善이여, 지구에서 영원하라!(아나스타시아5권, '우리는 누구?')
 
 
家園(가원)에서 한 가족이 행복하게 살고 있었어. 남편과 아내, 그리고 두 子女가 있었어. 남자아이 콘스탄찐은 여덟, 여자아이 다샤는 다섯 살.(*역주- 콘스탄찐은 부모나 친구들이 친근하게 코스짜로 부를 수 있다. 다리아를 친근하게 다샤, 다쉔카로 부르고, 일시적으로 기분 나쁠 때는 다쉬카라고 부른다.) 아이들의 아버지는 러시아 최고의 프로그래머였어. 그의 사무실에는 몇 대의 최신 컴퓨터가 있었고, 그는 거기에서 國防部(국방부) 프로그램을 짰어.
 
가끔은 일에 빠져 저녁 시간에도 컴퓨터 앞에 오랫동안 앉아 있었지. 주로 저녁을 함께 보내는 그의 가족은 그럴 때면, 그의 사무실로 가서 거기서 조용히 자기 할 일들을 했어. 아들은 讀書 혹은 새 마을의 그림을 그렸어. 다섯 살배기 다샤만 자기 마음에 드는 일을 찾지 못할 때면, 온 가족이 보이는 안락의자에 앉아, 한참 家族을 한 명 지켜보았어. 가끔은 눈을 감고 있었는데, 이때 그 아이의 얼굴은 속내를 담아내고 있었어.
 
그냥 보기에 보통 평범한 어느 날 저녁, 가족은 여느 때와 같이 아버지의 서재의 앉아 각자 자기 일을 하고 있었어. 서재의 문은 열려 있었고, 서재 옆 아이들 방에서 낡은 기계식 뻐꾸기 時計(시계)의 뻐꾹뻐꾹 소리가 울렸던 거야. 뻐꾸기는 보통 낮 시간에만 울었는데, 이미 저녁이었거든. 그래서 아버지는 하던 일을 멈추고 門 쪽을 쳐다보았어. 다른 사람들도 놀라서 막 소리가 들려온 쪽을 바라보았지.
 
어린 다샤는 안락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있어서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했어. 그 아이의 입술에는 보일락말락, 때로는 확연히 드러나는 微笑(미소)가 놀고 있었어. 그때 갑자기 시계의 뻐꾸기 소리가 다시 들렸어. 마치 누가 어린이 방에 있으면서 시계 바늘을 돌려서, 시간마다 기계식 뻐꾸기가 계속 울리도록 하는 것 같았어. 아버지는 이반 니키포로비치(Ivan NIkiforovich)라는 사람이었는데, 그는 회전의자에 앉아 아들 쪽으로 돌아서 말했어.
 
- 코스짜, 네가 가서 시계를 한 번 보렴. 멈추게 하든가 고쳐 보거라. 할아버지께서 주신 膳物(선물)이 우리 집에서 오랫동안 봉사를 했건만, 이상하게 고장이 났나 보네... 이상해... 코스짜, 네가 한 번 가서 보거라.
 
아이들은 항상 順從(순종)했어. 처벌이 두려워서 그런건 아니었어. 처벌하는 일은 절대없었어. 코스짜와 다샤는 父母를 사랑하고 존경한 거야. 부모님과 무엇이든 같이 하거나, 부모의 청을 들어주는게 아이들한텐 최고의 기쁨이었지.
 
아버지의 말씀을 듣자마자 코스짜는 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어린이 방으로 가지 않았어. 엄마와 아버지는 놀랐지. 눈을 감고 의자에 앉아 있는 어린 동생을 서서 쳐다만 보고 있던 거야. 뻐꾸기 시계 소리는 어린이 방에서 계속 들렸어. 코스짜는 뚫어지게 자기 동생만을 쳐다보았어. 엄마, 갈리나(Galina)는 제자리에 꼼짝 않고 서 있는 아들을 걱정스레 바라보았어. 엄마는 얼른 일어나 놀란 듯이 큰 소리로 말했어.
 
- 코스짜, 코스짜, 무슨 일이니?
여덟 살 난 아들은 엄마의 질겁에 놀라 돌아서서 말했어.
- 나는 괜찮아, 엄마. 아빠의 부탁을 들어주려 했는데 그렇게 못하겠어.
- 왜? 너 움직이지 못하니? 네 방으로 못 가?
- 움직일 수 있어.
코스짜는 증명해 보이기라도 하듯 손을 흔들고 제자리에 발을 굴렀어.
 
- 그런데 방에 들어갈 필요가 없어요. 다샤가 여기 있으니까요. 다샤가 더 세요.
- 누가 여기 있다고? 누가 더 세?
엄마는 점점 더 걱정이 되었어.
- 다샤가요.
눈을 감은 채 안락의자에 앉아 미소를 짓는 여동생을 가리키며 코스짜가 대답했어.
 
- 저 애가 時計 바늘을 돌리는 거야, 엄마. 내가 시계바늘을 있던 자리로 되돌려 놓으려 했는데... 저 애가 하면... 나는 ... 안 돼...
- 무슨 말이니, 코스짜? 너도 다쉔카도 우리 앞에 있잖아. 내가 너희들을 보고 있고. 어떻게 여기 있으면서 다른 방에 있는 시계바늘을 돌릴 수가 있지?
 
- 그래요, 여기 있지요. 하지만 생각은 저기 시계가 있는 곳에 있어요. 쟤 생각이 더 힘이 세요. 그래서 저 애의 생각이 바늘을 빨리 돌게 하면 뻐꾹뻐꾹우는 거예요. 쟤는 요새 저 장난을 많이 해요. 하지 말라고 했는데... 걱정하실 줄 알았어요. 그런데 다샤는 무슨 생각에 잠기자마자 뭔가 일을 낸다고요...
 
