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님 뵈러 가는 날의 설레임

 

김의식

정회원 23기, 정통침뜸교육원 교수

 

스승님을 만나는 일은 옛삿날과 다르다

 

선생님을 뵈러가는 날은 언제나 가슴이 설렌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얼마전 33기 연수 때 水安堡(수안보)에서 뵈었는데도 몇 년 만에 찾아뵙는 듯 마음이 설렌다. 珠玉같은 말씀을 하나도 빠짐없이 담기 위해 마음속에 준비한 큰 주머니는 선생님을 뵙기도 전에 벌써 입을 벌리고 있다. 스승님을 뵈러 가는 날이 옛삿날과 다른 것은 선생님에 대한 존경과 의지가 충만하기 때문이리라.

뜸집은 크고 의연하다. 담 밑에서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작은 화초들과 재잘거리는 새들이 우리를 반기지만 왠지 허전하고 휑한 느낌이 드는 건 선생님이 계시는 뜸집이 너무나 커서일까, 아니면 세속에 굴하지 않는 선생님의 의기가 고고하셔서 홀로 우뚝 서 계시는 탓일까?

 

오늘은 스승의 날이다

 

선생님을 뵙는 오늘은 스승의 날이다. 오전에 많은 제자가 왔다 갔겠지 생각하고 뜸집에 가 있는데 선생님 방에서 손님 몇 분이 나온다. 선생님은 김지하 시인과 가족이라고 소개를 하신다. 시인에게 기념비 서문에 새길 문구를 부탁했다고 말씀하신다.

구당 선생님처럼 억압에 굴하지 않고 정도를 외친 사람이다. 시인의 시 '두타산'이 외워졌다.

 

쓸데없는 소리 말라

산이 산을 그리워하던가

된장이 된장을 그리워하던가

양파가 양파를 그리워하던가

쓸데없는 소리 말라

사람만이 사람을 그리워한다.

 

 

잘 만저 침 놓으면 아프지 않아

 

선생님의 피부는 지금도 뽀얗다. 하시는 말씀의 내용도 대부분 전과 같다.

선생님을 자주 뵙는 분들은 선생님께서는 항상 같은 말씀을 하신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열 번 백 번 들어도 싫지 않은 말씀이다. 듣는 사람 모두가 네 네 하고 대답은 해도 선생님의 눈빛은 "멍청한 제자들아 너희가 무얼 안다고 네네 하느냐"고 나무라시는 것 같다.

오늘도 전깃줄 이야기가 주된 가르침이었다.

"經絡은 전깃줄이요, 經穴은 접촉점이다. 스위치를 잘 만지고 鍼을 놓으면 아프지 않다. 우리 몸 어디에 鍼을 놓아도 電氣는 통한다. 비행기, 고속버스, 전철, 국도, 지방도 어느 길로도 서울에 갈 수 있듯이 시간의 차이일 뿐 通하는 것은 같다."

이 말씀을 들을 때마다 나는 경혈의 선택, 초인종의 선택, 접촉점의 선택은 과연 무엇일까를 깊이 생각한다. 그리고 잘 만져 침을 놓으면 아프지 않다는 말씀은 또 무슨 의미일까? 어떻게 만져야 잘 만지는 것일까? 선생님의 당당함과 활기 넘치는 미래설계는 어디에 근거하며 기죽지 말고 자신감을 가지라는 기백은 어디가 원천일까? 답들이 언뜻 떠오르지 않기에 선생님의 말씀은 들어도 들어도 신비로울 뿐 싫지가 않다.

 

효과 있을 뿐 탈이 없다

 

사람들이 생각지 못했던 鍼을 쉽게 배우고 익혀 내 몸, 가족, 이웃, 약자에게 한 줄기 빛을 줄 수 있게 하신 선생님이 한없이 고맙고 존경스럽다. '보사 균형요법에 어려움이 없다', '침 사고는 굵은 쇠를 가늘게 다듬는 기술이 부족했던 시대에나 있었다.' '옛날 毫鍼(호침) 하나 구하면 꿈에 나타난 신령님의 계시로 얻었다 할 정도로 큰 횡재로 여겼다.' '침을 아무리 찔러봐라. 병신 된 사람 있는가. 있었으면 지금 침술은 사라졌을 것이다. 효과가 있고 탈이 없으므로 지금까지 삼천년 동안 이어져 온 것이다.' 등등의 말씀은 子子孫孫 영원히 침뜸을 남기려는 염원의 말씀으로 들린다.

 

고양이 목에 누가 방울을 어떻게 달 것인가

 

침뜸은 의술의 故鄕과 같이 추억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오래전에, 침을 맞아본 경험이나 뜸으로 치료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침뜸이 자유로웠던 옛날을 추억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권력이 우리의 추억까지 뺏앗으면서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 개혁집단일까? 보수집단일까? 그 사람들의 행태는 의술로도 우리 사회를 분류해 놓았다. 인간의 존엄성 때문이 아니라 이익집단의 영리와 정치 논리에 의해서다.

선생님께서는 침뜸 의학과 현대 의학을 접목해 하나의 의술로 統合해야 하며 이를 위해 "醫는 하나다"라고 외치면서 당당히 맞서라고 하신다. 그런데 나는 어떻게 행동할 것이며 5천 명의 입과 두뇌는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가에 대한 명쾌한 답이 있었으면 좋겠다.

