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스타시아1'(만남, 새 별에 불을 붙이는 건 누구?, 그녀가 사랑한 다츠니키)
블라지미르 메그레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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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내는 잣나무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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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의 잠자리
아나스타시아의 빛줄기
타이가 音樂會
새 별에 불을 붙이는 건 누구
그녀가 사랑하는 다츠니키
아나스타시아의 몇 가지 助言(조언)
꿀벌한테 쏘이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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微物(미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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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누구지, 아나스타시아?
다음 권에 계속
역자후기
우리나라 독자들의 反應
소리 내는 잣나무
1994년 봄 나는 3척의 증기선에 짐을 가득 싣고 시베리아에 있는 오비江 줄기를 따라 노보시비르스크에서 살레하르드까지 장장 왕복 4개월이 걸리는 旅程(여정)을 떠났다.
만남
누구한테도 一言半句 않고 나는 작년에 老人들을 봤던 장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배를 멈출 것을 지시하고, 혼자 작은 보트로 마을까지 갔다. 船長한테는 예정된 루트대로 항해를 계속 할것을 명했다. 마을 사람의 도움을 얻어 두 老人을 찾아 직접 내 눈으로 소리 내는 잣나무를 보고 싶었고 또 배까지 그것을 운반하는 가장 저렴한 방법을 논의할 셈이었다.
보트를 바위에 묶고 가까운 인가로 가려던 참에 둔덕 위에 서 있는 한 女子를 발견하곤 다가갔다. 그 여자는 낡은 점퍼와 긴 치마를 입고 北쪽 오지 사람들이 가을과 봄에 많이들 신는 긴 고무장화 차림이었다. 이미와 목은 두건에 푹 싸여 하나도 보이지 않았고 나이를 가늠하기도 어려웠다. 나는 그 여자에게 人事를 건네고 작년 이곳에서 만났던 두 노인에 대해 설명했다.
''블라지미르, 작년에 당신과 얘기를 나눈 사람은 나의 할아버지와 증조할아버지셔.''
그녀가 대답했다. 나는 좀 놀랐다. 젊은 목소리에 말투가 아주 또박또박했고 다짜고짜 내게 말을 놨다. 게다가 내 이름까지 부르다니. 나는 老人들의 이름을 기억할 수도, 내가 그들과 通姓名을 했는지조차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저 여자가 내 이름을 아는 걸 보니 서로 통성명을 했구나 생각했다. 나도 말으 트고 물었다.
''당신 이름은 뭔데?''
''아나스타시아''
그녀는 내게 손을 내밀었다. 손등에 입이라도 맞추라는 듯이. 누비 점퍼와 고무장화에다 人的도 드문 강가에 서 있으면서 사교계의 貴婦人 흉내를 내는 듯한 이 시골 여자의 행동이 좀 우습다고 생각했다. 나는 악수로 대신했다. 손에 입맞춤은 하지 않았다. 아나스타시아는 겸연쩍게 웃고는 자기와 함께 家族이 사는 타이가로 가자고 권했다.
''타이가 숲 25킬로미터를 걸어야 하는데 괜찮아?''
''멀긴 멀군. 그럼 내게 소리 내는 잣나무를 보여줄 수 있는 거지?''
''물론, 보여줄 수 있어.''
''그게 뭔지 당신은 알아? 내게 말해 줄 수 있어?''
''아는 만큼 말해 줄 수 있지.''
''그럼 가자.''
가는 도중 아나스타시아는 얘기했다. 祖上이 대대로 전한 이야기에 따르면 자기 가족과 가문은 代代孫孫 벌써 수천 년간 잣나무 숲에 살고 있단다. 그들이 문명사회와 직접 접촉하는 일은 아주 드물다고 했다. 만남은 자기들이 사는 곳이 아니라 자기들이 자냥꾼이나 마을 주민으로 假裝(가장)하고 마을로 나올 때만 이루어진다고 한다. 아나스타시아는 두 都市에 가본 적이 있다. 톰스크와 모스크바에. 잠은 자지 않고 딱 하루씩. 도시 사람들의 삶에 대한 자기의 생각이 틀리지 않은지 알고 싶어 가 보았다고 한다. 산 열매와 말린 버섯을 팔아 노자를 마련했다. 마을의 한 아주머니가 주민증을 빌려줬단다.
