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계간 구당 2015 겨울)'
조현준(뜸사랑 정회원 10기, 정통침뜸교육원 교수)
[많은 환자를 접하면서 환자의 병증이 經絡상의 병증인지 臟腑상의 병증인지, 오래된 병인지 急性病인지 우선 살펴보고 생각하는 變證 습관을 기르자. 그러면 자연스럽게 치료 방법(名方)이 나온다. 基礎에서 모든 것이 發展하여 새로운 것이 나온다고 나는 믿는다.]
과수원 農夫들에게 행한 침뜸 봉사
근래에는 野外奉仕(야외봉사)가 뜸하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 요법사들이 시간을 내기 힘들 정도로 야외봉사를 많이 다녔다. 봉사 要請(요청)이 많이 들어오고 그에 따라 활동도 늘어나 뜸사랑의 位相(위상) 역시 자연스레 높아가던 시절, 그 시절의 이야기 하나을 해볼까 한다.
어느날 ㅇㅇ농협에서 침뜸 봉사를 간절히 요청해 왔고, 광주지부는 이를 쾌히 승낙하여 봉사자를 모집했다. 마침내 봉사일이 다가왔다. 항상 그렇듯이 봉사자 選拔隊(선발대)는 봉사 전날 침상과 필요한 비품을 미리 준비 후 배달하였고, 당일에는 조금 일찍 도착하여 봉사를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해 수월하게 봉사를 시작할 수 있게하였다.
그리고 나머지 봉사자들은 선발대의 이러한 수고에 항상 고마움을 가지고 더욱 봉사에 정진하려 노력했다. ㅇㅇ농협이 있는 곳은 논농사보다 果樹(과수) 중에서도 배를 主業으로 하는 곳인데 지역적으로 이곳 환자들은 주로 어떤 症狀(중상)을 가지고 있을지가 궁금했다.
기다리던 봉사가 마침내 시작되었다. 첫 환자의 主 症狀(증상)은 어깨통증과 허리의 神經通(신경통)이었다. 두 번째, 세번째 환자 역시 어깨, 허리, 무릎의 통증을 호소하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봉사실을 한 바퀴돌아보니 환자들은 거의 共通(공통)된 부위의 통증을 호소하고 있었다.
역시 나무를 키우고 열매를 가꾸는 노동을 하는지라 어깨, 허리, 무릎에 많은 환자들이 신경통 증상을 가지고 있었고, 기타 내상 병증은 거의 없었다. 결국 經絡상의 병증이 대부분이었고, 장부 질환은 거의 없고 매우 양호한 상태였다. 이날 환자군들은 대부분 體表의 병이고 내부의 병은 아니어서 환자 치료 효과는 무지개빛일 거라 기대하였다.
經絡상의 병은 아픈 부위를 치료하는 것이 치료 효과가 있다. 主로 우리가 많이 쓰는 경혈은 輸穴(수혈)이다. 신경통이 있으면 어느 經絡인지 살펴 그 경락의 輸穴을 쓰고 痛症 부위를 찾아 刺鍼하고, 환자가 '추울 때' 더 심해진다고 하면 양관과 관원을 더하고, 비가 올때 더 심해진다고 하면 음릉천, 삼음교를 다하고, 밤에 더 아프고 통처가 항상 정해져 있다면 격유나 혈해 등을 더하고,
그리고 우리의 보물인 무극보양뜸으로 全身을 조정해 주고 봉사자들의 기본 실력으로 성의를 다한다면 환자들의 치료 효과가 크게 나타날 것으로 믿었다. 믿음이 통했을까? 치료를 받고 나가는 환자들의 표정이 밝고 몸놀림이 한껏 가벼워진 듯했다. 연신 고맙다고 하며, 봉사는 언제 또 올 것인지를 묻는 등 그새 뜸사랑에 대해 많은 애정이 생긴 듯했다.
醫者에겐 患者(환자)가 스승이다
정신없이 오전 봉사가 이어졌고, 시계는 1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봉사자들의 배에서 꼬르륵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침 일찍 각지에서 온 봉사자들이라 조식도 거른 이가 있었고, 드는 둥 마는 둥 한 사람도 있었기에 배고픔은 당연한 것이었다.
마침내 오전 봉사가 끝나고 인접한 식당에서 맛있는 점심을 들 수 있었다. 오전에 행복한 땀을 흘렸기 때문인지 봉사자들은 반찬을 연거푸 추가로 주문해 먹기 시작했고, 그중에서도 꽃게무침의 인기가 단연 최고였다.
