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수반열반약설교계경(佛垂般涅槃略說敎誡經)
후진(後秦) 구자국(龜茲國)삼장 구마라집(鳩摩羅什) 한역
김진철 번역
석가모니부처님께서 처음 설법을 하시어 아야교진여(阿若橋陳如)를 제도하시고 최후의 설법으로 수발타라(須跋陀羅)를 제도하셨다. 제도할 자를 다 제도하여 마치시고는 사라쌍수(娑羅雙樹) 사이에서 장차 열반에 드시려고 하셨다.
이때 밤은 고요하고 아무 소리가 없었으므로 모든 제자들을 위하여 법의 주요한 점을 간략히 말씀하셨다.
“너희 비구들이여, 내가 입멸한 후에 마땅히 바라제목차(波羅提木叉:계율)를 존중하고 진귀하게 여겨 공경해야 하리니 어둠 속에서 광명을 만나고 가난한 사람이 보배를 얻은 것과 같이 하라. 마땅히 이것을 알면 이것이 바로 너희들의 큰 스승이며 내가 세상에 있더라도 이것과 다름이 없을 것이다.
청정한 계를 지닌 자는 판매하고 무역하지 말고 집과 논ㆍ밭을 마련하여 두지 말고 사람이나 노비나 짐승을 기르지 말며, 일체 씨 뿌리고 재배하는 것과 모든 재물과 보배를 다 멀리하기를 불구덩이 피하듯 하고, 풀과 나무를 베거나 땅을 파고 토지를 개간하지 말고, 탕약을 짓거나 길흉(吉凶)을 점치거나 우러러 별을 보아 참과 이지러짐을 관측하거나 역수(曆數)로 운수를 헤아리고 맞히는 일들은 응하지 말아야 한다. 몸을 소중히 하여 제 때에 맞춰 먹으며, 청정하게 스스로 생활하고 세상일에 참여하여 명을 이어가지 말며, 주술을 부리거나 신선의 약을 구하지 말며, 귀한 이와 인연 맺기를 좋아하여 친한 이를 업신여기는 일은 모두 하지 말라.
마땅히 스스로 마음을 단정히 하여 바른 생각으로 남을 제도하고 자기의 잘못을 감추거나 기이한 것을 나타내어 중생을 미혹시키지 말며, 네 가지 공양(음식ㆍ의복ㆍ침구ㆍ의약)에 있어서 분수에 만족할 줄 알아서 공양물을 쌓아두지 말아야 하느니라. 이것은 계율을 지니는 모양을 간략히 말한 것으로 계는 곧 바르고 순한 해탈의 근본이라 바라제목차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 계를 의지하여 모든 선정과 고통을 없애는 지혜가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까닭으로 비구들아, 마땅히 청정한 계를 지녀서 범하여 무너뜨리지 말라. 만약 어떤 사람이 능히 청정한 계를 지니면 곧 좋은 법을 가질 수 있겠지만 만약 청정한 계가 없으면 모든 좋은 공덕이 생길 수 없느니라. 그러므로 마땅히 알아야 한다. 계는 제일 안온한 공덕이 머무는 곳이다.
너희 비구들이여, 계에 머물렀거든 마땅히 5근(根:감관, 眼耳鼻舌身)을 제어하여 방일하게 하여 5욕에 빠져들지 말게 하라. 비유하면 소치는 사람이 막대기를 쥐고 살펴서 소가 멋대로 날뛰어 남의 밭에 곡식의 싹을 범하지 못하게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만일 5근을 제멋대로 놓아두면 5욕은 그 끝을 몰라서 도저히 제어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사나운 말과 같아서 고삐를 제어하지 않으면 장차 사람을 끌어다가 구덩이에 떨어뜨릴 것이다. 강도의 해를 당하는 것은 그 고통이 일생에 그치지만 5근 도적의 화는 그 재앙이 여러 생生에 미치어 해가 되므로 매우 중하니 삼가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까닭으로 지혜 있는 이는 제어하여 그것을 따르지 말고 그것을 도적을 붙잡듯 잘 붙잡아야 하며 제멋대로 방일하지 않게 해야 한다. 가령 그것을 놓아두더라도 또한 모두 머지않아 닳아 없어지게 될 것이다. 이 5근은 마음이 주인이 되기 때문에 너희들은 마땅히 마음을 잘 제어하라.