- 다샤가 무슨 생각을 깊이 하지?
이반 니키포로비치가 對話에 끼어들었어.
- 그리고 왜 전에 이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니, 코스짜?
- 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제 직접 보셨는지요. 바늘이야 뭐 별거 없잖아요. 그냥 장난치는 거예요. 누가 방해하지 않으면 저도 시계바늘을 움직일 수 있어요. 그런데 다샤처럼 깊이 생각에 잠기지는 못해요. 쟤가 생각 중이면 그 생각을 방해할 수 없어요.
 
- 동생이 무슨 생각을 그리 하는지, 너는 아니?
- 몰라요, 다샤한테 물어보세요. 더 장난을 못 치게 제가 지금 저 애의 생각을 끊을게요.
코스짜는 여동생이 앉아 있는 의자로 다가가 보통 때보다 조금 큰 소리로 또박또박 말했어.
- 댜샤, 생각을 멈추어. 그만두지 않으면 너하고 하루 종일 말도 안 할 거야. 네가 엄마를 놀라게 했어.
 
어린 少女의 눈썹이 떨리더니, 서재에 있는 사람들을 무슨 일인가 하고 휘둘러 보고는, 정신을 차린 듯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잘못을 빌며 고개를 떨구었어. 뻐꾹 소리는 그치고 서재에는 얼마간 완전한 정적이 맴돌았어. 잘못을 비는 듯한 어린 다샤의 낮은 목소리가 정적을 깼어. 그 애는 고개를 들고 반짝이는 多情한 두 눈으로 아빠 엄마를 바라보며 말했어.
 
- 엄마, 아빠, 제가 놀라게 했다면 죄송해요. 그렇지만 저는 꼭, 저는 꼭 그걸 다 생각해 내야 해요. 끝까지 다 생각해야 해요. 내일도 休息할 때 그걸 생각할 거예요.
소녀 아이의 입술은 떨렸어. 금세라도 울음이 터질 듯 겉았지만 그 애는 계속 말했어.
- 코스짜, 나하고 얘기 안 할 거라고 했지, 그렇지만 난 다 생각해낼 때까지 그걸 깊이 생각해야 해.
 
- 이리, 내게 오너라, 우리 딸.
이반 니키포로비치는 感情을 억누르며 말했어. 그리고 두 팔을 벌려 딸에게 손을 내밀었어.
다샤는 와락 아버지한테 다가와 무릎에 올라서는 아버지 목을 조그마한 팔로 감아 안았어. 아빠의 뺨에 잠시 대고 있다가 다시 무릎에서 내려와서는 머리를 아빠한테 살짝 기댄 채 섰어.
 
이반 니키포로비치는 왠지 모를 흥분을 자제하며 딸과 대화를 시작했어.
- 다쉔카, 걱정 마라. 네가 깊이 생각을 해도, 이제 엄마는 놀라지 않을 거야.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냥 말해 보거라. 네가 반드시 끝까지 다 생각해야 된다는 것이 무엇이지? 네가 생각하는데 왜 벽시계 바늘이 빨리 움직일까?
- 아빠, 난 즐거운 時間을 더 많이 하고, 즐겁지 않은 시간은 줄어들거나 사라지게 하고 싶어. 바늘이 즐겁지 않은 시간은 건너뛰었으면, 그게 사라졌으면 좋겠어, 그래서 생각하는 거야.
 
- 다쉔카, 즐겁거나 그렇지 않거나는 시계바늘하고는 상관이 없잖아?
- 바늘하고는 상관이 없지, 아빠. 난 알아, 시계바늘하곤 상관없어. 그렇지만 시간을 느껴 보려고 그걸 같이 움직이는 거야. 뻐꾸기 시계가 내 '생각의 速度(속도)'를 재고 나는 그 안에 해내야 하거든...
- 어떻게 하니, 다쉔카?
 
- 간단해. 생각의 한 구석에서 벽시계 바늘을 想像하고, 바늘이 더 빨리 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거야. 내가 빨리 생각하면 바늘도 빨리 움직여.
- 딸아, 시간을 빨리 움직여서 네가 하고 싶은게 뭐니? 시간이 뭐 마음에 안 드는게 있니?
- 난 그게 좋아. 난 얼마 전에 깨달았어. 시간 잘못이 아니야. 사람이 스스로 자기 時間을 망치는 거야. 아빠는 컴퓨터 앞에 자주 앉아 있고, 또 어디론가 떠나서 오랫동안 있어. 아빠가 떠난 때 시간을 망치는 거야.
 
- 내가? 망친다고? 어떻게?
- 우리가 같이 있을 땐 좋은 時間이야. 우리가 함께 있을 땐 분, 시간, 날이 아주 좋아. 그러면 周圍(주위)의 모든 것이 기뻐해. 사과나무 꽃이 조금 조금 피어나려 할 때, 기억나, 아빠? 나하고 엄마하고 처음 핀 꽃들을 발견했는데, 아빠가 엄마를 팔에 안고 빙빙 돌았어. 엄마가 낭랑하게 웃어서 주변의 모두가 즐거웠어. 나뭇잎, 새들이 기뻐했어. 그런데 나는 골이 안 났어. 아빠는 내가 아니라 엄마를 약간 들어올려서 빙빙 돌았잖아. 난 엄마를 아주 많이 사랑하니까. 나는 家族들과 지낸 이런 시간이 기뻤어.
 
그런데 나중에 다른 시간이 다가왔어. 난 이제 알았어. 그건 아빠가 다르게 한 거야. 아빠가 우리를 놔두고 오랫동안 떠나 있었어. 사과나무에는 조그만 사과까지 열리기 시작했지. 아빠는 계속 없었어. 엄마는 사과나무에 다가가서 거기서 홀로 서있었어. 아무도 엄마를 빙빙 돌려주지 않았고 엄마도 낭랑히 웃지 않았어. 주위 모두가 아무것도 기뻐할 게 없었지. 아빠가 없을 땐, 엄마의 微笑(미소)가 딴판이야. 슬픈 미소야. 이건 나쁜 시간이야.
 
