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뜸고전학습: 의학입문
조선시대 의무고시 핵심 지침서
목동균(한국정통침구학회 고문)
앞으로 있을 침뜸 검정고시에 대비하여 조선시대 의자들의 필독서로써 애용된 의학입문의 연재를 시작한다. 전정한 맥진법으로 불리는 '의학입문 맥진법 학습'은 구당 선생님의 침뜸을 이어가는 뜸사랑 회원들에게도 그동안 배우고 익힌 지식을 다시 한 번 정리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7책의 방대한 분량을 모두 다루기는 쉽지 않아 우선 맥진 부분만을 알기 쉽게 의역해 소개하고 추후에 나머지 부분도 다룰 예정이다. 450여 년 동안 변질되지 않았던 맥진법의 진수를 놓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참조: 안병국역 국역편주의학입문)
의학입문이란?
중국 명대 목종 융경 5년(1571)에 남풍 이천에 의해 편찬된 의학입문이 10여년 후인 선조 13년(1580) 조선에서 출간되었다. 으학입문은 그 이후 조선시대 의무고시의 핵심 지침서로 애용되었을 뿐 아니라 그로부터 30여년 뒤 허준에 의해 편찬된 동의보감에도 많은 참고가 된 서적이다.
동양의학의 전반을 빠짐없이 다루어 운기론, 경락론, 장부론, 진찰론, 침구론, 본초학, 용약론, 상한론 및 각 과별 임상론을 총망라한 의학백과사전이라 할 수 있다.
차례
1.맥진 총론
1) 진맥
2) 촌관척정위
3)장부정위
4) 칠표팔리구도맥명
5) 제맥체상
6) 제맥상류
2. 맥진 각론
1) 제맥주병
2) 제맥상겸주병
3) 장부육맥진법
4) 기구인영맥진법
5) 총간삼부맥법
6) 상한맥법
7) 잡병맥법
1. 맥진총론
1) 진맥
영혈은 맥내로 운행하고 위기는 맥외로 운행하니 맥이란 영위를 주재한다 할 수 있다. 따라서 진료시 진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맥자를 해자하면 월과 영자니 맥을 얻는 다는 것은 곧 영원한 세월을 얻는다는 의미이니 다시 말해 영원히 살 수 있다는 뜻이다. 맥의 고자인 맥자도 해자하면 피혈과 외과자인데, 기혈을 분파해서 흐르게 한다는 의미이니, 곧 경락을 의미한다.
의자는 바로 이 맥상을 파악해야 경락의 허실을 알게 되고, 경락의 허실을 알아야 약의 배분 즉 군신좌사를 정하거나 침뜸 처방의 배혈을 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진맥을 한다는 것은 진료시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세속의 많은 의자들은 경락의 허실을 알 수 있는 맥경(장부경락의 맥상으로 총간법에 의해 분석된 맥상)을 보려 하지 않고, 단순히 장부의 허실만을 보는 맥결(해당 장부의 맥상으로 단간법에 의해 분석된 맥상)에만 집착할 뿐 촌관척을 알지 못하고 단순히 장부의 일면만 보는 단간법(단안법이라고도 함. 촌관척맥을 단일적으로 분석 맥진하는 방법으로 총간법에 대비가 되는 진맥법이다) 에 그치고 만다.
상고의 진법은 세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12경맥의 동맥을 삼부로 나누어 장부의 증후를 관찰한다. 두 번째는 기구와 인영으로 내외의 병인을 판별한다. 세 번째는 촌구 하나만을 취해 안팎으로 장과 부를 나누고 위아래로 신형을 간파하며 생극으로 영고를 분별하고 청탁으로 궁통을 논하기 때문에 이르기를 '촌구 한 곳만을 취하여 오장육부의 생사와 길흉을 판별한다.'하였다.
이에 소문과 난경을 위주로 하되, 장중경의 상한론이나 금궤요략, 주단계의 맥도, 왕숙화의 맥경과 맥결, 기타 정전, 권여 등을 채택하여 보충하면 처음 배우는 의학도들도 이해하기가 쉬울 것이다.
