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임선생, '침구경험방(序文)'

 

 

 

經에서는 “邪氣가 들어온다는 것은 반드시 氣가 虛하다는 의미” 라고 했다. 무슨 연유인가?

일반적으로 사람들의 疾病(질병)은 飮食(음식)을 조절하지 못하고, 酒色(주색) 정도가 지나쳐 風, 寒, 署, 濕이 虛하고 衰(쇠)한 것을 틈타 경락에 들어와서 榮衛(영위)가 行해지지 못하는 것 때문에 생긴다.

病을 다스리는 방법은 오로지 해당 부분을 분명하게 파악하여 침과 뜸으로 虛한 것을 補하고 實한 것은 瀉하여 각각 血氣를 조절 하는 것이다.

 

 

그 부분을 살펴보아

푸른색이 많으면 痛症(통증)이고,

검은 것이 많으면 風痹(풍비)가 된다.

흰색이 많으면 寒이고,

황적색이면 熱이다.

風濕寒熱은 모두 五色으로 나타난다.

寒이 많으면 筋肉(근육)이 조여들고 뼈가 아프다.

熱이 많으면 筋肉이 늘어지고 뼈가 마른다.

惡寒(오한)이 나면서 몸이 차가우면 冷(냉)이고,

惡寒이 나는데도 몸이 뜨거우면 熱(열)이다.

 

 

또한, 머리에는 冷痛이 없고, 배에는 熱痛이 없다. 일반적으로 통증이 잘 돌아다니고 자주 변하면 風이다. 통증이 한곳에 있으면서 피부가 붉고 열이 나는 것은 化膿(화농)의 조짐이다. 혹 피부가 부어오르지만 가렵거나 아프지는 않은 것은 痰(담)이다.

痰이 心竅(심규)에 들어가면 정신이 昏迷(혼미)하고 말하는 것이 조리가 없다. 脾와 胃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먹고 마실 수가 없으며, 風에 맞으면 또한 言語가 막힌다. 담궐에도 또 머리가 아프고 구토를 한다.

 

 

대개 모든 통증과 가려움증, 창양은 心臟에 속하고,

모든 바람과  어지럼증은 肝에 속한다.

濕腫(습중)은 붓는 것으로 몸 脾에 속하고,

모든 기침과 천식은 肺에 속한다.

이것이 眞實로 醫家의 根本法이요,

病을 살피는 捷徑(첩경)이며 또한 내가 平素(평소)에 사용해 온 중요한 祕訣(비결)이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손과 발에는 각각 삼양과 삼음이 있고 맥은 합하여 12경이다.

손의 삼음은 臟으로부터 손으로 가고

손의 삼양은 손으로부터 머리에 이른다.

발의 삼양은 머리로부터 아래로 내려가 발에 이른다.

발의 삼음은 발에서부터 위로 올라가 배로 들어간다.

(陰-陽-陽-陰)

맥락은 기혈을 순환시켜 온몸에 흐르는 것을 쉬지 않는다. 그러므로 경맥이란 陰陽을 通하게 하여서 몸을 營養(영양)하는 것이다.

 

 

中焦(중초)에서 시작하여

수태음과 양명으로 흐르고 양명에서 족양명 태음으로 흐르고,(肺大 胃脾)

태음에서 수소음 태양으로 흐르고 태양에서 족태양 소음으로,(心小 膀腎)

소음에서 심주 소양으로 흐르고 소양에서 족소양과 궐음으로,(心三 膽肝)

궐음에서는 다시 수태음으로 돌아온다.

맥락은 기혈을 순환시켜 온몸에 흐르는 것을 쉬지 않는다.

그러므로 경맥이란 음양을 통하게 하여서 몸을 영양하는 것이다.

 

 

그 氣는 항상 새벽을 기준으로 하여 낮을 25도, 밤을 25도로 하여 漏水(누수) 百刻(백각)과 짝을 이룬다. 밤낮으로 운행하는 것은 하늘의 運行과 規律(규율)을 같이하는데, 끝나면 처음으로 돌아가  또다시 시작된다. 근육, 뼈, 피부, 주리 사이를 運行하는 것이 비유하자면 물이 계곡사이를 흐르는 것과 같다.

만약 장애물에 걸려서 막히게 되면 물은 흐를 수 없고 열어서 터 주어야만 흐를 수 있다. 그 병의 증세를 살펴서 수시로 變化에 應(응)하여 막힌것을 터서 通하게 하는 것은 우임금이 하천을 터서 물을 이끌어냈던 뜻을 본받아야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병을 물리 칠 수 있다.

