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여래행적송 상권釋迦如來行蹟頌 上卷 2
‘『화엄경』과 『아함경』은 동시’라는 것은, 불신佛身은 하나이며 법문은 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근기에 따라 보는 것이 각기 다르다. 무엇 때문인가.
삼장교三藏敎의 근기는, 부처님이 보리수 아래에서 생풀로 자리를 삼으시고, 열응신劣應身199)을 나투시어 생멸사제生滅四諦를 설하시는 것을 본다.
통교通敎의 근기는, 부처님이 칠보의 보리수 아래에서 하늘옷으로 자리를 삼으시고 열응신의 모습을 지닌 승응신(帶劣勝應身)200)의 모습으로 무생사제無生四諦를 설하시는 것을 본다.
별교別敎의 근기는, 부처님이 연화장세계의 큰 보배 꽃으로 만든 왕좌에 앉으시어 존귀하고 특별한 보신(尊特報身)을 나투시어 무량사제無量四諦를 설하시는 것을 본다.
원교圓敎의 근기는, 부처님이 상적광토常寂光土에 계시면서 허공으로 자리를 삼으시고 청정한 법신法身을 나투시어 무작사제無作四諦를 설하시는 것을 본다.
이는 마치 한 가지 물을 가지고 천신은 유리로 보고, 사람은 물로 보고, 물고기는 집으로 보고, 아귀는 불로 보는 것과 같다.
또한 부처님께서 바탕색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마니주를 오방의 천왕에게 보여 주면서 “이 구슬이 무슨 색이냐?” 물으셨는데, 동방의 천왕은 청색이라 하고, 남방의 천왕은 붉은색이라 하고, 서방의 천왕은 흰색이라 하고, 북방의 천왕은 검은색이라 하고, 중앙의 천왕은 황색이라 말하며 서로 다른 색을 말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구슬은 원만하고 밝아서 정해진 색이 없다.
불신도 그러하니 청정하고 막힘이 없는데, 다만 근기와 인연에 따라 네 가지 몸을 나타내셨을 뿐이다. 네 가지 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중생의 부류에 따라 거두고 교화하시니, 육도사생六道四生201)의 한량없는 갖가지 몸으로 널리 나타나신다.
국한시켜 논한다면 『화엄』은 아함시에 포함되지만, 전체적으로 말한다면 화엄시는 오시五時 모두에 길게 통한다. 무엇 때문인가? 그 경에서는 “항상 설하시어 설하지 않는 때가 없다.”라고 하였기 때문이다.
[88]
佛憫鈍根人 부처님은 둔한 근기의 사람들이
貪著小三藏 소승의 삼장교에 탐착하여
謂是究竟法 구경의 법이라 여기고서
不生樂大心 대승 좋아하는 마음을 내지 않음이 가련하여
[89]
欲令入大乘 대승으로 들어오게 하고자
八載說方等 8년 동안 방등경을 설하시어
彈偏以褒圓 편벽됨을 꾸짖고 원융함을 기리시어
斥小而歎大 소승을 배척하고 대승을 찬탄하셨네.
[90]
毁訾二乘人 이승의 사람들을 꾸짖으시니
如焦芽敗種 타 버린 싹, 썩은 종자처럼
是斷佛種者 이들은 부처님 종자를 끊은 자들이니
諸佛所難化 모든 부처님도 교화하기 어렵다 하셨네.
[91]
二乘聞此語 이승의 사람들 이 말씀을 듣고
泣動大千界 대천세계가 진동하도록 슬피 울면서
廻心耻小法 소승법을 부끄러워하고 마음 돌려서
而生慕大志 대승법 흠모하는 마음을 일으켰다네.
[92]
如子不畏父 마치 아들이 아버지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어
雖出入其門 비록 그 문을 출입하지만
猶謂客賤人 여전히 천한 나그네라 여기고
止宿草庵中 초막에 머물러 지내는 것과 같더라.
제3 방등시方等時에는 반자교에 대비되는 만자교를 설하시고, 사교四敎를 모두 설하시어 편벽된 소승을 지탄하고 배척하며 원만한 대승을 칭찬하고 찬양하셨다. 이승의 사람들이 듣고는 소승을 부끄러워하고 대승을 흠모하여 통교의 이익을 얻었다. 이승을 꾸짖는 이야기는 『정명경淨名經』 202) 등에서 설한 것과 같다.
예컨대 저 가난한 아들이 그 아버지의 집에 와서 똥을 치우면서 20년이 지나자, 장자가 “너는 내 아들과 같다.”라고 말하였으므로 그 집 문 안으로 들고 나는 일에 어려움이 없었지만, 여전히 문 밖 초막에서 머물러 지내는 것과 같더라는 것이다. 이승도 그러하거늘 비록 방등의 대승법을 들었더라도, 그것은 보살의 일일 뿐 자신의 지혜로는 감당할 수 없다고 하면서 소승을 돌이켜 대승으로 향하려 하지 않고 여전히 아라한의 경지에 머문다는 것이다.
[93]
次經廿二年 다음으로 21년에 걸쳐서
說諸部般若 여러 부의 반야경을 설하시니
諸法皆淸淨 제법은 모두 청정하여
色空無罣礙 색과 공은 서로 걸림이 없다 하시네.
[94]
佛說法度生 부처님께서 법을 설해 중생을 제도하시지만
而無聞說者 설법을 듣는 이도 없고 설하는 이도 없으며,
菩薩行六度 보살이 육바라밀을 행하지만
亦無能所相 행하는 이도 받는 이도 상相이 없다네.
[95]
求佛以色聲 색과 음성으로 부처를 구하면
是人甚邪倒 그 사람은 매우 삿되고 전도된 자이며
觀法離人我 모든 것에 인아人我가 없음을 관찰하면
乃名眞佛子 곧 참된 불자라 하시네.
[96]
佛說如是義 부처님께서 이런 뜻을 설하시고
加空生身子 공생(수보리)과 신자(사리불)에게
轉敎諸菩薩 여러 보살들에게 가르침을 전하여
令知法寶藏 모든 법보장法寶藏를 알게 하라 하시네.
[97]
菩薩聞是法 보살들이 이 법을 듣고
日夜勤精進 밤낮으로 부지런히 정진하여
得受諸佛記 여러 부처님들의 수기를 받으니
當成無上道 장차 위없는 도를 이루리라 하시네.
[98]
而彼二人等 그 두 사람은
雖能爲他說 비록 타인을 위해 설하였으나
以爲非己分 자신의 분수는 아니라고 여겨
永無希取想 취하려는 생각이 전혀 없었네.
[99]
如子受父勑 마치 아들이 아버지의 명을 받아
領知諸寶藏 모든 보배 창고 맡게 되었지만
猶未捨劣心 여전히 열등한 마음 버리지 못해
無懷取一喰 한술 밥도 취하려는 마음이 없는 것처럼.
제4 반야시般若時에는 공空의 이치만을 설하여 존재하는 모든 상相을 타파하셨다.
‘제법’이란 일체 세간의 오온(陰)·18계(界)·12처(入), 그리고 삼승의 사제(諦)·12인연(緣)·육바라밀(度), 나아가 제불의 10력十力과 보리菩提를 말한다. 이와 같은 모든 법들은 모두 다 청정하여 둘이 없고 차별도 없다.
그러므로 『대반야경』에서 말한다.
“오온이 청정하기 때문에 일체지一切智의 지혜가 청정하고, 나아가 모든 부처님의 무상정등보리無上正等菩提도 청정하다.”
『금강경』에서 말한다.203)
“만일 색으로 나를 보거나 음성으로 나를 구하려 한다면, 이 사람은 삿된 도를 행하는 자일 뿐 여래를 볼 수 없다.”204)
“일체의 모든 상을 여읜 것을 곧 부처라 한다.”205)
“보살은 이렇게 그 마음을 항복시켜야 한다. ‘내가 무량한 중생을 열반에 이르게 하였으나, 한 중생도 열반에 이른 이가 없다’라고. 왜 그러한가. 만일 보살에게 아상我相·인상人相·중생상衆生相·수자상壽者相206)이 있다면 보살이 아니기 때문이다.”207)
『반야론』에서 말한다.
“법을 설한다는 것은 설하는 바도 없고 보이는 바도 없으며, 법을 듣는다는 것은 들은 바도 없고 얻은 바도 없다는 것이다.”208)
『정명경』에서 말한다.
“평등한 진법계眞法界에서는 부처님이 중생을 제도하지 않으신다.”
‘공생空生’은 수보리(ⓢ Subhūti)를 말한다. 그가 태어났을 때 집안의 창고가 모두 텅 비었으므로 붙여진 이름이다.
‘신자身者’는 사리불(ⓢ Śāriputra)을 말한다. ‘사리舍利(ⓢ Śāri)’는 어머니의 성이며, ‘불弗(ⓢ putra)’은 아들이란 말의 번역이다. 그의 어머니의 몸이 아름다웠으므로 천축 사람들이 모두 그를 ‘신자’라고 불렀다.209)
수보리는 해공제일解空第一이요, 사리불은 지혜제일智慧第一이다. 이 두 사람은 반야의 의미를 쉽게 이해했기 때문에 부처님께서 반야의 법을 이 두 사람에게 가피하셔서 보살들에게 가르침을 전하고 법장法藏을 알게 하시어 마음이 점차 통달하여 커지도록 하셨다. 마치 저 가난한 아들이 그 아버지의 명을 받아 모든 물건을 알아서 관리하게 된 것과 같다. 그렇지만 한술의 밥도 취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었는데, 자신은 하열하다는 마음을 아직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100]
佛知機已熟 부처님께서 중생의 근기가 익은 것이
如癰將欲潰 마치 종기가 곧 터지려는 것 같아서
久默之本懷 오래도록 침묵했던 본마음을
正當可暢時 바로 펼쳐야 할 때가 왔음을 아시고
[101]
次至靈鷲山 다음은 영취산으로 가시어
三周說法華 삼주三周210)로 『법화경』을 설하셔서
開權顯眞實 방편을 열어 진실을 드러내고
會三歸一乘 삼승을 모아 일승으로 돌아가게 하셨네.
[102]
諸法本寂滅 모든 법은 본래 적멸하고
世間相常住 세간 모습은 항상 머문다 하시니
龍女頓成佛 용녀가 단박에 성불하고
聲聞受佛記 성문은 부처 되리라는 수기를 받았네.
[103]
天人及鬼畜 천신과 인간, 아귀와 축생
乃至蜎蜚類 나아가 벌레들까지
一切有心者 마음 있는 모든 중생들
無一不成佛 성불하지 못하는 자 하나도 없더라.
[104]
當知佛知見 부처님의 지견知見이
藴在衆生心 중생 마음속에 쌓여 있음을 알아야 하나니
盡令開悟入 모두에게 열어 보이고 깨달아 들어가게 하시고
一大事圓成 일대사인연을 원만히 이루셨네.
[105]
父知子心大 마치 아버지가 아들의 마음 커진 것 알고
命聚王與族 왕과 친족들 모이도록 명하여
家珍悉以付 집과 보물을 모두 넘겨 주시니
相對共歡娛 서로 함께 기뻐함과 같더라.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타나신 것은 오직 일대사인연을 위해서이다. 무엇을 ‘일대사인연’이라고 하는가? 중생들에게 부처님의 지견知見을 열어 보이고 깨달아 들어가게 하고자 한 것을 말한다. 하지만 중생의 근기가 같지 않아서 처음 화엄시부터 반야시까지 그 중간에 먼저 오로지 대승을, 그 다음에는 오로지 소승만을 설하고, 혹은 반자교과 만자교를 견주고, 혹은 권교와 실교를 서로 가르면서 이렇게도 설하시고 저렇게도 설하시면서 모든 법을 널리 연설하셨다.
그 모든 것이 근기에 맞추어 중생을 이롭게 함에 터럭만큼의 차이도 없지만, 본래 품은 뜻은 아니셨다. 이에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하시어 삼승과 9계九界211)의 중생들이 모두 일불승一佛乘212)을 깨닫게 하고서야 비로소 본마음을 드러내시니, 일대사인연이 여기에서 오묘하고 지극해졌다.
‘삼주三周’란 법설주法說周213)·비유주譬喩周214)·인연주因緣周215)를 말한다. 상근기는 법설주에서 부처님의 지견을 깨달아 성불하리라는 수기를 받는다. 중근기는 미혹을 품고 아직 버리지 못하므로 다시 불타는 집이나 세 가지 수레의 비유를 설하신 후에야 비로소 깨달아 성불하리라는 수기를 받는다. 하근기는 여전히 알지 못하므로 다시 과거세의 인연을 설하신 후에야 비로소 깨달아 들어가서 모두가 성불하리라는 수기를 받는다.
‘방편을 열어 진실을 드러낸다(開權顯實)’라는 것은, 앞에서 말한 사시四時(화엄시·녹원시·아함시·반야시)와 삼교三敎(장교·통교·별교)의 방편을 열어서 일불승의 실상인 진실을 드러내는 것이다. 또 중생의 삼독에 물든 망심을 열어서 곧 모든 부처님의 삼덕三德216)의 실상을 드러내는 것이다.
‘삼승을 모아 일승으로 돌아간다(會三歸一)’라는 것은, 삼승을 융화하여 일불승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천태 지자 대사는 본문本門과 적문迹門 두 가지로 해석하였다. 이를테면 『법화경』 「서품」부터 「안락행품安樂行品」까지 14품은 적문이라 하고, 「종지용출품從地踊出品」부터 경의 마지막까지 14품은 본문이라 한다. 모든 경에도 본문과 적문이 있다. 적멸도량에서 이루신 법신과 보신을 본문으로 삼고, 본문에서 일어난 승응신과 열응신 두 가지를 적문으로 삼는다. 지금 경에서는 진점겁塵點劫217) 이전에 본래 도량에 앉아서 이루신 삼신을 본문으로 삼으며, 대통지승불大通智勝佛218)부터 그 중간과 오늘날 (석가모니불에) 이르기까지 이루신 삼신을 모두 적문으로 삼는다.
『묘락기妙樂記』219)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다른 이들은 이 경에서 본문과 적문을 보지 못하고, 다만 수승함을 쫓아서 오로지 법신 구하는 것만을 안다. 이와 같이 법신과 본문이 다른 경전들과 함께 공통된 것이라고 한다면, 수승함이 바뀌어 열등함이 될 것이다. 만일 구원겁 이전을 본문이라 한다면 가까운 것을 적문이라 말하는 것에는 과실이 없겠지만, 만일 다만 법신이라고만 한다면 오히려 중간220)도 잃거늘 하물며 구원겁 이전의 본문이야 어떠하겠는가.”221)
『묘법연화경현의妙法蓮華經玄義』222)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적문은 다른 경전들과 같은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다. 본문은 다른 경들과 한결같이(一向) 매우 다르다.”223)
해석하여 말하면, 적문이 다른 경전들과 같다는 것은 여러 부部의 경전들 중에도 원교를 말한 것이 있기 때문이고, 다르다는 것은 여러 부의 경전들 중에는 삼승을 겸한 가르침도 있기 때문이다. 본문은 한결같이 매우 다르다는 것은 여러 부의 경전들에서는 구원겁久遠劫 이전의 본문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106]
說迹事已周 적문迹門의 일 두루 설하시고
欲顯本地壽 본지本地의 수명 드러내시고자
召致本眷屬 본지의 권속을 불러 모아
說所未曾說 일찍이 설하신 바 없는 것을 설하시네.
