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因緣으로 시작한 구당 침뜸, 어머니를 걷게 하다(계간 구당 2015 겨울)'

 

ㅇㅇㅇ(뜸사랑 정회원 31기)

 

[어머님의 치료는 2015년 3월 중순부터 시작했는데, 氣力이 쇠잔한 노인이라 무극보양뜸으로 몸의 전체적인 均衡(균형)을 바로 잡아 氣血의 循環(순환)을 돕는데 중점을 두었다. 무극보양뜸 외의 혈자리는 최소화하여 허리 및 무릎 염증 치료를 요추 1번, 2번, 3번, 4번, 5번 극돌기하와 슬안을 치료혈로 잡았으며, 허약한 腎精을 보하기 위하여 신유도 추가하였다. ]

 

 

''因緣이 있으면 배우게 되겠지요''

 

나는 구당 선생님의 침뜸을 배우기 전까지는 그 흔한 침과 뜸 치료 한 번 받아 본 적이 없었다. 당연히 침뜸의 의술효과에 대해서도 다소 懷疑(회의)적이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구당 선생님이 직접 출연하신 秋夕(추석) 특집 TV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神技(신기)에 가까운 醫術에 탄복했다. 당장 서점으로 달려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던 구당 선생님의 저작을 살펴보았다. 생소하고 어려운 한자용어에 복잡한 경락계통표, 오랜 망설임 끝에 내 분에는 넘친다 싶어 책을 놓고 나왔다. 그 뒤로는 안온하면서도 때론 전쟁 같은 일상생활속에서 침뜸은 잊어버리고 살았다. 아주 오래전의 일이었다.

 

그러다 몇 년이 지나, 아내가 갑자기 쓰러졌다. B형 간염 보균자인 아내가 肝부전으로 혼수상태에 빠진 것이었다. 다행히 서울 A병원에서 肝 이식 수술을 받고 어렵게 소생했다. 하지만 회복 후에도 감염의 문제로 수시로 병원에 입원과 퇴원을 반복해야 하는 생활 속에서 팔순을 바라보는 어머님의 건강마저 좋지 않았다.

가족들의 건강이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느끼고 있던 어느날, 순간적으로 구당 선생님이 떠올랐다. 인터넷을 검색하고 釜山지부로 연락했다. 화, 목 오후반 수업. 같이 수강한 학우는 이 강의를 듣기 위해 1년을 기다렸다고 했다.

수강 신청을 하던 날, 여전히 머뭇거리는 내게 부산지부 노재열 교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였다.

''因緣이 있으시면 시작하게 되시겠지요.''

오래전 서점에서 구당 선생님의 책을 놓고 나온 것이 끝이 아니었다. 이렇게 구당 침뜸과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인연의 힘으로 어머님이 氣力을 되찾고

 

이렇게 시작된 인연은 새로운 시작이었다. 이론과 실기를 거듭해 공부할수록 뒤늦게 시작한 자신을 자책하기도 했다. 아내가 피곤해 하며 옆구리 통증을 호소하고, 자주 체하고 두통에 잠을 못 이룰 때 통증 대처를 제대로 했어야 했는데 힘든 수술까지 가게 한 아쉬움이 너무도 컸다.

아내에 대한 미안함은 자연스레 올해 팔순에 접어든 어머님의 쇠약해진 몸을 회복하는데 집중하는 계기가 됐다.

어머님은 젊은 시절부터 몸을 돌보지 않고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은 탓에 중년부터 각종 질병에 시달렸고, 기력이 쇠한 노년에 들어서는 臟腑 조직기능이 급격히 감퇴되어 아프지 않은 부위가 없을 정도였다.

 

40대에 胃 절제 수술을 받았으며, 50대에는 허리 협착증 수술 2회, 70대에는 좌완 회전근개 파열로 인한 접합 수술 등의 병력이 있고, 40대 초반부터 만성소화불량 및 위통으로 위장약을 장복하여 왔고, 60대 초반부터 心臟藥도 같이 복용하여 왔다. 최근 들어 극심한 흉통과 두통으로 잠을 이룰 수 없고, 식욕이 전혀 없는 관계로 전반적으로 기력과 근력이 현저히 쇠잔해짐과 동시에 극심한 허리 통증과 무릎 관절염으로 일상적인 보행마저 어려운 상태였다.

특히 화장실 출입이나 쓰레기를 버리러 가는 도중 혼자 넘어져 골절상을 입는 경우를 서너 차례 반복하면서 노인성 병력 관리에 고위험 수위를 보여 왔다.