藥效(약효)가 있는 소리 내는 잣나무를 여러 사람들에 나눠 주자는 할아버지와 증조할아버지의 생각에 아나스타시아는 반대 의견이었다. ''왜?'' 란 물음에 ''잣 조각이 좋은 사람뿐 아니라 좋지 않은 사람들의 수중에 들어갈 수도 있으니까.''라는 답이 돌아왔다. 좃 조각은 실상 나쁜 사람들 수중에 들어갈 거라고 말했다. 그렇게 되면 得보단 失이 더 많으니, 좋은 사람들을 돕는게 더 중요하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다. 모든 사람들을 돕다 보면 善과 惡의 불균형은 고치기 어렵고 상대는 전과 같거나 오히려 더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시베리아 老人과의 만남 이후, 나는 잣의 신비한 효능을 밝힌 많은 대중 서적과 역사 과학 연구물을 읽었다. 이제 나는 아나스타시아가 말하는 잣나무 숲 사람들의 삶의 양식을 파고들어 캐고 싶었다.
V. 페스코프의 발표를 통해 널리 알려진 리코프 족과 비교해 보았다. 이 家族도 오랫동안 타이가에 떨어져 살았다. '콤소몰스카야 프라브다' 新聞에 '타이가의 오지'란 제목의 기사가 실렸었다. TV 방송에도 나왔다. 리코프에 대한 나의 印象은 이들이 자연은 잘 알지만 우리 현대문명사회에 대해선 깜깜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은 경우가 다르다. 아나스타시아는 우리 社會에 대해 아주 잘 파악하고 있으며 나도 모르는 그 이상의 뭔가에 대해서도 잘 안다는 인상을 줬다. 그녀는 우리 都會地(도회지) 삶을 잘 이해하고 그에 대해 쉽게 자유자재로 얘기를 풀었다.
깊은 숲 속을 5킬로미터나 걸었을까. 잠시 休息을 위해 멈췄다. 그녀는 누비 점퍼며 두건이며 치마를 벗더니 나무옹이 구멍에 넣었다. 짧고 가벼운 속옷 차림이었다. 놀랄 수밖에 없었다. 기적이 있다면, 내가 본 광경은 그 중에서도 최고라 할만 했다. 내 앞에 나타난 것은 긴 금발머리와 환상적인 몸매의 女子였다. 그 아름다움은 예사롭지 않았다. 세계美人대회의 眞이 외모나 知的인 면에서 과연 이 여자와 견줄 수 있을까? 상상이 안 됐다. 이 타이가 여자는 매우 매력적이었다.
''좀 피곤하지?''
아나스타시아가 물었다.
''좀 쉬었다 갈까?''
우리는 맨 풀 위에 그냥 내려앉았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좀 더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화장기는 전혀 없다. 올곧은 얼굴형에 비단 같은 살결, 시베리아 시골 여자의 티라곤 전혀 없다. 크고 회색빛 나는 푸른 눈, 웃는 듯한 입술. 그녀는 짧고 가벼운 잠옷 비슷한 속옷 차림이었는데, 바깥 溫度(온도)가 12~15도임에도 불구하고 추위를 타는 것 같지 않았다.
나는 요기를 할 참으로 가방에서 샌드위치와 납작한 병에 든 코냑을 꺼내서 아나스타시아에게 한 모금 마실 것을 권했으나, 코냑은 안 마신다 했고 먹는 것도 사양했다. 내가 먹는 동안 아나스타시아는 평온하게 눈을 감고 풀에 누워 햇빛의 따스함을 느꼈다.
하늘을 향해 펼쳐진 그녀의 손바닥에서는 금빛이 났다. 황홀한 半裸(반라)의 그녀였다. 그걸 보자니 슬며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자고로 女子들이 다리, 가슴을 짧은 치마나 속옷으로 노출하는 이유가 뭐겠어? 옆에 있는 남자의 관심을 끌려는 거 아닌가. 보세요. 내가 얼마나 매력 있는지. 내 마음은 열려 있다고요. 가질 수도 있어요. 그럼 男子는 어쩌란 말인가. 육욕을 억제하여 모른 척하면 여자를 모욕하는 게 되고, 달리하면 하나님이 내린신 법도를 어겨야 되고...'
다 먹고 나서 물었다.
''아나스타시아. 타이가에 혼자 다니기 겁나지 않아?''
''하나도 겁낼 것 없어 여긴.''
아나스타시아가 답했다.
''두세 명의 男子 지질학자나 사냥꾼 남자를 만나면 自身을 어떻게 보호하는데?''
