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여래행적송 상권釋迦如來行蹟頌 上卷 1

차례
▪︎ 이숙기 송서
▪︎ 고려 운묵무기 병서
▪︎ 석가여래행적송
▪︎ 백련사 사문 기豈 발문
▪︎ 계음 호연 발문


■ 석가여래행적송서釋迦如來行蹟頌序

정순대부 밀직사 좌부대언 판선공시사 진현제학 지제교 이숙기1) 지음

유학으로 업을 삼은 사람은 비록 오상五常2)의 근원을 깊숙이 연구하여 행하지는 못하더라도, 앞선 성인이신 문선왕文宣王3)이 세상에 내려와 가르침을 세우신 사물의 시초(權輿)4)와 심오한 이치(壼奧)5)를 알아야 하고, 어떤 이가 와서 묻거든 거칠게나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유생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석존의 제자도 그러하여 이미 자신의 성姓을 버리고 석존의 제자가 되었다면, 본사本師이신 여래께서 세상에 나와 교화하신 일대사인연一大事因緣6)을 반드시 먼저 자세히 살펴본 연후라야 석존의 제자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아, 슬프구나! 두 종류의 사람이 없음이여, 만일 있다면 어찌하여 한두 번 귀에 들리거나 눈에 띄지 않았겠는가?
여기 시흥 산인始興山人 묵공黙公의 자字는 무기無寄인데, 사람됨이 수수하여 화려함이 없으니, 모습이 그의 마음과 같음이로다. 젊어서부터 천태산을 오가면서 공空·가假·중中을 오로지 공부하고, 손수 『석가여래행적송』을 지었다. 다섯 자로 묶은 구句를 따라 주석을 붙이니, 두 권의 책이 만들어졌다. 판목에 아름답게 새겨 널리 전하고자 하였으니, 그가 두루 보고 널리 통달하였음은 곧 ‘깃털 하나만으로 봉황이라는 것을 아는 일’과 같다.
그리고 석가의 종파나 부처님의 말씀이 상세한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이 늙은이가 배우지 못하였으니, 어찌 감히 거기에 손댈 수 있겠는가? 어찌할 도리가 없는 일이고, 다만 그의 박식함과 정교한 서술을 찬미할 뿐이로다.
대원大元 지순至順 경오庚午7) 4월 일 회암 노인晦巖老人이 가정柯亭8)에서 쓰다.


1)
이숙기李叔琪 : 고려 후기의 문신. 생몰 연대 미상. 고려 충혜왕 복위 3년(1342)에 세워진 속리산 법주사 자정국존비慈淨國尊碑에는 그가 이 비문을 지었다는 사실이 기록되어 있다.
2)
오상五常 : 유교에서 말하는 인仁·의義·예禮·지智·신信 다섯 가지 기본 덕목. 한대漢代 동중서董仲舒가 인간이 지켜야 할 도리에 대하여 맹자가 주창한 인·의·예·지에 신을 더하면서 ‘오상의 덕’이라 불리게 되었다.
3)
문선왕文宣王 : 공자를 말한다.
4)
사물의 시초(權輿) : 저울을 만들 때는 저울대(權)부터 만들고, 수레를 만들 때는 수레 바탕(輿)부터 만든다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사물의 기원이나 시작을 의미한다.
5)
심오한 이치(壼奧) : 사물의 깊숙한 곳, 궁극의 경지를 의미한다.
6)
일대사인연一大事因緣 : 부처님이 중생 구제를 위해 이 세상에 출현하신 큰일을 ‘일대사一大事’라고 한다면, 각기 다른 사람들의 능력에 따라 여러 가지 방편으로 이끌어 모두 구하게 되는 중대한 인연을 ‘일대사인연’이라고 한다. 중생들은 이것에 의해 성불하게 된다.
7)
대원大元 지순至順 경오庚午 : 대원은 원나라, 지순은 원나라 문종 때의 연호, 경오년은 1330년에 해당한다. 이 시기는 고려 충혜왕(1315~1344)의 재위 기간이기도 하다.
8)
가정柯亭 : 정자의 이름. 피리를 말하기도 하는데, 후한의 문인 채옹蔡邕이 절강성浙江省 회계會稽 땅의 가정柯亭에 머무르고 있을 때, 유숙하던 집의 대나무 서까래를 잘라 피리를 만들었다는 고사가 있기 때문이다.



■ 석가여래행적송병서釋迦如來行蹟頌竝序

천태 말학 부암산 무기 찬집

법성은 원융하여 두 모습이 없는데, 어찌하여 의보依報와 정보正報,9) 감각기관과 감각대상이 따로 있겠는가? 진여는 청정하여 한 근원일 뿐인데, 어찌하여 자신과 타인, 중생과 부처에 간격이 있겠는가.
그러나 중생은 이 오묘한 이치에 어두워 여러 겁 동안 자신의 신령스러운 빛을 감추고, 항상 세 가지 공덕장(三德藏)10)에 안주하면서도 언제나 스스로 몽매하며, 일여一如의 평상에 누워 있으면서도 또한 알지 못하는구나.
우리 부처님(能仁)께서는 이러한 전도됨과 미혹함을 가엾게 여기시어 집안의 보물을 맡기고자 하시고 옷 속의 보배 구슬을 보여 주시었다.
그러므로 오심 없이 오시어 구름 같은 몸을 사바세계(堪忍)11)에 펼치셨고, 말씀 없이 말씀하시어 진리의 비를 불타는 중생 세계(沃焦12))에 뿌리셨다. 49년이 지나 3백여 법회를 베풀어 제도함 없이 제도하시어 중생을 끝까지 제도하셨고, 입멸함 없이 입멸하시어 무여열반의 경지에 들어가셨다. 그 방편은 헤아릴 수 없거니와 그 이익은 어찌 비유와 말씀으로 담아낼 수 있겠는가.

쌍림雙林에서 (열반하신 뒤) 오늘에 이르기까지 거의 2천3백 년이고, 5인도五印度13)에서 이곳(고려)까지는 6만 8천 리가 넘는다. 하지만 남기신 바람 멀리까지 뻗쳤으니, 번뇌의 구름을 다 쓸어버리네. 남기신 은혜 멀리까지 적셨으니, 시들어 가는 만물을 무성하게 하네. 넓고 넓구나, 자비의 바다여. 높고 높구나, 은덕의 산이여.
아! 우리들 중생은 어떤 업의 인연으로 어느 곳을 다녔기에 일찍이 범음梵音의 말씀 친히 듣지 못하고, 정법의 시기 아직 만나지 못했던가. 말법의 어려운 시기에 어쩌다 태어나니, 타고난 성품 역시 심히 악하고 어리석구나.
하지만 다행히 자비로운 교화를 받아서 외람되이 석문釋門에 참여하였는데, 모습은 승려 비슷하나 행동은 완전히 계율에 어긋난다. 경론을 독송하나 근본 종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혹은 기記와 장章의 주석서를 찾아 살피되 이익만을 바라고 있구나. 이렇듯 생각하고 닦는 지혜가 없는데14) 어찌 증득의 공功을 기약하랴. 이것을 생각한다면, 어찌 부끄러움이 없을 수 있겠는가.

얼핏 듣자니 삿됨을 간별하여 성인의 바른 길에 들어가고자 한다면, 먼저 교학을 배워야 하고, 부처님께서 교화하신 방식을 알아야 한다고 하였다. 이렇다면 현성賢聖의 속마음을 일부나마 얻은 것이요, 사람과 천인의 안목이 될 만하다. 이래야 불제자라 할 수 있으니, 그렇지 않다면 어찌 마구니의 무리됨을 면할 수 있으랴.
이를테면 세속의 무리들도 그 아비의 성명, 나고 죽은 때, 나이의 많고 적음, 지어 놓은 여러 가지 업의 높고 낮음, 교묘함과 졸렬함을 알지 못하면, 그 사람을 ‘사람의 머리를 한 짐승’이라 하니, 이보다 큰 불효가 없기 때문이다. 석존의 제자가 되어 본사의 성명과 탄생하고 입멸하신 연월, 수명의 길고 짧음, 말씀하신 가르침의 방편과 진실(權實)15)이나 드러남과 은밀함(顯密)16)을 알지 못하면, 이는 ‘승려 모습을 한 속인’이라 할 것이니, 이보다 더한 불순함이 무엇이겠는가. 불효하고 불순한 허물을 지으면, 무간지옥의 끝없는 고통을 면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와 교화하신 자취, 남기신 법이 널리 중생을 이롭게 하는 인연, 세계가 이루어지고 머물고 무너지고 텅 비는 일, 오랜 시간의 길고 짧음의 이유가 경론에 두루 있으므로 거울삼을 수 있으나, 우리들처럼 새로 배우는 사미의 무리는 자세히 찾을 수 없어 모르는 것이 많다.
그러므로 이제 어리석은 내가 『천태사교의天台四敎儀』17)에 의지하고, 여러 경론 가운데 두드러진 말씀을 모으고, 여러 전기에 나타난 말씀을 자세히 살펴서 모두 776구의 게송으로 편집하였다. 구句에서 의미가 드러나지 않는 것은, 곧 본문으로 구句 아래에 주석을 달아 보는 이가 쉽게 이해하도록 하였다. 이것은 가까이 보여 멀리 보게 하려는 것이며, 간략한 것에 의거하여 자세히 알게 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인용한 문장이 다소 번거롭고 언사도 완숙하지 못하다. 비록 대중의 질책이 돌아올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새로 나아가는 이의 첫 걸음에 이롭게 하고자 하니, 바라건대 학식 있는 여러 분들은 꾸짖지 마시라.
천력 원년18) 무진 12월 보름에 서문을 쓰다.


9)
의보依報와 정보正報 : 중생들의 몸과 마음을 정보正報라 하는 것에 반하여, 그것이 의지하는 곳이 되는 국토세계는 의보依報라 한다.
10)
세 가지 공덕장(三德藏) : 법신·반야·해탈의 세 가지 덕을 말한다.
11)
사바세계(堪忍) : 이 세계의 중생들은, 안으로는 여러 가지 번뇌가 있고, 밖으로는 추위·더위·갈증·기아 등을 참고 견디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사바세계를 감인堪忍이라고 한다.
12)
옥초沃焦 : 대해의 밑바닥에서 바닷물을 빨아들이는 거대한 돌을 말한다. 산과 같이 크기 때문에 옥초산이라 하는데, 그 돌 아래에는 아비지옥의 불이 타고 있다. 이것은 범부의 욕정이 무궁무진하고 옥초석이 타는 듯 뜨거워서 중생 세계는 말할 수 없는 고통이 따른다는 것을 비유한다.
13)
5인도五印度 : 고대 인도를 천축天竺이라 부르고, 동·서·남·북·중앙 다섯으로 구분하여 이를 5천축 혹은 5인도라 하였다.
14)
문聞·사思·수修 세 가지 지혜 가운데 스스로 생각하여 얻는 지혜(思慧), 스스로 실천하여 수행하여 얻은 지혜(修慧) 두 가지가 없다는 말이다.
15)
방편과 진실(權實) : 권교權敎와 실교實敎를 말한다. 궁극적인 가르침이 실교라면, 그 진실의 가르침에 인도하기 위한 방편은 권교가 된다.
16)
드러남과 은밀함(顯密) : 현교顯敎와 밀교密敎를 말한다. 언어나 문자로 분명하게 말한 가르침이 현교라면, 비밀스럽게 말한 가르침은 밀교이다.
17)
『천태사교의天台四敎儀』 : 고려 제관諦觀 지음. 천태종의 교판인 오시팔교의 차례를 기록한 책. 본래는 하권도 있었다 하나, 지금은 전하지 않는다. 주석서로 『사교집해四敎集解』 3권, 『사교집주四敎集註』 10권, 『사교의비석四敎儀備釋』 3권 등 10여 부가 있다.
18)
천력天曆 원년 : 천력은 원나라 문종의 연호, 천력 원년은 1328년이다. 고려 충숙왕 15년에 해당한다.
1)


■ 석가여래행적송

석가釋迦(Śākya)는 여기 말로 능인能仁이라 하는데, 성姓을 말한다. 모니牟尼(muni)는 적묵寂黙이라 하는데, 이름을 말한다. 인자한 마음으로 중생을 가엾이 여기시되, 삼업三業의 번잡함을 떠나셨기 때문이다.
여래如來(tathāgata)는 부처님의 열 가지 명호1) 가운데 첫 번째로, 여실한 도道에 의지하여 (이 세상에) 오시어 위없는 완전한 깨달음(正等覺)을 이루셨다는 뜻이다. 『금강경』에서는 “온 곳도 없고 간 곳도 없으므로 여래라 한다.”2)라고 말한다.
모든 부처님의 경계는 국토도 아니고 몸도 아니지만, 중생들의 근기에 따라 의보依報와 정보正報라고 굳이 이름 붙인다. 그러므로 부처님의 일대성교一代聖敎에는 네 가지 국토(四土)와 세 가지 부처님의 몸(三身)이 전체적으로 설명되어 있다.3) 첫째, 염정동거토染淨同居土는 범부와 성인이 함께 사는 곳이다. 둘째, 방편유여토方便有餘土는 견도번뇌와 수도번뇌를 끊은 삼승이 사는 곳으로 응신이 교화하는 국토이다. 응신에는 두 가지가 있으니, 열응신劣應身4)은 염정동거토를 교화하며, 승응신勝應身5)은 방편유여토를 교화한다. 셋째, 실보무장애토實報無障碍土는 근본무명을 일부 끊은 법신 보살이 사는 곳으로 보신이 교화하는 국토이다. 넷째, 상적광토常寂光土는 오직 묘각법신만이 사는 곳이다. 지금의 사바세계는 열응신이 교화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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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삼신은 한 몸이고 네 가지 국토 역시 차별이 없으니, 무엇 때문인가? 법신이 바탕(體)이고, 두 가지 몸은 작용(用)이며, 상적광토가 바탕이고, 세 가지 국토는 작용이기 때문이다. 바탕 그대로 작용이어서 삼신과 네 가지 국토는 완연하다. 작용 그대로 바탕이므로 삼신과 네 가지 국토는 하나이다. 예를 들면 주먹을 펴면 손가락이 되고, 손가락을 모으면 주먹이 되는 것과 같다. 주먹은 바탕이고, 손가락은 작용이어서 바탕과 작용이 다른 것 같지만 하나의 손일 뿐이다.
우리 석가모니부처님은 상적광토에서 움직이지 않으셔도 사바세계를 다니며 교화하시고, 법신을 버리지 않으셔도 보신과 응신을 나타내 보이신다. 이와 같이 사바세계가 상적광토이며 상적광토가 사바세계라는 것, 보신과 응신이 곧 법신이며 법신이 곧 보신과 응신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어떤 논사는 네 가지 국토를 설명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6) 첫째, 법성토法性土이니, 법신이 사는 곳이다. 둘째, 자수용토自受用土이니, 자수용 보신이 사는 곳이다. 이 두 가지 국토는 앞에서 말한 상적광토에 해당한다. 셋째, 타수용토他受用土이니, 타수용 보신이 사는 곳이다. 초지初地 이상의 보살을 위하여 미세한 모습을 일부 나타낸 것으로, 앞에서 말한 실보무장애토에 해당한다. 넷째, 변화토變化土이니, 변화신이 사는 곳이다. 10지十地 이전의 보살과 이승과 범부를 위하여 거친 모습을 일부 나타낸 것으로, 앞서 말한 방편유여토와 염정동거토에 해당한다. 혹 어떤 사람들은 삼신과 네 가지 국토의 의미를 알지 못하고 서로 다투는데, 이 얼마나 잘못된 일인가?

[1]
娑婆世界內      사바세계 안에는
三千大千國      삼천대천의 나라가 있고
每於一一國      하나하나의 나라마다
各有一須彌      각각 수미산이 하나 있네.

사바娑婆(ⓢ sabhā)는 삭하索訶라고도 한다. 여기 말로 감인堪忍이라 하는데, 이 국토의 중생들은 온갖 고통을 참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천상 세계는 비록 즐거운 곳이나 시드는 모습이 나타날 때에는 그 고통이 지옥의 고통을 넘어선다. 천상 세계 아래 오도五道는 괴롭기만 할 뿐 즐거움이 없는데도 그 괴로움을 즐겁다고 여긴다. 삼천대천세계는 다음에 나온다.
수미須彌(ⓢ Sumeru)는 소미로蘇迷盧라고도 한다. 여기 말로 묘고妙高라고 하는데, 동쪽은 백은白銀, 남쪽은 청유리靑琉璃, 서쪽은 황금黃金, 북쪽은 흑파지黑玻胝7)의 보배로 사방이 이루어져 ‘묘妙’라 하고, 다른 산보다 높아 ‘고高’라 한다. 높이가 8만 4천 유순8)이고, 물에 잠긴 부분도 그러하다.
『구사론』의 송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9)

妙高層有四      묘고산에는 네 개의 층이 있으니
相去各十千      서로 1만 유순 떨어져 있고
旁出十六千      옆으로는 1만 6천,
八四二千量      8천, 4천, 2천 유순 나와 있네.
堅首及持鬘      견수堅首·지만持鬘·
常嬌大王衆      상교常嬌10)와 사대천왕 무리가
次第居四級      차례대로 네 개의 층에 살고
亦住餘七山      나머지 일곱 산에도 살고 있다네.

