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 뜸사랑이야기

 

이 정 자

 

 

책을 내며

 

십 년 전에 나는 많이 아팠습니다. 마음도 아프고 몸도 아팠습니다. 발바닥이 너무 아파 걸을 수조차 없었지요. 어느 날 釜山에 있는 중학교 친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친구는 구당 할아버지한테 가보라고 했습니다. ''구당? 그런 이름 잘 모르는데...'' 내가 말끝을 흐렸습니다. 친구가 물었습니다. ''너는 이 世上의 모든 것을 네가 다 안다고 생각하니?''

 

親舊의 남편이 심근경색으로 구당 할아버지한테 치료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친구 남편은 수십년 동안 건선 때문에 고생하면서 皮膚科(피부과) 藥을 오래 먹었는데 그래서 心臟이 나빠진 거랍니다.

부산에서 비행기를 타고 구당 할아버지 침술원에 두 번을 왔고 세 번째 다시 오려고 했더니 비싼 돈 들여 비행기 타고 올 필요 없다고, 표시해 준 자리에 집에서 뜸을 뜨면 된다고 했답니다. 집에서 뜸 뜬지 서너달, 그 고치기 힘들었던 건선이 꾸덕꾸덕해지며 낫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피부도 심장도 모두 괜찮아져답니다. 친구는 뜸의 效能(효능)에 놀랐다고 했습니다.

 

뜸사랑 奉仕室을 다닌지 8년이 되었습니다. 봉사실에 올 때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성현 말씀에 생각이 있게 되면 말을 하게 되고 말로 다하지 못한 것이 한숨과 탄식이 되었다가 다시 詩가 된다고 했습니다. 내 글은 시가 되지는 못했습니다. 그저 나만의 작은 생각이 글이 되었을 뿐입니다.

 

텔레비젼 프로그램에서 세계의 名畵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이탈리아의 한 마을에 폭격명령이 내려졌습니다. 그때 영국진영에 있던 한 將校(장교)는 어느 작가의 여행서 한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토스카냐의 한 지역에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復活(부활)'이라는 그림이 있다'라는 글귀였습니다.

 

그는 폭격을 멈추게 지시했고 그 아름다운 그림은 살아남았습니다. 이런 졸필을 책으로 내야 하나 많은 걱정을 했습니다. 무수한 공격을 받고 있는 뜸사랑과 우리의 전통 뜸.

 

명화를 살린 한 권의 여행서처럼 이 글들이 어느 누군가에게 읽혀져서 우리 전통 뜸이 다시 復活할 수 있는데 작은 보탬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존경하는 구당 선생님과 봉사실장님 뜸사랑에서 수고하시는 모든 선생님들과 사랑하는 나의 가족들과 늘 격려해준 사내중학교 동창들, 고덕평생학습관 문예창작반 아침문학회 교수님과 문우님들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2015년 7월

 

이 정 자

 

 

위로

 

뜸사랑 봉사실에서 내 침상에 오신 할머니는 고왔습니다. 곱게 한 화장도 보기 좋았고 얼굴 표정도 溫和(온화)했습니다. 할머니의 연세가 80세가 훨씬 넘었다기에 깜짝 놀랐습니다. 내가 놀라니까 할머니가 갑자기 미안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이만큼 나이가 들었는데, 살만큼 살았는데 더 오래 살겠다고 자꾸와서 미안해요.''

이번에는 내가 더 깜짝 놀랐습니다.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실 수가 있을까요.

''사는 날까지 健康하게 살려고 뜸을 하는 거지요. 오래 살려고 하는 것만은 아니지요. 그러니 열심히 오세요.''

내 말에 안도감을 느끼셨는지 할머니가 고운 微笑(미소)를 지었습니다.

 

할머니는 뜸사랑이 있어서 큰 慰勞(위로)가 된다고 하셨지요. 전국의 모든 老人亭에서 뜸사랑이 봉사를 하는 것이 구당 선생님의 꿈이기도 하답니다. 그렇게 되면 많은 분들께 위로를 드릴 수 있을 텐데요. 우리나라의 현실이 아쉽습니다.

''구당 선생님은 97세 인데 世界를 누비잖아요. 할머니도 아직 靑春이에요.''

뜸을 떠드리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드렸습니다.

 

90세에 詩 공부를 시작하고 99세에 첫 시집 '약해지지마'를 발간해서 베스트셀러가 된 일본 시인이 있지요. 그 시를 읽고 나도 큰 위안와 위로를 받았습니다.

 

나 말이지, 사람들이

親切(친절)을 베풀면

마음에 저금을 해 둬

 

쓸쓸할 때면

그걸 꺼내

氣運을 차리지

 

너도 지금부터

모아두렴

연금보다

좋단다

- 시 <저금> 전문, 시바타 도요

 

이 詩를 읽고 뜸사랑 봉사실에 오는 아픈 분들에게 더욱 친절하게 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작은 친절이 그분들이 힘들 때 꺼내어 보는 저금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까요.

 

 

아흔 여덟에도

사랑은 하는 거야

꿈도 많아

구름도 타보고 싶은 걸

- 시 <비밀> 중에서, 시바타 도요

 

텔레비젼 드라마에서 한 의사가 눈이 멀어져가는 할머니에게 말했습니다. 이제 나이도 들었으니 실패확률이 높은 수술보다는 실명에 대비를 하는 것이 더 좋겠다고요. 옆에서 그 말을 듣고 있던 딸이 99세가 되어도 꿈도 꾸고 구름도 타고 싶은게 사람인데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고 하면서 울먹이더군요.

나도 할머니에게 곱게 가꾸는 모습 아름다우니 꿈도 꾸면서 건강하게 지내시라고 했습니다.

 

나도 괴로운 일

많았지만

살아 있어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 마

- 시 <약해지지 마> 중에서, 시바타 도요

 

사람을 幸福(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해피 바이러스처럼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는 위로 바이러스도 있을 거라는 글을 어디에선가 읽은 적이 있습니다. 할머니의 말씀을 듣고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좋은 글, 좋은 음식처럼 뜸사랑 또한 해피 바이러스, 위로의 바이러스인 것을 알았습니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여러 가지의 事緣(사연)이 있고 저마다 다른 빛깔로 아프지요, 때로는 삶이 너무 힘들어서 살아 있어 좋다는 생각을 잊기도 하고요. 그러나 뜸사랑 봉사실에서 몸이 아픈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건강하게 살아있기만 해도 큰 祝福(축복)이라고 하더군요.

'살아 있어서 좋았어'

정말 멋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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