중요한 일이면 한 번 해 볼게.''
''그래, 중요한 일이야.''
 
''나는 車에 타고 있었어. 어디로 가고 있었는지는 기억 안나. 중앙市場 근처에서 차를 멈추었다. 운전기사한테 과일을 좀 사오라고 보냈지. 나는 차 안에 앉아 시작에서 나오는 사람들이 여러 가지 苗木(묘목)을 들고 있는 걸 보았어.''
''당신은 그 사람들을 보고 날랐지. 뭐가 그리 놀라웠지?''
 
''당신은 그 사람들은 보고 놀랐지. 뭐가 그리 놀라웠지?''
''그 사람들 表情(표정)이 만족스럽고 氣分 좋았어. 비가 오고 쌀쌀한데도 뿌리를 헝겊으로 둘러싼 무슨 苗木들을 들고 나오고 있었지. 무거울 텐데도 모두 희색이 만연했어. 나는 따뜻한 차안에 앉아 있으면서도 쓸쓸했거든. 운전기사가 돌아왔을 때 난 市場으로 향했지. 장사꾼들 사이를 왔다갔다하며 앵두나무 세 그루를 샀어. 차 트렁크에 실었을 때 운전기사는 말했어. 그 중 한 그루는 뿌리를 너무 바투 자르는 바람에 살지 못할 것이니 지금 그냥 버리는게 났다고. 난 버리지 않았어. 이 나무가 가장 꼿꼿했거든. 나중에 내 시골집 뜰에 나무를 손수 심었어. 뿌리가 너무 바투 잘린 앵두나무는 구덩이에 더 많은 체르노젬(시커먼 흙: 역주)과 거름 그리고 또 무슨 비료를 더주고 심었어.''
 
''그 나무를 살란다고 했겠지만 비료 때문에 잔뿌리가 2개 더 말라 버렸어.''
''살았는데! 봄이 되어 꽃봉오리가 나기 시작하자 이 나뭇가지가 살아났어! 조그만 잎도 나왔고. 그 후 나는 장사 탐험에 나섰지.''
''그 전에 당신은 두 달 넘게 每日 시골집에 가서는 맨 먼저 하는 일이 앵두나무 보는 것이었어. 때론 나뭇가지를 쓰다듬어 주기도 했어. 잎이 나오자 가뻐서 물도 가끔 주었지. 지지대를 땅에 박아 바람에 줄기가 꺽이지 않도록 해주었지. 블라지미르. 블라지미르, 사람이 나무를 對하는 態度(태도)에 따라 나무가 반응을 보인다고 생각해? 나무도 좋고 나쁜 감정을 느낄까?''
 
''방 안의 植物이나 꽃이 반응한다고 어디서 듣거나 읽은 적 있어. 식물을 보살피는 사람이 어디로 떠나면 시들기도 한대. 학자들이 실험도 했는데 여러 가지 식물에 센서를 부착해 놓고 사람이 惡한 또는 善한 마음으로 다가가면 바늘이 기우는 방향이 다르대.''
 
''그러니까 식물이 사람의 感情에 반응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거지, 블라지미르? 그리고 위대한 創造者가 명령한 대로 사람의 生命保全(생명명보전)을 위해 노력하는 거야. 열매를 맺거나 예쁜 꽃으로 사람한테 좋은 감정을 유도하고, 呼吸을 위해 空氣를 조화롭게 하지. 그뿐 아니라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召命(소명)이 식물에겐 하나 더 있어. 어느 식물과 한 사람이 直接적인 관계를 맺으면 그 식물은 사람한테 眞實한 사랑의 空間을 만들어. 그것이 없다면 地球상에는 생명이 불가능해. 많은 다츠니키들이 자기 텃밭을 찾는 이유는 거기에 이 空間이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지.
 
당신이 심고 가꾼 조그만 시베리아 앵두나무는 다른 식물들이 자기의 召命을 다하는 것처럼 자기 소임을 다하려고 애섰어. 식물들이 여럿이면 사람한테 커다란 사랑의 空間을 만들 수 있어. 식물 종이 多樣(다양)하고 사람이 이들을 사랑으로 만져 주고 對話한다면 말이지. 식물 모두는 함께 사람한테 큰 사랑의 공간을 만들고 그것은 사람의 마음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肉身의 병을 치유해. 植物이 여러 가지일 때 모두 함께 그러는 거야, 블라지미르.
 
그런데 당신은 딱 하나의 식물만을 보살폈어. 그래서 작은 시베리아 앵두나무는 여러 植物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혼자 해내려고 애를 쓴거야. 당신이 앵두나무를 極盡(극진)히 대해 주었기 때문이지. 당신은 直感적으로 알고 있었어. 당신 주변의 사람들 중 바로 이 작은 나무 만이 당신한테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주려고만 한다는 것을 당신은 알았던 거야.
 
그래서 당신은 바쁜 日課가 끝나고 나면 피곤한 몸으로 앵두나무한테 와서 곁에 서서 쳐다보았어. 그래서 앵두나무도 努力한 거야. 해님이 첫 햇살을 펼치기 전에 앵두나무 잎은 밝아오는 하늘에서 빛을 잡아두려 애썼지. 그리고 해가 지면 밝은 별빛을 활용하려 했어. 그러자 아주 작은 결실이 있었지. 앵두나무 뿌리는 뜨거운 비료를 피해 돌아서 地球로부터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었어.
 
그래서 앵두나무 엽맥에는 흙의 즙이 평소보다 약간 빠르게 흘렀어. 어느 날 당신은 가는 가지에 작은 꽃을 보았지. 다른 묘목에는 꽃이 피지 않았는데 그 苗木만 꽃을 피운 거야. 그 꽃을 보고 당신은 어땠지? 기억해 봐, 블라지미르.''
 
''난 정말 기뻤어. 왠지 氣分도 좋아지고. 그래서 난 그 가지를 쓰다듬어 주었어.''
''당신은 多情히 가지를 쓰다듬었어. 그리고 어쩜, 꽃을 다 피웠구나! 하고 말했지.
나무는 열매를 맺지. 그것 말고도 나무는 사랑의 空間을 만들어줘, 블라지미르. 앵두나무는 당신한테도 사랑의 공간이 생겼으면 하고 간절히 바란거야. 사람으로부터 받은 것을 되돌려주기 위해 힘을 얻을 곳이 더 이상 없었어. 앵두나무는 自己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미 다 줬거든. 그런데 앵두나무는 특별한, 그리고 다정한 보살핌을 받았어. 그래서 앵두나무는 그 이상으로 보답하고 싶어졌어, 그것도 홀로!
 
당신은 長期間 탐험을 떠났지. 돌아오자마자 당신은 그 앵두나무에게 갔어. 가면서 市場에서 산 앵두를 먹고 있었지. 앵두나무로 다가가서 그 나무에도 빨간 열매 세 개가 달려 있는 걸 보았지. 몸이 피곤한 당신은 앵두나무 곁에 서서 시장에서 산 앵두를 먹으며 씨를 뱉고 있어어. 그리고 그 앵두나무의 열매도 하나 따서 먹어 보았어. 시장에서 산 것보다 약간 신맛이 났지. 나머지 두 개는 건드리지도 않았어.''
 
''나는 다른 앵두를 실컷 먹었거든. 내 앵두는 정말로 맛이 좀 시었어.''
''그 작은 열매에 당신한테 이로운 것이 얼마나 많이 들어 있었다고! 에너지와 사랑이 얼마나 많았다고! 앵두나무는 地球의 중심과 넓은 宇宙로부터 당신에게 이로운 모든것을 모아 세 개의 열매에 담은 거야. 앵두나무는 이 세 개의 열매를 익히려고 심지어 자기 가지 하나를 말려 버렸어. 하나만 먹고 나머지 두 개는 건드리지도 않았지.''
 
''난 몰랐잖아. 앵두나무가 열매를 맺어서 어쨌든 나는 기뻤어.''
''그래, 당신은 기뻤지. 그리고 기억 나? 이번엔 당신이 어떻게 했는지?''
''내가? 응 그냥 앵두나무 가지를 또 쓰다듬었지.''
''쓰다듬는 것 말고. 당신은 몸을 기울여 잡고 있던 가지의 잎에 입을 맞추었어.''
''그래, 입을 맞추었지. 기분이 아주 좋았거든.''
''그래서 앵두나무 한테 믿기 어려운 일이 일어난 거야.큰 사랑으로 길러낸 열매를 당신이 먹지 않았으니 앵두나무가 당신에게 해줄 수 있는게 무엇이 있었을까? 앵두나무는 사람의 키스를 받고 戰慄(전율)했어. 그리고 우주의 넓고 밝은 공간으로 작은 시베리아 앵두나무가 生産한 생각과 感情이 날아오른 거야. 사람에게 받은 것을 돌려주려고.
 
사람에게 사랑의 키스를 선사하고 사람을 밝은 사랑의 感情으로 따뜻하게 해주려고. 모든 理致에 역행하여 생각은 우주 창공을 해맸어. 그렇지만 所願을 이루지 못했어. 성취 불가능에 대한 인식은 곧 죽음이야.
밝은 힘은 앵두나무가 생산해낸 생각을 앵두나무에게 되돌려주었다. 앵두나무가 그걸 자기 內部에서 없애버리도록 함으로써 죽지 않도록 한 것이지. 그런데 앵두나무는 그걸 받지 않은 거야!
 
작은 시베리아 앵두나무의 뜨거운 소원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고 아주 純粹(순수)하고 부드러웠어. 밝은 힘은 어찌할 바를 몰랐지. 위대한 創造者는 기존의 조화의 이치를 바꾸지 않았어. 그런데도 앵두나무는 죽지 않았던 거야. 앵두나무의 생각과 열의 그리고 感情이 너무나도 순수했고 그래서 죽지 않은 거야. 누구도 무엇도 순수한 사랑을 없앨 수 없어. 그게 우주의 理致야. 그리고 그 사랑은 당신 위에 맴돌며, 헤매며, 소원성취의 순간을 고대한 거야. 우주에서 홀로 당신을 위해 사랑의 空間을 지으려고 한 거야. 내가 어떻게든 앵두나무를 도와 그 꿈을 이루도록 당신 배에 갔던 거야.''
 
''그러니까, 당신의 나에 대한 感情은 앵두나무를 도우려는 마음에서 시작된 거야?''
''당신에 대한 나의 관계는 나의 관계일 뿐이야, 블라지미르. 누가 누구를 돕는 것인지, 앵두가 나를 혹은 내가 앵두나무를 돕는 건지 분명히 말하기 어려워. 우주의 모든 것은 상관관계일 뿐이야. 실제 대한 認識(인식)은 스스로의 몫이야. 자, 이제 하락해 줘. 내가 앵두나무의 꿈을 이루도록. 앵두나무 대신 내가 당신에게 키스를 해도 돼?''
''물론이지. 그렇게 해야 한다면. 내가 돌아가면 열매를 다 먹을게.''
 
아나스타시아는 눈을 감았다. 자기 손을 가슴에 얹고 조용히 속삭였다.
''앵두야, 느껴봐. 네가 느낄 수 있다는 거 알아. 네가 소원했던 걸 내가 해줄게. 앵두나무야, 이건 너의 키스야.''
그리고 나서 아나스타시아는 얼른 내 어깨에 손을 얹고 눈을 뜨지 않은채 다가와 입술을 내 뺨에 대고 꼼짝하지 않았다.
이상한 키스. 그냥 입술의 감촉. 그렇지만 내가 알고 있던 모든 키스와 달랐다. 단순한 입맞춤이었지만 전에 알지 못한 아주 특별한 좋은 느낌을 주었다. 키스할 때 나타나는 사람 마음속의 것이 더 중요한가 보다.
 
그런에 이 타이가 외톨이의 내부에는 무엇이 숨어 있는 것일까? 그녀의 많은 지식과 비범한 能力, 감성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아니면 그녀가 말하는 모든 것이 단지 그녀의 상상의 열매인가? 그렇다면 그 기본 좋고 따뜻하고 내 내부의 모든 것을 훈훈하게 하는 느낌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서 그 비밀을 풀 수 있을까? 다음은 내가 직접 겪은 일인데 그 단서가 될지 모르겠다.
'어린이들에게 生地(생지)를 주세요' (아나스타시아 7권 삶의 에너지)
 
블라지미르 메그레
 

우크라이나에 하리코르란 都市가 있다. 이 도시에 孤兒院이 하나 있다. 좋은 고아원이다. 안락한 건물실내, 멋진 수족관, 커다란 수영장. 현지 관청이 관심을 기울였고 사업가들도 도왔다.
초중등 교육을 관할하는 市의 담당부서 책임자는 건물 내부를 안내하며 이 고아원의 아동들은 일반 학교에 입학한다고 말했다. 난 窓 밖을 보았다.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학교에서 귀가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 女子 아이만 다른 아이들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져 한 쪽에서 걷고 있었다.
 