이 마음이 두렵기는 독사나 흉악한 짐승이나 인명을 해치고 재물을 겁탈하는 도적보다 심하니 큰 불길이 치솟는 것으로도 그것을 비유할 수 없느니라. 또한 이리저리 가벼이 날뛰면서 꿀만 보고 구덩이를 보지 못하는 것과 같으며, 비유하면 고삐 풀린 미친 코끼리 같고, 원숭이가 나무에서 이리 뛰고 저리 날뛰는 것과 같아서 막고 제어하기 어렵다. 그러니 마땅히 빨리 그것을 꺾어서 방일하지 못하게 해야 하느니라. 마음을 멋대로 놓아두면 남의 착한 일을 상실하게 하지만 그것을 제어하여 한 곳에 두면 무슨 일이고 처리하지 못할 것이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여, 마땅히 부지런히 정진하여 네 마음을 꺾어 굴복시켜야 할 것이다.
너희 비구들이여, 모든 음식을 받음에 마땅히 약을 먹듯이 하여 좋고 나쁜 것을 따라 더 먹고 덜 먹지 말고 얻어서 몸을 지탱하여 굶주림과 목마름이나 없앨 것이다. 마치 꿀벌이 꽃을 찾을 때 다만 그 맛을 취할 뿐 빛과 향기는 손상하지 않는 것처럼 비구도 그러하여 남의 공양을 받음에 자기의 괴로움만 없앨 것이요, 많은 것을 구하여 그 선한 마음을 무너뜨리지 말라. 비유하면 지혜 있는 이는 소가 어느 정도의 무게를 감당할 것인가를 헤아려 지나치게 무거운 짐을 지워 그 힘을 다하게 하지 않는 것과 같으니라.
너희 비구들이여, 낮에는 부지런한 마음으로 선법(善法)을 닦아 익혀 제 때를 잃지 말며 초저녁과 새벽에도 그만두지 말고 한밤중에도 경을 외워서 스스로 쉴 것이요, 수면의 인연으로 일생을 아무 소득 없이 보내지 말라. 마땅히 무상(無常)의 불길이 모든 세간을 태우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여 빨리 자신을 제도하기를 구하여 잠자지 말라. 모든 번뇌의 도적이 사람을 죽이려고 엿보는 것이 원수보다 심하니 어찌 편안히 잠들어 스스로 놀라 깨지 않겠는가?
번뇌의 독사가 너의 마음에 잠자고 있는 것은 비유하면 검은 까치독사가 너의 방에서 잠자고 있는 것과 같나니, 마땅히 지계의 갈고리로 빨리 물리쳐 없애버려 수면의 독사를 쫓아낸 뒤에야 곧 편안히 잠들 수 있을 것이요, 독사가 나가지도 않았는데 잠드는 것은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이니라. 부끄러움의 옷이 모든 장엄 가운데 제일이다. 부끄러움은 쇠갈고리와 같아 능히 사람의 나쁜 잘못을 제어하니 그러므로 비구여, 마땅히 항상 부끄러워하여 잠시도 버리지 말라. 만약 부끄러워함을 여의면 모든 공덕을 잃나니, 부끄러움이 있는 사람은 곧 선한 법이 있지만, 부끄러움이 없는 자는 짐승들과 다름이 없느니라.
너희 비구들이여, 만일 어떤 사람이 와서 너의 사지를 마디마디 가르거든 마땅히 스스로 마음을 걷어들여 성내거나 원한을 품지 말고, 또한 마땅히 입을 지켜서 나쁜 말을 하지 말라. 만약 성내는 마음을 제멋대로 놓아두면 스스로 도를 방해하고 공덕의 이익을 잃게 되나니, 참음의 공덕은 계를 지키고 고행을 하는 것도 이에 미칠 수 있는 바가 아니니라. 능히 인욕할 수 있는 사람을 일러 힘이 있는 대인(大人)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남이 욕하여 꾸짖는 독을 감로수를 마시듯 기꺼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은 도에 들어간 지혜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성냄의 해는 능히 모든 선한 법을 깨뜨리고 좋은 명예를 무너뜨려 금생에서나 내생에서나 남이 보기 싫어할 것이기 때문이다.