[107]
佛從成佛來 부처님께서 성불하신 이래
無量僧祗劫 한량없는 아승기겁을 지나왔으니
刹塵刹塵數 티끌의 수에 다시 티끌의 수 곱하더라도
其劫過於是 그 한없는 시간은 이보다 더 오래되었다네.
[108]
一生補處尊 일생보처一生補處224) 보살도
尙不窮其限 오히려 그 끝을 다 알지 못하거늘
況餘諸薩埵 하물며 다른 보살들이야
焉能知少分 어찌 조금인들 알 수 있으랴.
[109]
雖云入涅槃 비록 열반에 드셨다 해도
是亦非眞滅 이 또한 진짜 열반에 드신 것은 아니니
如醫去他國 마치 한 의원이 타국으로 가 버리는 것이
爲治狂子故 미친 아들을 고치기 위한 것과 같더라.
「여래수량품」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부처님께서 ‘내가 성불한 이래로 한량없고 끝이 없는 아승기겁이 되었다. 비유한다면 5백천만억 나유타 아승기의 삼천대천세계를 티끌로 만들어 5백천만억 나유타 아승기 국토를 지날 때 한 티끌을 떨어뜨려 이와 같이 계속하여 그 티끌이 모두 다했다면, 이 국토들의 수를 알 수 있겠는가?’ 하시니, 미륵보살 등이 함께 부처님께 ‘이 모든 세계는 한량없고 끝이 없으므로 저희들도 이 일에 대해서는 알지 못합니다’라고 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이 모든 세계를 티끌에 닿았거나 닿지 않았거나 모두 티끌로 만들어 한 티끌을 한 겁으로 삼아도, 내가 성불한 이래로 지나온 겁수는 다시 이 숫자를 넘어선다. 이후로부터 나는 항상 이 사바세계에 머물면서 설법하고 교화하며 다른 한량없는 국토에서도 중생을 이롭도록 인도한다’라고 하셨다.”225)
나아가 이렇게 말한다.
“비유하자면 다음과 같다. 한 양의良醫가 있어 여러 가지 병을 잘 다스렸는데, 이 사람에게는 자식들이 많았다. 어느 날 일이 있어 멀리 다른 나라에 갔는데, 자식들이 그 뒤에 독약을 마셔 버렸다. 이때 그 아버지가 집에 돌아와 자식들을 보니, 본심을 잃거나 아직 잃지 않은 자식이 있었다. 처방에 따라 약을 달여 그들에게 주고서 먹게 하니, 본심을 잃지 않은 자식은 약을 먹고 병이 나았지만, 본심을 잃은 자식들은 먹으려고 하지 않았다.
이에 아버지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지금 방편을 써서 이 약을 먹게 해야겠구나.’
그리고는 곧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이미 늙어 죽을 때가 되었다. 이 좋은 약을 지금 여기에 남겨 두니 너희들이 찾아서 먹도록 하여라.’
이렇게 가르치고는 다시 타국으로 가서 사람을 보내 ‘그대 아버지가 이미 죽었다’라고 알리도록 하였다. 이때 자식들은 아버지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크게 근심하고 괴로워하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아버지가 계신다면 가엾이 여기고 보살펴 주시겠지만, 지금은 우리를 버리시고 멀리 타국에서 돌아가셨다. 외로운 고아가 되었구나. 다시는 믿고 의지할 곳이 없구나(無復恃怙).226) ’
이렇게 생각하고는 마침내 마음이 깨어나 그 약을 먹으니 병이 모두 치유되었다. 부처님도 이와 같아서 세상에 오래 머무신다면 박복한 중생들이 부처님은 항상 계신다고 보고 싫증내고 게으른 생각을 품어 만나 뵙기 어렵다는 생각이나 공경하는 마음을 내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여래께서 실제로 입멸하지 않으면서도 멸도한다고 말씀하신 것이다. …….”227)
‘본지本地의 권속’이란 부처님께서 적문을 모두 설하시고 본문의 경지를 나타내시고자 할 때, 본문 시절의 제자들이 땅에서 솟아나왔는데 그 수가 헤아릴 수 없이 많았던 것을 말한다. 이들은 모두 공덕의 뿌리를 심은 지 오래되었고 모든 삼매를 갖추었으며 큰 신통력이 있었다. 그런데 이들은 가야성伽耶城에서 성불하고 교화하신 이들이 아니다. 마치 아버지는 젊은데 아들이 늙은 것과 같아서 중생들이 믿지 않게 될까 봐 ‘여래의 수명은 장구하고 영원하다’ 말씀하시어 중생들의 의심을 풀어 주시고 10신十信의 큰 이익을 얻게 하셨다.
[110]
佛說壽命時 부처님께서 수명을 말씀하실 때
得益者無數 이익을 얻은 이가 셀 수 없이 많았으니
八界微塵衆 팔계228)의 티끌 수 같은 중생들이
皆發菩提心 모두 보리심을 일으켰다네.
[111]
復有諸菩薩 그리고 여러 보살들은
增道損生多 도道를 늘리고 생生을 줄인 이 많았으며
或證三賢位 어떤 이는 삼현의 지위229)를 얻었고
或登十聖地 어떤 이는 10성의 경지230)에 올랐네.
[112]
或入金剛心 또 어떤 이는 금강심에 들기도 하고
鄰于大覺地 대각의 경지에 가까워지기도 하니
獲斯勝利者 이와 같이 수승한 이익을 얻은 이
大千刹塵數 대천세계 국토의 티끌 수와 같았네.
「분별공덕품分別功德品」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부처님께서 수명이 장구하고 영원함을 말씀하실 때 680만억 나유타 항하사만큼 많은 중생이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었고, 천 배나 많은 보살들이 문지다라니聞持陀羅尼를 얻었고, 나아가 한 사천하의 티끌 수만큼 많은 보살들이 한 생에 위없이 높고 올바른 깨달음을 얻었다.”231)
“어떤 중생이 부처님의 수명이 장구하고 영원하다는 말을 듣고 이와 같이 한순간이라도 믿음을 낸다면, 그가 얻는 공덕은 한량이 없다. 어떤 선남자·선여인이 위없이 높고 올바른 깨달음을 위하여 80만억 나유타 겁 동안 5바라밀을 행하더라도, 이 공덕을 앞의 공덕에 견주어 보면 백분의 일, 천분의 일, 백천만억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며, 나아가 숫자와 비유로도 미칠 수가 없다. 어떤 사람에게 이와 같은 공덕이 있다면, 위없이 높고 올바른 깨달음에서 물러나는 그런 경우는 없을 것이다.”232)
『묘법연화경현의』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본지本地의 공덕에 대해 듣는 것은 더욱 깊고 넓어서 헤아릴 수 없고, 앞에서 말한 적문迹門에서 얻는 이익에 견줄 수가 없다. 무엇 때문인가? 부처님의 경지는 더욱 깊고 공덕 또한 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보살들이 도道를 늘리고 생生을 줄여【도는 삼덕三德이며, 생은 무명無明을 말한다.】 궁극의 지위에 이른다.”233)
『백련결사문白蓮結社文』234)에서는 이렇게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의 중생도 구원久遠의 수명에 대해 일찍이 들어 보지 못하였는데, 우리들은 이러한 후 5백 세에 태어나 부처님께서 열어 보이신 본지의 수명에 관해 듣고 수승한 인연을 맺었으니, 이 어찌 경하할 일이 아니겠는가.”
[113]
如是圓妙法 이와 같이 원만하고 오묘한 법
多年默不說 여러 해 동안 묵묵히 말씀하지 않으시다가
今朝乃開演 오늘에야 비로소 열어 펼치시니
如王解髻珠 왕이 상투 속 구슬을 풀어 줌과 같았네.
[114]
是名圓中圓 이것을 원만함 중의 원만함
亦爲王中王 왕 중의 왕
醍醐之上味 제호의 으뜸가는 맛
衆病之良藥 여러 가지 병에 좋은 약이라 하네.
[115]
一念隨喜者 따라서 기뻐하는 마음 잠깐 일어나더라도
其福不可限 그 복덕은 한량이 없을 것이니
佛說是經時 부처님께서 이 경을 설하신 것은
人間歲八周 인간 세상 햇수로 8년이었네.
경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비유한다면 힘센 전륜왕이 전쟁에서 공이 있는 자에게 코끼리·말·수레와 논밭과 집 여러 가지 상을 내리고, 혹은 의복과 갖가지 진귀한 보물과 노비와 재물을 기쁜 마음으로 하사하는 것과 같다. 만일 용맹하고 건장한 이가 어려운 일을 해낸다면 왕은 상투 속에 있는 밝은 구슬을 풀어 그에게 준다. 여래도 그러하니 모든 세간의 법왕이 되어 대자비로 여법하게 세간을 교화할 때, 모든 사람이 온갖 번뇌를 받다가 해탈을 구하고자 여러 마구니들과 싸우는 것을 보면, 이 중생을 위하여 갖가지 법을 설한다. 큰 방편으로 이러한 여러 경전을 설하고 그 중생이 그 힘을 얻었음을 알고서 마지막에 이 『법화경』을 설한다. 이는 마치 왕이 상투 속의 밝은 구슬을 풀어 주는 것과 같다. 이 경은 존귀하여 여러 경전 가운데 으뜸이라, 내가 항상 간직하고 보호하여 함부로 열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바로 때가 되었으므로 너희들을 위하여 설하겠노라.”235)
‘원만함 중의 원만함(圓中圓)’이라는 것은, 앞에서 말한 삼시 가운데 원만한 뜻이 『법화경』의 원만함과는 둘도 없고 차별도 없다는 것이다. 그것이 겸하기도 하고(兼) 편벽되기도 하고(但) 상대되기도 하고(對) 아우르기도 하는(帶) 거친 법이었다면【화엄시는 별교를 겸하여 원교를 설한 것이고, 녹야시는 다만 삼장교만을 설한 것이고, 방등시는 반자교에 상대하여 만자교를 설한 것이고, 반야시는 통교와 별교 둘을 아우르면서 바로 원교를 설한다.】, 모름지기 『법화경』에 이르러 열고(開) 회통하고(會) 없애 버린 후에야(廢了) 비로소 오묘한 법이라 불리게 될 것이다. 거친 법을 바꾸어 오묘한 법을 이루었으니, 그 공덕은 『법화경』에 있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원만함 중의 원만함이며 오묘함 중의 오묘함이라고 말한 것이다.
‘왕 중의 왕’이라는 것에 대하여 『법화문구기』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옛날에 통일되기 전에는 한 나라에 두세 명의 작은 왕이 각각 백성을 다스려서 대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것과 같다. 통일된 이후에는 다 함께 한 가지 교화를 받기 때문에 백성들에게 두 임금이 없고 나라에 두 왕이 없다. 이제야 비로소 여러 작은 왕들을 없애고 오직 한 왕을 세운 것이다. 그러므로 방편교주에게도 왕이라는 이름이 없지 않다.”236)
‘제호’라는 것에 대하여 『묘법연화경현의』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소는 부처님을 비유하고, 젖은 화엄을 비유하고, 낙소는 삼장을 비유하고, 생소는 방등을 비유하고, 숙소는 반야를 비유하고, 제호는 법화와 열반을 비유한다.”237)
‘병에 좋은 약(病之良藥)’이라고 하는 것은 경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 경은 염부제 사람들의 병에 좋은 약이 된다. 어떤 사람이 병이 났을 때 이 경을 들으면, 병이 곧 소멸하여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다.”238)
『법화문구法華文句』에서는 이렇게 해석한다.
“‘늙지 않는다’라는 것은 즐거움이며, ‘죽지 않는다’라는 것은 항상하다는 것이다. 즉 이 경을 듣는 사람들은 항상하고 즐겁다는 견해를 얻어서 고요히 마음에 두어 두려워하거나 꺼릴 것이 없다는 것이다.”239)
‘따라서 기뻐한다(隨喜)’라는 것에 대하여 경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어떤 사람이 이 경을 듣고 따라 기뻐하고 나서 법회에서 나와 다른 곳, 즉 성城·읍邑·항맥巷陌·취락聚落·전리田里 등에 이르러 그가 들은 대로 능력껏 연설하면, 다른 사람이 듣고 난 후 또한 따라서 기뻐하면서 가르침을 전한다. 이와 같이 계속하여 50번째에 이른다면, 그 50번째 사람이 따라서 기뻐하는 공덕은 한량이 없고 끝이 없어서 숫자와 비유로도 미칠 수 있는 바가 아니다. 만일 4백만억 아승기 세계의 육도 중생들에게 어떤 사람이 복을 구하기 위하여 그들이 원하는 대로 즐거움의 도구를 모두 공급하여 낱낱의 중생들에게 염부제 가득 칠보와 보배로 만들어진 궁전과 누각 등을 이와 같이 보시하여 80년을 채우고, 또 법을 펴고 교화하여 동시에 모두 수다함도를 얻고 아라한도까지 얻게 하더라도, 이 사람의 공덕은 50번째 사람이 『법화경』의 한 게송을 듣고 따라서 기뻐한 공덕에 견주어 보면 백천만억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한다.”240)
천태 지자 대사는 공덕을 비교하고 헤아려 다음과 같이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염부제를 가득 채운 사람들의 복은 서방의 구야니주瞿耶尼洲 한 사람의 복에 미치지 못하고, 서방의 구야니주를 가득 채운 사람들의 복은 동방의 불파제주弗婆提洲 한 사람의 복에 미치지 못하고, 이 세 천하를 가득 채운 사람들의 복이 북방의 울단월주鬱單越洲 한 사람의 복에 미치지 못하고, 이 네 천하를 가득 채운 사람들의 복이 사천왕의 복에 미치지 못하고, 사천왕의 복이 한 제석천의 복에 미치지 못하고, 나아가 육천왕六天王241)의 복이 한 범천의 복에 미치지 못하고, 범천의 복이 소승인 성문(小聖)의 복에 미치지 못하고, 소승인 성문의 복이 연각(體聖)의 복에 미치지 못하고, 연각의 복이 소보살에 미치지 못하고, 소보살의 복이 대보살의 복에 미치지 못하고, 대보살의 복이 이러한 50번째 사람이 『법화경』을 듣고 따라서 기뻐한 공덕에 미치지 못한다. 어째서 그러한가. 저들은 부처님의 법이 아니기 때문이며, 진실이 아니기 때문이며, 원만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록 최후의 과위에 머물지라도 우리들 초발심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그 이치가 이와 같다.
또 이 50번째 사람이 처음에 다만 한순간 이해하고 스스로 기뻐하고 타인을 기쁘게 할 뿐 아무런 실천 수행(事行)이 없어서 그 은혜가 타인에게 미치지 못하더라도 그가 얻은 공덕은 이와 같다.
그러므로 ‘호견好堅【나무 이름】242)은 땅에 있을 때 그 싹이 이미 백 아름이며, 빈가頻伽【새 이름】243)는 알 속에 있을 때 그 소리가 여러 새들보다 수승하다’ 하거늘, 하물며 맨 처음 법회에서 듣고 따라서 기뻐한 사람은 어떠하겠는가?”