- 저 아이는 쏘냐입니다. 1학년이죠.
교장 선생님이 내게 말을 건넸다.
- 저 아이는 늘 혼자 다닙니다. 유대인 가정이 곧 자기를 入養할 거라 생각하고 있어요.
- 왜 유대인 가정이죠? 저 아이는 유대인 아이와 닮지 않았는데요. 머리카락은 밝고 우크라이나 아이 같아요.
 
- 학교에서 누군가 저 아이한테 말했대요. 쏘냐는 유대인 이름이고 그러니까 너는 유대인이라고. 쏘냐는 자기가 유대민족임을 首肯(수긍)했고 반드시 유대인 家庭이 자기를 입양할 것이라 마음을 굳힌 거예요.
항상 혼자 다니는 이유는, 단체로 모여 다니면 장래의 父母들이 자기를 못 알아볼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리코프에 있는 고아원은 좋다. 우크라이나, 벨라루시, 러시아의 여러 다른 도시에도 고아원이 있다. 그곳에 아이들이 산다. 이 고아원들은 시설이 아무리 안락하다 할지언정, 그와는 무관하게 아이들은 자기들에게 父母가 있었으면 하고 꿈을 꾼다.
 
아스팔트로 포장된 뒷마당. 동갑내기 친구들과 떨어져 왜소하고 깡마른 체구의 1학년 학생, 회색신발을 신은 쏘냐가 총총 걸음으로 걷고 있었다. 고아원출신 쏘냐는 꿈을 꾸고 있었다......
 
하루가 가고 이틀 그리고 몇 달이 흘러 지났다. 어린이 시설은 오래 전부터 여러 나라에 있지만 그곳의 아이들 모두를 아들이나 딸로 입양하지 않는다는 걸 쏘냐는 아직 알 턱이 없다. 고아 대부분은 부모 없이 살아갈 運命이라는 것을. 쏘냐는 결국 입양되지 못했다.
 
그런데 그 아이의 人生은 독특하게 전개되었다. 그 당시 하리코프에 사는 한 무리의 사람들은 도시 근교에 마을을 세우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150헥타르의 土地를 받아냈고 120가족이 각각 1헥타르씩을 가지고 家園(가원)을 세우기로 작정한 것이다.
 
가장자리의 한 필지가 아직 主人을 못 만났는데 그것을 고아원 출신 아이 누구에게든 주기로 결정을 내렸다. 일이 되려니 그 선택이 다름 아닌 어린 쏘냐에게 落點(낙점)이 되었던 것이다. 소녀를 보육 선생님과 함께 차로 그애의 敷地(부지)까지 데려왔다. 보육선생님은 어린애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쏘냐, 이것 봐라, 여기 박힌 말뚝, 말뚝 사이사이에 쳐놓은 줄 보이지? 이 줄을 건너면 네 땅이다. 1헥타르나 돼. 네게 땅을 膳物(선물)한 사람들도 1헥타르씩 나누어가졌고 거기에 나무를 심고 집도 짓는단다. 너도 더 크면 집을 짓고 과일나무를 심을 수 있을 게다. 네 땅이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
 
소녀 아이는 줄에 다가가 만져보며 보육선생님한테 되물었다.
- 그러니까 이 줄을 넘으면 내 땅이고, 줄 넘에선 내가 願(원)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나요?
- 그래, 쏘냐. 이건 네 땅이야. 오직 너 혼자서 그 땅에 무엇이 자랄지, 모든 걸 결정할 수 있단다.
 
-그런데 땅에서 무엇이 자라 오를까요?
- 아 그거야 너도 보듯이 지금은 여러가지 풀이 자라잖니. 하지만 이웃 부지에는, 보거라, 사람들이 벌써 사과나무, 배나무, 그 외 여러 가지 과일나무를 심었구나. 곧 果樹園에 꽃이 필 거야. 너도 더 크면 다른 사람들 땅처럼 멋지도록 네 땅에 어디에 무엇을 심을까 결정하거라.
 
쏘냐는 허리를 굽혀 줄 밑으로 기어 自己의 1헥타르 땅에 들어갔다. 줄을 따라 몇 걸음 걷다가 풀과 거기서 바쁘게 움직이는 소리를 내는 모든 것들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 애는 自己 땅에 자라는 작은 자작나무에 다가가 아직은 가느다란 나무의 줄기를 만졌다. 보육선생님을 보고 돌아서서는 웬일인지 좀 불안하게 물었다.
 
- 그럼 나무는요? 자작나무는? 이것도 나만의 것인가요?
- 그래, 쏘네츠카, 자작나무도 이젠 오직 너만의 것이야. 네 땅에서 자라니까. 네가 좀 더 크면, 여기에 다른 나무도 심을 수 있어. 자 그런데 이제 가야할 시간이다. 곧 점심시간이야. 나도 학급으로 돌아가야 하고.
少女는 자기 부지를 향해 다시 돌아섰고 잠자코 應視(응시)했다.
 
 
* * *
아이가 있는 사람은 안다. 아이들은 놀면서 종종 여러 가지 소재로 칸을 막아 자기 榜(방)을 임시로 만들기도 하고 시골이라면 초가막을 만들고 거기서 논다. 웬일인지 모든 어린애들한테는 큰 세상으로부터 자기만의 작은 世上을 가리고 자기만의 空間을 지으려는 욕구가 있다.
고아원 어린이들한테는 모두를 위한 공간이 있다. 이건 모두들 위한 공간인데 그것이 아무리 좋은 시설이라 해도 아이들한테는 괴롭고 갑갑하게 느껴진다.
 
쏘냐는 다른 고아원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자기만의 것, 심지어는 손바닥만 한 한 구석도 가져본 적이 없다. 그런데 지금 그 아이는 줄 넘어, 모든 게 자기만의 것인 곳에 서 있다. 풀, 그 풀 위의 살아 있는 메뚜기, 그리고 자작나무까지. 왜소한 少女는 보육 선생님을 보고 돌아섰다. 말문을 열었다. 그 아이의 목소리에는 애원과 단호함이 함께 묻어났다.
 
- 부탁이에요. 간절하고 간절한 所願이에요. 나는 남게 해주세요. 선생님은 돌아가세요. 나는 알아서 혼자 갈게요.
- 30킬로미터를 네가 어떻게 온다는 거냐?
- 갈게요.
쏘냐의 답은 단호했다.
- 걸어서 끝까지 갈 거예요. 버스를 타고 갈 수도 있고요. 부디, 제가 내 땅에 홀로 있게 허락해 주세요.
''쥐굴리'' 운전수이자 쏘냐 이웃 敷地(부지)의 소유주가 이 대화를 듣고는 제안하고 나섰다.
 
- 저 아이가 저녁때까지 이곳에 있게 하세요. 선생님을 제가 모셔다 드리고 저녁에는 저 아이를 데려다줄게요.
보육선생은 잠시 생각하더니 수긍했다. 줄 뒤쪽에 서서 자기의 許諾(허락)을 기대하는 소녀의 얼굴을 본 이상, 허락하지 않을 수도 없는 터였다.
 
- 좋아, 쏘냐. 저녁때까지 여기에 있거라. 운전기사분을 통해 네가 먹을 점심을 보내마.
- 뭐 그럴 필요가지야! 우리가 이웃여자분과 점심을 나눠먹을게요.
''이웃분''이란 단어에 尊重하는 마음을 담아 ''쥐굴리'' 운전수가 심각하게 말했다.
 
- 어이, 클라바! 들었지! 4인분 준비해야겠어. 오늘은 이웃이 한 명 있어. 건축 중인 건물의 베란다에서 점심 준비에 분주한 아니에게 소리쳤다.
- 좋아요.
女人이 응대했다.
- 모두에게 충분할 거예요.
그러고는 쏘냐에게 말한다.
- 얘, 쏘냐야, 뭐 필요한 것 있으면 말하려무나.
- 고맙습니다.
幸福에 넘치는 쏘냐는 답했다.
 
''쥐굴리''가 떠나고 없자, 쏘냐는 말둑 사이에 당겨 매놓은 줄을 따라 걸었다. 천천히 걷다가 때로는 걸음을 멈추는가 하면 쪼그려 앉아 뭔가를 손으로 만져보고는 다시 걷는다. 그렇게 자기 땅의 경계를 한 바퀴 다걸었다.
그러고 난 다음 헥타르 땅의 中心에 서서 사방의 경계를 살펴보았다. 그러다 문득 양손을 평치고는 뛰었다. 깡총깡총, 빙글빙글.
 
점심식사 후, 自己 땅에서 뛰어 돌아다니느라 지친 소녀를 본 클라바는 소녀에게 접이식 침대에서 눈을 좀 붙이라고 권했지만 피곤한 쏘냐는 이렇게 답했다.
- 괜찮으시다면 못 쓰는 옷이나 뭐 있으면 깔게 내게 좀 주세요. 난 내 땅에서 자작나무 곁에서 좀 잘게요.
니콜라이가 少女의 땅 자작나무 곁에 접이식 침대며 매트리스 그리고 옷가지를 가져다 줬다. 소녀는 눕자마자 깊은 잠에 빠졌다. 이것은 자신의 血肉 같은 땅에서 잔 첫 잠이었다.
 
고아원에서는 처음에 누가 봐도 풀 수 없을 듯한 문제가 發生했다. 쏘냐는 매일매일 자기의 1헥타르 땅에 갔다 올 테니 허락해달라고 보육선생님을 졸랐다. 혼자 버스를 타고 다니기에는 애가 너무 어리고 그렇다고 다른 아이들을 홀로 남겨둘 수도 없어 보육원 선생님이 그 애를 데려다 줄수는 없다는 설명은 도무지 되질 못했다.
 
쏘냐는 고원 원장 선생님께 말씀드렸다. 원장 선생님께 자기는 반드시 자기 땅에 갔다 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웃 부지에는 다른 사람들이 이미 나무를 심고 있고, 곧 거기에는 나무들이 꽃을 피울 것이기 때문에, 그런데 자기 땅은 버려진 것처럼 보일 것이고, 아무것도 꽃이 피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갔다 와야 한다고 했다.
결국, 고아원 원장 선생님은 쏘냐도 수긍할 수 있는 해결방안을 찾아 말했다.
 
- 쏘냐, 지금은 너를 네 부지에 데려다 줄 수가 없구나. 다른 것은 다 고사하더라도 너는 보름을 더 공부해야 해. 보름이 지나면 放學(방학)이 시작되고 내가 네 부지의 이웃과 한 번 얘기를 해보마. 그 사람들이 너를 봐줄 수 있다고 허락하면 방학동안 네가 얼마간 네 부지에 가 있도록 허락하마. 일주일이나 혹은 더 길게. 그리고 너는 보름 동안 네 땅을 위해 이로운 시간을 보낼 수도 있을 거다.
자, 이 소책자를 받아서 읽거라. 책 하나에는 이랑을 만드는 법이 쓰여 있고, 다른 하나에는 어떤 藥草가 있는지 쓰여 있다. 네가 모범생처럼 굴면 방학에 맞추어 여러 가지 씨앗도 준비해주겠다.
 
쏘냐는 모범생이 되었다. 열심히 공부했고 자유시간에는 교장선생님이 선물한 두 권의 소책자만 내내 읽었다. 잠자리에 들 때는 자기 땅에 온갖 식물들이 예쁘게 자라는 모습을 꿈꾸고 想像했다. 한 번은 다른 모든 아이들이 잠들어 있을 때 쏘냐는 창문을 통해 들어온 달빛 아래서 나무 꽃을 그리는 모습을 야간 주변 아줌마가 목격한 적도 있다.
이웃들은 소녀아이를 지켜보겠다 同意를 했고, 여름 방학이 되자, 원장 선생님이 직접 ''쥐굴리'' 승용차 트렁크에 2주일 먹을 마른 식량, 샵, 갈퀴, 씨앗이 든 봉투를 싣는 일을 도왔다......
 
니콜라이는 고아원에서 비상식량을 받지 않으며 했으나, 교장 선생님 말씀은, 쏘냐는 獨立心이 강한 아이이고, 누구에게도 짐이 되고 싶어 하지 않으며, 그 애가 자기 먹을 식량이 있는 것을 보면 더 좋을 것이라 했다.
아 그리고 쏘냐한테 침낭을 하나 새것으로 더 넣어주었다. 니콜라이 이웃에 사는 한 가족이 이미 완공된 자기 집 1층에 방 하나와 침대를 준비해 고아원 여자 아이에게 주려했지만......
쏘냐가 차에 오르자 쏘냐를 마중한다고 나온 그날 고아원 근무자들은 물론 다른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幸福으로 환하게 밝은 얼굴을 보고 싶어 했다.
 