대답 대신 그녀는 微笑(미소)를 지었다. 이 젊고 매력적인 미녀가 어떻게 아무것도 무서운게 없을까? 그후 벌어진 일은 지금 생각해도 낯 뜨겁다. 나는 그녀의 어깨를 안아 끌어댕겼다. 그녀의 탱탱한 몸에서 强한 힘이 느껴지긴 했지만 그리 거세게 反抗(반항)하지도 않았다. 내가 意識을 잃기 전 마지막으로 기억나는 것은 그녀의 한마디였다. '그러지마. 침착해.' 아, 그리고 나는 갑자기 알 수 없는 공포에 휩싸였다. 무슨 공포였는지 모르지만 어렸을 때 집에 홀로 남아 뭔가를 두려워하던 그런 느낌이었다. 내가 깨어났을 때 그녀는 내 앞에 앉아 있었다.
한 손은 내 가슴에 대고 다른 손으론 위와 옆에 있는 누군가에 손짓을 했다. 그녀는 微笑(미소)를 지었는데 나한테는 아닌 것 같고 보이지 않게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위에 있는 누군가에게 하는 듯했다. 아나스타시아는 보이지 않는 자기 親舊에게 자기한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몸짓으로 말하는 듯했다. 그리고 나서 따뜻하게 내 눈을 응시했다.
''진정해. 블라지미르. 다 지난 일이야.''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내가 물었다.
''나에 대한 당신의 태도, 당신한테 일어난 욕망을 하모니가 인정하지 않은 거지. 당신 스스로 알게 될 거야.''
''무슨 하모니가 어쨌다는 거야? 여기는 당신뿐이잖아. 당신이 反抗한 거잖아.''
''물론 나도 받아들이지 않았지. 유쾌하지 않았거든.''
나는 일어나 앉아 가방을 챙겼다.
''신기하군. 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유쾌하지 않았다고. 그런데 너희 女子들은 남자를 유혹하는게 전부인걸. 다리를 노출하고, 가슴을 내보이고, 하이힐을 신지. 참 불편할 텐데 잘도 신고 다니거든. 온갖 매력으로 꼬리를 치고 다니다가는 뭔가 하려면 '아아, 그러지 말아야. 나 그런 여자 아니에요.' 하는 거야. 그럼 왜 꼬리를 치냐고요? 아닌 척하기는... 이해가 안돼. 나는 事業을 하면서 여러 여자를 봤거든. 여자가 원하는 건 딱 한 가지일 뿐이야. 눕는 방식이 다를 뿐. 당신 말대로 원치 않았다면 넌 왜 겉옷을 벗었는데? 덥지도 않잖아. 게다가 드러누어서는 조용히 미소까지 지었잖아.''
''옷을 입으면 나는 불편해. 블라지미르. 사람들한테 나갈 때 다른 사람들과 같이 보이려고 나는 옷을 입어. 해 아래 쉬려고 누웠고 당신이 먹는 동안 방해하고 싶지 않았어.''
''방해하지 않으려 했다? 엄청 방해가 됐거든.''
''미안해. 블라지미르. 모든 여자들이 남자의 관심을 끌려 한다는 당신의 말이 맞아. 하지만 얼굴과 가슴에만 관심을 원하는 건 아냐. 그보다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바로 그 唯一(유일)한 남자가 그냥 지나쳐 버리지 않았으면 하는거지.''
''누가 여길 지나쳐 간다고 그래! 그리고 또 뭘 더 많이 봐야 한다는 거야. 눈에 다리가 확 들어오는데. 하여튼 여자들은 참 알 수가 없어.''
''그래. 유감스럽게도 그런 경우가 많지... 자 이제 出發하지 않을래? 블라지미르, 충분히 쉬었지?''
'이 철학녀, 야생녀와 더 갈 필요가 있을까?' 나는 순간 생각했다. 하지만 ''그래 가자.''라고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새 별에 불을 붙이는 건 누구
이틀째 밤, 내가 추울까 봐 전날 밤처럼 곰이나 그 비슷한 걸 또 굴속에 밀어넣지나 않을까 걱정되어 나는 아나스타시아가 옆에 눕지 않으면 잠을 자지 않겠다고 버텼다. '옆에 있으면 다른 수작 못 부리겠지.'라고 생각하고 말했다.
''자기 집으로 손민으로 초대해 놓고선 모닥불도 피우지 말라 하고 밤엔 또 짐승을 슬쩍 밀어넣질 않나. 집이라 할 만한 데가 없으면 손님이나 초대하지 말 것이지.''
''알았어, 블라지미르. 걱정 마. 겁낼 필요도 없어. 아무 일도 없을 거야. 당신이 원한다면 옆에 누워 따뜻하게 해 줄게.''
