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 2권

 

화타 김영길

 

 

 

제2권을 펴내면서

 

제1권을 펴낸 것이 1996년 1월이었으니 8년만에 두 번째 책을 내는 셈이다. 그동안 患者들을 만나면서 늘 머리에서 떠나지 않은 하나의 質問이 있었다. 흔히 사람들은 불치병, 난치병으로 누워 있는 환자들을 찾아가 병문안을 하면서 慰勞의 말로 "마음을 굳게 가지십시오" 또는 "마음을 비우면 건강해집니다"라고 말한다.

 

물론 肝炎, 간경변, 癌 따위에 걸린 사람들은 攝生(섭생)을 잘하고 알맞은 藥을 먹고 바른 運動을 하고 마음을 비우면 그 병을 이겨낸다. 그러나 섭생은 어떻게 해야 잘하는 것이고, 어떤 약을 먹는게 좋고, 바른 행동이란 무엇인가. 특히 왜 마음을 비워야 낫는가. 그리고 어떻게 해야 마음을 비우는가. 그 어떤 질문에 대해 아무도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듣기에 따라서는 그저 위로의 말, 입에 발린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따지고 보면 '마음을 비워라'는 말처럼 허황된 말도 없다. 어중이떠중이들이 입이나 펜으로 수없이 사용했던 이 말은 그 말 자체로서는 아무런 의미도 없고 쓸모도 없다. '마음을 비워야 한다' 또는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한다'는 말은 가난해서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피땀 흘려 열심히 노력하면 富者가 된다는 말을 늘어놓는 것처럼 공허한 말이다.

 

사람은 각자 삶의 방식이 다르다. 攝生, 藥, 運動도 사람마다 다르다. 마음을 비우는 방법도 삶의 그것만큼 다양하다. 마음을 비우기 위한 노력도 마찬가지이다. 마음은 비우고 싶다고 해서 그냥 비워지는 것이 아니다. 엄청난 努力과 執念, 實踐이 뒤따라야 한다. 걸으면 산다는 책의 제목 또한 마음을 비우기 위한 방법의 하나이다.

 

이 책은 肝炎, 간경변, 癌 따위의 병에 걸린 사람들이 어떤 攝生을 하고 어떻게 運動을 하고 어떻게 마음을 써서 그 병을 克服했는지, 그 구체적인 사례를 기록한 것이다.

 

건강 서적의 使命은 우리의 삶 속에 숨어있는 眞實을 찾아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希望과 勇氣를 주는데 그 목적이 있다. 이 책은 불치병, 난치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그리고 그들의 가족을 위해, 또 건강하게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썼다.

 

2003년 10월 방태산 자락에서

 

 

 

차례

1. 왜 마음을 비워야 病이 낫는가

엔도르핀은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다

힘든 勞動은 마음을 비우는 關門

즐겁게 일하여 간경변 고친 枯葉劑(고엽제) 患者

現代病 낫게 만든 藥草꾼 생활

지금까지의 意識과 習慣, 環境을 과감하게 바꿔라

뇌종양은 精神의 병인가 肉體의 병인가

 

2. 모든 투병의 始發點은 걷는 것

냉탕반욕과 온탕반욕의 차이

不治病은 치료 아닌 調節해야 할 병

鼻炎, 喘息, 肥滿, 憂鬱症은 같은 병이다

아토피성 皮膚炎과 스트레스

발기 불능과 썩은 山蔘

參禪과 웃음도 건강할 때 효과 있는 법

걸어서 憤怒(분노) 삭인 '서러운 義人'

名處方은 김구 선생의 '총탄 박힌 심장'

 

3. 기적은 信念과 實踐이 만든다

암에 관한 지식이 많을수록 일찍 죽는다

정말 산속에서 鬪病하면 나을 수 있을까

癌 환자들을 위한 새로운 鎭痛劑(진통제)

燒酒(소주) 반 잔으로 胃癌 고친 '송별주 영감'의 慾心

品位 있는 죽음이 기적을 일으킨다

간경변 걸린 詩人이 6년을 더 산 까닭

 

4. 慾心없이 즐겁게 사는 장수 老人들

방태산 '마지막 산아비'의 健康 비결

음악가 바흐와 火田民 노인들의 공통점

힘센 '노새꺽정' 영감의 러브스토리

70대 노부부의 '소 아홉 마리가 구르는 소리'

