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뜸사랑 정회원27기)

 

청계산 등산길에 깨달은 침뜸 入門

40년 가까운 公職생활을 마감하고 뭘 할까 고민하던 어느 날 친구들과 청계산 등산길에 우연히 듣게 된 灸堂(김남수) 선생님의 침뜸 얘기는 내 남은 인생의 나침판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강 후 첫 시간, '침뜸의학개론' 수업 중 침뜸의 매력에 빠져들면서 문득 '천지지간 만물지중에 유인이 最貴하니...'라는 구절이 떠올랐다. 이것은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 모든 것 중에서 오직 사람이 가장 귀한데...'라는 뜻이며, 漢字 공부에를 시작할 때 千字文을 배운다음 초급교재로 배우는 백세무 선생의 '동몽선습'에 나오는 문장이다.

이 책은 書堂에 처음 입학한 학동을 위해 지은 책으로, 어려서 한문 배우기가 싫어 나는 천자문밖에 배우지 못했지만 훈장을 하신 할아버지 어깨너머로 귀동냥을 하여 몇 구절을 기억하고 있는데 이것이 그 중 하나다. 생략된 뒤의 문장은 원래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까닭은 五倫이 있기 때문이다'이나 침뜸을 배운 후 내 생각을 가미하여 '침뜸을 배워 귀한 사람을 치료해주는 것도 보람된 일이다'라는 문장으로 바꿔 생각하게 되었다.

 

풋내기 때 사고를 치다

본과정을 졸업하자면 임상실습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에 마침 누님이 1년 전 병원 진단 결과 양발 뒤꿈치에 足低근막염(족저통)이 의심되지만 수술이 불가능하니 그대로 살아야 한다는 診斷을 받았다며 답답해하시던 생각이 났다.

일단 내가 치료해보기로 하고 완치까지 임상보고서를 쓰는 데 도움을 받기로 약속하였다. 경락경혈학 시간에 배운 대로 우선 왼쪽 발뒤꿈치부터 치료하기로 하고 환부에 코튼볼 크기의 뜸봉을 사용하여 치료하였지만 뜸봉 과다사용으로 지름 7cm 정도의 넓이에 2~3도 화상을 입히고 말았다.

(제27기 정회원자료집, p195 참조)

 

이때 남경우 교수님과 동산봉사실의 박만옥, 박찬신 선배님의 도움과 격려가 없었다면 아마 침뜸을 포기했을 지도 모른다. 무극보양뜸과 화상 환부에 침 100여개를 자침하니 누님이 질려버렸다. 병원에서 가서 치료하겠다고 화를 내어 당황하기도 했다. 일단 누님의 뜻대로 침을 대폭 줄여 치료하기로 하고 화상치료에 집중하여 3개월 정도 되었을 때 거의 아물었고 臨床보고서도 완성되었다.

왼쪽 발꿈치가 수난을 겪는 와중에 오른쪽 발꿈치도 치료하였는데 이번에는 족저근막염 특정혈로 널리 알려진 수천, 복삼과 아시혈을 집중적으로 치료하였고 교신도 가끔치료하여 지금은 양쪽 발이 완전히 나았다.

 

東南亞 해외여행

무극보양뜸의 매력에 반해 모임이 있을 때마다 자랑을 했으니 주변 지인들은 내가 침뜸을 배운다는 사실으르 다안다. 몇 해 전 모임에서 베트남 하롱베이와 캄보디아 앙코르와트를 경유하는 여행을 가게 되었는데 대부분이 여성이고 남자는 달랑 4명. 여행을 가면 원래 예민한 여성들이 이런저런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에도 예외없어 가지고 간 침뜸으로 응급조치를 한 일이 있다.

 

많이 걸어 종아리가 아프다. 熱이 많이 난다. 물을 갈아 먹어 배가 아프다. 변비 기운이 있다 등등 대부분 筋肉이나 神經性 질환으로 평소 배운 지식에다 旅行중 이러저러한 일이 발생했을 때 따기 등 치료법을 사전에 들여다보고 갔기 때문에 應急처치에는 문제가 없었다.

어른이 되어서도 海外여행만 나가면 아프지나 말아야지 하는 걱정이 많은데 어설프지만 나 같은 사람이라도 있으니 든든하다는 일행도 있었다.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하더라도 침뜸을 정규과정으로 배웠다는 자체가 사람들을 安心시키는 조건이 되는 것 같다.

 

정통의술 침뜸, 불법인가? 합법인가?

하루는 무극보양뜸에 대한 나의 설명을 들은 친구가 取材차 내가 봉사하는 종로 '동산奉仕室'을 방문하였다. 친구는 봉사 장면을 보고 정통의술인 침뜸이 왜 불법인가에 의문을 두고 이었다. 지금도 이 제목으로 네이버에 檢索하면 나온다.