이번에는 토굴 안에 다 많은 잣나무 가지가 깔려 있고 마른 풀로 정돈돼 있었다. 벽면도 가지로 덧댔다. 나는 옷을 벗어 바지와 스웨터를 베고 누었다. 그 위에 점퍼를 덮었다. 잣나무 가지는 대중 과학 잡지에서 말하는 공기의 잡균을 박멸한다는 바로 그 향을 내뿜고 있었다. 타이가의 空氣는 깨끗하고 숨쉬기도 편했다. 게다가 마른 풀과 꽃은 미묘한 香을 더하고 있었다. 아나스타시아는 약속대로 내 옆에 누웠다. 그녀의 몸 냄새는 다른 모든 향을 압도하고도 남았다. 그 향은 내가 여자 몸에서 맡아 본 그 어느 값비싼 香水보다 더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난 지금 그녀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은 꿈에도 없었다. 아나스타시아 빈터로 오는 날 있었던 사건, 공포가 엄습하고 의식을 잃었던 사건 이후 내겐 肉의 욕망이 더 이상 발하지 않았다. 나신의 그녀를 봐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누워 아들을 꿈꿨다. 아내가 결국은 낳지 못한 아들을. 아나스타시아가 내 아들을 낳아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엄마가 건강하고 인내력 있고 아름다우니까 아이도 健康하겠지. 나를 닮고 엄마는 조금만 닮으라지. 아들은 강하고 현명한 인격자가 될 거야. 지식을 많이 쌓고 재능 있고 幸福한 사람이 되겠지하고 생각했다.
갓난 아들이 그녀의 가슴에 안긴 모습에 떠올랐고 내 손은 나도 모르게 탱탱하고 따뜻한 아나스타시아의 가슴으로 옮겨갔다. 바로 내 몸에는 전율이 느껴졌다가 금방 사라졌다. 그건 공포가 아닌 뭔가 아주 유쾌한 기분이었다. 나는 손을 치우지 않고 가만히 숨을 죽이고 무슨 일이 일어날까 기다렸다. 그녀의 부드러운 손바닥이 내 손 위에 닿는 걸 감지했다. 나를 밀어내지 않았다. 나는 약간 몸을 일으켜 아나스타시아의 아름다운 얼굴을 바라보았다.
북극의 白夜는 그녀를 더룩 아름답게 했다. 시선을 뗄 수 없었다. 그녀의 회색빛 푸른 눈은 나를 다정히 바라보았다. 나는 몸을 살며시 기울여 그녀의 가늘게 벌어진 입술에 빠르게 조심스레 입을 맞췄다. 전율이 다시 내 몸을 타고 흘렀다. 그녀의 숨의 香이 내 얼굴을 감쌌다. 그녀의 입술은 앞서서처럼 ''하지마, 진정해.''라고 말하지 않았다. 공포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아들 생각이 내게서 떠나지 않았다. 아나스타시아가 나를 부드럽게 안아서 머리를 쓰다듬고 내게 온 몸을 주었을 때 내가 느낀 그 무엇이란...
다음날 아침 일어났을 때 난 平生 느껴 본 적이 없는 뿌듯한 기분, 행복, 완전한 만족이 뭔지 알 것 같았다. 또 이상한 것은 여자와 함께한 다음날에 보통 몸이 피곤한데 이번엔 정반대였다. 더불어 뭔가 위대한 創造에 동참한 느낌도 들었다. 완전한 만족이란 이전에 느껴 보지 못한 알 수 없는 하지만 기분 좋고 행복한 身體적인 것 이상의 것이었다. 바로 이 느낌만이 삶의 유일한 目的이란 생각이 스쳤다. 전에도 예쁘고 사랑스럽고 경험이 많은 다양한 여자들이 있었는데, 왜 그 땐 지금과 비슷한 느낌도 없었을까?
아나스타시아는 처녀였다. 겁 많고 多情多感한 처녀였다. 그러나 그녀에겐 내가 알던 어떤 여자에게도 없는 뭔가가 더 있었다. 뭘까? 지금 아나스타시아는 어디 있지? 나는 안락한 토굴에서 입구 쪽으로 나가 고개를 내밀고 빈터를 둘러봤다. 빈터는 언덕에 위치한 잠자리보단 아래쪽에 있었다. 안개층이 빈터를 덮고 있었다. 이 안개 속에서 손을 펼친 채 아나스타시아는 빙빙 돌고 있었다. 그녀는 자기 주변의 안개를 퍼서 구름 조각을 만들었다. 몸이 구름으로 폭 싸이면 空中으로 뛰어올라 발레리나처럼 두 다리를 곧게 펴서 안개 속을 날아서는 다른 곳에 내려앉았다. 아나스타시아는 웃으며 구름 속에 몸을 숨겼다. 떠오르는 햇빛은 아나스타시아를 어루만지고 구름을 투과했다. 이 광경은 환희 그 자체였다. 나도 분위기에 푹 빠져 소리 질렀다.