다샤는 흥분 상태에서 빠르게 말했어. 그러다 갑자기 말을 멈추더니 한꺼번에 쏟아놨어.
- 좋은 걸... 시간이 좋을 때... 아빠가 나쁘게 하면 안 돼!
- 다샤, 네 말이 맞는 걸 같기도 하구나... 그래... 하지만 너는 시간에 대해서 다 몰라. 그 속에서 우리 모두가... 우리 모두가 그 속에서 사는데...
 
이반 니키포로비치는 論理(논리)를 잃었어. 어찌할 바를 몰랐지. 자기가 떠나야만 하는 필요성을 어떻게든 설명을 하긴 해야겠는데... 자기의 조그마한 딸이 알아듣도록 설명을 해야겠는데... 더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자, 그는 컴퓨터에서 로켓 圖面(도면)이며 모델을 보여주며 자신의 일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어.
 
- 다쉐카, 이걸 알아야 한단다. 물론, 우리는 여기에 함께 있으면 좋아. 우리 이웃에 사는 사람들도 여기가 좋지. 하지만 世上에는 다른 곳, 다른 나라들이 있단다. 거기엔 여러 가지 武器가 많아... 우리의 멋진 동산, 네 친구들의 동산 그리고 집, 이런 걸 지키려고 아빠는 가끔 어디론가 가는 거야. 우리 나라도 최신식 무기를 많이 갖고 있어야 지킬 수가...
 
그런데 얼마전... 다쉔카... 얼마전 다른 나라에서 새 무기를 개발했단다... 그게 아직은 우리것보다 강해... 자 이 畵面(화면)을 봐라, 다쉔카.
이반 니키포로비치는 키보드를 달칵거렸어. 그러자 화면에 특이한 형태의 로켓 그림이 나타났어.
 
- 다쉔카, 이거 봐라. 이건 큰 로켓이야. 그 몸체 안에 56개의 작은 로켓들이 들어 있어. 큰 로켓은 사람의 命令(명령)에 따라 날아 올라서 지정한 地點으로 향해서는 그곳에 있는 살아 있는 모든것을 없애 버린단다. 이 로켓을 擊墜(격추)시키기는 어려워. 어떤 물체라도 그것에 다가가면 거기에 장치된 컴퓨터가 작동해서 몸체에서 작은 로켓 하나가 분리되어 물체를 박살낸단다.
 
조그만 로켓은 큰 것보다 速度(속도)가 빠른데, 발사 시점에 큰 로켓의 관성속도를 이용하기 때문이지. 저런 괴물 로켓을 하나 격추시키려면, 57개의 로켓을 동시에 쏴야 해. 카세트 로켓이라 부르는 이걸 만든 나라에는 딱 세 개가 있어. 그건 地下 깊은 갱도에 여러 곳에 분산된어 철저히 감추어져 있지만 라디오波(파)로 전달하는 명령에 의해 발사될 수 있어. 작은 집단의 테러리스트들이 이미 여러 나라들을 대규모 파괴로 벌벌 떨게 하고 있어. 아빠가 이 카세트 로켓에 장착된 컴퓨터 프로그램의 비밀을 풀어야 한단다.
 
이반 니키포로비치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 안을 서성였어. 컴퓨터 옆에 서 있는 자기의 딸에 대해서는 忘却(망각)한 듯, 그의 생각은 점점 더 그 프로그램 생각에 빠져들었고, 그는 계속해서 빨리 말했어. 이반 니키포로비치는 급히 컴퓨터로 다가갔어. 모니터에는 로켓의 외부 모습이 나타나 있었고, 字板(자판)의 키를 두드리자 모니터 스크린에 로켓의 燃料(연료) 공급 시스템 그림이 나타났어. 이어서 탐지기가 나타나더니 다시 전체 외관이 보였어. 그림을 바꾸어가며, 이반 니키포로비치는 이제 자기 딸이 옆에 있다는 사실 조차 의식하지 못했어.
 
그는 중얼거리며 논리를 헤아려 보았어.
- 각부에 탐색 장치를 탑재한게 분명해. 그래, 물론이지, 각 부에 말이야. 하지만 프로그램이 다를 수는 없어. 프로그램은 동일해...
그때 갑자기 옆 컴퓨터에서 소리가 들렸고, 급히 그쪽을 바라보았어. 이반 니키포로비치는 옆 컴퓨터의 모니터를 보고는 그 자리에서 넋을 잃고 말았어. 모니터에서 ''非常(비상)! 비상X'' 란 내용을 담은 텍스트가 계속해서 깜박이고 있었어. 이반 니키포로비치가 재발리 키보드를 누르자 화면에서는 軍服(군복) 차림의 한 남자 영상이 나타났어.
 
- 무슨 일이오?
그에게 이반 니키프로비치가 물었어.
- 세 차례의 특이한 폭발이 탐지되었습니다.
- 全軍에 제1호 非常 명령이 내려졌습니다. 작은 규모의 폭발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엔 地震이 발생했고요. 사태를 해명하는 자는 아직 아무도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정보국에 따르면, 온 지구의 軍이 제 1호 비상 대기 상태입니다. 공격하는 측은 아직 미상입니다. 폭발은 계속되고 있고, 우리는 상황 파악에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우리 부서의 모든 직원들은 상황분석 착수를 명령 받았습니다.
 