경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억억만 겁부터 불가사의 겁에 이르도록 시간이 지나서 이 『법화경』을 듣는다면, 겁화의 불 속에 마른 풀을 지고 들어가게 하여도 들어가서 타지 않는 일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열반에 든 뒤 오탁악세에 있어서 잠시라도 이 경을 읽는 것은 실로 어려운 것이다. 이 경을 수지하기 어려우니, 만일 잠시만 수지하고 있어도 이와 같은 사람은 여러 부처님의 찬탄을 받을 것이다. 이를 ‘계행을 잘 지키는 수행자(持戒行頭陀者)’라 한다. …….”244)
[116]
化緣旣云畢 교화의 인연이 이미 다하여
涅槃時已至 열반에 드실 때가 이르렀으니
末後壬申歲 마지막 순간은 임신년
二月十五日 2월 15일이었네.
[117]
即趣拘尸城 곧 구시나가라성
娑羅雙樹間 사라쌍수 사이로 가시어
叮嚀誨衆云 간곡히 대중을 깨우치시고
我今當入滅 “내가 곧 열반에 들리라.” 하시네.
[118]
諸有所疑者 “의문 나는 것이 있거든
應當來問耳 와서 물으라.” 하시니,
承勑競諮問 분부 받고 다투듯 여쭙는 것
一一隨決答 하나하나를 곧바로 답해 주셨네.
[119]
一切天人衆 일체의 천신과 인간들이
爭陳最後供 다투듯 마지막 공양을 올렸으나
餘皆默不許 다른 것은 모두 말없이 받지 않으시고
唯受純陁供 순타의 공양만을 받으셨다네.
『열반경』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세존께서 2월 15일 이른 아침 광명을 놓아 대천세계를 비추시고, 시방의 육도 중생까지 비추시니, 광명을 받은 이들 모두 죄가 소멸하였다. 또 54종류의 대중이 일시에 구름같이 모여들어, ‘슬프구나! 슬프구나! 어찌하여 하루아침에 지혜의 해(慧日)가 사라지는가?’라며 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때 모든 천신들의 왕과 인간들의 왕이 앞다퉈 공양을 준비했지만 모두 허락하지 않으시고 다만 순타 장자의 공양만을 받으셨다.”245)
『경률이상經律異相』246)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시려 할 때 순타라는 이름의 장자가 있었는데, 그가 세존께 울면서 말하기를, ‘저희들은 이제부터 주인도 없고 구호해 주실 이도 없이 가난하고 외롭게 되었습니다. 여래에게서 장래의 양식을 구하옵나니, 바라옵건대 저희들의 보잘것없는 공양을 받으신 후에 열반에 드시옵소서’라고 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내가 지금 그대를 위하여 가난을 끊어 없애는 위없는 법우法雨를 그대들의 밭에 뿌려 법의 싹이 돋아나게 하고, 그대에게 보시바라밀이 구족하도록 하리라’ 말씀하셨다.
이때 인간과 천신이 모두 와서 공양을 올렸지만 부처님께서는 모두 받지 않으셨다. 대중들이 ‘기이하구나! 순타여. 큰 복덕을 성취하였구나. 우리들의 공양은 다 거절되었구나’라고 외쳤다.
그러자 세존께서 대중들이 바라는 것을 만족시키고자 하나하나의 터럭 구멍에서 한량없는 부처님을 나타내시어 낱낱의 부처님이 제각기 한량없는 비구들을 거느리고 모두 다 공양을 받게 하시고, 석가여래께서는 몸소 순타가 올린 공양만을 받으셨다.”247)
[120]
佛慮末代衆 부처님께서는 말법시대의 중생이
於法起斷見 법에 대해 단견을 일으켜
夭傷其慧命 그 지혜의 수명을 일찍 단절시키거나
亦亡失法身 법신마저 잃어버릴까 염려하셨네.
[121]
更設三種權 다시 세 가지 방편을 베푸시어
以扶一圓實 한 가지 원만한 진실 붙들고자 하시니
一切有佛性 일체중생에게 불성이 있고
一切法常住 일체법은 영원히 머문다 하셨네.
[122]
屠兒廣額者 광액廣額이라는 백정이
立地頓成佛 서 있는 자리에서 단박에 성불하였고
五逆阿闍王 오역죄248)를 지은 아사세왕阿闍世王이
罪滅而妙證 죄를 멸하고 오묘한 법을 얻었네.
[123]
是知涅槃法 그러므로 열반법은
罪福本平等 죄와 복에 대해 본래 평등함을 알라.
若欲疾成佛 속히 성불하기를 원한다면
應須學此法 반드시 이 법을 배워야 하느니라.
『열반경』의 의미는 이미 앞에서 설명하였으므로 여기에서는 번거롭게 기록하지 않는다.
광액廣額이라는 백정은 “일체중생에게 모두 불성이 있다.”라는 말을 듣고 바로 도살하는 칼을 놓고서 서 있는 그 자리에서 성불하였다.
아사세왕은 조달調達의 말을 듣고 아버지 빈비사라왕(甁沙王)을 살해하였다. 마음이 곧 괴롭고 열이 나서 온몸에 종기가 돋았는데, 천하의 명의들도 고치지 못했다. 그런데 기바耆婆249)라는 대의원이 왕에게 고하기를, “이 병을 치료하고 싶다면 부처님께 귀의하는 것만 한 일이 없습니다.”라고 하였다. 왕이 곧 그 말에 의지하여 함께 부처님 처소에 나아가 “죄의 성품은 공한 것이다.”라는 말씀을 듣고 보리심을 내자 몸에 있던 종기가 모두 치유되었다고 한다.
여래께서 세상에 출현하시어 오시五時에 설법하신 차례가 이와 같다. 모든 부처님과 여래께서 근기에 따라 갖가지 법을 설하시지만, 네 가지 문을 벗어나지 않는다. 네 가지 문이란, 첫째 있다는 주장(有門), 둘째 공하다는 주장(空門), 셋째 있기도 하고 공하기도 하다는 주장(亦有亦空門), 넷째 있지도 않고 공하지도 않다는 주장(非有非空門)이다. ‘있다는 것’에 집착하는 사람들을 교화하기 위하여 ‘공하다’라는 것을 설하시고, 나아가 ‘있기도 하고 공하기도 하다’라는 것에 집착하는 사람들까지 교화하기 위하여 ‘있지도 않고 공하지도 않다’라고 설하신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는 일정하게 주장한 것이 없으셨고, 법 또한 일정하게 정해진 것이 없다. 다만 근기에 따라 설해 주실 뿐이다.
오호라. 지금은 부처님께서 떠나신 지 이미 오래되어서 때는 바야흐로 투쟁뇌고鬪爭牢固250)의 시기이니, 중생들의 집착하는 마음이 굳고 단단해져서 너와 나를 다투기만 하고 여래께서 보이신 방편의 큰 뜻을 근본으로 삼지 않는구나. 한 근원의 법에서 갈라져 서로 다투다가 서로 해치는 데까지 이르렀으니, 슬프고 슬픈 일이로다. 이제 어리석은 내가 조사의 말씀을 빌어 한 가지 비유를 내놓으니, 여러 가르침을 통틀어 논함으로써 여러 논쟁을 불식시키고자 한다.
비유한다면 큰 바다가 사대주에 스며들어 천하 어디에도 이르지 않는 곳이 없는 것과 같다. 평지나 고원이나 산꼭대기까지 땅을 파면 물이 나오고 돌 틈새를 만나면 솟아나와 샘이 된다. 샘들이 합쳐져서 냇물이 되고, 냇물들이 합쳐져서 강이 되고, 강들이 합쳐져서 큰 바다에 흘러드니, 모두 한맛이다. 이것을 ‘근원으로 돌아갔다(還源反本)’라고 한다.
저 여러 가지 물들에 각각 그 이름이 있어 무슨 샘이다, 무슨 냇물이다, 무슨 강이다 하지만, 그 근원은 오직 한 바다일 뿐이다. 이와 같이 여러 가지 물들이 하나같이 바다로 돌아가는데, 어찌 크고 작고 깊고 얕음의 차별된 이름이 있겠는가.
법문도 그러하다. 여래께서 처음 정각을 이루시고 먼저 화엄을 설하셨으나, 소승의 근기들은 귀머거리와 같아서 아무런 이익이 없었다. 이에 자비심을 내어 이런 부류의 사람들을 인도하기 위하여 우선 방편을 베푸시어 아함을 설하시고, 다음으로 방등을, 다음으로 반야를, 다음으로 법화와 열반을 설하셨다. 이러한 법문들은 그 이름이 비록 다르지만, 의미는 모두 하나이다. 왜 그러한가? 마지막으로 영취산에서 방편을 열고 실상을 드러내고 일체 법을 한맛으로 융합하시어 평등하고 차별이 없게 하셨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경에서 “모든 법 그대로가 실제의 모습이며 세간의 모습은 항상하다.”라고 하였으니, 이것으로 천차만별의 모든 법들이 오묘한 법이 아닌 바가 없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곧 화엄에 의거하면 일체 법이 화엄 아닌 것이 없으며, 법화에 의거하면 일체가 법화 아닌 것이 없으며, 반야나 방등에 의거하더라도 모두가 또한 그러하다.
슬프다! 사람들은 이런 뜻을 알지 못하고, 화엄에 의탁하는 자들은 “화엄이 근본이고 나머지는 지말이다.” 말하고, 법화를 좋아하는 자들은 “법화가 왕이고 나머지는 백성이다.” 말하고, 다른 경론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모두 이와 같이 자신만이 옳고 타인은 그르다고 말한다. 스스로 미혹되고 타인도 미혹하게 만드니, 미혹됨이 매우 깊구나.
만일 대승의 종지에 준한다면 편벽한 집착을 떠나 걸림 없이 융통해야 하거늘, 이러한 집착이 남아 있다면 어떻게 대승의 수행자라 하겠는가?
옛날부터 대종사들이 이러한 의미를 알지 못한 바는 아니지만, 법을 널리 펴려고 굳이 시비를 나누어 남의 것을 억누르고 자기 것을 드러냈던 것이다. 이것은 곧 방편을 쓰는 대보살이 타인을 교화하기 위한 방편이었으니, 하물며 여래 같은 큰 성인께서 설하신 일대 경장經藏 곳곳에서 “이 경이 으뜸이다.” 하신 것은 어떠하겠는가. 다만 그 경을 유통시키기 위하여 그러셨을 뿐이다.
또한 선禪을 숭상하는 어떤 사람은, “선은 교외별전敎外別傳”이어서 최고의 법이라 하니, 이는 경전의 가르침만을 헐뜯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교敎 가운데 오롯이 보이는 마음의 요체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이러한 미혹이 있는 것이다. 대개 이것은 예로부터 경전을 보지 않은 잘못이니, 어찌 괴이하다 하겠는가?
게다가 우리 부처님께서 널리 설하신 여러 경전의 가르침은 다른 것이 아니라 다만 진실된 이치를 드러내고자 하였을 뿐이다. 마치 경에서 “비로자나의 오묘한 몸이 일체의 곳에 두루하고 일체 제법은 불법佛法이 아닌 것이 없다.”라고 설한 바와 같다. 따라서 문자를 떠나서 따로 진리가 있는 것이 아니다. 문자를 떠나 진리를 구한다면, 마치 금 그릇을 떠나 금을 찾는 격이다. 진리가 문자를 떠난 것이라고 한다면, 이는 소승의 삼장을 배우는 자이며, 문자와 진리가 둘이 아님을 관한다면 비로소 대승의 수행자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천태 지자 대사는 『묘법연화경현의』에서 ‘경經’ 한 글자를 풀이하면서 육진六塵 모두를 경이라고 하였다.
“예를 들면 한 점의 검은빛은 한량없는 가르침(敎)과 한량없는 수행(行)과 한량없는 이치(理)를 드러내는 것과 같다. 글자가 글자 아님을 알고, 글자 아님이 글자 아님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 두 극단에 치우침이 없으면 ‘청정하다(淨)’ 하고, 청정하면 업이 없으므로 ‘자재하다(我)’ 하며, 자재하면 괴로움이 없으므로 ‘즐겁다(樂)’ 하며, 괴로움이 없으면 생사가 없으므로 ‘항상하다(常)’라고 한다. 무슨 까닭인가? 문자는 속제이며 문자가 아님은 진제이며, 문자가 아니고 문자가 아님도 아니라는 것은 하나의 진실한 진리이므로 일제一諦가 곧 삼제三諦요, 삼제가 곧 일제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문자를 이해하면 손에 책을 들지 않아도 항상 이 경을 읽는 것이고, 입으로 소리 내지 않아도 여러 경전을 두루 암송하는 것이고,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지 않으셔도 항상 범음이 들리는 것이고, 마음으로 생각하지 않아도 법계를 널리 비추는 것이다. 그러므로 분명히 알아야 한다. 검은 문자는 모든 법의 근본이며, 청·황·적·백도 이와 같다. 그렇다면 색色으로 경經을 삼은 것이니, 성聲·향香·미味·촉觸·법法도 그러하다.”251)
『관심송경법觀心誦經法』252)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무엇이 경인가? 책의 본문이 그것인가, 표지가 그것인가? 암송한다는 것은 마음으로 염송하는 것인가, 입으로 염송하는 것인가, 잇몸이 부딪쳐 나오는 것인가? 내 몸은 있는 것인가, 내 몸은 없는 것인가? 염송하는 자는 누구인가? 찾아보아도 끝내 경을 염송하는 나는 있을 수 없다. 비록 염송되는 경이 없다고 하지만, 경의 본문을 이루는 종이·먹·글자가 있고, 비록 염송하는 사람이 없다고 하지만 나의 몸이 있다. 비록 안과 밖이 아니라지만 안과 밖을 떠나지 않았고, 비록 경의 본문이 아니라고 하지만 경의 본문을 떠난 것도 아니다. 비록 마음이나 입으로 염송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마음과 입을 떠난 것도 아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조금도 차이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것을 불가사의하고도 미묘한 삼관三觀253)이라고 한다. 삼세의 모든 부처님은 모두 이것을 관하고 나오지 않으신 분이 없다. 문구 하나하나를 요달하면 모두 삼덕三德의 비밀스런 곳간이며, 독송하고 마음에 익히면 심성에 갖추어진 원융삼제圓融三諦254)가 훈습되어 일어난다. 어찌 문자를 떠나서 이치를 깨달음을 얻을 수 있으리오.”255)【이상은 조사의 말씀이다.】
이것으로 살펴보면 마음(心)과 교敎가 둘이 아닌데, 교 밖에 따로 전했다는 것은 어떤 마음인가? 세존께서 꽃을 들어 보이신 것을 가지고 ‘따로 전한 것(別傳)’이라고 한다면, 이것도 교에서 벗어나지 않은 것이다.
달마 스님에 이르러서 혜가慧可 스님에게 “마음을 가지고 오너라. 편안하게 해 주리라.” 하셨던 것과 『혈맥론血脈論』이나 『관심론觀心論』256) 등의 논에서 보여 주신 것, 이것들이 어찌 교가 아니겠는가? 하물며 육조 혜능 선사도 『금강경』을 듣고 깨달으신 뒤 종풍을 크게 휘날리셨으니, 그것을 어찌 교 밖에 따로 전한 것이라 하겠는가?