마땅히 알아야 한다. 성내는 마음은 맹렬한 불길보다 더한 것이니, 마땅히 항상 막고 지켜 마음속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라.
공덕을 겁탈하는 도적은 성냄보다 더한 것이 없느니라. 속인은 도를 행하는 사람이 아니라 욕심을 누리고 살기에 자기를 제어하는 법이 없으므로 성을 내더라도 용서할 수 있다. 하지만 출가하여 도를 행하는 욕심 없는 사람으로서 성냄을 품는 것은 매우 옳지 못한 것이니, 비유하면 맑은 구름 가운데 천둥이 울리고 번개가 치는 것과 같으니 맞지 않는 일이니라.
너희 비구들이여, 마땅히 그대의 머리를 만져보라. 이미 장식한 좋은 옷을 버리고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 걸식으로 스스로 살아가는 것이다. 자기의 모습이 이러함을 보고 만약 교만이 일어나거든 마땅히 빨리 없애버려야 하느니라. 교만을 기르는 것은 세속 사람으로서도 오히려 마땅한 일이 아니거늘 하물며 출가하여 불문에 들어간 사람으로서 해탈을 위하여 자신을 낮추고 걸식을 행하는 데 있어서 마땅하겠는가?
너희 비구들이여, 아첨하고 거짓된 마음은 도와 서로 어긋나는 것이니 그러므로 마땅히 그 마음을 질박하고 정직하게 하라. 마땅히 알아야 한다. 아첨과 바르지 못함은 그저 남을 속이는 일 밖에 되지 않는 것이니 불문에 들어온 사람은 이럴 수가 없느니라. 그러므로 너희들은 마땅히 마음을 단정히 하여 질박과 정직으로 근본을 삼아야 한다.
비구여, 마땅히 알아야 한다. 욕심이 많은 사람은 이익을 구함이 많기 때문에 고뇌 또한 많지만, 욕심이 적은 사람은 구함도 없고 욕심도 없으므로 이런 근심이 없는 것이다. 다만 욕심을 적게 하더라도 오히려 닦아 익히는 것이 마땅하거늘 하물며 욕심을 적게 하는 것이 능히 모든 공덕을 냄에 있어서이겠는가? 욕심이 적은 사람은 아첨과 거짓으로써 남의 마음을 사려고 하지 않으며, 또한 다시 모든 근(根)에 이끌림을 당하지 않느니라. 욕심을 적게 하여 수행하는 이는 마음이 평안하여 근심과 두려움이 없으며 하는 일마다 여유가 있어 항상 부족함이 없나니 욕심이 적은 이는 곧 열반을 지니고 있음이라, 이것을 일러 욕심이 적다고 하느니라.
너희 비구들이여, 만약 모든 고뇌를 벗어나고자 하거든 마땅히 만족할 줄 아는 것을 관해야 하느니라. 만족할 줄 아는 법이 곧 부유하고 즐겁고 안온한 곳이니라.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비록 맨땅 위에 누워 있을지라도 안락하고, 만족할 줄 알지 못하는 사람은 비록 천당에 있더라도 뜻에 맞지 않을 것이요,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은 비록 부유하더라도 가난하고,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비록 가난하더라도 부유하느니라. 만족할 줄 알지 못하는 사람은 항상 5욕(欲)에 이끌려 다니니, 만족할 줄 아는 사람에게 연민의 대상이 된다. 이것을 일러 만족할 줄 안다고 하느니라.