유순은 유선나由善那라고도 한다. 24지指11)가 1주肘12)이고, 1주는 1척尺 5촌寸이다. 6척이 궁弓13)이며, 5백 궁이 1구로사俱盧舍14)이다. 이는 6리 남짓으로 3천 척이 된다. 8구로사가 1유순이므로 곧 2만 4천 척이다.

[2]
旁有七山遶      곁으로 일곱 산이 둘러 있는데
皆是七寶成      모두 칠보로 이루어져 있고
中各香水海      사이마다 향기로운 바다
衆花滿其中      그곳엔 꽃들이 가득하네.

일곱 산이란 다음과 같다.
첫째, 지쌍산持雙山은 높이가 4만 2천 유순이고, 너비도 그러하다. 산 사이의 물의 너비가 8만 유순이다.
둘째, 지축산持軸山은 높이가 2만 1천 유순이고, 너비도 그러하다. 산 사이의 물의 너비가 4만 유순이다.
셋째, 담목산擔木山은 높이가 1만 5백 유순이고, 너비도 그러하다. 산 사이의 물의 너비가 2만 유순이다.
넷째, 선견산善見山은 높이가 5,250유순이고, 너비도 그러하다. 산 사이의 물의 너비가 1만 유순이다.
다섯째, 마이산馬耳山은 높이가 2,625유순이고, 너비도 그러하다. 산 사이의 물의 너비가 5천 유순이다.
여섯째, 상비산象鼻山은 높이가 1,312유순 반이고, 너비도 그러하다. 산 사이의 물의 너비가 2천5백 유순이다.
일곱째, 어주산魚觜山은 높이가 656유순이고, 너비도 그러하다. 산 사이의 물의 너비가 1,250유순이다.
이와 같이 일곱 산 사이 향기로운 바다에는 각각 우발라優鉢羅·파두마波頭摩·구모두拘牟頭·분다리奔茶利15) 꽃들이 모두 물 위를 덮고 있다.

[3]
次有鹹水海      다음에 짠 바다가 있으니
娑竭龍爲主      사갈라娑竭羅용왕이 주인이고
中有四大洲      그 사이 사대주四大洲가 있으니
四輪王所治      사륜왕四輪王이 다스리시네.

짠 바다(鹹海)는 너비가 3억 3만 6천 유순이고, 깊이가 8만 4천 유순이다. 『화엄경』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남쪽 염부제閻浮提에는 2천5백의 큰 강이 있고, 서쪽 구야니瞿耶尼에는 5천의 큰 강이 있고, 동쪽 불파제弗波提에는 7천5백의 큰 강이 있고, 북쪽 울단월鬱單越에는 1만의 큰 강이 있다. 이러한 사대주를 합하면 2만 5천의 큰 강이 서로 이어져 끊이지 않고 큰 바다로 흘러간다.”16)
“열 명의 광명光明용왕이 있어 큰 바다에 비를 내리는데, 그 물의 양이 앞서 말한 것의 배가 넘는다. 또한 백 명의 광명용왕 등 80억 대용왕이 있어 제각각 큰 바다에 비를 내리니, 모두 다 흘러가 그 양이 앞서 말한 것의 배가 넘는다. 이와 같은 80억 용왕의 궁전에서 각각 물을 흘려보내 큰 바다로 들어가니, 모두 다 흘러가 그 양이 앞서 말한 것의 배가 넘는다. 사갈라용왕 태자의 궁전인 염부당궁閻浮幢宮에서 물을 흘려보내니, 또한 앞서 말한 것의 배가 넘는다. 흘러나온 그 물은 검푸른 유리색이며, 흘러나오는 시간이 있어 바다의 조수가 때를 놓치지 않는다.”17)

“바다에는 불꽃처럼 타오르며 빛나는 큰 보배 네 가지가 바닥에 퍼져 있는데, 그 성질이 매우 뜨거워 항상 한량없는 바닷물을 마셔 버려 줄게 만든다. 이 보배가 없다면 사천하에서 유정천까지 그 안에 있는 것들은 모두 물에 잠기게 될 것이다. …….”18)
사갈라娑竭羅(ⓢ Sāgara)는 여기 말로 ‘짠 바다(鹹海)’라고 하는데, 거처하는 곳이 용왕의 이름이 되었다. 이 바다에서는 이 용이 주인이고, 나머지는 모두 신하와 권속이다.
『누탄경』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어지러운 바람이 크게 일어 땅이 깊게 파이면 깊이가 330만 리나 된다. 천하의 물이 모두 흘러 들어가 가득 차면 큰 바다를 이루는데, 그 맛이 짠 까닭은 세 가지이다. 첫째 바다에 몸 길이가 2만 8천 리 되는 큰 물고기가 있어 바다 속을 더럽히기 때문에 맛이 짜다.”19)
나머지는 다 기록하지 않겠다.

사주四洲란 사천하四天下라고도 하는데, 수미산 사방의 큰 바다 가운데 있다.
동쪽은 비제하毗提訶이다. 불바제弗波提라고도 하며, 승신勝身이라 번역한다. 둘레는 7천 유순이고, 형태는 반달 같으며, 사람의 키는 16주肘이고, 수명은 5백 세이다. 어둔 곳에서도 모든 것을 보며, 귀로 듣는 영역이 화살 하나가 날아갈 수 있는 거리이다.
남쪽은 염부제閻浮提이다. 섬부주贍部洲라고도 하며, 승금勝金이라 번역한다. 둘레는 6천5백 유순이고, 형태는 수레 상자 같으며, 사람의 키는 3주 반이고, 수명은 1백 세이지만 일정하지는 않다.
서쪽은 구타니瞿陁尼이다. 구야니瞿耶尼라고도 하며, 우화주牛貨洲라 번역한다. 둘레는 7천 유순이고, 형태는 보름달 같으며, 사람의 키는 8주이고, 수명은 250세이다. 눈으로 보는 영역이 산과 벽에 걸림이 없고, 눈으로도 소리를 듣는다.
북쪽은 울단월鬱單越이다. 구로주拘盧洲라고도 하며, 승주勝洲라 번역한다. 둘레는 8천 유순이고, 형태는 네모난 자리(方座) 같으며, 사람의 키는 32주이고, 수명은 1천 세로 중간에 요절하는 이가 없다. 산이나 장애물을 꿰뚫어 보아 걸림이 없고, 귀로는 가까운 것이든 먼 것이든 모두 다 들을 수 있다.

그리고 사람이 처음 생겨나서 성장하는 과정이 3대주는 비슷하나, 북주는 조금 다르다. 예를 들면 북주의 사람은 음욕의 마음이 일어날 때 여인을 뚫어져라 보고 있다가 그녀를 두고 가 버리면, 그 여인이 뒤를 따라 숲 속으로 들어간다. 만일 그 남녀가 부모의 친척(中表之親20) )이어서 음욕을 행해서는 안 된다면, 나무가 구부러져 그늘을 만들지 않으므로 각자 헤어져 가 버린다. 만일 친척이 아니어서 음욕을 행해도 된다면, 나무가 구부러져 몸을 가려 주므로 원하는 대로 즐기게 된다. 그 여인이 임신을 하면 7~8일 만에 출산을 한다. 남자아이나 여자아이를 낳으면 길가에 버려둔다. 지나는 사람들이 손가락을 내밀어 빨게 하면 손가락에서 젖이 나온다. 7일이 지나면 그 아이는 성장하여 그 사람들과 함께 남자아이는 남자의 무리를 향하고, 여자아이는 여자의 무리를 향한다. 그 사람이 수명을 다하면 네거리에 두는데, 우위선가優慰禪伽21)라는 새가 있어 그 주검을 물어다 다른 곳에 둔다.
이 사대주는 네 명의 전륜왕이 다스린다. 금륜왕金輪王은 인간의 수명이 8만 세일 때 나와서 사천하를 다스리고, 은륜왕銀輪王은 인간의 수명이 6만 세일 때 나와서 3천하를 다스리고, 동륜왕銅輪王은 인간의 수명이 4만 세일 때 나와서 2천하를 다스리고, 철륜왕鐵輪王은 인간의 수명이 1만 세일 때 나와서 염부제만을 다스린다. 이러한 사륜왕은 위덕이 자재하고 칠보가 모두 갖추어져 마음대로 받아 쓰니, 하루 낮 하룻밤에 관장하는 세계를 두루 다니며 열 가지 선22)을 행하여 교화한다. 금륜왕은 사천하에 머물지 않고 때로 하늘에 올라가기도 한다.

[4]
外有鐵山遶      밖으로 철위산이 두르고 있으며
下外諸地獄      아래에는 지옥들이 늘어서 있으며
日月與星宿      해와 달 그리고 별들이
廻轉迷盧半      수미산 중간을 떠돌고 있네.

철위산鐵圍山은 높이가 328유순이고, 너비도 그러하다. 12억 875유순을 지나 둘러싸고 있는 두 변이 각각 세 배인 것이 있으니, 이것이 소철위산小鐵圍山이다.
『인본경』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수미산 등 큰 산과 큰 바다 밖에는 철위산이 있는데, 높이가 680만 유순이며, 너비도 그러하다. 이것 바깥에 또 철위산이 있는데, 높이와 너비가 같다. 이 두 산 사이 암흑 속에 지옥이 있는데, 아비阿鼻라고 한다.”23)
일곱 겹의 철로 된 성이며, 가로와 세로가 똑같이 36만 리이고, 일곱 층의 철망이 그 위를 덮고 있다. 온갖 괴로움이 그곳에 모여 있다. 가장 심한 악업을 지은 자는 이 악도에서 몸을 받아 수명이 한 살씩 늘고 줄어드니, 하루에 8만 4천 번 나고 죽는다. 이곳의 하루는 염부제의 60소겁에 해당하고, 이렇게 한 중겁을 지나 차츰차츰 8만 4천 겁에 이른다.【중겁】
그리고 팔한八寒·팔열八熱 등의 큰 지옥에 제각기 권속이 있으니, 그 수가 무량하며, 거기에서 고통 받는 자는, 자기가 지은 업에 따라 경중輕重이 있고, 지내는 겁수 등에 차이가 있다. 지옥은 범어로 니리泥黎(ⓢ niraya)라 하며, 고구苦具라 번역하는데, 지하에 있기 때문에 그렇게 부른다.
고덕古德은 경을 인용하여 다음과 같은 송으로 말씀하셨다.

閻浮提闊七千旬    염부제의 너비는 7천 유순
處處皆有孤獨獄    곳곳에 모두 고독지옥이 있네.
或在山林曠野中    산림에도 광야에도
或在大海江河畔    큰 바다에도 강변에도
或在城隍社廟間    성황당이나 사당에도 있으니
其數八萬四千座    그 수가 8만 4천이나 되네.

그러므로 여러 종류의 작은 지옥들이 없는 곳이 없음을 알 수 있다. 해의 크기는 51유순이고, 화정주火精珠로 이루어져 뜨겁다. 하지에서 동지까지는 차츰 멀리 돌기 때문에 점차 짧아지고, 빛이 차츰 막혀 점차 추워진다. 동지부터 하지까지는 차츰 가까이 돌기 때문에 점차 길어지고 점차 더워진다.
달의 크기는 50유순으로 반은 백수정白水精으로 이루어져 있고, 반은 흑수정黑水精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차갑다. 초하루부터 보름까지 흰 쪽이 점차 나타나고 검은 쪽이 점차 숨기 때문에 사람들이 둥근 모습을 본다. 보름부터 그믐까지는 흰 쪽이 점차 줄고 검은 쪽이 점차 늘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지러지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러나 그 자체는 실제로 늘고 줄어듦이 없다. 『석씨회요』24)에 나오는 말이다.

그리고 『인본경』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해가 길어졌다 짧아졌다 하는 것은, 여섯 달은 북쪽으로 가서 하루에 점차 북쪽으로 6구로사를 옮겨 가기 때문에 점차 길어지고, 여섯 달은 남쪽으로 가서 또한 그와 같으므로 점차 짧아진다.”25)
『입세론』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달이 찼다 이지러지는 것은 해가 달의 뒤를 따라가면 햇빛이 달을 가리는데 점점 가리다가 15일이 지나 달을 완전히 가려 버리고, 해가 달 앞에 가면 날마다 밝아지는 것 역시 그와 같아서 15일이 지나 모두 갖추어 원만하게 된다. …….”26)
때로 일식과 월식이 있는 것에 대해 경27)에서는 라후 아수라왕羅睺阿修羅王이 가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세속의 음양가들 견해는 이와 다르지만, 또한 근거가 있다.
그리고 그 해와 달이 일시에 세 개의 섬부주를 비추지만, 남주가 한낮이면 동주가 저녁이고, 서주가 아침이면 북주는 한밤이다.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낮과 밤의 길고 짧음이 모두 이와 같다.

그러므로 『구사론』의 송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해와 달은 수미산 중턱에 있는데
지름이 각각 51, 50 유순이다.
한밤과 일몰과 한낮과 일출은
사대주에서 동일한 시간이라네. …….28)
세간의 문헌에서는 “해의 운행은 더뎌서 한 해에 하늘을 한 바퀴 돌고, 달의 운행은 빨라서 한 달에 하늘을 한 바퀴 돈다.” 하였다. 별의 크기는 같지 않으니 큰 것은 80구로사, 중간 것은 11구로사, 작은 것은 4구로사이다. 그 수가 한량없고 이름도 갖가지이다. 각각 인간의 화복 등을 관장하므로 그 상도常度를 잃지 않으면 천하가 태평하고 성현이 출현하지만, 그 도를 잃어버리면 변괴가 나타나고 나라에 반드시 재앙이 있거나 군주가 갑자기 죽거나 대신들이 역란을 일으키거나 흉년이 들어 곡식이 귀하거나 전쟁이 나거나 전염병이 돈다. 이러한 해·달·별은 풍륜에 의하여 머무는데, 그 높이가 4만 2천 유순이다.
『법화기』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해는 관음보살의 화현이며, 달은 대세지보살의 화현이며, 별은 허공장보살의 화현이다. 범부로서 큰 성인을 친견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해와 달과 별을 통해서일 뿐인데, 어찌 공경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29)

[5]
四王處山腹      사왕천은 수미산 중간에 있고
忉利居其頂      도리천은 그 꼭대기에 있고
夜摩兜率陁      야마천과 도솔타천
化樂及他化      화락천과 타화자재천

[6]
此四天住空      이 네 하늘은 허공에 머물러
壽福轉倍前      수명과 복덕이 앞의 것의 배이다.30)
如是六箇天      이러한 여섯 하늘을
俱名爲欲界      아울러서 욕계欲界라 부른다.

사왕四王이란 동방 제두뢰타천왕【지국천왕持國天王】, 남방 비류륵차천왕【증장천왕增長天王】, 서방 비류박차천왕【광목천왕廣目天王】, 북방 비사문천왕【다문천왕多聞天王】이다. 이 사천왕들은 수미산 넷째 층의 네 면에 머물면서 권위로써 세상을 보호하는데, 키는 반 리이며, 수명은 5백 세이다. 인간 세상의 50년이 이 하늘의 하루이므로 인간 세상에 빗대면 9백만 세에 해당하고, 땅과의 거리는 4만 2천 유순이다.
도리천忉利天은 삼십삼천이라 번역하는데, 이 하늘은 수미산 꼭대기에 있다. 사방으로 각각 여덟 개의 하늘이 있어【삼십이천을 이루고】 제석천왕이 중앙에 머문다. 이러한 여러 하늘에서는 키가 1만 리이며, 수명이 1천 세이다. 인간 세상의 1백 년이 이 하늘의 하루이므로 인간 세상에 빗대면 360억 세에 해당하고, 땅과의 거리는 8만 4천 유순이다. 이 두 하늘에서는 둘씩 서로 어우러져 음양陰陽을 이루고, 상품上品의 열 가지 선을 닦는 자만이 이 두 하늘에 태어난다.
야마천夜摩天은 수염마須燄摩라고도 하며, 시분時分이라 번역한다. 키는 1리 반이며, 수명은 2천 세이다. 인간 세상의 2백 년이 이 하늘의 하루이다.
도솔타천兜率陁天은 도사覩史라고도 하며, 지족知足이라 번역한다. 키는 2리이며, 수명은 4천 세이다. 인간 세상의 4백 년이 이 하늘의 하루이다. 이 두 하늘에서는 손을 잡고 서로 포옹하면 음양이 이루어진다.
화락천化樂天은 키가 2리 반이며, 수명은 8천 세이다. 인간 세상의 8백 년이 이 하늘의 하루이다.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은 키가 3리이며, 수명은 1만 6천 세이다. 인간 세상의 1천6백 년이 이 하늘의 하루이다. 이 두 하늘에서는 서로 바라보며 미소 짓기만 해도 음양이 이루어진다.
이상 네 하늘은 구름에 의지하여 허공에 머무는데, 차례로 땅과의 거리가 배로 늘어 타화자재천에 이르면, 땅과의 거리가 13억 4만 4천 유순이 된다. 상품의 열 가지 선과 좌선을 닦는 자가 이 네 하늘에 태어나는데, 마왕 파순波旬도 이 하늘에 산다. 하계下界의 오취五趣31)로부터 이 하늘까지를 모두 욕계라 한다.
『바사론』에서는 “사대주의 사람은 해와 달이 돌기 때문에 낮과 밤을 가리지만 욕계의 하늘에서는 낮과 밤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라고 묻자, “발특마鉢特摩32)꽃이 다물고 온발라殟鉢鑼33)꽃이 피면 대부분 수면을 즐기는데 그때가 밤이고, 온발라꽃이 다물고 발특마꽃이 피면 덜 자고 싶어지는데 그때가 낮이다.”34)라고 답하였다.
『대지도론』에서는 “욕계의 여러 하늘은 등, 촛불, 밝은 구슬 등을 보시하였기 때문에 몸에서 항상 광명이 나므로 햇빛과 달빛이 필요하지 않다.”35)라고 말하였다.

