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자연 현상'(아나스타시아 제2권, 소리나는 잣나무)
''우리가 아나스타시아 父母 장례를 치렀을 때 그 애는 갓난아기였지. 전혀 걷지도 못했고 말도 못했어. 나는 우리 어버님과 함께 짐승들의 도움을 받아 무덤을 팠어. 바닥에 나뭇가지를 깔고 아나스타시아 父母의 시신을 눕힌 다음 풀을 뿌리고 흙으로 덮었어.
우린 무덤가에 서있었지. 이때 자그마한 아나스타시아는 숲속의 빈터에서 좀 떨어진 곳에 앉아 自己 손에 기어다니는 벌레를 유심히 살피고 있어지. 그래서 우린 저 아이가 자기한테 닥친 슬픔이 얼마나 큰지 모르니 오히려 多幸이라고 생각했어. 우리는 그 애를 두고 조용히 자리를 떴지.''
''뜨다니요? 그 생각도 없는 어린애를 버렸단 말이에요?''
''버린게 아니라 엄마가 그 애를 낳은 곳에 두고 온 거지. 자네 세상에도 삼발라나 生地 등의 개념이 있지. 그 개념이 점점 더 추상화되고 있긴 하지만. 생지란 生과 地인 것이야. 엄마지. 父母는 자식이 태어나기 전에 그에게 空間을 형성해 주어야 해. 善意와 사랑의 세계를. 엄마의 품처럼 아이의 몸을 保護(보호)하고 마음을 보다듬을 조그마한 生地를 주어야 한다네. 宇宙의 지혜를 주고 진리를 터득케 하지.
콘크리트 벽에 싸여 태어나는 자기 아이한테 女子가 줄 게 뭐가 있을까? 그녀는 아이한테 어떤 세상을 준비해 놓았을까? 아이가 태어나 살 世上이 어떤 곳인지 생각이라도 해봤을까? 세상은 자기 하고 싶은 대로 아이를 대하지. 어린아이의 존재를 굴복시켜 그를 하나의 나사로, 노예로 만들려고 하지. 그래도 엄마는 觀察者로서 쳐다보고 있을 수밖에 없어. 그 아이를 위해 사랑의 空間을 만들어 놓았으니까.
주위의 自然과 크고 작은 짐승들은 아나스타시아 엄마를 마치 친한 친구인 양, 자기 주변에 사랑의 세계를 創造한 지혜롭고 인자한 하느님인 양 대했다네. 아나스타시아의 父母는 아주 밝고 인자한 사람들이었어. 서로를 깊이 사랑했지. 地球를 사랑했어. 그들 주위의 空間도 사랑으로 보답했지. 이 사랑의 공간에서 아나스타시아가 태어난 거야. 작은 아나스타시아는 그의 中心이 됐지. 짐승들도 갓난 것을 건드리지 않는게 많아. 고양이가 갓난 강아지를 수유하기도 해. 여러 野生동물들이 사람의 갓난 아기를 수유하고 乳母(유모) 역활을 할 수 있어.
자네 세상 사람들한테 이들은 野生동물이지. 아나스타시아의 엄마와 아버지는 이들의 召命을 달리 보았다네. 따라서 동물들도 이들을 다르게 대한 것이지. 엄마는 아나스타시아를 숲속의 빈터에서 낳았어. 動物들은 자기가 존경하는 여자가 엄마가 되는 것을, 다시 한 아기를 낳은 것을 보았어. 동물들이 出産을 지켜볼 때 사람에 대한 感情, 사람에 대한 사랑은 이들의 母性본능과 엮어져 또 다른 고상한 밝은 것을 낳았지. 풀과 벌레에서부터 무서운 모습의 짐승까지 주위의 모든 것이 이 자그마한 존재를 위해서라면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목숨을 내놓을 자세가 돼 있는 거야. 엄마가 創造하고 신성한 이 사랑의 空間에서라면 그 존재는 어떤 것도 무서울 것이 없는 거야. 모두가 이 작은 사람의 존재를 돌보고 보살필 거야.
아나스타시아의 조그만 숲속의 빈터는 엄마의 품과 같아. 조그만 빈터는 그녀의 살아 있는 生地야. 막강하고 인자하지. 보이지 않는 천연의 실로 宇宙와 긴밀히 연계되어 있지. 위대한 창조자의 모든 造物과 연결되어 있는 거야.
자그마한 빈터는 그녀의 살아 있는 生地야. 어머니로부터, 아버지로부터 받은 거야. 유일한 자로부터, 最初(최초)의 아버지로부터의 선물이지. 우리가 그걸 대신할 순 없었을거야. 때문에 아나스타시아의 父母를 장사 지내고 우리는 떠난 거라네. 3일 후 다시 빈터로 다가오는데 공중에 긴장감이 느껴졌어. 늑대들이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렸지.
자그마한 아나스타시아가 봉긋한 무덤에 잠자코 앉아 있는 것이 보였어. 그 애의 한쪽 뺨에는 흙이 묻어 있었지. 저 애가 墓(묘) 위애서 잤다는 것을 우린 알았지. 그 애의 눈에서 눈물 방울이 흘러 내려 무덤에 떨어졌어. 그 애는 소리를 내지 않고 울었어. 가끔 흐느끼는 소리 정도가 들렸지. 그 애는 볼록한 무덤을 계속해서 쓰다듬고 있었어.
말을 못하는 아나스타시아가 첫 마디를 내뱉은 곳이 바로 이 무덤 가야. 우리가 그걸들었지. 처음에는 ''마~마'', 그 다음 ''빠~빠'' 하고 한마디 한마디 내뱉더니 그 말을 여러 번 반복하더라고. 이어서 좀 더 복잡한 말을 했지. ''마~ 모츠 ~카, 빠~ 포~ 츠카, 마~모~츠카, 빠~포~츠카, 나 아나스타시아, 나 이제 엄마 없어? 응? 할아버지하고 있어? 응?''
아버지가 먼저 알아차리셨어.
