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천사, 내가 너를 낳을게'(아나스타시아 8권)
블라지미르 메그레
事業家(사업가) 빅토르 차도프는 햇살이 퍼지기 전 눈을 떴다. 넓은 침대 위, 그의 곁에는 그의 젊은 정부가 단잠을 자고 있었다. 얇은 침대보는 有線形의 여성의 몸매를 잘 드러내고 있었다.
이 두 사람이 宴會(연회)나 혹은 고급 피서지의 호텔에 함께 나타나면, 이 여자의 몸매는 언제고 부러운 눈길 또는 색욕에 가득찬 視線(시선)을 끌었다.
게다가 잉가의 -잠자고 있는 美女의 이름이었는데- 미소는 고혹적이었고 주변 사람들에게 賢明하고 知的인 인상을 풍겼다. 빅토르는 그녀와 어울리는게 좋았고, 그래서 방 4개짜리 아파트를 하나 더 사서, 초현대식 家具로 치장을 하고, 잉가에게 열쇠를 건넸다. 가끔 바쁜 사업일정이 허락하면 그녀와 하루나 이틀 밤을 보내곤 했다.
그는 이 여인과의 멋진 밤 그리고 어울림에 대해 이 스물다섯의 여성에게 감사한 마음이었지만 結婚(결혼)할 생각은 없었다. 그는 잉가에 대해 특별한 사랑을 느끼지는 못했다. 게다가 자기는 38세, 잉가는 25세인 점도 이해했다. 당연히, 몇 년이 더 흐르면, 이 젊은 여자는 좀 더 젊은 남자를 갖고 싶을 것이다. 그녀의 외모와 머리라면 어렵지도 않을 거야, 더 젊고 더 돈이 많은 남자를 구하겠지. 그것도 내 덕에. 잉가와 결혼을 하면, 영향력있는 사업가들 사회로 그녀를 끌어낼 것은 바로 자기니까.
잉가가 빅토르 쪽으로 잠결에 微笑(미소)를 지으며 돌아누웠다. 미끄러져 내려간 이불은, 완벽한 형태의 매혹적인 젖가슴을 약간 드러내보였다. 그렇지만 보통 때와는 달리, 잉가의 반라를 보고도 흥분되지 않았다. 그는 잠자는 잉가한테 조심스레 이불을 덮어주었다. 조용히, 잉가가 잠에서 깨지않게, 그는 침대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갔다.
그는 커피를 끓였 마셨다. 담배를 피워 물고, 마치 無意識 상태가 되어, 널찍한 부엌-주방에서 서성이기 시작했다.
꿈! 지난 밤 꾼 이상한 꿈이 그의 感情, 이성이 아닌 감정을 뒤흔들어 놓았다. 빅토르는 꿈속에서, 어딘가 나무 그늘이 드리운 가로수 길을 걸으며, 추진 중인 사업이 과연 타당성이 있는가 깊게 생각 중이었다. 앞뒤에 있는 경호원들이 신경이 쓰여서 깊이 집중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公園 바깥쪽에서 쉴 새 없이 지나다니는 차량들의 소음도 생각에 방해가 됐다. 그러다 문득 경호원들이 사라지고, 차량의 소음도 잠잠해졌다. 그러고는 그에게 새들의 노래 소리가 들렸다. 봄을 머금은 가로수 나뭇잎과 꽃을 피운 관목들이 참으로 훌륭하게 느껴졌다. 그는 가던 길을 멈추고 자기 내부에서 생겨난 福된 기분에 흠뻑 젖어들었다. 기분이 좋았다. 지금껏 이런 기분은 없었다.
그때 보았다. 가로수 길 쪽에서 어린 少年이 그를 향해 뛰어오고 있다. 햇빛이 뒤에서 비추어, 아이를 감싼 오로라가 생겼고, 그래서 마치 기로수 길을 따라 어린 天使가 자기를 향해 뛰어오는 것 같았다.
다음 순간, 그는 번뜩 깨달았다. 자기를 향해 달려오는 남자 아이가 自己 아들임을. 아이는 조그마한 손과 발을 열심히 움직이며 달렸다. 기쁜 예감에 빅토르는 내려 앉아 팔을 넓게 벌렸다. 그의 어린 아들도 달리며 작은 손을 펼쳤다. 그런데 갑자기 어린애는 빅토르까지 3미터 거리를 남기고 멈춰 섰다. 어린애 얼굴에서 미소는 사라졌고, 어린애 눈의 심각한 시선이 빅토르의 심장을 빨리 뛰게 만들었다.
- 자, 어서 이리 와! 자, 어 아들아, 내가 안아줄게.
어린 아이는 슬픈 미소를 짓고 답했다.
- 아빠는 그렇게 할 수 없어요.
- 왜?
빅토르는 놀랐다.
- 왜냐하면.
슬픈 목소리로 어린 아이는 답했다.
- 왜냐하면, 아빠, 아빠가 나를 안을 수 없는 理由는, 낳지 않은 아들을 안을 수는 없으니까요. 아빠, 아빠는 나를 낳지 않았잖아요.
- 그럼 네가 다가와서 나를 안거라, 아들아, 이리 와.
- 나를 낳지 않은 아빠를 안을 수는 없어요.
어린 아이는 눈물을 참고 미소를 지으려 했지만, 홍조 띤 볼에서는 눈물이 천천히 흘러내렸다. 그러다 소년은 뒤로 돌아서더니, 머리 푹 숙이고, 천천히 가로수 길을 걸었다.
무릎으로 서 있던 빅토르는 자리에서 옴짝달싹 할 수가 없었다. 소년은 멀어져 갔다. 그와 함께 內部의 유쾌하고 복된 기분도 사라졌다. 멀리서 다시 차량의 우르릉 소리가 점점 커지는 듯했다. 빅토르는 움직일 수도 말할 힘도 없었지만 안간 힘을 다해 소리 질렀다.
- 가지 마라, 아들아, 어딜 가려고?
소년이 뒤로 돌아섰을 때, 그는 흘러내리는 두 번째 눈물을 보았다.
- 아빠, 난 아무 데도 아닌 곳으로 가요. 끝없는 無所(무소)로.
소년은 고개를 떨구고, 아무 말 없더니, 이렇게 말했다.
- 아빠, 나는 슬퍼요, 다시 태어나지 않고는, 나는 아빠를 다시 태어나게 할 수 없어요.
고개를 떨군 채, 어린 天使는 그로부터 멀어지더니 이내 사라졌다. 마치 햇빛에 용해된 듯이...... 꿈은 끝이 났지만, 훌륭하고 복된 느낌의 기억은 남아 있었다. 그것은 무슨 일이든 하라고 呼訴(호소)하는 듯했다.
빅토르는 세 번째 담배를 다 피우고는, 급작스레 그리고 단호하게 담뱃불을 끄고 침실로 가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
- 잉가, 일어나, 일어나라고.
- 나 안 자, 그냥 누워 있는 거야. 아이 좋다. 당신이 어디로 사라졌나 생각 중이었어.
침대에 누운 美人이 답했다.
- 잉가, 아이를 낳아줘. 내게 아들을 낳아 줄 수 있어!
잉가는 이불을 내던지고, 침대에서 뛰쳐나왔다. 빅토르에게 뛰어와 목을 감싸 안고는 아름답고 탱탱한 몸으로 찰싹 달라붙더니, 뜨거운 귓속말로 전했다.
- 사랑을 告白하는 가장 유괘하고 멋진 말은, 남자가 여자에게 아이를 낳아 달라는 거야. 고마워, 농담 아니지?
- 弄談(농담) 아니야.
그가 단호히 말했다. 가운을 입으며, 잉가가 답했다.
- 농담이 아니고 眞談이라면, 그건 충분히 숙고된 결정이 아니야. 첫 째, 난 내 아이에게 아버지가 있길 바라, 그런데 사랑하는 나의 님, 당신은 旣婚(기혼)이야.
- 이혼할 거야.
빅토르가 말했다. 사실 그는 이미 아내와 삼 개월 전 이혼을 한 상태였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잉가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 당신이 이혼하면, 그때 가서 아이 이야기 할 수 있지. 그리고 지금 당장 말해둘 게 있어, 빅토르. 이혼을 한다 해도 아직 아이 이야기할 때는 아니야. 첫째, 나는 大學院을 마치려면 아직 1년이 더 필요해. 둘째, 난 공부가 너무 싫증나. 그래서 졸업 후 일이 년은 좀 놀고, 旅行(여행)도 좀 하고, 재미도 봐야겠어. 그런데 아이는...... 아이는 이 모든 것을 단박에 영영 날려버릴 수 있어.
농담 반 진담 반 잉가는 條理(조리) 있게 이야기했다.
- 알았어, 내가 농담했어.
잉가의 생각을 빅토르가 끊었다.
- 나가봐야 해, 중요한 約束(약속)이 있거든, 차도 불러 놓았고, 안녕.
그는 집을 나왔지만, 약속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차를 불러놓지도 않았다. 빅토르는 천천히 보도를 걸으며 바삐 지나치는 여자들을 쳐다보았다. 여자를 바라보는 그의 視線은 새롭고, 자신이 보기에도 익숙지 않은 것이었다. 그는 자기 아들을 낳아 줄 만한 女子를 고르고 있었던 것이다. 자기 아이를 가졌으면 좋겠다 할 만한 여자를.
化粧(화장)을 진하게 한 처녀들, 전에는 그의 관심을 끌었지만, 지금은 바로 아웃이었다. 반라 상태의 미니 -비티니를 입었거나 자기 몸매를 과시하느라 짝 달라붙는 옷을 입은 여자들은 전부 退出(퇴출)되었다. ''왜, 저러는지, 그 머리엔 뭐가 들었는지 뻔할 뻔자지. 저러고도 고상한 표정을 지으려 들다니.'' 속으로 그는 생각했다.
''여러 部位(부위)로 남자들을 낚으려 하지. 무는 사람도 있긴 할 거야. 물론 그래, 하지만 아이를 낳을 생각은 절대 아니야. 그런 미끼는 수컷을 잡으려는 것이지, 生産者를 낚으려는 것은 아니거든. 멍청이들, 궁둥이를 흔들라지. 난 절대 저런 꼬리치는 여자한테서 내 아들이 태어나는 걸 절대 許容(허용)하지 않을 거야.''
그를 향해 다가오는 두 여자는 걸으며 담배를 피고 있었다. 그중 한 명은 맥주병을 따서 손에 들고 있었다.
''이 여자들은 절대 아이를 낳아서는 안 돼, 바보가 아니라면 저런 여자로부터 아이를 갖고 싶지 않겠지.''