 

 

經에 이르기를 '醫란 意[생각]' 라는 뜻이다. 혹 생각이 잘못되고 막혀서 變化(변화)를 모른다면 함께 병을 論할 수가 없다. 병을 논하는 것도 할 수 없는데 하물며 치료 할 수 있기를 바라겠는가?

반드시 마음을 깨달아 그것이 손으로 나타나고, 뜻에 따라 融通(융통)하고 변화시켜 각각 그 경락을 따라서 양의 병은 陰側(음측)에서 치료하고 음의 병은 陽側(양측)에서 치료하고 왼쪽 병은 오른쪽에서 치료하고 오른쪽 병은 왼쪽에서 치료하니, 침을 놓고 뜸을 하면 반드시 효과가 있을 것이다.

 

 

經에 이르기를 사람들에게 법은 전해 줄 수 있으나 솜씨는 전해 줄 수가 없다. 가령 음양을 논한다면 등은 陽이 되고 배는 陰이 된다. 왼 쪽은 陽이 되고 오른쪽은 陰이 된다. 바깥쪽은 陽이 되고 안쪽은 陰이 된다. 여자는 이와 反對(반대)이다. 그래서 등은 음이 되고 배는 양이 된다. 왼쪽이 음이 되고 오른쪽이 양이 되며 바깥쪽이 음이 되고 안쪽이 양이 된다.

 

 

병을 치료 할 때는 반드시 그 부분 經絡의 井滎水經合과

장부의 募穴,(폐대- 중부천추, 위비- 중완장문, 심소- 거궐관원, 방신- 중극경문, 심삼- 전중석문, 담간- 일월석문)

原穴,(폐대- 태연합곡, 위비- 충양태백, 심소- 신문완골, 방신- 경골태계, 심삼- 대릉양지, 담간- 구허태충)

會穴을 살펴야하고(장/부- 장문 중완, 기/혈- 전중 격유, 근/맥- 양릉천 태연, 골/수- 대저 현종)

움직이는 脈을 진단하여 쓰다듬어 기운을 일게 한 후에,

先陽後陰, 補瀉迎隨의 법을 시행하면

그 효험은 메아리가 소리에 반응하듯 틀림이 없을 것이다.

 

 

이른바 補(보)라고 하는 것은 5푼의 혈을 찔러야 하는 경우, 침은 2푼을 찔러서 잠시 멈춘 후 다시 2푼을 찌르고, 또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1푼을 찔러서 환자가 숨을 들이 쉴 때 침을 빼고 손바로 손으로 침구멍을 눌러 진기를 보존하는 것을 補라고 한다.

瀉(사)라고 하는 것은 5푼의  혈을 찔러야 하는 경우, 침을 5푼을 찌르고 잠시 쉬었다가 침을 2푼 빼고, 또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침을 2푼 빼고, 환자로 하여금 숨을 내 쉴 때 침을 빼는 것을 사瀉라고 한다.

 

 

뜸 또한 보사법이 있다. 쑥불이 살에 이르러 스스로 꺼지기를 기다리는 것을 補라고하고 쑥불이 스스로 꺼지는 것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제거해 버리는 것을 瀉라고 한다. 옛날부터 손을 사용하는 법이 상세하고 완벽하지 않은 것이 없으나 후인들이 그 뜻을 깨닫지 못하고 혈의 분촌만을 헤아리기에 힘써서 동맥이 손에 응하는 것을 알지 못한다.

병에 대한 重要한 穴을 취하지 못하고 여러 경맥을 어지럽게 함부로 찔러서 병의 근원은 없애지 못하고 쓸데없이 진기만 빼놓는다. 이것이 바로 옛 사람이 말한 바, “들판에 넓게 그물을 쳐놓고 토끼 한 마리를 잡기 바라지만 잡을 수 있겠는가?” 라고 하는 것이다.

 

 

명민하지 못한 내가 어려서부터 父母의 병 때문에 의원의 집에서 일 하면서 오랫동안 노력하여 어렴풋이나마 醫術에 눈이 뜨였는데 지금 늙어서까지도 올바른 法이 전해지지 못할까 근심하고 있다. 이에, 평소 듣고 본 것을 가지고 대략 편집하고 차례를 지어, 먼저 病을 살피는 要旨(요지)를 저술하고 아울러 질병의 轉換(전환) 構造(구조)를 論하고 보사법을 밝히고 취혈의 잘못된 점을 바로 잡았다.

또 잡론 약간을 저술하고 효과를 시험해 본 중요한 經穴과 병에 합당한 藥을 기록하여 합해서 한권으로 만들었다. 감히 스스로를 옛사람의 저술에 견주려는 것이 아니라 단지 一生동안 苦心한 것을 차마 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읽는 사람들이 뜻을 더하여 구습 활명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있기를 바랄 뿐이다.

 

 

 

허임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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