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난 듯한 새 아침'(아나스타시아 제3권, '사랑의 공간')
아침. 잠에서 깨어났다. 기분이 너무 좋다. 이 상쾌한 기분이 사라질까 두렵다. 이렇게 생각한다. 꼼짝하지 말자. 도대체 밤에 무슨일이 있었길래 이렇게 좋을까? 지난 밤 몸과 마음이 사랑의 못에 잠겨 멱을 감은 듯하다. 날이 밝아서야 지난 밤 왜 춥지도 덥지도 않았는지 알수 있었다. 난 마른 풀과 꽃에 푹 가라앉아 잠이 들었고 거기서 향긋한 냄새와 熱(열)이 발산되었던 거다.
시베리아 嚴冬雪寒(엄동설한)에 아나스타시아는 왜 춥지 않은지 묻는 독자들이 많다. 답은 간단하다. 짚가리에 푹 잠기면 어떤 추위도 두렵지 않다. 하긴 아나스타시아한테는 자기 나름대로의 체온 유지 방법이 있는 듯도 하다. 영상 5도의 저온에서도 半裸(반라)로 다닌다. 그런 기온에서 멱을 감고 물에서 나와서도 떨지 않는다.
마른 풀 위에서 幸福(행복)에 겨워 그대로 누운 채 난 또 생각했다. '아침이 오고 새 날이 밝았을 뿐인데 다시 새로 태어난 느낌이다. 매일 아침마다 이렇다면 한 평생을 살면 수천년을 산 듯하겠는걸. 매번 오늘만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매일 이렇게 좋으려면 뭘 어떻게 해야 하지? 막 일어나려는데 밝고 명랑한 아나스타시아의 목소리가 들린다.
"일찍일어나는 사람, 福 많이 받는 사람."
황홀했던 잠자리에서 기어나오니 아나스타시아가 입구에 바짝 다가서 있다. 金髮(금발) 머리를 땋아서 끝단에는 풀로 댕기를 틀었다. 새 머리 모양이 그녀에게 참 잘 어울렸다.
"연못에 가서 씻고 옷 갈아입자."
댕기머리를 앞으로 젖히며 아나스타시아가 愛嬌(애교) 있게 말한다.
"아나스타시아, 댕기머리 예쁜데."
"예뻐, 응? 무지 무지 예뻐?"
아나스타시아는 웃음을 지으며 빙긍빙글 돌았다. 우리는 연못으로 뛰었다. 연못가의 관목 가지에는 내 와이셔츠, 바지, 런닝 셔츠, 한 마디로 어제 내가 벗어놓은 모든 것이 널려 있었다. 만져 보니 다 말라 있었다.
"언제 다 말랐지."
"내가 손을 좀 봤지. 내가 당신 옷을 입고 좀 뛰었어. 그래서 빨리 마른거야. 자 이제 멱 감고 옷을 갈아입어."
"당신도 씻을 거야?"
"난 이미 다 씻었어. 새 날을 맞기에 필요한 모두다."
아나스타시아는 내가 물에 들기 전에 으깬 무슨 죽을 내 몸에 문질렀다. 물속에 잠기니 주변의 물이 부글부글 거품을 내고 몸은 조금 따끔거렸다. 물에서 나오니 기분이 최고다. 몸의 땀구멍 모두가 숨을 쉬는 느낌이다. 숨이 가볍고 편하다. 아나스타시아는 명랑하고 장난스럽게 어제 저녁처럼 내 몸에서 물방울을 손으로 털어냈다. 그러다 갑자기 뭔가 뜨끈한 것이 내 등에 흐르는 듯 짜릿했다. 한 번, 그리고 또 한 번. 난 휙 돌아섰다. 아나스타시아가 두 손으로 가슴을 눌러 뜨끈한 젖을 내 얼굴에 쏘아댔다. 다른 쪽 젖을 짜서 내 가슴에 뿜었다. 그리고 깔깔대며 재빨리 닦는다.
"왜 그러는 거야?"
정신을 차리고 내가 물었다.
"그냥! 그냥!"
아나스타시아는 깔깔댄다. 그리고 내게 바지와 와이셔츠를 내밀었다. 옷을 입으니 냄새가 전과는 딴판이다. 그때 난 正色(정색)을 하고 아나스타시아에게 말했다.
"시키는 대로 다 했어. 자 이젠 아들을 보여줘."
"좋아. 가자고. 그런데 블라지미르, 한 가지 부탁이 있어. 아들한테 바로 다가가지 마. 우선 그 애를 살펴보고 이해하려 노력해 봐."
"좋아. 좀 살펴보지. 이해해볼께."
"여기 잠시 조용히 앉아. 그 애가 이제 일어날 때야. 이제 볼 수 있어."
빈터 가장자리 나무 근처에 암곰이 옆으로 누워 있는데 아이는 어디에도 안 보였다. 난 점점 애간장이 탔다. 심장 박동이 요동 쳤다.
"어디 있다고 그래?"
난 점점 더 안달이 나서 아나스타시아에게 물었다.
"자세히 봐."
아나스타시아가 대답했다.