우리가 아나스타시아 父母를 매장하고 있을 때 이미 조그마한 아나스타시아는 빈터에 앉아 조그마한 벌레를 살피며 자기한테 일어난 슬픔을 깊이 理解하고 있었던 게야. 그 애는 우리가 상심하지 않도록 자기의 感情을 보이지 않았던 거야. 授乳(수유)를 하는 엄마한테는 그런 능력이 있을 수 있다네, 블라지미르. 母乳를 먹는 갓난아기에게 모유와 함께 지난 세월의 깨달음과 지혜를, 심지어는 太初의 것까지 전달할 수가 있는 것이지.
아나스타시아의 엄마는 이걸 어떻게 하는지 알고 있었고 그 능력을 충분히 이용한 것이지.
아나스타시아가 우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으니, 우리는 빈터로 나가지도 무덤으로 다가가지도 않았지. 또한 그 자리에서 다른 데로 움직일 수도 없었어. 우리는 그렇게 서서 일어나는 일을 지켜보고만 있었어.
조그마한 아나스타시아는 무덤을 손으로 짚고 일어서려고 했지. 처음에는 일어서지는 못했지. 결국은 일어섰지만 몸이 뒤뚱뒤뚱했지. 그 애는 손을 양쪽으로 약간 벌리고 어설프게 난생 첫 발을 내디뎠어. 그리고 또 한 발. 하지만 조그만 발이 풀에 감겨 몸이 均衡(균형)을 잃고 넘어지기 시작했지. 그 넘어지는 과정이 너무나 특이했어.
그 애가 넘어지려는 순간 갑자기 파란색 빛이 빈터에 쏟아지더니 빈터의 重力이 국지적으로 變(변)했어. 빛에 닿으니 우리까지도 氣分 좋은 나른함이 충만했지. 아나스타시아의 몸은 넘어지지 않고 천천히 땅에 내려앉았지. 아나스타시아가 다시 일어서자 그 빛은 사라지고 중력은 이전의 상태로 돌아왔지.
아나스타시아는 조심스레 걷다 서다 하다가는 빈터에 놓여 있는 작은 나뭇가지에 다가와 그걸 집어들었어.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그 애도 빈터 淸掃(청소)를 시작한 거야. 아직도 그 어리디어린 것이 마른 가지를 들고 빈터의 가장자리로 향했지. 하지만 다시 균형을 잃고 넘어지며 나뭇가지를 놓쳤어. 그 애가 넘어지는 동안 이번에도 푸른빛이 번쩍이더니 地球의 중력을 변화시켰지. 나뭇가지는 빈터 가에 쌓여 있는 마른 가지들 더미로 날아갔고.
아나스타시아는 일어서서 그 나뭇가지를 눈으로 찾았지만 볼 수 없었어. 그 애는 손을 벌리고 뒤뚱대며 다른 가지 쪽으로 갔지. 그 애가 몸을 굽히기도 전에 그 가지는 空中에 떠오르기 시작하여 마치 바람에 날리듯 빈터 가장 자리로 던져졌어. 하지만 그럴 만한 바람은 주변에 일지 않았어.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아나스타시아의 마음을 읽고 이행한 거야.
하지만 그 애는 자기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모두 스스로 하려고 했어. 보이지 않는 동맹군의 지원을 拒否(거부)하는 표시로, 작은 손을 위로 향해 들고 약간 흔들었어.
우리가 고개를 들어 보니 거기에 그것이 있었어. 공중에 공 모양의 응어리가 푸른빛을 내며 움틀거리고 있어. 透明(투명)한 껍질 속에는 수많은 불꽃이 여러 색깔 번개처럼 엉겨 있었어. 큰 공 모양의 번개를 닮았더라고. 하지만 그건 思考할 수 있었어!
그게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그의 理性은 과연 무엇인지 우린 알 수 없었어.
그 안에서는 뭔가 알 수 없는 힘이 느껴졌어. 그 힘 앞에서 공포는 느껴지지 않았어. 오히려 기분 좋고 나른한 幸福이 흘러 나왔고, 움직이고 싶지 않았어. 그냥 있고만 싶었지.''
''왜 그게 엄청난 힘을 가졌다고 하셨죠?''
''우리 아버지가 눈치채셨지. 날이 밝고 햇님이 비추었지만 나무들의 잎사귀와 꽃잎들이 그것을 향해 돌어섰어. 그 파란 빛에 햇빛보다 더 많은 힘이 들어 있었어. 그리고 아나스타시아가 넘어지는 순간 地球의 重力을 국지적으로 정확히 바꿨지. 얼마나 정확했는지, 넘어지는 아나스타시아의 작은 몸이 서서히 내려앉았다니까.
아나스타시아는 빈터를 오랫동안 淸掃했어. 청소를 스스로 다 끝내기가지 기어다니기도 천천히 뒤뚱대며 빈터를 걷기도 했지. 공 모양의 불은 움틀거리며 아나스타시아의 작은 몸 위에서 맴돌았어. 하지만 나뭇가지 청소를 돕진 않았어. 그 위력의 불 공은 어린 작은 손의 손짓을 마치 알아듣는 듯 그에 따랐어.
空中에서 크기가 확대되는가 하면 용해되고 또 크기가 줄어들다가는 그 속에서 방전이 일어나는데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에너지로 불꽃을 튕기다가는 똑같이 不可思議의 무엇인가로 불꽃이 꺼졌어. 일순간 없어지다가 다시 생겨나는데 불안하고 걱정이 되는 듯했지. 그것은 想像을 초월하는 속도로 우주 蒼空(창공)을 누빈 거야.
얼마 시간이 지나 아나스타시아가 보통 잠드는 時間이 다가왔어. 우리는 아이를 억지로 잠자리에 누이는 법이 없지. 아이를 너무 흔들어 대면 머리가 빙빙 돌기도 해. 하루중 이때가 되면 아나스타시아 엄마는 빈터 가장자리에 늘 같은 곳에 누워 잠자는 척했지. 示範(시범)을 보인 셈이지. 그러면 아나스타시아는 기어와서 엄마의 따뜻한 품에 안겨서 곤히 잠들곤 했어.
이번에도 아나스타시아는 낮에 엄마와 잠을 청하던 그곳으로 다가왔어. 하루중 이 時間에 항상 잠을 자던 곳에 다가와 보는데 이제 엄마가 안 보이는 거야.