[7]
四禪十八天      사선四禪의 18천은
已離欲麁散      욕계의 거친 색(麤色)36)과 산심散心37)을 이미 여의었으나
猶未出色籠      아직 색신色身의 그물을 벗어나지 못하였으므로
故名爲色界      색계라고 이름한다.

사선의 18천이란 다음과 같다.
초선初禪에는 3천이 있다.
첫째, 범중천梵衆天인데, 키가 반 유순이며, 수명이 20씩 늘고 준다.
둘째, 범보천梵輔天인데, 키가 1유순이며, 수명이 40씩 늘고 준다.
셋째, 대범천大梵天인데, 키가 1유순 반이며, 수명이 60씩 늘고 준다.【이러한 하늘에서 키와 수명이 앞의 것의 배가 되지 않는 것은 심사尋伺38)를 여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세 하늘이 사천하를 덮는다.
제2선에는 3천이 있다.
첫째, 소광천少光天인데, 키가 2유순이고, 수명은 2대겁이다.
둘째, 무량광천無量光天인데, 키가 4유순이고, 수명은 4대겁이다.
셋째, 광음천光音天인데, 키가 8유순이고, 수명은 8대겁이다. 이러한 세 하늘이 소천세계小千世界를 덮는다.【소광천의 키가 앞의 것의 배가 되지 않는 것은 심사尋伺와 왕신王臣39)을 떠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수명이 배가 되는 것은 괴로움의 습기를 없애기 쉽기 때문이다.】
제3선에는 3천이 있다.
첫째, 소정천少淨天인데, 키가 16유순이고, 수명은 16대겁이다.
둘째, 무량정천無量淨天인데, 키가 32유순이고, 수명은 32대겁이다.
셋째, 변정천遍淨天인데, 키가 64유순이고, 수명은 64대겁이다. 이러한 세 하늘이 중천세계中千世界를 덮는다.
제4선에는 9천이 있다.
첫째, 무운천無雲天인데, 키가 125유순이고, 수명은 125대겁이다.【이 하늘에서 키와 수명이 앞의 하늘보다 3유순과 3겁이 줄어든 것은 구름과 삼재三災를 없애기 어렵기 때문이다.】
둘째, 복생천福生天인데, 키가 250유순이고, 수명은 250대겁이다.
셋째, 광과천廣果天인데, 키가 5백 유순이고, 수명은 5백 대겁이다. 이상의 세 하늘은 범부선을 닦는 이들이 머무는 곳으로 상품上品의 열 가지 선과 좌선을 닦는 이가 이곳에 태어난다. 그리고 외도들이 무상천無想天을 별도로 닦기도 하는데, 이는 광과천에 포함되며, 키와 수명도 광과천과 같다.
넷째, 무번천無煩天인데, 키가 1천 유순이고, 수명은 1천 대겁이다.
다섯째, 무열천無熱天인데, 키가 2천 유순이고, 수명은 2천 대겁이다.
여섯째, 선견천善見天인데, 키가 4천 유순이고, 수명은 4천 대겁이다.
일곱째, 선현천善現天인데, 키가 8천 유순이고, 수명은 8천 대겁이다.
여덟째, 색구경천色究竟天인데, 키가 1만 6천 유순이고, 수명은 1만 6천 대겁이다. 이상의 다섯 하늘은 제3과40)를 얻은 사람이 머무는 곳이다.【지혜를 좋아하는 사람은 이 하늘에 태어나고, 선정을 좋아하는 사람은 사공천四空天에 들어간다.】
아홉째, 대자재천大自在天인데, 키와 수명이 무량하며, 10지 보살41)이 사는 곳이다. 이 아홉 하늘이 대천세계大千世界를 덮는다.
그 경계의 가로세로와 지름을 논한다면, 숫자로서는 끝내 헤아릴 수가 없다. 또한 『대지도론』에서는 “색구경천에서 큰 돌 하나를 던지면, 1만 8383년을 지나야 비로소 땅에 도달한다.……”라고 하였다.
이러한 사선천들은 비록 욕계의 거친 색과 산란한 마음은 여의었으나, 아직 색온에 묶여 있으니, 새가 조롱에 갇혀 아직 자유롭지 못한 것과 같다.【어떤 곳에서는 “사선천 가운데 무상천이 하나가 되고,42) 대자재천은 없으니, 이 하늘에서는 색구경천이 중심이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

[8]
上有四空處      위에는 사공처四空處의 하늘이 있으니
定樂勝四禪      선정의 즐거움이 사선천보다 뛰어나고
離色祗四陰      색 없이 사음四陰43)만 있으므로
故名無色界      무색계無色界라 이름하네.

사공처란 다음과 같다.
첫째, 공무변처空無邊處인데, 수명이 2만 대겁이다. 이 하늘의 수명이 앞의 것의 배가 되지 않는 것은 비로소 색신의 속박을 여의었기 때문이다.
둘째, 식무변처識無邊處인데, 수명이 4만 대겁이다.
셋째, 무소유처無所有處인데, 수명이 6만 대겁이다.
넷째, 비상비비상처非想非非想處인데, 수명이 8만 대겁이다.
이러한 사공처에서는 수명이 앞의 것의 배가 되지 않고, 다만 2만 겁씩 증가한 것은 지혜가 열악하기 때문이다. 또 이 네 하늘은 따로 처소가 없어서 욕계와 색계를 떠나지 않지만, 닦은 업이 제각기 다르기 때문에 서로 알지 못한다. 닦은 업이 사선천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그러한 뜻으로 위에 두었을 뿐이다.
이 사공처는 이미 색온을 벗어났고, 다만 수온·상온·행온·식온 사온만 있으며, 팔식八識 중에도 앞의 오식은 없고 뒤의 삼식만 있다.44)
초선천에서 비상비비상천까지 범부의 입장에서 논한다면, 여기에서는 이 하늘에 다시 태어날 업과 다음 경지에 태어날 업만을 짓는다. 업이 다하면 업에 따라 윤회하므로 영원히 도道에 들어갈 수 없다.

[9]
摠名爲三界      총체적으로는 삼계三界라 하고
別則二十五      개별적으로는 25유二十五有라 하네.
是爲一國量      이것이 하나의 국토이니
一釋迦所化      부처님 한 분이 교화하시네.

삼계란 욕계·색계·무색계이다. 25유란 사대주·사악취·육욕천·대범천·사선천·사공처천·무상천·오나함천45)이다. 또한 육취라고도 하는데, 지옥·아귀·축생·아수라·인간·천인이다. 이것이 한 국토이며, 열응장륙불劣應丈六佛46)이 교화하시는 영역이다.

[10]
如是數至千      이와 같이 그 수가 천이 되면
名一小千界      소천세계라 하고
小千至一千      소천세계가 천이 되면
名一中千界      중천세계라 하네.

[11]
中千至一千      중천세계가 천이 되면
名曰大千界      대천세계라 하고
如是三千國      이와 같은 삼천국토에
各有鐵圍遶      각각 철위산이 둘러 있네.


『석씨회요釋氏會要』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철위산과 바다 안에 사대주와 수미산이 있고, 그 위로 28천과 해와 달, 이것이 한 국토이다. 그 수가 천 개에 이르고, 철위산이 완전히 둘러싼 것을 소천세계라 한다. 이 소천세계 숫자가 천 개에 이르고, 철위산이 완전히 둘러싼 것을 중천세계라 한다. 이 중천세계 숫자가 천 개에 이르고, 철위산이 완전히 둘러싼 것을 대천세계라 한다. 그렇다면 1만억의 국토가 있게 되는데, 전부 부처님께서 다스리시기 때문에 모두 그 가르침을 받을 수 있다.”
『범망경소梵網經䟽』에는 다음과 같은 문답이 있다.47)
“ 『유가론』에서는 대천세계 안에 1백 구지俱胝(ⓢ koṭi) 세계가 있다 하였고, 『잡집론』에서는 구지란 1백억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그런데 어찌하여 여기에서는 1백억이라고만 말하는가?
억億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10만을 억이라 하고, 혹은 백만, 혹은 천만, 혹은 만만萬萬을 억이라 한다. 『유가론』에서는 다만 10만을 억이라 하였지만, 이 경에서는 천만을 억이라 하였다. 그런 까닭에 경전 곳곳에서 말한 것이 같지 않지만 어긋나는 것은 아니다.”

[12]
此諸國土等      이 모든 국토들이
棊布地輪上      지륜 위에 바둑판처럼 펼쳐 있고
下有金水風      아래에는 금륜·수륜·풍륜
三輪次第擎      3륜이 차례로 받치고 있네.

지륜地輪은 두께가 8만 4천 유순이며, 지름은 세 배이다. 금륜金輪은 두께가 3억 2만 유순이며, 지름은 12억 3450유순이다. 수륜水輪은 두께가 8억 유순이며, 지름은 금륜과 같다. 풍륜風輪은 두께가 16억 유순이며, 지름은 무한하다. 이러한 4륜의 지름은 다만 하나의 수미산과 하나의 국토에 대해서 말했을 뿐이다. 대천세계를 들어 논한다면 그 정도를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13]
世界將成時      세계가 이루어질 때
梵王最初建      범왕천이 처음 세워지고
輔衆欲四空      범보천· 범중천·욕계천·사공처천
情器次第成      유정과 기세간이 차례로 이루어졌네.

[14]
下界風輪起      아래 세계에서 풍륜이 일어나니
量等大千界      대천세계만큼 크고
仰布及傍布      위로 옆으로 펼쳐지는 것이
猶如槃椽形      소반의 가장자리(槃椽48)) 모양과 같네.

[15]
光音天布雲      광음천이 구름을 펼쳐
遍覆風輪上      풍륜 위를 두루 덮으면
霔大車軸雨      큰 수레바퀴 같은 비가 내리고
水深難可底      바닥을 알 수 없게 물이 깊어지네.

[16]
風擊上成金      바람을 쳐서 밀어 올리면 금륜이 되고
餘下爲水輪      나머지가 내려오면 수륜이 되며
空中復降雨      허공에서 다시 비가 내리면
水滿金輪上      금륜 위에 물이 가득해지네.

[17]
風吹成大地      바람이 불어 대지를 이루면
須彌及衆山      수미산과 여러 산들
四洲與河海      사대주와 강과 바다가
依舊皆成建      예전대로 모두 이루어지네.

[18]
二禪福盡者      이선천二禪天에서 복이 다한 사람은
下生勝金洲      승금주勝金洲49)에 내려와 태어나는데
身巨壽無量      키가 크고 수명이 한량없으며
飛行光遠照      날아다니며 몸의 빛이 멀리 비치네.

[19]
所食地味餅      먹는 것은 지미의 떡(地味餠)50)
林藤與粳米      임등林藤과 갱미粳米인데
此諸勝味等      이것들은 모두 맛이 좋지만
貪食輙隨沒      욕심내어 먹으니 돌연 사라지네.

[20]
次有香稻生      다음에 향기로운 벼가 생겨나는데
人亦爭取食      사람들이 또 앞다투어 먹으니
光滅又通亡      몸의 빛이 사라지고 신통도 없어지며
分生男女根      남근과 여근이 나뉘어 생겼다네.

[21]
以其宿習故      전생에 익힌 습기 때문에
相交行不淨      서로 어우러져 부정不淨을 행하니
從此子孫繁      이로부터 자손이 번창하고
人民因富盛      백성들은 부유하고 번성해졌네.

[22]
漸邪行不善      점차 삿되이 선하지 못한 것을 행하면
死充三惡道      죽으면 삼악도를 채우고
畏惡修衆善      악도를 두려워하여 선을 닦으면
生三洲六天      삼주三洲와 육욕천六欲天에 태어난다.

[23]
五趣情與器      다섯 갈래(五趣)51)의 생명들과 그 세계가
於是備作焉      이때 갖추어지고
住二十增減      20증겁과 20감겁이 지나면
次起壞劫事      그 다음 괴겁의 일들이 일어나도다.

[24]
始從無間獄      무간지옥부터
乃至他化天      타화자재천까지
有情次第捨      유정들이 차례로 떠나
器界旣俱空      기세간이 모두 텅 비어 버리네.

[25]
尒時七日現      그때 일곱 개의 해가 나타나
海枯山石融      바닷물이 마르고 산의 돌이 녹아내려
大地並炎輝      대지도 화염에 휩싸여
大千盡煨燼      대천세계는 모두 잿더미가 된다네.

[26]
火焰聳初禪      초선천에서 화염이 솟구쳐
三天次第升      세 하늘로 차례로 올라가
咸赴二禪中      모두 이선천에 이르면
下空如黑穴      아래는 컴컴한 동굴처럼 텅 비게 되네.

[27]
成住壞空劫      성겁·주겁·괴겁·공겁이
大略已如是      대략 이와 같거니와
於此四劫中      이 네 가지 겁에는
八十度增減      80번의 증겁과 감겁이 있네.

[28]
是爲一火劫      이것이 한 화겁火劫인데
七火方一水      일곱 화겁 지나 한 번의 수겁水劫이 있고
七水更七火      일곱 수겁 지나 다시 일곱 화겁이 지나면
然後一風灾      풍재風災가 한번 온다네.

[29]
火灾從地起      화재火災는 땅에서 일어나
壞至於初禪      초선천까지 무너뜨리고
水從二禪起      수재水災는 이선천에서 일어나
壞器若消鹽      소금 녹이듯 기세간을 무너뜨리네.

[30]
風自三禪起      풍재風災는 삼선천에서 일어나
壞若乾支節      마른 백골을 부수듯 무너뜨리고
四禪無外灾      사선천에는 바깥의 재앙은 없으나
與殿俱生滅      하늘 궁전과 함께 생겼다 사라진다네.

[31]
火劫成壞數      화겁은 성겁과 괴겁이 잦고
水次風大踈      수재가 다음이고 풍재는 매우 드물어서
壞已復還成      무너졌다 다시 이루어지고
循環無了期      돌고 도는 것이 끝날 때가 없네.

[32]
風灾至百轉      풍재가 1백 번 일어나는 동안을
名一僧祗劫      한 아승기겁阿僧祗劫52)이라 하는데
如是無量劫      이와 같이 한량없는 겁을 지나도
佛出甚希有      부처님이 나타나시는 일은 매우 드물다네.