첫 3일 밤을 쏘냐는 이웃이 쏘냐에게 제공한 방에서 잠을 잤고 낮에는 자신의 피붙이 땅 生地에서 하루 온종일 지냈다.
3일째 되던 날을 니콜라이의 生日이라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텐트를 가져온 젊은 부부도 있었다. 다음날 손님들은 다 흩어지고 텐트 홀로 남게 되었다.
젊은 부부는 니콜라이한테 말했다
- 이건 우리가 주는 膳物이야.
 
쏘냐는 니콜라이에게 다가가 텐트에서 자게 해달라고 했다. 니콜라이는 허락했고.
- 물론이지, 하고 싶으면 그리 하거라. 근데 왜? 방안이 후텁지근하던?
- 방은 좋아요.
소녀는 말했다.
- 그런데 사람들은 누구나 自己 땅에서 자잖아요. 내 땅은 밤에 홀로 외로워요. 여러 부지에서 불이 환한데 내 땅은 어두워요.
- 그러니까, 내가 네 땅으로 텐트를 옮겨달라는 거지?
- 네, 부디 그리 해 주세요, 콜랴 아저씨, 자작나무 곁에요. 시간이 있고, 어렵지 않으시다면......
 
그날 이후 쏘냐는 자기 땅 자작나무 곁에 설치한 天幕(천막)에서 잤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는 천막 옆 물통으로 다가가 컵으로 물을 떠서는 입에 한 모금 물고 손바닥을 펼쳐 물줄기를 가늘게 뿜어 洗手(세수)를 했다.
그다음 자기가 직접 그린 부지 설계안이 담긴 앨범을 가져다 요리조리 살펴보곤 했다. 이어 꽃밭과 이랑을 만든다고 분주하다.
 
원장선생님이 쏘냐에게 선물한 자그만 샵은 날카로웠지만 쏘냐는 아무 애를 써도 삽날을 땅 속 깊이까지 디밀지는 못했다. 반 정도만 찔러 넣을 힘이 있었다. 그렇지만 어째든 쏘냐는 이랑을 만들어냈다.
이웃 니콜라이가 쏘냐에게 쏘냐가 지시한 곳을 관리기로 파 엎겠다 제안했지만 쏘냐는 단호히 拒絶(거절)했다. 쏘냐는 누구든 자기 땅에 들어오는 걸 반기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걸 느낄 수 있었고 말뚝과 말뚝 사이사이의 줄로 표시된 境界를 소녀가 모르게 넘지 않으려 애썼다. 심지어는 니콜라이도 아침에 起床(기상)하여 아침을 먹으라고 쏘냐를 부르러 가서도 줄까지만 다가서서 그곳에서 쏘냐를 불렀다.
소녀가 自立을 위한 특별한 갈망이었는지 아니면 남에게 부담이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였는지 아무튼 쏘냐는 어떤 것도 남에게 부탁하지 않았고, 심지어는 마을의 주민 누구든 쏘냐에게 때론 옷가지, 때론 砂糖(사탕) 또는 다른 자기 집에서 쓰던 물건을 전하기라도 하면, 쏘냐는 공손히 고맙다고는 했지만 받기는 한사코 사양했다.
 
쏘냐는 자기 땅에 머문 2주 동안 이랑을 세 개나 만들어 씨를 뿌렷다. 그 가운데에 花壇을 커다랗게 만들었다.
쏘냐가 자기 땅에 머문 지 2주가 지나고 그 마지막 날 아침, 니콜라이는 여느 때와 같이 쏘냐를 아침식사에 부르러 그 아이의 경계에 다가섰다.
소녀는 자기 화단 곁에 서 있다. 아무것도 싹튼 것은 없다. 소녀는 그것만을 쳐다보고 돌아보지도 않은 채 니콜라이에게 답한다.
- 콜랴 아저씨, 오늘은 저를 아침식사에 부르실 필요 없어요. 오늘은 안 먹을래요.
 
니콜라이가 전하기로는, 여자아이의 목소리에서 뭔가 와락 터질 듯한, 억지로 참고 있는 듯한 慟哭(통곡)을 느꼈다고 했다. 니콜라이는 무슨 일인지 따져 물으려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와 쌍안경으로 쏘냐를 觀察하기 시작했다.
소녀는 자기 땅을 걸어 돌며 풀을 손으로 만져주고 이랑에 있는 무언가를 바로 옳게 바로 잡았다. 그러고 나서는 자작나무에게 다가가 작은 손으로 잡고 있는데 그 아이의 자그마한 양 어깨가 폴싹폴싹 떨고 있었다.
 
점심때가 되자 고아원의 낡은 미니버스가 쏘냐를 데리러 왔다. 운전기사는 니콜라이 家園으로 들어가는 길 입구에 車를 세우고 信號(신호)를 보냈다.
 
니콜라이 말이다.
- 내가 쌍안경으로 보니, 그 애는 자신의 어술한 물건들, 삽이며 갈퀴를 주워 모아서는 고개를 푹 떨군 채 우리가 있는 쪽으로 향했어요. 쌍안경을 통해 그 아이의 얼굴을 보고는 난 어쩔 수 없었어요. 핸드폰을 들 수 밖에. 고아원 원장님과 바로 通話(통화)가 돼서 다행지이지요. 내가 원장선생님한테 말했어요. 어떤 서류에도 서명하겠다고, 아이에 대한 책임을 내가 지겠다고, 休暇(휴가)를 내서 계속 한 발도 떼지 않고 부지에 있겠다고, 쏘냐가 방학이 끝날 때까지 자기 헥타르에만 있게 해달라고.
 
고아원의 모든 아이들이 治療(치료) 휴양 차 바닷가의 여름 휴양소로 떠나야 한다고 원장 선생님이 설명하려들더라고요. 이런 기회를 오래 전부터 노리고 있었고, 이제 후원인이 나타나 지금 막 떠나려 한다고. 난 원장선생님한테 남자 대 남자의 말투로 말했지요. 그러자 원장 선생님은 삐지지 않고 내게 단호히 답하데요. 그리고 덧붙였어요. ''우리 기사한테 전화기 좀 넘겨봐요. 내일 내가 직접 그리로 가죠.''
 
난 얼른 뛰어나와 기사에게 전화기를 건네고는 내가 직접 말해버렸죠.
- 어이, 친구, 빨리 없어져.
운전기사는 떠났죠. 이때 쏘냐가 다가와 묻는 거예요.
- 콜랴 어저씨, 나 데리러 왔던 버스지요? 그런데 왜 가버렸어요?
원장선생님과 전화 통화에 왠지 엄청 긴장했던 나는 담배를 한 대 피워 물었어요. 손은 떨렸고. 아이한테 말했어요.
 
- 너 데리워 왔을 줄 알고? 아니야, 그냥 온 거야. 食品이나 그 외 뭐 네게 더 필요한 거 있나 물어보려고. 내가 없어도 된다고 했어.
소녀는 나를 유심히 쳐다보더니 뭔가를 이해한 듯 조용히 물했어요.
- 고마워요, 콜랴 아저시.
그러고는 걷는가 했더니, 자기 땅을 향해 빠르게 뛰었지요.
 
고아원 원장이 당도한 시간은 아침이었지만 난 벌써 일어나 그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죠. 그런데 그 사람은 나한테로 오지 않고 바로 천막을 향해 갔어요. 그 사람한테 말할 새를 놓쳤어요, 초대 없이는 줄을 넘을 수는 없다고. 그런데 그 사람 대단하데요. 스스로 알아차렸어요. 더 대단한 것은, 어린아이가 상처받지 않게 곧바로 말했어요, 소녀 아이가 자기 쪽으로 나오도록.
 
- 날이 좋구나, 안녕, 쏘냐. 한 가지 묻고 싶은게 있어 네게 들렀다. 우린 바다에 갈 건데 넌 어찌하겠느냐? 여기 남을래 우리와 함께 바다에 갈래?
- 여기요!
그건 말이 아니었다. 함성소리였다.
- 나도 그럴 거라 생각했지.
원장선생님이 답했다.
- 그래서 네게 줄 非常食糧(비상식량)으로 가져왔지......
 
- 걱정하지 마세요. 시간 虛費(허비) 마세요. 내겐 아무것도 필요 없어요.
- 필요 없다니? 그럼 내가 어찌해야 하니? 나라에서 보육원생한테 돈이 나오는데, 너는 스스로 자라고 스스로 알아서 먹겠다고? 그럼 난 나랏돈을 어떻게 썼다고 보고하지? 아니야, 네가 받아야 해, 도와주라. 자, 알렉세이치, 내리지. 우리가 들어가도 되겠니, 쏘냐, 네 살림을 보여줄 수 있겟니?
 
상황을 파악하느라 쏘냐는 얼마간 원장선생님을 바라만 보았지요. 그러다 미니버스 운전기사가 무슨 무거운 가방을 차에서 내리는 걸 보더니, 자기가 放學이 끝날 때까지 자기 땅에 머물 수 있다는 것을 결국 알아차리고는 기쁘게 소리쳤습니다.
- 아이구, 내가 왜 이렇지...... 들어오세요. 여기 쪽문이 있어요. 여기엔 줄이 없어요. 어서 들어오세요. 내 살림을 보여드릴게요. 콜랴 아저시, 아저씨도 들어오세요.
 
소녀는 우리를 자기 천막 안으로 안내하고는, 바로, 천막 옆에 있던 작은 물통의 물을 마시라고 勸(권)했다.
- 이 물은요, 제가 샘에서 떠온 물이에요. 맛있어요. 수돗물보다 좋아요.
- 암 그래야지
원장선생님이 말했다. 그리고 반 컵쯤 물을 떠서는 만족스레 마셨다.
- 좋다!
 
그리고 나도 마셨다. 운전기사도 마셨다. 우리 모두는 쏘냐의 물을 稱讚(칭찬)했고, 쏘냐는 그것으로 정말 뿌듯함을 느꼈다. 아마, 쏘냐는 一生에 처음으로 뭔가 자기 것을 가져본 것일 것이다. 그게 하찮은 물일지라도 자기것이고 또 그 아이는 난생 처음으로 자기의 것을 어른에게 줄 수 있었다.
 
쏘냐는 자기가 世上의 一部라는 걸 느끼기 시작했다. 그다음 우리는 한 시간반인가 두 시간쯤 무엇을 벌써 심었는지, 심을 것인지 전하는 열띤 쏘냐의 말을 들었다. 쏘냐는 장래 자기 家園의 그림들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이 아이의 설계도- 그림에는 집이 보이지 않았다.
 
- 우리는 이제 가봐야겠다.
쏘냐에게 원장 선생님이 말했다.
- 이 짐은 네가 직접 풀어보거라. 充電(충전) 기능이 있는 손전등을 내가 너 주려고 가져왔다. 그거로 멀리 비춰볼 수도 있고 낮의 빛 림프로 전환하면 讀書도 할 수 있다. 지금부터는 네가 읽어야 할 冊도 많을 게다. 부지 디자인에 대한 잡지, 온갖 식물재배에 관한 책, 민간의학에 대한 책들을 많이 가져왔다.
 
- 아이구, 제가 또 잊고 있었네요.
쏘냐가 손뼉을 마주치며 말했다.
- 잠깐만요.
그 아이가 천막의 덮개를 한쪽으로 걷어내니, 그 천막 안에 팽팽히 매놓은 줄에 갖가지 풀 다발들이 걸린 것들이 보였다.
아이는 그 다발을 몇 개 걷어서 원장선생님께 건넸다.
- 이건 애기똥풀이에요, 풀이름이 그래요. 이건 우리 반 까짜한테 주는 거예요. 다려서 마시면 돼요. 그 애는 자주 아프거든요. 원장 선생님이 제게 주신 소책자에서 읽었어요...... 그래서 말린 거예요.
- 고맙구나......
 
이 원장이란 사람 좋은 사람 같다. 아이들을 좋아한다. 나중 그와 얘기를 나누었는데, 내게 쏘냐의 行動에 대해 자세히 묻더니 몇 가지 진지한 충고를 해주었다.
쏘냐는 그렇게 여름 내내 자기의 헥타르 땅에서, 천막에서 살았다. 가운데에서는 그 아이가 만든 꽃밭이 멋진 꽃들로 활짝 피었다. 이랑에는 파, 빨간 무, 그 외의 것들이 자랐다. 낮이 짧아지자 저녁마다 자작나무 아래 천막 안에서 손전등의 불빛이 깜박이는 걸 자주 볼 수 있었다. 매일 저녁 쏘냐는 民間醫學 책을 읽었고 앨범에다 자기 땅의 未來의 모습을 그렸다.
 