모니터 화면속의 사람은 군대식으로 빠르고 분명히 말했어. 말미에는 격앙된 감정으로 덧붙였어.
- 이반 니키포로비치, 爆發(폭발)이 계속되고 있어요. 저 나갑니다...
군복 차림의 사람이 스크린에서 사라졌지만, 이반 니키포로비치는 꺼진화면을 계속 주시하며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어. 생각에 잠긴 채, 자그마한 다샤가 서 있는 쪽으로 천천히 돌아서는, 믿을 수 없는 자신의 추측에 몸서리 치고 말았지.
 
그의 조그마한 딸이 눈을 가늘게 뜨고, 깜빡이지도 않고, 초현대식 로켓 그림이 있는 모니터를 쳐다보는 걸 보았던 것이지. 딸 아이의 몸이 문득 파르르 떨렸어. 다샤는 안심한 듯, 숨을 한 번 들이쉬고는 키보드에서 ''Enter''를 눌렀어. 그러자 새 로켓의 그림이 나타났고, 딸은 다시 눈을 가늘게 뜨고 그걸 유심히 쳐다보기 시작했어.
 
이반 니키포로비치는 전신마비가 온 듯 제자리에서 꼼짝도 못하고 서서 열병에 걸린듯 생각으로만 중얼거렸어. ''정말 저 애가 그걸 폭발했단 말인가?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자기 생각으로 저것을 폭파할 수 있나? 저 애가 그러는 걸까? 정말? 어떻게? 그는 딸 아이가 하는 걸 그만두게 하려고 그애를 불렀어. 큰 소리가 안 나와 소근소근거렸어. ''다샤, 다쉔카, 우리 딸, 그만 하거라!'' 이 모든 광경을 주시하고만 있던 코스짜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자기 동생한테 다가가서 동생을 살짝 때리고는 빠르게 선언했어.
 
- 다쉬카, 너 이젠 아빠까지 놀라게 했어. 난 이제 너하고 이틀 동안 애기도 안 할 거야. 하루는 엄마, 또 하루는 아빠를 위해서야. 알았어? 아빠를 놓라게 하다니.
정신 집중 상태에서 서서히 풀려나오면서, 다샤는 오빠 쪽으로 고개를 돌렸어. 이젠, 정신을 집중한 가늘게 뜬 시선이 아니라, 용서를 비는 애처로운 視線(시선)으로 오빠의 눈을 바라보았어. 코스짜는 눈물이 글썽한 다샤의 눈을 보고는 동생의 어깨에 손을 얹고 전보다는 풀어진 목소리로 말했어.
 
''좋아, 내가 말을 심하게 했어. 하지만 아침마다 리본 매는 것은 너 스스로 해. 넌 이제 어린애가 아니니까. 울지만 마.''라고 말하며 오빠는 다샤를 多情히 안았어. 소녀 아이는 코스짜 가슴에 얼굴을 묻었고, 그 애의 어깨가 들썩거렸지. 소녀는 슬프게 울며 자꾸자꾸 말했어. ''또 놀라게 했어. 내가 바보야. 잘하려고 했는데 또 놀라게 했어.'' 갈리나가 아들한테 다가와서 쪼그려 앉아 다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어. 소녀는 엄마 목에 와락 안겨서는 조용히 울기 시작했어.
 
- 다샤가 어떻게 하는 거니, 코스짜? 어떻게?
제 정신이 돌아온 이반 니키포로비치가 아들한테 물었어.
- 시계 바늘 돌리는 거하고 같아, 아빠.
코스짜가 대답했어.
- 하지만 시계는 곁에 있고, 로켓은 멀잖아. 그 所在地(소재지)도 완전 비밀로 유지되고 있어.
 
- 아빠, 그게 어디 있는지는 다샤한테 아무 상관이 없어. 물체의 겉모양만 보는 것으로 충분해.
- 그런데 폭발은... 그걸 폭파시키려면 접속을 해야 하는데...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여럿을... 안전장치, 비밀장치... 등등이 있거든...
- 아빠, 다샤는 연결점을 다 붙여 보는 거야. 그러다 接續(접속)이 이루어져. 전에는 한 15분쯤 오랫동안 해야 했는데, 이제는 한 일 분이면 돼.
 
- 전이라니?
- 네, 아빠. 로켓을 가지고 논 건 아니지만요. 우린 그렇게 놀았어요. 동생은 시계바늘을 움직일 줄 알아어요. 난 동생한테 어렸을 때 타고 놀던 전기 자동차를 보여주었어요. 자동차 앞 뚜껑을 열고 전선을 헤드라이트에 연결해 달라고 했어요. 내 손이 거기까지 미치질 않아서요. 그랬더니 동생이 연결했어요. 그리고 한 번 타보고 싶다고 했을 때, 제가 말했어요. 아직 어려서 시동을 걸고 정지하고 할 수 없을 거라고요. 그런데 자꾸 졸라서 그러라고 했어요.
 
내가 시동 거는 방법을 설명했는데, 다샤는 다 자기식대로 했어요. 아빠, 다샤는 운전대를 잡고는 아무것도 켜지 않고 그냥 출발했어요. 다샤는 시동을 건다고 생각했지만, 제가 보니 손으로 아무것도 만지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시동을 걸긴 했는데, 그게 생각으로 한거였어요. 아, 그리고요, 아빠, 다샤는 微生物하고 친해요. 그것들이 다샤 말을 잘 들어요.
 
- 미생물하고? 어떤 미생물?
- 여러 가지요. 우리 주변에도 살고, 우리 안에도 사는 것들이요. 그것들은 보이지 않아요. 그렇지만 있어요. 우리 가원 끝자락, 숲 속에는 오래된 고압 送電塔(송전탑)에서 남은 금속 기둥이 삐죽 튀어나와 있어요, 기억나죠, 아빠?
- 삐죽 나왔더랬지, 그게 어째서?
- 콘크리트 기초에 박혀 녹이 슬었어요. 나하고 다샤하고 버섯을 따러 갔을 때, 다샤가 그걸 보고 말했어요. 저것 때문에 열매와 버섯들이 자라지 못한다고 나쁘다고 했어요. 그러더니 다샤가 말했어요. ''너희들이 저걸 빨리 먹어치워.''
 