이 순간 아나스타시아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모르지만 그 애의 뺨에서 다시 눈물이 흘러 햇빛에 반짝였어. 순간 빈터에서 푸른빛이 불규칙하게 깜빡이며 움틀거렸어.
아나스타시아는 고개를 들어 그 움틀대는 빛의 응어리를 보았어. 풀에 앉아 그것에서 視線에서 떼지 않았지. 그 애의 시선을 받자 그것은 꼼짝도 하지 않았어. 아나스타시아도 그렇게 그것을 쳐다보았어. 그러다가 아나스타시아는 짐승을 부르는 것처럼 그것을 향해 두 손을 뻗었어. 그러자 그 불 공은 수없이 많은 강한 번개로 번쩍였고 그 빛은 파란 껍질을 세차게 빠져 나왓어. 그렇게 혜성이 되어 자그마한 손 쪽으로 쏜살같이 다가왔어. 자기가 가는 길을 막는 어떤 장애라도 헤쳐 버릴 듯한 힘이 느껴졌지. 그것이 일순간에 아나스타시아의 얼굴 근처에 나타나 回轉하더니 그 애 뺨에서 반짝이던 눈물방울을 번개로 떠어냈어. 그리고 바로 방전 불꽃을 모두 끄니 약한 파란 빛이 나는 공이 되어 풀밭에 앉은 조그만 어린아이의 손에 놓여 있었어.
아나스타시아는 얼마 동안 그걸 듣고 살펴보고 어루만져 주었어. 그러다가 일어서더니 공을 들고 뒤뚱뒤뚱 걸어서 엄마와 자던 곳에 그걸 내려놓았어. 그리곤 다시 쓰다듬었어.
그것은 아나스타시아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누워 잠을 자는 듯했지. 아이는 그 곁에 누워 잠이 들었어. 아이는 공 모양으로 웅크리고 잠이 들었고, 그 공은 일순간 날아올라 蒼空(창공)으로 사라지는가 하면 다시 나타나 빈터 위에 낮게 내려와 마치 그 애를 덮어 주는 것 같았어. 그러다가 다시 꿈틀대는 작은 공으로 縮小(축소)되어 풀 위에서 자고 있는 아나스타시아 곁에 누워서는 그 애의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했어. 그 쓰다듬기라는 것이 아주 신기했어. 가늘고 가느다란 그리고 떨리는 빛 줄기가 머리카락을 한 놀 한 올 잡아 올려서는 쓰다듬는 거야.
이후에도 우리가 아나스타시아의 빈터를 찾았을 때 그걸 몇 번 더 보았어. 아나스타시아에게 그것은 해님이나 달, 나무, 짐승, 그녀 주위의 自然처럼 자연스런 것이었지. 그 애는 주위의 모든 것과 얘기를 나누듯이 그것과도 對話를 했어. 차이를 두긴 했어. 그 차이래 봤자 겉으로는 별로 드러나지 않는 것이었지만 그를 대하는 태도는 약간 더 愼重(신중)했어. 가끔 변덕스럽기도 했지. 어느 누구한테도 절대 변덕이 없었는데 갑자기 그것에 대고는 그러는 거야. 그것은 그 애의 기분에 따랐고 그 애의 변덕을 받아 줬어.
아나스타시아가 네 살이 되는 生日날 새벽. 우리는 그 애의 빈터 가장자리에 서서 그 애가 잠에서 깨어나길 기다리고 있었어. 그 애가 일어나 봄날의 아침을 어떻게 즐겁게 맞는지 조용히 보고 싶었던 거야.
그 애가 깨어나기 바로 직전 그 푸른빛이 나타났어. 푸른빛을 약간 반짝이더니 蒼空에 흩뿌려진 듯 녹아버린 듯하더라고. 그 다음 우리는 황홀하고 매혹적인 살아 있는 반짝 그림을 보게 된 거야.
빈터 全體가, 주변의 나무들, 풀, 벌레들이 완전 다른 모습으로 變했어. 잣나무의 잎에서는 形形色色의 빛이 나왔고 나뭇가지에서 뛰노는 다람쥐들 뒤에는 무지개 모양의 빛이 생겼다간 곧 사라졌어. 풀에서는 연한 초록 빛이 흘렀지. 풀 위에서 빠른 걸음으로 왔다 갔다 하는 다양한 색조의 너무나 아름다운 카펫이 된 거야. 그의 精巧(정교)하고도 훌륭한 문양은 시시각각 모양을 달리했지. 잠에서 깨어나는 아나스타시아는 벌떡 일어나더니 四方을 살피더라고.
그 애는 아침에 항상 그러듯이 웃음을 지었어. 그 애의 웃음을 주변의 모든 것들이 더 밝은 빛을 내는 것으로 더 빠른 움직임으로 反應했어. 아나스타시아는 조심스레 풀밭에 무릎을 꿇고 앉더니 풀이며 다양한 색의 빠르게 움직이는 벌레들을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했어. 하지만 그 애가 고개를 들었을 때, 좀 걱정스러운 얼굴 表情이었어. 그 애는 위를 쳐다보았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그 애는 하늘로 두 손을 뻗었어. 순간 정체되었던 공기가 움직이더니 그 애의 손에는 푸른색 공이 나타났어. 그 애는 공을 얼굴 가가이 들고 잠시 있더니 풀밭에 내려놓고 쓰다듬었어. 그리고 우리는 그 둘의 對話를 들었던 거야. 말은 아나스타시아만 했지만 푸른빛이 그 애를 이해하고 소리 없이 대답한다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어. 아나스타시아는 그와 多情하게 그리고 좀 슬프게 얘기했어.
''아이 착해라. 아이 착해. 너는 나를 아름다움으로 기쁘게 해주고 싶었지. 고마워. 하지만 돌려놓아야 해. 모두 있던 대로.''
파란 공은 움틀거리더니 땅 위로 약간 떠올랐고, 그 속에서는 번개의 방전들이 번뜩였어. 하지만 빛을 내는 그림은 사라지지 않았지. 아나스타시아는 그걸 유심히 쳐다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어.