빅토르가 하나더 알게 된 사실은, 그가 마주쳤던 여인과 소녀들 중 온전히 健康(건강)한 여자는 아주 소수라는 것이었다. 꾸부정한가 하면, 복통이이 있는 듯한 표정을 한 여자, 뚱보 또는 건강하지 못한 꼬챙이들이었다.
''아니야, 저런 여자들한테서 아이를 낳으면 안 돼.''
빅토르는 속으로 생각했다.
- 아니 이럴 수가, 분명 저 여자들은 하나같이 다 하얀 ''메르세데스''를 탄 王子가 자기한테 오기를 바라겠지. 그러면서 왕자를 위해서는 가장 基本的인 것도 못하다니. 스스로가 健康하지 못하니,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도 없어.
빅토르는 운전기사를 호출하지 않고 사무실까지 버스를 타고 갔다. 가는 길 내내 자기 아들을 낳아줄 만한 適格者(적격자)가 있을까 고르며 여자들을 살펴보았다. 허사였다.
오전 내내 그리고 점심식사 시간에도, 그는 집무실에 혼자 남아 자기 아들을 낳아줄 女子 생각만 했다.
때론 자기 스스로를 낳아줄 女人을 찾는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결국에는 이런 결론을 지었다. 아들을 낳을 이상적인 엄마는 없다. 그런 여자는 만들어야 한다. 그 目的을 가지고 그럭저럭 健康하고, 젊고, 보기 좋거나 최소한 혐오스럽지 않은 외모에, 마음이 고운 여자를 골라서는, 갖가지 運動(운동)을 할 수 있는 최고급 요양소에서 건간을 개선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주어야 한다. 더 중요한 건, 그 여자를 교육기관에 보내서 妊娠(임신), 임신 중 태아관리, 出産(출산) 그리고 취학 전 保育(보육)에 대한 지식을 얻도록 해야 한다.
* * *
하루 日課(일과)가 끝날 무렵, 그는 회사의 법률자문이며 삶의 경험이 많아 지혜로운 女人, 발렌찌나 뻬뜨로부나를 집무실로 불러들였다. 안락의자에 앉으라 권하고는 먼발치부터 시작했다.
- 발렌찌나 뻬뜨로브나, 몇 가지 좀 특별히 물어볼 게 있어요. 개인적인 것이지만, 제겐 꽤나 중요한 문제입니다. 나의 친척되는 한 女子가 알아봐 달라고 부탁을...... 아, 이 사람은 시집을 갈 생각이고 아이를 갖고 싶어 합니다. 알아봐 달라고 부탁한 것은, 妊娠(임신) 중 胎兒(태아) 관리법, 出産 및 그 후 아이 保育法(보육법)을 가르치는 좋은 교육기관이 우리나라 어디에 있나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버지가 해야 할 일은 어떤 것인지도요.
발렌찌나 뻬뜨로부나는 주의 깊게 이야기를 다 듣고는 얼마간 말이 없다가 입을 열었다.
- 빅토르 니꼴라에비치, 아시다시피, 제게 두 아이가 있어요. 나는 항상 出産과 保育에 대한 책들에 관심을 갖고 있었어요. 하지만 우리나라 또는 외국에도 그런 교육기관이 있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어요.
- 이상하네요. 모든걸 가르치면서, 가장 중요한 이 문제는 學校에서도 고등교육기관에서도 건드리조차 않네요. 왜 그럴까요?
- 네, 이상해요.
발렌찌나 뻬뜨로브나가 맞장구를 쳤다.
- 저는 이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이제 보니 그런 상황이 이상하단 생각이 드네요. 학교에서 性敎育(성교육)을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국회에서 토론 되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아이를 잘 낳고 기르는 공부에 대한 문제는 거론되지 않네요.
- 그렇다면, 夫婦(부부)는 누구나 자기 아이에 대해 實驗(실험)해야 한단 뜻인가요?
- 일이 그렇게 돌아가네요. 실험을 해야 하네요. 출산 시 부부의 행동이나, 新生兒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가르치는 과정은 수없이 많기는 해요. 하지만 그 과정에 대한 학문적 근거가 없으니, 어떤 과정이 도움이 되는지, 어떤 것이 해가 되는지 알기란 사실상 불가능하지요.
발렌찌나 뻬뜨로브나가 답했다.
- 발렌찌나 뻬뜨로브나, 당신은 어떤 과정이든 받아본 적이 있나요?
- 저는 막내딸을 집에서, 産婆(산파)의 도움을 받아 욕조에서 낳아야겠다 결심했지요.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해요. 친지들이 있는 집이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기에 더 편안하다고들 하지요. 新生兒는 자기를 사랑으로 대할 때와, 자기를 무관심으로 대할 때를 느낀다고 합니다. 산부인과 병원에서는 종종 무관심하죠. 그건 컨베이어 시스템이니까요.
발렌찌나 뻬뜨로브나와의 대화는 그에게 希望(희망)을 주기는커녕, 혼란만 가중시켰다. 2주 내내, 일에서 시간만 나면 그는 아이를 낳는 문제를 숙고했다. 2주 동안, 시내를 다니며, 고급 레스토랑, 바, 극장을 들르고, 여자들의 얼굴을 요리조리 살펴보았다. 심지어는 시골에도 다녀왔지만, 거기서도 자기에게 맞는 사람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 한 번은 자신의 지프차를 敎育大學 근처에 세우고, 지나가는 어린 여자들을 자동차 창 너머로 바라보았다. 세 시간이 지나, 회랑에 나타난, 단발이지만 숱이 많은 아마빛의 땋은 머리에, 균형있는 몸매 그리고 그녀가 보기에는 멍청하지 않은 듯한 얼굴의 처녀가 눈에 들어왔다. 여자가 지프차를 지나 버스 정류장 쪽으로 향할 때, 빅토르는 창문을 내리고 그녀를 불렀다.
- 아가씨, 미안합니다만, 난 여기서 친구를 기다리고 있는데 통 나오질 않네요. 시내 중심가를 어떻게 가면 좋은지 길 案內(안내)를 좀 해주실 수 있나요? 원하신다면 나중에 제가 집까지 모셔다드리지요.
아가씨는 지프차를 평가하듯 한 번 보더니 차분히 대답했다.
- 못 해줄 이유가 없죠. 안내할게요.
그녀가 앞좌석에 앉고, 두 사람이 서로 紹介(소개)를 마쳤을 때, 류샤는 담뱃갑을 가리키며 말했다.
- 좋은 담배인데요. 피워도 될까요?
- 그래요, 피우세요.
그렇게 대답한 빅토르는 걸려온 電話(전화) 소리가 아주 반가웠다. 내용은 하찮은 것이었지만, 전화를 끊고, 빅토르는 난처한 표정을 하고는, 담배를 탐욕스레 빨아 마신 류샤에게 전했다.
- 狀況(상황)이 좀 바뀌었네요. 일이 생겨 급하게 그리로 가봐야겠습니다. 미안합니다.
그는 담배를 핀 류샤를 내리게 했다. 담배 연기로 自己 아들을 괴롭히지 못하게 하겠다 마음먹으며...
2주간 빅토르는 자신의 정부- 愛人을 만나지 않았고 전화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아이를 낳지 않는다 하고, 재미만 보고 호화 휴양지만 다니고 싶어 하니, 그런 여자는 자기한테 필요 없다고 단정을 지었다.
아름답고 명석한 그녀와 시간을 보내는 게 꽤나 유쾌했지만, 지금 그의 삶의 계획은 심각하게 바뀌었다. ''그녀에게 아파트를 남겨줘야지. 어쨌든 이 여자는 내 人生의 얼마간을 아름답게 했으니까.'' 이렇게 마음을 먹고, 열쇠 뭉치를 건네려, 잉가가 공부하는 大學으로 향했다. 가면서 그녀에게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 안녕, 잉가.
- 안녕.
수화기 속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답했다.
- 지금 당신 어디야?
- 당신 대학에 가고 있어. 수업 곧 끝나?
- 학교 안 다닌 지 벌써 열흘째야. 그리고 아마, 가까운 장래에 학교에 다니는 일은 없을 거야.
- 무슨 일 있어?
- 어.
- 지금 어디 있는데?
- 집이야.
빅토르가 스스로 열쇠로 門을 따고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을 때, 집에서 입는 가운 차림의 잉가는 침대에 누워 무슨 冊(책)을 읽고 있었다. 잉가는 빅토르를 힐끗 바라보더니.
- 커피하고 샌드위치는 부엌에 있어.
일어나지도 않고 말하더니 다시 讀書에 잠겼다. 빅토르는 부엌으로 가서 커피를 두 모금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식탁에 열쇠를 놓고 침실문 쪽으로 다가가 여전히 책을 읽고 있는 잉가에게 전했다.
- 나 간다, 아마, 오래 못 볼 거야, 영영 못 볼지도. 아파트는 너한테 줄게. 안녕, 자유롭고 幸福(행복)해. 그러고는 출입구로 행했다. 잉가가 그를 바로 문 앞에서 막았다.
- 그렇게는 안 되지, 인간아.
그녀의 말투에 화난 기색은 없었다. 그러고는 빅토르의 소매를 홱 잡아당겼다.
- 그러니까, 떠나겠다고? 내 삶을 송두리째 망쳐놓고는, 지금은 안녕이라?
- 내가 어떻게 네 人生을 망쳐놓았다는 거야?
빅토르는 놀랐다.
- 난 너와 함께 좋았어. 나쁘지는 않았을 걸. 이젠 이 아파트도 네 것이 될 거고, 멋진 옷들도 가득해. 너 원하는 대로 즐기며 살아, 아니면 돈을 더 원하는 거야?
- 너 정말, 허접한 인간, 사람 마음에 그렇게 침을 뱉다니, 아파트가 어쩌고 저쩌고, 멋진 옷들, 즐기라고......
- 침착해. 소란 피우지 말고. 나는 중요한 일이 있어서. 잘 일어.
빅토르는 문고리를 잡았다. 잉가가 빅토르의 손을 잡고 다시 막고 나섰다.
- 그렇게는 안 되지, 잠깐만. 당신 내게 말해봐, 나한테 아이를 낳아 달라고 말했어, 안 했어?
- 말했지, 그렇지만 당신은 거절했잖아.