『화엄경』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허공에서 큰 비를 퍼부어 삼천대천세계에 가득하면 풍륜이 일어나 불어와서 색계의 모든 하늘과 궁전이 생겨난다. 다음에 풍륜이 일어나서 욕계의 하늘과 궁전이 생겨난다. 이와 같이 차례로 갖가지 풍륜이 일어나서 수미산 등 여러 산들이 생겨나고, 다음으로 대지가 생겨나고, 용궁과 아수라궁까지 생겨난다.”53)
그리고 『유가론』·『구사론』 등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54)
세계가 생겨날 때 대범천왕이 처음 단독으로 세워지고, 1증감겁을 지나 범보천과 범중천 그리고 욕계천과 사공거천四空居天 등 유정과 기세간이 차례로 이루어진다. 그 후 아래에서 거대한 풍륜이 일어나는데, 그 크기가 삼천대천세계만 하고, 모습이 두 가지이다. 위로 넓게 퍼지는 것과 옆으로 퍼지는 것을 말하는데, 위로 퍼지는 것이 바닥이 되고, 옆으로 퍼지는 것이 담장이 된다. 그 모양이 소반의 가장자리 같고, 단단하기가 금강석과 같다.
위에 있는 광음천에서 거대한 금장운金藏雲이 퍼져 풍륜을 두루 덮고 큰 홍수를 내리는데, 빗방울이 수레바퀴만 하고, 세계를 가득 채워 물의 깊이가 11억 2만 유순이나 된다. 이후에 풍륜이 일어 물을 쳐서 금륜을 이루면 그 두께가 3억 2만 유순이다. 아래로 8억 유순은 수륜이 되는데, 풍륜이 지탱해 주기 때문에 새지도 않고 흩어지지도 않는다. 허공에서 다시 여러 계장운界藏雲이 일어나 갖가지 비를 내려 금륜 위에 가득하고, 다시 풍륜이 일어 물을 쳐서 단단하게 하면 지륜이 된다. 그중에서 가장 정묘精妙한 것이 수미산이 되고, 다음 것은 칠금산이 되고, 가장 낮은 것은 여러 산들이 된다. 평평한 육지는 큰 섬(洲)이 되고, 깊은 골짜기는 바다가 되고, 위에서 아래까지 예전대로 세워진다.
광음천 무리들이 복이 다해 아래에 태어나면 모두 사람이 되는데, 키가 1천 척 혹은 2천 척이다. 기쁨으로 먹을 것을 삼고, 몸의 빛이 멀리 비친다.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며 남녀의 구분이 없다. 자연히 지비地肥【혹은 지미地味】가 생겨나는데, 그 빛이 희고 맛이 달다. 앞다퉈 그것을 먹으면 지비가 돌연 사라진다.
다음에는 지피地皮【혹은 지병地餠】가 생겨나는데, 그 빛이 황색이고 맛이 달다.
다음에는 임등林騰【혹은 임조林條】이 생겨나는데, 모습이 숲의 형태와 같다. 모두 열매를 맺고 자르면 밀랍 없는 꿀과 같은 즙이 나온다.
다음에는 갱미粳米가 나오는데 길이가 족히 7촌이 된다.【혹은 4촌이라고 말한다.】
다음에는 향기 나는 벼(香稻)가 나오는데 겨(糠麧)가 있어 이것을 먹으면 대소변이 몸에 쌓인다. 이것을 제거하기 위하여 두 가지 길이 생겨나고, 남녀의 성기가 갖추어져 부부가 있게 되고, 밭과 집이 있게 된다. 탐욕에 물들었기 때문에 몸의 빛이 사라지고 신통이 없어져 해와 달이 처음 생겨나 낮과 밤으로 나뉜다. 사람들이 차츰 삿되고 선하지 못한 업을 짓고 악업을 짓기 때문에 아귀와 축생 그리고 지옥에 태어난다. 악도의 고통을 보고 선을 닦으므로 점차 동주·서주·북주나 사왕천이나 도리천 등 다른 곳에 태어나는데, 이것을 성겁成劫이라 한다.
주겁住劫은 알 수 있을 것이다.
괴겁壞劫은 주겁의 마지막에 무간지옥의 유정이 사라지고 다시 태어나지 않는 때부터 시작된다. 삼악도에서 사대주와 육욕천에 이르기까지 차례로 먼저 비게 된다. 하계下界가 텅 비면 햇빛이 네 배로 뜨거워지고, 도랑과 연못이 모두 말라 초목이 타 버린다. 두세 개의 해가 나타나 강과 하천이 메마르고, 네다섯 개의 해가 나타날 때에는 바다와 샘이 말라 버린다. 예닐곱 개의 해가 함께 나타나면 산과 돌이 모두 녹아내리고 대지가 불길에 휩싸여 불꽃이 치솟고 초선천의 여러 하늘 무리들이 이선천으로 달아나서 삼천대천세계가 모두 타 버리는데, 이것이 괴겁이다.
공겁空劫은 세계가 완전히 무너진 것이다. 거대한 허공이 캄캄하고 어두운 것이 마치 검은 동굴과 같다.

이와 같이 성겁·주겁·괴겁·공겁 네 겁이 각각 20번 줄어들고 늘어나기 때문에 80번의 증감이 이뤄진다. 성겁 가운데 앞의 1증감겁增減劫에서 기세간이 이루어지고, 뒤의 19증갑겁에서 유정이 이루어진다. 괴겁 가운데 앞의 19증감겁에서 유정이 무너지고, 뒤의 1증감겁에서 기세간이 무너진다. 그리고 주겁의 20증갑겁에서는 앞의 하나만 줄어드는 겁이고, 뒤의 하나만 늘어나는 겁이다.
증감겁이란 무엇인가? 세계가 처음 이루어질 때 이 염부제의 8만 국 마을의 백성은 부유하고 즐거워서 추위와 더위로 병들어 괴로운 자가 없었다. 왕이 바르게 다스려서 열 가지 선을 받들어 행하고 서로 받들고 공경함이 마치 아버지와 아들 같으며, 사람의 수명이 한량없다.
주겁의 처음이 되면 왕이 바르게 행하지 않고 백성들이 조금씩 사악해져서 그 수명이 줄어들어 10만 세가 된다. 이렇듯 전전하여 백 년마다 한 살씩 줄어 수명이 10세에 이르는 동안을 감겁減劫이라 한다. 이 10세로부터 아들의 나이가 아비의 나이보다 곱이 되어 8만 세까지 늘어나는 동안을 증겁增劫이라 한다.
아들의 나이가 아비의 곱이 된다는 것을 『아함경』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수명이 10세일 때 사람들이 서로 죽이고 해치므로 선인仙人이 찾아와 살생을 멀리 여의도록 가르침을 주니, 그 사람이 다른 생을 받을 때에는 수명이 배가 되어 20세가 된다. 다시 도둑질을 멀리 여의면 배가 되어 40세가 되고, 다시 사음邪淫을 멀리 여의면 배가 되어 80세가 된다. 다시 거짓말을 여의면 배가 되어 160세가 되고, 다시 이간질을 여의면 배가 되어 320세가 되고, 다시 거친 말을 여의면 배가 되어 640세가 되고, 다시 꾸미는 말을 여의면 배가 되어 2천5백 세가 된다.【이것은 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5백을 더하여 곱한다.】55) 다시 탐욕과 질투를 여의면 5천 세가 되고, 다시 성냄을 여의면 배가 되어 1만 세가 되고, 다시 삿된 견해를 여의면 배가 되어 2만 세가 되고, 다시 비법非法과 악탐惡貪과 사행邪行을 여의면 배가 되어 4만 세가 된다. 다시 부모에게 효도하고 사문과 바라문을 공경하여 복업을 닦으면 배가 되어 8만 세가 된다.【어떤 경에서 8만 4천이라 하는 것은 곱하는 중에 늘어났기 때문이다.】”56)
1증감겁은 계산하면 1680만 년이고, 이 겁을 녹로轆轤57)라고 한다. 20녹로겁을 기준으로 하면 3만 3600만 년이므로 이와 같이 80번의 증감을 합하면 한 화재겁火災劫이 된다.
다시 일곱 번의 화재를 겪은 연후에 한 번의 수재가 있는데, 49번의 성·주·괴·공을 지나 일곱 번의 수재가 있고, 함께 56번의 성·주·괴·공이 이루어진다. 다시 일곱 번의 화재가 끝난 후에 풍재가 한 번 있는데, 한 번의 풍재마다 64번의 성·주·괴·공을 거친다. 이 하나하나의 성·주·괴·공을 모두 계산하면 13억 4400만 년이 된다.
화재는 초선천까지 무너뜨리는데 거친 분별(尋)과 미세한 분별(伺)이 있기 때문이다. 수재는 이선천까지 무너뜨리는데 기쁨(喜受)이 있기 때문이다. 풍재는 삼선천까지 무너뜨리는데 들숨과 날숨이 있기 때문이다. 화재에 관한 것은 위에서 말한 바와 같다.
수재는 초선천 이하에서 화재가 이루어졌다 무너졌다 하는 것을 일곱 번 마친 뒤, 여덟 번째 괴겁의 끝 무렵에 이선천에서 구생수俱生水58)가 일어나 물이 소금을 녹이듯 기세간을 무너뜨린다. 이 물과 기세간은 동시에 함께 사라진다. 여덟 번째 화재의 끝 무렵에 한 번의 수재가 있는 까닭은 이선천인 정광천의 수명이 8대겁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무너졌다 다시 이선천이 이루어지는 것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
풍재는 8 곱하기 7, 즉 56번의 화재와 1 곱하기 7, 즉 일곱 번의 수재 뒤에 삼선천에서 구생풍俱生風59)이 일어나 마치 바람이 뼈마디를 말리듯 기세간을 무너뜨린다. 이 바람과 기세간은 동시에 함께 사라진다. 64번의 괴겁에 이르러 풍재가 있는 까닭은 삼선천인 변정천의 수명이 64대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삼재가 사선천에 이르지 않는 것은 평등한 생각(捨念)으로 청정하기 때문이다. 『대법론』에서는 “사정려四精慮의 외궁外宮 등은 비록 바깥의 재난은 없지만 궁전들과 함께 생기고 함께 사라지므로 이루어짐과 무너짐이 있다고 말한다.”60)라고 하였다.

겁劫61)이란 시분時分이라 번역한다. 기근겁饑饉劫·질역겁疾疫劫·도병겁刀兵劫·증겁增劫·멸겁滅劫이 있다. 이들 모두는 소겁小劫이고, 합하면 한 번의 증감겁이 된다. 혹은 20증감을 한 증감겁이라 하고, 이것을 중겁中劫이라 하며, 통틀어 80번의 증감이 있는 것을 대겁大劫이라 한다.
어떤 경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하나의 큰 성이 사방 40리인데【『대지도론』에서는 1백 유순이라 한다.62) 】, 겨자씨를 가득 채워 두고, 장수천長壽天63)의 사람이 3년이 지날 때마다【어떤 경에서는 1백 년이 지날 때마다】 겨자씨 하나를 가져가서 성이 비록 텅 비게 되더라도 그 겁은 아직 끝나지 않으니, 이것이 범천에서의 한 겁의 수명이다.”
그리고 『영락경』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한 변이 1리, 10리, 40리 되는 네모난 돌이 있는데, 하늘 사람이 삼수의三銖衣64)를 입고 인간 세계의 햇수로 3년마다 한 번 스쳐 이 돌이 다 닳는 것을 소겁이라 한다. 또 80리 되는 돌이 있는데, 범천에 있는 백보광명주百寶光明珠를 햇수로 삼아 3년마다 한 번 스쳐 이 돌이 다 닳는 것을 중겁이라 한다. 또 8백 리 되는 돌이 있는데, 정거천에 있는 천보광명경千寶光明鏡을 햇수로 삼아 3년마다 한 번 스쳐 이 돌이 다 닳는 것을 대겁이라 한다. 이것이 한 아승기겁이다.”65)
그리고 『겁장송』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풍재를 한 단위로 삼아 그 수가 불가지不可知66)에 이르면, 이와 같이 아주 길고 먼 시간을 한 아승기겁이라 한다.”67)
『화엄경』에서 아승기라는 수는 105번째의 단위이다.68) 자은 규기慈恩窺基69) 대사는 “풍재의 겁수가 1백여 번에 이르면 아승기라 한다.”라고 말하였다.

[33]
若佛出於世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하시면
必降閻浮洲      반드시 염부주에 내려오시니
萬億閻浮中      만억의 염부제 가운데
各有一佛出      제각기 한 분의 부처님 출현하시네.

[34]
成道轉法輪      성도成道와 법륜을 굴리신 것과
入滅皆同時      입멸은 모두 동시에 일어났으니
如是千百億      이러한 천백 억의 부처님은
盧舍那本身      모두 노사나불의 본신이시네.

[35]
譬如淨滿月      비유하면 깨끗한 보름달이
普現一切水      모든 물에 두루 나타나는데
影像雖無量      그 영상이 한량없으나
本月未曾二      본래 달은 둘이 아닌 것과 같네.

『석씨회요』에서는 “법왕이 도읍을 삼는 곳은 대천세계 안에 속한 것이지만, 이미 이루어진 도읍에 의거한다면, 이곳 염부제가 항상 머무시는 곳이 된다.”라고 하였다.
『대지도론』에서는 “염부제의 세 변은 똑같이 2천 유순이며, 남쪽 변이 3유순 반이다. 북쪽은 넓고 남쪽은 좁아 사람의 얼굴이 그것을 닮았다. 부처님께서는 카필라성(迦毘羅城)에 태어나셨으므로 천지의 중앙에 머무신 것이다.”라고 하였다.
예전에 한 명제漢明帝가 마등摩騰70) 법사에게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실 때 이 땅(중국)에서 나지 않으신 것은 무엇 때문인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마등은 대답하기를, “가유라위국迦維羅衛國은 삼천대천세계 백억 해와 달의 중앙입니다. 그러므로 삼세의 부처님들은 모두 다 그곳에서 태어나시고,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변두리에 태어나지 않으시니, 왜냐하면 땅이 기울어져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하였다.
『인본경』에서는 말하기를, “염부제에는 세 천하에서 타화자재천까지 어느 곳보다 수승한 다섯 가지가 있다. 첫째 용감하고 민첩함이며, 둘째 정념正念할 수 있는 곳이며, 셋째 부처님께서 나시는 곳이며, 넷째 업을 닦을 수 있는 곳이며, 다섯째 범행梵行71)을 행할 수 있는 곳이라는 점이다.”72)라고 하였다.
어떤 경에서는 “부처님들이 세 천하에 오시지 않는 것은, 그 국토의 사람들은 교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에 이 국토의 중생들은 근기가 예리하고 민첩하고 매우 용맹하여 도를 얻기가 어렵지 않다. 그러므로 예전부터 모든 부처님들은 다 이 국토에 태어나신다.”라고 하였다.
삼천대천세계를 모두 헤아리면 1만억 국토가 된다. 한 국토마다 한 부처님이 계시므로 천백억73) 부처님이 계신다. 이분들은 모두 적화불迹化佛74)이시지만 본래 노사나盧舍那75)이시다.
『범망경』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我今盧舍那      나 지금 노사나가
方坐蓮花臺      연화대蓮華臺에 앉자마자
周帀千花上      천 송이 꽃 위에 두루
復現千釋迦      천 분의 석가 나타나시네.
一花百億國      한 송이 꽃마다 백억의 국토가 있고
一國一釋迦      한 국토에 한 석가 계시니
如是千百億      이와 같은 천백억 부처님은
盧舍那本身      노사나의 본신本身이라네.76)

또 다음과 같이 말한다.

千華上佛       천 송이 꽃 위의 부처는
是吾化身       나의 화신이요
千百億釋迦      천백억 석가는
是千釋迦之化身【云云】   천 석가의 화신이라네. …….77)

그렇다면 달이 허공에 떠올라 그 영상이 모든 물에 비치니, 그 영상은 비록 한량없으나 달은 본래 하나인 것과 같다. 부처님도 이와 같이 비록 그 자취를 만억의 국토에 나투시지만, 본래 몸은 하나이다. 노사나는 ‘청정함이 가득함(淨滿)’이라 번역하는데, 삼혹三惑이 이미 청정하여 종지種智78)가 원만하기 때문이다.

[36]
於此閻浮提      이 염부제에
有國名迦維      카필라국이 있는데
王名是淨飰      왕의 이름은 정반淨飯이요
夫人號摩耶      부인은 마야摩耶라 부르네.

『인본경』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79)
“겁초劫初에 지미地味와 지피地皮와 지부地膚 등 맛있는 것이 차례로 생겨났다가 사라진 후에 갱미가 생겨났는데, 아침에 베어내면 저녁에 다시 생겨났다. 사람들이 탐내어 그것을 쌓아 두자 베어낸 후 다시 생겨나지 않았다. 그 후 서로 침입하여 도둑질하니 아무도 해결할 사람이 없었다. 의논하여 지혜로운 이 한 사람을 세우니, 이름이 삼만다三滿多80)이고, 평등왕平等王이었다. 선한 자는 상을 주고 악한 자는 벌을 주니, 중생들이 그에게 물자를 공급하였다. 이로부터 백성들의 왕이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이 평등왕의 자손이 대를 이어 33세世인 선사왕善思王에 이르러 전륜성왕의 지위에 오르고, 사천하의 왕이 되었다.
바로 사자협왕師子頰王(ⓢ Siṃhahanu)81)에 이르기까지 무릇 101만 56왕이 있었다. 사자협왕은 네 아들을 낳았는데, 첫째가 정반淨飯(ⓢ Śuddhodana)이었고, 둘째가 백반白飯(ⓢ Śuklodana)이었고, 셋째가 곡반斛飯(ⓢ Droṇodana)이었고, 넷째가 감로반甘露飯(ⓢ Amṛtodana)이었다. 정반왕은 두 아들을 두었으니, 첫째가 실달悉達(ⓢ Siddhārtha)이었고, 둘째가 난타難陀(ⓢ Nanda)이었다. 백반왕은 두 아들을 두었으니, 첫째가 조달調達(ⓢ Devadatta)82)이었고, 둘째가 아난阿難(ⓢ Ānanda)이었다. 곡반왕에게도 두 아들이 있었으니, 첫째가 마하남摩訶男(ⓢ Mahānāma)이었고, 둘째가 아나율阿那律(ⓢ Anuruddha)이었다. 감로반왕에게도 두 아들이 있었으니,83) 첫째가 파사婆娑(ⓢ Bhagu)이었고, 둘째가 발타跋陁(ⓢ Bhaddiya)이었고, 감로미甘露味(ⓢ Amṛtā)라는 딸이 있었다. 이들 모두는 출가하여 도를 증득하였다.
마야摩耶(ⓢ Māyā)는 대환술大幻術이라 번역한다. 처음 생겨났을 때 용모가 단정함이 으뜸이어서 나라 사람들이 모두 ‘이는 사람이 낳은 아이가 아니라 선화천善化天 사람의 화신이다’라고 말하였으므로 ‘마야, 대환술’이라 불렀다. 관상가들은 ‘이 아기씨는 장차 전륜성왕을 낳을 것’이라고 예언하였다.”
『석씨회요』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천비성天臂城에 있는 선각 장자先覺長者가 여덟 따님을 낳았는데, 정반왕이 모두 궁으로 맞아들여, 첫째인 마야와 여덟째인 파사파제波闍波提(ⓢ Prajāpatī)를 자신이 취해 왕비를 삼고, 다른 여섯은 세 명의 아우와 나누어 각각 왕비를 삼도록 하였다.”