''작은 벌레들도, 풍뎅이들도, 개미들도 다 자기 엄마가 있어. 모두에겐 엄마가 있지. 엄마는 아이가 태어난 모습 그대로 아이를 사랑해. 다리가 몇 개가 달렸든, 몸이 무슨 색이든 중요치 않아. 그런데 모두 다 바꾸어 놓았으니 엄마가 아이를 어떻게 알아보겠어? 부탁이야. 있던 대로 다시 해놔.''
공은 약간 깜빡였어. 그러자 빈터는 옛날 모습으로 돌아왔어. 공은 다시 아나스타시아 다리 곁에 내려앉았어. 그 애는 그걸 쓰다듬으며 고맙다는 표현을 했지. 그 애는 공을 유심히 쳐다보며 말이 없었어. 그 애가 다시 입을 열었을 때 우린 할 말을 잊고 말았어. 그 앤 이렇게 말했어.
''너 이젠 나를 찾아오지 마. 난 너하고 있으면 좋아. 너는 항상 모두에게 좋은 일만을 해주려고 하지. 도와주려 하고. 하지만 이젠 나한테 오지마. 난 알아. 너한텐 아주아주 큰 너만의 빈터가 있잖아. 너는 아주 빨리 생각하지. 너무 빨라서 난 그걸 그 자리에서 理解할 수 없어. 나는 한참 후에야 아주 조금 이해해. 너는 누구보다도 빨리 움직여. 너는 새보다 바람보다도 더 빨라. 너는 모든 걸 아주 빨리 아주 잘해. 난 깨달았어. 너의 아주아주 큰 빈터에서 모든 것을 다 해내고 잘 하려고 너는 그러는 거야. 하지만 네가 나와 함께 있으면 큰 빈터에는 네가 없잖아. 나하고 있으면 다른 빈터에서는 좋은 일 할 사람이 없잖아. 그러니 너는 더 큰 너의 빈터를 돌봐야 해.''
푸른 공은 조그만 덩어리로 오므라들더니 空中으로 치솟았어. 창공을 휘젓더니 보통보다 더 밝게 번쩍한 다음, 불타는 혜성이 되어 아나스타시아가 앉아 있는 쪽으로 쏜살처럼 달려와 그 애 머리 근처에서 꼼짝 않고 정지했어. 수없이 많은 요동하는 빛 줄기가 아나스타시아의 긴 머리카락 쪽으로 뻗더니 머리카락을 한 올 한 올 끝까지 쓰다듬었지.
''왜 안 가고 그래? 어서 너를 기다리는 사람한테 가.''
아나스타시아가 조용히 말했어.
''여긴 내가 다 잘 할 거야. 큰 빈터에서도 다 좋으면 나도 기쁠 거야. 나는 너를 느낄게. 너도 내 생각을 해줘. 가끔씩만 생각해 줘.''
푸른 공은 여느 때와 달리 좀 무겁게 蒼空으로 날아올랐어. 아나스타시아를 두고 한 번에 날아오르는 길이는 길거나 짧게 고맂 않았지. 결국은 창공으로 사라졌어. 하지만 그것은 그 애 주위에 보이지 않는 뭔가를 남겨두었던 거야. 아나스타시아의 빈터에서 그 애가 원치 않는 무엇인가가 벌어지면 주위의 모두가 마치 마비된 듯 멈춰 버리지. 그래서 자네도 意識을 잃었던 거야. 그 애의 意志에 반해서 자네가 그 애를 안으려 했을 때 말이야. 그 애는 손을 들어 이 현상을 정지시켜. 손 들 시간이 있어야 하지만 말이지. 그 애는 옛날처럼 지금도 다 스스로 하려고 해.
우린 어린 아나스타시아에게 공중에서 반짝이던게 뭐냐고 물어봤어. 그러자 아나스타시아는 그냥 '좋은 거'라고 부르면 된다며 짧게 대답했어.''
노인은 여기서 말문을 닫았어. 난 어린 아나스타시아가 숲에서 어떻게 살았는지 더 알고 싶어서 또 물었다.
''그 다음은 무얼 하며 어떻게 살았죠?''
''그렇게 살았어.''
노인이 대답했다.
''다들 자라듯이 자랐어. 그 애한테 우린 다츠니키를 도우라고 권했지. 그앤 벌써 여섯 살 때부터 遠隔(원격)에서 사람을 보고 느끼고 도울 수 있었어. 다츠니키 일을 좋아했지. 그 애는 다트니키 현상이 地上의 삶의 本質을 깊이 생각토록 할 것이라 믿고 있어. 그렇게 벌써 20년을 지치지 않고 자신의 빛으로 비추었어. 조그만 텃밭의 植物을 따뜻하게 해주었고, 사람들을 治癒(치유)했어.
식물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설명하려 애썼고 成果가 좋았지. 그리고 사람들의 삶의 다른 면을 관찰하기 시작했어. 運命이 자네와 그 애를 엮었고, 그 애는 또 이런 생각을 해낸 거야. 사람들이 검은 勢力(세력)의 시간 토막을 건너게 해 준다고.''
''잘 해낼까요?''
내가 물었다.
''블라지미르, 아나스타시아는 創造者인 사람이 가진 생각의 힘을 안다네. 무턱대고 그런 宣言(선언)을 하지는 않았을 게야. 그 애에게 그럴만한 힘이 있는거야. 그 앤 이 길에서 벗어나지도 물러서지도 않을 거야. 아버지를 닮아서 固執(고집)이 세거든.''
''그녀는 이미 行動을 하고 있군요. 자기의 생각틀을 生産해 내려고 애쓰고 있어요. 우리는 그런데 지금 영혼 타령만 하고 있어요. 어린애처럼 콧물이나 훔치는 것이죠. 아나스타시아가 있기나 한지, 모두 내가 꾸며낸 이야기는 아닌지 묻는 사람도 있어요.''
''사람이라면 그런 질문을 할 수는 없지. 사람은 그 冊을 접하기만 하면 바로 그 애를 느낄 수가 있어. 그 애는 책에도 있거든.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은 진짜가 아닌 가짜 人間이지.''
