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麻는 대체 불가능한 치료제이다"

 

시사IN 이오성

입력 2017.08.26

 

 

강성석 목사는 大麻 합법화를 주장한다. '大麻가 사회적으로 해롭지 않다'는 논리가 아니다. '의료용' 大麻가 뇌전증(간질), 알츠하이머(치매) 등에 특효가 있으니 허가하자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에서 大麻 합법화를 요구하는 이들의 논지는 ‘大麻가 사회적으로 해롭지 않다’였다. 술·담배보다 폐해가 덜하니 법으로 처벌하지 말라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2005년 배우 김부선씨가 제기한 헌법소원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大麻 사용에 대한 규제가 법 감정과 시대적 상황에 맞지 않을 정도로 비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다”라며 합헌 결정을 내렸다. 그 후 12년 동안 관련 논의는 멈춰 있었다. 미국·우루과이·네덜란드 등이 잇따라 대마에 대한 빗장을 푸는 현실은 그저 남의 나라 일이었다.

 

프레임이 바뀌었다. 大麻가 ‘해롭지 않다’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시민단체가 등장했다. 6월29일 창립한 ‘의료용 大麻 합법화 운동본부’가 그 주인공이다. ‘의료용’ 大麻가 뇌전증(간질), 알츠하이머(치매) 등에 특효인 만큼 합법화해달라는 요구다. 大麻 합법화 관련 상설 시민단체가 설립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표를 맡은 강성석 목사는 지역에서 이주노동자 등을 상대로 활동을 펼쳐온 젊은 목회자다.

 

단체 출범 이후 반응은 어떤가?

 

대학생부터 치매를 염려하는 80대 노인까지 다양한 분들이 함께하고 있다. 한 달 만에 1300만원이나 되는 후원금이 답지했다. 특히 뇌전증 자녀를 둔 父母의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국내에 40만명이나 되는 뇌전증 환자 사이에선 大麻가 뇌전증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게 常識이다.

 

의료용 大麻가 어떤 효능을 가지고 있나?

 

주로 진통제, 안정제 등으로 쓰이는데 腦 질환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알츠하이머의 경우 의료용 大麻를 복용한 지 몇 분 만에 증세가 호전된다. 뇌전증은 발작 횟수가 절반가량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2015년 미국뇌전증학회(American Epilepsy Society) 연례회의에서 발표됐다. 부작용도 없다.

 

외국에 탁월한 치료제가 존재하는데 국내법에 막혀 구할 수 없는 건가?

 

아니다. 구할 수는 있다. 뇌전증에 쓰이는 의료용 大麻 치료제가 ‘CBD 오일(Cannabidiol Oil)’이라는 건데, 이걸 ‘해외 직구’로 구입할 수 있다. 문제는 이게 불법이라, 이를 주문한 가정이 얼마 후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받는다는 점이다. 뇌전증 가족들이 범죄자가 되는 걸 감수하고 수입하고 있는 셈이다. 의아한 건 치매를 앓는 반려동물을 위한 CBD 오일은 수입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관련법이 없어서다. 동물에게는 사용할 수 있는데, 사람에게는 사용할 수 없다.

 

의료용 大麻 합법화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재작년에 이주민센터에서 일할 때 쌀 포대를 나르다 허리디스크가 파열돼 석 달 동안 보조기를 차고 지내야 했다. 병원에 있는 동안 목이나 허리를 다친 환자들이 아편 계열인 모르핀을 맞으며 고통스럽게 견디는 걸 보았다. 모르핀은 중독성이 커서 자주 투여할 수 없다. 그때 의문이 들었다. 왜 한국에서 아편(모르핀)은 되는데, 오히려 중독성이 떨어지는 大麻는 안 되나. 퇴원한 뒤 관련 논문과 학술자료를 읽어보며 의료용 大麻가 얼마나 효과적이고 안전한지 알게 되었다.

 

의료용 大麻에 아무런 부작용이 없나?

 

大麻는 불로 태워 연기를 흡입하는 게 가장 효과가 빠른데, 大麻에도 담배에 포함된 정도의 타르가 있다. 미국에서도 불로 태우는 것에 거부감 있는 이들을 위해 연고, 패치, 드링크, 알약 등이 다양하게 나와 있다.

 

 

환각 증상을 보인다는 이야기도 있다. 大麻를 복용하고 운전하면 위험하다는 지적도 있고.

 

진정 작용 때문이다. 실제로 大麻가 교통사고와 관계있다는 근거는 없다. 感氣藥(감기약)을 먹고 운전하면 위험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보면 된다. 大麻를 복용하고 운전할 수 없도록 단속하면 좋겠지만, 大麻 성분은 오랫동안 체내에 머물기 때문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환각 효과는 아스피린에도 있다.

 

大麻가 더 심각한 마약 복용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된다는 ‘관문 이론’도 만만치 않게 제기된다.

 

베트남 전쟁 때 미국 닉슨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내놓은 이론이다. 당시 반전 시위 참가자들이 大麻를 즐겨 피웠다. 大麻를 접하게 되면 헤로인이나 코카인으로 발전한다는 건데, 그 주장이 나오자마자 반박이 잇따랐다.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은 더 좋은 와인을 원할 뿐, 만취하기 위해 위스키를 마시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다. 네덜란드는 大麻 합법화 이후 오히려 마약 투약자가 줄어들었다. 大麻에는 강력한 睡眠(수면) 유도 효과가 있다. 상당수는 그냥 잠든다.

 

2005년 헌법재판소 판결 이후 大麻 관련 논의가 사실상 전무했다. 지금 합법화 운동이 필요하다고 본 이유는?

 

정권이 바뀐 것도 있고(웃음). 촛불집회 이후 한 단계 더 나아간 운동을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다. 우리가 ‘모두를 위한 의료용 大麻’라는 구호를 외치는 이유가 60세 이상 1000만명 시대라는 점 때문이다. 치매 환자가 75만명이다. 문재인 정부 제1호 공약이 ‘치매 국가책임제’였다. 치매 환자들에게 大麻는 대체 불가능한 치료제다.

 

합법화 흐름 이후 미국에서는 大麻 산업이 각광받고 있다.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가 大麻 유통 관리 소프트웨어 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 국내 상장 미국 기업인 뉴프라이드도 미국 네바다 주 대마 재배 사업에 투자했다. 大麻가 합법화되면 술·담배 소비가 주는 게 일반적인 추세다. 미국 콜로라도는 2014년 합법화 이후 범죄율은 줄고 세수는 늘었다.

 

갈 길이 멀어 보이는데, 어떻게 활동할 건가?

 

20대 국회에서 마약류관리법 개정안을 제출하도록 청원할 생각이다. 간단하다. 제2조 4항 ‘大麻’ 항목에 ‘의약품은 제외한다’라고만 넣으면 된다. 아편(모르핀)은 이미 의약품으로 허용되고 있다. 또 국내에는 大麻와 관련한 임상시험 사례가 전무하다. 중독성, 환각 증세 여부, 치료 효과 등에 대해 연구가 이뤄지고 나면 시선이 달라질 것이다. 노인요양병원 등을 지정해서 실제 大麻가 어떤 치료 효과를 보이는지 임상시험을 해보자는 캠페인을 실시할 것이다. 10년이 걸릴지, 20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사회적 인식이 바뀌도록 할 생각이다.

 

이오성 기자 dodash@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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