"암곰의 사타구니에 그 애의 머리와 다리가 보이지. 뜨뜻하고 포근한 사타구니 속에서 자는 거야. 곰은 그 애가 눌리지 않게 발을 살짝 들어 가리기만 하고 있어."
이제 그 애가 보였다. 조그마한 아가의 몸이 덥수룩한 곰 털 속에 포근히 감싸여 있었다. 엄청난 덩치의 짐승 사타구니 속에, 살짝 들어올린 발 안쪽에... 비스듬히 누워 있는 암곰은 꼼짝도 안 했다. 이쪽저쪽 쳐다보며 머리만 돌아갔다. 자그마한 두 발이 덥수룩한 털 속에서 꼬물락거리자 암곰은 발을 살짝 들어올렸다. 어린애가 잠에서 깨어났다. 그 애가 손을 움직이자 곰은 발을 들어올렸고 그 애가 다시 손을 내리자 곰은 다시 아이를 살짝 가려주었다. 발과 고개만을 움직일 뿐 몸통은 움직이지 않았다.
"저렇게 움직이지 않고 한 자세로 누워 있으면 불편할 텐데?"
"암곰은 꼼짝도 않고 저렇게 오랫동안 누워 있을 수 있어. 하나도 힘들지 않아. 우리 아이가 암곰의 잠자리에 들면 암곰은 황홀에 젖어.. 그렇긴 하지만 곰은 이제 좀 잘난 체 무게를 잡아. 큰 일을 하는 듯 행동하지. 자기도 새끼를 가져야 할 텐데. 남자 친구 접근을 허용치 않더라고. 별로 좋은 일은 아니지. 우리 아들이 좀 더 크면 자기 짝의 접근을 허용할 거야."
아나스타시아의 말을 들으면서도 난 눈을 떼지 않았다. 조그만 다리가 암곰의 거대한 발 아래에서 다시 움직였다. 곰의 발이 올라갔다. 어린아이는 손 발을 움직이고 기지개를 폈다. 머리를 들더니 갑자기 微動(미동)도 없다.
"왜 안 움직이지, 다시 자려고 하나?"
아나스타시아에게 물었다.
"자세히 봐, 쉬 하고 있지. 또 제 시간에 아이를 풀밭에 내려놓지 못했군. 아니면 그러고 싶지 않았던가. 곰이 일부러 응석을 받아 주는 거야."
조그만 분수가 암곰의 털에 흘러내렸다. 분수가 그치기까지 암곰은 아이와 함께 꼼짝도 하지 않았다. 머리를 움직이지도 발을 움직이지도 않았다. 암곰이 다른 쪽으로 돌아눕자 아이가 풀밭으로 미끄러져 내려왔다.
"좋아. 거 봐. 곰은 우리 아들 작은 사람이 큰 일을 더 볼 거라고 머리를 쓴 거야."
아나스타시아가 밝은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조그만 인간의 몸이 땅에 누워 힘을 썼다. 그 위에 거대한 암곰이 서서 마치 자기도 일을 보듯 우르릉 소리를 내며 거들었다. 아이는 엎드려서는 손을 움직여 풀 위를 기었다. 아이의 궁둥이에는 똥이 좀 묻어 있었다. 암곰은 아이 쪽으로 걸어가서는 유모가 더러운 것을 씻어내듯 작은 인간의 궁둥이를 거대한 혀로 핥았다. 아이는 혀에 떠밀려 풀썩 엎어졌다. 하지만 바로 일어서서는 다시 기기 시작했다. 이미 깨끗한 상태였지만 암곰은 아이를 따라가 다시 핥았다.
"암곰이 기저귀나 속옷을 벗기고 새 거로 갈아 입힐 수 있었을까? 어찌 생각해, 블라지미르?"
아나스타시아가 조용히 물었다.
"놀리지 마."
나도 소곤소곤 답했다.
아이는 다시 등으로 누웠다. 집요한 곰이 또 다시 아이의 다리 사이를 핥자 아이는 몸을 피하면서 자그마한 손으로 곰 주둥이의 털을 감아 쥐었다. 곰은 분명 미약한 아이 손의 힘에 복종하며 거대한 머리를 어린애 다리 옆 땅바닥에 내려놓았다. 아이는 암곰의 주둥이를 잡고 다른 손으로 당겨서 짐승의 머리 위로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저 애 어딜 가려는 거지?"
"곰의 눈 쪽으로. 눈이 반짝이니까 好奇心(호기심)에서 그걸 만지고 싶은 거야.''
아이는 곰 주둥이에 배를 깔고 엎드려서 눈을 유심히 살피더니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렸다. 곰은 즉시 눈을 감았다. 손가락이 눈꺼풀을 찔렀다. 조금 기다려도 반짝이는 눈이 더이상 안 보이자 아이는 곰의 주둥이에서 기어내려와서 풀밭 위를 좀 기었다. 그러다 멈춰서더니 거기에서 먼가를 살폈다. 곰은 일어서서 두 번 으르렁거렸다.