''우리가 아나스타시아 父母 장례를 치렀을 때 그 애는 갓난아기였지. 전혀 걷지도 못했고 말도 못했어. 나는 우리 어버님과 함께 짐승들의 도움을 받아 무덤을 팠어. 바닥에 나뭇가지를 깔고 아나스타시아 父母의 시신을 눕힌 다음 풀을 뿌리고 흙으로 덮었어.
우린 무덤가에 서있었지. 이때 자그마한 아나스타시아는 숲속의 빈터에서 좀 떨어진 곳에 앉아 自己 손에 기어다니는 벌레를 유심히 살피고 있어지. 그래서 우린 저 아이가 자기한테 닥친 슬픔이 얼마나 큰지 모르니 오히려 多幸이라고 생각했어. 우리는 그 애를 두고 조용히 자리를 떴지.''
''뜨다니요? 그 생각도 없는 어린애를 버렸단 말이에요?''
''버린게 아니라 엄마가 그 애를 낳은 곳에 두고 온 거지. 자네 세상에도 삼발라나 生地 등의 개념이 있지. 그 개념이 점점 더 추상화되고 있긴 하지만. 생지란 生과 地인 것이야. 엄마지. 父母는 자식이 태어나기 전에 그에게 空間을 형성해 주어야 해. 善意와 사랑의 세계를. 엄마의 품처럼 아이의 몸을 保護(보호)하고 마음을 보다듬을 조그마한 生地를 주어야 한다네. 宇宙의 지혜를 주고 진리를 터득케 하지.
콘크리트 벽에 싸여 태어나는 자기 아이한테 女子가 줄 게 뭐가 있을까? 그녀는 아이한테 어떤 세상을 준비해 놓았을까? 아이가 태어나 살 世上이 어떤 곳인지 생각이라도 해봤을까? 세상은 자기 하고 싶은 대로 아이를 대하지. 어린아이의 존재를 굴복시켜 그를 하나의 나사로, 노예로 만들려고 하지. 그래도 엄마는 觀察者로서 쳐다보고 있을 수밖에 없어. 그 아이를 위해 사랑의 空間을 만들어 놓았으니까.
주위의 自然과 크고 작은 짐승들은 아나스타시아 엄마를 마치 친한 친구인 양, 자기 주변에 사랑의 세계를 創造한 지혜롭고 인자한 하느님인 양 대했다네. 아나스타시아의 父母는 아주 밝고 인자한 사람들이었어. 서로를 깊이 사랑했지. 地球를 사랑했어. 그들 주위의 空間도 사랑으로 보답했지. 이 사랑의 공간에서 아나스타시아가 태어난 거야. 작은 아나스타시아는 그의 中心이 됐지. 짐승들도 갓난 것을 건드리지 않는게 많아. 고양이가 갓난 강아지를 수유하기도 해. 여러 野生동물들이 사람의 갓난 아기를 수유하고 乳母(유모) 역활을 할 수 있어.
자네 세상 사람들한테 이들은 野生동물이지. 아나스타시아의 엄마와 아버지는 이들의 召命을 달리 보았다네. 따라서 동물들도 이들을 다르게 대한 것이지. 엄마는 아나스타시아를 숲속의 빈터에서 낳았어. 動物들은 자기가 존경하는 여자가 엄마가 되는 것을, 다시 한 아기를 낳은 것을 보았어. 동물들이 出産을 지켜볼 때 사람에 대한 感情, 사람에 대한 사랑은 이들의 母性본능과 엮어져 또 다른 고상한 밝은 것을 낳았지. 풀과 벌레에서부터 무서운 모습의 짐승까지 주위의 모든 것이 이 자그마한 존재를 위해서라면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목숨을 내놓을 자세가 돼 있는 거야. 엄마가 創造하고 신성한 이 사랑의 空間에서라면 그 존재는 어떤 것도 무서울 것이 없는 거야. 모두가 이 작은 사람의 존재를 돌보고 보살필 거야.
아나스타시아의 조그만 숲속의 빈터는 엄마의 품과 같아. 조그만 빈터는 그녀의 살아 있는 生地야. 막강하고 인자하지. 보이지 않는 천연의 실로 宇宙와 긴밀히 연계되어 있지. 위대한 창조자의 모든 造物과 연결되어 있는 거야.
자그마한 빈터는 그녀의 살아 있는 生地야. 어머니로부터, 아버지로부터 받은 거야. 유일한 자로부터, 最初(최초)의 아버지로부터의 선물이지. 우리가 그걸 대신할 순 없었을거야. 때문에 아나스타시아의 父母를 장사 지내고 우리는 떠난 거라네. 3일 후 다시 빈터로 다가오는데 공중에 긴장감이 느껴졌어. 늑대들이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렸지.
자그마한 아나스타시아가 봉긋한 무덤에 잠자코 앉아 있는 것이 보였어. 그 애의 한쪽 뺨에는 흙이 묻어 있었지. 저 애가 墓(묘) 위애서 잤다는 것을 우린 알았지. 그 애의 눈에서 눈물 방울이 흘러 내려 무덤에 떨어졌어. 그 애는 소리를 내지 않고 울었어. 가끔 흐느끼는 소리 정도가 들렸지. 그 애는 볼록한 무덤을 계속해서 쓰다듬고 있었어.
말을 못하는 아나스타시아가 첫 마디를 내뱉은 곳이 바로 이 무덤 가야. 우리가 그걸들었지. 처음에는 ''마~마'', 그 다음 ''빠~빠'' 하고 한마디 한마디 내뱉더니 그 말을 여러 번 반복하더라고. 이어서 좀 더 복잡한 말을 했지. ''마~ 모츠 ~카, 빠~ 포~ 츠카, 마~모~츠카, 빠~포~츠카, 나 아나스타시아, 나 이제 엄마 없어? 응? 할아버지하고 있어? 응?''
아버지가 먼저 알아차리셨어.