肝癌 고친 3천만 원짜리 山蔘

아니, 당귀 잎과 산딸기가 山蔘이었다니

산삼 먹고 中風으로 쓰러진 심마니

山神靈이 최고령 심마니에게 준 선물

이 땅에서 난 병은 이 땅의 藥草로 고쳐야 낫는다

 

5. 건강할 때 필요한 지혜

慢性疲勞, 불면증, 소화불량은 몸의 機能 탓

절제하지 못한 항우장사의 肝

왜 지방간은 도시에 많고 산골에 드물까

都市에 살건, 산골에 살건

수준 높은 의원과 환자

 

 

 

명처방은 金九 선생의 '총탄 박힌 심장'

 

기관지 휘고 腎臟이 약한 스님

2000년 1월로 기억된다. 얼굴은 낯설지만 이름을 듣고 나니 얼른 알아 볼 수 있는 유명한 스님이 찾아왔다. 참선 수행으로 유명할뿐더러 어느 큰 寺刹의 住持 스님으로 있던 분이다.

 

스님은 평소 기관지가 시원치 않아 '오는 감기, 가는 감기'에 자주 걸렸고 鼻炎이 있어 참선을 할 때마다 呼吸이 거북할뿐더러 독경을 할 때에도 코 먹은 소리가 나서 불편했다고 했다. 또 요통, 무릎 관절염이 심해서 걷기도 힘들다고 했다. 병원에 가서 검사를 했더니 腎臟 기능이 약하고 기관지 굽어져 있다는 것이다. 腎臟이 약하므로 허리와 무릎이 아프고 기관지가 휘어져 있으므로 기관지 염증, 鼻炎 등이 심해진 것이다. 의사는 '還甲 연세에 기관지가 휘어 있다고 큰일 날 일도 아니니 그냥 참고 지내는 것이 좋다'고 했는데 스님이 듣기에는 '이제 늙었으니 대강 살다가 죽으라'는 말 같았다고 했다.

 

하지만 휘어진 기관지에서 연신 기침을 하고 코가 막히고 냄새가 잘 맡지 못하면서 살아갈 생각을 하니 마음이 心亂하여 찾아왔다는 것이다. 특히 기관지가 약하고 코가 막히니 참선과 독경에 지장이 많다고 했다. 한때 中風으로 쓰러졌다가 나름대로 노력하여 이겨냈지만 기관지가 휘었다는 말을 듣고는 자가 치료하는게 엄두가 나지 않더라는 말도 덧붙였다. 스님의 중풍은 좌반신 불수였다. 왼쪽 팔과 다리가 불편하고 머리가 깨질 듯 아프다가 어느 날부터 혀가 굳어져 반벙어리가 되었다는 것이다.

 

사람이 유명해지거나 인기인이 될 때 자칫 몸 관리를 소홀히 하면 氣가 위로 뜨고 氣가 뜨면 循環 障礙가 생겨 중풍이 찾아온다. 중국의 유명한 사찰의 무술 고수들도 매스컴의 각광을 받아 바빠지자 나이 육십을 전후하여 중풍으로 쓰러진 사람들이 많다. 인기를 누리는 만큼 그만한 크기의 불운이나 괴로움이 따라오는 법이다. 뉴턴의 제3법칙인 '作用- 反作用'도 여기에 해당된다.

 

그런데 중풍을 이겨낸 스님의 치료법이 독특했다. 처음에는 중풍 전문 병원에 두 달간 입원을 치료를 받았으나 별 차도가 없었다. 병원에서는 腦 수술을 권했지만 단호히 거부하고 침을 맞으면서 우황첨심원 등 韓藥 처방을 받았지만 반 년이 지나도 호전될 기미가 없었다.

 

修道者가 중풍을 앓는 것은 죽음보다 더한 치욕이었다. 그래서 다시 절로 돌아온 스님은 絶食 수행을 했다. 절식 수행은 예로부터 佛家에서 전통적으로 해온 식이요법이다. '百喩經(백유경)'을 보면 '그윽한 山海珍味 군침을 삼키지만 조절해 먹지 않으면 도리어 禍(화)가 된다. 鶴들이 장수함은 절식이 원인이니 그대 量을 알면 수명을 보존하리'라는 대목이 있다. 飮食을 과식하고 숨을 헐떡이면서 설법을 부탁하러 찾아온 사람에게 釋家가 일러준 처방이었다.