여름이 다 지날 무렵 고아원의 낡은 미니버스가 쏘냐를 데리러 왔다. 난 쏘냐의 물자를 차에 싣는 일을 거들었는 데, 실을 것이 꽤 됐다. 풀 다발만 해도 200여 개는 말렸고, 감자 한 자루, 호박 3개. 그렇게 미니버스가 가득찼다. 난 쏘냐에게 물었다.
 
- 그래, 내년은 어떻게 할 테냐? 네 천막을 내가 보관하련?
- 다음 放學에 꼭 올거에요. 첫 날에 바로 내 땅에 올거에요. 콜랴아저씨, 아저씨는 좋은 이웃이에요. 좋은 이웃이 돼줘서 고마워요.
그러고는 어른스럽게 내게 손을 내밀었다. 손은 단단해져 있었다. 그뿐아니라 쏘냐는 여름 동안 까맣게 탄 건 물론이고 튼튼해졌으며 自身感 있는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그 이듬해, 그 아이는 과일 苗木(묘목) 외 여러 묘를 가져와서는 바로 일에 착수했다.
 
우리 마을 사람들은 마을 회의에서 쏘냐에게 조그마한 집을 지어주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사업가의 아내이자 최고 큰 邸宅(저택)을 지은 지나는 고집스레 주장했다. 작으면 안 된다고.
- 다른 사람들 눈 보기가 창피해요. 마을 사람들 모두가 궁전 같은 집을 짓는데 딱 하나 어린애가 천막에 산다고 생각해보세요. 손님들이 와서 보고 우리를 뭐라고 생각하겠어요!
 
내가 소녀의 性格을 알고, 그애는 적선이라면 어떤 것이든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걸 알기에, 집의 건축에 대한 그 애와의 협상은 내게 委任(위임)되었다.
난 그 아이한테 가서 말했다.
- 쏘냐야, 마을 사람들이 회의에서 너한테 조그마한 집을 지어주기로 결정했다. 너는 집을 지을 자리만 定하거라. 그런데 그아이는 뭔가 겁먹은 듯 묻는다.
 
- 콜랴 아저씨, 자그마한 집이 값이 얼마나 될까요?
난 아무 생각없이 대답했다.
- 어, 그러나까, 각 가족마다 2천씩.
- 2천씩이요? 그건 정말 큰 돈이잖아요. 사람들은 자기 子息 한테는 그보다 적은 것을 사줘요. 나 한테 큰 돈을 쓰는 거예요. 콜랴 아저씨, 간절히 付託(부탁)드려요. 지금 당장은 내게 집이 필요 없다고 사람들에게 전해주세요. 그리고 난 아직 집지을 자리도 定하지 못했어요. 콜랴 아저씨, 부탁이에요. 설명해주세요, 제발, 사람들 한테......
 
그 아이는 걱정이 앞선 것이다. 난 그 이유를 알것 같았다. 자신의 1헥타르를 받은 쏘냐는 평생 처음으로 獨立感을 맛보았다. 땅은 그 아이의 父母를 대신했다. 땅은 그 아이를, 그 아이는 땅을 서로 필요로 했다.
 
어떤 本能的인 느낌으로 그 아이는 다른 누군가가 땅을 건드리는 걸 자기 땅이 원치 않는다는 걸 느꼈다. 상상했던가. 그러질 않길바라지만 집을 다 지은 연후에 쏘냐를 질책한다면, 그것이 소리 없는 비난일 지라도...... 그 아이한테 자기 소유의 집보다 자신의 獨立이 더 소중한 것이다.
 
난 소녀에게 강제로 어떤 선물도 하지 말자고 사람들을 說得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기대하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 아이들이 호수 쪽에서 달려와 쏘냐의 부지를 지난다. 그 맨 앞에 사업가의 아들 에직이 비싼 自轉車를 타고 있다. 그 아이는 늘 쏘냐를 놀려대며 쏘냐보다 고작 세살 위면서도 쏘냐를 꼬마라고 불렀다.
 
- 야, 꼬마야
에직이 쏘냐에게 소리친다.
- 너, 造景(조경) 디자인만 줄창 하는데 실증도 안 나야? 그러지 말고 우리랑 좋은 구경이나 하러 가자.
- 무슨 좋은 구경?
쏘냐가 묻는다.
 
- 우리 아빠가 지금 건설현장에서 쓰던 컨테이너 집을 태워버릴 것야, 저기 봐, 혹시 모르니까 消防車들이 와서 대기 중이야.
- 왜 태워버리는데?
- 보기 안 좋으니까.
- 그거 타고나면 그곳 땅에선 오랫동안 아무것도 못 자라.
 
- 왜 안 자라는데?
- 온갖 이로운 지렁이며 벌레들이 다 타 죽으니까. 이거 봐, 내 천막 옆에 모닥불을 피웠는데 이곳에선 아무것도 안 자랐잖아.
- 우아, 너 꼬마 觀察力이 대단한데. 그럼 빨리 우리 지렁이를 구해줘. 낡은 컨테이너이니 네가 가져. 우리 아빠는 그걸 어디로 버려야 할지 모르니깐.
 
- 그거 무거울 텐네 내가 어떻게 그걸 가져?
- 만날 어떻게 어떻게는. 당연히 크레인이 있어야지. 내일 모래 우리 집으로 크레인이 올 거야. 풍력발전기 설치하러. 그러니까 가져가. 안 그러면 지금 엄청난 모닥불을 보게 될 거야.
- 좋아, 에직. 내가 너네 컨테이너 집 가져갈게.
- 그럼 가자구.
 
이웃의 어른이며 어린 아이들이 에직네 대저택 주변에 많이 모여 있었다. 소방대는 준비완료. 그때 기름통을 들고 건축현장 컨테이너 향하는 자기 어버지한테 다가가 에직이 말한다. 에직의 말에 어린아이들은 대실망이다. 어른들은 반갑게 놀란다.
 
- 아버지, 이 컨테이너 태우지 마세요.
- 태우지 말라니, 왜?
- 내가 그걸 선물했어요.
- 누구한테?
- 꼬마한테요.
- 어떤 꼬마?
- 아 그 동네 끝 쪽에 사는 쏘냐한테요.
- 그래서, 그 아이가 그런다고 한던? 네가 주는 선물을 받겠대?
- 아버지, 날 못 믿겠으면 아버지가 직접 물어보세요.
 
에직은 아이들 무리 속에 섞여있는 쏘냐의 손을 잡아 자기 아버지한테 데려왔다.
- 이 상자 집 네가 가져가겠다고 말해. 말하라니까.
- 내가 가져갈게요.
쏘냐가 조용히 답했다.
 
오호, 사업가 아버지는 아들이 대견하고 자랑스러워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오오, 이런 일이. 누구한테도 어떤 것도 받지 않는 쏘냐가, 그런 독특한 쏘냐가 우리 아들 에직한테서는 선물을 받다니......
 
어린 아이들이 다 흩어지고 사업가는 자기 저택의 인테리어를 공사하는 사람들 모두를 불러 이렇게 말한다.
- 자, 아저씨들, 어떤 재료를 써도 좋아요. 밤낮으로 일하세요. 賃金(임금)은 두배로 드리죠. 이틀 후 이 창고 내부를 유럽식 인테리어로만 싹 바꿔 놓아요. 밖은 지금처럼 누덕누덕해도 괜찮아요. 하지만 내부는......
 
이틀 후, 자작나무 옆, 쏘냐의 천막의 서 있던 곳에는 빨간 벽돌 기초 위에 낡고 헌 건축현장 컨테이너 倉庫(창고)가 놓였다. 낡고 헐었지만 칠을 할 수 있게 준비작업을 해놓은 상태였고, 그 안에는 핀란드 산 페인트와 붓들이 들어 있었다.
쏘냐는 후에 그것에, 平生 최초의 自身의 집, 자기의 피붙이 땅에 선 자기 집에 손수 칠을 했다. 이 작은 집은 이듬해에 이야기 속에나 나올 법한 조그마한 집으로 변신했다. 담장이 덩굴과 머루나무에 휘감겼고 주변에는 花壇이 놓였다.
 
 
* * *
십 년이란 歲月이 흘렀다. 쏘냐는 학업을 마치고 자기 家園에서 벌써 10년째 살고 있다. 우거진 녹음, 꽃 피는 동산, 그 속에 고급저택들이 솟아있다. 그런데 최고의, 최고 아름다운 가원은 쏘냐의 것이었다. 쏘냐의 동갑내기들은 고아원을 등지고 어디론가 알 수 없는 곳으로, 기숙사만 있다면야 그 어떤 전문학교라도 들어가려고 애를 쓸 때, 간신히 입에 풀칠할 정도만 되면 그 어떤 일이라도 찾아 나설 때, 쏘냐는 이미 갖춘 사람이었다.
 
마을 주민들은 관리인에게 잉여 과일이며 野菜(야채)를 내놓았다. 가원에서 재배핸 것은 괘 비싼 가격에 都賣(도매)로 팔렸다. 유렵연합으로 輸出(수출)되어 친환경 농산물을 파는 전문매장으로 팔려나갔다. 쏘냐의 농산물 대부분은 그녀와 그녀의 童話 같은 가원에 대한 소문을 듣고 도시에서 찾아온 사람들이 구매하기는 했지만 쏘냐도 관리인에게 자신의 가원에서 재배한 것을 맡겼다.
게다가 쏘냐는 藥草를 뜯어 모아서 여러 사람들이 병에서 낫도록 도움을 주었다.
 
그런던 어느 날, 지금은 계속 가원에 살고 있는 父母를 찾아 뵈러 에직이 왔다. 에직은 벌써 3년째 美國의 최우수 대학에서 유학을 하고 있다. 에직은 그런데 어려운 수술을 앞두고 있다. 외국 물과 음식 때문인지 肝과 腎臟에 문제가 생겼다. 수술을 하기 전 일주일 간 부모 집에 머물기로 한 것이다. 에직의 엄마 지나이다가 아들에게 권했다.
 
- 아들아, 우리 마을에 治療士(치료사)가 있는데 한 번 갖다오자. 혹 아냐.
- 무슨 말이에요, 엄마. 지금 시대가 어느 때인데요? 서구의 의학수준은 이미 높은 경지에 있어요. 필요하면 잘나내고 바꿔요. 걱정 마세요. 이상한 돌팔이 아줌마한테 나 안 가요. 그건 옛날 얘기예요.
- 내 말은 아줌마들한테 가자는 게 아니야. 너 기억하지, 우리 마을 저 끝 쪽에 사는 고아원에서 온 쪼그만 여자 아이, 선물 받은 헥타르 땅을 혼자 자기 힘으로 가꿔서 모두가 놀랐었잖아.
 
- 아, 그 꼬마요? 조금 기억나요.
- 이젠 꼬마가 아니란다. 아들아, 아주 존경 받는 사람이야. 그 애의 손으로 栽培(재배)한 것이라면 관리인들은 두 배나 주고 산다고. 또 그 애가 모은 藥草 산다고 멀리서도 찾아 오는 걸. 아무런 광고도 하지 않는데도.
 
- 꼬마가 지식을 어디서 얻는데요?
- 1학년 때부터 여름이면 자기 땅에 와서 지냈잖아. 겨울에는 매일 매일 농사, 민간의학에 대한 책을 읽었지. 어릴 적 智慧는 날카로워 모든 잘 받아들이는 법이야. 책에서 많은 걸 길었지. 사람들 말로는 그래. 그애 스스로 더 많은 걸 깨쳤다고. 식물이 그 애를 이해한다고 하더라, 식물들과 對話를 한대.
- 와, 그 꼬마가! 치료해주고 돈은 얼마나 받는대요?
 
- 가끔 받기도 하지만 공짜로 치료해주기도 해. 지난 가을 연못가에서 그 아이를 봤는데 그 애가 내 눈을 보더니 이러더라. ''지나 아주머니, 눈의 흰자위가 좀 이상해요. 이 풀을 가져다가 약물을 우려내서 마시세요. 괜찮아질 거예요.'' 그리고 좋아졌어. 내 눈의 흰자위는 진짜 문제가 있었어. 肝이 안 좋았거든. 이젠 안 아파. 아들, 한 번만 가보자. 네 간도 혹 좋아질지 누가 아냐!
 
- 엄마, 내 문제는 간뿐이 아니에요. 이미 診斷(진단)이 났어요. 신장을 도려 낼 거예요. 그러니 무슨 약물로는 도움이 안 돼요. 그렇지만 한 번 가 봐요. 꼬마의 家園이 보고 싶어요. 낙원이라고들 사람들이 말하대요.
 