또한 교에 의지하여 이치를 증득한 사람들은 전기에 모두 실려 있고, 그러한 책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그중에 어떤 사람은 게송 하나를 보다가 본성을 회복한 이가 있고, 독송하다가 오묘한 깨달음을 얻은 이가 있고, 경을 서사하다가 지혜가 열린 이가 있고, 경전의 행수와 글자를 살피다가 통달하여 꿰뚫은 이가 있고, 경을 정수리에 이기만 하였어도 진리에 도달한 이가 있었다. 이와 같은 이익을 얻은 자들이 그 수를 알 수 없다.
마음 그대로 교이거나 교 그대로가 마음이 아니라면, 어찌 이런 일이 가능하겠는가? 기바耆婆가 독을 만지면 모두 묘약이 되고, 마하남摩訶男257)이 잡는 것은 보배 아닌 것이 없었으니, 안목 있는 사람은 비록 거친 언행 미치광이 말을 하더라도 모두 이치에 어긋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덕 있는 옛사람이 비록 교를 비난하는 말을 하더라도, 모두 집착을 없애려는 방편일 뿐 궁극의 뜻은 아니었다. 우리같이 눈먼 중생들은 옛 철인이 하신 방편의 말씀을 망령되게 믿어 오히려 본사이신 세존의 진실한 가르침을 훼손하고 있구나. 바라건대 이러한 미혹을 지닌 모든 이들은 고치기를 바란다. 만약 고치지 못하겠다면, 끝내 내가 어찌하겠는가.
[124]
佛說是經已 부처님께서 이 경을 다 설하시고
一朞能事畢 한평생 하실 일을 마치시니
法付妙吉祥 묘길상258)보살에게 법을 부촉하시고
背東右脇臥 동쪽을 등지고 오른쪽 옆으로 누우셨네.
[125]
安詳入涅槃 편안히 열반에 드시니
如薪盡火滅 마치 땔감이 다하여 불이 꺼지듯
住世七十九 세상에 머무신 79년 동안
設會三百餘 법회를 3백여 회나 베풀어 주셨네.
[126]
應身雖示滅 응신應身은 비록 멸함을 보여도
眞身本常住 진신眞身은 본래 자리 항상 머무니
如月墮淸晝 마치 대낮(淸晝 259) )이라 달이 지더라도
孤光留古躔 외로운 달빛 옛길에 머무는 것과 같네.
[127]
尒時大地震 그때 대지가 진동하고
諸天雨香花 모든 하늘에서 꽃비 내리니
一切四部衆 일체의 사부대중260)이
失心皆躃地 넋을 잃고 모두 땅에 쓰러졌다네.
『열반경』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부처님께서는 ‘선남자들아, 스스로 그 마음을 닦아서 삼가고 방일하지 말라. 나는 지금 등의 통증이 여느 환자와 같으니, 문수사리여, 그대들은 대중들을 위하여 법을 설하도록 하여라. 이제 큰 법을 그대 문수에게 부촉하노라’ 말씀하시었다.
나아가 가섭과 아난에게도 설법을 마치시고, 동쪽을 등지고 서쪽을 향하여 오른쪽 옆구리로 누워 반열반般涅槃에 드셨다. 그때에 대지가 진동하고 강물이 모두 마르고 초목이 부수어졌으며, 어두운 곳이 크게 밝아졌고, 하늘에서 향기로운 꽃비가 내려 대중들 위에 흩어졌다. 그들 대중 가운데 부처님을 따라 열반에 든 자도 있었고, 넋을 잃거나 기절하여 땅에 쓰러진 자도 있었다. 이에 전륜왕의 법에 따라 부처님의 시신을 관에 안치하였다.”
『주서이기周書異紀』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목왕 52년 임신년 2월 15일에 폭풍이 홀연히 일어나더니 집이 뽑히고 나무가 부러지며 산천이 엎어지고 진동하며 하늘에 검은 구름이 덮였는데, 서쪽에 흰 무지개 12줄이 남북으로 가로질러 밤이 되어도 사라지지 않았다. 왕이 태사 호다扈多에게 ‘이것이 무슨 징조인가?’ 물으니, ‘서방에 큰 성인이 있었는데 열반에 드시니, 그 사라지는 모습이 나타나는 것입니다’라고 답하였다.”
[128]
摩耶下天來 마야부인 하늘에서 내려와
唯見金棺泣 금관을 보고 울기만 하시니
佛自棺中起 부처님께서 관에서 일어나
說偈以慰之 게송을 설하여 위로하시네.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실 때 마야부인에게 다섯 가지 시드는 모습(五衰相)261)이 나타나니, 아나율이 천상에 올라와 이 사실을 아뢰었다. 마야부인이 곧 내려와 부처님의 관과 의발과 주장자를 보시고 그것을 붙잡고 슬피 우시니, 부처님께서 관에서 일어나 “울지 마십시오.” 말씀하시고는 게송을 설하여 위로하셨다.
[129]
拘尸城中人 구시나가라성 사람들이
移棺欲入城 관을 성으로 모셔 오고자
力士十六人 열여섯 사람의 역사들이
▼(扌+舁)而無少動 메었으나 조금도 움직이지 않더라.
[130]
棺自擧昇空 관이 저절로 들려 허공으로 떠올라
出入城四門 성의 네 문을 들어왔다 나갔다
遶城七帀下 성을 일곱 번 돌고서 내려오니
大衆交悲喜 대중들 기쁨과 슬픔이 엇갈리더라.
구시나가라성 사람들이 모두 의논하여 힘센 이 열여섯 사람의 역사들이 부처님의 관을 들어 성안에 모셔 공양하기를 청하였다. 그들이 있는 힘을 다해 메었는데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아누룻다(阿尼樓豆)262)가 말하기를, “설사 성안 사람이 온 힘을 기울이더라도 능히 들지 못할 것이다. 세존께서 평등하게 천신과 인간을 복되고 이롭게 하시려는 뜻이다.”라고 외쳤다. 그러자 관이 저절로 들려 허공중에 7다라수多羅樹263) 높이로 떠올라 구시나가라성 서문으로 들어왔다가 동문으로 나가고, 남문으로 들어왔다가 북문으로 나가서 성을 일곱 번 돌고는 본래 자리로 돌아와 7일을 지나 니련선하를 건너고 천관사天冠寺에 멈추었다. 대중들이 부처님 시신을 붙잡고 관에서 모셔내어 평상 위에 모시고 향기로운 물로 씻겨 드리고, 안에는 도라면兜羅綿264)으로 싸고, 밖에는 아름다운 모포로 싸서 여법하게 묶고 원래대로 관에 모셨다. 향유를 가득 붓고 전단나무 더미에 놓고서 다비식을 봉행하고자 불을 붙였으나 모두 꺼져 버렸다. 이에 대중이 “부처님께서 끝내지 못한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의아해하자, 제석이 “가섭을 기다리시는 것이다.”라고 답하였다.
[131]
迦葉在他國 가섭이 타국에 있다가
晩知急急來 뒤늦게 알고 급히 와서
欲見懇三請 뵙기를 간절히 세 번 청하니
乍現雙趺示 잠깐 두 발꿈치를 내보이시네.
이때 가섭은 파파국派派國에 있다가 니건자尼乾子265) 무리가 하늘 꽃을 쥐고 있는 것을 보고서 부처님께서 입멸하셨음을 알고는 급히 천관사로 갔다. 부처님 시신을 뵙고자 세 번 청하였으나 허락되지 않았다. 이에 홀연히 관이 열리면서 두 발을 드러내시더니 잠깐 사이에 곧 감추셨다.
[132]
將欲闍維時 다비를 봉행하려 할 적에
三加火輒滅 세 번 불을 놓았으나 곧 꺼지고
如來三昧火 여래의 삼매의 불꽃이
從胷出自焚 가슴에서 나와 스스로 태우네.
[133]
所有設利羅 부처님 몸에 있던 설리라設利羅
其數不可計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었는데
天龍及人王 천신과 용 그리고 인간의 왕이
爭分各起塔 앞다퉈 나누어서 탑을 세웠네.
이때 힘센 역사들이 횃불을 들어 다비하고자 하나 불이 곧 꺼져 버렸다. 이처럼 두번 세번 거듭하여도 끝내 태우지 못했다. 가섭이 “큰 성인의 보배로운 관은 삼계의 불로 태울 수가 없는 것이다. 하물며 너희들 힘으로 태울 수 있겠는가?”라고 말하였다. 이에 여래의 가슴에서 삼매의 불이 즉시 소리 내며 일어나 관 밖으로 내뿜어 차츰차츰 다비하여 7일이 지났다.
‘설리라設利羅’는 사리舍利(ⓢ śarīra)라고도 한다. 여기 말로 하면 시신의 유골이다. 다비가 끝난 뒤 영골靈骨을 나누어 부수니, 낱알만 한 크고 작은 것이 오색을 갖추었는데 그 수가 한량이 없었다. 제석이 오른쪽 어금니 하나와 사리를 얻어 하늘로 올라가 탑을 세웠고, 8대국266)의 왕들도 고르게 나누어 가지고 제각기 본국으로 돌아가 탑을 세워 공양하였다. 그래도 숯과 재가 남아 있으므로 회탑灰塔과 탄탑炭塔이라고 하여 오래도록 공양하였다.
[134]
後有阿育王 훗날 아육왕이
分布成金塔 나누어서 금탑을 세우니
數八萬四千 그 수가 8만 4천
遍安一天下 온 천하에 두루 안치되었네.
여덟 나라의 국왕이 사리를 똑같이 나누었는데, 아사세왕은 8만 4천 과顆를 얻어서 금으로 만든 상자에 넣고 백세등百歲燈을 만들어 갠지스 강에 모셔 두었다.
『아육왕경』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세존이 성에 들어가 걸식하시다가 흙장난을 하는 두 동자를 보았다. 두 동자는 부처님을 보고 기뻐하면서 흙으로 만든 것을 국수라고 하면서 부처님께 공양하고 발원하기를, ‘제가 장차 하늘과 땅을 덮을 때까지 널리 공양을 베풀게 하여 주소서’라고 하였다. 이 인연으로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지 1백 년 뒤 전륜왕이 되었으니, 그의 이름이 아육왕이다.
염부제를 통일할 때 질투심으로 인하여 8만 4천의 궁인을 죽였고, 그 후에는 성 밖에 지옥 같은 집을 짓고 죄인들을 다스렸다. 이때 소산消散 비구가 왕을 교화하니, 왕이 곧 믿고 깨우쳤다. 왕이 비구에게 ‘8만 4천의 궁인을 죽인 죄도 속죄할 수 있습니까?’ 물으니, 도인이 ‘한 사람을 위해 탑 하나씩 세우고 부처님의 사리를 모셔 두면 장차 죄를 면할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답하였다. 왕이 곧 사리를 찾았는데 등불이 여전히 밝은 것이 보였다. 사리를 꺼내자 등불도 꺼지니, 왕이 괴이하게 여겨 연화蓮花 비구에게 물었다. 그러자 ‘아사세왕이 기름의 양을 미리 재단하여 사리를 꺼내면 등불도 꺼지도록 하였기 때문입니다’라고 하였다. 다시 도인에게 ‘어디에 탑을 세워야 합니까?’라고 물으니, 도인이 신통력으로 왼손으로 햇빛을 가려 8만 4천 줄기의 햇빛이 염부제를 흩어져 비추게 하고서 비춰지는 곳마다 모두 탑을 세울 수 있다고 하였다. 왕이 그 말에 따라 8만 4천의 금·은·유리·파려로 된 함을 만들어서 부처님 사리함을 만들었다. 또 8만 4천의 보배로 만든 병을 만들어서 이 사리함에 담고, 한량없는 백천 가지의 공양물을 갖추어 놓았다. 그리고는 귀신들에게 명하여 염부제에 있는 성·읍·취락에 1억 가구가 되는 곳마다 탑 하나씩을 세우도록 하였다.”267)
지금 중국의 낙양洛陽·팽성彭城·부풍扶風·촉군蜀郡·임치臨淄, 고려의 정주定州·안주安州·금강산에 모두 탑이 있는데, 모두들 신이함을 지니고 있다. 또 『아육왕경』에서는 “아육왕이 삼보를 공경하여 염부제의 땅을 모두 삼보에게 귀속시켰으므로 염부제의 땅은 겨자씨만 한 것일지라도 삼보의 땅이 아님이 없다.”라고 하였다.
[135]
尊者大飮光 존자 대음광大飮光은
受佛僧伽棃 부처님의 승가리를 받았고
今入雞足山 지금은 계족산에 들어가
以待彌勒尊 미륵 존자를 기다리신다.
‘음광飮光’은 범어로 가섭迦葉(ⓢ Kāśyapa)을 말한다.
『전등록』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이르시기를, ‘나에게 정법안장正法眼藏268)이 있어 그대에게 부촉하노라. 그대는 유포하여 끊어지지 않게 하여라’ 말씀하시고, 이어서 금으로 만든 승가리僧伽梨를 전해 주셨다. 이에 가섭은 계족산鷄足山269)에 들어갔는데, 그 산이 곧 합쳐지면서 몸을 숨겨 주었다. 이는 훗날 미륵彌勒부처님이 하생하실 때 전해 주기 위함이다.”270)
‘미륵’은 정확히 말하면 마이트레야(ⓢ Maitreya, 梅怛麗)이다. 여기 말로는 자씨慈氏라고도 하는데, 세세생생 자비를 닦았기 때문이다.
[136]
侍者慶喜尊 시자이신 경희慶喜 존자는
受佛法寶藏 부처님의 법보장을 받았고
與一千羅漢 천 명의 아라한과 함께
結集流於世 결집을 행하여 세상에 유포하였네.
‘경희慶喜’는 범어로 아난阿難(ⓢ Ānanda)을 말한다.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뒤 욕계와 색계의 천신들이 함께 대가섭 존자에게 나아가 절을 하고는 이렇게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이미 돌아가셨으니 법의 등불이 꺼지려 합니다. 마땅히 대자비로 불법을 세우시어 중생을 복되고 이롭게 하소서.”
그때 대가섭이 천신들의 청을 받아들여 법장을 결집하고자 무학無學271) 1천 명을 칠엽암굴七葉巖窟에 불러 모았다. 그런데 아난은 번뇌가 다하지 못하였으므로 모임에 참여하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다.
그리고 가섭은 여섯 가지 죄로 그를 꾸짖었는데, 첫째 여인의 출가를 청하여 부처님의 정법시대가 5백 년 줄어들게 한 것, 둘째 부처님께서 등창을 보이실 때 물을 찾으셨는데 드리지 않은 것, 셋째는 부처님께서 신족통을 닦으라 말씀하셨는데 말없이 응하지 않은 것, 넷째는 부처님의 승가리를 밟은 것, 다섯째는 여인들에게 부처님의 음장상陰藏相을 보여 준 것, 여섯째는 전생의 번뇌가 다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때 아난이 이 말을 듣고 금강정金剛定에 들어 일체 번뇌를 타파하고 삼명과 육신통을 구족하여 해탈에 들어갔다. 곧 그날 밤에 문의 열쇠 구멍으로 들어가니, 가섭이 손으로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대가 속히 도를 얻게 하기 위해 내가 일부러 한 일이니, 그대는 한스러워 말라.”라고 하였다.