- 처음엔 거절했지. 이틀 생각하고 承諾(승낙)했어. 대학원도 포기하고 담배도 끊고 아침마다 運動(운동)을 하고 있어. 그러다가 삶에 대한, 아이에 대한 책이 생겼는데, 눈을 뗄 수가 없어. 어떻게 하면 아이를 잘 낳을까 공부 중인데, 그 사람은 ''안녕''이라니. 난 당신만을 우리 아이의 아버지라 생각해......
자신이 들은 말의 뜻을 이해한 빅토르는 잉가를 와락 얼싸안았다. 복받치는 속삭임으로 ''잉가, 잉가...''라고 되뇌었다. 그리고는 잉가를 손에 번쩍 들어 침실로 데려갔다. 귀중한 寶物인양 조심스레 침대에 내려놓고 서둘러 옷을 벗기 시작했다.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침대에 누운 잉가를 끌어안고, 가슴, 어깨에 입을 맞추고, 가운을 벗기려 했는데, 잉가는 갑자기 그에게 무언의 저항을 하며 그를 밀어냈다.
- 진정해. 오늘 나와 당신 사이에 섹스란 절대 없을 거야. 내일도, 그리고 한 달 후에도 없어.
잉가가 전했다.
- 없을 거라니? 아이를 낳는 데 찬성이라고 한 건 뭐고?
- 그리 말했지.
- 섹스도 않고 어떻게 아이를 낳을 수 있어?
- 섹스는 완전 달라야 해. 원칙적으로 달라야.
- 무슨 말이래?
- 그런 말. 나의 귀중한 사람, 未來(미래)의 사랑스러운 아빠, 당신 내게 말해봐, 왜 당신 아이가 태어나길 바라는데?
-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영문을 알 수 없는 빅토르가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
- 그거야 뻔하지. 다른 대안도 없어.
- 말은 잘하네. 하지만 정확히 따져보자고, 당신이 원하는게 뭔지, 어떤 대안을 선택할 건지. 당신의 아이가 당신 혹은 우리 두 사람의 육욕의 결과로서, 부작용으로 태어나길 바라? 아니면 우리 아이가 우리 사랑이 苦待(고대)하던 열매이길 바라?
- 아이가 부작용이라면 기분이 안 좋겠자.
- 그럼, 사랑의 열매네. 그런데 당신은 나와 사랑에 빠지지 않았어. 물론, 내 당신 마음에는 들 거야, 그렇지만 그건 아직 사랑이 아니야.
- 그래, 잉가, 당신은 내 마음에 무척 들어.
- 그거 봐, 당신도 내 마음에 무척 들어, 그렇지만 이건 아직 사랑이 아니야. 우리는 서로의 사랑을 받을 자격을 갖추어야 해.
- 잉가, 당신, 뭔가 이상한 것을 너무 읽은 모양이군? 사랑이란, 어디선가 모르게 저절로 찾아오는 그런 감정이야. 그리고 어디론가 알 수 없게 사라지기도 하고. 존경을 받을 자격은 갖출 수 있지만, 사랑은......
- 우리는 바로 그 사랑을 서로서로 받을 資格(자격)을 갖추어야 해, 우리 아들이 그 일을 도울 거야.
- 아들! 우리한테 아들이 생길 거라 느껴?
- 생길 거라니, 이미 있어.
- 있다니?
빅토르가 벌떡 일어섰다.
- 그러니까, 당신한테 벌써 아이가 있는 거야? 숨겼구나. 누구 아이야? 얼마나 됐는데?
- 당신 아이야. 아직은 얼마도 안 됐어.
- 그럼 아직 없는 거야?
- 있다니까.
- 이거봐, 잉가, 난 당신 말을 도저히 알아들을 수가 없네, 이상한 말을 하고 있잖아. 좀 알아들을 수 있게 말해봐.
- 해볼게. 빅토르, 당신은 아이를 갖고 싶어 했고 그 생각을 하기 시작했어. 나중에 나도 원했고, 아이 생각을 하기 시작했어. 지금 사람들은 알아. 사람의 생각은 物質이라고. 그러니, 우리가 우리 아이를 생각으로 그린다면, 그 애는 이미 있는 거야.
- 그 애가 지금 어디에 있는데?
- 나도 몰라. 뭔가 다른, 우리가 모르는 次元(차원)에 있을지도 몰라. 우주의 어떤 은하계에서 맨발로 별들을 밟고 뛰어 다니며, 자기가 물질을 입고 태어나게 될, 푸른 地球를 살펴보고 있을 수도 있지. 혹은 자기가 어디서 그리고 어떤 조건에서 태어날지 바로 지금 장소를 選擇(선택)하고 있을지도 몰라, 우리에게 전하고 싶을 수도 있어. 그 애의 애원을 당신은 못 들어? 못 느껴?
빅토르는 잉가를 난생 처음 본 듯, 두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았다. 잉가가 이렇게 思考를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녀가 농담인지, 진담으로 하는 말인지 그는 알 수 없었다. 그렇지만 ''자기가 태어날 장소를 바로 지금 선택하고 있을 수도 있어'' 라는 말은 그가 생각에 잠기도록 했다.
사람은 다양한 곳에서 태어난다. 비행기 안에서, 배에서 혹은 자동차 안에서 태어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은 조산원에서 태어난다. 집 욕조에서 태어나기도 한다. 되는대로 태어난다. 그런데 아이들은 어디에서 태어나고 싶을까? 러시아에서? 아니면 英國이나 美國의 좋은 조산원에서? 여러 대안 중 어느 하나도 그의 마음에 쏙 내키지가 않았다.
잉가가 빅토르의 생각을 끊었다.
- 내겐, 우리 아들을 영접하는, 우리가 함께 준비해야 할 구체적 계획이 있어.
- 어떤 계획인데?
- 소중한 내 사람, 내 말을 잘 들어봐.
잉가의 말투는 단호했다. 전에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안락의자에 앉는가 하면, 방안을 서성이기도 했다.
- 우선 우리는 스스로의 몸 상태를 온전히 만들어야 해. 지금 이 순간부터 우리는 담배를 안 피우고, 술을 마시지 않을 거야. 藥物과 禁食으로 몸을 청소해야 해, 우선은 腎臟과 肝을. 하는 법은 이미 다 알아놓았어. 지금 이 순간부터 앞으로 쭉 샘물만 마셔야 해. 아주 중요한 거야.
이미 벌써 매일 내게 샘물을 5리터씩 가져와. 가게에서보다 두배는 더 비싸기는 하지만 괜찮아, 참을 만해. 筋肉이 단단해지고 血管을 따라 피가 힘차게 흐르게 하려면, 우리는 매일 매일 運動을 해야 해. 신선한 空氣와 긍정적 氣分이 더 필요한데, 그걸 행하기란 그리 쉽지 않아.
빅토르는 잉가의 단호함과 계획이 마음에 들었다. 잉가가 하는 말을 다 듣지 않고 선언했다.
- 최고의 운동기구를 사고, 최고의 마사지 전문인을 초빙하면 돼. 매일매일 내 운전기사 중 한 명을 샘물을 떠오라 보낼 거야. 운전기사는 공기를 구하러 숲으러 갈 거야. 콤프레셔로 공기를 압축해서 통에 담을 거야, 그리고 그걸 조금씩 방에 틀어놓으면 돼. 그런데 단 한 가지, 긍정적 감정은 어디서 구하는 건지, 사야 할지 모르겠다. 신혼여행을 가듯, 좋은 여행지에 가면 되나? 그래, 신혼여행!
빅토르는 기분이 점점 더 좋아졌다. 그것은, 아이의 誕生을 대하는 잉가의 단호하고도 신중하며 깊이 있는 생각의 자세 때문이기도 했지만, 잉가가 자기의 아이를 낳고 싶어 한다는 것 때문이기도 했다. 또한, 그가 꿈에서 본 미래의 아들을, 돈 욕심 많고 경솔한 어떤 여인이 아닌, 이 일을 그렇게 愼重(신중)하고 책임감 있게 대하는 잉가가 낳는다는 점도 좋았다.
빅토르는 이제 잉가에게 무엇이든 아주 기분 좋은 일을 해주고 싶어 죽을 지경이었다. 자기의 미래의 아들의 엄마가 될 잉가에게! 빅토르는 일어나서, 양복을 급히 입고, 잉가에게 다가가, 기품있게 큰 소리로 말했다.
- 잉가, 나와 결혼해줘!
- 당연하지, 해야지.
가운을 여미며 잉가가 맞장구 쳤다.
- 우리 아들은 정식 父母를 가져야 해. 그런데 호화 휴양지를 신혼여행으로 갈 수는 없어. 그건 아이의 출산을 준비하는 나의 계획과 맞지 않아.
- 그럼 뭐가 맞는데? 그럼 어디서 긍정적 감정을 구할 수 있는데?
- 우리는 근교의 시골 마을을 차 타고 돌아다니며, 우리 마음에 드는 장소를 찾아내야 해. 그 장소는 당신 마음에도 그리고 내 마음에도 들어야해. 그러니까, 우리 아들이 그곳을 보게 되면 그 아이한테도. 우리는 이곳에 헥타르의 땅을 살 거고, 당신은 자그마한 집을 지어줘. 그 집 안에서 우리 아들이 수태되어야 해. 나는 9개월 전 기간을 이곳에 있을 거야, 잠시 자리를 뜰 수는 있겠지만. 우리는 우리의 땅에 어린 나무를 심을 거야.
젊고 눈에 확 띄는 여자, 고급 클럽과 인기 휴양지 가기를 그리도 좋아했던 잉가가 그리도 급격하게 자신의 삶의 양식을 바꿀 수 있음을, 빅토르는 믿기 어려웠다.
한편으로는, 잉가의 構想(구상)이 마음에 들었다. 그녀가 자기 아이를 생각한 것이니까.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 구상에 뭔가 이상한 요소는 없나? 그가 아는 사람 중 하나가, 좀 특이하게 아이 출산 준비를 이야기 하는 책이 있다고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 사람은, 각 가족이 소유하는 헥타르 땅의 의미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주었고, ''家門의 책''이라는 녹색 표지의 책도 그에게 선물했다. 빅토르는 그 책을 아직 읽을 시간이 없었지만, 이 책들은 사회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고 듣기는 했다. 책을 읽은 사람들은 자신의 삶의 양식을 바꾸기도 한다고 들었다.
문득, 빅토르의 시선은 침대 곁 맹꽁이 장롱에 놓여 있는 녹색 표지의 책 더미에 멈추었다. 그는 다가가서, ''러시아의 소리내는 잣나무''란 책 시리즈의 제목을 읽었다. 여럿의 책 중에 ''가문의 책''도 있었다. 빅토르는 이제 알게 되었다. 아이 출산 준비 과정과 , 출산 그 자체에 대한 아이디어 모두를 잉가는 이 책에서 얻었고, 그것을 철저히 따르려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가 알 수 없는 것은, 그것이 좋은지 아니면 나쁜 것인지였다.