''아나~스타~사아! 상쾌한 아침 축하해! 멋진 숲속의 요정 아나스타시아!''
''좋은 아침, 블라지미르.''
아나스타시아도 기쁘게 소리쳐 답했다.
''정말 좋다. 무지무지 좋다! 왜 그러지?''
난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아나스타시아는 太陽을 향해 손을 들고 행복하고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나와 그리고 위에 있는 누군가에게 노래하듯 답했다.
''우주의 모든 존재들 중 오직 사람만이 체험할 수 있는 것이야! 진실로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남자와 여자만이 이 感情을 느낄 수 있지!''
''고~마~워!''
그리고 돌아서서 바로 덧붙였다.
''육욕의 만족이 아닌 創造를 향해 노력하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행복이야!''
그녀는 크게 소리내어 웃고는 높이 뛰어 두 다리를 활짝 펴고 구름 위를 나는 듯 뛰어올랐다. 그리곤 잠자리 입구로 뛰어와 내 옆에 앉았다. 손가락으로 금발 머리를 밑에서 위로 빗어 올렸다.
''그러니까 너는 섹스를 불경스럽다 생각하지 않는 거지?''
내가 물었다. 아나스타시아는 얼어 버렸다. 놀란 듯 나를 쳐다보고 말했다.
''우리가 한 행위가 너희 세상에서 말하는 그 섹스였어?''
난 생각에 잠겼다. 정말로, 아나스타시아와 가까이 한 밤은 '섹스'란 말로 표현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어젯밤에 일어난 일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어떤 단어가 적절할까? 나는 다시 물었다.
''그런데 왜 전에는 이와 비슷한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한테도 마찬가지일 거야.''
''사람이 저열한 색정에 빠져서 하느님이 사람에게 내린 福을 누리지 못하도록 검은 세력은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어, 블라지미르. 검은 세력은 肉의 만족만으로 쉽게 만족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을 온갖 수단을 동원해 사람한테 주입시키려 하지. 그렇게 해서 사람을 眞理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거야. 속임에 넘어간 불쌍한 여인들은 平生 고통을 받고 잊어버린 복을 찾아 헤매지. 그런데 번지수가 틀렸어. 자기의 색욕만을 위해 남자에게 스스로 몸을 바치는 여자는 남자의 방탕을 절대 막을 수 없어.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그 둘의 삶은 행복할 수 없어. 그 둘의 공동 인생은, 공동이란 환상이며 거짓이며 여러 조건 딸린 詐欺(사기)일 뿐이야. 여자도 바로 방탕녀이니까.
여자가 그 남자와 결혼을 했든 안 했든 그것과는 상관없어. 이 헛된 거짓 결합이 깨지지 않도록 사람은 또 알마나 많은 법과 조건들을 만들었다고. 모두 부질없어! 때문에 사람은 演劇(연극)을 하고 그걸 다르는 척하고 결합하는 척할뿐이야. 양심은 항상 한결같고 그 누구도 그 무엇에도 굴복하지 않아. 에수 그리스도는 그걸 보았지. 그걸 막으려고 예수는 말했어.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여자를 보고 음욕을 품는 자마다 마음에 이미 간음하였느니라'고.
너희 세상에서 과거에는 家庭을 깨는 자를 수치로 여겼지만 어느 시대전 어느 상황이건 사람이 직감적으로 福을 찾으려는 욕구를 막을 수는 없었어.
''거짓된 결합은 무서워. 아이들은 그 결합의 허구성과 부자연스러움을 몸으로 느껴. 그래서 부모가 하는 모든 말을 의심하게 돼. 아이는 孕胎(잉태)되는 순간부터 벌써 거짓을 무의식적으로 느껴. 또 그 때문에 안 좋아져.
세상에 그 누가 육욕만의 결과로서 이 세상에 나오고 싶을까? 누구든 위대한 사람의 절정에 創造의 열의로 지음을 받고 싶지. 단순히 육욕을 채운 결과로 세상에 나오고 싶지는 않지. 거짓 결합을 맺은 사람은 이후 서로 몰래몰래 은밀한 만남을 통해서만 만족을 찾게 되지.
새 몸뚱이만을 계속해서 찾다 보면 眞實한 결합은 점점 더 멀어져 감을 直感적으로 알 수 있을 뿐이고.''
''아나스타시아, 잠깐만! 남자와 여자가 처음부터 그냥 섹스를 했다면 정말 끝장이야? 헤어날 방법이나 관계가 좋아질 길은 없는 거야?''