아난이 법좌에 오르자 대중들에게는 세 가지 의심이 있었다. 첫째 의심은 ‘부처님께서 다시 일어나 앉으셨는가’, 둘째 의심은 ‘다른 세계의 부처님께서 오셨는가’, 셋째 의심은 ‘아난이 성불하였는가’ 하는 것이었다. 그때 아난이 “이와 같이 나는 들었노라(如是我聞).”라고 외치니, 세 가지 의심이 단박에 풀어졌다. 이로부터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40여 년 동안 설하신 법장法藏이 모두 다 결집되어 빠뜨린 것이 없게 되었다.
[137]
繼有三七聖 연이어 스물한 분의 성인과
及餘諸應眞 다른 아라한(應眞)들이
造論釋其義 논서를 짓고 그 뜻을 풀이하여
轉次廣宣揚 더욱더 널리 선양하였노라.
가섭과 아난이 경장을 결집하고 세상에 유포하다가 열반에 들자, 상나화수商那和修 등 스물한 분의 성인이 서로 연이어 불법을 널리 유통시켜 중생들을 이롭게 하였으니, 여러 성인들의 일은 문장이 번거로워 기록하지 않는다. 간략히 그 이름과 전등한 햇수를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제1세는 가섭迦葉으로 45년 동안 전등하였다. 제2세는 아난阿難으로 37년 동안 전등하였다. 제3세는 상나화수商那和修로 62년을, 제4세는 우바국다優波鞠多로 65년을, 제5세는 제다가提多迦로 49년을, 제6세는 미차가彌遮迦로 55년을, 제7세272)는 불타난제佛䭾難提로 55년을, 제8세는 불타밀다佛䭾蜜多로 48년을 전등하였다. 제9세는 협존자脇尊者로 45년 동안 전등하면서 『대비바사론大毗婆娑論』을 지어 삿된 견해를 논파하고 바른 종지를 붙들어 세워서 다시 현풍이 일어나도록 하였다.
제10세는 부나야사富那夜奢로 60년 동안 전등하였고, 제11세는 마명 대사馬鳴大士로 56년 동안 전등하였는데, 『기신론』을 지어 정법을 중흥시켰다. 제12세는 가비마라迦毗摩羅로 58년 동안, 제13세는 용수 대사龍樹大士로 57년 동안 전등하였다. 용수 대사는 처음에는 바라문교도(梵志)였다가 후에 불교를 믿게 되었다. 비근鼻根의 청정함을 얻어 바다에 들어가 『화엄경』을 냄새 맡고 꺼내 와서 유포시켰고, 『대지도론』을 설하여 『반야경』을 풀이하였다.
제14세는 가나제바迦那提婆로 51년 동안, 제15세는 라후라다羅睺羅多로 48년 동안, 제16세는 승가난제僧伽難提로 39년 동안, 제17세는 승가야사僧伽耶舍로 61년 동안, 제18세는 구마라타鳩摩羅䭾로 34년 동안, 제19세는 사야다闍夜多로 52년 동안, 제20세는 바수반두婆須槃頭로 43년 동안, 제21세는 마나라摩那羅로 48년 동안, 제22세는 학륵나鶴勒那로 44년 동안, 제23세는 사자 존자師子尊者로 50년 동안 전등하였다.
이상의 여러 성인들은 모두 부처님의 명을 받아 서로 연이어 조사가 되어 널리 법을 펴서 중생을 이롭게 하였다. 학륵나 존자에 이르러서는 사자 존자에게 이렇게 예언하였다.
“내가 열반에 들고 나서 50년 후에 반드시 법난이 일어나리니, 그 재앙이 그대 몸에 미치리라.”
때가 되어 계빈국罽賓國273) 왕이 과연 불법을 없애려 하였다. 왕이 사자 존자 앞에 와서 이렇게 물었다.
“스님은 온藴이 공한 이치를 얻으셨습니까?”
그러자 사자 존자가 답하였다.
“온이 공함을 얻었습니다.”
왕이 다시 물었다.
“생사를 여의셨습니까?”
사자 존자가 답하였다.
“생사를 이미 여의었습니다.”
왕이 또다시 물었다.
“이미 생사를 여의었다면 나에게 머리를 내줄 수 있습니까?”
사자 존자가 답하였다.
“몸도 나에게 있는 것이 아니거늘, 어찌 머리인들 아끼겠습니까?”
그러자 왕이 곧 검을 휘둘러 존자의 머리를 치니 흰 젖이 몇 척이나 높이 솟구쳐 올랐다. 이때 왕의 팔도 떨어져 7일 만에 죽고 말았다. 이것이 불멸 후 1208년 되던 해의 일이다.274)
이후로 네 분의 성인이 있었는데, 첫째는 바사사다婆舍斯多, 둘째는 불여밀다不如蜜多, 셋째는 반야다라般若多羅, 넷째는 보리달마菩提達摩이다. 이 네 분의 성인은 부처님이 기약하신 적은 없지만, 법의 등불을 서로 잇고 부처님의 혜명을 이어 복덕과 이익이 끝이 없었으니, 모두 범상치 않은 분들이다.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옛날에 보리달마가 처음 이 땅에 오셨을 때, 양 무제梁武帝가 지공 법사誌公法師에게 달마가 어떤 사람인가를 물었다. 그러자 “그분은 관음보살로서 부처님의 심인心印을 전하기 위해 서쪽에서 오신 것입니다.”라고 답하였다.
또 어느 곳에서는 “반야다라 존자는 대세지보살의 화현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다른 두 성인의 예도 미루어 알 수 있을 것이다.
슬프다! 달마가 9년간 면벽하고 있는데, 신광神光275)이 한 번 배알하고 심인을 전해 받았고, 이로부터 등불을 이은 사람을 이루 다 셀 수 없다. 만일 성인께서 보이신 자취가 지극하지 않으셨다면, 어찌 이러한 경지에 이를 수 있겠는가? 만일 역대 성인들의 근본과 지말, 정맥正脉과 방전傍傳, 여러 종류의 종파들에 대해 자세히 알려거든 『전등록』을 찾아보길 바란다.
『석씨회요』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여래께서 입멸하신 후 4백 년, 그때에 간다라국(健䭾羅國, ⓢ Gandhāra) 카니시카 왕(迦尼色迦王, ⓢ Kaniṣka)은 정사를 돌보는 데 여가가 있으면, 매번 불교 경전을 익히고 날마다 스님 한 분을 청하여 궁에 모셔 설법하도록 하였는데, 스님들의 부파마다 주장하는 바가 달랐다. 왕이 깊이 의심하였기 때문에 협존자脇尊者에게 “어찌하여 그렇습니까?” 묻자, 존자는 “여래가 세상을 떠나신 후 세월이 멀어지면서 스승과 제자의 주장이 달라지고, 제각기 보고 들은 것에 근거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라고 답하였다.
왕이 이 말을 듣고 매우 슬퍼져서 존자에게 “원컨대 법사께서 삼장을 모두 해석하시어 모든 의혹을 해결하여 주십시오.”라고 하니, 존자가 “그리하겠습니다.”라고 답하였다.
왕이 곧 명을 내려 성현들을 널리 불러 모으고 여러 스님들에게 “삼명과 육신통을 구족하고 안으로 삼장을 궁구하고 밖으로 오명을 통달한 이는 남고, 이 경지에 있지 않은 이들은 물러가라.” 말하니, 제각기 물러가고 남은 이가 5백 명이었다.
이에 여러 성인들이 먼저 『오바제약론鄔波弟鑰論』을 지어 경장(素怛覽藏, ⓢ sūtra)을 풀이하고, 다음으로 『비나야비바사론毗奈耶毗婆娑論』을 지어 율장(毗奈耶藏, ⓢ vinaya)을 풀이하고, 마지막으로 『아비달마비바사론阿毗達摩毗婆娑論』을 지어 논장(阿毗達摩藏, ⓢ abhidharma)을 풀이하였으니, 모두 3백만 송 960만 자(言)이었다. 삼장에 대한 해석을 모두 갖추어 그 지엽까지 궁구하지 않은 바가 없었고, 그 깊고 얕음이 모두 밝혀지게 되었다. 그리하여 대의가 거듭 밝아지고 미세한 말씀까지 다시 드러나서 널리 연설하고 유포하여 후세의 사람들이 의지하게 되었다.
석가여래행적송 상권
1)
부처님의 열 가지 명호 : 여래십호如來十號를 말한다. 여래如來(ⓢ tathāgata)·응공應供(ⓢ arhat)·정변지正徧智(ⓢ samyaksaṃbuddha)·명행족明行足(ⓢ vidyācaraṇasaṃpanna)·선서善逝(ⓢ sugata)·세간해世間解(ⓢ lokavid)·무상사無上士(ⓢ anuttara)·조어장부調御丈夫(ⓢ puruṣadamyasārathi)·천인사天人師(ⓢ śāstā- devamanuṣyāṇām)·불세존(ⓢ buddha, bhagavat)이 그것이다. 이때 불과 세존을 나누면 열한 가지가 된다.
2)
『금강반야바라밀경』 권1(T8, 752b).
3)
『석가여래행적송』에서는 먼저 불타의 의보依報인 국토의 성·주·괴·공을 밝히고, 정보正報인 불타의 삼신을 밝힘으로써 이들이 늘 함께 맞물려 있으며, 서로 의지하는 세계임을 보여 주고 있다.
4)
열응신劣應身 : 열등한 범부에게 응해 나타난 부처님의 모습. 도솔천에서 내려와 마야부인의 태에 의탁하고, 태에서 나와 야수다라와 결혼하여 라후라를 낳고, 출가하여 6년 고행 뒤 깨달음을 얻은 구체적이고도 역사적인 존재로서의 부처님을 말한다. 열응신은 승응신에 비교하여 일컫는 말이지, 본래 열등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5)
승응신勝應身 : 초지 이상의 보살에 응해 나타난 부처님의 모습. 장륙丈六의 부처님이지만, 상호 하나하나가 법계에 두루하고 신통자재하여 현실의 육체적 제약에 걸림이 없이 자유롭다.
6)
지금까지 설명한 네 가지 국토설은 천태종의 것인데, 이제 법상종의 네 가지 국토설을 말하겠다는 뜻이다.
7)
흑파지黑玻胝 : ⓢ sphaṭikā. 수정水晶의 한 종류. 파리玻璃·파지가頗胝迦라고도 한다.
8)
유순由旬 : ⓢ yojana. 거리의 단위. 유행자가 보통 하루에 걷는 거리 혹은 멍에를 멘 소가 하루에 가는 거리. 약 10㎞에 해당하는데 일률적으로 그 거리를 산정할 수는 없다.
9)
『구사론俱舍論』 권11 「분별세품」(T29, 59b).
10)
견수堅首·지만持鬘·상교常嬌 : 모두 야차夜叉(ⓢ yakṣa)의 이름이다. 이들 셋은 모두 사대천왕에 소속된 천중天衆들이다. 이 가운데 상교는 『구사론』에 항교恒憍로 되어 있다.
11)
지指 : ⓢ aṅgula. 손가락 마디의 길이. 지절指節이라고도 한다. 『구사론』 권12에서는 “손가락 세 마디(三節)가 1지指”라고 말하고 있다.
12)
주肘 : ⓢ hasta. 팔꿈치부터 손까지의 길이. 1척 6촌, 약 40~48㎝에 해당한다. 여러 경전에서 말하는 바가 일치하지는 않는데, 『석가여래행적송』에서는 이와 같이 1척 5촌으로 되어 있다.
13)
궁弓 : ⓢ dhanus. 양 팔을 펼친 길이. 심尋(vyāma)이라고도 하며, 4주肘에 해당한다.
14)
구로사俱盧舍 : ⓢ krośa. 소 우는 소리나 북소리가 들리는 최대한의 거리. 10리 혹은 1㎞ 남짓의 거리로 1우후牛吼, 5백 궁弓이라고도 한다.
15)
우발라優鉢羅(ⓢ utpala)는 청련화, 파두마波頭摩(ⓢ padma)는 홍련화, 구모두拘牟頭(ⓢ kumudu)는 황련화, 분다리奔茶利(ⓢ puṇḍarika)는 백련화를 말한다.
16)
『화엄경』 권52 「여래출현품」(T10, 273c).
17)
『화엄경』 권52 「여래출현품」(T10, 274a).
18)
『화엄경』 권52 「여래출현품」(T10, 271c).
19)
『대루탄경』 권5 「재변품」(T1, 304b~c).
20)
중표지친中表之親 : 중표中表란 내외종內外從을 말한다. 즉 내종사촌과 외종사촌을 일컫는 말이다.
21)
우위선가優慰禪伽 : ⓢ uccaṅgama. 우선가마優禪伽摩라고도 하며, 고행高行이라 번역한다. 즉 ‘위로 가는 것’이라는 의미로 인도에서는 날아다니는 새를 통칭하여 일컫는 말이다.
22)
열 가지 선 : 신·구·의 삼업 중에 뛰어난 열 가지 선한 행위. 즉 불살생不殺生·불투도不偸盜·불사음不邪淫·불망어不妄語·불양설不兩舌·불악구不惡口·불기어不綺語·불탐욕不貪欲·부진에不瞋恚·불우치不愚痴를 말한다.
23)
『기세인본경起世因本經』 권2 「지옥품」(T1, 375c).
24)
『석씨회요釋氏會要』 : 인찬仁贊이 저술한 40권의 책으로 지금은 전해지지 않는다. 고려 때 대각 국사가 편찬한 『속장경』의 목록인 『신편제종교장총록』 3권에 수록되어 있다.
25)
『기세인본경』 권10(T1, 415a~b).
26)
『불설입세아비담론佛說立世阿毘曇論』 권6(T32, 197b~c).
27)
『정법염처경』을 말한다. 권18(T17, 107b), 권20(T17, 117c)에 보인다.
28)
『구사론』 「분별세품」(T29, 59a). 이 게송에 대하여 세친은, “만약 북구로주가 한밤중이라면, 동승신주는 일몰이며, 남섬부주는 바로 한낮이고, 서우화주는 일출이다. 이러한 4시四時는 동일한 시간이니, 나머지 경우도 그와 같이 알아야 한다.(北洲夜半東洲日沒。 南洲日中西洲日出。 此四時等。 餘例應知。)”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해의 작용은 각기 다르지만 사대주에서 그것은 동시라는 의미이다.
29)
규기의 『묘법연화경현찬妙法蓮華經玄贊』(T34, 675b)에 보인다.
30)
수명과 복덕이 뒤로 갈수록 앞의 것의 두 배가 된다는 의미. 예컨대 사왕천보다 도리천의 수명은 두 배가 되고, 야마천의 수명은 다시 도리천의 두 배가 된다.
31)
오취五趣 : ⓢ pañca gatayaḥ. 지옥·아귀·축생·인간·천상 등의 다섯 가지 존재 영역. 오도五道라고도 한다. 취趣(gatiḥ)는 중생들이 번뇌에 의해 업을 지어 이끌려 가는 생존의 상태 혹은 그 세계를 말한다.