우리가 아나스타시아 父母를 매장하고 있을 때 이미 조그마한 아나스타시아는 빈터에 앉아 조그마한 벌레를 살피며 자기한테 일어난 슬픔을 깊이 理解하고 있었던 게야. 그 애는 우리가 상심하지 않도록 자기의 感情을 보이지 않았던 거야. 授乳(수유)를 하는 엄마한테는 그런 능력이 있을 수 있다네, 블라지미르. 母乳를 먹는 갓난아기에게 모유와 함께 지난 세월의 깨달음과 지혜를, 심지어는 太初의 것까지 전달할 수가 있는 것이지.
아나스타시아의 엄마는 이걸 어떻게 하는지 알고 있었고 그 능력을 충분히 이용한 것이지.
아나스타시아가 우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으니, 우리는 빈터로 나가지도 무덤으로 다가가지도 않았지. 또한 그 자리에서 다른 데로 움직일 수도 없었어. 우리는 그렇게 서서 일어나는 일을 지켜보고만 있었어.
조그마한 아나스타시아는 무덤을 손으로 짚고 일어서려고 했지. 처음에는 일어서지는 못했지. 결국은 일어섰지만 몸이 뒤뚱뒤뚱했지. 그 애는 손을 양쪽으로 약간 벌리고 어설프게 난생 첫 발을 내디뎠어. 그리고 또 한 발. 하지만 조그만 발이 풀에 감겨 몸이 均衡(균형)을 잃고 넘어지기 시작했지. 그 넘어지는 과정이 너무나 특이했어.
그 애가 넘어지려는 순간 갑자기 파란색 빛이 빈터에 쏟아지더니 빈터의 重力이 국지적으로 變(변)했어. 빛에 닿으니 우리까지도 氣分 좋은 나른함이 충만했지. 아나스타시아의 몸은 넘어지지 않고 천천히 땅에 내려앉았지. 아나스타시아가 다시 일어서자 그 빛은 사라지고 중력은 이전의 상태로 돌아왔지.
아나스타시아는 조심스레 걷다 서다 하다가는 빈터에 놓여 있는 작은 나뭇가지에 다가와 그걸 집어들었어.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그 애도 빈터 淸掃(청소)를 시작한 거야. 아직도 그 어리디어린 것이 마른 가지를 들고 빈터의 가장자리로 향했지. 하지만 다시 균형을 잃고 넘어지며 나뭇가지를 놓쳤어. 그 애가 넘어지는 동안 이번에도 푸른빛이 번쩍이더니 地球의 중력을 변화시켰지. 나뭇가지는 빈터 가에 쌓여 있는 마른 가지들 더미로 날아갔고.
아나스타시아는 일어서서 그 나뭇가지를 눈으로 찾았지만 볼 수 없었어. 그 애는 손을 벌리고 뒤뚱대며 다른 가지 쪽으로 갔지. 그 애가 몸을 굽히기도 전에 그 가지는 空中에 떠오르기 시작하여 마치 바람에 날리듯 빈터 가장 자리로 던져졌어. 하지만 그럴 만한 바람은 주변에 일지 않았어.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아나스타시아의 마음을 읽고 이행한 거야.
하지만 그 애는 자기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모두 스스로 하려고 했어. 보이지 않는 동맹군의 지원을 拒否(거부)하는 표시로, 작은 손을 위로 향해 들고 약간 흔들었어.
우리가 고개를 들어 보니 거기에 그것이 있었어. 공중에 공 모양의 응어리가 푸른빛을 내며 움틀거리고 있어. 透明(투명)한 껍질 속에는 수많은 불꽃이 여러 색깔 번개처럼 엉겨 있었어. 큰 공 모양의 번개를 닮았더라고. 하지만 그건 思考할 수 있었어!
그게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그의 理性은 과연 무엇인지 우린 알 수 없었어.
그 안에서는 뭔가 알 수 없는 힘이 느껴졌어. 그 힘 앞에서 공포는 느껴지지 않았어. 오히려 기분 좋고 나른한 幸福이 흘러 나왔고, 움직이고 싶지 않았어. 그냥 있고만 싶었지.''
''왜 그게 엄청난 힘을 가졌다고 하셨죠?''
''우리 아버지가 눈치채셨지. 날이 밝고 햇님이 비추었지만 나무들의 잎사귀와 꽃잎들이 그것을 향해 돌어섰어. 그 파란 빛에 햇빛보다 더 많은 힘이 들어 있었어. 그리고 아나스타시아가 넘어지는 순간 地球의 重力을 국지적으로 정확히 바꿨지. 얼마나 정확했는지, 넘어지는 아나스타시아의 작은 몸이 서서히 내려앉았다니까.
아나스타시아는 빈터를 오랫동안 淸掃했어. 청소를 스스로 다 끝내기가지 기어다니기도 천천히 뒤뚱대며 빈터를 걷기도 했지. 공 모양의 불은 움틀거리며 아나스타시아의 작은 몸 위에서 맴돌았어. 하지만 나뭇가지 청소를 돕진 않았어. 그 위력의 불 공은 어린 작은 손의 손짓을 마치 알아듣는 듯 그에 따랐어.
空中에서 크기가 확대되는가 하면 용해되고 또 크기가 줄어들다가는 그 속에서 방전이 일어나는데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에너지로 불꽃을 튕기다가는 똑같이 不可思議의 무엇인가로 불꽃이 꺼졌어. 일순간 없어지다가 다시 생겨나는데 불안하고 걱정이 되는 듯했지. 그것은 想像을 초월하는 속도로 우주 蒼空(창공)을 누빈 거야.
얼마 시간이 지나 아나스타시아가 보통 잠드는 時間이 다가왔어. 우리는 아이를 억지로 잠자리에 누이는 법이 없지. 아이를 너무 흔들어 대면 머리가 빙빙 돌기도 해. 하루중 이때가 되면 아나스타시아 엄마는 빈터 가장자리에 늘 같은 곳에 누워 잠자는 척했지. 示範(시범)을 보인 셈이지. 그러면 아나스타시아는 기어와서 엄마의 따뜻한 품에 안겨서 곤히 잠들곤 했어.
이번에도 아나스타시아는 낮에 엄마와 잠을 청하던 그곳으로 다가왔어. 하루중 이 時間에 항상 잠을 자던 곳에 다가와 보는데 이제 엄마가 안 보이는 거야.