''방법은 있어. 난 이젠 알아. 하지만 말로 표현을 하자니 어디서 어떤 표현을 찾아야 할지 모르겟네. 과거에서도 미래에서도 적당한 표현을 찾아봤어. 그런데 아직 못 찾았어. 혹시 바로 옆에 있는지도 몰라. 가슴과 이성까지 울릴 수 있는 새 단어들이 막 떠오를 것만 같아. 오랜 옛날 太初의 진리에 대한 새 단어들이...''
''뭐 그리 낙심하지마, 아나스타시아. 그냥 지금 있는 말로 예를 들어 말해 봐. 둘의 몸뚱이말고 또 뭐가 더 있어야 하지? 진정한 만족을 위해서 말이야?''
''깨달음! 創造를 향한 두 사람의 열정. 그 열정의 진실과 순수함.''
''그런데 당신은 이 모든 걸 어떻게 다 아는 거야, 아나스타시아?''
''나만 아는 건 아니야. 깨달음을 얻은 크리슈나, 라마, 시바, 예수, 마호메트, 부처는 사람들에게 본질을 밝히려 애썼지.''
''당신이 이 사람들에 대해 읽은 적 있어? 어디서? 언제?''
''읽지는 않았어. 그들이 무슨 말을 했는지 무슨 생각, 무엇을 원했는지 나는 그냥 알아.''
''그러니까 당신 말은 섹스는 좋지 않다는 거지?''
''아주 나빠. 그것은 사람을 眞理로부터 멀게 해. 家族을 파괴해. 엄청난 量의 에너지가 쓸데없이 버려지는 거야.''
''그렇다면, 벌거벗은 여자들이 섹시한 폼을 잡고 있는 잡지며 에로 영화는 왜 그리 많이 만들어지는 거야? 인기도 엄청 좋잖아.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지. 그러니까 당신은 인류는 완전 바보란 얘기 하고 싶은 거지?''
''인류가 바보라는 건 아니야. 다만 靈魂을 어둡게 하고 저열한 색욕을 발하게 하는 검은 세력의 술수가 훨씬 강하단 말이지. 그건 사람들에게 많은 불행과 고통을 줘. 美의 본래 목적은 남자한테서 시인, 화가, 創造者의 마음이 생기게 하고 유지되도록 하는 데 있지. 그러려면 여자 스스로 純潔(순결)하고 純粹(순수)해야 해. 순수함이 부족하면 남자를 肉의 매력으로 유인하려 들지. 텅 빈 그릇의 껍데기만 남은 美로. 그렇게 해서 남자를 속이고 이 속임으로 인해 스스로 평생 苦生을 피하기 어렵지.''
''그러니까 인류는 수천 년을 살면서 검은 勢力(세력)의 이 술수를 이기지 못했다는 말이지. 그들이 사람보다 강하다? 당신이 언급한 정신적 지도자, 큰 깨달음을 얻은 사람들의 호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길 수 없었다? 그러니까 절대 그를 이길 수 없다, 이 말이지? 그럼 노력할 필요도 없는 거잖아?''
''있어. 반드시 해야 해!''
''누가 할 수 있다는 거야?''
''여자들이! 眞理를 깨닫고 자기 본래의 목적을 깨달은 女子들이. 그래야 남자도 변할 수 있어.''
''아냐, 아나스타시아. 그렇게는 안 될걸. 각선미가 예쁜 여자는 남자가 정상이라면 항상 그를 흥분케 해. 특히 남자가 출장 중이거나 아내나 여자 친구로부터 먼 곳에서 휴가 중이라면 더 그렇지. 세상이 그런거야. 누구도 무엇도 이걸 바꿀 수 없어.''
''그런데 나는 당신과 했잖아.''
''뭘 했다고?''
''이제 당신은 이 썩은 내 나는 섹스를 할 수 없어.''
섬뜩한 생각이 번개와도 같이 나를 휘갈겼다. 어젯밤의 좋은 氣分이 가시기 시작했다.
''당신 뭘 어쨌다고? 아나스타시아. 뭐? 그럼 나는 이제 성불구가 되었다는 거야?''
''정반대야. 당신은 이제 진짜 男子가 됐어. 보통 섹스는 이제 혐오스러울거야. 보통 섹스가 당신에게 주던 것을 당신은 이제 느끼지 못할 거야. 당신이 체험한 것은, 아이를 원하는 경우 그리고 여자도 당신한테
똑같은 걸 원하는 경우에만 가능해. 당신을 사랑해야 해.''
''사랑해야 한다? 그리고 또 그런 조건하에서만 가능하다고? 그건 一生을 두고 기껏해야 몇 번 있을까 말까 해...''