''이건 암늑대를 부르는 거야. 몸을 닦고 좀 먹어야 하거든. 곰과 늑대가 친하게 얘기하는 걸 보게 될 거야.''
아나스타시아가 설명했다.
얼마 후 빈터 가장자리에 암늑대가 나타났다. 암곰은 늑대의 출현을 親切(친절)은 커녕 무시무시한 으르렁 소리로 맞았다. 곰은 행동은 친절과는 거리가 멀었다. 늑대는 빈터를 한 번 쭉 훑어보더니 용수철 같은 걸음걸이로 빈터 가장자리를 좀 걷다가 땅바닥에 바싹 엎드렸다. 그러다 갑자기 힘차게 뛰었다. 그리고 또 공격이라도 하려는 듯 숨을 죽이고 바싹 엎드렸다.
''뭐가 친하다는 거야?''
내가 물었다.
''곰은 뭐 하러 늑대를 불러놓고는 거기다 대고 으르렁거리는 거야?''
그런 식으로 對話를 한 거야. 암늑대가 온전한지, 병은 없는지, 아이한테 접근해도 안전한지, 아이를 지킬 수 있는 충분한 힘이 있는지, 그걸 보려고 곰이 으르렁 소리로 늑대를 세운 거야. 늑대는 자기가 異常無(이상무)임을 보여준 거고, 말이 아니라 行動으로. 암늑대가 걷다가 높게 뛰어오르는 것 보았지.''
곰은 정말로 얼마간 늑대를 관찰한 뒤 조용히 빈터를 뒤뚱뛰뚱 뜨기 시작했다. 늑대는 아이로부터 멀지 않은 곳 풀 위에 누웠다. 아이는 한동안 뭔가를 살피고 풀 숲을 만지고 그러다 늑대를 보고는 그리고 기어갔다. 다가가서는 손으로 늑대 주둥이를 만지고 벌어진 늑대의 입에서 이빨을 쓰다듬고 손바닥으로 혀를 찰싹찰싹 때렸다. 늑대는 아이의 얼굴을 핥아 주었다. 자그마한 블라지미르가 늑대 배 쪽으로 기어가서 젖을 만지작거리다 손을 핥더니 얼굴을 찡그렸다.
''우리 아들이 곧 먹을 거야.''
아나스타시아가 다시 말을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은 늑대 젖을 먹을 만큼 배가 고프지는 않아. 난 지금 잠시 자리를 뜰 테니 당신은 빈터 가장자리에 좀 있어. 저 아이가 당신에게 흥미를 느낀다면 당신한테 기어올 거야. 그 애를 먼저 다가가 안지는 마. 몸은 작지만 그 애는 이미 사람이야. 의미 없는 어유유유 소리를 그 애를 이해하지 못해. 게다가 동의 없이 그 애를 안아 든다면 그건 강압이지. 그 애 의지를 무시하고 들어올리면 그 애가 당신을 이해하지 못할 거야. 동기가 좋더라도 의지를 무시한다면 당신에 대해 불쾌한 인상을 남길 거야.''
''알았아. 끌어안지 않을게. 그냥 앉아 있을게. 그런데 늑대가 나를 가만 놔둘까?''
''당신한테 나는 냄새 때문에 이젠 건드리지 않아.''
아나스타시아가 다리를 두 번 두드리자 늑대는 일어서서 아나스타시아를 쳐다본 다음, 무슨 벌레와 놀고 있는 아이 쪽을 한 번 보더니 아나스타시아 쪽으로 뛰어왔다. 아나스타시아는 내게 바짝 다가서서는 늑대한테 더 가까이 다가오도록 부르고 또 몸짓으로 누우라고 지시했다.
''내가 쓰다듬어주면 완전히 친해질 수 있겠는데?''
''당신이 主人인 척하면 늑대가 좋아하지 않아. 늑대는 이제 다 알았으니 당신을 해치지 않을 거야. 그렇지만 우월한 척하는 것도 못 참지.''
아나스타시아가 답했다. 아나스타시아는 늑대를 다시 빈터로 돌려보내고 무슨 할 일이 있다며 자리를 떴다. 곧 돌아오겠다는 말만 남긴 채.
아나스타시아와 숨어서 빈터에서 벌어지는 일을 지켜보던 곳에서 나와, 나는 작은 블라지미르로부터 약 십 미터 떨어진 풀밭에 앉았다. 십오 분 정도 그렇게 흘렀다. 그 애는 내게 전혀 관심이 없었다. 이렇게 조용히 앉아 있다가는 아이가 내게 전혀 관심을 줄 것 같지 않았다. 나는 두어 번 혀를 굴렸다. 아이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발견했다.
아들! 내 아들이 好奇心으로 나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나도 흥분되어 그 애를 쳐다보았다. 너무 흥분된 나머지 몸까지 뜨거웠다. 얼른 뛰어가서 작은 몸을 품에 꼭 껴안고 싶었다. 그런데 아나스타시아의 부탁, 아니 그보다는 늑대가 있어서 그러지 못했다. 그때 내 조그마한 아들이 천천히 내 쪽으로 기어왔다. 나한테서 눈을 떼지 않고 기어온다. 내 심장 박동이 쿵쾅댔다. 왜 그렇게 뛸까? 내 심장 소리에 아이가 놀라지 않을까?