그렇게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식사를 마치고 나니 따뜻한 방바닥과 밀려오는 포만감을 벗삼아 너도나도 이야기 보따리를 풀기 시작했다. 그렇게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한 봉사자가 ''아아!'' 소리를 질렀다.
모두가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한 사람의 얼굴, 목 부위에 무언가 異物質(이물질)이 달라붙은 것처럼 보였다. 자세히 보니 두드러기였다.
봉사자가 순식간에 환자가 되었고, 이윽고 놀란 식당주인이 달려와 병원으로 빨리 가자고 했다. 나 역시도 병원에 가서 解毒劑(해독제)를 투여받으면 쉽게 해결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중에 누군가가 주인에게 ''그럴 필요 없습니다. 저희가 해결하겠습니다.
여기에 있는 모두 의사들 뿐이에요.''라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말을 한 사람이 두드러기 치료에 비법을 가지고 있어 자신있게 그랬다고 생각했다.
마침내 두드러기 환자를 데리고 봉사실로 돌아왔고, 모두들 조금 전 말을 했던 그 사람이 어떻게 치료를 하는지 보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그 사람은 치료는 하지 않고 환자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러다 봉사자는 느닷없이 나를 보며 ''교수님 뭐하세요? 빨리 치료를 시작하셔야죠?'' 라고 했고, 순간 나는 치료가 돼도 本錢(본전)이고 안 되면 여러 사람 앞에서 수모를 겪을 것이 뻔한데 왜 본인이 치료하지 나더러 하라고 하는지 원망스러운 마음이 들어 그를 잠시 쳐다보았다.
나는 곰곰 질병의 本質을 깊이 생각해보았다. 모든 질병은 질병 相互(상호) 간에 공통 有形(유형), 공통 規律(규율)이 있기에 동일한 진단 단계에 속할 땐 동일한 치료 방법이 효과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우선 두드러기는 急性질환이고 인체에서 스스로 毒素(독소)를 바깥(皮膚)으로 뿜어내는 과정이며, 담당 解毒의 장부는 肝이다. 물론 肝이란 장기는 沈默(침묵)의 臟이라고도 한다. 겉으로 증상이 나타난 경우 이미 간병은 오래전부터 시작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12경맥에서 유일하게 사용이 드문 隙穴(극혈)이 족궐음간경의 극혈이다. 그러나 나는 두드러기 치료의 주혈을 간경의 극혈로 정하고 이미 알려진 해독혈들을 보조혈로 정해 치료에 들어갔다.
여구에서 중도(내과첨상7촌, 극혈, 13촌)로 자침하고 외관, 축빈, 혈해(解毒穴)에 자침하고 이내정(解毒穴), 중완에 뜸을 했다. 두드러기 환자는 치료 후 5분 안 되어 온몸이 가려웠던 것을 잊은 채 잠에 빠져들었고, 30분 후 깨어났는데 거짓말처럼 두드러기가 사라졌고 마침내 말짱해져 오후 봉사에 참여할 수 있었다.
그날은 신경통 환자들과 두드러기 환자를 만났는데 運이 좋았는지 모두 치료 效果(효과)가 좋았다. 그 시절 봉사를 다니면서 만난 환자들은 모두가 우리의 스승이었다. 많은 스승을 만나면 배움은 커지고 術은 발전한다. 야외봉사는 항상 새로운 患者들을 만나기에 봉사실 환자와 조금은 差異(차이)가 있다.
그렇게 자주 다니던 야외봉사가 이젠 시들해졌다. 그것이 지금 우리의 현주소다. 많은 환자를 접하면서 환자의 병증이 經絡상의 병증인지 臟腑상의 병증인지, 오래된 병인지 急性병인지 우선 살펴보고 생각하는 變證습관을 기르자. 그러면 자연스럽게 치료 방법(名方)이 나온다.
基礎(기초)에서 모든 것이 發展(발전)하여 새로운 것이 나온다고 나는 믿는다. 교육 시절 배웠던 敎科書 내용들을 다시 읽어보면 처음 읽을 땐 보이지 않던 것이 두 번 읽을 땐 보이게 된다.
구당 선생님께서는 ''비가 오는 동안 샛강(여러 가지 침구 치료법)은 비가 그치면 사라지고, 본강(정통침구법)만 남는다.''고 하셨다. 헛된 공부에 시간 낭비하지 말자. 基本을 充實(충실)히 하고 하루에 한시간이라도 工夫하자. 奉仕室에 자주 나가자. 水腐因不流(수부인불류).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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