2) 촌관척 정위(촌관척 위치 정하는 법)
손바닥 아래 고돌을 관이라 부르는데 이 고골 옆을 지나는 것이 관맥이므로 이곳을 중점으로 해서 촌, 관, 척을 안배하여 천지인 삼원이라 하였다.
원주: 옛적에 기백이 기구를 취 할 때 황종을 상징하여 맥법을 정하였는지라 기구의 수를 구푼으로 하였다. 구푼의 구는 양수이고 10푼의 십은 음수이다. 손목 고골(요골두)을 관리라 하는데 관에서 어제까지는 동신촌법으로 일촌이 되므로 촌부라 했고, 관에서 척택까지는 동신일척이 되므로 척부라 했다. 또 관부라 함은 이곳을 경계로 음양이 들고나기 때문에 관문이라 했다.
촌은 하늘을 상징하니 상부요, 관은 사람을 상징하니 중부이고, 척은 땅을 상징하니 하부이다. 각 부마다 다시 부중침의 삼후가 있으니 3.3은 9라, 가로되 삼부구후라 한다.
일반적으로 맥진은 처음 중지로 고골 앞의 관부를 짚고 다음은 전후 두 손가락으로 짚되, 키가 큰 사람은 간격을 좀 성글게 짚고, 키가 작은 사람은 손가락을 밀착시켜 짚는다. 처음에 가볍게 짚어 맥을 살피고, 다음엔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중간 정도로 짚어 맥을 살피며, 마지막으로 무겁게 짚어 맥을 살핀다.
3) 장부 정위
좌수에서는 심 소장 간 담 신을, 우수에서는 폐 대 비 위 명문의 맥을 본다. 심과 소장은 좌수 촌부에 위치하고, 간담은 같은 손 관부에 위치하며, 신맥은 좌수 척중에 위치한다. 방광은 부이니 응당 신에 상응해 있기 마련이다. 폐와 대장은 우수 촌부에 있고, 비위 맥은 바로 우수 관부에 위치하며, 심포는 우수 척중에 삼초와 함께 자리한다.
이상의 내용은 의자라면 누구나 확실히 익혀야 할 내용이다.
원주: 좌측의 심은 혈을 주관하는데 간 담 신 방광은 모두가 정혈이 흐르는 길이므로 여기에 배속시켰고, 우측의 폐는 기를 주관하고 비 위 명문 삼초는 각각 기로서 운화를 수행하므로 여기에 붙여 놓았다. 분리히면 기요, 혈이요, 맥이지만 묶어 놓고 보면 맥에 기혈이 운행되는 것이니, 이로써 기혈이 왕성하면 맥도 성하고, 기혈이 쇠하면 맥도 쇠하며, 기혈이 화하면 맥도 화평하게 된다.
따라서 기혈이 문란하면 맥도 병이 들기 때문에 맥을 안다는 것은 곧 기혈의 본질을 안다는 것이고, 기혈의 상황은 맥에 표현되는 것이다.
심은 소장과 함께 표리를 이루는데, 여름이면 왕성하게 되며 좌수 촌부에서 침취하면 심의 증후를, 부취하면 소장의 증후를 진찰할 수가 있다.
간담은 담과 함께 표리를 이루는데, 봄이 되면 왕성하게 되며 좌수 관부에서 침취하면 간의 증후를, 부취하면 담의 증후를 살필 수가 있다.
신은 방광과 함께 표리를 이루는데, 겨울이 되면 왕성해지며 좌수 척부에서 침취하면 신의 증후를, 부취하면 방광의 증후를 살필 수가 있다.
폐는 대장과 함께 표리를 이루는데, 가을이면 왕성해지며 우수 촌부에서 침취하면 폐의 증후를, 부취하면 대장의 증후를 살피게 된다.
비는 위와 더블어 표리를 이루는데, 사계절 모두 왕성하며 우수 관부에서 침취하면 비의 증후를, 부취하면 위의 증후를 살피게 된다.
명문은 삼초와 더블어 표리를 이루는데, 여름이 되면 기왕(직역하면 더블어 왕성한다는 뜻으로, 좌촌군화는 우척상화에 연계되기 때문에 좌촌군화의 왕성여부에 따라 우척상화도 왕성 여부가 결정된다는 뜻이다.) 하게 되며 우수 척부에서 침취하면 명문의 증후를, 부취하면 삼초의 증후를 살필 수가 있다.