아이는 기다 서다 하더니 다시 풀에 있는 뭔가에 관심을 뺏기고 벌레에 손을 뻗었다. 그리고 자기 손 위에 기어다니는 무엇인가를 샆펴보기 시작했다. 약 3미터, 내 자그마한 아들은 나까지 고작 3미터를 두고 더 이상 기어오지 않았다. 무슨 벌레 한 마리때문에. 풀밭에 무슨 세상이, 무슨 삶이 있길래 그 애의 관심을 끈단 말인가. 도대체 이 숲의 질서란, 법이란 무엇이길래 앞에 자기를 낳아준 아버지가 있는데 그 애는 벌레에 더 관심이 있지. 그럴순 없어. 아버지가 벌레보다 중요하다는 걸 아이는 알아야 해.
아이는 다시 내 쪽으로 고개를 들고 이가 없는 입으로 미소를 지으며 전과 달리 좀 빠르게 기어왔다. 난 그 애를 안을 채비를 했는데 아이는 나에게 관심을 두지 않고 나를 지나쳤다. 돌아서 보니 내 뒤쪽에 약간 옆으로 비켜서 아나스타시아가 웃고 서 있었다. 아나스타시아는 풀밭에 손바닥을 위로 향해 놓고 않았다. 아이는 미소를 지으며 엄마의 가슴을 향해 기오올랐다. 아나스타시아는 그애를 들지 않고 다 기어오르도록, 자기 가슴에 닿도옥 약간 도울 뿐이었다.
아이는 금세 아나스타시아의 팔에 안겨 밖으로 드러난 엄마의 가슴을 자그마한 손바닥으로 토닥거리며 微笑(미소)를 지었다. 아이는 젖꼭지를 조무르고 쓰다듬더니 거기에 입술을 갖다 대고 탱탱한 젖을 빨기 시작했다. 아나스타시아는 딱 한 번 나를 쳐다보았다. 그것도 입에 손가락을 대고 조용히 하라고.. 아나스타시아가 아들에게 젖을 먹이는 동안 나는 쭉 입을 다물고 앉아 있었다.
아나스타시아는 젖을 먹이는 동안 나의 존재는 완전 忘却(망각)한 듯했다. 주변 세상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아들만 시종 쳐다보았다. 둘은 서로 얘기를 나누는 듯했다. 아이는 젖을 빨다가 문득 멈추고 아나스타시아 얼굴을 쳐다보는가 하면, 미소를 짓기도 하고, 가끔씩 신중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잠잠해지더니 엄마의 팔에 안겨 얼마간 잠을 잤다. 깨어나서는 다시 미소를 지었다. 아나스타시아는 아이를 손바닥에 앉히고는 등을 받쳐 주었다.
두 사람의 얼굴이 가까이 닿자 아이는 엄마의 얼굴을 손으로 만지고 자기 볼을 엄마 뺨에 살짝 눌렀다. 아이는 그때 나를 쳐다보았다. 조용히 호기심으로 나를 살피더니 갑자기 내 쪽으로 손을 뻗고 내게 몸을 맡기며 ''에~ '' 소리를 낸다. 나도 무의식적으로 그 애에게 손을 뻗었고 그때 아나스타시아가 아이를 건냈다.
얼마나 그리고 그리던 아들이던가. 공처럼 조그만 몸이 내 손에 들어왔다! 世上의 모든 것이 잊혀졌다. 그 애한테 정말로 뭔가를 해주고 싶었다. 아이는 내 얼굴을 만지고 입술을 얼굴에 대더니 흠칫 놀라 물러서서 얼굴을 찡그렸다. 면도하지 않은 얼굴이 따가웠나 보다. 난 아이의 작고 따뜻한 볼에 입을 맞추고 싶어 죽을 지경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했다. 그런데 입맞춤 대신에 늑대가 했듯이 나도 두 번 빠르게 그의 볼을 핥고 말았다.
아이는 놀란듯 화들짝 물러서서는 두 눈을 깜빡깜빡거렸다. 옆 사람도 따라 웃게 만드는 낭랑한 아나스타시아의 웃음소리가 빈터를 꽉 메웠다. 아이는 이때 아나스타시아에게 손을 뻗고 따라 웃으며 내 손에서 꼼지작거렸다. 자기를 내려놓으라는 뜻을 난 알 수 있었다. 내 아들이 내 손에서 벗어난다. 그의 의지와 이곳의 어울림 法則(법칙)에 복종하며 나는 조심스레 그 아이를 풀 위에 내려놓았다.
아이는 곧장 아나스타시아 쪽으로 기어갔고, 아나스타시아는 웃으며 팔짝 일어나서는 내 뒤를 돌아 다른 쪽에 가까이 앉았다. 아이는 바로 뒤로 돌아서는 웃음을 머금은 얼굴로 우리 쪽으로 기어와서는 아나스타시아 손위로 기어올랐다. 그리고 다시 내 얼굴을 만졌다.