''그거로 충분해. 평생 幸福할 수 있어. 나를 믿어, 블라지미르. 당신도 알게 될 거야. 나중에 느낄 수 있을 거야. 사람들은 여러 번 육체적인 관계만을 맺지. 肉體만으론 어느 누구도 진정한 만족을 얻을 수 없음을 사람들은 몰라. 남자와 여자는 존재의 모든 차원에서 하나가 되고 밝은 靈感의 절정과 創造를 위한 열정에서 위대한 만족을 체험할 수 있어. 그건 조물주가 人間에게만 허락한 거야. 이 만족이란 비순간이며 육적인 것과 절대 비교할 수 없어. 존재의 모든 차원이 그 느낌을 오랫 동안 간직하며 당신과 여자를 행복하게 해줄 거야! 창조주의 모습을 닮은 形像으로 조물을 낳을 수 있는 女子들도 말이야!''
아나스타시아는 내게 손을 내밀고 다가오려 했다. 나는 재빨리 그녀로부터 떨어져 토굴 구석에 붙어 소리 질렀다.
''좋게 말로 할 때 비켜!''
아나스타시아가 일어섰다. 나는 밖으로 기어나와 그녀로부터 몇 발짝 뒷걸음질했다.
''당신은 내 人生의 큰 즐거움을 앗아가 버렸어. 모든 사람이 그걸 원하고 늘 생각하지. 소리 내서 그렇다고 얘기는 안 하지만 말이야.''
''환상이야. 블라지미르. 난 단지 당신의 더럽고 不敬스런 색정이 달아나도록 도운 거야.''
''환상이든 아니든 섹스는 누구라도 인정하는 즐거움이야. 당신의 생각으로 위험하다고 내 쾌락을 뺏을 생각 절대 하지마. 여기 있다 돌아가면 여자와 얘기도 못 나눈다, 술도 못 마신다, 안주도 못 먹는다, 담배도 못 핀다! 그런거 다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들한테는 먼 나라 얘기야.''
''술 마시고 담배 피고 아무 意味 없이 먹어대는 엄청난 量의 고기, 뭐 거기 좋은게 있다는 거야. 사람이 섭취하도록 특별히 創造된 훌륭한 먹을 것들이 얼마나 많다고?''
''그렇게 좋으면 당신은 植物이나 먹고 살아. 내 일에 참견 말고. 담배 피우고 술 마시고 잘 차린 음식상 받는게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큰 즐거움을 주는데. 그게 우리 풍습이야. 알아? 風習이라고.''
''당신이 지금 말한거 모두 다 나빠. 위험하다고.''
''나쁘다? 위험하다? 큰 잔치에 손님들을 불러놓고 내가 이렇게 말해 볼까? 이 잣 좀 까 드세요. 사과도 먹어 보세요. 물 마시고요. 담배는 피지마세요. 이러면 진짜 큰일이지.''
''친구들이 모여 바로 상 차려서 먹고 마시고 담배 피는게 최고 중요한 일일까?''
''중요한지 아닌지 그건 내게 중요하지 않아. 전 世界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한다고. 몇몇 나라에서는 심지어 의례음식, 예를 들자면, 구운 칠면조 요리 같은 것을 함께 먹지.''
''당신이 사는 세상 사람 모두가 다 그걸 認定하는 것은 아니야.''
''모두는 아니라지. 하지만 나는 정상인들 가운데 살거든.''
''당신은 왜, 당신 주위의 사람들이 더 正常이라 생각하지?''
''그들이 多數니까.''
''그건 충분한 論理(논리)가 못 돼.''
''당신한테는 못 되겠지. 전혀 설명이 안 되니까.''
아나스타시아한테 났던 화가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속으로 나는 '저 여자가 나한테 혹 무슨 짓을 했더라도 의사가 고칠 수 있겠지.'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말했다.
''좋아. 아나스타시아. 더 이상 당신한테 화 안 낼게. 너무도 멋진 밤 감사해. 단, 내 버릇을 이제 당신 맘대로 고치려 하지 말아 줘. 섹스 문제는 내가 의사와 현대의학으로 알아서 고칠 테니. 가서 멱이나 감자!''
아침 숲을 感想하며 나는 연못으로 향했다.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아, 그런데 이 여자가 뒤쫓으며 하는 말을 좀 들어보소.
''약도 의사도 이젠 당신에겐 도움이 안 돼. 있던 대로 모두를 다시 다 돌려 놓으려면, 나와 있었던 일들을 당신의 記憶(기억)에서 지워야만 해. 당신이 느꼈던 것까지.''