이 순간 아나스타시아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모르지만 그 애의 뺨에서 다시 눈물이 흘러 햇빛에 반짝였어. 순간 빈터에서 푸른빛이 불규칙하게 깜빡이며 움틀거렸어.
아나스타시아는 고개를 들어 그 움틀대는 빛의 응어리를 보았어. 풀에 앉아 그것에서 視線에서 떼지 않았지. 그 애의 시선을 받자 그것은 꼼짝도 하지 않았어. 아나스타시아도 그렇게 그것을 쳐다보았어. 그러다가 아나스타시아는 짐승을 부르는 것처럼 그것을 향해 두 손을 뻗었어. 그러자 그 불 공은 수없이 많은 강한 번개로 번쩍였고 그 빛은 파란 껍질을 세차게 빠져 나왓어. 그렇게 혜성이 되어 자그마한 손 쪽으로 쏜살같이 다가왔어. 자기가 가는 길을 막는 어떤 장애라도 헤쳐 버릴 듯한 힘이 느껴졌지. 그것이 일순간에 아나스타시아의 얼굴 근처에 나타나 回轉하더니 그 애 뺨에서 반짝이던 눈물방울을 번개로 떠어냈어. 그리고 바로 방전 불꽃을 모두 끄니 약한 파란 빛이 나는 공이 되어 풀밭에 앉은 조그만 어린아이의 손에 놓여 있었어.
아나스타시아는 얼마 동안 그걸 듣고 살펴보고 어루만져 주었어. 그러다가 일어서더니 공을 들고 뒤뚱뒤뚱 걸어서 엄마와 자던 곳에 그걸 내려놓았어. 그리곤 다시 쓰다듬었어.
그것은 아나스타시아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누워 잠을 자는 듯했지. 아이는 그 곁에 누워 잠이 들었어. 아이는 공 모양으로 웅크리고 잠이 들었고, 그 공은 일순간 날아올라 蒼空(창공)으로 사라지는가 하면 다시 나타나 빈터 위에 낮게 내려와 마치 그 애를 덮어 주는 것 같았어. 그러다가 다시 꿈틀대는 작은 공으로 縮小(축소)되어 풀 위에서 자고 있는 아나스타시아 곁에 누워서는 그 애의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했어. 그 쓰다듬기라는 것이 아주 신기했어. 가늘고 가느다란 그리고 떨리는 빛 줄기가 머리카락을 한 놀 한 올 잡아 올려서는 쓰다듬는 거야.
이후에도 우리가 아나스타시아의 빈터를 찾았을 때 그걸 몇 번 더 보았어. 아나스타시아에게 그것은 해님이나 달, 나무, 짐승, 그녀 주위의 自然처럼 자연스런 것이었지. 그 애는 주위의 모든 것과 얘기를 나누듯이 그것과도 對話를 했어. 차이를 두긴 했어. 그 차이래 봤자 겉으로는 별로 드러나지 않는 것이었지만 그를 대하는 태도는 약간 더 愼重(신중)했어. 가끔 변덕스럽기도 했지. 어느 누구한테도 절대 변덕이 없었는데 갑자기 그것에 대고는 그러는 거야. 그것은 그 애의 기분에 따랐고 그 애의 변덕을 받아 줬어.
아나스타시아가 네 살이 되는 生日날 새벽. 우리는 그 애의 빈터 가장자리에 서서 그 애가 잠에서 깨어나길 기다리고 있었어. 그 애가 일어나 봄날의 아침을 어떻게 즐겁게 맞는지 조용히 보고 싶었던 거야.
그 애가 깨어나기 바로 직전 그 푸른빛이 나타났어. 푸른빛을 약간 반짝이더니 蒼空에 흩뿌려진 듯 녹아버린 듯하더라고. 그 다음 우리는 황홀하고 매혹적인 살아 있는 반짝 그림을 보게 된 거야.
빈터 全體가, 주변의 나무들, 풀, 벌레들이 완전 다른 모습으로 變했어. 잣나무의 잎에서는 形形色色의 빛이 나왔고 나뭇가지에서 뛰노는 다람쥐들 뒤에는 무지개 모양의 빛이 생겼다간 곧 사라졌어. 풀에서는 연한 초록 빛이 흘렀지. 풀 위에서 빠른 걸음으로 왔다 갔다 하는 다양한 색조의 너무나 아름다운 카펫이 된 거야. 그의 精巧(정교)하고도 훌륭한 문양은 시시각각 모양을 달리했지. 잠에서 깨어나는 아나스타시아는 벌떡 일어나더니 四方을 살피더라고.
그 애는 아침에 항상 그러듯이 웃음을 지었어. 그 애의 웃음을 주변의 모든 것들이 더 밝은 빛을 내는 것으로 더 빠른 움직임으로 反應했어. 아나스타시아는 조심스레 풀밭에 무릎을 꿇고 앉더니 풀이며 다양한 색의 빠르게 움직이는 벌레들을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했어. 하지만 그 애가 고개를 들었을 때, 좀 걱정스러운 얼굴 表情이었어. 그 애는 위를 쳐다보았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그 애는 하늘로 두 손을 뻗었어. 순간 정체되었던 공기가 움직이더니 그 애의 손에는 푸른색 공이 나타났어. 그 애는 공을 얼굴 가가이 들고 잠시 있더니 풀밭에 내려놓고 쓰다듬었어. 그리고 우리는 그 둘의 對話를 들었던 거야. 말은 아나스타시아만 했지만 푸른빛이 그 애를 이해하고 소리 없이 대답한다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어. 아나스타시아는 그와 多情하게 그리고 좀 슬프게 얘기했어.
''아이 착해라. 아이 착해. 너는 나를 아름다움으로 기쁘게 해주고 싶었지. 고마워. 하지만 돌려놓아야 해. 모두 있던 대로.''
파란 공은 움틀거리더니 땅 위로 약간 떠올랐고, 그 속에서는 번개의 방전들이 번뜩였어. 하지만 빛을 내는 그림은 사라지지 않았지. 아나스타시아는 그걸 유심히 쳐다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어.