우리의 첫 對面(대면)은 이렇게 이루어졌다.
아침. 잠에서 깨어났다. 기분이 너무 좋다. 이 상쾌한 기분이 사라질까 두렵다. 이렇게 생각한다. 꼼짝하지 말자. 도대체 밤에 무슨일이 있었길래 이렇게 좋을까? 지난 밤 몸과 마음이 사랑의 못에 잠겨 멱을 감은 듯하다. 날이 밝아서야 지난 밤 왜 춥지도 덥지도 않았는지 알수 있었다. 난 마른 풀과 꽃에 푹 가라앉아 잠이 들었고 거기서 향긋한 냄새와 熱(열)이 발산되었던 거다.
시베리아 嚴冬雪寒(엄동설한)에 아나스타시아는 왜 춥지 않은지 묻는 독자들이 많다. 답은 간단하다. 짚가리에 푹 잠기면 어떤 추위도 두렵지 않다. 하긴 아나스타시아한테는 자기 나름대로의 체온 유지 방법이 있는 듯도 하다. 영상 5도의 저온에서도 半裸(반라)로 다닌다. 그런 기온에서 멱을 감고 물에서 나와서도 떨지 않는다.
마른 풀 위에서 幸福(행복)에 겨워 그대로 누운 채 난 또 생각했다. '아침이 오고 새 날이 밝았을 뿐인데 다시 새로 태어난 느낌이다. 매일 아침마다 이렇다면 한 평생을 살면 수천년을 산 듯하겠는걸. 매번 오늘만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매일 이렇게 좋으려면 뭘 어떻게 해야 하지? 막 일어나려는데 밝고 명랑한 아나스타시아의 목소리가 들린다.
"일찍일어나는 사람, 福 많이 받는 사람."
황홀했던 잠자리에서 기어나오니 아나스타시아가 입구에 바짝 다가서 있다. 金髮(금발) 머리를 땋아서 끝단에는 풀로 댕기를 틀었다. 새 머리 모양이 그녀에게 참 잘 어울렸다.
"연못에 가서 씻고 옷 갈아입자."
댕기머리를 앞으로 젖히며 아나스타시아가 愛嬌(애교) 있게 말한다.
"아나스타시아, 댕기머리 예쁜데."
"예뻐, 응? 무지 무지 예뻐?"
아나스타시아는 웃음을 지으며 빙긍빙글 돌았다. 우리는 연못으로 뛰었다. 연못가의 관목 가지에는 내 와이셔츠, 바지, 런닝 셔츠, 한 마디로 어제 내가 벗어놓은 모든 것이 널려 있었다. 만져 보니 다 말라 있었다.
"언제 다 말랐지."
"내가 손을 좀 봤지. 내가 당신 옷을 입고 좀 뛰었어. 그래서 빨리 마른거야. 자 이제 멱 감고 옷을 갈아입어."
"당신도 씻을 거야?"
"난 이미 다 씻었어. 새 날을 맞기에 필요한 모두다."
아나스타시아는 내가 물에 들기 전에 으깬 무슨 죽을 내 몸에 문질렀다. 물속에 잠기니 주변의 물이 부글부글 거품을 내고 몸은 조금 따끔거렸다. 물에서 나오니 기분이 최고다. 몸의 땀구멍 모두가 숨을 쉬는 느낌이다. 숨이 가볍고 편하다. 아나스타시아는 명랑하고 장난스럽게 어제 저녁처럼 내 몸에서 물방울을 손으로 털어냈다. 그러다 갑자기 뭔가 뜨끈한 것이 내 등에 흐르는 듯 짜릿했다. 한 번, 그리고 또 한 번. 난 휙 돌아섰다. 아나스타시아가 두 손으로 가슴을 눌러 뜨끈한 젖을 내 얼굴에 쏘아댔다. 다른 쪽 젖을 짜서 내 가슴에 뿜었다. 그리고 깔깔대며 재빨리 닦는다.
"왜 그러는 거야?"
정신을 차리고 내가 물었다.
"그냥! 그냥!"
아나스타시아는 깔깔댄다. 그리고 내게 바지와 와이셔츠를 내밀었다. 옷을 입으니 냄새가 전과는 딴판이다. 그때 난 正色(정색)을 하고 아나스타시아에게 말했다.
"시키는 대로 다 했어. 자 이젠 아들을 보여줘."
"좋아. 가자고. 그런데 블라지미르, 한 가지 부탁이 있어. 아들한테 바로 다가가지 마. 우선 그 애를 살펴보고 이해하려 노력해 봐."
"좋아. 좀 살펴보지. 이해해볼께."
"여기 잠시 조용히 앉아. 그 애가 이제 일어날 때야. 이제 볼 수 있어."
빈터 가장자리 나무 근처에 암곰이 옆으로 누워 있는데 아이는 어디에도 안 보였다. 난 점점 애간장이 탔다. 심장 박동이 요동 쳤다.
"어디 있다고 그래?"
난 점점 더 안달이 나서 아나스타시아에게 물었다.
"자세히 봐."
아나스타시아가 대답했다.