- 그랬더니?
- 이틀 후에 이 녹슨 잔해와 콘크리트 기초가 없어졌어요. 아직 풀은 나지 않고 흙 바닥이 드러나 있었어요... 미생물들이 금속과 콘크리트를 먹어치웠어요.
- 코스짜, 그런데 왜, 왜 전에 내게 다샤한테 일어난 일을 하나도 얘기하지 않았니?
- 겁이 났어요, 아빠.
- 뭐가?
 
- 역사책을 읽었는데... 멀지 않은 과거에, 특수한 능력을 보유한 사람들을 격리시켰대요. 아빠하고 엄마한테 모두 다얘기하려고 했는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어요. 엄마 아빠가 알아듣고 믿게 하려면...
- 코스짜, 우린 너를 언제나 믿는다. 게다가, 네가 보여줄 수도 있었잖아... 아니, 다샤한테 부탁해서 뭔가 피해가 안 되게 자기 능력을 보여 보라고 할 수도 있었겠지.
 
- 아빠, 내가 두려워했던 거 그게 아니에요. 다샤가 보여줄 수도 있었겠지요.
코스짜는 입을 다물었어. 다시 입을 열었을 때, 그의 감정은 격앙된 상태였어.
- 아빠, 난 아빠 엄마를 사랑해요... 다샤한테는 가끔 엄하게 대하지만, 다샤를 난 많이 사랑해요. 다샤는 착해요. 다샤는 주변 모두에게 착하고, 다샤는 벌레한테도 화내지 않아요. 벌레도 다샤한테 그래요. 꿀벌이든 별통에 다가가 벌통 구멍 곁에 앉아 바라보아요. 어떻게 날아다니는지. 꿀벌들은... 꿀벌이 새까맣게 그 아이 손에, 발에, 뺨에 기어다니는데 쏘지는 않았어요. 다샤가 날아오는 꿀벌한테 손바닥을 내미니까 벌들이 거기 않아서 뭔가를 남겼어요. 다샤는 나중에 손바닥을 핥고 웃었어요. 다샤는 착해요. 아빠...
 
- 진정하거라, 코스짜, 진정해. 차분히 상황을 정리해 보자꾸나. 그래, 침착하게 생각해 봐야 해. 다샤는 아직 어린애야. 다샤가 최첨단 로켓 몇 개를 터트렸어. 세계대전이 일어날 수도 있었지. 끔찍한 전재이야. 하지만 전쟁을 하지 않고도... 그런데 만약 다샤가 적군의 로켓 말고 우리 로켓의 그림도 훑어 보았다면... 전 세계 나라에 있는 모든 로켓들이 터지기 시작했다면, 세계는 종말을 고할 수도 있었어. 수억 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어. 나도 우리의 어린 댜샤를 사랑한단다. 하지만 수백만이... 조언을 구해야 해. 출구를 찾아야 해. 그런데 지금 당장은, 당장은 몰라... 다쉔카를 어떻게든 격리해야 해. 어떻게든.. 그래. 얼마간 잠을 자도록 해야 할지도 몰라. 그럴수 있겠지... 그 외 다른 방법이 없을까? 또 어떤 해결 방안이 있지?
 
- 아빠, 아빠, 잠깐. 혹, 다샤 마음에 안 드는 대량살상 로켓을 모두 地球(지구)에서 완전히 없애면 안 될까요?
- 없앤다?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전 세계 나라들의 합의가 필요해. 모든 군 관계자들과. 그래... 그렇지만 그렇게 빨리 할 순 없어. 그래, 가능하기는 할지 모르겠지만. 그런데 지금은...
 
이반 니키포로비치는 컴퓨터로 급히 다가갔어. 그 화면에서 다샤가 터트리지 못하게 막아놓은 로켓의 그림이 떠 있었어. 로켓의 그림이 떠 있는 모니터를 끄고, 통신용 컴퓨터의 키보드 쪽으로 옮겨 앉아서 이런 내용의 전문을 쓰기 시작했어.
''수신처: 본부 사령부. 본 내용은 모든 軍 관계자와 국제 通信社(통신사)에 긴급 배포해야 함.
 
일련의 로켓 폭발의 원인은, 접속을 연결할 능력이 있는 박테리아임. 그들을 조종할 수 있음. 폭발성 모든 武器(무기)들의 그림을 반드시 없애 버려야 함. 모두!!! 아주 작은 탄알부터 가장 큰 최첨단 로켓 시스템까지 모두 다! 박테리아를 조종하는 자는 폭발 위험이 있는 물체의 소재를 몰라도 됨. 그는 그림에서 그 形態(형태)만 보면 됨!''
이반 니키포로비치는, 이제 웃으며 신나게 엄마와 얘기를 나누고 있는 다샤를 보고 전문에 이런 내용을 추가 했어. ''폭발을 제어하는 장치의 位置(위치)는 불명.''
 
이어서 이반 니키포로비치는 사령부 본부로 暗號(암호)처리된 전문을 발송했어. 다음날 아침, 러시아 최고군사회의가 비상 소집되었어. 이반 니키포로비치의 家園이 소재한 마을 주변에는 경비대가 배치되었어. 경비대는 남들 눈에 띄지 않게 도로정비 노동자 차림을 하고 있었어.
 