[37]
周昭癸丑年      주 소왕周昭王84) 계축년
七月十五夜      7월 15일 밤에
夫人感瑞夢      부인이 상서로운 꿈을 꾸니
人乘象入懷      코끼리를 탄 사람이 품에 들어오더라.

[38]
旣而方有娠      이윽고 태기가 있으니
自後受天供      그 뒤로는 하늘의 공양 받으시고
人間諸勝味      인간 세상의 음식은 뛰어난 음식이라도
不復霑唇舌      다시는 입에 대지 않으셨네.

주 소왕이란 중국 희주姬周85) 왕의 이름이다. 그 사실은 다음에 나오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번거롭게 기록하지 않겠다.
『인과경』과 『보요경』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86)
“석가여래가 대보살大菩薩이었을 때 이름이 선혜善慧이었다. 도솔천에서 태어나 여러 하늘의 주인이 되었는데, 60억 하늘 대신들이 ‘보살이 장차 하강하면 어느 국토에 태어나야 하는가’를 의논하자, 보살은 대답하기를, ‘삼천대천세계 염부제 안에 있는 카필라국은 땅의 한가운데 있다. 그 나라에는 60가지의 종족이 있는데 석가족이 가장 번성하며, 그중 정반왕의 종족이 으뜸이다. 감자왕甘蔗王의 후예이며 성왕聖王의 후손이어서 성품이 어질고 행동이 현명하다. 그 부인은 정숙하고 어질어서 하늘의 옥녀와 같다. 이전 5백 생 동안 항상 보살의 어머니였으니 내려가서 태어나리라’라고 하였다.”
『서응경』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87)
“보살이 흰 코끼리를 타고 원광(日精)을 머리에 쓰고 도솔천궁을 출발하시니, 모든 하늘의 대중들이 뒤따르면서 허공 가득히 풍악을 울리고 꽃을 뿌렸고, (보살은) 큰 광명을 두루 비추며 어머니의 태에 드셨다. 이때 도솔천의 무리들은 ‘우리들도 인간 세상에 태어나서 보살이 성불하실 때 설법을 들어야겠다’ 생각하고, 곧 모든 나라의 왕과 대신, 바라문과 장자, 거사 등의 집안에 의탁하니, 무릇 99억이나 되었다.
이때 부인이 잠을 자다가 어떤 사람이 코끼리를 타고 품안으로 들어오는 꿈을 꾸었다. 꿈에서 깨어나 몸이 무거워졌음을 느끼자, 하늘이 음식을 바쳐 저절로 도달하였으므로 다시는 인간의 음식을 즐기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주나라 소왕 즉위 23년 계축년 7월 15일의 일이다.

[39]
明年甲寅歲      다음해 갑인년
四月初八日      사월 초파일에
從右脇誕生      오른쪽 옆구리에서 탄생하시니
端正好男子      단정하고 잘 생긴 남자아이더라.

[40]
生時靈瑞事      태어날 때 신령스럽고 상서로운 일
不可具言說      이루 다 말할 수 없으니
天雨花散地      하늘에서 꽃을 내려 대지에 흩뿌리고
龍噴水浴身      용이 물을 뿜어 몸을 씻겨 드렸네.

[41]
生已蓮承足      태어나시자 연꽃이 발을 받쳐
四方各七步      사방으로 각각 일곱 걸음을 걸으시고
兩手指天地      양손으로 하늘과 땅 가리키며
即作師子吼      사자후를 하셨네.

[42]
天上及天下      “하늘 위 하늘 아래
唯我爲獨尊      오직 나만이 홀로 존귀하다.” 하시니
父母共異之      부모가 모두 이상히 여겨
命名爲悉達      싯다르타(悉達多)라고 이름하셨네.

[43]
召諸相者占      관상가들을 불러 점치게 하니
占已皆奏曰      점을 보고 나서 모두 아뢰기를,
年登十九歲      “나이 19세가 되면
必作轉輪王      반드시 전륜왕이 될 것이요,

[44]
若便出家者      만약 출가를 한다면
當證一切智      일체지를 증득하리라.” 하였네.
又有香山仙      또한 향산香山에서 온 선인은
禮已自悲泣      예배하고 슬피 울었네.

『서응경』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88)
보살이 태에 머무신 지 열 달이 되던 4월 8일에 부인이 채녀采女들과 룸비니(藍毗尼) 동산에 납시어 무우수無憂樹 가지를 휘어잡고 꽃을 잡으려 할 때에 보살이 어머니의 오른쪽 옆구리에서 탄생하셨다. 그때 나무 밑에 연꽃 일곱 줄기가 저절로 생겨나는데, 크기가 수레바퀴만 하였다. 보살이 연꽃을 따라 사방으로 각기 일곱 걸음을 걸으시고【『열반경』에서는 열 가지 방향으로 걸으셨다고 말한다.】, 오른손으로 하늘을 가리키고 왼손으로 땅을 가리키며 사방을 둘러보면서 “하늘 위 하늘 아래 오직 나만이 홀로 존귀하니, 모든 인간과 천신들을 이롭게 하리라.” 하시었다.
제석과 범천 등 천신들이 오묘하고 향기로운 꽃을 뿌리면서 온갖 풍악을 연주하였고, 영락으로 꾸민 하늘 옷을 입은 무리가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아홉 마리 용이 한 번은 찬물을, 한 번은 더운 물을 뿜어 태자의 몸을 씻겨 드렸으며, 큰 광명을 놓아 삼천대천세계를 두루 비추었다. 이와 같은 상서로운 감응이 34가지나 있었다.89)【글이 번쇄할까 두려워 다 수록하지 않는다.】
같은 날 여덟 대국의 왕이 모두 태자를 낳았고, 석가 종족은 5백 명의 아들을 낳았다. 나라의 거사와 장자도 모두 아들을 낳았으며, 8만 4천의 마구간에서 말들이 망아지를 낳았는데, 그중 하나가 건척揵陟90)이다. 궁전에서는 5백 곳의 감춰진 보물 창고가 열리고, 큰 상인들이 보물을 캐어 모두 돌아오니, 안팎의 신하들이 이 같은 상서로운 모습을 보고, “일찍이 없었던 일이로다.” 감탄하였다. 그리하여 사르바싯다르타(薩婆悉達多)91)라고 이름하였으니【중국 말로는 돈길頓吉이라 번역한다.】, 태어날 때 모든 상서로움이 갑자기 나타났기 때문이다.
왕이 나라 안의 관상 잘 보는 바라문들을 불러서 관상을 보게 하니, “19세가 되면 전륜왕이 될 것이요, 출가하면 등정각等正覺을 이룰 것입니다.”라고 모두들 말하였다.
그리고 향산香山에 다섯 가지 신통을 얻은 아사타阿私陁92)라는 선인이 있었는데, 태자를 보자마자 그 발에 예경하고는 갑자기 울면서 말하기를, “만약 출가하면 반드시 일체지를 이루실 것입니다. 하지만 나는 지금 120살이어서 오래지 않아 목숨이 다할 것이고 무상천無想天에 태어나면 그분의 설법을 듣지 못할 것이니, 그저 슬플 따름입니다.”라고 하였다.

그리고 여러 경론에서는 부처님이 태어나신 연월일을 서로 다르게 전하고 있다. 하夏나라 마지막 왕93) 때 태어나셨다 하고, 혹은 상왕대商王代94)에 태어나셨다 하고, 혹은 동주東周 평왕平王95) 무오년에 태어나셨다 하고, 혹은 환왕桓王96) 을축년에 태어나셨다고도 한다. 이와 같이 다른 설은 믿을 만한 것이 못 된다.
『변정론』에서는 『주서이기』97)를 인용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소왕召王 즉위 24년 갑인 4월 8일 강과 하천, 샘과 연못이 범람하였고, 산천과 토지가 모두 진동하였다. 이날 밤 오색 광명이 태미太微98)까지 관통하였고, 서방에 두루하여 푸르고 붉은 빛이 났다. 왕이 태사太史 소유蘇由에게 ‘이것이 무슨 상서인가?’라고 묻자, 태사는 ‘큰 성인이 서방에 태어나셨기 때문입니다. 천년 뒤 그의 가르침이 이곳까지 미칠 것입니다’라고 대답하였다. 그리하여 이것을 돌에 새겨 기록하고, 남쪽 근교에 있는 천사당天祠堂99) 앞에 묻었다.”100)
또한 한 명제漢明帝가 마등 법사에게 물었다.
“여래께서 태어나신 해와 입멸하신 해를 설명해 주실 수 있습니까?”
법사가 대답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계축년 7월 15일 마야부인의 태에 드시고, 갑인년 4월 8일 어머니의 오른쪽 옆구리에서 태어나셨습니다.”
『아함경』과 『서응경』에서도 이와 같이 말씀하셨는데, 한두 곳 다르게 말한다고 하여 여러 곳에서 동일하게 말하는 것을 어찌 의심할 수 있겠는가?
『석씨회요』에서는, 인도와 중국 두 나라를 서로 접했던 삼장들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주나라 소왕 때 부처님께서 태어나셨다는 것이 이치에 가장 맞는 것이라고 말한다. 만약 주나라의 역법을 기준으로 한다면, 지금 강표江表101) 지방에서 쓰는 역법으로도 사월巳月, 즉 4월에 부처님께서 태어나셨다고 하는 것은 잘못이다.102) 『살바다론』에서 말했듯이 2월 8일에 부처님께서 태어나신 것이 분명하다.103)

[45]
産後第七日      출산한 지 7일 만에
母沒生忉利      어머니가 운명하여 도리천에 나시니
姨母大愛道      이모인 대애도104)가
乳育忘劬勞      수고로움 잊고 젖 먹여 기르셨네.

『태자서응본기경』에서는 “마야부인이 태자를 낳은 후 7일 만에 운명하셨는데, 보살을 회임하여 낳은 공덕이 크기 때문에 도리천에 태어났다.”105)라고 말한다.
어떤 경에서는 “태자 자신이 복덕과 위의가 지중하여 그로부터 절을 받을 여인이 아무도 없음을 알았기 때문에 곧 목숨이 다할 사람에 의탁하여 태어나신 것이다.”라고 말한다.
『대권경大權經』에서는 “보살이 도솔천에 계실 때 어머니의 남은 목숨이 열 달임을 아시고 몸을 의탁하신 것이다.”라고 말한다.
대애도大愛道는 범어로 마하파사파제摩訶波闍波提(Mahāprajāpati)이다. 태자를 젖 먹여 기르면서 몸과 마음에 게으름이 없었으며, 태자가 성도한 후엔 따라서 출가하니, 일체중생희견여래一切衆生喜見如來가 되리라는 수기를 받았다.

[46]
七歲智過人      일곱 살이 되자 지혜가 남보다 뛰어나셨고
衆藝無不通      모든 기예에 통달하지 못함이 없으셨고
十歲力無敵      열 살이 되자 그 힘을 당할 자가 없었으니
擲象又能射      코끼리를 던지고 활쏘기도 잘하셨네.

『출요경』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태자가 일곱 살 때 왕이 선우選友라는 총명한 바라문을 태자의 스승으로 삼았다.
태자가 물었다.
‘어떤 책으로 가르쳐 주시겠습니까?’
스승이 대답하였다.
‘범서梵書106)와 거류서佉留書107)입니다.’
태자가 다시 물었다.
‘그와 다른 책이 64종이나 있는데, 지금 스승께서는 어찌하여 두 종류만 있다고 말씀하십니까?’
스승이 물었다.
‘어떤 이름입니까?’
태자가 답하였다.
‘범서·거류서·용귀서龍鬼書·아수륜서阿脩倫書 등입니다.’”108)
근본과 지말을 이와 같이 분별하시니, 스승은 자신이 통달하지 못한 것을 매우 부끄러워하면서, 왕에게 “태자는 하늘과 사람의 스승인데 제가 어찌 가르칠 수 있겠습니까? 모든 기예와 산술, 활쏘기와 천문지리도 저절로 아십니다.”라고 아뢰었다.
『과거현재인과경』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109)
“태자 나이 열 살이 되자 왕이 태자와 난타難陀와 조달調達과 5백 명의 동자에게 칙령을 내리고, 나라의 만백성에게 용맹하고 힘이 센 자는 언제 어느 날에 경기장에 모여 힘을 겨루고 활을 쏘라고 명하였다. 기약한 날이 되어 조달이 무리를 이끌고 먼저 나섰다. 코끼리가 문을 막아서므로 손으로 쳐서 쓰러뜨렸다. 난타는 발로 차서 길가에 던져 놓았다. 태자는 공중에 던지고 손으로 다시 받아 다치지 않게 하였다.
그리고 동산에 이르러서 북을 표적으로 활을 쏘았는데, 조달은 40리에 북을 세웠으나 맞추지 못하였고, 난타는 60리에 북을 세웠으나 넘지 못하였다. 태자는 100리에 북을 세웠으나 활의 힘이 모자라 부러졌다. 그래서 선대왕의 창고에 있던 활을 가져왔는데, 그 활은 예부터 지금까지 아무도 당겨 본 사람이 없던 것이었다. 태자가 잡아당기자 소리가 성까지 진동하였고, 화살이 북을 맞추고 땅에 꽂히자 샘물이 솟아났다.【『서역기西域記』에서는 그 샘물이 지금까지도 남아 있어 병든 사람이 마시면 곧 낫게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철위산을 꿰뚫으니 대천세계의 국토가 여섯 번 반복하여 진동하고, 대중들이 두려움에 떨며 ‘일찍이 없던 일이로다’ 하고 기이하게 여겼다.”

[47]
逮其年十七      태자의 나이 열일곱이 되었을 때
父王欲娉妑      부왕은 태자비를 맞이하고자
普集諸釋女      석가족 처녀들을 널리 모아
萬選得一人      만 명 중에서 한 사람을 가려 뽑았네.

[48]
名曰耶輸陀      이름은 야수다라耶輸陀羅110)이고
端正最無匹      아름다움이 짝할 이 없었으나
太子雖納之      태자는 맞아들였어도
殊無世俗心      세속의 마음 특별히 일지 않았네.

야수다라는 화색花色이라 번역한다. 아름다움이 으뜸이라는 의미이다. 전생에 꽃을 팔던 여인으로 이름이 구이瞿夷였고, 전생의 서원 때문에 금생에 태자비가 되었다.【전생의 일은 글이 번거로워 수록하지 않는다.】
태자는 맞아들였어도 세속의 뜻이 없어서 오랫동안 가까이하지 않았다. 태자는 밤에도 선관禪觀을 닦을 뿐이니, 모든 기녀들이 “태자는 남자가 아닐 것이다.” 의심하기도 하고, “남근이 없을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어떤 경에서는 “태자에게는 세 명의 비가 있었다. 첫째는 구이瞿夷라고 하는데 아이가 없었고, 둘째는 야수다라인데 라후라羅睺羅111)를 낳았으며, 셋째는 구파瞿波였는데…….”라고 말한다.

[49]
一日啓父王      하루는 부왕에게 아뢰고
遊觀四門外      사대문 밖을 노니다가
行見四種相      네 가지 모습을 보았으니
謂生老病死      생·노·병·사가 그것이다.