32)
발특마鉢特摩 : ⓢ padma. 홍련화를 말한다. 인도에서는 이 연꽃을 가장 고귀한 꽃으로 여긴다. 불보살의 보좌寶座를 장엄하거나 관세음보살의 몸을 장엄하는 도구로 사용한다.
33)
온발라殟鉢鑼 : ⓢ utpala. 청련화를 말한다. 불안佛眼에 비유하여 자주 쓰인다.
34)
『아비달마대비바사론』 권135(T27, 701a).
35)
『대지도론』 권54(T25, 443b).
36)
거친 색(麤色) : 극미로 만들어진 거친 색법色法. 즉 물질의 세계를 말한다.
37)
산심散心 : 산란한 마음. 한 가지에 안주하는 일이 없는 마음.
38)
심사尋伺 : 마음의 거친 성질을 심尋(ⓢ vitaka)이라 하고, 마음의 세밀한 성질을 사伺(ⓢ vicāra)라고 한다.
39)
왕신王臣 : 주종 관계를 의미한다.
40)
제3과第三果 : 소승의 사과四果 중에서 세 번째인 아나함과. 소승의 사과란, 수다원과須陀洹果(ⓢ srotāpanna)·사다함과斯陀含果(ⓢ sakṛdāgāmin)·아나함과阿那含果(ⓢ anāgāmin)·아라한과阿羅漢果(ⓢ arhat)를 말하고, 예류과預流果·일래과一來果·불환과不還果·무학과無學果라고도 번역한다.
41)
10지 보살十地菩薩 : 보살이 수행해야 할 52단계 중에서 41위에서 50위 사이에 있는 보살.
42)
앞부분에서 “외도들이 무상천無想天을 별도로 닦기도 하는데, 이는 광과천에 포함되며, 키와 수명도 광과천과 같다.”라고 말하였다. 즉 무상천을 별도의 항목으로 설정하지 않고 광과천에 포함시킨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무상천을 별도의 항목으로 설정하고, 대신 대자재천을 없애는 경우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43)
음陰 : ⓢ skandha의 구역, 신역에서는 ‘온蘊’이라 번역. 모임이나 적집을 의미하고, 일반적으로 오온을 가리키는 데 쓰인다. 여기에서 ‘사음만 있다’라는 것은, 무색계의 경우 색·수·상·행·식 오온 중에서 색온은 없고 나머지 사온만 있다는 것이다.
44)
전오식前五識은 없고, 육식·칠식·팔식만 있다는 뜻이다.
45)
오나함천五那含天 : 정업淨業의 성인이 거주하는 곳. 아나함과(불환과)를 증득한 성자가 태어나는 색계의 제4 선천. 무번천無煩天·무열천無熱天·선현천善現天·선견천善見天·색구경천色究竟天 다섯 곳을 말한다.
46)
열응장륙불劣應丈六佛 : 천태종에서는 범부·이승·지전 보살에게 응하여 나타나는 부처님을 열응신劣應身이라고 하며, 1장 6척의 모습으로 나타나므로 장륙불丈六佛이라고 한다. 보통 사람의 신장은 8척이고, 부처님의 신장은 이것의 배가 되는 1장 6척이므로 장륙丈六이라 부른다.
47)
태현의 『범망경고적기梵網經古跡記』(T40, 701b)에 보인다.
48)
반연槃椽 : 반槃이란 소반, 연椽이란 가장자리라는 의미. 즉 풍륜의 모양이 소반의 가장자리 같다는 뜻이다.
49)
승금주勝金洲 : 염부제 혹은 남섬부주를 말한다.
50)
지미의 떡(地味餠) : 지피병地皮餠·지병地餠이라고도 한다. 세계가 성립하는 초기에 땅에서 자연히 생기는 얇은 떡으로 겁초劫初에 사람들은 이것을 먹고 살았다고 한다.
51)
다섯 갈래(五趣) : 지옥·아귀·축생·인간·천상 다섯 가지의 존재 영역. 오도五道라고도 한다.
52)
아승기겁阿僧祗劫 : 셀 수 없이 많은 시간, 겁의 수가 아승기라는 말. 아승기는 ⓢ asaṃkhya의 번역으로 ‘셀 수 없다’라는 의미이다.
53)
『화엄경』 「여래출현품」(T10, 264a~b).
54)
『유가사지론』 권2(T30, 286c), 『구사론』 「분별세품」(T29, 57a~b, 62a) 참조.
55)
정상적인 셈법으로는 2,280이 되어야 한다. 산법의 편의를 위해 개략적으로 수를 더하여 2천5백이 되었다. 이와 같은 방식을 증수법增數法이라 하고, 그 반대는 감수법減數法이라 한다.
56)
『장아함경』 「전륜성왕수행경」(T1, 41b~c). 어떤 경에서는 ‘8만 4천’이라고 하지만, 8만이 맞다는 이야기이다.
57)
녹로轆轤 : 녹로는 오지 그릇 만드는 데 쓰는 물레, 혹은 우산대 살을 한 곳에 모았다 폈다 하는 데 쓰이는 물건. 도르래·수레바퀴를 말하기도 한다. 도르래가 위아래로 끊임없이 오르내리는 것을 무한한 세월에 비유하여 ‘녹로겁’이라 말한다.
58)
구생수俱生水 : 이선천이 생길 때부터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던 물. 즉 이선천에서 자체적으로 생기는 물.
59)
구생풍俱生風 : 삼선천이 생길 때부터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던 바람. 즉 삼선천에서 자체적으로 생기는 바람.
60)
『대승아비달마잡집론大乘阿毘達磨雜集論』 권6(T31, 720b).
61)
겁劫 : ⓢ kalpa. 인도의 시간적 단위 중에서 가장 긴 것. 지극히 긴 시간, 측량할 수 없이 긴 무한의 시간. 우주론적 시간관으로서 세계가 성립되고 존속하고 파괴되고 사라지는 하나하나의 시기를 말하기도 한다.
62)
『대지도론』 권5(T25, 100c, 339b).
63)
장수천長壽天 : 색계 사선천의 네 번째인 무상천을 말한다. 이 하늘의 수명은 5백 겁이어서 색계천 가운데 가장 오래 살게 되므로 ‘장수천’이라고 부른다.
64)
삼수의三銖衣 : 매우 가벼운 옷. 수銖는 무게의 단위로 한 냥의 24분의 1이라고 한다.
65)
『보살영락본업경』 하권(T24, 1019a).
66)
불가지不可知 : 셀 수 없이 많은 수의 단위.
67)
『유가론겁장송』 권1(X47, 235a).
68)
『화엄경』 「아승기품」(T10, 237b).
69)
자은 규기慈恩窺基(632~682) : 중국 당나라 초기의 승려. 법상종의 개조. 속성은 위지尉遲, 자는 홍도洪道. 17세에 출가하여 현장의 제자가 되었으며, 28세 때 스승을 도와 『성유식론』을 번역하였다. 그 후 『성유식론술기』·『유가론약찬』·『법화현찬』 등 50여 부를 저술하였다.
70)
마등摩騰 : 중국에 불교를 처음 전한 사람. 중인도 사람으로 가섭마등迦葉摩騰이라고도 한다. 후한 영평 10년 축법란과 함께 중국에 와서 백마사에 머물면서 『사십이장경』을 번역하였다. 이것을 중국 역경의 시작, 불법佛法의 시초라고 말한다.
71)
범행梵行 : ⓢ brahmacarya. 범梵은 청정淸淨의 욕망을 끊는 수행을 말한다. 바라문이 행하는 깨끗한 행위. 남녀의 음욕을 끊는 실천을 말한다. 특히 바라문이 실행하는 학생기의 수행을 말하기도 한다.
72)
『기세인본경』 권8(T1, 403a).
73)
천백억 : ‘1만억’의 다른 이름이다. 천백억은 천 개의 연꽃마다 백억의 국토가 있다는 뜻으로, 오늘날 10억을 말한다. 이는 삼천대천세계에 포함된 소천세계의 수효이기도 하다. 현대의 10억을 100억으로 표현하는 계산법은 1만까지는 열 배로 올라가고, 만과 억은 백 배로 올라가기 때문이다.
74)
적화불迹化佛 : 자취를 나타내어 교화하시는 부처님, 즉 석가모니불을 말한다.
75)
노사나盧舍那 : 비로자나불毘盧遮那佛의 줄임말. 법성상주法性常住의 이신理身, 즉 법신불을 말한다.
76)
『범망경』(T24, 1003c).
77)
『범망경』(T24, 997c).
78)
종지種智 : 일체지一切智·일체종지一切種智와 동일한 의미. 모든 것의 개별성을 아는 지혜. 혹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자, 혹은 부처님의 지혜를 말한다.
79)
『기세인본경』 권10(T1, 416c~419a).
80)
삼만다三滿多 : ⓢ samanta. 평등함(等)·넓음(普)·두루함(遍)의 의미. 겁초 평등왕의 이름이다.
81)
사자협왕師子頰王 : ⓢ Siṃhahanu. B.C. 7세기경 중인도 카필라국의 왕. 정반왕의 아버지를 말한다.
82)
조달調達 : ⓢ Devadatta. 제바달다提婆達多라고도 한다. 곡반왕의 아들로 아난의 형이며 부처님의 사촌이 된다. 어려서부터 욕심이 많아 출가 전에도 싯다르타 태자와 여러 가지 일에 경쟁하고 대항하는 일이 많았다. 출가 후엔 부처님의 위세를 시기하여 아사세왕과 결탁하고 부처님을 살해하고 스스로 부처님이 되려다 뜻을 이루지 못했다. 5백 비구를 규합하여 일파를 따로 세우기도 하였다. 살아서 지은 죄 때문에 그는 지옥에 떨어졌다고 전하지만, 엄격한 규율을 주장했던 인물로 평가되기도 한다.
83)
감로반왕의 두 아들에 대해서는 이설이 많다. 『석가보釋迦譜』(T50, 10a)에는 파파婆婆와 발제拔提라는 두 아들의 이름을 기록하면서 『대지도론』을 인용하여 아들 마하남摩訶男과 아누룻다(阿泥盧豆) 그리고 감로미라는 딸이 있었다는 내용을 함께 전하기도 한다. 『석가여래행적송』 원문의 ‘婆娑’는 ‘婆婆’일 가능성이 있다. 부처님의 가계에 관해서는 『ゴータマ·ブッダ』(中村元, 春秋社, p.31) 참조.
84)
주 소왕周昭王(B.C. 1052~B.C. 1002) : 주나라 제4대 왕.
85)
희주姬周(B.C. 1122~B.C. 256) : 삼대三代의 하나. 무왕이 은나라를 멸하고 호경鎬京에 건국하였는데, 그의 성이 희씨姬氏이므로 후대의 주나라와 구별하기 위하여 희주姬周라 하였다. 후에 장안으로 천도하였다.
86)
『과거현재인과경』(T3, 623a~b), 『불설보요경』(T3, 485c~486a).
87)
『불설태자서응본기경』(T3, 473b).
88)
『불설태자서응본기경』(T3, 473b~c).
89)
이와 같은~34가지나 있었다 : 『불설태자서응본기경』에서는 “하늘에서 내린 상서로운 감응이 32가지가 있었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90)
건척揵陟 : ⓢ Kaṇṭhaka. 싯다르타 태자가 타던 애마. 태자가 카필라 왕궁을 나와 고행림으로 갈 적에 이 말을 타고 마부 차닉車匿과 함께 갔다고 한다. 태자가 출가한 후 성에 돌아와서는 몹시 괴로워하다가 얼마 뒤에 죽어서 삼십삼천에 태어났다고 하는 이야기가 『불본행집경』에 전한다.
91)
사르바싯다르타(薩婆悉達多) : ⓢ Sarvasiddhārtha. 부처님의 어렸을 적 이름. ‘일체를 성취했다’라는 의미이다.
92)
아사타阿私陁, : ⓢ Asita. 중인도 카필라국의 선인. 오신통을 구족하여 항상 삼십삼천을 자유롭게 출입하였다. 일찍이 태자가 마야부인의 태에 들어가는 모습을 관찰하고, 태자가 탄생하였을 때 찾아와 관상을 보고 나서 장차 성불하리라 예언하였다.
93)
하夏나라 마지막 왕 : B.C. 1800년. 걸왕桀王을 말한다. 하夏는 은殷·주周와 함께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전설상의 왕조. 걸왕에 이르러 하나라는 은나라 탕왕에게 멸망하였다.
94)
상왕대商王代 : B.C. 1766~B.C. 1123년. 상商은 은殷을 말한다. 수도의 이름을 따라 상商이라고 한다. 하夏·은殷·주周 3대의 왕조가 고대의 중국을 지배하였다고 하는데, 하 왕조는 고전에만 기록되어 있을 뿐, 전설적인 존재에 불과하다. 이에 반하여 은 왕조는 20세기에 들어서 유적지 은허殷墟가 발굴됨에 따라 실재의 왕조였음이 판명되었다. 따라서 은나라는 중국 최고最古의 역사적 왕조라고 말할 수 있다.
95)
동주東周 평왕平王 : 동주는 고대 중국 주나라의 후대 왕조(B.C. 770~B.C. 256). B.C. 771년 유왕幽王 때 견융犬戎의 공격을 받아 유왕이 살해되었다. 이에 유왕의 아들 평왕平王이 낙양 부근으로 천도하여 B.C. 770년 주 왕실을 부흥시켰다. 이것을 동주東周라고 부른다.
96)
환왕桓王(B.C. 719~B.C. 697) : 주나라 14대 왕. 평왕에 이어 왕위에 올랐다.
97)
『주서이기周書異記』 : 주나라 때 신이한 일들에 관해 기록한 책.
98)
태미太微 : 왕을 상징하는 별자리. 북극성으로 보아도 무방할 듯.
99)
천사당天祠堂 : 하늘에 제사지내는 사당.
100)
이 인용문은 『변정론』에서는 “昭王二十四年四月八日。 江河泉池悉皆泛漲。”(T52, 530a)이라고 간단하게 기술되어 있을 뿐이다.
101)
강표江表 : 양쯔 강의 동쪽 지방, 지금의 강소성江蘇省을 말한다. 하나라의 역법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2)
주나라 역법은 ‘자월子月’을 정월로 삼았고, 하나라 역법은 ‘인월寅月’을 정월로 삼았다.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음력은 하나라의 역법을 사용하므로 ‘인월’을 정월로 삼고 있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 탄생하신 달에 대하여 주나라 역법에 따른다면 ‘묘월卯月’, 즉 4월이므로 하나라 역법에서는 4월이 아니라 2월을 부처님께서 탄생하신 달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103)
『살바다비니비바사薩婆多毘尼毘婆沙』(T23, 510b). “부처님은 2월 8일 샛별이 뜰 무렵 처음 정등정각을 이루셨고, 부처님은 2월 8일 샛별이 뜰 무렵 탄생하시었고, 부처님은 8월 8일 샛별이 뜰 무렵 법륜을 굴리셨고, 부처님은 8월 8일 반열반에 드셨다.”라고 되어 있다.