"암곰의 사타구니에 그 애의 머리와 다리가 보이지. 뜨뜻하고 포근한 사타구니 속에서 자는 거야. 곰은 그 애가 눌리지 않게 발을 살짝 들어 가리기만 하고 있어."
이제 그 애가 보였다. 조그마한 아가의 몸이 덥수룩한 곰 털 속에 포근히 감싸여 있었다. 엄청난 덩치의 짐승 사타구니 속에, 살짝 들어올린 발 안쪽에... 비스듬히 누워 있는 암곰은 꼼짝도 안 했다. 이쪽저쪽 쳐다보며 머리만 돌아갔다. 자그마한 두 발이 덥수룩한 털 속에서 꼬물락거리자 암곰은 발을 살짝 들어올렸다. 어린애가 잠에서 깨어났다. 그 애가 손을 움직이자 곰은 발을 들어올렸고 그 애가 다시 손을 내리자 곰은 다시 아이를 살짝 가려주었다. 발과 고개만을 움직일 뿐 몸통은 움직이지 않았다.
"저렇게 움직이지 않고 한 자세로 누워 있으면 불편할 텐데?"
"암곰은 꼼짝도 않고 저렇게 오랫동안 누워 있을 수 있어. 하나도 힘들지 않아. 우리 아이가 암곰의 잠자리에 들면 암곰은 황홀에 젖어.. 그렇긴 하지만 곰은 이제 좀 잘난 체 무게를 잡아. 큰 일을 하는 듯 행동하지. 자기도 새끼를 가져야 할 텐데. 남자 친구 접근을 허용치 않더라고. 별로 좋은 일은 아니지. 우리 아들이 좀 더 크면 자기 짝의 접근을 허용할 거야."
아나스타시아의 말을 들으면서도 난 눈을 떼지 않았다. 조그만 다리가 암곰의 거대한 발 아래에서 다시 움직였다. 곰의 발이 올라갔다. 어린아이는 손 발을 움직이고 기지개를 폈다. 머리를 들더니 갑자기 微動(미동)도 없다.
"왜 안 움직이지, 다시 자려고 하나?"
아나스타시아에게 물었다.
"자세히 봐, 쉬 하고 있지. 또 제 시간에 아이를 풀밭에 내려놓지 못했군. 아니면 그러고 싶지 않았던가. 곰이 일부러 응석을 받아 주는 거야."
조그만 분수가 암곰의 털에 흘러내렸다. 분수가 그치기까지 암곰은 아이와 함께 꼼짝도 하지 않았다. 머리를 움직이지도 발을 움직이지도 않았다. 암곰이 다른 쪽으로 돌아눕자 아이가 풀밭으로 미끄러져 내려왔다.
"좋아. 거 봐. 곰은 우리 아들 작은 사람이 큰 일을 더 볼 거라고 머리를 쓴 거야."
아나스타시아가 밝은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조그만 인간의 몸이 땅에 누워 힘을 썼다. 그 위에 거대한 암곰이 서서 마치 자기도 일을 보듯 우르릉 소리를 내며 거들었다. 아이는 엎드려서는 손을 움직여 풀 위를 기었다. 아이의 궁둥이에는 똥이 좀 묻어 있었다. 암곰은 아이 쪽으로 걸어가서는 유모가 더러운 것을 씻어내듯 작은 인간의 궁둥이를 거대한 혀로 핥았다. 아이는 혀에 떠밀려 풀썩 엎어졌다. 하지만 바로 일어서서는 다시 기기 시작했다. 이미 깨끗한 상태였지만 암곰은 아이를 따라가 다시 핥았다.
"암곰이 기저귀나 속옷을 벗기고 새 거로 갈아 입힐 수 있었을까? 어찌 생각해, 블라지미르?"
아나스타시아가 조용히 물었다.
"놀리지 마."
나도 소곤소곤 답했다.
아이는 다시 등으로 누웠다. 집요한 곰이 또 다시 아이의 다리 사이를 핥자 아이는 몸을 피하면서 자그마한 손으로 곰 주둥이의 털을 감아 쥐었다. 곰은 분명 미약한 아이 손의 힘에 복종하며 거대한 머리를 어린애 다리 옆 땅바닥에 내려놓았다. 아이는 암곰의 주둥이를 잡고 다른 손으로 당겨서 짐승의 머리 위로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저 애 어딜 가려는 거지?"
"곰의 눈 쪽으로. 눈이 반짝이니까 好奇心(호기심)에서 그걸 만지고 싶은 거야.''
아이는 곰 주둥이에 배를 깔고 엎드려서 눈을 유심히 살피더니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렸다. 곰은 즉시 눈을 감았다. 손가락이 눈꺼풀을 찔렀다. 조금 기다려도 반짝이는 눈이 더이상 안 보이자 아이는 곰의 주둥이에서 기어내려와서 풀밭 위를 좀 기었다. 그러다 멈춰서더니 거기에서 먼가를 살폈다. 곰은 일어서서 두 번 으르렁거렸다.
''이건 암늑대를 부르는 거야. 몸을 닦고 좀 먹어야 하거든. 곰과 늑대가 친하게 얘기하는 걸 보게 될 거야.''