『서응경』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태자가 어느 날 왕 앞에 가서 ‘밖으로 나가서 둘러보고자 합니다’라고 고하니, 왕이 유사有司112)에게 명하여 거리를 정돈하여 깨끗하게 하도록 하고, 아울러 여러 관속들에게 태자를 따르라고 하였다.
성의 동문으로 나가서 한 여인이 길가에서 처음으로 아이를 출산하는 것을 보았다. 아이는 땅에 떨어져 피고름과 오물 속에서 고통스럽게 울고 있었다. 다음으로 남문으로 나가서 한 노인을 보았는데, 머리는 희고 허리는 굽어 몸이 마르고 얼굴빛이 초췌한 채 지팡이에 의지해 간신히 걷고 있었다. 다음으로 서문으로 나가서 병든 이를 보았는데, 살이 없어 뼈가 드러나고 숨을 헐떡이고 신음하면서 혼자 지탱하지 못하고 두 사람이 겨드랑이를 부축한 채 길가에 있었다. 다음으로 북문으로 나가서 죽은 이를 보았는데, 권속들이 둘러싸고 슬프게 울며 전송하고 있었다.
태자는 이러한 네 가지 모습을 보고는 시종들에게 이것이 무슨 모습이냐고 물었다. 시종이 하나하나 답하여 그 까닭을 설명하였다. 태자가 다시 ‘이 네 사람만 그러한가, 다른 사람도 그러한가?’ 물으니, 시종이 ‘세상 사람들 다 그러하옵니다. 한 사람도 피할 수 없습니다’라고 답하였다.
그러자 태자는 ‘어찌하여 세상 사람들은 탐내고 즐거워할 뿐 두려워할 줄 모르는가?’ 탄식하며, 말에서 내려 나무 밑에서 쉬었다. 그때 한 사문이 발우와 석장錫杖을 들고 땅을 보면서 유행하다가 태자의 앞을 지나게 되었다. 태자가 물으니, ‘나는 비구인데 번뇌의 도적을 깨뜨려서 육진六塵에 물들지 않습니다’라고 답하고는 문득 신통을 나타내어 허공으로 사라졌다. 위의 네 가지 모습과 이 비구는 모두 정거천의 천자가 태자를 깨우치기 위하여 화현한 것이다.”

[50]
見此旣還宮      이러한 모습을 보고 궁에 돌아와서는
懷憂心不悅      근심에 잠겨 기뻐하는 일이 없으니
父王大怪之      부왕이 크게 걱정하시어
欲解其憂心      그 우울한 마음 풀어 주고자 하셨네.

[51]
爲作諸樂事      여러 가지 오락거리 만들어 보아도
竟不革初心      결국 첫 마음 바꾸지 않고
但自思出家      다만 스스로 출가만 생각하여
欲離其四患      이 네 가지 근심 떠나고자 하셨네.

태자가 네 성문 밖에서 상서롭지 못한 여러 가지를 보고 환궁한 뒤로 근심하고 괴로워하자, 부왕은 놀라서 시종들을 책망하였다.
“경들은 어찌하여 거리를 치우지 아니하여 그런 상서롭지 못한 일들을 보게 하였는가?”
신하들이 아뢰었다.
“왕의 엄한 분부를 받잡고 살피지 않은 바가 아니었는데, 어디서 왔는지 모르게 홀연히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신들의 죄가 아니옵니다.”
왕은 하늘의 조화임을 알고 신하들을 벌하지 않았다. 그때 태자의 근심을 풀어 주고자 백천 가지의 풍악을 연주하고 아름다운 기녀들을 더욱 더하여 기쁘게 하였으나 태자는 끝내 마음을 돌리지 않았다.

[52]
殷勤白其父      간곡하게 부왕에게 아뢰기를,
願聽我出家      “원컨대 저의 출가를 허락하소서.” 하니
王聞流淚言      왕이 듣고 눈물 흘리며
應當息此懷      “마땅히 그런 마음 먹지 말라.

[53]
此患古難免      이런 근심은 예부터 피하기 어려웠는데
汝獨何預憂      너 혼자 어찌 미리 근심하는가?
若能有後嗣      만약 뒤를 이을 아들이 생긴다면
吾當從汝願      내 마땅히 너의 소원을 들어주리라.” 하셨네.

[54]
太子順父語      태자는 부왕의 말을 따르기로 하고서
指其妑腹言      태자비의 배를 가리키며
却後第六年      “앞으로 6년이 지나면
必當生男子      반드시 아들을 낳으리라.” 하시네.

태자가 출가하고자 하니, 부왕이 울면서 허락하지 않았다. 태자 역시 간곡히 청하기를 그치지 않으니, “너에게 아들이 있다면 출가를 허락하리라.”라고 왕이 말하였다. 그러자 태자는 야수다라의 배를 가리키며 “앞으로 6년이 지나면 그대는 아들을 낳으리라.” 하였다. 그리하여 태자가 출가하고 6년이 지나 야수다라는 과연 아들 하나를 낳았다.
그리하여 석가족 사람들은 모두 진노하여 죄를 다스려 죽이고자 하였다. 왕비는 불구덩이 앞에서 “내가 부정한 짓을 하였다면 자식과 어미 모두 죽을 것이요, 태자가 남긴 자손이라면 하늘은 마땅히 증명하여 주소서.”라고 맹세하고는, 아들을 안고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러자 불구덩이는 연못이 되고 연꽃이 그 몸을 받아 들자, 왕과 대신들은 비로소 더 이상 의심하지 않았다.
어떤 경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라후라는 전생에 한 국왕이었다. 그의 형이 세간을 등지고 수행자가 되어 대중에 참여하여 도를 닦다가, 어느 날 밤 남의 물병에 담긴 물을 잘못 사용하였다. 날이 밝자 그는 ‘법에 따라 벌하여 주소서’라며 대중을 향해 참회하였다. 대중들은 상의하여 ‘이것은 사실 허물이 아니니 들어줄 필요가 없다’라고 하였다.
그가 다시 왕의 처소에 가서 죄를 다스려 달라고 간절히 청하였으나, 그 죄가 가벼우므로 감옥에는 가두지 않고 후원에 잠시 가두었다. 그런데 일에 골몰하여 깜박 잊고서 엿새 동안이나 열어 주지 않았다. 이런 인연으로 6년 동안 라후라는 태에 있게 되었다.
또한 야수다라는 지난 겁에 어머니와 함께 길을 가는데 길은 멀고 몸은 피로하여 거짓으로 중요한 일이 있다 하고, 지녔던 물건을 어머니에게 주어 먼저 가도록 하고 자신은 6리쯤 뒤처져서 갔다. 이 때문에 6년 동안 아기를 품었다고 한다.”

[55]
父不信斯語      부왕은 이 말을 믿지 않았지만
心知不敢留      머물게 할 수 없음을 짐작하시고
常令四兵衛      항상 네 종류의 군사113)로 지키게 하고
妑亦不暫離      태자비 역시 잠시도 떠나지 말라 하시었네.

관상 보는 사람이 “태자께서 지금 출가하지 않고 7일이 지나면 전륜왕의 과보가 저절로 찾아올 것입니다.”라고 말하니, 왕은 그 말을 듣고 기뻐하며 여러 신하에게 명령하여 낮밤으로 엄히 지키고, 네 종류의 군사로 경비하며, 성문을 열고 닫을 때에는 그 소리가 40리까지 들리도록 하였다. 또 야수다라에게는 예전보다 몇 배로 더 살피고 지키라고 이르셨다.

[56]
壬申二月八      임신년 2월 8일
半夜人定時      한밤중에 인적이 고요할 때
太子命車匿      태자는 마부 차닉車匿114)에게
彼揵陟將來      “건척을 데려오라.” 명하셨네.

[57]
四天捧馬足      사천왕이 그 말발굽을 들고
釋梵執幡盖      제석과 범천이 당번과 일산을 잡고
衛持出北門      호위하며 북문을 나서자
諸天忽不現      모든 하늘의 신들 홀연히 사라지더라.

[58]
行至三由旬      3유순쯤 걸어가
憇息閑林中      한적한 숲에서 잠시 쉬시고는
冠瓔付車匿      관과 영락을 차닉에게 맡겨
廻上父王處      부왕께 돌려드려라 부탁하셨네.

[59]
以劒刓鬚髮      칼로 머리카락과 수염을 잘라내고
即發如是願      곧바로 서원하시기를,
所有諸衆生      “모든 중생들도
如我除煩惱      나와 같이 번뇌를 끊게 하소서.”라고 하셨네.

태자 나이 열아홉 되던 임신년 2월 8일 밤, 천신들이 태자 앞에 내려와서 머리를 태자의 발에 대어 예경하며, “무량겁 동안 애써 수행하신 공덕이 이제 무르익었사오니, 출가하심이 마땅하옵니다.”라고 아뢰었다.
태자는 “부왕께서 안팎의 관속에게 엄히 지키라 명하셨으니 출가하고자 해도 따를 수가 없습니다.”라고 대답하셨다.
천신들이 “저희들이 방편을 써서 아는 자가 없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아뢰자, 태자는 곧 마부 차닉에게 건척을 데려오라 명하셨다. 사천왕이 말의 네 발굽을 받쳐 들고 차닉에게 인도하였다. 제석과 범천이 일산을 잡으니, 북문이 저절로 열리고 소리가 나지 않았다. 성을 나서자마자 천신들은 홀연히 사라졌다.
아침이 되자 태자와 차닉은 3유순을 지나 한적한 숲에서 잠시 쉬었다. 이때 태자는 “과거의 모든 부처님들은 깨달음을 구하고자 좋은 장식도 버리고 수염과 머리카락을 깎으셨다. 나도 지금 그와 같이 하리라.”라고 외치시고는 보배로 만든 관과 영락 등을 벗어 “부왕께 돌아가 바치거라.”라고 차닉에게 분부하셨다. 곧 날카로운 칼로 수염과 머리카락을 스스로 자르시니, 제석이 머리카락을 받아 하늘로 올라가 탑을 세웠다. 차닉이 크게 울고 말도 슬피 울면서 왔던 길로 돌아갔다. 부왕과 이모와 야수다라는 태자가 보이지 않자 슬피 부르다 기절하였고, 온 나라가 슬퍼하였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60]
至於獵師處      사냥꾼들 사는 곳에 이르러
寶衣易布衣      보배 옷을 베옷과 바꾸시고
遍詣衆仙所      여러 선인들 있는 곳에 두루 나아가
歷問修道法      도道 닦는 법을 낱낱이 물으셨으나

[61]
皆非解脫道      모두 해탈의 길이 아니므로
調彼而捨去      그들을 조복시키고는 버리고 떠나셨네.
竟到尼蓮側      마침내 니련선하尼連禪河115) 강가에 이르러
獨坐靜其慮      홀로 고요히 앉아 선정에 드셨네.

태자는 머리카락을 자르고 사냥꾼들 있는 곳에 이르러 칠보로 된 옷을 거친 베옷으로 바꾸고 승가리僧伽梨를 걸치고서 발가선跋伽仙116)의 숲으로 가서 여러 선인들을 보았다. 풀과 나무의 껍질과 잎사귀로 옷을 삼은 자들이 풀과 나무의 꽃과 열매를 먹거나, 하루에 한 끼만 먹거나, 사흘에 한 끼만 먹고 있었다. 혹은 물과 불, 해와 달을 섬기거나, 혹은 가시덤불 위에 엎어지거나, 혹은 물이나 불 앞에 눕거나 하며 이처럼 고행하고 있었다. 그 까닭을 묻자, 그들은 “하늘에 태어나고자 하기 때문”이라고 답하였다.
그러자 태자는 “모든 하늘 세계가 비록 즐겁기는 하나 복이 다하면 다시 윤회하여 괴로운 길이 될 뿐인데, 어찌하여 괴로움의 원인을 닦아서 괴로움의 과보를 구하는가?”라고 말하고는 그들과 헤어져서 아라라가란阿羅邏迦蘭117) 선인이 있는 곳으로 가서 그에게 생로병사 끊는 법을 물었다.
이에 선인이 답하였다.
“끊고자 한다면 선정을 닦아서 욕망과 불선법不善法을 떠나서 초선을 얻고……(중략)……118) 여러 가지 상相을 떠나 비비상처非非相處에 들어가는데, 이것을 구경해탈이라 합니다. 이것은 배우는 모든 이들이 건너가야 할 피안彼岸입니다.”
태자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그들이 아는 것과 보는 것은 구경해탈이 아니다. 다만 거친 번뇌가 사라졌을 뿐, 아직 미세한 번뇌는 남아 있으므로 피안으로 건너간 것이라 할 수는 없다.’
태자는 발가선과 아라라가란 두 선인을 조복시킨 뒤에 더욱 수승한 법을 구하기 위해 다시 앞으로 나아가 니련선하 강가에 이르러 고요히 앉아 선정에 들었다.

[62]
王聞益憂惱      왕이 소식을 듣고 더욱 걱정스러워
擇遣五人侍      다섯 시자를 뽑아 모시게 하니
一日食一麻      하루에 삼씨 한 톨
七日食一麥      이레에 보리 한 톨을 먹고 지내셨네.

[63]
三人不耐苦      세 사람의 시자는 괴로움 참지 못해
弃捨便他去      태자를 버리고서 다른 곳에 가 버리고
二人侍左右      두 사람은 좌우에서 모시며
六年無改心      6년 동안 마음을 바꾸지 않았네.

부왕이 그 소식을 듣고 근심과 번뇌가 더욱 늘어 나라 안의 부유하고 자손 많은 집안에서 다섯 사람을 가려 아들 하나씩을 보내도록 하니, 그들은 교진여憍陳如119)·마하남摩訶男120)·구리 태자拘利太子121)·십력가섭十力迦葉122)·반자밀제般刺蜜諦123) 등이었다. 그들은 태자를 따르며 시중들었는데, 어떤 때는 산을 넘고 계곡을 건너며 길 아닌 길을 유행하였다. 다섯 사람은 그 어려움을 견디지 못하여 이렇게 말하였다.
“이런 미치광이를 어찌 따라다닐 수 있겠는가? 하지만 내버려 두고 돌아가면 왕이 우리 집안을 멸할 것이니, 이곳에 그냥 머무는 것이 낫겠다.”
태자는 고요히 앉아 고행하며 숲에서 계행을 지켰다. 하루에 삼씨 한 톨, 보리 한 톨을 먹거나 이레에 삼씨 한 톨, 쌀 한 톨을 먹으면서 구걸하는 이가 있으면 그것을 베풀기도 하였다. 다섯 사람은 태자를 오랫동안 따라다녔으므로 그 고통을 감당하기 어려워 세 사람은 태자를 버리고 가 버렸다.

[64]
太子作是念      태자는 이렇게 생각하셨네.
我今行苦行      나는 지금 고행을 하여
形瘦如枯木      마른나무처럼 몸은 야위고
命絲幾欲絶      실오라기 같은 목숨이 끊어지려 하는구나.

[65]
自餓非眞道      굶는 것은 참된 도가 아니니
無益於己他      나에게도 남에게도 이익이 없네.
我當受飮食      내 마땅히 음식을 받아서 먹고
然後方成佛      그런 연후에 장차 성불하리로다.

[66]
近有牧牛女      마침 가까이에 소치는 여인이 있어
乃爲施乳麋      우유죽을 끓여 드리니
菩薩旣受之      보살이 그것을 받아 드심에
二人驚又去      두 시자는 놀라서 또한 가 버리더라.

태자는 6년 고행에 몸이 마른나무처럼 야위었다. 그러자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이 주린 몸으로 도를 얻으면 저들 외도는 굶는 것 자체가 열반의 원인이라고 말할 것이다. 나는 마땅히 음식을 받아서 먹고 그런 연후에 도를 이루리라.’
이와 같이 생각하자 정거천淨居天의 왕자가 내려와서 그 숲 밖에서 소를 치던 여인 난타바라難陁婆羅에게 권하여 우유죽을 끓여 공양하도록 하였다. 태자가 그 음식을 받아 드시고 몸에서 광채가 나니, 두 사람이 보고 놀라 “근본을 버린 일이다.”라고 말하며, 또한 버리고 가 버렸다.

[67]
癸未二月八      계미년 2월 8일
獨詣菩提樹      홀로 보리수 아래 나아가
降魔成正覺      마왕을 항복시키고 정각을 이루니
具無量功德      무량한 공덕을 갖추었네.

태자가 홀로 필발라畢跋羅124) 나무 아래에 가서 과거 부처님들과 같이 풀로 자리를 만들고자 하시니, 제석이 사람으로 변하여 깨끗하고 부드러운 풀을 들어 바치었다. 그것을 자리 삼아 결가부좌하여 보리수를 바라보며 사유하시니, 하늘과 땅이 감동하여 큰 광명을 나타내며 마왕의 궁전을 덮어 버렸다.
파순波旬125)은 두려워 그의 네 딸을 시켜 태자에게 가서 온갖 자태와 요염한 모습으로 유혹하게 하였지만, 태자의 마음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자 파순은 다시 80억 대중을 데리고 와서 괴롭히며 말하기를, “만일 일어나 가지 않으면 너를 바다에 던져 버리겠다.”라고 하였다. “그대는 먼저 나의 정병淨甁126)을 던진 뒤에야 나를 던질 수 있을 것이다.”라고 보살이 답하셨다. 그래서 80억 대중이 힘을 다하였으나 물병을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파순은 다시 염라대왕에게 명하여 아비지옥의 온갖 형구들을 가져와서 보살에게 향하였으나, 보살이 천천히 백호白毫를 드시자 지옥의 죄인들이 마음에 청량함을 얻어 나무불을 부르며 괴로운 곳을 벗어났다. 파순이 앞으로 다가와서 함께 싸우고자 하였으나, 보살이 지혜의 힘으로 손을 펴서 땅을 어루만지시니, 땅이 진동하며 마왕과 병사들이 거꾸러지고 쓰러졌다.
보살이 마왕을 항복시키시자 번뇌가 모두 풀어지고 생사가 이미 끊어져 버렸다. 샛별이 뜰 무렵 활연히 크게 깨달아 정등정각正等正覺127)을 이루시고, 18가지 법128)과 열 가지 신기한 힘과 네 가지 무소외無所畏를 모두 갖추셨다.
이때 대지는 18가지 모습으로 진동하고, 하늘은 음악을 연주하며 꽃을 뿌리고 향을 사르고, 천룡팔부天龍八部129)가 베푼 공양이 허공을 가득 채웠다. 주 목왕周穆王 즉위 3년인 계미년 2월 8일 밤, 태자 나이 30세의 일이었다.