너희 비구들이여, 만일 적정(寂靜) 무위(無爲)의 안락을 구하고자 하거든 마땅히 시끄러움을 떠나 홀로 한가한 곳에 있어야 하느니라. 고요한 곳에 있는 사람은 제석천과 모든 하늘이 함께 공경하고 존중하는 바가 된다. 그러므로 마땅히 마음속의 모든 생각과 바깥의 여러 대중을 떠나서 한가한 곳에 홀로 처하여 괴로움의 근본을 생각해 없애야 할 것이다. 대중을 좋아하는 사람은 곧 여러 가지 괴로움을 받나니, 비유하면 큰 나무에 많은 새들이 모여 앉으면 나무가 마르고 꺾여서 부러지는 근심이 있는 것과 같다. 세간에 얽매이고 집착하면 여러 가지 괴로움에 빠지리니, 비유하면 늙은 코끼리가 늪에 빠져서 스스로 나오지 못하는 것과 같다. 이것을 일러 멀리 떠난다[遠離]고 하느니라.
너희 비구들이여, 부지런히 정진한다면 일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너희들은 마땅히 부지런히 정진하라. 비유하면 작은 물방울이라도 쉬지 않고 흐르면 능히 돌을 뚫는 것과 같다. 만약 수행자의 마음이 자주자주 게을러져 공부를 폐한다면 그것은 마치 나무를 비벼 불을 내고자 할 때 나무가 뜨겁기도 전에 쉬는 것과 같아 아무리 불을 얻고자 해도 불을 얻지 못할 것이다. 이것을 일러 정진이라 하느니라.
너희 비구들이여, 선지식을 구하고 선호조(善護助)를 구하려면 잊지 않고 생각하라. 만약 잊지 않고 생각하면 모든 번뇌의 도적이 들어오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너희들은 항상 마땅히 생각을 걷어들여 마음에 두어야 한다. 만약 바른 생각을 잃어버리면 모든 공덕을 잃어버릴 것이요, 만약 생각하는 힘이 굳고 굳세면 비록 5욕(欲)의 도적 속에 들어가더라도 해침을 당하지 않을 것이니 비유하면 갑옷을 입고 적진에 들어감에 두려울 것이 없는 것과 같다. 이것을 일러 잊지 않고 생각함[不忘念]이라 하느니라.
너희 비구들이여, 만약 마음을 가다듬어 흩어지지 않게 하려면 마음을 곧 선정에 두어야 할 것이니, 마음이 정(定)에 있기 때문에 능히 세간의 생멸법의 모양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너희들은 항상 마땅히 부지런히 정진하여 모든 정을 닦아 익혀야 한다. 만약 정을 얻은 사람이면 마음이 흩어지지 않을 것이다. 비유하면 물을 아끼는 집안은 둑이나 못을 잘 다스리는 것과 같은 것이니, 수행하는 자도 또한 그러해서 지혜의 물이 새어 없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이것을 일러 선정[定]이라 하느니라.
너희 비구들이여, 만약 지혜가 있으면 탐내고 집착함이 없을 것이니, 항상 스스로 반성하여 살펴서 잃지 않게 할 것이니라. 이것이 곧 나의 법 가운데 능히 해탈을 얻는 것이거니와, 만약 그렇지 못한 사람은 이미 도인도 아니며 또 속인도 아니라 무엇이라 이를 수 없느니라. 진실한 지혜는 곧 늙고 병들고 죽는 바다를 건너는 견고한 배요, 또한 이 무명(無明)의 어둠 속의 큰 등불이며 모든 병든 자의 좋은 약이요, 번뇌의 나무를 베어내는 날카로운 도끼이다. 그러므로 너희들은 마땅히 듣고 생각하고 닦는 지혜로써 자신을 더욱 길러야 하는 것이다. 만약 어떤 사람이 지혜의 빛을 지녔다면 비록 천안(天眼)이 없더라도 이 사람은 밝게 보는 사람이니, 이것을 일러 지혜(智慧)라 하느니라.
너희 비구들이여, 만약 갖가지 희론(戱論)을 하면 마음이 곧 산란해지나니 다시 출가하더라도 해탈을 얻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여, 마땅히 빨리 산란한 마음과 희론을 버려야 하는 것이다. 만약 너희들이 적멸(寂滅)의 즐거움을 얻고자 하거든 오직 걸핏하면 희론하는 버릇을 없애야 한다. 이것을 일러서 희론하지 않음[不戱論]이라 하느니라.