 
* * *
- 우와! 멋지게 해놓았구나.
어머니와 함께 쏘냐의 가원에 다가온 에직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말했다.
- 마을 사람들이 대저택과 돌담장에 온힘을 쏟아 부을 때, 쏘냐는 그야말로 樂園을 지었구나. 엄마 저것 봐요, 푸르고 멋진 울타리를 길렀네요.
- 네가 그 아이의 정원을 봐야 해, 더 놀라울 건 없을 걸. 하지만 아주 소수의 사람만을 그 애는 자기 정원에 들인단다.
자나이다가 덧붙였다.
 
쪽문을 살짝 열고 큰 목소리로 불렀다.
쏘냐, 집에 있으면 나와 봐라. 쏘냐! 집에 있니?
조그만 집, 과거 건축용 컨테이너의 門이 열리고 한 처녀가 현관계단으로 나왔다. 숱이 많아 단단히 딴 아마빛 댕기머리를 優雅(우아)한 손동작으로 어깨 뒤로 넘겼다. 지나이다가 아들을 대동하고 온 걸 보고 處女(처녀)의 볼에는 홍조가 돌았다. 탱탱한 가슴에 착 달라붙는 상의의 윗단추를 채우고 가볍고 부드럽지만 동시에 우아한 걸음걸이로 젊은 美人이 계단을 내려와 자나이다와 에직이 서 있는 쪽문 쪽으로 향했다.
 
- 안녕하세요, 지나 아주머니. 오신 거 축하해요, 에두아르드. 원하신다면 제 집이나 정원으로 들어오세요.
- 招待(초대)해줘서 고마워, 얼마고 들어가야지.
지나이다가 답했다.
그런데 에직은 아무말도 못했다. 심지어는 인사도 하지 않았다.
 
- 그런데 쏘냐야.
정원으로 들어가며 지나이다가 계속 말을 이었다.
- 우리 아들이 문제가 있어, 手術을 해야 한대. 미국에서 수술을 한다 해도 나는, 엄마는 걱정이 돼.
쏘냐는 걸음을 멈추고 돌아서서 에직에게 물었다.
- 에두아르드, 어디가 아프세요?
- 心臟이.
간신히 들리는 목소리로 에직이 답했다.
 
- 심장이라니?
지나다이가 소리 질렀다.
- 너 간, 신장이라 그랬잖아?
거짓말이었어, 내가 걱정할까봐?
- 거짓말이 아니에요. 하지만 지금은, 엄마, 심장이 뛰어요. 여기 만져 봐요. 얼마나 뛰는지.
엄마 손을 잡아 자기 가슴에 댄다.
- 들리죠? 이 처녀 미인 아가씨가 당장 내게 시집을 오라고 엄마가 설득을 못하면, 내 심장은 떨어져 나와 텨져버릴 거예요.
 
- 아이구 弄談(농담)도 잘하는구나.
지나다이가 웃음을 터트렸다.
- 엄마는 놀라 죽을 뻔했다.
- 엄마, 나 농담이 아니에요.
에직은 심각하게 대답했다.
 
- 농담이 아니라면
지나다이가 유쾌하게 말을 이었다.
- 잘 알거라, 온 마을 절반이 이미 쏘냐에게 자기 아들을 장가보낸다며 중신아비를 보냈다. 그런데 아무 소용이 없었어. 쏘냐가 시집을 가려고 안 해. 왜 안 가는지 직접 물어봐라. 엄마를 밀지 말고.
 
에직은 쏘냐에게 다가가 조용히 물었다.
- 쏘냐, 왜 누구한테도 시집을 안 갔어요?
- 왜냐하면,
쏘냐가 조용히 대답했다.
- 난 너를 기다렸어, 에직.
 
- 에이 농담꾼들, 엄마를 가지고 놀리는 거야?
- 엄마 지금 당장 우리를 축복해주세요. 나 농담아니에요. 에직이 단호히 말했다. 그리고 쏘냐의 손을 잡았다.
 
- 나도 농담 아니에요, 지나 아주머니.
쏘냐가 심각하게 말했다.
- 농담이 아니라고...... 그렇다면, 너, 쏘냐...... 농담이 아니라고......
그럼, 농담이 아니라면 왜 아주머니라 하니, 엄마라 해야지!
- 좋아요. 엄마라고 부를게요.
떨리는 목소리로 쏘냐가 말했다.
 
지나이다 쪽으로 한 걸음 내딛더니 결단력이 부족한 듯 멈추고 말았다.
지나이다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바로 알 도리가 없었다. 복권당첨이야, 농담이야? 지나이다는 심각하게 쏘냐와 아들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그 어느 순간 지나이다는 두 젊은이의 의향이 眞心임을 알아차리고, 순간, 쏘냐에게 달려가 그녀를 끌어안고 울음을 터트렸다.
 
- 쏘냐, 쏘네츠카, 딸아, 난 이제 알았어. 두 사람이 진심이라는 거.
지나이다에 꼭 안긴 쏘냐의 어깨도 들썩거렸다. 그리고 말했다.
- 그래요, 엄마, 진심이에요. 네 그래요. 아주 진심이에요.
 
이어서 두 젊은이는 서로 손을 잡고, 천천히 주위의 아무도 의식하지 못한 채 마을길을 걸어서 에직의 집으로 갔다. 지나이다가 앞서 길을 갔다. 지나이다는 울다 웃다를 반복하며 만나는 사람들마다 달려가서 수다를 떨었다.
 
- 우리가 왔어요...... 그런데 저 애들은 단박에 사랑에 빠졌어요. 그리고 나는 단박에 祝福(축복)을 해줬어요......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는데 저 애들은 단박에 사랑에 빠졌어요. 나는 말했어요...... 그런데 재들이 내게, 엄마, 오늘, 결혼, 선량한 사람들, 어찌 이런 일이? 준비할 시간도 필요하고...... 공식적으로 해야...... 그러면 안 되잖아요.
 
사람들이 들어서자 맞으러 나온 男便이자 사업가이자 에직의 아버지는 대충 이렇게 橫說竪說(횡설수설)하는 아내의 말으 듣고 두 젊은이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 어이구 지나이다, 당신은 항상 수다가 많아. 오늘 결혼식을 치룰 수 없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당신 이 젊은이들을 봐. 결혼식은 오늘이 아닌 바로 지금 당장 해야 해.
에직은 아버지에 다가가 아버지를 안았다.
 
- 고마워요, 아버지.
- 고맙다니... 포옹은 무슨. '고리카'(신혼부부에게 뽀뽀를 독촉하는 외침- 역주) 소리를 왜쳐야지!
 
- 고리카! 고리카! 주위에 모인 사람들이 소리를 질렀다.
에직과 쏘냐는 마을 사람 모두 앞에서 처음으로 입을 맞추었다. 집에 있던 마을 사람들 모두가 결혼식에 모였다. 空氣가 신선한 노천에 임시로 설치한 식탁도 모두가 함께 차렸다. 러시아 사람 술판이 시끄럽지만 이곳에선 밤늦게까지 결혼식 선율이 울렸다.
 
신혼부부는 부모들의 설득에도 아랑곳 않고, 궁정과 같은 대저택은 마다하고, 쏘냐의 조그마한 집에 둥지를 틀었다.
 
- 아버지, 이거 보세요.
에직이 말했다.
- 우리는 헥타르 절반에 궁전이며 온갖 건축물을 지었어요. 그런데 쏘냐의 가원에 있는 그런 아름다움이, 공기가 우리한텐 없어요. 절반을 헐어버려야 해요.
사업가는 그 후 一週日 내내 술을 마셨다. 그런데 모두가 놀랍게도 부속 건물들을 헐어내기 시작했다. 이렇게 중얼거리면서. 어리석게 건축만 지어댔지. 孫子들은 이런 카타콤에서 살고 싶지 않을 거야.
쏘냐와 에직은 행복한 삶을......
 
여기서 스톱!
未來 얘기를 시작하고 말았다. 미래는 반드시 훌륭할 것이다. 그런데 현재는?
현재 하리코프 시에는 좋은 고아원이 있다. 쏘냐란 소녀도 그곳에 있다. 쏘냐는 벌써 3학년에 다닌다. 그런데 쏘냐에겐 자기 소유의 헥타르 땅이 없다. 타냐, 세료자, 까짜...... 그리고 다른 고아원의 수십만 아이들도 그렇다.
 
우크라이나의 議會 라다는 의사 일정에도 못 올렸다. 고아를 포함 한 자기 나라 國民들에게 가원을 지을 용도로 1헥타르의 땅을 永久(영구) 이용토록 줄 것인지 의사 일정에 올리지 못했다. 벨라루시 두마도 못 올렸다. 그리고 러시아... 그들 아이들이 용서할까? 오늘날 의원들은 자기 자신을 용서할 수 있을까?
'나의 천사, 내가 너를 낳을게'(아나스타시아 8권)
 
블라지미르 메그레
 
 
事業家(사업가) 빅토르 차도프는 햇살이 퍼지기 전 눈을 떴다. 넓은 침대 위, 그의 곁에는 그의 젊은 정부가 단잠을 자고 있었다. 얇은 침대보는 有線形의 여성의 몸매를 잘 드러내고 있었다.
이 두 사람이 宴會(연회)나 혹은 고급 피서지의 호텔에 함께 나타나면, 이 여자의 몸매는 언제고 부러운 눈길 또는 색욕에 가득찬 視線(시선)을 끌었다.
 
게다가 잉가의 -잠자고 있는 美女의 이름이었는데- 미소는 고혹적이었고 주변 사람들에게 賢明하고 知的인 인상을 풍겼다. 빅토르는 그녀와 어울리는게 좋았고, 그래서 방 4개짜리 아파트를 하나 더 사서, 초현대식 家具로 치장을 하고, 잉가에게 열쇠를 건넸다. 가끔 바쁜 사업일정이 허락하면 그녀와 하루나 이틀 밤을 보내곤 했다.
 
그는 이 여인과의 멋진 밤 그리고 어울림에 대해 이 스물다섯의 여성에게 감사한 마음이었지만 結婚(결혼)할 생각은 없었다. 그는 잉가에 대해 특별한 사랑을 느끼지는 못했다. 게다가 자기는 38세, 잉가는 25세인 점도 이해했다. 당연히, 몇 년이 더 흐르면, 이 젊은 여자는 좀 더 젊은 남자를 갖고 싶을 것이다. 그녀의 외모와 머리라면 어렵지도 않을 거야, 더 젊고 더 돈이 많은 남자를 구하겠지. 그것도 내 덕에. 잉가와 결혼을 하면, 영향력있는 사업가들 사회로 그녀를 끌어낼 것은 바로 자기니까.
 
잉가가 빅토르 쪽으로 잠결에 微笑(미소)를 지으며 돌아누웠다. 미끄러져 내려간 이불은, 완벽한 형태의 매혹적인 젖가슴을 약간 드러내보였다. 그렇지만 보통 때와는 달리, 잉가의 반라를 보고도 흥분되지 않았다. 그는 잠자는 잉가한테 조심스레 이불을 덮어주었다. 조용히, 잉가가 잠에서 깨지않게, 그는 침대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갔다.
그는 커피를 끓였 마셨다. 담배를 피워 물고, 마치 無意識 상태가 되어, 널찍한 부엌-주방에서 서성이기 시작했다.
 
꿈! 지난 밤 꾼 이상한 꿈이 그의 感情, 이성이 아닌 감정을 뒤흔들어 놓았다. 빅토르는 꿈속에서, 어딘가 나무 그늘이 드리운 가로수 길을 걸으며, 추진 중인 사업이 과연 타당성이 있는가 깊게 생각 중이었다. 앞뒤에 있는 경호원들이 신경이 쓰여서 깊이 집중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公園 바깥쪽에서 쉴 새 없이 지나다니는 차량들의 소음도 생각에 방해가 됐다. 그러다 문득 경호원들이 사라지고, 차량의 소음도 잠잠해졌다. 그러고는 그에게 새들의 노래 소리가 들렸다. 봄을 머금은 가로수 나뭇잎과 꽃을 피운 관목들이 참으로 훌륭하게 느껴졌다. 그는 가던 길을 멈추고 자기 내부에서 생겨난 福된 기분에 흠뻑 젖어들었다. 기분이 좋았다. 지금껏 이런 기분은 없었다.
 
그때 보았다. 가로수 길 쪽에서 어린 少年이 그를 향해 뛰어오고 있다. 햇빛이 뒤에서 비추어, 아이를 감싼 오로라가 생겼고, 그래서 마치 기로수 길을 따라 어린 天使가 자기를 향해 뛰어오는 것 같았다.
다음 순간, 그는 번뜩 깨달았다. 자기를 향해 달려오는 남자 아이가 自己 아들임을. 아이는 조그마한 손과 발을 열심히 움직이며 달렸다. 기쁜 예감에 빅토르는 내려 앉아 팔을 넓게 벌렸다. 그의 어린 아들도 달리며 작은 손을 펼쳤다. 그런데 갑자기 어린애는 빅토르까지 3미터 거리를 남기고 멈춰 섰다. 어린애 얼굴에서 미소는 사라졌고, 어린애 눈의 심각한 시선이 빅토르의 심장을 빨리 뛰게 만들었다.
 