마을 외곽 5킬로미터 거리에 순환도로 건설하는 흉내를 냈어.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모두가 동시에 한 발 간격을 두고 공사를 했어. 이반 니키포로비치의 가원에는 망원 카메라가 설치되어, 어린 다샤의 一擧手一投足(일거수일투족)을 계속 주시했어. 그 영상은 우주비행통제센터를 닮은 곳으로 전송되었어. 비상사태를 대비하여, 수십명의 심리학자, 군인, 전문가들이 모니터 옆에서 교대로 비상대기했어. 심리 전문가들이 다샤가 깊은 생각에 들지 않고 무언가를 할 일을 찾도록 특수 통신수단을 통해 계속 부모에게 조언을 했어.
 
러시아 정부는 국제 聲明(성명)을 발표했어. 많은 사람들은 그 성명을 이상하게 생각했지. 러시아 정부는 어떤 무기이든 그 소재지와는 상관없이 폭파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성명을 낸 거야. 그 힘은 러시아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그와 協商(협상)을 진행중이라 했어. 믿기 어려운 이 성명은 증명이 필요했지. 국제회의에서는 특수 형태의 포탄을 제작하기로 결정되었어. 탄약통을 네모나게 만들었어. 이 실험에 참가국은 각기 이런 포탄을 20개씩 가지다가 자기 나라 領土(영토)의 여러 곳에 감추었어.
 
- 왜 네모난 탄약통 폭탄을 만들었지? 그냥 있는 거로 하면 되지?
내가 아나스타시아한테 물었다.
- 세상에 있는 모든 폭탄뿐만이 아니라, 경찰, 군인, 그리고 탄알이 장착된 모든 武器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의 총알이 터질 것을 염려한 거야, 블라지미르.
- 그렇구나... 그래서 네모 폭탄 실험은 어떻게 됐어?
- 이반 니키포로비치는 자기 딸 다샤를 자기 서재로 불러서 네모난 폭발물의 寫眞(사진)을 보여주고 폭파해 보라고 했어. 다샤는 사진을 보더니 이렇게 말했어.
 
- 아빠, 난 아빠를 많이 많이 사랑해. 하지만 아빠 부탁을 절대 들어줄 수 없어.
- 왜?
이반 니키포로비치는 놀랐자.
- 난 못해.
- 다쉐카, 전에는 했잖아. 최신식 로켓을 여럿 폭파했잖아. 왜 지금은 안 되지?
- 그땐 내가 좀 흥분했었거든, 아빠. 아빠가 어디론가 떠나거나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 있는게 난 싫었어. 아빠는 컴퓨터 앞에만 앉으면 아무하고도 얘기도 하지 않고, 재미있는 것도 아무것도 안 해. 그런데 지금은 아빠가 항상 곁에 있지. 아빠는 아주 좋은 사람이 됐어. 이제 난 폭발을 할 수 없어.
 
이반 니키포로비치는 깨달았지. 다샤가 폭발의 목적을, 그 의미를 理解(이해)하지 못하면 네모난 폭발물을 폭파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거야. 이반 니키포로비치는 안절부절 못하고 방안을 서성이며 어찌하면 방도를 찾을 수 있을까 골똘히 생각했어. 그는 흥분상태가 되어 다샤를 설득하기 시작했어. 마치 혼자 생각하듯이 딸에게 말했어.
- 안 된다고... 그래... 안타깝다. 수천 년 동안 세상은 전쟁을 했어. 하나의 전쟁을 끝나면 다른 전쟁이 꼬리를 물었지. 수백만 사람이 목숨을 잃었고 지금도 마찬가지야. 군비에 엄청난 비용이 들어... 멈추지 못하는 이 학살을 단절시킬 기회였는데... 안타깝구나...
 
이반 니키포로비치는 의자에 앉아 있는 다샤를 바라보았어.
딸의 얼굴은 평온했어. 아빠가 서재를 서성이며 중얼거리는 것을 재미있게 바라보았어. 하지만 아빠가 하는 말에 관심이 없었어. 전쟁이 무엇인지, 엄청난 비용이 무엇인지, 누가 그 돈을 쓰는지 아이는 알 수가 없었지. 아이는 자기대로 생각한 거야.
 
''왜 아빠는 차갑기만 하고, 아무 에너지도 주지 않는 컴퓨터 주변에서 걱정스레 서성일까? 나무가 꽃을 피우고 새가 지저귀고 온갖 풀과 나뭇가지가 뭔가 보이지 않는 것으로 온 몸을 다정하게 감싸주는 동산으로 나가지 않을까? 엄마와 코스짜가 지금 거기서 기다리고 있는데. 아빠가 빨리 재미없는 대화를 마치고, 같이 동산으로 나갔으면 좋으면만. 엄마와 코스짜가 우리를 보자마자 반가워할 텐데. 엄마는 웃을 거야. 코스짜는 어제, 돌과 꽃을 만지면서 멀리 있는 별님을 만지는 방법을 알려준다고 약속했는데... 코스짜는 항상 약속을 지켜...''
 
- 다쉔카, 아빠 얘기가 재미없니? 내가 말한 거 무슨 말인지 모르지? 다샤, 무슨 생각하고 있니?
- 이반 니키포로비치가 딸에게 물었어.
- 아빠, 난 왜 우리가 동산에 나가지 않고 여기 있나 생각했어. 거기서 모두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데.
이반 니키포로비치는 딸과 솔직하고 具體的(구체적)으로 얘기를 해야겠다고 깨달았어. 그리고 말문을 열었어.
 
- 다쉔카, 네가 로켓 그림을 보며 폭파했을 때, 다시 한 번 네 능력을 실험해 보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어. 세상에 있는 모두 무기를 없앨 수 있는 러시아의 능력을 세상에 보여주려 했던 거야. 그러면 무기를 생산할 이유가 하나도 없어지니까. 이유도 없고 오히려 危險(위험)하기까지 하지. 이미 만들어 놓은 것들을 사람들이 스스로 없애버릴 거야. 그러면 일대 무장해제 소동이 일어나겠지. 네모난 폭탄은 네 능력을 시험해 보이고, 이때 아무도 다치지 않도록 특별히 만든 거야. 이제 네가 그걸 폭파해 보거라, 다쉔카.
 