 

스님은 하루의 식사량으로 유기농 쌀밥 한 그릇, 채소 한 접시, 생수 두 잔을 정해놓고 그 외에는 일체 먹지를 않았다. 여기서 생수가 중요하다. 끊인 물은 안 된다. 끓였다가 식힌 물을 漁港에 사흘만 주면 어항 속의 물고기는 죽게 마련이고 화분에 열흘간 주면 花草 또한 죽는다. 끊인 물은 죽은 물이기 때문이다. 또 밥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식품 가운데 가장 완전한 단일 식품이다. 옥수수나 감자는 여러 가지를 섞어 먹어야 하지만 밥은 최고의 단일 식품이자 藥品을 겸한 음식이다. 인간은 밥과 물만 먹어도 오래 살 수 있다.

 

석 달이 지나자 70kg이던 體重이 48kg으로 줄었다. 무려 22kg이나 빠진 것이다. 60세에 키가 160cm인 스님에게 70kg은 너무 많고 48kg은 너무 적은 체중이다. 하지만 그 동안 깨질 듯이 아프던 두통이 颱風 뒤의 잔잔한 바다처럼 깨끗하게 가셨다. 왼쪽 팔과 왼쪽 다리에 힘이 생겨 정상적인 걸음이 되고 굳었던 혀가 풀리며 발음이 정상적으로 되돌아왔다. 그런데 중풍 증세가 걷히자 계속 피곤하고 졸음이 왔고, 젊어서부터 고생하던 鼻炎, 기관지염, 요통, 무릎관절염이 다시 생긴 것이다.

 

 

心臟에 총탄이 박혔는데도

 

나는 스님에게 대 선배이신 백범 김구 선생이 心臟에 총탄이 박혀 있는 상태에서 70대까지 건강하게 사셨던 이야기를 해주면서 '60세의 스님이 기관지가 휘었기로서니 사는데 무슨 지장이 있겠느냐?'고 했다. '대 선배'라는 단어를 쓴 것은 김구 선생이 스무 살 때 일본인에게 시해당한 명성황후의 원수를 갚고자 일본군 장교를 살해한 혐의로 복역하다가 脫獄(탈옥)하여 공주 마곡사의 승려가 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구 선생은 62세인 1938년 5월에 중국 長沙(장사)에서 조선혁명단원인 이운환에게 狙擊(저격)을 받아 총알이 心臟에 박힌 상태에서 1949년 암살 당할 때까지 11년간 건강하게 살았다. 그 자세한 내용이 '백범일지'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3당 통일 문제를 혐의하기 위하여 5월6일에 조선혁명당 黨部(당부)인 楠木廳(남목청)에 모여서 연회를 개최하기로 하여 나도 출석하였다. ... 그런데 정신을 차려보니 내 집이 아니고 병원인 듯한데, 몸이 극히 불편하였다. '내가 어디를 왔는냐?'고 물어 보니 남목청에서 술을 마시다 졸도하여 입원하였다는 것이다. 의사가 자주 와서 내 가슴을 진찰하였는데, 가슴에 무슨 상흔이 있는 듯하여 물어보았다.

'어쩐 까닭입니까?'

 

'졸도할 때 상 모서리에 엎어져서 약간 다치신 것 같습니다.'

나는 그 말을 믿고 아무런 의심도 품지 않았다. 그랬는데 1개월이 거의 가까워서야 엄항섭 군에게 입원한 眞相을 상세히 보고받았다. 그날 남목청 연회 때 이운환이 돌입하여 拳銃(권총)을 난사하였다. 제1발에 내가, 제2발에 현익철이 중상, 제3발에 유동열이 중상, 제발에 이청천이 경상을 입었다. 현익철은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절명하였다. 남목청에서 자동차에 실려 상아의원에 到着(도착)한 후 의사가 나를 진단해 보고는 가망이 없다고 선언하여 입원수속도 할 필요 없이 문간에서 命이 다하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그러다가 한두 시간 내지 세 시간 내 목숨이 연장되는 것을 본 의사는 네 시간 동안만 生命이 연장되면 방법이 있을 듯 하다고 하다가 급기야 우등병실에 入院시켜 치료에 착수하였다. ...

