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뜸봉사의 현장
올바른 진단, 병이 낫는 효과로 보답한다
전기덕(15기)
인간의 몸에는 생명의 기운이 흐르는 보이지 않는 통로가 있다. 이 통로 즉, 경락을 통해 인간의 생명활동의 핵심인 장부의 기운을 조절하여 치료하는 방법과, 경락이 잘 소통되지 않아서 생기는 병들을 잘 소통케 해서 치료하는 방법만 잘 이해하고 기억한다면 이제 시작하는 초보자라 하더라도 온갖 잡술에 흔들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침뜸의학을 공부하고서도 의자의 길로 들어서지 못한다. 자기가 배운 침뜸의학을 스스로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끝없는 연구와 정진으로 그 믿음을 향해 한걸음씩 걸어 나갈때 그곳에 바라는 모든 것이 있을 것이다. 여기에 구당 선생님의 임상경험을 열심히 익혀 자신의 경험으로 쌓아간다면 큰 발전이 따라옴은 자명하다.
옛것을 아는 것부터 시작하자
이제 막 임상을 시작하는 선생님들에게 정회원 시험의 합격은 결승점이 아니라 출발점이다. 이제부터가 진정한 시작으로, 모두들 출발점에 선 마라톤 선수의 마음가짐으로 봉사에 임해야 한다.
기본에 충실한 바탕위에 하나씩 하나씩 창조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면서 자기만의 세계를 형성해나가야 한다. 다양한 임상경험을 통해 자신감이 쌓여야 전체 침뜸의학의 면모를 갖출수 있다. 그런 모습이 또 다른 선생님들에게 배움이 되고 발전하는 동기를 부여하게 된다.
늘 고전에 충실하되 단순히 답습하지 않으며, 병증에 따라 치료하지만 기본에 충실해야 하고, 침뜸의학을 잘못 이해하고 엉뚱한 소리를 해서는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 예것을 전혀 모르거나 전혀 다르게 이해하고 독창적이라고 한다면 시작의 차이는 미미할지 모르나 나중에는 다시 돌아올수 없는 전혀 다른 곳에 가 있게 될것이다.
무엇보다 황제내경을 꼭 읽어보길 권한다. 항상 가까이 두고 벗으로 삼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많은 임상보고서를 읽어보길 권한다.
구당 선생님의 처방학을 다시 한 번 되새김질하고 특효혈과 치료혈들이 어떤 장부와 경락으로 흐르는지 살피면서, 무조건 외우기보다 이 혈들이 가진 의미를 손끝으로, 마음으로 읽어야 한다. 그렇게 보고 느낀 내용들이 마음속에서 섞여 내 것이 되면 부지불식간에 자신만의 침뜸술이 우러나오게 될 것이다.
선생님은 항상 '환자가 스승이다'라고 말씀하신다. 책에서 배울수 있는 것이 따로 있고, 책에서 배울수 없는 것은 환자에게 배워야 한다는 가르침을 가슴에 새겨 주시는 것이다. 봉사에 전념하면서 인체의 문제를 국소로만 보지 말고 전체로, 넓게 깊게 보면서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한다.
환자를 잘 치료한다는 명성이 전부가 아니다. 한때의 실수나 치료하지 못한 병이 전부가 아니다.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면서 그 길을 그저 묵묵히 가야 하는 것이 의자의 길이고 운명이다.
침치료와 뜸 치료의 원리는 동일하다
침과 뜸은 치료 도구일 뿐 그 원리는 상통한다. 사진합참으로 환자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질병의 원인을 찾아서 침과 뜸을 쓰는 것이 의자의 올바른 자세이다.
머리가 아프면 원인을 찾아 치료해야 한다. 이것이 변증으로 치료하는 방법이다. 다만 병의 원인을 침뜸 의학의 사유로 진단하는 것일 뿐이다. 머리가 아픈 데는 분명 아픈 원인이 있을 것이니 그 원인을 찾아 치료하고자 하는 것이 의자의 자세이다.
머리 아픈 원인이 간양상항이라면, 간 경락을 통해 간의 양기가 뜨는 것을 잡아주는 치료를 하면 되는 것이다. 결국은 침이나 뜸은 치료의 도구일뿐 그 원리는 같다.
다음 두 가지 임상사례를 읽어보고 여러분들도 함께 진단을 내려 보기 바란다.
