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두'(아나스타시아 제2권, 소리나는 잣나무)
 
''작은 나무와 연관된 모든 것을 記憶(기억)해 봐. 블라지미르. 그 나무와 접촉한 순간부터 기억해 봐.''
''그게 그리 중요한 일이면 한 번 해 볼게.''
''그래, 중요한 일이야.''
 
''나는 車에 타고 있었어. 어디로 가고 있었는지는 기억 안나. 중앙市場 근처에서 차를 멈추었다. 운전기사한테 과일을 좀 사오라고 보냈지. 나는 차 안에 앉아 시작에서 나오는 사람들이 여러 가지 苗木(묘목)을 들고 있는 걸 보았어.''
''당신은 그 사람들을 보고 날랐지. 뭐가 그리 놀라웠지?''
 
''당신은 그 사람들은 보고 놀랐지. 뭐가 그리 놀라웠지?''
''그 사람들 表情(표정)이 만족스럽고 氣分 좋았어. 비가 오고 쌀쌀한데도 뿌리를 헝겊으로 둘러싼 무슨 苗木들을 들고 나오고 있었지. 무거울 텐데도 모두 희색이 만연했어. 나는 따뜻한 차안에 앉아 있으면서도 쓸쓸했거든. 운전기사가 돌아왔을 때 난 市場으로 향했지. 장사꾼들 사이를 왔다갔다하며 앵두나무 세 그루를 샀어. 차 트렁크에 실었을 때 운전기사는 말했어. 그 중 한 그루는 뿌리를 너무 바투 자르는 바람에 살지 못할 것이니 지금 그냥 버리는게 났다고. 난 버리지 않았어. 이 나무가 가장 꼿꼿했거든. 나중에 내 시골집 뜰에 나무를 손수 심었어. 뿌리가 너무 바투 잘린 앵두나무는 구덩이에 더 많은 체르노젬(시커먼 흙: 역주)과 거름 그리고 또 무슨 비료를 더주고 심었어.''
 
''그 나무를 살란다고 했겠지만 비료 때문에 잔뿌리가 2개 더 말라 버렸어.''
''살았는데! 봄이 되어 꽃봉오리가 나기 시작하자 이 나뭇가지가 살아났어! 조그만 잎도 나왔고. 그 후 나는 장사 탐험에 나섰지.''
''그 전에 당신은 두 달 넘게 每日 시골집에 가서는 맨 먼저 하는 일이 앵두나무 보는 것이었어. 때론 나뭇가지를 쓰다듬어 주기도 했어. 잎이 나오자 가뻐서 물도 가끔 주었지. 지지대를 땅에 박아 바람에 줄기가 꺽이지 않도록 해주었지. 블라지미르. 블라지미르, 사람이 나무를 對하는 態度(태도)에 따라 나무가 반응을 보인다고 생각해? 나무도 좋고 나쁜 감정을 느낄까?''
 
''방 안의 植物이나 꽃이 반응한다고 어디서 듣거나 읽은 적 있어. 식물을 보살피는 사람이 어디로 떠나면 시들기도 한대. 학자들이 실험도 했는데 여러 가지 식물에 센서를 부착해 놓고 사람이 惡한 또는 善한 마음으로 다가가면 바늘이 기우는 방향이 다르대.''
 
''그러니까 식물이 사람의 感情에 반응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거지, 블라지미르? 그리고 위대한 創造者가 명령한 대로 사람의 生命保全(생명명보전)을 위해 노력하는 거야. 열매를 맺거나 예쁜 꽃으로 사람한테 좋은 감정을 유도하고, 呼吸을 위해 空氣를 조화롭게 하지. 그뿐 아니라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召命(소명)이 식물에겐 하나 더 있어. 어느 식물과 한 사람이 直接적인 관계를 맺으면 그 식물은 사람한테 眞實한 사랑의 空間을 만들어. 그것이 없다면 地球상에는 생명이 불가능해. 많은 다츠니키들이 자기 텃밭을 찾는 이유는 거기에 이 空間이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지.
 