104)
대애도大愛道 : ⓢ Mahāprajāpati. 마야부인의 동생, 즉 부처님의 이모. 마야부인이 석존을 낳고 7일 만에 죽자 정반왕의 비가 되어 석존을 양육하였다. 석존의 이복동생인 난타의 어머니이다. 후에 출가하여 불교교단 최초의 비구니가 되었다.
105)
『태자서응본기경』(T3, 474b).
106)
범서梵書 : 기원전 6세기경에 형성된 인도에서 가장 오래된 브라흐미(ⓢ brāhmī) 문자. 굴다掘多(ⓢ gupta)·실담悉曇(ⓢ siddhaṃ)·데바나가리(ⓢ devanāgarī) 등의 문자는 브라흐미 문자에서 발달한 것이다.
107)
거류서佉留書 : 고대 인도 문자의 한 종류. 거루서佉樓書라고도 한다. 『아비담비바사론』 권42에서는 “사람이 먼저 범서를 배우고 나중에 거루서를 배우면 빠르다. 먼저 거루서를 배우고 나중에 범서를 배우면 빠르지 않다.”라고 하였다.
108)
이 내용은 『출요경』이 아니라 『보요경』 「현서품』에 해당한다.(T3, 498a~b).
109)
『과거현재인과경』 권2(T3, 628b~629a).
110)
야수다라耶輸陀羅 : ⓢ Yaśodharā. 석존의 아내이자 라후라의 어머니. 중인도 카필라성 집장執杖(ⓢ Daṇḍapāṇi)의 딸이라고 하고, 천비성 선각왕善覺王(ⓢ Suprabuddha)의 딸이라고도 한다. 석존 성도 5년 뒤 마하파사파제 등 5백 명의 석가족 여인들과 함께 출가하여 비구니가 되었다.
111)
라후라羅睺羅 : ⓢ Rāhula. 석존의 아들. 라후 아수라왕이 달을 가릴 때 태어났으므로 장월障月이라고 하고, 모태에 6년간 있었으므로 복장覆障이라고 한다. 석존이 태자로 있을 때 출가하여 도를 배우려고 하나, 아들을 낳고는 장애됨을 한탄하여 장애를 의미하는 Rāhula로 이름하였다. 석존이 성도한 뒤에는 출가하여 10대 제자가 되었다.
112)
유사有司 : 관직의 이름. 어떤 단체의 사무를 맡아 보는 직무.
113)
네 종류의 군사(四兵) : 상병象兵·마병馬兵·차병車兵·보병步兵을 말한다.
114)
차닉車匿 : ⓢ Chandaka. 정반왕의 마부로 싯다르타 태자가 성을 떠나 출가할 적에 태자를 위해 말 건척揵陟을 몰았다. 후에 출가하여 부처님 제자가 되었으나, 말버릇이 나쁜 성미는 고치지 못하여 악구惡口·악성惡性이라 불리었다. 부처님께서 입멸하실 때 아난에게 분부하여 묵빈법黙擯法으로 대치하라고 한 것은 이 차닉을 두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후에 아난을 따라 불도를 배워 아라한과를 증득하였다.
115)
니련선하尼連禪河 : ⓢ Nairañjanā. 갠지스 강의 지류. 중인도 마가다국 가야성의 동방에 위치하고 남에서 북으로 흘러간다.
116)
발가선跋伽仙 : ⓢ Bhārgava. 바가婆伽·발가바跋伽婆라고도 한다. 바이샬리성 고행림의 선인이다. 석존이 출가한 후에 곧장 그의 처소에 가서 처음으로 도를 물었기 때문에 이름이 알려졌으나, 그의 학설에 대해서는 자세하지 않다.
117)
아라라가란阿羅邏迦蘭 : ⓢ Ārāla-kālāma. 아라다가라마阿羅茶迦邏摩·아라라阿羅邏라고도 한다. 바이샬리성 부근에 거주했던 수론학자로 알려져 있다. 석존은 그에게 몇 달간 머물다가 그의 학설이 마음에 차지 않아서 울다라마자鬱陀羅摩子(ⓢ Udraka Rāmaputra)를 찾아 떠나갔다. 후에 석존이 성도하여 법륜을 굴릴 적에 아라라가란 선인을 먼저 교화하고자 하였으나 이미 세상을 떠나고 없었다고 한다.
118)
초선 이후부터 비비상처 사이의 단계들을 ‘乃至’라는 말로 생략한 것이다.
119)
교진여憍陳如 : ⓢ ĀjñātaKauṇḍinya. 다섯 비구의 한 사람. 녹야원에서 부처님이 말씀하신 사제법四諦法을 듣고 제일 먼저 불제자가 되었다고 한다.
120)
마하남摩訶男 : ⓢ Mahānāma. 다섯 비구의 한 사람. 카필라성 곡반왕의 아들이라고도 하고, 감로반왕의 아들이라고도 한다.
121)
구리 태자拘利太子 : ⓢ Koliputra. 다섯 비구의 한 사람. 곡반왕의 맏아들로서 마하남摩訶男이라고도 하나, 앞에서 말한 마하남과는 다른 사람으로 보아야 한다.
122)
십력가섭十力迦葉 : ⓢ DaśabalaKāśyapa. 다섯 비구의 한 사람. 그에 대한 기록은 자세하지 않다.
123)
반자밀제般刺蜜諦 : ⓢ Bhadrika. 다섯 비구의 한 사람. 발제拔提·바제리가婆帝利迦라고 한다. 곡반왕의 아들이라고도 하고, 백반왕의 아들이라고도 하고, 감로반왕의 아들이라고도 하여 전하는 기록이 일정하지 않다.
124)
필발라畢跋羅 : ⓢ pippala. 중인도와 벵갈 지방에 번식하는 뽕나무과 식물. 그 열매의 이름을 따라 필발라라고 부르는데, 생김새가 무화과와 비슷하다. 석존이 이 나무 아래에서 성도하였으므로 보리수라고 한다.
125)
파순波旬 : ⓢ Pāpīyas, Pāpman. 나쁜 사람, 악마의 호칭. 마왕 파순魔王波旬(ⓢ Māra-pāpman)이라고도 한다. Māra는 ‘죽이는 자, 목숨을 끊는 자’라는 의미이다.
126)
정병淨甁 : ⓢ kuṇḍkā. 범천이나 천수관음이 지니고 다니는 물건이다. 대승 비구가 항상 지니는 18물의 하나로 물이나 기름, 소금 등을 담는다. 일반적으로 정병은 질그릇으로 만들고, 그 속에 담긴 물은 깨끗한 손을 씻는 데 사용한다.
127)
정등정각正等正覺 : ⓢ samyak saṃbuddha. 부처님의 최상의 깨달음. 즉 위없는 완전한 깨달음을 말한다. 삼먁삼보리三藐三菩提라고 음역. 깨달음에 부정함이 없는 것이 정正이고, 치우침이 없는 것이 등等이다.
128)
18가지 법(十八法) : 부처님에게만 있는 18가지 특징, 즉 18불공법十八不共法.
129)
천룡팔부天龍八部 : 불법을 수호하는 여덟 종류의 신화적 존재. 팔부대중이라고도 한다. 여덟이란, 천天(ⓢ deva)·용龍(ⓢ nāga)·야차夜叉(ⓢ yakṣa)·아수라阿修羅(ⓢ asura)·가루라迦樓羅(ⓢ garuḍa)·건달바建闥婆(ⓢ gandharva)·긴나라緊那羅(ⓢ kiṃnara)·마후라가摩睺羅迦(ⓢ mahoraga) 등을 말한다.
130)
염念 : 중생을 제도하려는 생각을 말한다. 부처님은 삼세제불의 법과 일체 지혜를 원만하게 구족하여 중생을 제도하지만, 자비심이 충만하기 때문에 중생을 제도하려는 생각에서 결코 물러나는 경우가 없다. 그러므로 ‘염불퇴念不退’의 불공법이라고도 한다.
131)
열 가지 힘(十力) : 부처님의 전지적인 힘 열 가지.
132)
알맞은 곳인가 아닌가를 아는 힘 : 여래가 중생을 제도하기에 알맞은 곳인가 알맞지 않은 곳인가를 아는 힘.
133)
근根을 아는 힘 : 여래가 중생의 근기가 수승한가 열등한가를 두루 아는 힘.
134)
욕欲을 아는 힘 : 여래가 중생들의 욕락欲樂과 승해勝解를 밝게 아는 힘.
135)
성性을 아는 힘 : 여래가 중생들의 갖가지 계분界分, 욕계·색계·무색계의 구분이 동일하지 않음을 두루 아는 것. 즉 중생들의 소질, 특성 등과 그 행위를 여실히 아는 힘.
136)
도道에 이르는 길을 아는 힘 : 행위의 인과에 의해서 인천人天 등이 이르는 곳을 아는 힘.
137)
숙명통으로 아는 힘 : 과거세의 갖가지 일을 기억해 모두 아는 힘. 여래는 1겁에서 백천만 겁까지 과거세에 대하여 태어나고 죽은 일이며, 어떤 이름이었으며, 어떤 고락을 누렸는지 등등에 대하여 두루 안다.
138)
천안통으로 아는 힘 : 여래는 천안天眼으로 중생들이 죽고 태어나는 때와 미래세를 알고, 그가 아름다운지 추한지, 부유한지 가난한지 등등에 대하여 두루 안다.
139)
누진통으로 아는 힘 : 여래는 스스로 모든 번뇌가 다하여 다음 생을 받지 않는 것을 알고, 또 다른 사람이 모든 번뇌가 다하여 다음 생을 받지 않는 것을 분명히 안다.
140)
네 가지 무소외(四無所畏) : 불보살이 설법할 적에 두려운 생각이 없는 지력智力 네 가지. 즉 외도 등 다른 이의 힐난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141)
18가지 상相 가운데 동動·기起·용涌은 흔들리는 모양을 나타내고, 진震·후吼·각覺은 흔들려서 나는 소리를 나타낸다. 예를 들면 진震은 우르르 나는 소리, 후吼는 꽝 와르릉 하는 소리, 각은 와지끈 부딪치는 소리를 각각 나타낸다. 이때 ‘覺’은 ‘擊’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었다.
142)
보리류지菩提留支 : ⓢ Bodhiruci. 북인도 사람으로 경·율·논 삼장에 정통하였다. 영평 1년(508)에 중국에 와서 선무제의 명을 받고, 영녕사永寧寺에 있으면서 경전 번역에 종사하여 20여 년간 『십지경론』·『금강반야경』 등 39부 127권을 번역하였다.
143)
오명五明 : ⓢ pañca-vidyā. 인도의 다섯 가지 학문과 기예. 오명처五明處라고도 한다. 명明(ⓢ vidya)이란 배운 것을 분명히 한다는 뜻. 불교도의 학문으로서 내오명과, 세속 일반의 학문으로서 외오명을 나누기도 한다. 성명聲明·인명因明·내명內明·의방명醫方明·공교명工巧明을 내오명이라 하고, 성명聲明·의방명醫方明·공교명工巧明·주술명呪術明·부인명符印明을 외오명이라 한다.
144)
『범망경』 권2(T24, 1003c).
145)
『법화경』 「방편품」(T9, 9c).
146)
여래의 설법에 대하여 성도 후 삼칠일은 화엄을 설하고, 아함 12년, 방등 8년, 반야 21년, 법화열반 8년을 설했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147)
법신 대사法身大士 : 보살의 계위에는 51위가 있다. 즉 10신위十信位·10주十住·10행十行·10회향十回向·10지十地·등각위等覺位 보살을 말하는데, 이 중 10신위를 제외한 41위의 보살을 말한다.
148)
원만수다라圓滿修多羅 : 『화엄경』을 말한다. 수다라는 범어 sūtra의 음역으로 ‘경經’을 말한다.
149)
장륙丈六 : 여러 경전의 기록에 의하면 석가세존 때 일반인의 신장은 약 8척이었고, 세존은 그 곱절로 1장 6척이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장륙이라 하면 일반적인 화신불의 신장을 가리키는 말이다. 따라서 불신佛身과 동일한 높이로 조각한 불상이나 불화를 장륙불丈六佛 또는 장륙상丈六像이라 한다.
150)
생멸사제生滅四諦 : 천태종에서 말하는 사종사제四種四諦의 하나. 고·집·멸·도의 사제를 통하여 일상적인 인연생멸의 모습을 실재하는 것으로서 파악하고, 그 근거로서의 법을 정립하는 것.
151)
수보리(空生) : ⓢ Subhūti. 석존 10대 제자의 한 사람. 온갖 법이 공한 이치를 잘 깨달았으므로 해공제일解空第一이라 부른다. 선현善現·선길善吉·선업善業이라 번역한다. 그가 태어날 때 창고·상자·기구 등이 텅 비었다 하여 공생空生이라 부르기도 한다.
152)
사리불(身子) : ⓢ Śāriputra. 석존 10대 제자 가운데 지혜제일智慧第一이라 부른다. 그의 어머니의 눈이 아름다운 새 사리(śāri)를 닮았다 하여 사리자舍利子·추로자鶖鷺子·신자身子라 불린다. 목건련과 함께 외도의 스승을 섬기다가 석존께 귀의하였다. 석가 교단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였으며, 석가보다 먼저 입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53)
이것은 천태교학의 용어인 ‘전교轉敎’를 풀이한 것으로, 반야시에 부처님께서 수보리 등의 성문에게 부처님을 대신하여 대승의 보살들을 위해 『반야경』 등의 경전을 설하게 하신 것을 말한다.
154)
융통融通과 도태淘汰 : 존재를 이루는 모든 법이 공함을 알게 하여 법집에 떨어진 소승의 집착을 깨끗이 가려내 버리도록 하였다는 뜻이다. 반야시에는 일체법과 더불어 모두 대승 하나로 모아지기 때문에 ‘융통’이라 하고, 공성의 지혜로 소승의 견해를 씻어 버리기 때문에 ‘도태’라 한다.
155)
사교四敎 : 장교·통교·별교·원교를 말한다.
156)
군습교捃拾敎 : 떨어진 이삭줍기의 가르침. 천태종에서 『열반경』을 가리키는 말. 『법화경』을 설할 때 빠진 중생을 위해 『열반경』을 말씀하셨다는 의미. 『열반경』의 설법이 추수 뒤에 떨어진 이삭줍기와 같다는 뜻이다.
157)
부율담상교扶律談常敎 : 계율을 붙들고 영원함을 말씀하신 가르침, 천태종에서 『열반경』을 가리키는 말. 석존은 말세에 우둔하고 악한 이가 있어 계율을 깨뜨리고 여래가 상주한다는 이치를 믿지 아니하며, 잘못된 소견을 일으킬 것을 경계하여 『열반경』을 설하여 불타의 본성이 상주한다는 것을 밝히셨다고 한다.
158)
사시四時 : 화엄시·녹원시·방등시·반야시를 말한다.
159)
삼륜三輪 : 여래가 지닌 삼업의 신통력을 말한다. 즉 신업의 신통륜神通輪과 구업의 설법륜說法輪과 의업의 기심륜起心輪을 말한다. 신통륜은 신통을 나타내어 중생의 마음을 움직여 믿음에 들게 하는 것, 설법륜은 중생을 교화하기 위하여 교법을 설하는 것, 기심륜은 상대의 마음을 알아서 여기에 응하여 교화하는 것을 말한다. 여래의 신·구·의 삼업은 깨달음의 경지이므로 삼밀三密이라고도 한다.