위에서 말한 18가지 법(十八法)이란 다음과 같다. ① 몸에 잘못이 없음, ② 입에 잘못이 없음, ③ 생각에 잘못이 없음, ④ 다른 모습이 없음, ⑤ 안정되지 않은 마음이 없음, ⑥ 알고 나서 평등한 마음 아님이 없음, ⑦ 하고자 하는 것이 줄어들지 않음, ⑧ 정진이 줄어들지 않음, ⑨ 염念130)이 줄어들지 않음, ⑩ 지혜가 줄어들지 않음, ⑪ 해탈이 줄어들지 않음, ⑫ 해탈지견이 줄어들지 않음, ⑬ 지혜에 의지하여 모든 신업을 행함, ⑭ 지혜에 의지하여 모든 구업을 행함, ⑮ 지혜에 의지하여 모든 의업을 행함, ⑯ 지혜로써 과거세를 아는 데 장애가 없음, ⑰ 지혜로써 미래세를 아는 데 장애가 없음, ⑱ 지혜로써 현재세를 아는 데 장애가 없음이다.
열 가지 힘(十力)131)이란 다음과 같다. ① 알맞은 곳인가 아닌가를 아는 힘,132) ② 업을 아는 힘, ③ 선정을 아는 힘, ④ 근根을 아는 힘,133) ⑤ 욕欲을 아는 힘,134) ⑥ 성性을 아는 힘,135) ⑦ 도道에 이르는 길을 아는 힘,136) ⑧ 숙명통으로 아는 힘,137) ⑨ 천안통으로 아는 힘,138) ⑩ 누진통으로 아는 힘139)이다.
네 가지 무소외(四無所畏)140)란 다음과 같다. ① 일체지를 증득하여 두려움이 없음, ② 모든 번뇌가 다하여 두려움이 없음, ③ 도를 장애하는 것을 말할 때 두려움이 없음, ④ 고통이 다하는 길을 말할 때 두려움이 없음이다.
18가지 상相이란, 흔들림(震), 요란한 소리로 흔들림(吼), 아래위로 부딪치며 흔들림(覺), 움직이는 것(動), 일어나는 것(起), 솟아오르는 것(涌), 여섯 가지에 각각 세 가지가 있는 것이다.141) (세 가지란,) 흔들림(震), 두루 흔들림(遍震), 골고루 두루 흔들림(等遍震)을 말한다. 나머지 다섯 가지도 그러하므로 18가지 모습이 된다.
보리류지菩提留支142)는 경전을 인용하여 다음과 같은 송으로 말한다.

八年作孾孩      어린아이로 8년
七年作童子      동자로 7년
四年學五明      오명五明143) 배우기를 4년
十年受五欲      오욕 누리기를 10년
一十九出家      29세에 출가하여
六年行苦行      6년 고행을 하시고
三十五成道      35세에 성도하시어
七十九入滅      79세에 입멸하셨네.

『범망경』에서는 7세에 출가하여 30세에 성도하셨다144)고 한다. 이와 같이 세 가지 설이 같지 않은 것은 대승과 소승의 견해가 다르기 때문이다.

[68]
爾時作是念      그때 이렇게 생각하셨네.
我所得妙法      내가 얻은 미묘한 법
當廣應開演      마땅히 널리 펴서
利樂於一切      모두를 이롭고 즐겁게 하리라.

보살이 성도하시고 삼칠일 동안 중생을 이롭게 할 방편을 생각하셨으니, 『법화경』에서 말하는 바와 같다.

我始坐道塲      내가 처음 도량에 앉았을 때
觀樹亦經行      보리수를 관하고 경행經行하면서
於三七日中      삼칠일 동안
思惟如是事【初七日思】    이와 같이 생각하였네.【첫 번째 7일의 생각】
我所得智慧      ‘내가 얻은 지혜는
微妙最第一      미묘하기가 으뜸이지만
衆生諸根鈍      중생의 근기는 둔하고
着樂癡所盲      쾌락에 집착하며 어리석음에 눈이 멀었으니
如斯之等類      이러한 무리들을
云何而可度      어떻게 제도할 수 있을까.’
尒時諸梵王      그때에 범천왕과
及諸天帝釋      모든 하늘 제석천왕과
護世四天王      세상을 지키는 사천왕들이
請我轉法輪【二七日思】    나에게 법륜을 굴려 달라 청하였네.【두 번째 7일의 생각】
我即自思惟      나는 곧 생각하였네.
若但讃佛乘      ‘부처되는 길(佛乘)을 찬탄하기만 하면
衆生不信受      중생들은 믿지도 받아들이지도 않으며
破法墮惡道      오히려 법을 비방한 죄로 악도에 떨어지리니
我寧不說法      차라리 나는 법을 설하지 않고
疾入於涅槃【三七日思】    속히 열반에 들어가리라.’【세 번째 7일의 생각】
尋念過去佛      ‘과거 부처님들이
所行方便力      행하신 방편을 애써 떠올려 보니
我今所得道      내가 지금 얻은 도를
亦應說三乘【云云】     역시 삼승으로 설해야 하리라. …….’145)

이렇게 생각하시고는 바라나시 녹야원으로 가시어 12년146) 동안 네 가지 아함을 설하시고, 8년 동안 방등부의 여러 경전을 설하시고, 21년 동안 반야부 경전을 설하시고, 8년 동안 법화와 열반의 두 경전을 설하셨다. 인연 있는 대중을 모두 제도하시고, 해야 할 일을 모두 마치시고는 79세에 이르러 반열반般涅槃에 드셨다.

석가의 일생은 대략 이와 같다. 이제 조사祖師의 문헌을 인용하여 그 개요를 간략히 설명하겠다. 『천태사교의』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지자 대사知者大師는 오시五時와 팔교八敎로써 동쪽으로 흘러온 부처님 일대에 관한 성스러운 가르침을 남김없이 분류하고 해석하였다. 오시란 화엄시華嚴時·녹원시鹿苑時·방등시方等時·반야시般若時·법화열반시法華涅槃時이니, 이것을 오시라 한다.
팔교란 돈교頓敎·점교漸敎·비밀교秘密敎·부정교不定敎【이 넷은 화의化儀라 하는데, 마치 세상에서 약을 처방하는 것과 같다.】와 장교藏敎·통교通敎·별교別敎·원교圓敎【이 넷은 화법化法이라 하는데, 마치 약의 맛을 판별하는 것과 같다.】이니, 이것을 팔교라 한다.
첫 번째 화엄시는 다음과 같다. 여래께서 처음 정각을 이루시고 적멸도량에 계실 때 41위의 법신 대사法身大士147)와 지난 여러 생에 근기가 성숙해진 천룡팔부가 동시에 둘러싼 것이 마치 구름이 달을 둘러싼 것과 같았다. 그때 여래께서 노사나 법신을 나투어 원만수다라圓滿修多羅148)를 설하셨으므로 돈교라 한다.
두 번째 녹야시는 다음과 같다. 부처님께서 삼승의 근기에게는 돈교가 아무런 이익이 없다고 생각하셨기 때문에 적멸도량에서 움직이지 않으시면서 녹야원으로 가시어 노사나불의 진귀한 옷을 벗으시고 장륙丈六149)의 때 묻은 옷을 입으셨다. 도솔천에서 내려오시어 태에 의탁하여 태에서 나오시고, 태자비를 맞아 아들을 낳으시고, 출가 고행한 지 6년이 지나 보리수 아래에서 풀로 자리를 삼아 열응장륙신불劣應丈六身佛을 이루시고, 삼승의 근기를 가진 이들을 위하여 생멸사제生滅四諦150)와 12인연법과 육바라밀 등을 설하시니, 모든 사람이 듣고 가르침에 따라 수행하여 치우친 진리를 증득한다.
세 번째 방등시는 다음과 같다. 성문·연각의 이승을 닦는 사람들은 소승을 탐내고 집착하여 ‘이것이 구경究竟’이라 하지만, 대승에 참여하지 못하기 때문에 부처님께서 『유마경』·『사익경』·『능가경』·『능엄삼매경』·『금광명경』·『승만경』 등 모든 대승 경전을 말씀하시어 치우침을 꺼리고 소승을 물리치시며, 대승을 찬탄하고 원교를 칭찬하시었다. 저 이승의 무리들은 이 법문을 듣고 안으로 부끄러운 마음을 품고 마음이 점차 맑아져서 소승을 부끄러워하며 대승을 흠모하게 된다.
네 번째 반야시는 다음과 같다. 근기가 점차 성숙하므로 다음에는 『마하반야』·『금강반야』·『광찬반야』·『대품반야』 등 여러 반야부 경전을 말씀하셨다. 수보리(空生)151)와 사리불(身子)152)에게 보살들을 위해 가르침을 펴도록(轉敎)153) 명하시어 모든 법의 융통融通과 도태淘汰154를 알게 하시었다. 이상의 삼시는 화엄의 돈교와154) 대비되므로 통틀어 점교라고 한다.
다섯 번째 법화열반시는 다음과 같다. 근기와 인연이 성숙하여 부처님의 지견을 열고(開), 보이고(示), 깨우치고(悟), 들어가게(入) 할 수 있으므로 다음으로 『법화경』을 말씀하셨다. 앞서 돈교와 점교를 열었으나 돈교도 아니고 점교도 아닌 곳에 들어가게 하기 때문에 권교를 열어 실교를 드러낸다(開權顯實), 삼승을 회통하여 일승에 돌아간다(會三歸一), 권교를 없애고 실상을 세운다(廢權立實)고 말한다. 저들 성문들은 반야시에 가르침을 펴라는 분부를 받아 모두 법장法藏을 알게 되었으므로 법화회상法華會上에 이르러서는 부처님의 지견을 열고 보이고 깨우치고 들어가게 하시고, ‘부처를 이루리라’ 수기를 주셨던 것이다.
다음으로 『열반경』을 설하신 것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근기가 익지 않은 이들을 위하여 다시 사교四敎155)를 설하시고, 불성佛性을 구체적으로 말씀하시어 진실하고도 영원한 불성을 갖추어 대열반에 들게 하셨기 때문에 ‘군습교捃拾敎’156)라고 한다. 또 하나는 말세의 둔한 근기를 가진 이들이 불법 가운에 단멸의 견해를 일으켜 지혜의 목숨을 일찍 끊고 법신을 잃어버리므로 세 가지 방편을 시설하여 일승원교一乘圓敎의 실상을 붙들어 주셨으므로 ‘부율담상교扶律談常敎’157)라 한다.

만일 시기와 내용을 논한다면 『법화경』과 같지만, 그 내용을 논하면 순수하게 말씀하신 것과 섞어서 말씀하신 것이 조금 다르다. 왜 그러한가? 『법화경』에서는 순수하게 원교를 말씀하셨고, 『열반경』에서는 사교四敎를 섞어서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오시와 돈점의 의미는 그렇다 하더라도, 비밀교·부정교·장교·통교·별교·원교의 의미는 어떠한가?
비밀교秘密敎란 앞의 사시四時158)에서는 여래의 삼륜三輪159)이 부사의하기 때문에 이 사람을 위해서는 돈교를 말하고, 저 사람을 위해서는 점교를 설하여 피차가 서로 알지 못하더라도 이익을 얻게 하므로 비밀교라 한다.
부정교不定敎란 사시에서 부처님께서 일음一音으로 연설하신 법을 중생들이 부류에 따라 제각기 이해하게 하신 것이다. 이것은 여래의 부사의한 힘으로 중생들이 점교를 말한 것에서 돈교의 이익을 얻게 하고, 돈교를 말한 것에서 점교의 이익을 얻게 한 것이다. 이와 같이 이익을 얻는 데 동일하지 않으므로 부정교라 한다.
장교藏敎 등 사교는, 수행자들이 수행하여 미혹을 끊고 도를 증득하는 법이다. 모두 기록할 수 없으므로 여기서는 간략하게 설명하겠다.
장교란 소승의 삼장을 말한다. 첫째는 수다라장修多羅藏,160) 즉 네 종류의 아함경을 말하고, 둘째는 아비담장阿毗曇藏,161) 즉 『구사론』과 『바사론』을 말하며, 셋째는 비니장毗尼藏,162) 즉 『오부율五部律』 등을 말한다.
성문은 생멸사제를 수행함에 의하여 삼계의 견사혹見思惑163)을 끊어 버리지만 치우친 진리를 증득할 뿐이다. 연각은 12인연을 관하여 진실한 사제의 이치를 깨닫는다. 이 사람은 견혹과 사혹을 다 끊어 버리고 습기習氣164)까지 없앴으므로 성문 위에 있다.
보살은 사제四諦의 경계에 의지하여 사홍서원을 세우고 육바라밀을 닦아 3아승기겁阿僧祗劫165)을 채우고 세제일위世第一位166)에 들어가므로 참된 무루를 일으켜 견혹과 사혹과 습기를 단박에 끊고 보리수 아래에서 열응장륙신불을 이룬다. 둔한 근기의 삼승인들을 위하여 생멸사제를 설하거나 늙은 비구의 모습을 나투어 무여열반에 들어간다.
통교通敎란 앞에 있는 장교에도 통하고, 뒤에 있는 별교와 원교에도 통한다. 그리고 삼승의 사람들은 다 같이 말이 없는 도道로써 색色을 체달하여 공空에 들어가므로 통교라 한다.
성문은 다만 삼계의 견혹과 사혹을 끊어 버렸을 뿐 습기는 없애지 못하므로 마치 나무를 태워 숯을 만든 것과 같다. 벽지불은 습기마저 없앴으니, 마치 숯을 태워 재를 만든 것과 같다. 보살은 다 끊어 버리는 것은 이승과 똑같지만, 습기를 붙들어 중생을 윤택하게 하며 자유롭게 노니는 신통으로 불국토를 깨끗이 하다가 근기와 인연이 무르익으면 단박에 나머지 습기를 끊고 칠보의 보리수 아래에서 하늘 옷을 자리 삼아 열응신과 승응신이 성불하는 모습을 나투고, 삼승인을 위하여 무생사제無生四諦167)를 설한다.
이러한 장교와 통교 2교는 삼승인이 증득하는 바와 같지만, 크고 작음이나 정교함과 졸렬함이 사뭇 다르다. 그것은 어떠한가?
장교는 작고 졸렬하다. 대승에 통하지 못하기 때문에 작고, 색色을 분석하여 공空에 들어가기 때문에 졸렬하다. 같은 장교 안에서도 삼승의 사람들은 상·중·하의 다름이 있는데, 통교의 삼승인과 견주어 보면 대체로 둔한 근기이다.
통교는 크고 정교하다. 대승의 처음 문턱이기 때문에 크고, 색을 체달하여 공에 들어가기 때문에 정교하다. 같은 통교 안에서도 삼승의 사람들은 상·중·하의 다름이 있는데, 장교에 견주어 보면 대체로 예리한 근기이다. 반야부와 방등부 안의 공반야共般若 등이 이 교이다. 공반야란 이승에게도 함께 설하는 법이다.
별교別敎란 앞에 있는 장교·통교와 다르고, 뒤에 있는 원교와도 다르다. 모든 대승 경전에서는 보살이 여러 겁을 지나 수행하고, 수행하는 지위와 차제가 서로 포섭되지 않음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으니, 모두 이 교의 모습이다.
이 교에서 보살의 수행 차제에는 52위가 있다. 10신十信·10주十住·10행十行·10회향十回向·10지·등각·묘각을 말한다. 10신에서는 삼계의 견혹과 사혹을 조복시켜 초주에서 견혹을 끊고 7주에서 사혹을 끊으니, 장교와 통교 2교의 부처님과 같다. 10주에서는 삼계 안의 진사혹塵沙惑168)을 끊고 삼계 밖의 진사혹을 조복시킨다. 10행에서는 삼계 밖의 진사혹을 끊고, 10회향에서는 무명을 조복시키고 중도관中道觀을 닦아 초지에 올라 일부의 무명169)을 없애고 일부의 삼덕170)을 증득하니, 이른바 법신·반야·해탈을 말한다. 온 세계(百界)171)에 몸을 나투어 여덟 가지 상(八相)172)으로 성불하시어 중생들을 교화하고 제도하신다. 그러나 이 지위 위에 있는 보살의 행보는 알지 못한다. 다음으로 2지에 들어서면 천千의 세계에서 부처를 이루니, 계위마다 공덕이 열 배이다. 이로부터 묘각까지 12품의 무명(十二品無明)173)을 끊고 연화장 세계의 큰 보배 꽃으로 만든 자리에 앉아 원만한 보신을 나투어 성불하시고는 둔한 근기의 보살들을 위하여 무량사제無量四諦174를 설하신다.
원교圓敎란, 174)대승 경전에서 부처님의 경계는 삼승의 수행 지위와 차제를 함께하지 않는다고 설한 것이 모두 이 교에 속한다. 예를 들면, 『화엄경』에서는 “처음 발심할 때 곧 정각을 이룬다. 지혜의 몸을 갖는다는 것은 다른 것을 말미암아 깨닫는 것이 아니다.”175) 하였고, 『법화경』에서는 “부처님의 지견을 열고 보이고 깨닫고 들어가게 한다.”176) 하였고, 『유마경』에서는 “이 방에 들어온 이는 여러 부처님들 공덕의 향기만 맡는다.” 하였다. 어떤 경에서는 “한 사람이 큰 바다에서 목욕을 하면 이미 여러 강물을 다 사용한 것이다.”177)라고 하였다. 이러한 종류의 것들이 모두 이 교에 속한다.
이 원교의 수행 지위와 차제는 별교의 52위와 같지만, 별교는 지위마다 서로 포섭하지 못하고, 원교는 지위마다 서로 포섭하는 것이 인드라망의 구슬과 구슬이 서로 비추는 것과 같다.
이러한 52위에 다시 오품제자위五品弟子位178)를 더하니, 첫째가 수희품隨喜品, 둘째가 독송품讀誦品, 셋째가 설법품說法品, 넷째가 겸행육도품兼行六度品, 다섯째가 정행육도품正行六度品이다. 이 지위에서는 오주번뇌五住煩惱179)를 원만하게 조복시킨다. 즉 외범위外凡位180)인데 별교의 10신과 같다.
다음에는 육근정위六根淨位181)가 따르니, 10신을 말한다. 초신初信에서 견혹을 끊어 진리를 드러내고, 7신에서 사혹을 끊고, 10신에서 삼계 밖의 진사혹을 끊기 때문에 별교의 10주·10행·10회향과 같다.
다음 초주初住에 들어가서 일품의 무명을 끊고, 일부의 삼덕을 증득하여 온 세계에 몸을 나투어 여덟 가지 상으로 중생을 교화하시므로 별교의 초지와 같다.
『화엄경』에서 “처음 발심하였을 때 문득 정각을 이룬다.”라고 말한 것은, 바로 이 지위의 성불을 말한다. 이것이야말로 이 교의 참된 인위因位182)인데, “묘각을 이룬 것”이라고 말한다면 매우 잘못된 일이다.
여기에서 이행二行에 이르기까지 각각 한 품의 무명을 끊고 일부의 중도中道를 더하니, 별교의 묘각과 같다.
삼행三行 이후는 별교의 사람은 이름조차 모르는데 하물며 조복시키고 끊을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우리의 참된 인위因位를 그대들은 궁극적인 과위果位로 삼는 것이다.
삼행에서 묘각에 이르기까지 30품의 미혹을 끊고 열반의 정상에 오르면, 모든 법이 나지 않고, 반야도 나지 않고, 나지 않음도 나지 않으니, 대열반이라 한다. 허공을 자리 삼아 청정한 법신불을 이루고, 상적광토에 머물면서 무작사제無作四諦183)를 설하신다. 이것이 오시팔교의 대강이니, 자세한 것은 천태의 『묘법연화경현의』에서 말한 것과 같다.