당신이 심고 가꾼 조그만 시베리아 앵두나무는 다른 식물들이 자기의 召命을 다하는 것처럼 자기 소임을 다하려고 애섰어. 식물들이 여럿이면 사람한테 커다란 사랑의 空間을 만들 수 있어. 식물 종이 多樣(다양)하고 사람이 이들을 사랑으로 만져 주고 對話한다면 말이지. 식물 모두는 함께 사람한테 큰 사랑의 공간을 만들고 그것은 사람의 마음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肉身의 병을 치유해. 植物이 여러 가지일 때 모두 함께 그러는 거야, 블라지미르.
 
그런데 당신은 딱 하나의 식물만을 보살폈어. 그래서 작은 시베리아 앵두나무는 여러 植物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혼자 해내려고 애를 쓴거야. 당신이 앵두나무를 極盡(극진)히 대해 주었기 때문이지. 당신은 直感적으로 알고 있었어. 당신 주변의 사람들 중 바로 이 작은 나무 만이 당신한테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주려고만 한다는 것을 당신은 알았던 거야.
 
그래서 당신은 바쁜 日課가 끝나고 나면 피곤한 몸으로 앵두나무한테 와서 곁에 서서 쳐다보았어. 그래서 앵두나무도 努力한 거야. 해님이 첫 햇살을 펼치기 전에 앵두나무 잎은 밝아오는 하늘에서 빛을 잡아두려 애썼지. 그리고 해가 지면 밝은 별빛을 활용하려 했어. 그러자 아주 작은 결실이 있었지. 앵두나무 뿌리는 뜨거운 비료를 피해 돌아서 地球로부터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었어.
 
그래서 앵두나무 엽맥에는 흙의 즙이 평소보다 약간 빠르게 흘렀어. 어느 날 당신은 가는 가지에 작은 꽃을 보았지. 다른 묘목에는 꽃이 피지 않았는데 그 苗木만 꽃을 피운 거야. 그 꽃을 보고 당신은 어땠지? 기억해 봐, 블라지미르.''
 
''난 정말 기뻤어. 왠지 氣分도 좋아지고. 그래서 난 그 가지를 쓰다듬어 주었어.''
''당신은 多情히 가지를 쓰다듬었어. 그리고 어쩜, 꽃을 다 피웠구나! 하고 말했지.
나무는 열매를 맺지. 그것 말고도 나무는 사랑의 空間을 만들어줘, 블라지미르. 앵두나무는 당신한테도 사랑의 공간이 생겼으면 하고 간절히 바란거야. 사람으로부터 받은 것을 되돌려주기 위해 힘을 얻을 곳이 더 이상 없었어. 앵두나무는 自己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미 다 줬거든. 그런데 앵두나무는 특별한, 그리고 다정한 보살핌을 받았어. 그래서 앵두나무는 그 이상으로 보답하고 싶어졌어, 그것도 홀로!
 
당신은 長期間 탐험을 떠났지. 돌아오자마자 당신은 그 앵두나무에게 갔어. 가면서 市場에서 산 앵두를 먹고 있었지. 앵두나무로 다가가서 그 나무에도 빨간 열매 세 개가 달려 있는 걸 보았지. 몸이 피곤한 당신은 앵두나무 곁에 서서 시장에서 산 앵두를 먹으며 씨를 뱉고 있어어. 그리고 그 앵두나무의 열매도 하나 따서 먹어 보았어. 시장에서 산 것보다 약간 신맛이 났지. 나머지 두 개는 건드리지도 않았어.''
 
''나는 다른 앵두를 실컷 먹었거든. 내 앵두는 정말로 맛이 좀 시었어.''
''그 작은 열매에 당신한테 이로운 것이 얼마나 많이 들어 있었다고! 에너지와 사랑이 얼마나 많았다고! 앵두나무는 地球의 중심과 넓은 宇宙로부터 당신에게 이로운 모든것을 모아 세 개의 열매에 담은 거야. 앵두나무는 이 세 개의 열매를 익히려고 심지어 자기 가지 하나를 말려 버렸어. 하나만 먹고 나머지 두 개는 건드리지도 않았지.''
 