 

하루는 홀연 신기가 불편하고 구역이 나고 오른쪽 다리가 마비되므로 다시 상아의원에 가서 진단을 받았다. X광선으로 心臟곁에 들어 있던 탄환을 검사하니 위치가 변동되어 오른쪽 갈비뼈 옆으로 옮겨가 있다는 것이었다. 의사는 '본시 心臟 곁에 있던 탄환이 대혈관을 통과하여 우측 갈비뼈 쪽으로 옮겨갔습니다. 불편하면 수술도 쉬우나 그대로 두어도 생명에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오른쪽 다리의 마비는 탄환이 대혈관을 압박하는 까닭이나 점차 소혈관들이 확대됨에 따라 해소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내 이야기를 듣고 있던 스님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면서 뭔가 자신감을 얻었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세신산을 처방하여 코에 넣게 하고 腎臟 기능을 강화시키는 한약 처방을 해주었다. 그리고 온탕반욕을 하면서 하루 2~4시간 정도 천천히 걷도록 했다.

 

 

상반신은 차고 하반신은 따뜻해야

 

스님은 걷는데 이골이 난 몸이므로 자신 있다면서, 왜 천천히 걸어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이미 絶食 수행을 통해 강도 높은 수행에 익숙한 몸인데 천천히 걷는게 무슨 도움이 될까 하고 의아스럽게 여긴 것이다.

 

나는 걷는 것이 운동의 개념이 아니라 氣運 循環의 개념임을 설명했다. 온몸을 땀으로 적시고 숨을 헐떡이면서 階段(계단)을 오르거나 조깅, 경보 등은 건강한 사람의 몫이고 환자는 자신의 건강 상태에 알맞게 천천히 걸어야 한다. 건강한 사람도 걸은 후 숨쉬기가 곤란하고 현기증이 나거나 기운이 빠지면 무리하게 걸은 셈이므로 조절할 필요가 있다.

 

걸으면 왜 氣運 循環이 되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기운 순환이 안 되는 이유는 하체에 氣를 내려 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체는 하체에 있는 陰이 위로 올라가고 위에 있는 陽이 아래로 내려가는 순환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원활한 기운 순환이 이루어져 건강한 상태를 유지한다. 한마디로 위가 차갑고 하반신이 따뜻해야 한다.

 

그런데 스님이나 牧師, 神父 같은 성직자는 일반인에 비해 몸보다 머리를 많이 쓰기 때문에 머리는 뜨겁고 하반신은 차게 될 개연성이 높다. 비단 성직자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사회적으로 유명해지거나 들뜬 기분을 갖게 되면 例外(예외) 없이 뜨거운 머리에 차디찬 하반신을 갖게 된다. 두통이 생기고 코가 막히고 눈이 침침해지고 귀가 멍멍해지는 것은 대부분 머리가 뜨거워진 데서 시작된다. 감기에 걸려 얼굴에 熱이 많은 상태와 비슷하다. 또 이 상태가 되면 가운데 중초인 胃가 항상 개운하지 않고 막혀 있는 기분이 들고 소화력이 약해진다.

 

상체가 뜨거워지면 상대적으로 하반신은 차가워진다. 하반신이 차가워지면 男子는 낭습이나 요통, 女子는 생리불순에 냉이 생기고 허리가 아프고 무릎관절염이 생긴다. 따라서 상반신이 차고 하반신이 따뜻해지면 건강한 상태가 되어 도통, 비염, 요통, 무릎관절, 낭습, 냉, 생리불순, 위장병이 없어지게 된다. 천천히 걷는다는 것은 다리 부분에 熱을 가해 하반신을 따뜻하게 하고 상대적으로 머리를 차게 하는 방법이다.

 

빨리 걷거나 뛰면 열이 위로 올라가고 다시 머리가 더워지는 현상이 생긴다. 천천히 걸어야만 온탕반욕처럼 하반신에 熱이 가해지고 머리는 차가워진다. 머리는 차가워져야 맑게 된다. 온탕반욕이나 냉탕반욕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냉탕반욕은 체력이 튼튼한 사람만이 가능하고 중병환자나 허약한 사람은 반드시 온탕반욕을 해야 한다. 이런 사람이 냉탕반욕을 하면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을 입는 수가 많다. 결국 건강은 자기 몸속의 均衡과 調節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야기를 듣고 스님은 내 말에 共感이 간다면서, 자신이 스승을 본받지 못한 것이 부끄럽다고 했다. 스님의 스승이었던 큰스님은 참선 수행으로 100세의 나이에도 건강하고 정신이 맑았다고 했다. 天壽를 알아 하루는 제자들을 불러 앉히고는 '나, 간다'하고 앉은 채 入籍했다.