잉가의 특별하고 무조건적인 확신이 좀 걱정이 됐다. 마치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현재의 삶에 대한 그녀의 시각, 세계관을 바꾸어놓은 듯했다. 그런데 이 책이 잉가를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켰나 아니면 조금 이상하게 만들어 놓았나? 빅토르는 계속해서 자신에게 이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그녀에게 반론을 제시했다.
- 이 책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것, 난 알아, 잉가. 나도 이 책 이야기를 들었어. 그 책을 읽고 환희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어. 그 책에는 동화 같은, 증명할 수 없는게 많다고. 그 책에 있는 모두를 장님처럼 믿을 필요는 없는 것 아닐까?
스스로 판단해봐, 우리가 왜 땅인지 뭔지를 사서, 그곳에 조그마한 집을 짓고, 생고생하며 나무를 심어야 하냐고? 내 돈이면 정원이 잘 가꾸어진 그리고 수영장, 잔디, 오솔길, 나무 정원이 딸린 전원주택을 살 수 있어. 그게 당신 소원이라면 말이야.
- 그래, 돈으로 살 수 있는 건 많아, 심지어는 가짜 사랑도 살 수 있지. 하지만 난 동산의 나무는 우리가 직접 심고 싶어.
왠지 모르지만 잉가는 엄청 흥분한 듯 말을 쏟아냈다.
- 반드시 손수 해야 해! 아들이 좀 자라면, 그 애에게 이렇게 이야기해주고 싶거든. 아들아, 여기 이 사과나무, 배나무, 체리나무는 네가 아직 갓난아기였을 때, 내가 손수 심고 물을 주었단다. 내가 너를 위해 한 거다. 너는 아주 어렸지. 나무들도 작았고. 지금 너는 이만큼 성장했고, 나무들도 성장해서, 이제 너를 위해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그리고 넌 너의 조그마한 生地, 조국 주변의 모든 공간을 기분 좋고 아름답게 가꾸려고 너를 위해 노력했단다.
잉가의 열변은 설득력이 있었고 빅토르 마음에도 들었다. 삶에서 아무도 자기를 그런 동산에 데려와, ''너의 부모님들께서 너를 위해 이 동산에 나무를 심고 키웠단다''라고 말해줄 사람이 없어서 유감스럽기까지 했다. '그래, 당연해, 잉가가 맞아, 그렇기는 한데 왜 나란 존재는 없는 것처럼 자기 이야기만 하냐고?' 이렇게 생각한 빅토르는 약간 화가난 듯 물었다.
- 그런데 왜, 잉가, 당신은 왜 자라나는 우리 아들한테 자기 이야기만 한다는 거야?
- 당신은 동산에 나무를 심고 싶지 않다며.
태연히 잉가가 답했다.
- ''심고 싶지 않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그게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면, 난 얼마나 하고 싶은데.
- 그래, 우리가 함께 모든 것을 한다면, 나도 우리 아들한테 말할 거야. 이 동산은 내가 너를 위해 아빠와 함께 심었단다.
- 암, 그래야지.
빅토르는 안심했다.
* * *
두 달 동안 노는 날이면 언제고 잉가와 빅토르는 市 근교를 돌아다니며, 미래 자신들의 家園(가원)을 지을 장소를 물색했다. 이 일처럼 재미있는 일은 없었고, 그 순간 빅토르에게 ''자기 마음에 흡족하니까, 未來(미래)의 아들도 좋아할,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장소를 探索(탐색)하는 것보다 人生에 더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都市에서 30킬로미터 떨어진, 버려진 한 마을의 변두리에 두 사람은 차를 세웠다.
- 바로 여기야.
차에서 먼저 내리며 잉가가 조용히 말했다.
- 나도 여기서 뭔가가 느껴지는데.
빅토르가 답했다.
후에 두 사람은 다시 한 번 이 장소에 와서, 하루 종일을 보내며, 사방을 살펴보고, 지역 住民(주민)과도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土壤(토양)이 썩 비옥하지는 않고, 얕은 땅 속에 물이 있다고 알게 되었다. 그렇지만 빅토르는 이것이 걱정이되지 않았다.
오히려, 이 땅, 이 당위에 자라는 작은 자작나무들, 그 위의 하늘, 구름 - 이 모두가 자기 本來의 것처럼, 점점 더 그리 느껴졌다. 자기와 미래 자기 아들의 것처럼. 자기와 잉가의 손자들 그리고 그 아래 後孫(후손)들의 것처럼.
'그리 비옥하지 않은 토지는 큰 불행이 아니야. 그걸 肥沃(비옥)하게 만들면 돼.'
2헥타르 땅을 사는 데 필요한 登記節次(등기절차)는 얼마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로부터 4개월 후 땅 위에는 마치 童話처럼 멋진, 원통형으로 다듬은 통나무로 지은 러시아 전통 家屋(가옥)이 들어섰다.
크지 않은 사각뿔 지붕 집에는 사우나, 생태화장실이 비치되었고, 부지에 판 우물에서 직접 공급되는 찬물과 뜨거운 물이 공급되었다. 2층은 안락한 침실이었고, 침실 창밖으로는 호수와 숲이 내다보였다.
작은 집 안의 室內(실내) 공간을 구상한 것은 잉가였다. 부지에 심을 나무도 그녀가 계획을 세웠다. 부지의 경계를 따라 두 사람은 같이 잣나무, 전나무, 소나무를 심었고, 작은 과일 나무도 심었다. 매일 저녁 빅토르는 자기의 작은 집, 자기의 미래의 家園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집에서는 자기 아이의 미래의 어머니가 살림살이로 분주했다.
빅토르가 전에 알고 있던 모든 여자들은 저 멀리 뒷전으로 물러난 건 물론, 빅토르에게 그들은 이제 존재조차 없었다. 아이 出産에 대한 잉가의 특이한 태도는 빅토르에게 새로운 感情을 일으켰다. 그 감정이란 다 이해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통의 사랑과 달랐지만, 빅토르는 굳게 확신했다.
이젠 결코 그녀와 헤어질 수 없고 오직 그녀만이...... 오직 그녀만 未來를 지을 수 있다. 두 사람은 함께, 집에서 출산하는 법을 배우러 모스크바로 다녔다. 그런데 잉가의 한 가지 이상한 면이 빅토르를 곤란하게 했다. 잉가는, 자기 아이가 肉慾(육욕)의 결과가 아닌, 다른, 사람의 욕구보다 혜량할 수 없이 더 크고 의미 있는 무엇으로 태어나야 한다며, 그와의 성관계를 한사코 拒絶(거절)했다.
이 녹색 표지의 책 著者가 좀 과했구만, 원 세상에, 육욕의 결과가 아니라면, 그게 도대체 가능하기는 한 거야?
그러던 어느 날, 그가 잉가 곁 침대에 누워, 섹스는 기대하지 않고 未來의 자기 아들만을 생각하며, 잉가의 젖가슴에 손을 갖다 댔는데, 잉가가 갑자기 빅토르에게 찰싹 붙으며 끌어안았다.
아침, 잉가는 아직 자고 있었으나, 빅토르는 호수로 갔다. 그 주변의 世上은 이미 완전 달라져 있었다. 특별하고 기뻤다.
밤에 있었던 일은, 빅토르가 전에 잉가와도 다른 어떤 여자와도 느껴보지 못한 것이었다. 그건 보통 섹스가 아니었다. 그것은 靈感이 가득한 분출이었다. 사람은 태어나고 죽는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것을 일평생 느껴보지 못하고, 사람들은 자기 일생에서, 아마도,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만다. 빅토르는 잉가 덕분에 이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따뜻하고 심지어는 뜨거울 지경인 새로운 感情이 자신의 유일한 여인- 잉가에 대한 새로 생겨났다.
* * *
잉가는 임신 기간 꼬박 9개월을 家園에서 보냈다. 간혹 市內에 나가는 일이 있기는 했다. 잉가는 유모차, 아기 침대를 어디에 놓을까 계획을 세웠고, 빅토르로 하여금 자기 아들이 밟고 걸어다닐 잔디밭을 만들게 했다. 그런데 出産은 예정된 날보다 일주일 먼저 시작되었다. 아마, 미래의 아들이 훌륭한 지상을 보려 서둘렀던 모양이다.
아이 出産에 대한 교육 과정을 밟은 빅토르는 출산시 아버지가 해야 할 일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가 취할 수 있던 유일한 조처는, 알고 있던 산파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구급차를 부르는게 전부였다. 잉가는 스스로 浴槽(욕조)에 물을 받고, 수건을 준비하고, 물의 온도를 잴 수밖에 없었다. 빅토르는 방안에서 왔다 갔다 할 뿐, 무슨 일을 중요히 해야 할지 생각해보려 했지만,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잉가는 남편의 도움을 기대하지 않고, 스스로 욕조에 들어갔다. 陣痛(진통)은 계속되었지만, 힘을 줄 때마다 잉가는 아름다운 목소리로 기쁘고 歡喜(환희)에 찬 음계를 냈다.
결국, 빅토르는 교육과정에서 귀가 딿도록 들었던 긍정적인 감정을 생각해냈다. 빅토르는 창턱을 바라보다, 그곳에서 잉가가 심어놓은 꽃이 滿開한 것을 보았다. 그는 이 꽃이 담긴 화분을 들고, 욕실로 들어가 황당한듯 계속 중얼거렸다.
- 잉가, 이것 봐, 당신 꽃이 피었어! 당신 꽃이 피었다고. 꽃을 피웠어. 이거 보라니까.
자기 아들의 작은 몸이 욕조에 나타났을 때에도, 그는 이 꽃을 들고 그대로 서 있었다.
산파가 도착한 때는, 잉가가 이미 자기 배에 아주 자그마한 몸을 얹고 있을 때였다. 손에 花盆(화분)을 들고 있던 빅토르를 보고, 산파는 급히 물었다.
- 무엇 하시는 거예요?
- 아들을 낳고 있어요.
빅토르의 답이었다.
- 아아.
이해하겠다는 듯 산파가 수긍했다.
- 그러면 창가에 그 화분을 내려놓고 오세요.
''모든 男子들에게 말해줘야 해......''
집 주변을 벌써 몇 번째를 돌면서 빅토르는 생각했다. 진짜 사랑, 영원한 사랑은, 사랑한 女人과 오래 오래 苦待하던 아이를 낳아야만 다가온다고.
