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스타시아(추천의 글)

정말 오랫동안 이런 책이 나와 주길 기다렸다. 문명을 비판하되 확실한 대안과 함께 그 미래까지 보여주는 책, 자연회귀의 역사적 필연성과 방법을 손에 잡힐 듯이 보여주는 책, 한번도 공개된 적이 없는 자연농업의 새로운 경지를 보여주는 책, 과학이라는 짧은 잣대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우주의 비밀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책, 그동안 주변인들의 취미 정도로 여겨졌던 대안적 삶과 문화가 새 시대의 주류임을 당당하게 보여주는 책, 이런 책이 지금 내 손에 들려있다.

내가 지난 20년 동안 글로 쓰고 떠들고 다녔던 것들이 이 책 속에 다 들어있다. 그것도 아주 작은 부분집합으로. 그렇다고 해서 내가 이 책의 내용에 다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 내 수준으로서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고 또 나의 관점과 분명히 어긋나는 부분도 있다. 그럼에도 나는 대안세계를 열어가는 데 있어 이 책의 긍정적 역할에 대해 전적인 신뢰를 보낸다.

현재 9권까지출간 되었는데 6권까지 읽어 본 결과 책에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들은 언제든 확인할 수 있는 사실로 인정된다. 그러나 사건의 진위 여부를 떠나 우리가 주목해야할 것은 이 책이 주는 메시지의 내용이다. 권수가 많은 만큼 이 책에는 지속가능한 인류의 미래를 위해 우리가 알아야 할 중요한 정보로 가득 차 있다. 아니 대부분의 내용들은 단지 알아야 할 정보라기보다 실천해야할 사항들이다.

첫째, 과학기술이 만들어 나가는 현대문명은 인간에게 죽임과 불행을 가져올 뿐이다.

둘째, 이로부터 벗어나 영원한 행복과 안식을 얻으려면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

셋째, 자연보다 위대한 스승은 없으며 자연보다 풍성하고 안전한 식탁이 없다.

넷째, 인류의 매래는 우리가 어떤 신념을 갖느냐에 달려있다.

다섯째, 우리는 지금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이 책은 러시아에서 무려 1000만권이 팔렸다. 러시아의 많은 독자들이 책을 읽고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이기지 못해 즉흥적으로 써서 보낸 시들이 한권의 두꺼운 책으로 발간되었을 정도다. 저자인 블라지미르 메그레는 러시아의 유력한 인사들과 아나스타시아 재단을 설립하여 아나스타시아의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여러 가지 사업들을 벌이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자연과의 교감 속에서 이루어지는 일종의 대안교육인데 책에 묘사된 바에 의하면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뛰어난 영성과 분별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믿기 어려울 정도이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한국의 대안교육 관계자들은 시급히 러시아로 달려가 봐야 한다.

그러나 '아나스타시아'를 한국의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데 있어 찬사만 늘어놓을 수는 없는 요소 역시 너무도 많다. 이 책을 피상적으로 읽으면 한 채널러(Channeller: 영계와 소통하는 사람)가 현대과학지식을 이용하여 교묘하게 짜 맞춘 이야기로 오해할 수도 있다. 책 속에 우리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너무 자주 나타나기 때문이다. 텔레파시, 원격투시, 시간 및 공간 이동, 유체이탈, 마인드 컨트롤 등 신비주의에서 사용하는 온갖 방법들이 다 나온다. 이러한 신비주의적 요소 말고도 역사와 문화가 다른 한국의 독자들에게 두 가지 장애물이 더 있다.

하나는 러시아 민족 특유의 메시아니즘과 서구 기독교 문화이다. 한국인들도 그런 경향이 있지만 러시아인들의 메시아사상은 유별나다. 80년 전에 후발자본주의 국가인 러시아에서 세계 최초의 공산주의 혁명이 일어난 것도 러시아 특유의 인류 구원사상과 무관하지 않다. '아나스타시아'에서도 자연과 환경을 보호하는 '가원운동'으로 러시아는 위기에 빠진 인류를 구원하는 일등국가로 거듭난다고 한다.

또한 책에 서술된 인류의 역사는 기독교적 세계관에 근거한 서구중심주의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나스타시아'가 러시아에서 큰 인기를 끈 이유는 슬라브민족주의와 기독교적 세계관, 자연주의 사상 등이 적절히 어울어진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이질적인 요소에도 불구하고 '아나스타시아'를 추천하는 이유는 이 시대에 꼭 필요한 메시지를 이 책만큼 강력하게 그리고 흥미진진하게 전하는 책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2007년 9월 '야생초 편지' 저자 바우 황대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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