아나스타시아가 설명했다.
얼마 후 빈터 가장자리에 암늑대가 나타났다. 암곰은 늑대의 출현을 親切(친절)은 커녕 무시무시한 으르렁 소리로 맞았다. 곰은 행동은 친절과는 거리가 멀었다. 늑대는 빈터를 한 번 쭉 훑어보더니 용수철 같은 걸음걸이로 빈터 가장자리를 좀 걷다가 땅바닥에 바싹 엎드렸다. 그러다 갑자기 힘차게 뛰었다. 그리고 또 공격이라도 하려는 듯 숨을 죽이고 바싹 엎드렸다.
''뭐가 친하다는 거야?''
내가 물었다.
''곰은 뭐 하러 늑대를 불러놓고는 거기다 대고 으르렁거리는 거야?''
그런 식으로 對話를 한 거야. 암늑대가 온전한지, 병은 없는지, 아이한테 접근해도 안전한지, 아이를 지킬 수 있는 충분한 힘이 있는지, 그걸 보려고 곰이 으르렁 소리로 늑대를 세운 거야. 늑대는 자기가 異常無(이상무)임을 보여준 거고, 말이 아니라 行動으로. 암늑대가 걷다가 높게 뛰어오르는 것 보았지.''
곰은 정말로 얼마간 늑대를 관찰한 뒤 조용히 빈터를 뒤뚱뛰뚱 뜨기 시작했다. 늑대는 아이로부터 멀지 않은 곳 풀 위에 누웠다. 아이는 한동안 뭔가를 살피고 풀 숲을 만지고 그러다 늑대를 보고는 그리고 기어갔다. 다가가서는 손으로 늑대 주둥이를 만지고 벌어진 늑대의 입에서 이빨을 쓰다듬고 손바닥으로 혀를 찰싹찰싹 때렸다. 늑대는 아이의 얼굴을 핥아 주었다. 자그마한 블라지미르가 늑대 배 쪽으로 기어가서 젖을 만지작거리다 손을 핥더니 얼굴을 찡그렸다.
''우리 아들이 곧 먹을 거야.''
아나스타시아가 다시 말을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은 늑대 젖을 먹을 만큼 배가 고프지는 않아. 난 지금 잠시 자리를 뜰 테니 당신은 빈터 가장자리에 좀 있어. 저 아이가 당신에게 흥미를 느낀다면 당신한테 기어올 거야. 그 애를 먼저 다가가 안지는 마. 몸은 작지만 그 애는 이미 사람이야. 의미 없는 어유유유 소리를 그 애를 이해하지 못해. 게다가 동의 없이 그 애를 안아 든다면 그건 강압이지. 그 애 의지를 무시하고 들어올리면 그 애가 당신을 이해하지 못할 거야. 동기가 좋더라도 의지를 무시한다면 당신에 대해 불쾌한 인상을 남길 거야.''
''알았아. 끌어안지 않을게. 그냥 앉아 있을게. 그런데 늑대가 나를 가만 놔둘까?''
''당신한테 나는 냄새 때문에 이젠 건드리지 않아.''
아나스타시아가 다리를 두 번 두드리자 늑대는 일어서서 아나스타시아를 쳐다본 다음, 무슨 벌레와 놀고 있는 아이 쪽을 한 번 보더니 아나스타시아 쪽으로 뛰어왔다. 아나스타시아는 내게 바짝 다가서서는 늑대한테 더 가까이 다가오도록 부르고 또 몸짓으로 누우라고 지시했다.
''내가 쓰다듬어주면 완전히 친해질 수 있겠는데?''
''당신이 主人인 척하면 늑대가 좋아하지 않아. 늑대는 이제 다 알았으니 당신을 해치지 않을 거야. 그렇지만 우월한 척하는 것도 못 참지.''
아나스타시아가 답했다. 아나스타시아는 늑대를 다시 빈터로 돌려보내고 무슨 할 일이 있다며 자리를 떴다. 곧 돌아오겠다는 말만 남긴 채.
아나스타시아와 숨어서 빈터에서 벌어지는 일을 지켜보던 곳에서 나와, 나는 작은 블라지미르로부터 약 십 미터 떨어진 풀밭에 앉았다. 십오 분 정도 그렇게 흘렀다. 그 애는 내게 전혀 관심이 없었다. 이렇게 조용히 앉아 있다가는 아이가 내게 전혀 관심을 줄 것 같지 않았다. 나는 두어 번 혀를 굴렸다. 아이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발견했다.
아들! 내 아들이 好奇心으로 나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나도 흥분되어 그 애를 쳐다보았다. 너무 흥분된 나머지 몸까지 뜨거웠다. 얼른 뛰어가서 작은 몸을 품에 꼭 껴안고 싶었다. 그런데 아나스타시아의 부탁, 아니 그보다는 늑대가 있어서 그러지 못했다. 그때 내 조그마한 아들이 천천히 내 쪽으로 기어왔다. 나한테서 눈을 떼지 않고 기어온다. 내 심장 박동이 쿵쾅댔다. 왜 그렇게 뛸까? 내 심장 소리에 아이가 놀라지 않을까?