블라지미르 메그레
事業家(사업가) 빅토르 차도프는 햇살이 퍼지기 전 눈을 떴다. 넓은 침대 위, 그의 곁에는 그의 젊은 정부가 단잠을 자고 있었다. 얇은 침대보는 有線形의 여성의 몸매를 잘 드러내고 있었다.
이 두 사람이 宴會(연회)나 혹은 고급 피서지의 호텔에 함께 나타나면, 이 여자의 몸매는 언제고 부러운 눈길 또는 색욕에 가득찬 視線(시선)을 끌었다.
게다가 잉가의 -잠자고 있는 美女의 이름이었는데- 미소는 고혹적이었고 주변 사람들에게 賢明하고 知的인 인상을 풍겼다. 빅토르는 그녀와 어울리는게 좋았고, 그래서 방 4개짜리 아파트를 하나 더 사서, 초현대식 家具로 치장을 하고, 잉가에게 열쇠를 건넸다. 가끔 바쁜 사업일정이 허락하면 그녀와 하루나 이틀 밤을 보내곤 했다.
그는 이 여인과의 멋진 밤 그리고 어울림에 대해 이 스물다섯의 여성에게 감사한 마음이었지만 結婚(결혼)할 생각은 없었다. 그는 잉가에 대해 특별한 사랑을 느끼지는 못했다. 게다가 자기는 38세, 잉가는 25세인 점도 이해했다. 당연히, 몇 년이 더 흐르면, 이 젊은 여자는 좀 더 젊은 남자를 갖고 싶을 것이다. 그녀의 외모와 머리라면 어렵지도 않을 거야, 더 젊고 더 돈이 많은 남자를 구하겠지. 그것도 내 덕에. 잉가와 결혼을 하면, 영향력있는 사업가들 사회로 그녀를 끌어낼 것은 바로 자기니까.
잉가가 빅토르 쪽으로 잠결에 微笑(미소)를 지으며 돌아누웠다. 미끄러져 내려간 이불은, 완벽한 형태의 매혹적인 젖가슴을 약간 드러내보였다. 그렇지만 보통 때와는 달리, 잉가의 반라를 보고도 흥분되지 않았다. 그는 잠자는 잉가한테 조심스레 이불을 덮어주었다. 조용히, 잉가가 잠에서 깨지않게, 그는 침대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갔다.
그는 커피를 끓였 마셨다. 담배를 피워 물고, 마치 無意識 상태가 되어, 널찍한 부엌-주방에서 서성이기 시작했다.
꿈! 지난 밤 꾼 이상한 꿈이 그의 感情, 이성이 아닌 감정을 뒤흔들어 놓았다. 빅토르는 꿈속에서, 어딘가 나무 그늘이 드리운 가로수 길을 걸으며, 추진 중인 사업이 과연 타당성이 있는가 깊게 생각 중이었다. 앞뒤에 있는 경호원들이 신경이 쓰여서 깊이 집중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公園 바깥쪽에서 쉴 새 없이 지나다니는 차량들의 소음도 생각에 방해가 됐다. 그러다 문득 경호원들이 사라지고, 차량의 소음도 잠잠해졌다. 그러고는 그에게 새들의 노래 소리가 들렸다. 봄을 머금은 가로수 나뭇잎과 꽃을 피운 관목들이 참으로 훌륭하게 느껴졌다. 그는 가던 길을 멈추고 자기 내부에서 생겨난 福된 기분에 흠뻑 젖어들었다. 기분이 좋았다. 지금껏 이런 기분은 없었다.
그때 보았다. 가로수 길 쪽에서 어린 少年이 그를 향해 뛰어오고 있다. 햇빛이 뒤에서 비추어, 아이를 감싼 오로라가 생겼고, 그래서 마치 기로수 길을 따라 어린 天使가 자기를 향해 뛰어오는 것 같았다.
다음 순간, 그는 번뜩 깨달았다. 자기를 향해 달려오는 남자 아이가 自己 아들임을. 아이는 조그마한 손과 발을 열심히 움직이며 달렸다. 기쁜 예감에 빅토르는 내려 앉아 팔을 넓게 벌렸다. 그의 어린 아들도 달리며 작은 손을 펼쳤다. 그런데 갑자기 어린애는 빅토르까지 3미터 거리를 남기고 멈춰 섰다. 어린애 얼굴에서 미소는 사라졌고, 어린애 눈의 심각한 시선이 빅토르의 심장을 빨리 뛰게 만들었다.
- 자, 어서 이리 와! 자, 어 아들아, 내가 안아줄게.
어린 아이는 슬픈 미소를 짓고 답했다.
- 아빠는 그렇게 할 수 없어요.
- 왜?
빅토르는 놀랐다.
- 왜냐하면.
슬픈 목소리로 어린 아이는 답했다.
- 왜냐하면, 아빠, 아빠가 나를 안을 수 없는 理由는, 낳지 않은 아들을 안을 수는 없으니까요. 아빠, 아빠는 나를 낳지 않았잖아요.
- 그럼 네가 다가와서 나를 안거라, 아들아, 이리 와.
- 나를 낳지 않은 아빠를 안을 수는 없어요.
어린 아이는 눈물을 참고 미소를 지으려 했지만, 홍조 띤 볼에서는 눈물이 천천히 흘러내렸다. 그러다 소년은 뒤로 돌아서더니, 머리 푹 숙이고, 천천히 가로수 길을 걸었다.
무릎으로 서 있던 빅토르는 자리에서 옴짝달싹 할 수가 없었다. 소년은 멀어져 갔다. 그와 함께 內部의 유쾌하고 복된 기분도 사라졌다. 멀리서 다시 차량의 우르릉 소리가 점점 커지는 듯했다. 빅토르는 움직일 수도 말할 힘도 없었지만 안간 힘을 다해 소리 질렀다.
- 가지 마라, 아들아, 어딜 가려고?
소년이 뒤로 돌아섰을 때, 그는 흘러내리는 두 번째 눈물을 보았다.
- 아빠, 난 아무 데도 아닌 곳으로 가요. 끝없는 無所(무소)로.
소년은 고개를 떨구고, 아무 말 없더니, 이렇게 말했다.
- 아빠, 나는 슬퍼요, 다시 태어나지 않고는, 나는 아빠를 다시 태어나게 할 수 없어요.
고개를 떨군 채, 어린 天使는 그로부터 멀어지더니 이내 사라졌다. 마치 햇빛에 용해된 듯이...... 꿈은 끝이 났지만, 훌륭하고 복된 느낌의 기억은 남아 있었다. 그것은 무슨 일이든 하라고 呼訴(호소)하는 듯했다.
빅토르는 세 번째 담배를 다 피우고는, 급작스레 그리고 단호하게 담뱃불을 끄고 침실로 가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
- 잉가, 일어나, 일어나라고.
- 나 안 자, 그냥 누워 있는 거야. 아이 좋다. 당신이 어디로 사라졌나 생각 중이었어.
침대에 누운 美人이 답했다.
- 잉가, 아이를 낳아줘. 내게 아들을 낳아 줄 수 있어!
잉가는 이불을 내던지고, 침대에서 뛰쳐나왔다. 빅토르에게 뛰어와 목을 감싸 안고는 아름답고 탱탱한 몸으로 찰싹 달라붙더니, 뜨거운 귓속말로 전했다.
- 사랑을 告白하는 가장 유괘하고 멋진 말은, 남자가 여자에게 아이를 낳아 달라는 거야. 고마워, 농담 아니지?
- 弄談(농담) 아니야.
그가 단호히 말했다. 가운을 입으며, 잉가가 답했다.
- 농담이 아니고 眞談이라면, 그건 충분히 숙고된 결정이 아니야. 첫 째, 난 내 아이에게 아버지가 있길 바라, 그런데 사랑하는 나의 님, 당신은 旣婚(기혼)이야.
- 이혼할 거야.
빅토르가 말했다. 사실 그는 이미 아내와 삼 개월 전 이혼을 한 상태였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잉가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 당신이 이혼하면, 그때 가서 아이 이야기 할 수 있지. 그리고 지금 당장 말해둘 게 있어, 빅토르. 이혼을 한다 해도 아직 아이 이야기할 때는 아니야. 첫째, 나는 大學院을 마치려면 아직 1년이 더 필요해. 둘째, 난 공부가 너무 싫증나. 그래서 졸업 후 일이 년은 좀 놀고, 旅行(여행)도 좀 하고, 재미도 봐야겠어. 그런데 아이는...... 아이는 이 모든 것을 단박에 영영 날려버릴 수 있어.
농담 반 진담 반 잉가는 條理(조리) 있게 이야기했다.
- 알았어, 내가 농담했어.
잉가의 생각을 빅토르가 끊었다.
- 나가봐야 해, 중요한 約束(약속)이 있거든, 차도 불러 놓았고, 안녕.
그는 집을 나왔지만, 약속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차를 불러놓지도 않았다. 빅토르는 천천히 보도를 걸으며 바삐 지나치는 여자들을 쳐다보았다. 여자를 바라보는 그의 視線은 새롭고, 자신이 보기에도 익숙지 않은 것이었다. 그는 자기 아들을 낳아 줄 만한 女子를 고르고 있었던 것이다. 자기 아이를 가졌으면 좋겠다 할 만한 여자를.
化粧(화장)을 진하게 한 처녀들, 전에는 그의 관심을 끌었지만, 지금은 바로 아웃이었다. 반라 상태의 미니 -비티니를 입었거나 자기 몸매를 과시하느라 짝 달라붙는 옷을 입은 여자들은 전부 退出(퇴출)되었다. ''왜, 저러는지, 그 머리엔 뭐가 들었는지 뻔할 뻔자지. 저러고도 고상한 표정을 지으려 들다니.'' 속으로 그는 생각했다.
''여러 部位(부위)로 남자들을 낚으려 하지. 무는 사람도 있긴 할 거야. 물론 그래, 하지만 아이를 낳을 생각은 절대 아니야. 그런 미끼는 수컷을 잡으려는 것이지, 生産者를 낚으려는 것은 아니거든. 멍청이들, 궁둥이를 흔들라지. 난 절대 저런 꼬리치는 여자한테서 내 아들이 태어나는 걸 절대 許容(허용)하지 않을 거야.''
그를 향해 다가오는 두 여자는 걸으며 담배를 피고 있었다. 그중 한 명은 맥주병을 따서 손에 들고 있었다.
''이 여자들은 절대 아이를 낳아서는 안 돼, 바보가 아니라면 저런 여자로부터 아이를 갖고 싶지 않겠지.''