 

어머님은 전반적으로 신체 허약, 과로가 원인이 되어 臟腑 조직기능의 감퇴와 함께 숨이 차고 말하기 싫어하며 기력이 없고 머리가 어지러운 기허증 증상을 보였다. 또 일직이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가족의 생활고를 감내해야 하는 어려움 때문에 정서장애로 肝氣가 맺히고, 胃氣가 제대로 통하지 못해 명치 밑이 불어나는 듯이 아프고, 그 통증이 옆구리로 뻗치는 간기울결증과 함께 찌르는 듯한 가슴 통증으로 심할 때는 찬 땀이 절로 나고 가슴이 잘 두근거리는 흉통 증세를 보이는 어혈증의 증세도 동반하고 있었다.

 

어머님의 치료는 2015년 3월 중순부터 시작했는데, 기력이 쇠잔한 노인이라 무극보양뜸으로 몸의 전체적인 均衡을 바로잡아 氣血의 循環을 돕는 데 중점을 두었다. 무극보양뜸 외의 혈자리는 최소화하여 허림 및 무릎 염증 치료를 위해 요추 1번, 2번, 3번, 4번, 5번 극돌기하와 , 슬안을 치료혈로 잡았으며, 허약한 腎精을 보하기 위해 신유도 추가하였다.

치료 초기에는 침의 사용은 완전 배제하고 뜸만으로 주 2회 치료하였으며, 2개월여 동안의 무극보양뜸(뜸 3장)의 시술로 현저한 두통 완화를 경험하였다. 스펀지처럼 말랑거리던 두개도 상부도 견고해졌으며, 식욕이 좋아지고 팔다리의 통증도 완화하는 등 전반적인 기혈의 순환이 개선되는 예후를 보였다.

 

무난한 치료가 진행되고 있다고 안심하고 있던 5월 중순, 어머니는 불로 달구는 듯한 극심한 胸痛(흉통)을 호소하여 치료를 2주간 중단하고 인근 대학병원에 입원하시게 됐다. 다행히 협심증 관련 진단 결과 혈관 스텐트 시술을 요하는 정도는 아니라는 판정을 받고 심리적인 안정을 되찾아 뜸 치료에 복귀하였으며, 점진적인 기력 회복을 감지한 어머니는 종전보다 뜸 치료에 더욱 호의적인 반응과 긍정적인 의지를 보여 뜸 장수를 5장으로 늘렸다.

그리고 올해 6월 중순부터 무극보양뜸 외에 간유 뜸을 추가하고, 주 1회 대장경과 간경의 원혈인 합곡과 태충에 자침하여 기혈 순환 및 간기울결 해소를 강화하였으며, 과거 회전근개 수술 부위의 심한 견비통을 치료키 위해 견우에 장침을 유침하고 아시혈에 뜸하였더니 통증도 없어지고 팔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허리 및 하지 통증 치료를 위해 두납 및 상료에 유침해 통증의 완화를 기하여 상당한 차도를 보였다.

 

 

침뜸의 效果에 놀라며 '부처님' 외치던 어머니

 

구당 침뜸의 시술 효과는 경이로웠다. 어머님의 기력은 하루가 다르게 좋아졌다. 기혈 순환이 개선되어 두통 및 현훈이 없어지고 脾胃 기능이 회복과 함께 제대로 된 식사를 하면서 기력을 되찾게 되었다. 격심했던 제대로 된 식사를 하면서 기력을 되찾게 되었다. 격심했던 흉통도 병원에서 추가 조제해준 심장약의 복용을 병행해 상당히 완화되었고 그 결과, 치료 시작 전 기껏 하루 1시간밖에 잠들지 못하던 불면증세도 이제는 서너 시간 이상 잘 수 있을 정도로 호전되었다.

 

요추의 뜸 치료 및 두납, 상료의 유침으로 허리 통증이 많이 완화되고 팔다리의 근력을 다소 회복하여 종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아파트는 단지 내 산책 등 보행을 비롯한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본인의 의지대로 불편하나마 혼자서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어머님의 과거 병력이나 연세를 감안해 볼 때 완전 건강체로서의 활동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나, 일상생활 불편의 정도를 減少(감소)시키고 통증을 완화시켜 향후 의미 있는 삶을 지속할 수 있도록 조력할 수 있는 치료법은 결국 무극보양뜸을 기본으로 한 구당 침뜸일것으로 생각된다.

 

어깨가 아파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땅바닥에 쓰러져도 팔목으로 딛고 일어설 수 없어 혼자서 30분간을 버둥거렸던 어머니. 그런 어머니의 견우에 유침하고 어깻죽지 아시혈에 뜸하여 팔을 흔들어 보라고 했던 때를 잊지 못한다. 평소 佛供에 열심이신 어머님은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세상에, 팔을 이렇게 움직일 수 있어! 팔이 움직여진다! 부처님, 관세음보살님, 감사합니다.''

오래전 TV시청을 통한 구당 침뜸과의 인연이 어머님의 표현대로 '부처님, 관세음보살님의 가피'로 되살아나고, 오랜 세월 고생으로 메마르고 주름진 어머님의 피부를 어루만지며 늦게나마 미약한 孝를 행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심에 큰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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