아이는 기다 서다 하더니 다시 풀에 있는 뭔가에 관심을 뺏기고 벌레에 손을 뻗었다. 그리고 자기 손 위에 기어다니는 무엇인가를 샆펴보기 시작했다. 약 3미터, 내 자그마한 아들은 나까지 고작 3미터를 두고 더 이상 기어오지 않았다. 무슨 벌레 한 마리때문에. 풀밭에 무슨 세상이, 무슨 삶이 있길래 그 애의 관심을 끈단 말인가. 도대체 이 숲의 질서란, 법이란 무엇이길래 앞에 자기를 낳아준 아버지가 있는데 그 애는 벌레에 더 관심이 있지. 그럴순 없어. 아버지가 벌레보다 중요하다는 걸 아이는 알아야 해.
아이는 다시 내 쪽으로 고개를 들고 이가 없는 입으로 미소를 지으며 전과 달리 좀 빠르게 기어왔다. 난 그 애를 안을 채비를 했는데 아이는 나에게 관심을 두지 않고 나를 지나쳤다. 돌아서 보니 내 뒤쪽에 약간 옆으로 비켜서 아나스타시아가 웃고 서 있었다. 아나스타시아는 풀밭에 손바닥을 위로 향해 놓고 않았다. 아이는 미소를 지으며 엄마의 가슴을 향해 기오올랐다. 아나스타시아는 그애를 들지 않고 다 기어오르도록, 자기 가슴에 닿도옥 약간 도울 뿐이었다.
아이는 금세 아나스타시아의 팔에 안겨 밖으로 드러난 엄마의 가슴을 자그마한 손바닥으로 토닥거리며 微笑(미소)를 지었다. 아이는 젖꼭지를 조무르고 쓰다듬더니 거기에 입술을 갖다 대고 탱탱한 젖을 빨기 시작했다. 아나스타시아는 딱 한 번 나를 쳐다보았다. 그것도 입에 손가락을 대고 조용히 하라고.. 아나스타시아가 아들에게 젖을 먹이는 동안 나는 쭉 입을 다물고 앉아 있었다.
아나스타시아는 젖을 먹이는 동안 나의 존재는 완전 忘却(망각)한 듯했다. 주변 세상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아들만 시종 쳐다보았다. 둘은 서로 얘기를 나누는 듯했다. 아이는 젖을 빨다가 문득 멈추고 아나스타시아 얼굴을 쳐다보는가 하면, 미소를 짓기도 하고, 가끔씩 신중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잠잠해지더니 엄마의 팔에 안겨 얼마간 잠을 잤다. 깨어나서는 다시 미소를 지었다. 아나스타시아는 아이를 손바닥에 앉히고는 등을 받쳐 주었다.
두 사람의 얼굴이 가까이 닿자 아이는 엄마의 얼굴을 손으로 만지고 자기 볼을 엄마 뺨에 살짝 눌렀다. 아이는 그때 나를 쳐다보았다. 조용히 호기심으로 나를 살피더니 갑자기 내 쪽으로 손을 뻗고 내게 몸을 맡기며 ''에~ '' 소리를 낸다. 나도 무의식적으로 그 애에게 손을 뻗었고 그때 아나스타시아가 아이를 건냈다.
얼마나 그리고 그리던 아들이던가. 공처럼 조그만 몸이 내 손에 들어왔다! 世上의 모든 것이 잊혀졌다. 그 애한테 정말로 뭔가를 해주고 싶었다. 아이는 내 얼굴을 만지고 입술을 얼굴에 대더니 흠칫 놀라 물러서서 얼굴을 찡그렸다. 면도하지 않은 얼굴이 따가웠나 보다. 난 아이의 작고 따뜻한 볼에 입을 맞추고 싶어 죽을 지경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했다. 그런데 입맞춤 대신에 늑대가 했듯이 나도 두 번 빠르게 그의 볼을 핥고 말았다.
아이는 놀란듯 화들짝 물러서서는 두 눈을 깜빡깜빡거렸다. 옆 사람도 따라 웃게 만드는 낭랑한 아나스타시아의 웃음소리가 빈터를 꽉 메웠다. 아이는 이때 아나스타시아에게 손을 뻗고 따라 웃으며 내 손에서 꼼지작거렸다. 자기를 내려놓으라는 뜻을 난 알 수 있었다. 내 아들이 내 손에서 벗어난다. 그의 의지와 이곳의 어울림 法則(법칙)에 복종하며 나는 조심스레 그 아이를 풀 위에 내려놓았다.
아이는 곧장 아나스타시아 쪽으로 기어갔고, 아나스타시아는 웃으며 팔짝 일어나서는 내 뒤를 돌아 다른 쪽에 가까이 앉았다. 아이는 바로 뒤로 돌아서는 웃음을 머금은 얼굴로 우리 쪽으로 기어와서는 아나스타시아 손위로 기어올랐다. 그리고 다시 내 얼굴을 만졌다.
우리의 첫 對面(대면)은 이렇게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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