 

그 옛날 큰 스님은 이른 봄 남쪽 바닷가에 있는 庵子에서 묘향산을 향해 걸었다. 이 산 저 산을 둘러보며 석 달 걸려 묘향산에 도착했을 때는 온몸이 지치고 날씨는 뜨거운 여름이 되었다. 큰스님은 묘향산 암자에서 夏安居(하안거)를 했는데 석 달간 坐禪을 하면서 精神力과 體力을 회복했다. 가을이 되자 석 달간 이 산 저 산, 이 절 저 절 둘러보며 智異山에 있는 암자에 도착했다. 스님은 冬安居에 들어가 다시 석 달간 수행했다. 결국 큰스님은 行禪과 좌선을 거듭하여 수행의 높은 경지에 올랐던 것이다. 그런데 나를 찾아온 스님은 스승이 걷던 길을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면서 수많은 신도들의 존경 속에 지낸 것이다. 바로 그것이 스님의 병의 原因이었다.

 

달마대사는 소림사가 있는 중국의 崇山(숭산)에서 9년간 면벽 수행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럼 누구든지 동굴 안에서 9년 동안 벽만 처다본다고 모두 뛰어난 고승이 되고 해탈할 수 있는 것일까. 대사가 結跏趺坐의 자세로 앉아 벽을 마음의 눈으로 바라보고 졸음을 참기 위해 눈꺼풀을 잘라버리면서 9년간 수행할 수 있는 밑바닥에는 엄청난 행선으로 쌓은 내공이 있었다. 인도에서 태어난 대사는 험한 히말라야 山脈을 넘어 다녔고 드넓은 중국 대륙을 걸어 다닌 엄청난 행선으로 내공을 쌓은 후 좌선에 들어갔던 것이다. 말하자면 행선과 좌선이 달마 대사를 고승으로 만든 양대 축이다. 위대한 고승들은 걷는 데 이골이 난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나를 찾아온 스님은 오직 좌선 일변도로 고행을 하다가 병을 만난 것이다.

 

스님은 온탕반욕, 천천히 걷기, 참선, 한약 등으로 건강을 회복한 다음에는 걷기와 좌선을 알맞게 배합하여 정진을 거듭했다. 휘어진 기관지에 신경이 쓰일 때마다 心臟에 총탄이 박힌 채로 건강하게 지낸 김구 선생을 떠올리며 자신감을 되찾곤 했다.

 

스님과 비슷한 시기에 찾아온 仁川의 박씨도 백범 선생의 心臟을 교훈 삼아 건강을 되찾은 사람이다. 29세의 청년인 박씨는 힘든 일을 하지 않았는데도 늘 피곤하고 몸이 부었다. 병원을 찾아가서 정밀 진단을 받자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심장 기능이 30% 이하로 작동하여 수술하려고 했으나 특수한 心臟이라 완치될 확률이 20% 이하라는 것이다. 겁도 났고 완치될 확률이 낮다는 말에 그냥 퇴원해 버렸다.

 

나는 그에게 처방 대신 '백범일지'의 '가슴에 박힌 총탄' 부분을 읽고 오라고 했다. 다음 날 찾아온 그는 '백범일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었다면서 큰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비록 心臟 기능이 부족하지만 절망하지 않겠다는 말을 몇 번이고 되풀이 했다. 나는 氣運이 나고 浮氣(부기)가 빠지는 한약을 지어주면서 스님과 마찬가지로 천천히 걷고 온탕반욕을 하고 출장식 호흡법을 하라는 처방을 함께 주었다.

 

얼마 후 浮氣가 빠지고 기운이 생겨 다시 병원을 찾아가서 검진한 결과, 心臟 기능이 70% 이상 향상되어 있었다. 이제는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데 지장이 없었고 수술할 필요도 없어졌다. 부족한 30%의 心臟 기능은 謙遜하고 誠實하게 살라는 하느님의 啓示로 알고 지금까지도 즐겁게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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