임상사례1: 나이 30세, 여성 환자
사진으로 병의 원인을 찾는다
환자는 등이 너무 아파서 한의원에서 침을 맞았는데 아무런 차도가 없이 점점 아파온다는 것이었다. 등의 오른쪽 전체가 아프기 시작한 지 4일쯤 되었는데, 등이 뜨거운 느낌이라고 했다. 그런데 좌측은 전혀 안아프다고 말했다.
이제는 등에서 시작한 통증이 위로는 머리, 아래로는 허리에 이르기까지 확대되고 있었다. 그러면서 기침이 심해졌는데 찬바람만 쐬면 기침이 올라온다고 했다. 어려서부터 기관지가 너무 약해 기침을 많이 했고 아버지가 천식을 앓고 있었다고 하면서 오늘은 자고 일어났더니 종아리가 부어 있고 통증까지 느낀다고 얘기했다.
환자를 사진으로 진단하며 그 원인을 찾아보았다.
식사: 소화가 너무 잘되서 지나치리만큼 많이 먹는다.
대변: 하루에 한 번 보는데, 설사와 변비가 반복된다.
소변: 물을 많이 마셔서 시원하게 본다. 자고 일어나 처음 볼때 짜릿한 느낌이있다.
생리: 19살 때부터 생리가 없어 병원에서 치료받은 후시작했다. 양은 많은 편이고 처음에는 어두운 색의 덩어리인 생리혈이 나온다. 생리통이 아주 심하다. 허리만 아프다.
설: 담홍색, 박백태, 중간이 파여있다.
변증: 폐울열
치료원칙: 청폐열, 음을 보하고 담을 풀어준다.
침구처방: 무극보양뜸 척택, 복류, 풍륭, 소상(따기)
우선 맥을 잡으니 폐맥이 아주 홍삭하다. 그래서 감기에 걸렸는가 물어보니 그런 듯도 하고 안닌 듯도 하단다. 특별한 감기 증세는 느끼지 못한다. 그럼 폐와 관련한 질병을 않은 적이 있는가 물으니, 어려서 기관지가 약해서 기침을 엄청 많이 했었다는 대답이다. 왜 이렇게 물었는가 하면 환자가 등의 통증을 호소하는데 그게 딱 잘라서 등의 반만 아프다 하므로, 이때 이미 폐와 관련한 병임을 짐작했기 때문이다.
오래된 폐병이 전신의 수액대사 이상을 초래
그리고 이 환자의 통증이 외형적인 통증이 아니라고 판단된었다. 자세의 변화에 따라 통증의 변화가 있는게 아니었다. 가만히 앉아 있는데도 통증은 계속되었다. 이는 통증이 속에서 우러 나온다는 것을 가리킨다. 폐는 몸의 등쪽에 있다. 이렇게 속에서 우러나오는 통증이 칼로 자르듯 한쪽에서만 나온다는 것은 양쪽폐중 한쪽폐에만 지금 심하게 병변이 있다는 뜻이다. 맥이 홍삭한 것을 보면 심한 열이다.
서양의학적으로는 아주 심한 폐렴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 폐렴이 크게 악화되면서 그 기운으로는 머리까지, 아래로는 허리까지 통증이 확산되고 있다. 따라서 찬바람이 쐬면 기침이 나오고, 점차 기침이 심해지는 것이다.
자고 일어나면 종아리가 부어서 통증을 느낄 정도라는 것은, 폐의 선발기능이 장애를 받아 지금 전신의 수액대사에도 이상이 생긴 것이다. 실제 임상에서 폐의 선발기능의 장애로 부종이 오는 경우가 적잖이 많다. 나머지 진찰의 정보들은 이미 파악된 변증에 대한 확인 절차인 셈이다. 혹 다른 곳의 다른 병변은 없는지 기본적으로 점검한 것이다.
환자의 변증은 폐울열로 볼 수 있다. 폐의 열이 심하게 뭉쳐 있어 밖으로 잘 나타나지 않으므로 얼굴색에서 특별한 것을 느낄 수 없다. 그럼 이 환자가 감기 기운도 별로 느끼지 않았는데, 바로 등이 아픈것은 어떤 이유일까?
이 환자는 본인의 진술대로 어려서부터 폐가 워낙 약하다. 따라서 약간의 감기 기운이 들자마자, 바로 폐로 들어가 열이 되어 똘똘 뭉쳐 다른 증상을 느낄 수없었던 것이다. 열이 뭉치는 것이란 이런 것이다. 오로지 기침하는것 외에는, 옆에서 보는 사람이나 본인이나 바깥으로 드러나는 증상을 별로 느끼지 못한다.
내상 잡병에도 침뜸치료가 제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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