빅토르가 하나더 알게 된 사실은, 그가 마주쳤던 여인과 소녀들 중 온전히 健康(건강)한 여자는 아주 소수라는 것이었다. 꾸부정한가 하면, 복통이이 있는 듯한 표정을 한 여자, 뚱보 또는 건강하지 못한 꼬챙이들이었다.
''아니야, 저런 여자들한테서 아이를 낳으면 안 돼.''
빅토르는 속으로 생각했다.
- 아니 이럴 수가, 분명 저 여자들은 하나같이 다 하얀 ''메르세데스''를 탄 王子가 자기한테 오기를 바라겠지. 그러면서 왕자를 위해서는 가장 基本的인 것도 못하다니. 스스로가 健康하지 못하니,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도 없어.
빅토르는 운전기사를 호출하지 않고 사무실까지 버스를 타고 갔다. 가는 길 내내 자기 아들을 낳아줄 만한 適格者(적격자)가 있을까 고르며 여자들을 살펴보았다. 허사였다.
오전 내내 그리고 점심식사 시간에도, 그는 집무실에 혼자 남아 자기 아들을 낳아줄 女子 생각만 했다.
때론 자기 스스로를 낳아줄 女人을 찾는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결국에는 이런 결론을 지었다. 아들을 낳을 이상적인 엄마는 없다. 그런 여자는 만들어야 한다. 그 目的을 가지고 그럭저럭 健康하고, 젊고, 보기 좋거나 최소한 혐오스럽지 않은 외모에, 마음이 고운 여자를 골라서는, 갖가지 運動(운동)을 할 수 있는 최고급 요양소에서 건간을 개선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주어야 한다. 더 중요한 건, 그 여자를 교육기관에 보내서 妊娠(임신), 임신 중 태아관리, 出産(출산) 그리고 취학 전 保育(보육)에 대한 지식을 얻도록 해야 한다.
* * *
하루 日課(일과)가 끝날 무렵, 그는 회사의 법률자문이며 삶의 경험이 많아 지혜로운 女人, 발렌찌나 뻬뜨로부나를 집무실로 불러들였다. 안락의자에 앉으라 권하고는 먼발치부터 시작했다.
- 발렌찌나 뻬뜨로브나, 몇 가지 좀 특별히 물어볼 게 있어요. 개인적인 것이지만, 제겐 꽤나 중요한 문제입니다. 나의 친척되는 한 女子가 알아봐 달라고 부탁을...... 아, 이 사람은 시집을 갈 생각이고 아이를 갖고 싶어 합니다. 알아봐 달라고 부탁한 것은, 妊娠(임신) 중 胎兒(태아) 관리법, 出産 및 그 후 아이 保育法(보육법)을 가르치는 좋은 교육기관이 우리나라 어디에 있나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버지가 해야 할 일은 어떤 것인지도요.
발렌찌나 뻬뜨로부나는 주의 깊게 이야기를 다 듣고는 얼마간 말이 없다가 입을 열었다.
- 빅토르 니꼴라에비치, 아시다시피, 제게 두 아이가 있어요. 나는 항상 出産과 保育에 대한 책들에 관심을 갖고 있었어요. 하지만 우리나라 또는 외국에도 그런 교육기관이 있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어요.
- 이상하네요. 모든걸 가르치면서, 가장 중요한 이 문제는 學校에서도 고등교육기관에서도 건드리조차 않네요. 왜 그럴까요?
- 네, 이상해요.
발렌찌나 뻬뜨로브나가 맞장구를 쳤다.
- 저는 이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이제 보니 그런 상황이 이상하단 생각이 드네요. 학교에서 性敎育(성교육)을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국회에서 토론 되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아이를 잘 낳고 기르는 공부에 대한 문제는 거론되지 않네요.
- 그렇다면, 夫婦(부부)는 누구나 자기 아이에 대해 實驗(실험)해야 한단 뜻인가요?
- 일이 그렇게 돌아가네요. 실험을 해야 하네요. 출산 시 부부의 행동이나, 新生兒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가르치는 과정은 수없이 많기는 해요. 하지만 그 과정에 대한 학문적 근거가 없으니, 어떤 과정이 도움이 되는지, 어떤 것이 해가 되는지 알기란 사실상 불가능하지요.
발렌찌나 뻬뜨로브나가 답했다.
- 발렌찌나 뻬뜨로브나, 당신은 어떤 과정이든 받아본 적이 있나요?
- 저는 막내딸을 집에서, 産婆(산파)의 도움을 받아 욕조에서 낳아야겠다 결심했지요.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해요. 친지들이 있는 집이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기에 더 편안하다고들 하지요. 新生兒는 자기를 사랑으로 대할 때와, 자기를 무관심으로 대할 때를 느낀다고 합니다. 산부인과 병원에서는 종종 무관심하죠. 그건 컨베이어 시스템이니까요.
발렌찌나 뻬뜨로브나와의 대화는 그에게 希望(희망)을 주기는커녕, 혼란만 가중시켰다. 2주 내내, 일에서 시간만 나면 그는 아이를 낳는 문제를 숙고했다. 2주 동안, 시내를 다니며, 고급 레스토랑, 바, 극장을 들르고, 여자들의 얼굴을 요리조리 살펴보았다. 심지어는 시골에도 다녀왔지만, 거기서도 자기에게 맞는 사람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 한 번은 자신의 지프차를 敎育大學 근처에 세우고, 지나가는 어린 여자들을 자동차 창 너머로 바라보았다. 세 시간이 지나, 회랑에 나타난, 단발이지만 숱이 많은 아마빛의 땋은 머리에, 균형있는 몸매 그리고 그녀가 보기에는 멍청하지 않은 듯한 얼굴의 처녀가 눈에 들어왔다. 여자가 지프차를 지나 버스 정류장 쪽으로 향할 때, 빅토르는 창문을 내리고 그녀를 불렀다.
- 아가씨, 미안합니다만, 난 여기서 친구를 기다리고 있는데 통 나오질 않네요. 시내 중심가를 어떻게 가면 좋은지 길 案內(안내)를 좀 해주실 수 있나요? 원하신다면 나중에 제가 집까지 모셔다드리지요.
아가씨는 지프차를 평가하듯 한 번 보더니 차분히 대답했다.
- 못 해줄 이유가 없죠. 안내할게요.
그녀가 앞좌석에 앉고, 두 사람이 서로 紹介(소개)를 마쳤을 때, 류샤는 담뱃갑을 가리키며 말했다.
- 좋은 담배인데요. 피워도 될까요?
- 그래요, 피우세요.
그렇게 대답한 빅토르는 걸려온 電話(전화) 소리가 아주 반가웠다. 내용은 하찮은 것이었지만, 전화를 끊고, 빅토르는 난처한 표정을 하고는, 담배를 탐욕스레 빨아 마신 류샤에게 전했다.
- 狀況(상황)이 좀 바뀌었네요. 일이 생겨 급하게 그리로 가봐야겠습니다. 미안합니다.
그는 담배를 핀 류샤를 내리게 했다. 담배 연기로 自己 아들을 괴롭히지 못하게 하겠다 마음먹으며...
2주간 빅토르는 자신의 정부- 愛人을 만나지 않았고 전화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아이를 낳지 않는다 하고, 재미만 보고 호화 휴양지만 다니고 싶어 하니, 그런 여자는 자기한테 필요 없다고 단정을 지었다.
아름답고 명석한 그녀와 시간을 보내는 게 꽤나 유쾌했지만, 지금 그의 삶의 계획은 심각하게 바뀌었다. ''그녀에게 아파트를 남겨줘야지. 어쨌든 이 여자는 내 人生의 얼마간을 아름답게 했으니까.'' 이렇게 마음을 먹고, 열쇠 뭉치를 건네려, 잉가가 공부하는 大學으로 향했다. 가면서 그녀에게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 안녕, 잉가.
- 안녕.
수화기 속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답했다.
- 지금 당신 어디야?
- 당신 대학에 가고 있어. 수업 곧 끝나?
- 학교 안 다닌 지 벌써 열흘째야. 그리고 아마, 가까운 장래에 학교에 다니는 일은 없을 거야.
- 무슨 일 있어?
- 어.
- 지금 어디 있는데?
- 집이야.
빅토르가 스스로 열쇠로 門을 따고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을 때, 집에서 입는 가운 차림의 잉가는 침대에 누워 무슨 冊(책)을 읽고 있었다. 잉가는 빅토르를 힐끗 바라보더니.
- 커피하고 샌드위치는 부엌에 있어.
일어나지도 않고 말하더니 다시 讀書에 잠겼다. 빅토르는 부엌으로 가서 커피를 두 모금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식탁에 열쇠를 놓고 침실문 쪽으로 다가가 여전히 책을 읽고 있는 잉가에게 전했다.
- 나 간다, 아마, 오래 못 볼 거야, 영영 못 볼지도. 아파트는 너한테 줄게. 안녕, 자유롭고 幸福(행복)해. 그러고는 출입구로 행했다. 잉가가 그를 바로 문 앞에서 막았다.
- 그렇게는 안 되지, 인간아.
그녀의 말투에 화난 기색은 없었다. 그러고는 빅토르의 소매를 홱 잡아당겼다.
- 그러니까, 떠나겠다고? 내 삶을 송두리째 망쳐놓고는, 지금은 안녕이라?
- 내가 어떻게 네 人生을 망쳐놓았다는 거야?
빅토르는 놀랐다.
- 난 너와 함께 좋았어. 나쁘지는 않았을 걸. 이젠 이 아파트도 네 것이 될 거고, 멋진 옷들도 가득해. 너 원하는 대로 즐기며 살아, 아니면 돈을 더 원하는 거야?
- 너 정말, 허접한 인간, 사람 마음에 그렇게 침을 뱉다니, 아파트가 어쩌고 저쩌고, 멋진 옷들, 즐기라고......
- 침착해. 소란 피우지 말고. 나는 중요한 일이 있어서. 잘 일어.
빅토르는 문고리를 잡았다. 잉가가 빅토르의 손을 잡고 다시 막고 나섰다.
- 그렇게는 안 되지, 잠깐만. 당신 내게 말해봐, 나한테 아이를 낳아 달라고 말했어, 안 했어?
- 말했지, 그렇지만 당신은 거절했잖아.
- 처음엔 거절했지. 이틀 생각하고 承諾(승낙)했어. 대학원도 포기하고 담배도 끊고 아침마다 運動(운동)을 하고 있어. 그러다가 삶에 대한, 아이에 대한 책이 생겼는데, 눈을 뗄 수가 없어. 어떻게 하면 아이를 잘 낳을까 공부 중인데, 그 사람은 ''안녕''이라니. 난 당신만을 우리 아이의 아버지라 생각해......