''작은 벌레들도, 풍뎅이들도, 개미들도 다 자기 엄마가 있어. 모두에겐 엄마가 있지. 엄마는 아이가 태어난 모습 그대로 아이를 사랑해. 다리가 몇 개가 달렸든, 몸이 무슨 색이든 중요치 않아. 그런데 모두 다 바꾸어 놓았으니 엄마가 아이를 어떻게 알아보겠어? 부탁이야. 있던 대로 다시 해놔.''
공은 약간 깜빡였어. 그러자 빈터는 옛날 모습으로 돌아왔어. 공은 다시 아나스타시아 다리 곁에 내려앉았어. 그 애는 그걸 쓰다듬으며 고맙다는 표현을 했지. 그 애는 공을 유심히 쳐다보며 말이 없었어. 그 애가 다시 입을 열었을 때 우린 할 말을 잊고 말았어. 그 앤 이렇게 말했어.
''너 이젠 나를 찾아오지 마. 난 너하고 있으면 좋아. 너는 항상 모두에게 좋은 일만을 해주려고 하지. 도와주려 하고. 하지만 이젠 나한테 오지마. 난 알아. 너한텐 아주아주 큰 너만의 빈터가 있잖아. 너는 아주 빨리 생각하지. 너무 빨라서 난 그걸 그 자리에서 理解할 수 없어. 나는 한참 후에야 아주 조금 이해해. 너는 누구보다도 빨리 움직여. 너는 새보다 바람보다도 더 빨라. 너는 모든 걸 아주 빨리 아주 잘해. 난 깨달았어. 너의 아주아주 큰 빈터에서 모든 것을 다 해내고 잘 하려고 너는 그러는 거야. 하지만 네가 나와 함께 있으면 큰 빈터에는 네가 없잖아. 나하고 있으면 다른 빈터에서는 좋은 일 할 사람이 없잖아. 그러니 너는 더 큰 너의 빈터를 돌봐야 해.''
푸른 공은 조그만 덩어리로 오므라들더니 空中으로 치솟았어. 창공을 휘젓더니 보통보다 더 밝게 번쩍한 다음, 불타는 혜성이 되어 아나스타시아가 앉아 있는 쪽으로 쏜살처럼 달려와 그 애 머리 근처에서 꼼짝 않고 정지했어. 수없이 많은 요동하는 빛 줄기가 아나스타시아의 긴 머리카락 쪽으로 뻗더니 머리카락을 한 올 한 올 끝까지 쓰다듬었지.
''왜 안 가고 그래? 어서 너를 기다리는 사람한테 가.''
아나스타시아가 조용히 말했어.
''여긴 내가 다 잘 할 거야. 큰 빈터에서도 다 좋으면 나도 기쁠 거야. 나는 너를 느낄게. 너도 내 생각을 해줘. 가끔씩만 생각해 줘.''
푸른 공은 여느 때와 달리 좀 무겁게 蒼空으로 날아올랐어. 아나스타시아를 두고 한 번에 날아오르는 길이는 길거나 짧게 고맂 않았지. 결국은 창공으로 사라졌어. 하지만 그것은 그 애 주위에 보이지 않는 뭔가를 남겨두었던 거야. 아나스타시아의 빈터에서 그 애가 원치 않는 무엇인가가 벌어지면 주위의 모두가 마치 마비된 듯 멈춰 버리지. 그래서 자네도 意識을 잃었던 거야. 그 애의 意志에 반해서 자네가 그 애를 안으려 했을 때 말이야. 그 애는 손을 들어 이 현상을 정지시켜. 손 들 시간이 있어야 하지만 말이지. 그 애는 옛날처럼 지금도 다 스스로 하려고 해.
우린 어린 아나스타시아에게 공중에서 반짝이던게 뭐냐고 물어봤어. 그러자 아나스타시아는 그냥 '좋은 거'라고 부르면 된다며 짧게 대답했어.''
노인은 여기서 말문을 닫았어. 난 어린 아나스타시아가 숲에서 어떻게 살았는지 더 알고 싶어서 또 물었다.
''그 다음은 무얼 하며 어떻게 살았죠?''
''그렇게 살았어.''
노인이 대답했다.
''다들 자라듯이 자랐어. 그 애한테 우린 다츠니키를 도우라고 권했지. 그앤 벌써 여섯 살 때부터 遠隔(원격)에서 사람을 보고 느끼고 도울 수 있었어. 다츠니키 일을 좋아했지. 그 애는 다트니키 현상이 地上의 삶의 本質을 깊이 생각토록 할 것이라 믿고 있어. 그렇게 벌써 20년을 지치지 않고 자신의 빛으로 비추었어. 조그만 텃밭의 植物을 따뜻하게 해주었고, 사람들을 治癒(치유)했어.
식물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설명하려 애썼고 成果가 좋았지. 그리고 사람들의 삶의 다른 면을 관찰하기 시작했어. 運命이 자네와 그 애를 엮었고, 그 애는 또 이런 생각을 해낸 거야. 사람들이 검은 勢力(세력)의 시간 토막을 건너게 해 준다고.''
''잘 해낼까요?''
내가 물었다.
''블라지미르, 아나스타시아는 創造者인 사람이 가진 생각의 힘을 안다네. 무턱대고 그런 宣言(선언)을 하지는 않았을 게야. 그 애에게 그럴만한 힘이 있는거야. 그 앤 이 길에서 벗어나지도 물러서지도 않을 거야. 아버지를 닮아서 固執(고집)이 세거든.''
''그녀는 이미 行動을 하고 있군요. 자기의 생각틀을 生産해 내려고 애쓰고 있어요. 우리는 그런데 지금 영혼 타령만 하고 있어요. 어린애처럼 콧물이나 훔치는 것이죠. 아나스타시아가 있기나 한지, 모두 내가 꾸며낸 이야기는 아닌지 묻는 사람도 있어요.''
''사람이라면 그런 질문을 할 수는 없지. 사람은 그 冊을 접하기만 하면 바로 그 애를 느낄 수가 있어. 그 애는 책에도 있거든.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은 진짜가 아닌 가짜 人間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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