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과 뜸을 상비하자(계간 구당 2019 겨울)

 

 

김현성

본지 발행인

정통침구학회 부회장

 

 

대부분 집에 구급함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소독약, 붕대, 소화제, 진통제 등등 몇몇 가지를 상비해 두고 유사시 병원이나

약국을 찾기 전에 우선 급한 대로 처치를 하기 위함일 터이다.

이 또한 서양식이다.

 

아마도 집집마다 바늘이 없는 집은 없을 것이다.

옛날 어른들은 급할 때, 바늘을 침 대용으로 '따기'를 해 위기를 넘기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침과 바늘은 사실상 다른 도구이다.

바늘은 찔렀을 때 아프고, 침은 그렇게 아프지 않다.

끝이 다르기 때문이다.

 

바늘은 끝이 완전히 뾰족한 첨이지만, 침은 기술적으로 잘 만들어 송엽형이라 한다.

 

끝이 완전히 뾰족한 모양이 아니라 찔렀다 빼도 피가 잘 안 나고 별로 아프지 않다.

 

손끝이나 구급혈들을 따서 피를 내야 하는 경우는 바늘로 따도 되지만,

 

침을 놓아야 하는 경우는 다르다.

시중에 나와 있는 침이 비싸지 않고 누구나 살 수 있으니

집에 비치해 두면 좋을 것이다.

 

돌침(폄석)이 발굴되면서, 석기시대부터 침의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하다.

그때도 경혈이 있었을까?

처음에는, 가려운 데 긁다가, 아픈데 꼭꼭 누르고 찔러 보다가, 도구가 필요해서 날카로운 돌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 침의 기원이 아니었을가?

 

허리 아플 때 아픈 자리에 놓고, 무릎 아플 때 그 자리에 놓고, 어깨든 어디든 아픈 그 자리에 침을 놓는 것만으로도 분명 효과가 있다.

그런데, 아무나 침을 놓아도 부작용이나 사고의 위험이 없는가?

꼭 기술적으로 깊이 놓지 않아도, 정확한 경혈을 찾지 않아도, 천피(톡 쳐서 피부를 뜷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을 것이니 위험할 일은 없고 효과는 있을 것이다.

 

특히 화상 같은 경우는 언제 어느 때 데일지 모르는 일.

집에 침을 갖추어 두고, 막 데자마자 그 자리에 침을 놓으면 금방 가라앉고 빨리 낫는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지 않은가?

 

뜸사랑에서 공부하신 분들은 침의 화상 치료 효과를 다들 알고 계시니,

주변에 연이 있는 분들에게 침과 뜸쑥을 갖춰 주고 침으로 천피하는 방법과 뜸뜨는 방법을 가르쳐 주면 얼마든지 응급 혹은 통증 치료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 정도는 어린아이들이라도 할 수 았을 듯싶은데... .

 

모기 물렸을 때, 얼마나 가려운가? 물린 자리에 딱 한장만 떠도 가려움 끝이지 않은가?

벌레 물렸을 때도 마찬가지... .

허리 무릎 어깨 등 아픈 자리에 뜸을 떠도 분명 효과가 있지 않은가?

 

큰 기술과 지식이 필요한 것이 아닌, 화상이나 아픈 자리에 침뜸을 하면, 붕대나 소독약 소화제 진통제를 갖춘 구급함보다 훨씬 더 훌륭한 가정 비치품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각 가정에 침과 뜸쑥을 갖춰두기를 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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