- 자, 어서 이리 와! 자, 어 아들아, 내가 안아줄게.
어린 아이는 슬픈 미소를 짓고 답했다.
- 아빠는 그렇게 할 수 없어요.
- 왜?
빅토르는 놀랐다.
- 왜냐하면.
슬픈 목소리로 어린 아이는 답했다.
- 왜냐하면, 아빠, 아빠가 나를 안을 수 없는 理由는, 낳지 않은 아들을 안을 수는 없으니까요. 아빠, 아빠는 나를 낳지 않았잖아요.
 
- 그럼 네가 다가와서 나를 안거라, 아들아, 이리 와.
- 나를 낳지 않은 아빠를 안을 수는 없어요.
어린 아이는 눈물을 참고 미소를 지으려 했지만, 홍조 띤 볼에서는 눈물이 천천히 흘러내렸다. 그러다 소년은 뒤로 돌아서더니, 머리 푹 숙이고, 천천히 가로수 길을 걸었다.
 
무릎으로 서 있던 빅토르는 자리에서 옴짝달싹 할 수가 없었다. 소년은 멀어져 갔다. 그와 함께 內部의 유쾌하고 복된 기분도 사라졌다. 멀리서 다시 차량의 우르릉 소리가 점점 커지는 듯했다. 빅토르는 움직일 수도 말할 힘도 없었지만 안간 힘을 다해 소리 질렀다.
- 가지 마라, 아들아, 어딜 가려고?
소년이 뒤로 돌아섰을 때, 그는 흘러내리는 두 번째 눈물을 보았다.
- 아빠, 난 아무 데도 아닌 곳으로 가요. 끝없는 無所(무소)로.
소년은 고개를 떨구고, 아무 말 없더니, 이렇게 말했다.
- 아빠, 나는 슬퍼요, 다시 태어나지 않고는, 나는 아빠를 다시 태어나게 할 수 없어요.
 
고개를 떨군 채, 어린 天使는 그로부터 멀어지더니 이내 사라졌다. 마치 햇빛에 용해된 듯이...... 꿈은 끝이 났지만, 훌륭하고 복된 느낌의 기억은 남아 있었다. 그것은 무슨 일이든 하라고 呼訴(호소)하는 듯했다.
빅토르는 세 번째 담배를 다 피우고는, 급작스레 그리고 단호하게 담뱃불을 끄고 침실로 가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
 
- 잉가, 일어나, 일어나라고.
- 나 안 자, 그냥 누워 있는 거야. 아이 좋다. 당신이 어디로 사라졌나 생각 중이었어.
침대에 누운 美人이 답했다.
- 잉가, 아이를 낳아줘. 내게 아들을 낳아 줄 수 있어!
잉가는 이불을 내던지고, 침대에서 뛰쳐나왔다. 빅토르에게 뛰어와 목을 감싸 안고는 아름답고 탱탱한 몸으로 찰싹 달라붙더니, 뜨거운 귓속말로 전했다.
 
- 사랑을 告白하는 가장 유괘하고 멋진 말은, 남자가 여자에게 아이를 낳아 달라는 거야. 고마워, 농담 아니지?
- 弄談(농담) 아니야.
그가 단호히 말했다. 가운을 입으며, 잉가가 답했다.
- 농담이 아니고 眞談이라면, 그건 충분히 숙고된 결정이 아니야. 첫 째, 난 내 아이에게 아버지가 있길 바라, 그런데 사랑하는 나의 님, 당신은 旣婚(기혼)이야.
- 이혼할 거야.
빅토르가 말했다. 사실 그는 이미 아내와 삼 개월 전 이혼을 한 상태였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잉가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 당신이 이혼하면, 그때 가서 아이 이야기 할 수 있지. 그리고 지금 당장 말해둘 게 있어, 빅토르. 이혼을 한다 해도 아직 아이 이야기할 때는 아니야. 첫째, 나는 大學院을 마치려면 아직 1년이 더 필요해. 둘째, 난 공부가 너무 싫증나. 그래서 졸업 후 일이 년은 좀 놀고, 旅行(여행)도 좀 하고, 재미도 봐야겠어. 그런데 아이는...... 아이는 이 모든 것을 단박에 영영 날려버릴 수 있어.
농담 반 진담 반 잉가는 條理(조리) 있게 이야기했다.
 
- 알았어, 내가 농담했어.
잉가의 생각을 빅토르가 끊었다.
- 나가봐야 해, 중요한 約束(약속)이 있거든, 차도 불러 놓았고, 안녕.
그는 집을 나왔지만, 약속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차를 불러놓지도 않았다. 빅토르는 천천히 보도를 걸으며 바삐 지나치는 여자들을 쳐다보았다. 여자를 바라보는 그의 視線은 새롭고, 자신이 보기에도 익숙지 않은 것이었다. 그는 자기 아들을 낳아 줄 만한 女子를 고르고 있었던 것이다. 자기 아이를 가졌으면 좋겠다 할 만한 여자를.
 
化粧(화장)을 진하게 한 처녀들, 전에는 그의 관심을 끌었지만, 지금은 바로 아웃이었다. 반라 상태의 미니 -비티니를 입었거나 자기 몸매를 과시하느라 짝 달라붙는 옷을 입은 여자들은 전부 退出(퇴출)되었다. ''왜, 저러는지, 그 머리엔 뭐가 들었는지 뻔할 뻔자지. 저러고도 고상한 표정을 지으려 들다니.'' 속으로 그는 생각했다.
 
''여러 部位(부위)로 남자들을 낚으려 하지. 무는 사람도 있긴 할 거야. 물론 그래, 하지만 아이를 낳을 생각은 절대 아니야. 그런 미끼는 수컷을 잡으려는 것이지, 生産者를 낚으려는 것은 아니거든. 멍청이들, 궁둥이를 흔들라지. 난 절대 저런 꼬리치는 여자한테서 내 아들이 태어나는 걸 절대 許容(허용)하지 않을 거야.''
 
그를 향해 다가오는 두 여자는 걸으며 담배를 피고 있었다. 그중 한 명은 맥주병을 따서 손에 들고 있었다.
''이 여자들은 절대 아이를 낳아서는 안 돼, 바보가 아니라면 저런 여자로부터 아이를 갖고 싶지 않겠지.''
 
빅토르가 하나더 알게 된 사실은, 그가 마주쳤던 여인과 소녀들 중 온전히 健康(건강)한 여자는 아주 소수라는 것이었다. 꾸부정한가 하면, 복통이이 있는 듯한 표정을 한 여자, 뚱보 또는 건강하지 못한 꼬챙이들이었다.
''아니야, 저런 여자들한테서 아이를 낳으면 안 돼.''
빅토르는 속으로 생각했다.
- 아니 이럴 수가, 분명 저 여자들은 하나같이 다 하얀 ''메르세데스''를 탄 王子가 자기한테 오기를 바라겠지. 그러면서 왕자를 위해서는 가장 基本的인 것도 못하다니. 스스로가 健康하지 못하니,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도 없어.
 
빅토르는 운전기사를 호출하지 않고 사무실까지 버스를 타고 갔다. 가는 길 내내 자기 아들을 낳아줄 만한 適格者(적격자)가 있을까 고르며 여자들을 살펴보았다. 허사였다.
오전 내내 그리고 점심식사 시간에도, 그는 집무실에 혼자 남아 자기 아들을 낳아줄 女子 생각만 했다.
 
때론 자기 스스로를 낳아줄 女人을 찾는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결국에는 이런 결론을 지었다. 아들을 낳을 이상적인 엄마는 없다. 그런 여자는 만들어야 한다. 그 目的을 가지고 그럭저럭 健康하고, 젊고, 보기 좋거나 최소한 혐오스럽지 않은 외모에, 마음이 고운 여자를 골라서는, 갖가지 運動(운동)을 할 수 있는 최고급 요양소에서 건간을 개선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주어야 한다. 더 중요한 건, 그 여자를 교육기관에 보내서 妊娠(임신), 임신 중 태아관리, 出産(출산) 그리고 취학 전 保育(보육)에 대한 지식을 얻도록 해야 한다.
 
 
* * *
하루 日課(일과)가 끝날 무렵, 그는 회사의 법률자문이며 삶의 경험이 많아 지혜로운 女人, 발렌찌나 뻬뜨로부나를 집무실로 불러들였다. 안락의자에 앉으라 권하고는 먼발치부터 시작했다.
 
- 발렌찌나 뻬뜨로브나, 몇 가지 좀 특별히 물어볼 게 있어요. 개인적인 것이지만, 제겐 꽤나 중요한 문제입니다. 나의 친척되는 한 女子가 알아봐 달라고 부탁을...... 아, 이 사람은 시집을 갈 생각이고 아이를 갖고 싶어 합니다. 알아봐 달라고 부탁한 것은, 妊娠(임신) 중 胎兒(태아) 관리법, 出産 및 그 후 아이 保育法(보육법)을 가르치는 좋은 교육기관이 우리나라 어디에 있나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버지가 해야 할 일은 어떤 것인지도요.
 
발렌찌나 뻬뜨로부나는 주의 깊게 이야기를 다 듣고는 얼마간 말이 없다가 입을 열었다.
- 빅토르 니꼴라에비치, 아시다시피, 제게 두 아이가 있어요. 나는 항상 出産과 保育에 대한 책들에 관심을 갖고 있었어요. 하지만 우리나라 또는 외국에도 그런 교육기관이 있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어요.
- 이상하네요. 모든걸 가르치면서, 가장 중요한 이 문제는 學校에서도 고등교육기관에서도 건드리조차 않네요. 왜 그럴까요?
 
- 네, 이상해요.
발렌찌나 뻬뜨로브나가 맞장구를 쳤다.
- 저는 이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이제 보니 그런 상황이 이상하단 생각이 드네요. 학교에서 性敎育(성교육)을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국회에서 토론 되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아이를 잘 낳고 기르는 공부에 대한 문제는 거론되지 않네요.
 
- 그렇다면, 夫婦(부부)는 누구나 자기 아이에 대해 實驗(실험)해야 한단 뜻인가요?
- 일이 그렇게 돌아가네요. 실험을 해야 하네요. 출산 시 부부의 행동이나, 新生兒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가르치는 과정은 수없이 많기는 해요. 하지만 그 과정에 대한 학문적 근거가 없으니, 어떤 과정이 도움이 되는지, 어떤 것이 해가 되는지 알기란 사실상 불가능하지요.
발렌찌나 뻬뜨로브나가 답했다.
 
- 발렌찌나 뻬뜨로브나, 당신은 어떤 과정이든 받아본 적이 있나요?
- 저는 막내딸을 집에서, 産婆(산파)의 도움을 받아 욕조에서 낳아야겠다 결심했지요.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해요. 친지들이 있는 집이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기에 더 편안하다고들 하지요. 新生兒는 자기를 사랑으로 대할 때와, 자기를 무관심으로 대할 때를 느낀다고 합니다. 산부인과 병원에서는 종종 무관심하죠. 그건 컨베이어 시스템이니까요.
 
발렌찌나 뻬뜨로브나와의 대화는 그에게 希望(희망)을 주기는커녕, 혼란만 가중시켰다. 2주 내내, 일에서 시간만 나면 그는 아이를 낳는 문제를 숙고했다. 2주 동안, 시내를 다니며, 고급 레스토랑, 바, 극장을 들르고, 여자들의 얼굴을 요리조리 살펴보았다. 심지어는 시골에도 다녀왔지만, 거기서도 자기에게 맞는 사람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 한 번은 자신의 지프차를 敎育大學 근처에 세우고, 지나가는 어린 여자들을 자동차 창 너머로 바라보았다. 세 시간이 지나, 회랑에 나타난, 단발이지만 숱이 많은 아마빛의 땋은 머리에, 균형있는 몸매 그리고 그녀가 보기에는 멍청하지 않은 듯한 얼굴의 처녀가 눈에 들어왔다. 여자가 지프차를 지나 버스 정류장 쪽으로 향할 때, 빅토르는 창문을 내리고 그녀를 불렀다.
 
- 아가씨, 미안합니다만, 난 여기서 친구를 기다리고 있는데 통 나오질 않네요. 시내 중심가를 어떻게 가면 좋은지 길 案內(안내)를 좀 해주실 수 있나요? 원하신다면 나중에 제가 집까지 모셔다드리지요.
아가씨는 지프차를 평가하듯 한 번 보더니 차분히 대답했다.
- 못 해줄 이유가 없죠. 안내할게요.
 