 

선생님의 말씀대로 가는 대전지부 비약적 발전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몰라서 못 할 수도 있는가 하면 섣부른 나의 언행이 자칫 목표에 역행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기 때문이다. 불가능하다는 짐작으로 행동을 포기하고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모두가 참여하고 보조를 맞출 수 있는 행동지침이나 가이드라인 같은게 빨리 마련됐으면 좋겠다.

참고로 우리 뜸사랑 대전지부는 지부장의 적극적이고 진취적 리드와 운영진의 헌신적 참여, 그리고 회원들의 협조와 동참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고 있다. 특히 교육반이 3개로 늘어났다. 또한, 대전 대덕구청으로부터 봉사단체 가입을 요청받아 회원 100여 명이 행정기관의 봉사 요원으로 임명되었다. 7월부터는 100곳의 공공장소에서 tv 자막을 통해 뜸사랑을 홍보하고 교육을 알릴 수 있게 되었다. 이런 모습은 우리의 권익이 늘어가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으로 생각한다.

 

의료법 59조와 61조의 조항을 메꿔라

 

지난번 설 인사 때 선생님께서는 침뜸에 대한 교육제도가 도입돼야 함을 강조하셨다. 5천 제자들이 앞장서서 침뜸 검정고시 시행을 강력히 요구하라고 하셨다. 朴正熙 시대에도 井邑(정읍)의 라용균 보사부장관이 침구사 자격 정부 고시를 치르려 하자 보사부에서 시험을 준비한 적이 있음을 소개하시고, 백지 상태로 있는 59조항은 침뜸 자격검정에 대한 것이 들어가야 할 조항이라고 하셨다.

옳으신 말씀이다. 다른 침술 단체들이 있지만 우리 만큼 체계적이고 후진 양성을 한 기관은 없다. 5천 명이나 되는 제자가 있고 실제 거쳐 간 사람은 더 많은 우리 뜸사랑이 잘못된 제도와 도전받는 현실을 타파할 십자군이 돼야 할 것이다.

"우리는 경과 조치법을 적용하여 시험을 시행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우리 침뜸이 세계로 나가고 있는데 왜 본고장인 우리나라에서는 제한을 받고 있는가? 자유로운 침뜸은 나라의 일이자 국민의 주권이고, 경제적 가치 또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엄청난 보물이다. 이제는 정치인을 만나 설득하고 우리의 정당성을 주장하라"고 하신 선생님의 말씀은 큰 틀의 행동지침이다. 법의 판결로 교육이 떳떳해졌지만 103세 선생님께는 아직 이루지 못한 꿈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침뜸을 이어 갈 사람들

 

선생님은 지금 5천 제자의 이름이 새겨진 기념비 건립을 진행하고 계신다. 침뜸 보급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는 제자들을 고마워하시고 제자들의 이름을 만세에 전하자는 목적에서다. 2013년 돌에 명패를 새기는 방법을 추진했는데, 선생님의 기대와 명패의 작품성이 일치하지 않아 일단 보류하고 대신 비석에 이름을 새기는 방향으로 정하신 것이다. 현재 비석 건립 위원회를 구성하고 1차로 건립기금을 낸 800여 회원의 이름을 비석에 새기는 작업에 착수하셨다.

먼 훗날, 우리의 후손들이 찾아와 예술성과 보존성있는 비석 앞에서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이름도 있네 하며 보람과 긍지를 느끼며 그 이름이 만대에 전해지는 것을 상상해 본다. 지금부터 가슴이 뿌듯해진다. 침뜸의 발전과 침뜸에 몸담은 우리와 그리고 후학들을 위해 쉬지 않고 연구시고 행동하시는 老스승님의 모습이 측은하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하면서 선생님의 숭고한 정신을 더 충실하게 따라야겠다는 각오를 했다. 5천 회원 모두가 참여할 것을 기대해 본다.

 

구당 스승의 관심으로 대전지부 변화 바람

 

선생님께서는 특이한 자랑거리들이 있다. 첫째는 5천명이 넘는 제자들이 있다. 둘째는 부처상을 제외하고는 세계에서 가장 큰 돌로 된 전신상이 있다. 하나의 바위를 깍아 만든 높이 8m의 표지석 돌탑도 있다. 거대한 조형물들은 침뜸의 영원성을 나타낸 것으로 생각된다.

새 정부는 침뜸이 편히 살아가도록 고향을 찾아주고 우리 뜸사랑이 온 국민을 위해 날개를 펴게 하여 長城 뜸집이 빛나고, 선생님이 환한 미소로 여생을 보내시도록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특히 대전지부는 지부장 김기건의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활동과 운영진의 헌신적 참여, 정회원들의 동참으로 지난 5월 大田 대덕구청으로부터 봉사단체 회원 가입 신청을 받아 100여 명이 국가 기관이 인정하는 봉사 참여 시간을 인정,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침뜸 허용 요청을 光化門 일번가에 정회원 선생님들 모두 참여토록 하고, 교육 홍보를 100곳의 지정된 공공장소에 있는 'TV속으로'와 자막 광고 계약을 체결했다.

7월부터 '구당 침뜸 교육생 모집' 광고를 대전, 세종시, 충북 청주시 터미널, 병원, 찜질방, 식당, 골프장 등에서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구당 선생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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