자신이 들은 말의 뜻을 이해한 빅토르는 잉가를 와락 얼싸안았다. 복받치는 속삭임으로 ''잉가, 잉가...''라고 되뇌었다. 그리고는 잉가를 손에 번쩍 들어 침실로 데려갔다. 귀중한 寶物인양 조심스레 침대에 내려놓고 서둘러 옷을 벗기 시작했다.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침대에 누운 잉가를 끌어안고, 가슴, 어깨에 입을 맞추고, 가운을 벗기려 했는데, 잉가는 갑자기 그에게 무언의 저항을 하며 그를 밀어냈다.
- 진정해. 오늘 나와 당신 사이에 섹스란 절대 없을 거야. 내일도, 그리고 한 달 후에도 없어.
잉가가 전했다.
- 없을 거라니? 아이를 낳는 데 찬성이라고 한 건 뭐고?
- 그리 말했지.
- 섹스도 않고 어떻게 아이를 낳을 수 있어?
- 섹스는 완전 달라야 해. 원칙적으로 달라야.
- 무슨 말이래?
- 그런 말. 나의 귀중한 사람, 未來(미래)의 사랑스러운 아빠, 당신 내게 말해봐, 왜 당신 아이가 태어나길 바라는데?
-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영문을 알 수 없는 빅토르가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
- 그거야 뻔하지. 다른 대안도 없어.
- 말은 잘하네. 하지만 정확히 따져보자고, 당신이 원하는게 뭔지, 어떤 대안을 선택할 건지. 당신의 아이가 당신 혹은 우리 두 사람의 육욕의 결과로서, 부작용으로 태어나길 바라? 아니면 우리 아이가 우리 사랑이 苦待(고대)하던 열매이길 바라?
- 아이가 부작용이라면 기분이 안 좋겠자.
- 그럼, 사랑의 열매네. 그런데 당신은 나와 사랑에 빠지지 않았어. 물론, 내 당신 마음에는 들 거야, 그렇지만 그건 아직 사랑이 아니야.
- 그래, 잉가, 당신은 내 마음에 무척 들어.
- 그거 봐, 당신도 내 마음에 무척 들어, 그렇지만 이건 아직 사랑이 아니야. 우리는 서로의 사랑을 받을 자격을 갖추어야 해.
- 잉가, 당신, 뭔가 이상한 것을 너무 읽은 모양이군? 사랑이란, 어디선가 모르게 저절로 찾아오는 그런 감정이야. 그리고 어디론가 알 수 없게 사라지기도 하고. 존경을 받을 자격은 갖출 수 있지만, 사랑은......
- 우리는 바로 그 사랑을 서로서로 받을 資格(자격)을 갖추어야 해, 우리 아들이 그 일을 도울 거야.
- 아들! 우리한테 아들이 생길 거라 느껴?
- 생길 거라니, 이미 있어.
- 있다니?
빅토르가 벌떡 일어섰다.
- 그러니까, 당신한테 벌써 아이가 있는 거야? 숨겼구나. 누구 아이야? 얼마나 됐는데?
- 당신 아이야. 아직은 얼마도 안 됐어.
- 그럼 아직 없는 거야?
- 있다니까.
- 이거봐, 잉가, 난 당신 말을 도저히 알아들을 수가 없네, 이상한 말을 하고 있잖아. 좀 알아들을 수 있게 말해봐.
- 해볼게. 빅토르, 당신은 아이를 갖고 싶어 했고 그 생각을 하기 시작했어. 나중에 나도 원했고, 아이 생각을 하기 시작했어. 지금 사람들은 알아. 사람의 생각은 物質이라고. 그러니, 우리가 우리 아이를 생각으로 그린다면, 그 애는 이미 있는 거야.
- 그 애가 지금 어디에 있는데?
- 나도 몰라. 뭔가 다른, 우리가 모르는 次元(차원)에 있을지도 몰라. 우주의 어떤 은하계에서 맨발로 별들을 밟고 뛰어 다니며, 자기가 물질을 입고 태어나게 될, 푸른 地球를 살펴보고 있을 수도 있지. 혹은 자기가 어디서 그리고 어떤 조건에서 태어날지 바로 지금 장소를 選擇(선택)하고 있을지도 몰라, 우리에게 전하고 싶을 수도 있어. 그 애의 애원을 당신은 못 들어? 못 느껴?
빅토르는 잉가를 난생 처음 본 듯, 두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았다. 잉가가 이렇게 思考를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녀가 농담인지, 진담으로 하는 말인지 그는 알 수 없었다. 그렇지만 ''자기가 태어날 장소를 바로 지금 선택하고 있을 수도 있어'' 라는 말은 그가 생각에 잠기도록 했다.
사람은 다양한 곳에서 태어난다. 비행기 안에서, 배에서 혹은 자동차 안에서 태어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은 조산원에서 태어난다. 집 욕조에서 태어나기도 한다. 되는대로 태어난다. 그런데 아이들은 어디에서 태어나고 싶을까? 러시아에서? 아니면 英國이나 美國의 좋은 조산원에서? 여러 대안 중 어느 하나도 그의 마음에 쏙 내키지가 않았다.
잉가가 빅토르의 생각을 끊었다.
- 내겐, 우리 아들을 영접하는, 우리가 함께 준비해야 할 구체적 계획이 있어.
- 어떤 계획인데?
- 소중한 내 사람, 내 말을 잘 들어봐.
잉가의 말투는 단호했다. 전에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안락의자에 앉는가 하면, 방안을 서성이기도 했다.
- 우선 우리는 스스로의 몸 상태를 온전히 만들어야 해. 지금 이 순간부터 우리는 담배를 안 피우고, 술을 마시지 않을 거야. 藥物과 禁食으로 몸을 청소해야 해, 우선은 腎臟과 肝을. 하는 법은 이미 다 알아놓았어. 지금 이 순간부터 앞으로 쭉 샘물만 마셔야 해. 아주 중요한 거야.
이미 벌써 매일 내게 샘물을 5리터씩 가져와. 가게에서보다 두배는 더 비싸기는 하지만 괜찮아, 참을 만해. 筋肉이 단단해지고 血管을 따라 피가 힘차게 흐르게 하려면, 우리는 매일 매일 運動을 해야 해. 신선한 空氣와 긍정적 氣分이 더 필요한데, 그걸 행하기란 그리 쉽지 않아.
빅토르는 잉가의 단호함과 계획이 마음에 들었다. 잉가가 하는 말을 다 듣지 않고 선언했다.
- 최고의 운동기구를 사고, 최고의 마사지 전문인을 초빙하면 돼. 매일매일 내 운전기사 중 한 명을 샘물을 떠오라 보낼 거야. 운전기사는 공기를 구하러 숲으러 갈 거야. 콤프레셔로 공기를 압축해서 통에 담을 거야, 그리고 그걸 조금씩 방에 틀어놓으면 돼. 그런데 단 한 가지, 긍정적 감정은 어디서 구하는 건지, 사야 할지 모르겠다. 신혼여행을 가듯, 좋은 여행지에 가면 되나? 그래, 신혼여행!
빅토르는 기분이 점점 더 좋아졌다. 그것은, 아이의 誕生을 대하는 잉가의 단호하고도 신중하며 깊이 있는 생각의 자세 때문이기도 했지만, 잉가가 자기의 아이를 낳고 싶어 한다는 것 때문이기도 했다. 또한, 그가 꿈에서 본 미래의 아들을, 돈 욕심 많고 경솔한 어떤 여인이 아닌, 이 일을 그렇게 愼重(신중)하고 책임감 있게 대하는 잉가가 낳는다는 점도 좋았다.
빅토르는 이제 잉가에게 무엇이든 아주 기분 좋은 일을 해주고 싶어 죽을 지경이었다. 자기의 미래의 아들의 엄마가 될 잉가에게! 빅토르는 일어나서, 양복을 급히 입고, 잉가에게 다가가, 기품있게 큰 소리로 말했다.
- 잉가, 나와 결혼해줘!
- 당연하지, 해야지.
가운을 여미며 잉가가 맞장구 쳤다.
- 우리 아들은 정식 父母를 가져야 해. 그런데 호화 휴양지를 신혼여행으로 갈 수는 없어. 그건 아이의 출산을 준비하는 나의 계획과 맞지 않아.
- 그럼 뭐가 맞는데? 그럼 어디서 긍정적 감정을 구할 수 있는데?
- 우리는 근교의 시골 마을을 차 타고 돌아다니며, 우리 마음에 드는 장소를 찾아내야 해. 그 장소는 당신 마음에도 그리고 내 마음에도 들어야해. 그러니까, 우리 아들이 그곳을 보게 되면 그 아이한테도. 우리는 이곳에 헥타르의 땅을 살 거고, 당신은 자그마한 집을 지어줘. 그 집 안에서 우리 아들이 수태되어야 해. 나는 9개월 전 기간을 이곳에 있을 거야, 잠시 자리를 뜰 수는 있겠지만. 우리는 우리의 땅에 어린 나무를 심을 거야.
젊고 눈에 확 띄는 여자, 고급 클럽과 인기 휴양지 가기를 그리도 좋아했던 잉가가 그리도 급격하게 자신의 삶의 양식을 바꿀 수 있음을, 빅토르는 믿기 어려웠다.
한편으로는, 잉가의 構想(구상)이 마음에 들었다. 그녀가 자기 아이를 생각한 것이니까.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 구상에 뭔가 이상한 요소는 없나? 그가 아는 사람 중 하나가, 좀 특이하게 아이 출산 준비를 이야기 하는 책이 있다고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 사람은, 각 가족이 소유하는 헥타르 땅의 의미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주었고, ''家門의 책''이라는 녹색 표지의 책도 그에게 선물했다. 빅토르는 그 책을 아직 읽을 시간이 없었지만, 이 책들은 사회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고 듣기는 했다. 책을 읽은 사람들은 자신의 삶의 양식을 바꾸기도 한다고 들었다.
문득, 빅토르의 시선은 침대 곁 맹꽁이 장롱에 놓여 있는 녹색 표지의 책 더미에 멈추었다. 그는 다가가서, ''러시아의 소리내는 잣나무''란 책 시리즈의 제목을 읽었다. 여럿의 책 중에 ''가문의 책''도 있었다. 빅토르는 이제 알게 되었다. 아이 출산 준비 과정과 , 출산 그 자체에 대한 아이디어 모두를 잉가는 이 책에서 얻었고, 그것을 철저히 따르려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가 알 수 없는 것은, 그것이 좋은지 아니면 나쁜 것인지였다.