그녀가 앞좌석에 앉고, 두 사람이 서로 紹介(소개)를 마쳤을 때, 류샤는 담뱃갑을 가리키며 말했다.
- 좋은 담배인데요. 피워도 될까요?
- 그래요, 피우세요.
그렇게 대답한 빅토르는 걸려온 電話(전화) 소리가 아주 반가웠다. 내용은 하찮은 것이었지만, 전화를 끊고, 빅토르는 난처한 표정을 하고는, 담배를 탐욕스레 빨아 마신 류샤에게 전했다.
- 狀況(상황)이 좀 바뀌었네요. 일이 생겨 급하게 그리로 가봐야겠습니다. 미안합니다.
그는 담배를 핀 류샤를 내리게 했다. 담배 연기로 自己 아들을 괴롭히지 못하게 하겠다 마음먹으며...
 
2주간 빅토르는 자신의 정부- 愛人을 만나지 않았고 전화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아이를 낳지 않는다 하고, 재미만 보고 호화 휴양지만 다니고 싶어 하니, 그런 여자는 자기한테 필요 없다고 단정을 지었다.
아름답고 명석한 그녀와 시간을 보내는 게 꽤나 유쾌했지만, 지금 그의 삶의 계획은 심각하게 바뀌었다. ''그녀에게 아파트를 남겨줘야지. 어쨌든 이 여자는 내 人生의 얼마간을 아름답게 했으니까.'' 이렇게 마음을 먹고, 열쇠 뭉치를 건네려, 잉가가 공부하는 大學으로 향했다. 가면서 그녀에게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 안녕, 잉가.
- 안녕.
수화기 속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답했다.
- 지금 당신 어디야?
- 당신 대학에 가고 있어. 수업 곧 끝나?
- 학교 안 다닌 지 벌써 열흘째야. 그리고 아마, 가까운 장래에 학교에 다니는 일은 없을 거야.
- 무슨 일 있어?
- 어.
- 지금 어디 있는데?
- 집이야.
 
빅토르가 스스로 열쇠로 門을 따고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을 때, 집에서 입는 가운 차림의 잉가는 침대에 누워 무슨 冊(책)을 읽고 있었다. 잉가는 빅토르를 힐끗 바라보더니.
- 커피하고 샌드위치는 부엌에 있어.
일어나지도 않고 말하더니 다시 讀書에 잠겼다. 빅토르는 부엌으로 가서 커피를 두 모금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식탁에 열쇠를 놓고 침실문 쪽으로 다가가 여전히 책을 읽고 있는 잉가에게 전했다.
 
- 나 간다, 아마, 오래 못 볼 거야, 영영 못 볼지도. 아파트는 너한테 줄게. 안녕, 자유롭고 幸福(행복)해. 그러고는 출입구로 행했다. 잉가가 그를 바로 문 앞에서 막았다.
- 그렇게는 안 되지, 인간아.
그녀의 말투에 화난 기색은 없었다. 그러고는 빅토르의 소매를 홱 잡아당겼다.
- 그러니까, 떠나겠다고? 내 삶을 송두리째 망쳐놓고는, 지금은 안녕이라?
 
- 내가 어떻게 네 人生을 망쳐놓았다는 거야?
빅토르는 놀랐다.
- 난 너와 함께 좋았어. 나쁘지는 않았을 걸. 이젠 이 아파트도 네 것이 될 거고, 멋진 옷들도 가득해. 너 원하는 대로 즐기며 살아, 아니면 돈을 더 원하는 거야?
- 너 정말, 허접한 인간, 사람 마음에 그렇게 침을 뱉다니, 아파트가 어쩌고 저쩌고, 멋진 옷들, 즐기라고......
- 침착해. 소란 피우지 말고. 나는 중요한 일이 있어서. 잘 일어.
빅토르는 문고리를 잡았다. 잉가가 빅토르의 손을 잡고 다시 막고 나섰다.
 
- 그렇게는 안 되지, 잠깐만. 당신 내게 말해봐, 나한테 아이를 낳아 달라고 말했어, 안 했어?
- 말했지, 그렇지만 당신은 거절했잖아.
- 처음엔 거절했지. 이틀 생각하고 承諾(승낙)했어. 대학원도 포기하고 담배도 끊고 아침마다 運動(운동)을 하고 있어. 그러다가 삶에 대한, 아이에 대한 책이 생겼는데, 눈을 뗄 수가 없어. 어떻게 하면 아이를 잘 낳을까 공부 중인데, 그 사람은 ''안녕''이라니. 난 당신만을 우리 아이의 아버지라 생각해......
 
자신이 들은 말의 뜻을 이해한 빅토르는 잉가를 와락 얼싸안았다. 복받치는 속삭임으로 ''잉가, 잉가...''라고 되뇌었다. 그리고는 잉가를 손에 번쩍 들어 침실로 데려갔다. 귀중한 寶物인양 조심스레 침대에 내려놓고 서둘러 옷을 벗기 시작했다.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침대에 누운 잉가를 끌어안고, 가슴, 어깨에 입을 맞추고, 가운을 벗기려 했는데, 잉가는 갑자기 그에게 무언의 저항을 하며 그를 밀어냈다.
 
- 진정해. 오늘 나와 당신 사이에 섹스란 절대 없을 거야. 내일도, 그리고 한 달 후에도 없어.
잉가가 전했다.
- 없을 거라니? 아이를 낳는 데 찬성이라고 한 건 뭐고?
- 그리 말했지.
- 섹스도 않고 어떻게 아이를 낳을 수 있어?
- 섹스는 완전 달라야 해. 원칙적으로 달라야.
- 무슨 말이래?
- 그런 말. 나의 귀중한 사람, 未來(미래)의 사랑스러운 아빠, 당신 내게 말해봐, 왜 당신 아이가 태어나길 바라는데?
-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영문을 알 수 없는 빅토르가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
 
- 그거야 뻔하지. 다른 대안도 없어.
- 말은 잘하네. 하지만 정확히 따져보자고, 당신이 원하는게 뭔지, 어떤 대안을 선택할 건지. 당신의 아이가 당신 혹은 우리 두 사람의 육욕의 결과로서, 부작용으로 태어나길 바라? 아니면 우리 아이가 우리 사랑이 苦待(고대)하던 열매이길 바라?
- 아이가 부작용이라면 기분이 안 좋겠자.
- 그럼, 사랑의 열매네. 그런데 당신은 나와 사랑에 빠지지 않았어. 물론, 내 당신 마음에는 들 거야, 그렇지만 그건 아직 사랑이 아니야.
- 그래, 잉가, 당신은 내 마음에 무척 들어.
- 그거 봐, 당신도 내 마음에 무척 들어, 그렇지만 이건 아직 사랑이 아니야. 우리는 서로의 사랑을 받을 자격을 갖추어야 해.
 
- 잉가, 당신, 뭔가 이상한 것을 너무 읽은 모양이군? 사랑이란, 어디선가 모르게 저절로 찾아오는 그런 감정이야. 그리고 어디론가 알 수 없게 사라지기도 하고. 존경을 받을 자격은 갖출 수 있지만, 사랑은......
- 우리는 바로 그 사랑을 서로서로 받을 資格(자격)을 갖추어야 해, 우리 아들이 그 일을 도울 거야.
- 아들! 우리한테 아들이 생길 거라 느껴?
- 생길 거라니, 이미 있어.
- 있다니?
빅토르가 벌떡 일어섰다.
 
- 그러니까, 당신한테 벌써 아이가 있는 거야? 숨겼구나. 누구 아이야? 얼마나 됐는데?
- 당신 아이야. 아직은 얼마도 안 됐어.
- 그럼 아직 없는 거야?
- 있다니까.
- 이거봐, 잉가, 난 당신 말을 도저히 알아들을 수가 없네, 이상한 말을 하고 있잖아. 좀 알아들을 수 있게 말해봐.
- 해볼게. 빅토르, 당신은 아이를 갖고 싶어 했고 그 생각을 하기 시작했어. 나중에 나도 원했고, 아이 생각을 하기 시작했어. 지금 사람들은 알아. 사람의 생각은 物質이라고. 그러니, 우리가 우리 아이를 생각으로 그린다면, 그 애는 이미 있는 거야.
 
- 그 애가 지금 어디에 있는데?
- 나도 몰라. 뭔가 다른, 우리가 모르는 次元(차원)에 있을지도 몰라. 우주의 어떤 은하계에서 맨발로 별들을 밟고 뛰어 다니며, 자기가 물질을 입고 태어나게 될, 푸른 地球를 살펴보고 있을 수도 있지. 혹은 자기가 어디서 그리고 어떤 조건에서 태어날지 바로 지금 장소를 選擇(선택)하고 있을지도 몰라, 우리에게 전하고 싶을 수도 있어. 그 애의 애원을 당신은 못 들어? 못 느껴?
 
빅토르는 잉가를 난생 처음 본 듯, 두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았다. 잉가가 이렇게 思考를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녀가 농담인지, 진담으로 하는 말인지 그는 알 수 없었다. 그렇지만 ''자기가 태어날 장소를 바로 지금 선택하고 있을 수도 있어'' 라는 말은 그가 생각에 잠기도록 했다.
 
사람은 다양한 곳에서 태어난다. 비행기 안에서, 배에서 혹은 자동차 안에서 태어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은 조산원에서 태어난다. 집 욕조에서 태어나기도 한다. 되는대로 태어난다. 그런데 아이들은 어디에서 태어나고 싶을까? 러시아에서? 아니면 英國이나 美國의 좋은 조산원에서? 여러 대안 중 어느 하나도 그의 마음에 쏙 내키지가 않았다.
잉가가 빅토르의 생각을 끊었다.
- 내겐, 우리 아들을 영접하는, 우리가 함께 준비해야 할 구체적 계획이 있어.
- 어떤 계획인데?
- 소중한 내 사람, 내 말을 잘 들어봐.
 
잉가의 말투는 단호했다. 전에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안락의자에 앉는가 하면, 방안을 서성이기도 했다.
- 우선 우리는 스스로의 몸 상태를 온전히 만들어야 해. 지금 이 순간부터 우리는 담배를 안 피우고, 술을 마시지 않을 거야. 藥物과 禁食으로 몸을 청소해야 해, 우선은 腎臟과 肝을. 하는 법은 이미 다 알아놓았어. 지금 이 순간부터 앞으로 쭉 샘물만 마셔야 해. 아주 중요한 거야.
 
이미 벌써 매일 내게 샘물을 5리터씩 가져와. 가게에서보다 두배는 더 비싸기는 하지만 괜찮아, 참을 만해. 筋肉이 단단해지고 血管을 따라 피가 힘차게 흐르게 하려면, 우리는 매일 매일 運動을 해야 해. 신선한 空氣와 긍정적 氣分이 더 필요한데, 그걸 행하기란 그리 쉽지 않아.
 
빅토르는 잉가의 단호함과 계획이 마음에 들었다. 잉가가 하는 말을 다 듣지 않고 선언했다.
- 최고의 운동기구를 사고, 최고의 마사지 전문인을 초빙하면 돼. 매일매일 내 운전기사 중 한 명을 샘물을 떠오라 보낼 거야. 운전기사는 공기를 구하러 숲으러 갈 거야. 콤프레셔로 공기를 압축해서 통에 담을 거야, 그리고 그걸 조금씩 방에 틀어놓으면 돼. 그런데 단 한 가지, 긍정적 감정은 어디서 구하는 건지, 사야 할지 모르겠다. 신혼여행을 가듯, 좋은 여행지에 가면 되나? 그래, 신혼여행!
 
빅토르는 기분이 점점 더 좋아졌다. 그것은, 아이의 誕生을 대하는 잉가의 단호하고도 신중하며 깊이 있는 생각의 자세 때문이기도 했지만, 잉가가 자기의 아이를 낳고 싶어 한다는 것 때문이기도 했다. 또한, 그가 꿈에서 본 미래의 아들을, 돈 욕심 많고 경솔한 어떤 여인이 아닌, 이 일을 그렇게 愼重(신중)하고 책임감 있게 대하는 잉가가 낳는다는 점도 좋았다.
빅토르는 이제 잉가에게 무엇이든 아주 기분 좋은 일을 해주고 싶어 죽을 지경이었다. 자기의 미래의 아들의 엄마가 될 잉가에게! 빅토르는 일어나서, 양복을 급히 입고, 잉가에게 다가가, 기품있게 큰 소리로 말했다.
 
- 잉가, 나와 결혼해줘!
- 당연하지, 해야지.
가운을 여미며 잉가가 맞장구 쳤다.
- 우리 아들은 정식 父母를 가져야 해. 그런데 호화 휴양지를 신혼여행으로 갈 수는 없어. 그건 아이의 출산을 준비하는 나의 계획과 맞지 않아.
- 그럼 뭐가 맞는데? 그럼 어디서 긍정적 감정을 구할 수 있는데?
 