- 아ㅃ, 난 이제 못해.
- 왜? 아까는 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못한다고?
- 아무것도 폭파하지 않겠다고 나 스스로 약속했어. 한 번 약속했으니까 난 이제 폭파할 능력이 없어.
- 없다고? 왜 그런 약속을 했니?
- 코스짜 오빠가 오빠 책에 있는 그림을 보여주었어. 폭발해서 사람들의 몸이 조각조각 나고, 무서워서 떨고, 나무가 쓰러지고, 죽는 걸 보았어.. 그래서 난 약속했지...
 
- 다쉔카, 그러니까 이제 넌 딱 한 번도 할 수 없어? 딱 한 번만... 딱 한번, 이 네모난 폭발물...
이반 니키포로비치는 딸에게 사각형 폭발물 사진을 내밀었어.
- 이것은 실험용으로 특별히 제작되어 여러 나라 은밀한 곳 여기저기에 숨겨두었어. 폭발물 근처에는 사람이 없어. 모든 사람들이 폭발할지 안 할지 기다리고 있단다. 딸아, 폭파시켜라. 그렇게 해도, 너 자신과의 약속을 어기는게 아니야. 누구도 죽이지 않아. 오히려...
아샤는 네모 폭탄의 사진을 시큰둥하게 쳐다보고는 침착하게 대답했어.
 
- 어빠, 내가 약속을 취소한다 해도, 이 폭탄들은 폭발하지 않아.
- 왜 그렇지?
- 왜냐하면 아빠는 너무 길게 얘기하니까 그렇지. 난 사진을 보자마자 이 네모난 게 보기 싫었고 하나도 마음에 안 들었어. 못생겼어. 그래서 지금은...
- 그래서 지금은 뭐... 다쉔카... 뭐?
- 아빠, 미안해, 아빠가 사진을 보여주고 너무나 오래 얘기하는 바람에, 걔들이 이미 거의 다 먹어치웠어.
- 먹다니? 뭐를 먹었어?
- 그 네모난 砲彈(포탄)을 거의 다 먹었어. 포탄이 내 마음에 안 들자마자 난 느낄 수 있었어. 그 아이들이 움직이더니 빨리빨리 먹기 시작한 거야.
 
- 그 애들이 누군데?
- 그 조그만 것들이지. 우리 주변에도 있고, 우리 속에도 있는. 좋은 애들이야. 코스짜는 그게 박테리아라고 했어. 微生物(미생물)이라던가. 난 내 식으로 불러. ''쪼그만 애들아, 착하다'' 그렇게 하면 더 좋아해. 난 가끔 그 애들하고 놀아. 사람들은 그 애들한테 관심을 두는 적이 거의 없지만, 그 애들은 사람 모두를 위해 항상 좋은 일을 하려고 해. 사람이 즐거워하면 좋은 에너지가 나오니가 그 애들한테도 좋아. 사람이 화를 내거나 무언가 산 것을 부수면 그 애들도 떼로 죽어. 죽은 것들의 자리를 다른 것들이 다시 채우는데, 늦어버리면, 사람의 몸에 병이 나는 거야.
 
하지만 다쉔카, 너는 여기 있고, 폭탄들은 멀리 여러 나라 땅 속에 숨겨져 있어. 그런데 어떻게 너의 ''쪼그만 것들''이 다른 나라에 있으면서, 어떻게 그렇게 빨리 너의 소원을 알 수 있지?
- 그 애들은 서로서로 고리를 이루어서 무척 빨리 얘기를 전해. 아빠의 컴퓨터에 있는 電子들이 뛰는 것보다 훨씬 빨리.
- 컴퓨터... 통신... 지금... 내가 지금 다 확인해 볼게. 다른 나라에 숨겨져 있는 폭발물 주변에는 비디오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거든, 잠깐만.
 
이반 니키포로비치는 통신용 컴퓨터 쪽으로 몸을 돌렸어. 모니터 스크린에는 네모난 폭발물의 그림이 환히 빛나고 있었어.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폭발물의 잔해들만. 화약통의 몸체는 녹이 슬어 있었고, 구멍이 송송 뚫려 있었어. 彈頭(탄두)는 옆에 뒹굴고 있고, 크기는 훨씬 작아져 있었어. 이반 니키포로비치는 다른 나라에 설치된 폭발물도 살펴보았는데, 다른 폭탄들도 마찬기지였어. 스크린에 군복차림의 남자가 나타났어.
 
- 안영하십니까. 이반 니키포로비치. 이미 다 보신 대로입니다.
- 안보회의에선 어떤 결론을 내렸나요?
이반 니키포로비치가 물었어.
- 안보회의는 두 그룹으로 나뉘어 회의 중입니다. 경비대는 목적물의 안전을 위해 추가 조치를 강구 중입니다.
- 내 딸을 목적물이라 부르지 마십시오.
 
- 예민하십니다, 이반 니키포로비치. 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어쩔 수 없습니다. 5분 후면 분야별로 최고의 전문가, 심리학자, 생물학자, 라디오전자학자들로 구성된 전문가 그룹이 당신께 당도할 것입니다. 이미 출발했습니다. 그들이 당신의 따님과 얘기를 나눌 수 있게 조치하십시오. 그에 맞게 따님을 준비시켜 놓으세요.
- 안보회의 참석자 過半數(과반수)는 어떤 의견입니까?
- 아직은 당신의 가족을 가원의 테두리 안에다 완전 隔離(격리)시키자는 쪽입니다. 당신은 지금 당장 모든 기기들의 그림을 치우셔야 합니다. 따님과 함께 계시고, 계속 주시해 주십시오.
 