잉가의 특별하고 무조건적인 확신이 좀 걱정이 됐다. 마치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현재의 삶에 대한 그녀의 시각, 세계관을 바꾸어놓은 듯했다. 그런데 이 책이 잉가를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켰나 아니면 조금 이상하게 만들어 놓았나? 빅토르는 계속해서 자신에게 이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그녀에게 반론을 제시했다.
- 이 책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것, 난 알아, 잉가. 나도 이 책 이야기를 들었어. 그 책을 읽고 환희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어. 그 책에는 동화 같은, 증명할 수 없는게 많다고. 그 책에 있는 모두를 장님처럼 믿을 필요는 없는 것 아닐까?
스스로 판단해봐, 우리가 왜 땅인지 뭔지를 사서, 그곳에 조그마한 집을 짓고, 생고생하며 나무를 심어야 하냐고? 내 돈이면 정원이 잘 가꾸어진 그리고 수영장, 잔디, 오솔길, 나무 정원이 딸린 전원주택을 살 수 있어. 그게 당신 소원이라면 말이야.
- 그래, 돈으로 살 수 있는 건 많아, 심지어는 가짜 사랑도 살 수 있지. 하지만 난 동산의 나무는 우리가 직접 심고 싶어.
왠지 모르지만 잉가는 엄청 흥분한 듯 말을 쏟아냈다.
- 반드시 손수 해야 해! 아들이 좀 자라면, 그 애에게 이렇게 이야기해주고 싶거든. 아들아, 여기 이 사과나무, 배나무, 체리나무는 네가 아직 갓난아기였을 때, 내가 손수 심고 물을 주었단다. 내가 너를 위해 한 거다. 너는 아주 어렸지. 나무들도 작았고. 지금 너는 이만큼 성장했고, 나무들도 성장해서, 이제 너를 위해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그리고 넌 너의 조그마한 生地, 조국 주변의 모든 공간을 기분 좋고 아름답게 가꾸려고 너를 위해 노력했단다.
잉가의 열변은 설득력이 있었고 빅토르 마음에도 들었다. 삶에서 아무도 자기를 그런 동산에 데려와, ''너의 부모님들께서 너를 위해 이 동산에 나무를 심고 키웠단다''라고 말해줄 사람이 없어서 유감스럽기까지 했다. '그래, 당연해, 잉가가 맞아, 그렇기는 한데 왜 나란 존재는 없는 것처럼 자기 이야기만 하냐고?' 이렇게 생각한 빅토르는 약간 화가난 듯 물었다.
- 그런데 왜, 잉가, 당신은 왜 자라나는 우리 아들한테 자기 이야기만 한다는 거야?
- 당신은 동산에 나무를 심고 싶지 않다며.
태연히 잉가가 답했다.
- ''심고 싶지 않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그게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면, 난 얼마나 하고 싶은데.
- 그래, 우리가 함께 모든 것을 한다면, 나도 우리 아들한테 말할 거야. 이 동산은 내가 너를 위해 아빠와 함께 심었단다.
- 암, 그래야지.
빅토르는 안심했다.
* * *
두 달 동안 노는 날이면 언제고 잉가와 빅토르는 市 근교를 돌아다니며, 미래 자신들의 家園(가원)을 지을 장소를 물색했다. 이 일처럼 재미있는 일은 없었고, 그 순간 빅토르에게 ''자기 마음에 흡족하니까, 未來(미래)의 아들도 좋아할,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장소를 探索(탐색)하는 것보다 人生에 더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都市에서 30킬로미터 떨어진, 버려진 한 마을의 변두리에 두 사람은 차를 세웠다.
- 바로 여기야.
차에서 먼저 내리며 잉가가 조용히 말했다.
- 나도 여기서 뭔가가 느껴지는데.
빅토르가 답했다.
후에 두 사람은 다시 한 번 이 장소에 와서, 하루 종일을 보내며, 사방을 살펴보고, 지역 住民(주민)과도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土壤(토양)이 썩 비옥하지는 않고, 얕은 땅 속에 물이 있다고 알게 되었다. 그렇지만 빅토르는 이것이 걱정이되지 않았다.
오히려, 이 땅, 이 당위에 자라는 작은 자작나무들, 그 위의 하늘, 구름 - 이 모두가 자기 本來의 것처럼, 점점 더 그리 느껴졌다. 자기와 미래 자기 아들의 것처럼. 자기와 잉가의 손자들 그리고 그 아래 後孫(후손)들의 것처럼.
'그리 비옥하지 않은 토지는 큰 불행이 아니야. 그걸 肥沃(비옥)하게 만들면 돼.'
2헥타르 땅을 사는 데 필요한 登記節次(등기절차)는 얼마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로부터 4개월 후 땅 위에는 마치 童話처럼 멋진, 원통형으로 다듬은 통나무로 지은 러시아 전통 家屋(가옥)이 들어섰다.
크지 않은 사각뿔 지붕 집에는 사우나, 생태화장실이 비치되었고, 부지에 판 우물에서 직접 공급되는 찬물과 뜨거운 물이 공급되었다. 2층은 안락한 침실이었고, 침실 창밖으로는 호수와 숲이 내다보였다.
작은 집 안의 室內(실내) 공간을 구상한 것은 잉가였다. 부지에 심을 나무도 그녀가 계획을 세웠다. 부지의 경계를 따라 두 사람은 같이 잣나무, 전나무, 소나무를 심었고, 작은 과일 나무도 심었다. 매일 저녁 빅토르는 자기의 작은 집, 자기의 미래의 家園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집에서는 자기 아이의 미래의 어머니가 살림살이로 분주했다.
빅토르가 전에 알고 있던 모든 여자들은 저 멀리 뒷전으로 물러난 건 물론, 빅토르에게 그들은 이제 존재조차 없었다. 아이 出産에 대한 잉가의 특이한 태도는 빅토르에게 새로운 感情을 일으켰다. 그 감정이란 다 이해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통의 사랑과 달랐지만, 빅토르는 굳게 확신했다.
이젠 결코 그녀와 헤어질 수 없고 오직 그녀만이...... 오직 그녀만 未來를 지을 수 있다. 두 사람은 함께, 집에서 출산하는 법을 배우러 모스크바로 다녔다. 그런데 잉가의 한 가지 이상한 면이 빅토르를 곤란하게 했다. 잉가는, 자기 아이가 肉慾(육욕)의 결과가 아닌, 다른, 사람의 욕구보다 혜량할 수 없이 더 크고 의미 있는 무엇으로 태어나야 한다며, 그와의 성관계를 한사코 拒絶(거절)했다.
이 녹색 표지의 책 著者가 좀 과했구만, 원 세상에, 육욕의 결과가 아니라면, 그게 도대체 가능하기는 한 거야?
그러던 어느 날, 그가 잉가 곁 침대에 누워, 섹스는 기대하지 않고 未來의 자기 아들만을 생각하며, 잉가의 젖가슴에 손을 갖다 댔는데, 잉가가 갑자기 빅토르에게 찰싹 붙으며 끌어안았다.
아침, 잉가는 아직 자고 있었으나, 빅토르는 호수로 갔다. 그 주변의 世上은 이미 완전 달라져 있었다. 특별하고 기뻤다.
밤에 있었던 일은, 빅토르가 전에 잉가와도 다른 어떤 여자와도 느껴보지 못한 것이었다. 그건 보통 섹스가 아니었다. 그것은 靈感이 가득한 분출이었다. 사람은 태어나고 죽는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것을 일평생 느껴보지 못하고, 사람들은 자기 일생에서, 아마도,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만다. 빅토르는 잉가 덕분에 이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따뜻하고 심지어는 뜨거울 지경인 새로운 感情이 자신의 유일한 여인- 잉가에 대한 새로 생겨났다.
* * *
잉가는 임신 기간 꼬박 9개월을 家園에서 보냈다. 간혹 市內에 나가는 일이 있기는 했다. 잉가는 유모차, 아기 침대를 어디에 놓을까 계획을 세웠고, 빅토르로 하여금 자기 아들이 밟고 걸어다닐 잔디밭을 만들게 했다. 그런데 出産은 예정된 날보다 일주일 먼저 시작되었다. 아마, 미래의 아들이 훌륭한 지상을 보려 서둘렀던 모양이다.
아이 出産에 대한 교육 과정을 밟은 빅토르는 출산시 아버지가 해야 할 일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가 취할 수 있던 유일한 조처는, 알고 있던 산파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구급차를 부르는게 전부였다. 잉가는 스스로 浴槽(욕조)에 물을 받고, 수건을 준비하고, 물의 온도를 잴 수밖에 없었다. 빅토르는 방안에서 왔다 갔다 할 뿐, 무슨 일을 중요히 해야 할지 생각해보려 했지만,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잉가는 남편의 도움을 기대하지 않고, 스스로 욕조에 들어갔다. 陣痛(진통)은 계속되었지만, 힘을 줄 때마다 잉가는 아름다운 목소리로 기쁘고 歡喜(환희)에 찬 음계를 냈다.
결국, 빅토르는 교육과정에서 귀가 딿도록 들었던 긍정적인 감정을 생각해냈다. 빅토르는 창턱을 바라보다, 그곳에서 잉가가 심어놓은 꽃이 滿開한 것을 보았다. 그는 이 꽃이 담긴 화분을 들고, 욕실로 들어가 황당한듯 계속 중얼거렸다.
- 잉가, 이것 봐, 당신 꽃이 피었어! 당신 꽃이 피었다고. 꽃을 피웠어. 이거 보라니까.
자기 아들의 작은 몸이 욕조에 나타났을 때에도, 그는 이 꽃을 들고 그대로 서 있었다.
산파가 도착한 때는, 잉가가 이미 자기 배에 아주 자그마한 몸을 얹고 있을 때였다. 손에 花盆(화분)을 들고 있던 빅토르를 보고, 산파는 급히 물었다.
- 무엇 하시는 거예요?
- 아들을 낳고 있어요.
빅토르의 답이었다.
- 아아.
이해하겠다는 듯 산파가 수긍했다.
- 그러면 창가에 그 화분을 내려놓고 오세요.
''모든 男子들에게 말해줘야 해......''
집 주변을 벌써 몇 번째를 돌면서 빅토르는 생각했다. 진짜 사랑, 영원한 사랑은, 사랑한 女人과 오래 오래 苦待하던 아이를 낳아야만 다가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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