너희 비구들이여, 모든 공덕에 있어서 항상 마땅히 한마음으로 모든 방일함 버리기를 원수와 도적을 멀리 하듯이 하라. 크게 자비하신 세존께서는 이롭게 하고자 하신 바를 모두 구경(究竟)으로써 하셨으니, 너희들은 다만 부지런히 그것을 수행해야 하느니라. 혹 산간이나 빈 못가에 있거나, 혹 나무 밑에서나 또는 고요한 방에 한가히 있을 때라도 받은 법을 생각해서 잊어버리지 말고 항상 마땅히 스스로 힘써서 부지런히 닦아야 한다. 아무것도 하는 일 없이 헛되이 죽으면 뒤에 근심과 뉘우침을 부를 것이다. 나는 훌륭한 의사와 같아 병을 알아 약을 일러주는 것인데 먹고 안 먹는 것은 의사의 잘못이 아니요, 또 나는 착한 길잡이와 같아 좋은 길로 사람을 인도하되 내 말을 듣고서도 그 길을 따라가지 않더라도 그것은 길잡이의 잘못이 아니니라. 너희들은, 만약 고(苦)ㆍ집(集)ㆍ멸(滅)ㆍ도(道)의 4제에 대하여 의문이 있거든 빨리 물어라. 의심을 품은 채 해결을 구하지 않는 이는 없는가?”
이때 세존께서 이와 같이 세 번 말씀하셨으나 묻는 사람이 없었다. 왜냐하면 아무도 의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때 아누루타가 대중의 마음을 관찰하고는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달을 뜨겁게 하고 해를 차게 할 수는 있어도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4제(諦)는 변하게 할 수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고제(苦諦)는 진실로 괴로움이라 즐거움이 될 수 없으며, 집제(集諦)는 이 괴로움의 참된 원인이라 다시 다른 원인이 없으며, 만약 괴로움을 소멸시킬 수 있다면 그 원인도 곧 없어질 수 있는 것이라 원인이 없어지므로 결과도 없어질 것이니, 괴로움을 없애는 도제(道諦)는 진실로 참된 도요, 다시 다른 도가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이 모든 비구들은 4제에 대하여 결단코 의심이 없는 것입니다.
이때 대중 가운데에서 의심을 분별하지 못한 사람은 부처님께서 멸도(滅度)하심을 보고 모두 슬픈 마음을 품고 있으며, 처음 법에 들어온 이라도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곧 모두 다 제도를 얻었으니, 비유하면 밤에 번갯불이 번쩍하는 것을 보고 곧 길을 알 수 있는 것과 같으며, 만약 번뇌를 아주 끊어 이미 고해(苦海)를 건넌 사람들은 그저 생각하기를 ‘세존께서 멸도하심이 어찌 이렇게 빠른가?’라고 하고 있습니다.”
아누루타가 비록 이렇게 모든 사람이 다 4성제(聖諦)의 뜻을 밝게 안다고 말했지만 세존께서는 이 여러 대중으로 하여금 다 견고함을 얻게 하기 위하여 대비심으로 다시 말씀하셨다.
“너희 비구들이여, 근심하고 괴로운 마음을 품지 말라. 내가 만약 한 겁(劫) 동안 이 세상에 머문다 하더라도 마침내는 마땅히 멸할 것이요, 끝내 만나고 헤어지지 않을 수는 없느니라. 자기도 이롭고 남도 이롭게 하는 것은 법에 다 갖추어져 있으니 비록 내가 오래 머물러도 다시 더 이익될 것이 없느니라. 마땅히 제도할 만한 자는 천상이나 인간이나 이미 다 제도하였고, 아직 제도하지 못한 자도 이미 다 제도할 인연을 지었느니라. 지금부터는 나의 모든 제자들이 더욱더 쉬지 않고 이것을 행하면 바로 여래의 법신(法身)이 항상 있어서 멸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마땅히 알아야 한다. 세상은 무상하므로 만나면 반드시 헤어지는 것이니 근심하지 말라.