이반 니키포로비치의 家園으로 당도한 안보회의 전문가 그룹의 한 무리는 한 시간 반 동안 다샤와 대화를 나누었어. 어린아이는 어른들의 질문에 참을성 있게 답했어. 그러다 한 시간 반 가량이 지나서 사건 하나가 발생했어. 가원에 있던 모든 전문가들과 안보회의 본부에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진행사항을 주시하던 모든 사람들은 완전히 넋을 잃고 말았지.
 
다샤와 한 시간 반쯤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이반 니키포로비치의 널따란 서재 門이 활짝 열리더니, 다샤의 오빠 코스짜가 들어왔어. 그 애는 계속 울어대던 뻐꾸기 시계를 들고 왔어. 코스짜는 시계를 책상 위에 놓았어. 시계바늘은 11시를 가리겼고, 뻐꾸기가 열한 번째 소리를 낼 무렵, 큰 시계 바늘이 눈금 판을 한 바퀴 빨리 돌더니, 다시 뻐꾹 소리를 내기 시작한 거야. 참석자들은 어리둥절하여 시계와 다샤를 번갈아 바라보았어.
 
- 아참!
다샤가 소리쳤어.
- 내가 까맣게 잊고 있었네. 중요한 일이 있어서 나가 봐야 해요. 내 친구 베로니카가 바늘을 돌리는 거예요. 그렇게 약속했어요. 내가 혹 잊을까 봐서. 가볼게요.
경비원 두 명이 서재의 出入口를 달았어.
- 다쉔카, 뭘 잊었다고?
이반 니키포로비치가 딸에게 물었어.
- 내 친구 베로니카가 사는 家園에 가봐야 해요. 가서 조그마한 꽃을 쓰다듬어주고 물을 주어야 해요. 안 그러면 심심해할 거예요. 꽃들은 내가 多情히 바라보아 주면 좋아해요.
 
- 네 꽃이 아니잖니?
이반 니키포로비치가 말했지.
- 네 친구가 직접 만져주지 되지? 자기 꽃이니까.
- 아빠, 베로니카는 父母님하고 여행을 가 있어요.
- 어디로?
- 西시베리아 어디래요.
참석자들의 수군수군거리는 歎聲(탄성)이 사방에서 들렸어.
- 저 아이 혼자가 아니라고?
- 저 아이 친구한테는 어떤 능력이 있을까?
- 저 애 혼자가 아니야!
- 그럼 몇이나 되지?
- 그걸 어떻게 알아내냐고?
- 저런 아이들 모두한테도 緊急(긴급)히 조치를 취해야 해!
 
자리의 끝 쪽에 앉아 있던 머리가 센 한 老人이 일어서면서 탄성은 가라 앉았어. 이반 니키포로비치의 서재의 모인 사람들 중 이 사람의 직함과 직위가 最高(최고)였어. 그는 러시아 안보회의 議長(의장)이었던 거야. 모두가 그를 보고 돌아서서는 입을 다물었어. 그의 뺨에는 눈물 방울이 흘러내렸어. 그리 흰머리 노인은 천천히 다샤한테 다가가서 그 애 앞에서 한 무릎을 끊고 그 애한테 손을 내밀었어. 다샤는 일어서서 한 발짝 다가가서는 자기 옷 가장자리 주름을 잡고, 살짝 무릎을 굽히는 人事(인사)를 하고는, 그의 손에 자기의 조그마한 손을 올려놓았어. 흰머리 노인은 아이를 얼마간 바라본 다음, 고개를 숙여 다샤의 손에 정중하게 입을 맞추고 말문을 열었다.
 
- 자그마한 女神이구나. 부디, 우리를 용서해다오.
- 내 이름은 다샤에요.
소녀가 대답했어.
- 그래, 물론이지, 네 이름은 다샤가 맞지. 우리한테 한 번 말해 주지 않으련? 우리 地球가 어때야 하지?
소녀는 놀란듯이 이 나이든 노인의 얼굴을 쳐다보았어. 그에게 다가가서 그의 뺨에 흐르는 눈물 방울을 손바닥으로 조심스레 훔쳐 주고는 손가락으로 콧수염을 잠시 만졌어. 그리고는 오빠를 향해 돌아서더니 말했어.
 
- 코스짜, 오빠, 약속했자? 베로니카네 연못에 있는 백합하고도 놀아준다고. 약속한 거 기억나?
- 기억나.
코스짜가 답했어.
- 그럼 가자!
- 그래 가자!
뒤로 물러서던 경호원들을 지나며, 다샤는 문지방에 잠시 멈춰서더니, 아직도 한쪽 무릎을 끊고 있던 사람 쪽으로 돌아서서, 그에게 미소를 지으며 자신 있게 말했어.
- 우리 지구는... 善이여, 지구에서 永遠(영원)하라!
여섯 시간 후, 러시아 확대 안보회의에서 흰머리 의장은 이렇게 선언했어.
 
- 세상의 모든 것은 關係(관계)입니다. 우 세대에 비하면 새 세대는 神을 닮았습니다. 우리 수준에 맞추려 하지 말고, 우리가 새 것에 맞추어야 합니다. 최첨단 기술에 기초한 전 세계의 군사력은 새 세대의 조그마한 단 한 명의 少女 앞에서 무기력할 뿐입니다. 새 세대를 위하여 우리가 할 일, 우리의 책무, 우리의 使命(사명)은 쓰레기 청소입니다. 우리는 지구에 있는 모든 종류의 무기를 淸掃(청소)하는데 온 힘을 쏟아야 합니다. 우리가 이룬 기술적 업적과 발명, 초현대식 무기 구현된 모든 것이, 우리는 최첨단이라 생각했지만, 새 세대의 얼굴 앞에선 쓸모 없는 잡동사니인 것입니다. 때문에, 우리는 그것들을 청소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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