그러나 오행순환관계로 본다면 좌측의 척부 수는 좌측 관부 목을 생하고, 좌관목은 좌촌부의 화를 생하며, 좌촌화는 우수 척부의 명문화에 접속시키게 된다.
또 우척화 즉 명문화는 우관토 즉 비를 생하게 된다. 또 우관토 즉 비는 우촌금 즉 폐를 생하게 된다. 그리고 우촌금 즉 폐는 좌척수 즉 신을 생하게 되니 상생관계의 지속이 끊이지 않아 모자 간에 친한 관계라 하겠다.
그리고 마주보는 관계로 말한다면 좌촌화 즉 심은 우촌금 즉 폐를 극하고, 좌관목 즉 간은 우관토 즉 비를 극하며, 좌척수 즉 신은 우척화 즉 명문화를 극하게 되는데 좌는 강하고 우는 유연하니 마치 부부지간과 같다.
또 좌수는 양이고, 우수는 음에 속하는데 좌촌의 군화는 존귀하니 위쪽에 있고, 우척의 상화는 비천하니 아래쪽에 있게 되니, 이는 군신간의 도리라 하겠다. 삼부중에 이와 같이 자연의 이치가 존재하니 이로써 명의는 아비를 보고 그 자식의 병을 알 수 있는 것이다.
4) 칠표 팔리 구도 맥명
부 규 활 실 현 긴 홍 맥은 칠표라 이름하고, 양궁에 속한다. 미 침 완 색 지 그리고 복을 포함 유 약 맥은 음으로 팔리에 해당한다. 세 삭 동 허 촉 결 산 대 혁 맥은 구도라 하며 또 장 단 대 삼맥이 경서에 기재되어 있으니 마땅히 익혀두어야 할 것이다.
원주:
맥경에는 칠표팔리구도란 대목은 없고 또, 칠표에는 규맥을 양맥이라 하였지만 맥경에서는 망혈, 실정, 반산이라 했고, 칠표에서는 현맥을 양맥이라 하였지만 장중경은 현맥을 음맥이라 하였다. 또 구도에서는 동맥을 음맥이라 했지만 장중경은 동맥을 양맥이라 하였다. 오직 맥경만이 장중경과 함께 (양맥에) 포함시키고 있다.
경(황제내경)에서는 상중하 구후를 구도라 했으나 가결 즉, 고양생의 맥결에서 언급한 구도와는 다르다. 재동부는 맥결을 새겨놓았지만 주문공(주자)은 그 사설이 저속하고 천하다고 했다. 단 맥결은 세속에서 널리 외우고 익혀 일반화되었으니 표리의 명맥과 의미를 초학들이 몰라서는 안 될 것이다.
구도는 주단계를 따른 것인데, 맥경에는 삭맥이 있으나 단맥은 없고, 내경에는 혁맥은 있지만 뇌맥은 없기 때문이다.
금원사대가란 금원시대 (1115~1368)의학의 4대 학파를 가리킨다.
동양의학의 발전은 금원시대에 이르러 의학쟁명의 풍조가 생겼는데 그 중의 대표적 학파가 바로 금원사대가이가. 이들 학파의 학설은 당시는 물론 후대에 이르기까지 많은 영향을 주었다. 뒷날 청대 사고전 총목 권103 의가류에서 기록하기를 '유의 문호는 송대에서, 의의 문호는 금원대에서 분파되었다.'라고 전하고 있다. 그 4대가는 다음과 같다.
-주진형: 단계, 상화론. '인체는 항상 양이 많고 음이 부족하다고 보고 모든 치병에 자음강화법이 필수다'라는 학설을 주창하였다.
-유완소: 하간, 한량파. 질병의 주된 원인은 화기에 있으니 한냉한 약물로 화기를 내려야 한다.
-장종원: 자화, 공하파. 질병의 주된 원인은 사기의 침습에 있으니 이의 제거를 위해 한토하법을 써야 한다.
-이동원: 보토파. 인체는 위기가 근본이므로 항상 비위를 보하여 튼튼하게 해야 한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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