- 우리는 근교의 시골 마을을 차 타고 돌아다니며, 우리 마음에 드는 장소를 찾아내야 해. 그 장소는 당신 마음에도 그리고 내 마음에도 들어야해. 그러니까, 우리 아들이 그곳을 보게 되면 그 아이한테도. 우리는 이곳에 헥타르의 땅을 살 거고, 당신은 자그마한 집을 지어줘. 그 집 안에서 우리 아들이 수태되어야 해. 나는 9개월 전 기간을 이곳에 있을 거야, 잠시 자리를 뜰 수는 있겠지만. 우리는 우리의 땅에 어린 나무를 심을 거야.
 
젊고 눈에 확 띄는 여자, 고급 클럽과 인기 휴양지 가기를 그리도 좋아했던 잉가가 그리도 급격하게 자신의 삶의 양식을 바꿀 수 있음을, 빅토르는 믿기 어려웠다.
한편으로는, 잉가의 構想(구상)이 마음에 들었다. 그녀가 자기 아이를 생각한 것이니까.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 구상에 뭔가 이상한 요소는 없나? 그가 아는 사람 중 하나가, 좀 특이하게 아이 출산 준비를 이야기 하는 책이 있다고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 사람은, 각 가족이 소유하는 헥타르 땅의 의미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주었고, ''家門의 책''이라는 녹색 표지의 책도 그에게 선물했다. 빅토르는 그 책을 아직 읽을 시간이 없었지만, 이 책들은 사회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고 듣기는 했다. 책을 읽은 사람들은 자신의 삶의 양식을 바꾸기도 한다고 들었다.
 
문득, 빅토르의 시선은 침대 곁 맹꽁이 장롱에 놓여 있는 녹색 표지의 책 더미에 멈추었다. 그는 다가가서, ''러시아의 소리내는 잣나무''란 책 시리즈의 제목을 읽었다. 여럿의 책 중에 ''가문의 책''도 있었다. 빅토르는 이제 알게 되었다. 아이 출산 준비 과정과 , 출산 그 자체에 대한 아이디어 모두를 잉가는 이 책에서 얻었고, 그것을 철저히 따르려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가 알 수 없는 것은, 그것이 좋은지 아니면 나쁜 것인지였다.
 
잉가의 특별하고 무조건적인 확신이 좀 걱정이 됐다. 마치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현재의 삶에 대한 그녀의 시각, 세계관을 바꾸어놓은 듯했다. 그런데 이 책이 잉가를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켰나 아니면 조금 이상하게 만들어 놓았나? 빅토르는 계속해서 자신에게 이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그녀에게 반론을 제시했다.
 
- 이 책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것, 난 알아, 잉가. 나도 이 책 이야기를 들었어. 그 책을 읽고 환희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어. 그 책에는 동화 같은, 증명할 수 없는게 많다고. 그 책에 있는 모두를 장님처럼 믿을 필요는 없는 것 아닐까?
스스로 판단해봐, 우리가 왜 땅인지 뭔지를 사서, 그곳에 조그마한 집을 짓고, 생고생하며 나무를 심어야 하냐고? 내 돈이면 정원이 잘 가꾸어진 그리고 수영장, 잔디, 오솔길, 나무 정원이 딸린 전원주택을 살 수 있어. 그게 당신 소원이라면 말이야.
 
- 그래, 돈으로 살 수 있는 건 많아, 심지어는 가짜 사랑도 살 수 있지. 하지만 난 동산의 나무는 우리가 직접 심고 싶어.
왠지 모르지만 잉가는 엄청 흥분한 듯 말을 쏟아냈다.
- 반드시 손수 해야 해! 아들이 좀 자라면, 그 애에게 이렇게 이야기해주고 싶거든. 아들아, 여기 이 사과나무, 배나무, 체리나무는 네가 아직 갓난아기였을 때, 내가 손수 심고 물을 주었단다. 내가 너를 위해 한 거다. 너는 아주 어렸지. 나무들도 작았고. 지금 너는 이만큼 성장했고, 나무들도 성장해서, 이제 너를 위해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그리고 넌 너의 조그마한 生地, 조국 주변의 모든 공간을 기분 좋고 아름답게 가꾸려고 너를 위해 노력했단다.
 
잉가의 열변은 설득력이 있었고 빅토르 마음에도 들었다. 삶에서 아무도 자기를 그런 동산에 데려와, ''너의 부모님들께서 너를 위해 이 동산에 나무를 심고 키웠단다''라고 말해줄 사람이 없어서 유감스럽기까지 했다. '그래, 당연해, 잉가가 맞아, 그렇기는 한데 왜 나란 존재는 없는 것처럼 자기 이야기만 하냐고?' 이렇게 생각한 빅토르는 약간 화가난 듯 물었다.
 
- 그런데 왜, 잉가, 당신은 왜 자라나는 우리 아들한테 자기 이야기만 한다는 거야?
- 당신은 동산에 나무를 심고 싶지 않다며.
태연히 잉가가 답했다.
- ''심고 싶지 않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그게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면, 난 얼마나 하고 싶은데.
- 그래, 우리가 함께 모든 것을 한다면, 나도 우리 아들한테 말할 거야. 이 동산은 내가 너를 위해 아빠와 함께 심었단다.
- 암, 그래야지.
빅토르는 안심했다.

 
* * *
두 달 동안 노는 날이면 언제고 잉가와 빅토르는 市 근교를 돌아다니며, 미래 자신들의 家園(가원)을 지을 장소를 물색했다. 이 일처럼 재미있는 일은 없었고, 그 순간 빅토르에게 ''자기 마음에 흡족하니까, 未來(미래)의 아들도 좋아할,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장소를 探索(탐색)하는 것보다 人生에 더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都市에서 30킬로미터 떨어진, 버려진 한 마을의 변두리에 두 사람은 차를 세웠다.
 
- 바로 여기야.
차에서 먼저 내리며 잉가가 조용히 말했다.
- 나도 여기서 뭔가가 느껴지는데.
빅토르가 답했다.
 
후에 두 사람은 다시 한 번 이 장소에 와서, 하루 종일을 보내며, 사방을 살펴보고, 지역 住民(주민)과도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土壤(토양)이 썩 비옥하지는 않고, 얕은 땅 속에 물이 있다고 알게 되었다. 그렇지만 빅토르는 이것이 걱정이되지 않았다.
 
오히려, 이 땅, 이 당위에 자라는 작은 자작나무들, 그 위의 하늘, 구름 - 이 모두가 자기 本來의 것처럼, 점점 더 그리 느껴졌다. 자기와 미래 자기 아들의 것처럼. 자기와 잉가의 손자들 그리고 그 아래 後孫(후손)들의 것처럼.
'그리 비옥하지 않은 토지는 큰 불행이 아니야. 그걸 肥沃(비옥)하게 만들면 돼.'
 
2헥타르 땅을 사는 데 필요한 登記節次(등기절차)는 얼마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로부터 4개월 후 땅 위에는 마치 童話처럼 멋진, 원통형으로 다듬은 통나무로 지은 러시아 전통 家屋(가옥)이 들어섰다.
크지 않은 사각뿔 지붕 집에는 사우나, 생태화장실이 비치되었고, 부지에 판 우물에서 직접 공급되는 찬물과 뜨거운 물이 공급되었다. 2층은 안락한 침실이었고, 침실 창밖으로는 호수와 숲이 내다보였다.
 
작은 집 안의 室內(실내) 공간을 구상한 것은 잉가였다. 부지에 심을 나무도 그녀가 계획을 세웠다. 부지의 경계를 따라 두 사람은 같이 잣나무, 전나무, 소나무를 심었고, 작은 과일 나무도 심었다. 매일 저녁 빅토르는 자기의 작은 집, 자기의 미래의 家園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집에서는 자기 아이의 미래의 어머니가 살림살이로 분주했다.
 
빅토르가 전에 알고 있던 모든 여자들은 저 멀리 뒷전으로 물러난 건 물론, 빅토르에게 그들은 이제 존재조차 없었다. 아이 出産에 대한 잉가의 특이한 태도는 빅토르에게 새로운 感情을 일으켰다. 그 감정이란 다 이해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통의 사랑과 달랐지만, 빅토르는 굳게 확신했다.
 
이젠 결코 그녀와 헤어질 수 없고 오직 그녀만이...... 오직 그녀만 未來를 지을 수 있다. 두 사람은 함께, 집에서 출산하는 법을 배우러 모스크바로 다녔다. 그런데 잉가의 한 가지 이상한 면이 빅토르를 곤란하게 했다. 잉가는, 자기 아이가 肉慾(육욕)의 결과가 아닌, 다른, 사람의 욕구보다 혜량할 수 없이 더 크고 의미 있는 무엇으로 태어나야 한다며, 그와의 성관계를 한사코 拒絶(거절)했다.
 
이 녹색 표지의 책 著者가 좀 과했구만, 원 세상에, 육욕의 결과가 아니라면, 그게 도대체 가능하기는 한 거야?
그러던 어느 날, 그가 잉가 곁 침대에 누워, 섹스는 기대하지 않고 未來의 자기 아들만을 생각하며, 잉가의 젖가슴에 손을 갖다 댔는데, 잉가가 갑자기 빅토르에게 찰싹 붙으며 끌어안았다.
아침, 잉가는 아직 자고 있었으나, 빅토르는 호수로 갔다. 그 주변의 世上은 이미 완전 달라져 있었다. 특별하고 기뻤다.
 
밤에 있었던 일은, 빅토르가 전에 잉가와도 다른 어떤 여자와도 느껴보지 못한 것이었다. 그건 보통 섹스가 아니었다. 그것은 靈感이 가득한 분출이었다. 사람은 태어나고 죽는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것을 일평생 느껴보지 못하고, 사람들은 자기 일생에서, 아마도,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만다. 빅토르는 잉가 덕분에 이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따뜻하고 심지어는 뜨거울 지경인 새로운 感情이 자신의 유일한 여인- 잉가에 대한 새로 생겨났다.
 
 
* * *
잉가는 임신 기간 꼬박 9개월을 家園에서 보냈다. 간혹 市內에 나가는 일이 있기는 했다. 잉가는 유모차, 아기 침대를 어디에 놓을까 계획을 세웠고, 빅토르로 하여금 자기 아들이 밟고 걸어다닐 잔디밭을 만들게 했다. 그런데 出産은 예정된 날보다 일주일 먼저 시작되었다. 아마, 미래의 아들이 훌륭한 지상을 보려 서둘렀던 모양이다.
 
아이 出産에 대한 교육 과정을 밟은 빅토르는 출산시 아버지가 해야 할 일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가 취할 수 있던 유일한 조처는, 알고 있던 산파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구급차를 부르는게 전부였다. 잉가는 스스로 浴槽(욕조)에 물을 받고, 수건을 준비하고, 물의 온도를 잴 수밖에 없었다. 빅토르는 방안에서 왔다 갔다 할 뿐, 무슨 일을 중요히 해야 할지 생각해보려 했지만,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잉가는 남편의 도움을 기대하지 않고, 스스로 욕조에 들어갔다. 陣痛(진통)은 계속되었지만, 힘을 줄 때마다 잉가는 아름다운 목소리로 기쁘고 歡喜(환희)에 찬 음계를 냈다.
결국, 빅토르는 교육과정에서 귀가 딿도록 들었던 긍정적인 감정을 생각해냈다. 빅토르는 창턱을 바라보다, 그곳에서 잉가가 심어놓은 꽃이 滿開한 것을 보았다. 그는 이 꽃이 담긴 화분을 들고, 욕실로 들어가 황당한듯 계속 중얼거렸다.
 
- 잉가, 이것 봐, 당신 꽃이 피었어! 당신 꽃이 피었다고. 꽃을 피웠어. 이거 보라니까.

자기 아들의 작은 몸이 욕조에 나타났을 때에도, 그는 이 꽃을 들고 그대로 서 있었다.
산파가 도착한 때는, 잉가가 이미 자기 배에 아주 자그마한 몸을 얹고 있을 때였다. 손에 花盆(화분)을 들고 있던 빅토르를 보고, 산파는 급히 물었다.
 
- 무엇 하시는 거예요?
- 아들을 낳고 있어요.
빅토르의 답이었다.
- 아아.
이해하겠다는 듯 산파가 수긍했다.
- 그러면 창가에 그 화분을 내려놓고 오세요.
 
''모든 男子들에게 말해줘야 해......''
집 주변을 벌써 몇 번째를 돌면서 빅토르는 생각했다. 진짜 사랑, 영원한 사랑은, 사랑한 女人과 오래 오래 苦待하던 아이를 낳아야만 다가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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