기사를 좀더 소개하면 ''침과 뜸은 조상 대대로 삶 속에서 만들어지고 이어온 우리 민족의 정통醫術이다.1962년부터 침구사 제도가 끊어져 현재까지 인정되고 있지 않은 침뜸이 아픈 서민들을 치료해 주고 있다. 우리의 뛰어난 의술이 잊혀져가는 사이 中國과 日本은 침뜸을 살려서 국민건강에 크게 기여하고 있으며 서양에까지 영향력을 넓히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北韓도 '高麗醫學'이라고 부르는 독자적인 의학체계로 발전시키고 있다고 한다. 현대의학의 발상지라고 하는 西洋에서도 침뜸 연구에 적극적이며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침뜸의학으로 고칠 수 있는 300여 疾病의 종류를 공식 발표했다. 환자들의 건강회복을 위해 무료로 봉사하고 있는 正會員들이 과연 불법의료행위를 하는지 묻고 싶다.'며 기염을 토한다.

언제까지 한국정통침구학회의 침뜸이 불법이라며 법원의 판결에 의존하며 세월을 보내야 되는지, 하루 빨리 침구사 제도가 마련되어 떳떳하게 봉사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말로 기사의 끝을 맺었다.(50+서울2014. 2월호)

 

수요일마다 奉仕 실행!

기독교인들이 일요일에 聖堂이나 敎會에 나가듯 나는 수요일마다 어김없이 奉仕室로 향한다. 봉사실의 2인1조 베드에서 하루 종일 6~7명의 환자를 치료한다.

구당 선생님은 '나는 침뜸으로 승부한다'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느 침과 뜸으로 병과 승부하며 병 고치는 재미로 살아온 침구사이다. 나의 마지막 승부는 침과 뜸이 최고의 의학임을 누구나 알게 되고 최고의 의술인 침과 뜸의 혜택을 모두가 누리게 되는 날 끝이 날 것이다.'

구당 선생님은 이미 백 세를 넘기셨고, 2008년 KBS추석특집 '구당 김남수 선생의 침뜸 이야기' 같은 진정 국민들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은 어느덧 자취를 감추었다.

 

일침이구삼약을 어떻게 이해 하면 좋을 것인가?

'一鍼二灸三藥에 대해 아는 바를 쓰시오'라는 주관식 문제가 주어진다면, 침뜸의학개론 예상 문제집에 나오는 이론을 인용하여 몇 가지 정답을 예측해 볼 수 있다.

A. '병을 치료하는 데는 鍼이 으뜸이고 두번째는 뜸(灸), 세 번째는 藥이다.' 또는 '효과를 보려면, 침은 한 번에 낫는 것이고, 뜸은 그 다음, 약은 적어도 세 첩이상은 써야 한다.'는 말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重要한 것은 어느 것의 우선을 따지기 전에 세 가지 치료수단이 있음을 알려주는 말이다. 침과 뜸 그리고 약물, 이 셋은 傳統醫學의 대표적인 치료수단이다. 이것은 예상문제집에도 나오는 모범답안이라고 할 수 있다.

B. 침뜸을 먼저 쓰고 약물을 써야 한다. 침뜸을 놓고 약물을 알아야 진짜 훌륭한 醫師다. 이것은 '침뜸과 약물이 서로 돕는 作用을 한다'는 말이다. 손사막의 '천금방'에 나오는 말이다.

C. 병이 혈맥에 있으면 침이 아니면 미칠 수가 없고, 병이 주리에 있으면 뜸이 아니면 도달할 수가 없으며, 병이 장위에 있으면 약물이 아니면 건질 수 없다. 醫師에게는 침과 뜸과 약물 어느 하나도 빠뜨릴 수 없다. 많은 의사들이 병을 치료함에 단지 약물만 사용하고 침과 뜸을 버리고 있는데 그래서야 어떻게 환자의 원기를 보전할 수 있겠는가? 양계주 '침구대성' 중의 '제가득실책'에 나오는 말이다.

 

B,C형은 한마디로 침과 뜸과 약물은 각각의 적응증이 있으며, 의사는 마땅히 질병과 필요에 따라 모든 치료수단을 적절하게 활용할 줄 알아야 함을 강조한 말이라고 할 수 있다.

 

D형. 일침이구삼약이란 단순히 병을 고치는 순서나 양의 개념이 아니라 하늘, 땅, 그리고 우리들'이 하나가 되는 완전한 공동체 곧 하늘을 받들고 땅을 껴안으며 인간을 사랑하는 온전한 치료행위이다.

 

마무리 글

환자 치료시 긴급할 때는 鍼이 우선이고 침이 듣지 않거나 침으로 해결이 어려우면 뜸으로 해결을 보고 뜸으로 해결이 어려운 깊고 깊은 병은 藥으로 다스려야 한다는, 선조들이 전해주려고 한 깊은 뜻을 상기하면서 현대의학의 成果라고 할 수 있는 각종 자료와 의학지식도 충분히 活用하면서 침과 뜸을 제대로 알고 치료에 臨한다면 치료하지 못할 병은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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