160)
수다라장修多羅藏 : ⓢ sūtrānta-piṭaka. 부처님께서 그 제자와 중생들을 교화하기 위해 설법한 교법을 모아 놓은 경전들, 경장經藏이라 번역한다.
161)
아비담장阿毗曇藏 : ⓢ abhidharma-piṭaka. 부처님의 교설을 연구하여 조직적으로 논의하고 해석한 것, 논장論藏이라 번역한다.
162)
비니장毗尼藏 : ⓢ vinaya-piṭaka. 부처님의 제자가 지켜야 할 계율을 모아 놓은 것, 율장律藏이라 번역한다.
163)
견사혹見思惑 : 사제의 이치를 알지 못하여 일어나는 지적인 번뇌가 견혹見惑이고, 견혹을 토대로 하여 대상에 애착을 일으키는 감성적인 번뇌가 사혹思惑이다. 견혹은 견도에 의해 단멸되며, 사혹은 수도에 의해 단멸된다.
164)
습기習氣 : ⓢ vāsanā. 업의 잠재적 인상 혹은 잠재여력. 번뇌를 끊어 버렸어도 남아 있는 번뇌의 여력餘力.
165)
3아승기겁阿僧祗劫 : 보살이 불위佛位에 이르기까지 수행하는 한량없이 긴 시간. 보살의 계위에는 50위가 있는데, 10신·10주·10행·10회향의 40위는 제1 아승기겁이 되며, 10지 가운데 초지부터 7지까지는 제2 아승기겁이 되고, 8지에서 10지가 제3 아승기겁이 된다. 10지를 마치면 곧 불과佛果에 이른다.
166)
세제일위世第一位 : 사선근위四善根位의 하나. 사선근위란, 난위煖位·정위頂位·인위忍位·세제일위世第一位를 말한다. 그중 세제일위는 유루법 가운데 가장 뛰어나고, 세속법 가운데 가장 수승하므로 이와 같이 부른다. 그 직후에 무루의 지혜를 일으키고 그것을 경계로 견도에 들어간다.
167)
무생사제無生四諦 : 천태종에서 말하는 사종사제四種四諦의 하나. 고·집·멸·도의 사제에 대하여 존재하는 미오迷悟의 인과는 모두 공무空無로서 생멸이 있는 것이 아니라고 관한다. 인연생멸을 실제의 생生 혹은 실제의 멸滅이라고 여기는 생각을 깨뜨리고 전체로서 공空이라고 깨달아 일상적 현실을 초월하는 것.
168)
진사혹塵沙惑 : 천태종에서 말하는 삼혹의 하나. 천태종에서는 견사혹見思惑·진사혹塵沙惑·무명혹無明惑을 삼혹이라 한다. 그중 진사塵沙와 같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현실의 사상事象에 대해 그때마다 정확히 판단하고 대처하는 능력이 없는 것을 진사혹이라 하였다.
169)
일부의 무명(一分無明) : 보살 수행의 계위 가운데 10회향의 마지막 계위에서 처음의 무명을 끊고 초지인 환희지에 들어가는데, 이 무명을 상품·중품·하품으로 나누어 끊는다. 이를 삼품무명三品無明이라 한다. 여기에서 일분一分이란 하품의 무명을 말한다.
170)
일부의 삼덕(一分三德) : 묘각의 완전한 삼덕이 아니고 초지의 지위에서 얻은 한 부분의 삼덕을 말한다. 삼덕은 대열반에 갖추어진 법신덕法身德·반야덕般若德·해탈덕解脫德을 말한다. 혹은 지덕智德·단덕斷德·은덕恩德을 말하기도 한다.
171)
온 세계(百界) : 원래는 모든 세계를 가리키지만, 천태종에서는 불과佛果로부터 지옥계地獄界에 이르는 10계에 각각 10계를 갖추고 있으므로 100계라고 설명한다.
172)
여덟 가지 상(八相) : 부처님의 생애에서 중요한 여덟 가지 모습. 강도솔상降兜率相·탁태상托胎相·출태상出胎相·출가상出家相·항마상降魔相·성도상聖道相·전법륜상轉法輪相·입멸상入滅相 등의 팔상성도를 말한다.
173)
12품의 무명(十二品無明) : 10지·등각·묘각까지 12계위의 무명을 합하여 12품의 무명이라 한다.
174)
무량사제無量四諦 : 사종사제四種四諦의 하나. 일체의 현상은 무명의 훈습에 의하여 한량없는 미오迷悟와 인과因果의 모든 현상을 드러내는 것으로, 한량없는 상相이 있다고 말한다.
175)
『화엄경』 「범행품」(T9, 449c).
176)
『법화경』 「방편품」(T9, 7a).
177)
『유마힐소설경』 「관중생품」(T14, 548a).
178)
오품제자위五品弟子位 : 천태종에서 원교를 수행하는 이 가운데 10신十信 이전의 5종 단계. 수희품隨喜品·독송품讀誦品·설법품說法品·겸행육도품兼行六度品·정행육도품正行六度品을 말한다.
179)
오주번뇌五住煩惱 : 중생을 삼계구지三界九地의 생사에 집착하게 하는 번뇌 다섯 가지. 견혹·사혹·무명의 번뇌를 다섯 종류로 나눈 것. 견일처주지見一處住地·욕애주지欲愛住地·색애주지色愛住地·유애주지有愛住地·무명주지無明住地를 말한다.
180)
외범위外凡位 : 견도見道 이전의 수행위를 가리키는 말이다. 소승에서는 오정심五停心·별상념처別相念處·총상념처總相念處의 수행위를 말하고, 대승에서는 52위 가운데 10신위 이전 상태에 있는 범부를 말한다.
181)
육근정위六根淨位 : 견혹과 수혹을 끊고 육근의 청정을 얻은 지위. 천태종에서는 별교의 10신위, 원교의 상사즉위相似卽位에 배대하고 있다. 상사즉위란, 미혹을 여의어서 깨달음의 경지에 근접하는 것을 말한다. 이 단계에서는 육근의 호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182)
인위因位 : 보살이 부처가 되기 위해서 수행하는 동안의 지위를 ‘인위因位’라 하고, 수행을 완성하여 얻은 깨달음 혹은 부처님의 경지를 ‘과위果位’라고 한다.
183)
무작사제無作四諦 : 사종사제四種四諦의 하나. 작위 없는 자연 그대로의 경지.
184)
영향중影響衆 : 그림자나 여운과 같이 부처님의 설법을 찬탄하기 위해 여러 보살들이 모습을 나타내는 것. 불교 법회에 참석한 사중四衆의 하나. 사중이란 발기중發起衆·당기중當機衆·영향중影響衆·결연중結緣衆을 말한다.
185)
삼제三際 : 전제前際·중제中際·후제後際. 즉 과거·현재·미래의 삼세三世를 말한다.
186)
오위법문五位法門 : 법혜보살이 10주 법문을, 공덕림보살이 10행 법문을, 금강당보살이 10회향 법문을, 금강장보살이 10지 법문을, 보현보살이 등묘각법문을 설하신 것을 말한다.
187)
『화엄경』 「야마천궁보살설게품」(T9, 465c).
188)
『화엄경』 「여래출현품」(T10, 266b).
189)
『천태사교의』(T46, 775b).
190)
정반왕이 보내 준 다섯 명의 시자, 즉 다섯 비구를 말한다.
191)
『묘법연화경』 「방편품」(T9, 9c).
192)
‘본래의 몸’이란 법신불을 말한다. 그리고 석가모니부처님께서 중생을 제도하려는 자비심으로 중생들이 볼 수 있도록 응신불의 모습으로 출현하신 것을 두고 ‘자취의 모습을 나타내 보이셨다’라고 말하고 있다.
193)
교진여 등 다섯 사람 : 교진여憍陳如·마하남摩訶男·구리 태자拘利太子·십력가섭十力迦葉·반자밀제般刺蜜諦 등 다섯 비구를 말한다.
194)
『보성론寶性論』(T31, 826c).
195)
9부경 : 부처님의 일대교설을 그 경문의 서술 형식과 내용에 따라 분류한 것. 먼저 열두 가지로 분류하면 다음과 같다.
① 수다라修多羅(ⓢ sūtra) : 경經·계경契經이라 번역. 여시아문如是我聞으로 시작하며, 산문체로 설한 것.
② 기야祇夜(ⓢ geya) : 응송應頌·중송重頌이라 번역. 산문체로 된 내용을 다시 운문체로 설한 것.
③ 가타伽陀(ⓢ gāthā) : 게송偈頌·풍송諷頌·고기송孤起頌이라 번역. 운문체로 설한 것.
④ 니다나尼陀那(ⓢ nidāna) : 부처를 만나 설법을 듣게 된 인연을 설한 부분.
⑤ 이제목다가伊帝目多伽(ⓢ itivṛttaka) : 본사本事라고 번역. 불제자의 과거 인연을 설한 부분.
⑥ 자타카(闍多伽, ⓢ jātaka): 본생本生이라 번역. 붓다의 전생 이야기.
⑦ 아부타달마阿浮陀達磨(ⓢ adbhuta-dharma) : 희유법希有法·미증유법未曾有法이라 번역. 부처의 불가사의한 신통력을 설한 부분.
⑧ 아바다나阿波陀那(ⓢ avadāna) : 비유譬喩·출요出曜라고 번역. 비유로써 가르침을 설한 부분.
⑨ 우파데사(優婆提舍, ⓢ upadeśa) : 논의論議라고 번역. 교리에 대해 문답한 부분.
⑩ 우다나優陀那(ⓢ udāna) : 무문자설無問自說이라 번역. 질문자 없이 부처 스스로 설한 법문.
⑪ 비불략毘佛略(ⓢ vaipulya) : 방광方廣이라 번역. 방대한 진리를 설한 부분.
⑫ 화가라和伽羅(ⓢ vyākaraṇa) : 수기授記라고 번역. 부처가 제자에게 성불할 것이라고 예언한 부분. 이 중 소승에서는 비불략·화가라·우다나 3부를 뺀 나머지를 9부경이라 하고, 대승에서는 니다나·아바다나·우파데사를 뺀 나머지를 9부경이라 한다.
196)
『대반열반경』 「사상품四相品」(T12, 630c).
197)
두 가지 열반 : 이승의 경지에서 얻는 유여의열반有餘依涅槃과 무여의열반無餘依涅槃을 말한다. 유여의열반은 일체생사의 원인인 번뇌를 끊고 열반을 증득하였으나 아직 육신이 남아 있는 상태, 무여의열반은 그러한 육신마저 없어져 완전히 의지할 곳이 없어진 상태를 말한다. 이 두 가지 열반에 반해 상常·낙樂·아我·정淨의 네 가지 덕을 갖춘 완전한 열반은 구경열반究竟涅槃이라 한다.
198)
『대반열반경』 「영아행품嬰兒行品」(T12, 729a).
199)
천태교학에서 말하는 사교 가운데 첫 번째인 장교는 경·율·논 삼장을 소승 일체의 교리로 받아들이므로 소승교 혹은 삼장교라 불린다. 그리고 장교의 법신은 열응신으로서, 범부·이승·지전 보살이 보는 불신이며, 장륙의 상을 나타내며, 범성동거토凡聖同居土에 머무는 장교의 교주라고 설명한다. 열응신은 대승의 승응신에 비교하여 열등하다는 것이지 본래 열등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200)
통교는 성문·연각·보살 삼승에 통하는 가르침을 말한다. 이는 대승시교大乘始敎로 반야사상을 가리키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통교의 법신은 ‘열응신의 모습을 지닌 승응신(帶劣勝應身)’이라고 하였다. 즉 장교의 근기들이 보는 장륙의 열응신과 통교의 근기들이 보는 장륙의 승응신을 함께 지닌다는 의미이다.
201)
육도사생六道四生 : 육도六道란 천상·아수라·인간·축생·아귀·지옥을 말하고, 사생四生이란 태생·난생·습생·화생을 말한다.
202)
『정명경淨名經』 : 『유마경』을 말한다.
203)
『대반야바라밀다경』(T5, 1046a~1048a).
204)
『금강반야바라밀경』(T8, 752a, 756b).
205)
『금강반야바라밀경』(T8, 750b, 754b).
206)
아상我相·인상人相·중생상衆生相·수자상壽者相 : 아상我相(ⓢ ātma saṃjña)은 자아라는 관념, 인상人相(ⓢ pudgala saṃjñā)은 개아라는 관념, 중생상衆生相(ⓢ sattva saṃjñā)은 중생이라는 관념, 수자상壽者相(ⓢ jīva saṃjñā)은 생명 있는 것이라는 관념. 이 네 가지는 모두 ‘나’라고 하는 관념을 나타내는 동의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네 가지 관념을 떠나 아집을 깨뜨리는 데 『금강경』의 핵심 사상이 있다.
207)
『금강반야바라밀경』(T8, 749a).
208)
『금강반야론회석』(T40, 740b).
209)
인도에서는 ‘누구의 아들’이라는 방식으로 자식의 이름을 짓는 일이 많다.
210)
삼주三周 : 삼주설법三周說法의 줄임말. 듣는 사람의 능력에 따라 같은 것을 세 번 반복하여 설법하는 것.
211)
9계九界 : 10계 중에서 불계佛界를 제외한 나머지 9계를 말한다. 즉 지옥계·아귀계·축생계·아수라계·인간계·천상계·성문계·연각계·보살계를 가리킨다.
212)
일불승一佛乘 : ⓢ eka-buddha-yāna. 부처가 되기 위한 유일한 가르침. 일승과 같은 말이다.
213)
법설주法說周 : 초주初周라고도 한다. 부처님께서 상근기의 사리불을 위하여 법체에 나아가 제법실상인 10여十如의 이치를 설하고 삼승의 방편을 열어서 일승의 진실에 깨달아 들어가게 한 것.
214)
비유주譬喩周 : 중주中周라고도 한다. 부처님께서 법설주를 깨닫지 못한 중근의 가섭·가전련·목건련·수보리 등을 위하여 다시 불타는 집과 세 가지 수레의 비유를 설하여 일승의 진실에 깨달아 들어가게 한 것.
215)
인연주因緣周 : 하주下周라고도 한다. 부처님께서 하근의 부루나·교진여 등을 위하여 숙세의 대통지승불大通智勝佛의 인연을 설하여 일승의 진실에 깨달아 들어가게 한 것.
216)
삼덕三德 : 모든 부처님께서 갖추신 법신·반야·해탈의 덕.
217)
진점겁塵點劫 : 헤아릴 수 없이 긴 시간. 매우 긴 시간을 말한다. ① 삼천대천세계의 모든 것을 갈아서 먹을 만들어 그 한 점씩을 1천 국토마다 떨어뜨리고 그 먹물이 다했을 때, 지금까지 지나온 모든 세계를 티끌로 부수어 그 하나의 티끌을 1겁으로 세어 그 수효를 모두 계산한 것. ② 삼천대천세계를 부수어 티끌을 만들고, 5백천만억 나유타 아승기 국토를 지날 때마다 티끌 하나씩을 떨
석가여래행적송 2
2023. 3. 20. 09: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