세간도 이와 같은 것이니 마땅히 부지런히 정진하여 빨리 해탈을 구해서 지혜의 광명으로 모든 어리석음과 어두움을 없애버려라. 세상은 진실로 위태롭고 무르고 약하여 단단하고 굳은 것이 없느니라. 내가 이제 멸도하는 것은 나쁜 병을 없애는 것과 같아 이것은 마땅히 버려야 할 나쁜 물건이거늘 거짓으로 몸이라 일러 생로병사의 큰 바다에 빠져 있으니, 어찌 지혜 있는 이가 이것을 없애기를 원수나 도적을 죽이는 것처럼 기뻐하지 않겠는가?
너희 비구들이여, 항상 마땅히 일심으로 부지런히 번뇌를 벗어나는 길을 구하라. 이 세상의 모든 움직이거나 움직이지 않는 법은 다 헐어 무너질 불안한 모양이니, 너희들은 그만 중지하고 다시 말하지 말라. 때는 장차 지나가려 하고 나는 이제 멸도하고자 하노라. 이것이 바로 나의 최후의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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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제 불수반열반약설교계경 >
1. 개요
이 경은 부처님이 열반에 임하여 제자들에게 계율을 존중할 것을 당부하고 법요(法要)에 대해 약설(略說)하는 내용이다. 별칭으로 『불임반열반경(佛臨般涅槃經』·『불임반열반약설교계경(佛臨般涅槃略說敎誡經)』·『불유교경(佛遺敎經)』·『유교경(遺敎經)』이라고도 한다.
2. 성립과 한역
중국 후진(後秦)시대에 구마라집(鳩摩羅什, Kumārajīva)이 402년에서 412년 사이에 한역하였다.
3. 주석서와 이역본
주석서와 이역본은 없다.
4. 구성과 내용
총 1권으로 구성된 이 경은 부처님이 열반에 임하여 제자들에게 계율을 존중할 것을 당부하고 법요(法要)에 대해 약설(略說)하는 내용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녹야원에서 최초의 설법으로 다섯 명의 비구를 구제하고 최후의 설법에서 수발다라를 구제하는 것으로 모든 중생을 제도하는 사명을 마친다. 사라(娑羅) 쌍수(雙樹) 사이에서 열반에 들게 된 부처님은 한밤중 고요한 때 제자들을 위해 간략하게 다음과 같은 법요를 설한다.
입멸한 후에 마땅히 바라제목차(波羅提木叉:계율)를 존중하고 진귀하게 여겨 공경해야 한다. 계에 머물러, 마땅히 5근(根:감관, 眼耳鼻舌身)을 제어하고 5욕에 빠져들지 말라. 남의 공양을 받음에 자기의 괴로움만 없앨 뿐, 많은 것을 구하여 그 선한 마음을 무너뜨리지 말라. 수면의 인연으로 일생을 아무 소득 없이 보내지 말라. 성내거나 원한을 품지 말고, 또한 마땅히 입을 지켜서 나쁜 말을 하지 말라. 교만하지 말라. 마음을 질박하고 정직하게 하라. 만족할 줄 아는 것을 관하라.
시끄러움을 떠나 홀로 한가한 곳에 있어라. 부지런히 정진하라. 선지식을 구하고 선호조(善護助)를 구하려면 잊지 않고 생각하라. 부지런히 정진해 모든 정(定)을 닦아 익혀라. 산란한 마음과 희론(戱論)을 버려라. 방일하지 말고 부지런히 수행하라. 근심하고 괴로운 마음을 품지 말라. 일심으로 부지런히 번뇌를 벗어나는 길을 구하라. 부처님은 이러한 법의 요점으로 최후의 가르침을 설한다. 한편 이 경은 아함의 『열반경』과 마명(馬鳴)의 『불소행찬』 제5, 『불본행경』 제7 등과 유사한 점이 있다.
불수반열반약설교계경(佛垂般涅槃略說敎誡經)
2024. 1. 18.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