[69]
初在寂滅塲      처음 적멸도량에 계실 때
十方賢聖會      시방의 현성들이 다 모이고
文殊普賢等      문수보살, 보현보살 등
法身諸大士      모든 법신 보살

[70]
及與衆龍天      그리고 많은 용과 천신들
拱之爲影響      영향중影響衆184)이 되어서 두 손 모으니
佛現舍那身      부처님께서 노사나 법신으로 나투셔서
頓說華嚴經      한꺼번에 『화엄경』을 설하셨네.

[71]
是法不思議      이 법은 불가사의하여
法界以爲體      법계를 근본으로 삼으니
一塵含十方      한 티끌 속에 시방세계가 들어 있고
刹那攝三際      한 찰나 속에 삼제三際185)가 들어 있네.

[72]
一多即無二      하나와 여럿이 둘이 아니요
三法無差別      세 가지 것 차별이 없으니
淸淨妙法身      법신은 청정하고 오묘하지만
湛然應一切      고요히 모든 것에 응하신다네.

[73]
初發道心時      처음 발심하였을 때
即便成正覺      곧바로 정각을 이룬다 하면서도,
又令諸大士      모든 보살들로 하여금
各談五位法      각기 오위법문五位法門186)을 설하게 하시네.

[74]
亦有善財童      또한 선재동자가
歷叅諸善友      여러 선지식을 차례로 찾아뵈었을 때
各隨其所問      그 질문에 따라
答示種種法      갖가지 법으로 대답해 보이셨네.

[75]
如是圓滿敎      이와 같이 원만한 가르침은
大山機所擔      큰 산과 같은 근기가 감당할 바이어서
小雖在其座      소승의 근기는 그 자리에 있다 해도
猶如聾瘂等      귀머거리 같고 벙어리와 같다네.

[76]
譬如喪家子      비유하면 집을 잃어버린 아들이
一日到其舍      어느 날 자기 집에 왔으나
見父勢尊嚴      아버지의 높은 위엄을 보고는
畏懼便他走      두려워 다른 데로 달아난 일과 같더라.

『화엄경』은 법계를 근본으로 삼아 원융무애하며, 하나와 여럿이 둘이 아니고, 처음과 끝을 모두 포함하여 나옴도 없고 사라짐도 없으므로 “불가사의하다.”라고 말한다.
‘찰나’는 여기 말로 일념一念이라 하고, ‘삼제三際’는 과거·현재·미래를 말한다. 즉 한 찰나에 과거·현재·미래 삼세의 시간이 모두 포함된다는 것이다.
‘세 가지 것’이란 부처·마음·중생을 말한다. 경에서 여래림如來林보살이 “마음과 부처가 그러하듯이 부처와 중생도 그러하다. 마음과 부처와 중생, 이 세 가지는 차별이 없다.”187)라고 하였다.
그리고 금강당金剛幢·법혜法慧 등 여러 보살들은 부처님의 위신력을 받들어 각각 오위법문五位法門을 설한다. 즉 10주十住·10행十行·10회향十廻向·10지十地·등묘각等妙覺 법문을 말한다.
또한 선재동자는 각성覺城 동쪽 가에서 문수보살을 처음 만나고 문득 법계를 증득하였다. 이로부터 53선지식을 차례대로 찾아뵈었을 때, 그 질문에 따라 알고 있는 한 가지 법을 각각 대답해 주셨다.
‘큰 산과 같은 근기’는, 경에서 “비유하면 해가 뜰 때 먼저 수미산 등 여러 큰 산을 비추듯이, 부처님의 해도 그러하여 먼저 큰 산과 같은 보살들을 비춘다.……”188)라고 말한 것과 같다.
이 때문에 이승과 (같은 소승의 근기는) 같은 자리에 있었더라도 귀머거리와 같고 벙어리와 같다는 것이다. 『사교의四敎儀』에서는 “설하신 바의 법문이 비록 광대하고 원만하지만, 여러 근기를 거두어들이는 데에는 다하지 못하므로 여래께서 세상에 나오신 본뜻을 다 펴지는 못했다.”189)라고 하였다.
집을 잃어버린 가난한 아들의 일은 다음에 나오는 주석과 같다.

[77]
佛即作是念      부처님께서는 곧 이렇게 생각하시었네.
若但讃佛乘      ‘부처되는 길(佛乘)을 찬탄하기만 하면
衆生不信受      중생들은 믿지도 받아들이지도 않으며
破法墮惡道      오히려 법을 비방한 죄로 악도에 떨어지리니

[78]
我寧不說法      차라리 나는 법을 설하지 않고
疾入於涅槃      속히 열반에 들어가리라.’
尋念過去佛      하지만 과거 부처님들이
所行方便力      행하신 방편을 애써 떠올려 보니

[79]
我今所得道      내가 지금 얻은 도를
亦應說三乘      역시 삼승으로 설해야 하리라 하시니
是時十方佛      그때 시방세계의 부처님들
皆現讃善哉      모두 나타나 “장하십니다.” 찬탄하더라.

[80]
如諸佛所行      여러 부처님들 행하신 것과 같이
且設方便事      우선 방편을 시설하시니
脫舍那珍服      노사나의 진귀한 옷 벗으시고
著丈六垢衣      장륙신의 때 묻은 옷 입으셨네.

[81]
不動寂滅場      적멸도량을 떠나지 않고서
而遊鹿野苑      녹야원에 이르시어
先爲前五人      먼저 앞의 다섯 사람190)을 위하여
轉四諦法輪      사제四諦의 법륜 굴리셨네.

[82]
聞已即成果      듣자마자 과위果位를 이루니
世有三寶名      세상에 삼보의 이름이 생겨났고
從玆十二年      이로부터 12년 동안
說四阿含經      네 가지 아함경을 설하셨네.

[83]
諸有三乘人      모든 삼승의 사람들이
依修皆證道      의지하여 수습하고 모두 도를 이루었으나
是名半字敎      이는 반자교半字敎라 하니
黃葉止啼耳      단풍잎으로 울음을 그쳤을 뿐이기 때문이네.

[84]
如父設方便      마치 아버지가 방편을 베풀어
引子令除糞      아들을 데려와 똥을 치우게 하니
止得一日價      겨우 하루 품값 얻고도
便自以爲足      스스로 만족하게 여기는 것과 같더라.

『법화경』의 게송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作是思惟時      이와 같이 생각했을 때
十方佛皆現      시방의 부처님 모두 나타나시어
梵音慰喩我      범음梵音으로 나를 위로하셨네.
善哉釋迦文      “훌륭하십니다, 석가모니여.
第一之噵師      최고의 스승이시여.
得是無上法      이러한 위없는 법을 얻고서도
隨諸一切佛      모든 부처님을 따라
而用方便力      방편의 힘을 사용하십니다.
我等亦皆得      우리들 또한 모두
最妙第一法      가장 오묘하고 최고로 훌륭한 법 얻었지만
爲諸衆生類      여러 중생들을 위하여
分別說三乘      삼승으로 분별하여 설하였나이다.”
我聞諸佛音      나는 여러 부처님의 음성을 듣고
即趣波羅奈      곧 바라나시로 갔는데
諸法寂滅相      모든 법의 적멸한 모습을
不可以言宣      말로는 펼 수가 없어서
以方便力故      방편의 힘으로
爲五比丘說【云云】     다섯 비구를 위해 설하였노라. …….191)

그리고 진귀한 옷과 때 묻은 옷이 비유로 말해진 것은 『법화경』에서 설한 것과 같다. 지금 그 대략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어떤 장자가 아들을 잃은 지 오래인데, 그 아들이 떠돌아다니다가 마침내 아버지의 집에 도달하였다. 그런데 그 아들은 아버지의 존귀하고 위엄 있는 모습을 보고 두려워서 달아나 버렸다. 아버지는 멀리서 그를 보고 아들임을 훤히 알고서 사람을 보내 데려오게 하였다. 가난뱅이 아들은 놀라서 소리 지르며 혼절하여 땅에 쓰러졌다. 그러자 장자는 방편으로 그 진귀한 옷을 벗고 때 묻은 옷으로 갈아입고서 그 아들을 만났다는 것이다.
이것은 여래께서 노사나의 몸을 나투시어 갑자기 화엄을 설하자, 귀머거리와 같은 이승은 끝내 아무런 이익도 얻지 못하므로 방편을 베푸시어 장륙신을 나투시고 생멸법生滅法을 설하시어 도에 들게 하셨다는 것을 비유한 것이다.
그리하여 적멸도량을 떠나지 않고도 녹야원에 이르러 교화하셨으며, 본래의 몸을 버리지 않고도 자취의 모습을 나타내 보이신 것이다.192)

‘녹야원’이란 옛날에 사슴들이 살던 곳이므로 녹야원이라 불린다. 그 일에 대해서는 『대지도론』에서 말한 바와 같다.
부처님께서는 녹야원에 가서 생각하시기를, ‘나는 감로의 법문을 열고자 하는데, 마땅히 누구를 먼저 듣게 할 것인가?’라고 하시고, 곧이어 ‘교진여 등 다섯 사람193)은 모두 다 총명하고, 숙세에 원력이 있었으니 먼저 제도하리라’ 생각하시었다.
그때 다섯 사람이 부처님께 출가하였는데, 세존께서 “잘 왔도다, 비구들이여!” 외치시자, 그들의 수염과 머리카락이 저절로 떨어지고 가사가 몸에 입혀져 곧 사문의 모습이 되었다.
부처님께서 물으셨다.
“그대들은 아는가? 색·수·상·행·식은 항상한 것인가, 무상한 것인가? 괴로운 것인가, 괴롭지 않은 것인가? 공한 것인가, 공하지 않은 것인가? ‘나’라는 것은 있는가, 없는가?”
다섯 사람은 듣고서 번뇌가 다하고 마음(意)이 해탈하여 아라한을 이루고 곧 대답하였다.
“이들 오음의 법은 실로 무상한 것이고, 괴로운 것이고, 공한 것이고, ‘나’라는 것은 없는 것입니다.”
이때 여러 천신들이 “여래께서 오늘 대법륜을 굴리셨도다.”라고 소리쳐 말했다.
‘세상에 삼보三寶의 이름이 생겨났다’라는 것은, 여래가 불보佛寶, 사제 법문이 법보法寶, 다섯 아라한이 승보僧寶가 되었다는 말이다. 삼보는 모든 천신과 인간에게 제일의 복전이 된다. 삼보는 또 삼존三尊이라고도 하는데, 이러한 삼존을 보배라고 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보성론』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삼보에는 여섯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는 희유하다는 뜻이다. 마치 세간의 진귀한 보배는 가난한 사람이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듯이 삼보도 그러하니, 박복한 중생은 만겁이 지나도록 만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둘째는 더러움이 없다는 뜻이다. 마치 세간의 진귀한 보배는 그 자체에 흠이 없듯이 삼보도 그러하니, 모든 번뇌의 오염을 벗어났기 때문이다.
셋째는 위력이 있다는 뜻이다. 마치 세간의 진귀한 보배는 가난의 고통을 제거하는 데 큰 위력이 있듯이 삼보도 그러하니, 불가사의한 큰 신통력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넷째는 장엄한다는 뜻이다. 마치 세간의 진귀한 보배는 몸과 머리를 장엄하여 몸을 더 아름답게 하듯이 삼보도 그러하니, 수행자를 장엄하여 몸을 청정하게 하기 때문이다.
다섯째는 가장 수승하다는 뜻이다. 마치 세간의 진귀한 보배는 모든 사물 중에 가장 수승하듯이 삼보도 그러하니, 일체 세간에서 가장 수승하기 때문이다.
여섯째는 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마치 세간의 진귀한 금은 달구고 치고 연마하더라도 변하게 할 수 없듯이 삼보도 그러하니, 세간의 모든 법으로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194)
‘네 가지 아함’이란 『증일아함』·『장아함』·『중아함』·『잡아함』을 말한다. 여기에서 삼계三界의 법을 분별하면 궁극에는 이승의 과위에 이른다. 다만 9부경195)일 뿐인데, 9부의 이름은 글이 번거로워 기록하지 않겠다.
‘반자교半字敎’와 ‘단풍잎’의 두 가지 비유는 『열반경』에 나오는 것이다.
“어떤 장자가 어리석은 아들을 가르칠 때 먼저 반 글자를 가르치고 나중에 온전한 글자를 가르치면 쉽게 이해하는 것과 같이, 부처님도 그러하여 둔한 근기의 사람을 위해서 먼저 소승법을 가르치고 점차 대승법에 들게 하신다.”196)
또한 “어린아이가 울음을 그치지 않을 때 어머니가 단풍잎을 따서 장난치면서 그것을 주면, 아이가 금이라 여겨 기뻐하며 울음을 그치는 것과 같다. 이승법도 그러하여 두 가지 열반197)을 증득하고는 구경이라 여겨 스스로 만족한다.”198)라고 하였다.

[85]
華嚴與阿含      『화엄경』과 『아함경』은
一時無前後      동시라서 앞뒤가 없는 것이지만
小見丈六佛      소승은 장륙신 부처님께서
但說阿含經      『아함경』 설하시는 것만을 보네.

[86]
大覩舍那佛      대승은 노사나부처님께서
恒說華嚴經      항상 『화엄경』을 설하시는 것을 보니
一佛一音說      한 부처님께서 한 음성으로 말씀하셨으나
機見乃不同      근기에 따라 보는 것이 같지 않음이라.

[87]
譬如但一水      비유한다면 다만 한 가지 물이건만
四見各殊異      넷이 각기 다르게 보는 것과 같고
又如五天王      오방의 천왕들이
見一珠各色      한 구슬을 각기 다른 색으로 보는 것과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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