''난 몰랐잖아. 앵두나무가 열매를 맺어서 어쨌든 나는 기뻤어.''
''그래, 당신은 기뻤지. 그리고 기억 나? 이번엔 당신이 어떻게 했는지?''
''내가? 응 그냥 앵두나무 가지를 또 쓰다듬었지.''
''쓰다듬는 것 말고. 당신은 몸을 기울여 잡고 있던 가지의 잎에 입을 맞추었어.''
''그래, 입을 맞추었지. 기분이 아주 좋았거든.''
''그래서 앵두나무 한테 믿기 어려운 일이 일어난 거야.큰 사랑으로 길러낸 열매를 당신이 먹지 않았으니 앵두나무가 당신에게 해줄 수 있는게 무엇이 있었을까? 앵두나무는 사람의 키스를 받고 戰慄(전율)했어. 그리고 우주의 넓고 밝은 공간으로 작은 시베리아 앵두나무가 生産한 생각과 感情이 날아오른 거야. 사람에게 받은 것을 돌려주려고.
 
사람에게 사랑의 키스를 선사하고 사람을 밝은 사랑의 感情으로 따뜻하게 해주려고. 모든 理致에 역행하여 생각은 우주 창공을 해맸어. 그렇지만 所願을 이루지 못했어. 성취 불가능에 대한 인식은 곧 죽음이야.
밝은 힘은 앵두나무가 생산해낸 생각을 앵두나무에게 되돌려주었다. 앵두나무가 그걸 자기 內部에서 없애버리도록 함으로써 죽지 않도록 한 것이지. 그런데 앵두나무는 그걸 받지 않은 거야!
 
작은 시베리아 앵두나무의 뜨거운 소원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고 아주 純粹(순수)하고 부드러웠어. 밝은 힘은 어찌할 바를 몰랐지. 위대한 創造者는 기존의 조화의 이치를 바꾸지 않았어. 그런데도 앵두나무는 죽지 않았던 거야. 앵두나무의 생각과 열의 그리고 感情이 너무나도 순수했고 그래서 죽지 않은 거야. 누구도 무엇도 순수한 사랑을 없앨 수 없어. 그게 우주의 理致야. 그리고 그 사랑은 당신 위에 맴돌며, 헤매며, 소원성취의 순간을 고대한 거야. 우주에서 홀로 당신을 위해 사랑의 空間을 지으려고 한 거야. 내가 어떻게든 앵두나무를 도와 그 꿈을 이루도록 당신 배에 갔던 거야.''
 
''그러니까, 당신의 나에 대한 感情은 앵두나무를 도우려는 마음에서 시작된 거야?''
''당신에 대한 나의 관계는 나의 관계일 뿐이야, 블라지미르. 누가 누구를 돕는 것인지, 앵두가 나를 혹은 내가 앵두나무를 돕는 건지 분명히 말하기 어려워. 우주의 모든 것은 상관관계일 뿐이야. 실제 대한 認識(인식)은 스스로의 몫이야. 자, 이제 하락해 줘. 내가 앵두나무의 꿈을 이루도록. 앵두나무 대신 내가 당신에게 키스를 해도 돼?''
''물론이지. 그렇게 해야 한다면. 내가 돌아가면 열매를 다 먹을게.''
 
아나스타시아는 눈을 감았다. 자기 손을 가슴에 얹고 조용히 속삭였다.
''앵두야, 느껴봐. 네가 느낄 수 있다는 거 알아. 네가 소원했던 걸 내가 해줄게. 앵두나무야, 이건 너의 키스야.''
그리고 나서 아나스타시아는 얼른 내 어깨에 손을 얹고 눈을 뜨지 않은채 다가와 입술을 내 뺨에 대고 꼼짝하지 않았다.
이상한 키스. 그냥 입술의 감촉. 그렇지만 내가 알고 있던 모든 키스와 달랐다. 단순한 입맞춤이었지만 전에 알지 못한 아주 특별한 좋은 느낌을 주었다. 키스할 때 나타나는 사람 마음속의 것이 더 중요한가 보다.
 
그런에 이 타이가 외톨이의 내부에는 무엇이 숨어 있는 것일까? 그녀의 많은 지식과 비범한 能力, 감성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아니면 그녀가 말하는 모든 것이 단지 그녀의 상상의 열매인가? 그렇다면 그 기본 좋고 따뜻하고 내 내부의 모든 것을 훈훈하게 하는 느낌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서 그 비밀을 풀 수 있을까? 다음은 내가 직접 겪은 일인데 그 단서가 될지 모르겠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