난 기가 막혀 멈춰 섰다.
''그럼 당신이 다시 다 돌려놔!''
''나도 이젠 어쩔 수 없어.''
분노가 끓어 올라왔다.
''당신이 내 인생을 망치다니! 똥 쌀 땐 언제고 이제 와서 치우지는 못하겠다?''
''나 똥 싼 적 없어. 당신이 아들을 원했잖아. 여러 해가 지났어도 당신에겐 아들이 없었어. 그리고 당신 인생의 어떤 여자도 아들을 낳아 주지 못할걸. 나도 당신의 아이을 원했지. 똑같이 아들로 말이야. 나는 낳을 수 있어. 그런데 왜 미리 걱정이야. 뭐가 나빠지기라도 할까 봐? 나 무서워할 것 없어. 블라지미르, 제발. 내가 당신 일에 참견한 적 없어. 그냥 저절로 일어난 일이야. 당신은 원하는 걸 얻었잖아. 아, 그리고 하나 더. 당신의 못된 버릇중 정말 없애 주고 싶은 게 있어.''
''그건 또 뭔데?''
''건방 떠는 거.''
''당신 참 이상하다. 당신이 사는 方式이나 철학은 사람의 것이 아니야.''
''나한테 사람의 것 아닌게 뭐가 있는데?''
''숲에 혼자 살지, 動植物과 소통하지, 우리 세상엔 그 비슷하게 사는 사람도 없어.''
''어째서? 블라지미르.''
아나스타시아가 흥분한 듯 말했다.
''다츠니키(주로 도시에 살며 시골에 조그만 집 갖고 週末 또는 休日에 텃밭을 가꾸며 休息하는 러시아 사람들: 역주)도 있잖아. 이 사람들도 동식물과 소통해. 아직은 無意識 차원이지만 말이야. 곧 알게 되는 날이 올 거야. 이미 많은 사람들이 깨닫고 있어.''
''아니 이럴 수가! 저 여자는 다츠니키래요. 이상한 빛도 있고, 책을 안 읽어도 아는게 아주 많은데. 미스터리야, 이건.''
''모두 설명해 줄게. 한 번에 모든 것을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해 볼게, 블라지미르. 애는 쓰는데 도무지 적절한 말이, 쉬운 말이 떠오르지 않아. 믿어줘. 부탁이야. 내 能力은 사람들 모두에게 있는 거야. 처음부터 있던 거야. 始初(시초)부터 말이야.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거야. 어쨌거나 사람들은 始原으로 돌아가게 될 거야. 밝은 勢力(세력)이 승리를 거두면 차차 그렇게 될 거야.''
''그럼 당신의 콘서트는 여러 가지 목소리로 노래했고 내가 좋아하는 가수들 흉내를 냈고 그것도 내 비디오 테이프에 담긴 순서대로 불렀잖아.''
''그랬지, 블라지미르. 나 언젠가 이 비디오 본 적 있어. 어떻게 보게 됐는지는 다음에 말해 줄게.''
''그래서? 노랫말 모두와 멜로디를 바로 다 외워 버렸어?''
''외웠어. 그게 뭐 어렵다고. 어머나! 내 또 수다를 떨었나 봐. 잘난 체 했나 봐. 당신이 나를 놀라게 하니까 그렇지! 나 두서없고 얌전치 못하지? 할아버지는 내가 그렇다고 말씀하신 적 있어. 날 귀엽다고 그러는 줄 알았는데 나 진짜 그런가 봐.''
아나스타시아는 흥분하며 말했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에 대한 두려움은 거의 다 사라졌다. 머릿속은 온통 아들 생각으로 가득 찼다.
''나 이제 겁나지 않아. 좀 진정해 봐. 그러니까 할아저비가 그렇게 말씀하셨겠지.''
''그래 . 그런데 나는 계속 말하고 또 말하고, 모두 다 얘기하고 싶어 죽겠거든. 수다스럽지 나? 응? 하지만 노력할게. 차분해지려고 진짜 노력할게 알아듣기 쉽도록 얘기해 볼게.''
''그러니까 곧 아이를 낳는다고? 아나스타시아?''
''물론이지. 단지 時間이 좀 안 맞아.''
''시간이 안 맞는다니?''
''여름이어야 하거든. 그래야 自然이 아이를 돌봐줄 텐데.''
''당신과 아이한테 위험한데 왜 그랬어?''
''걱정 마, 블라지미르. 아들은 살아남을 테니.''
''당신은?''
''나도 봄까지 참아 볼게. 그럼 모두가 좋아질 거야.''
이런 말을 하는 아나스타시아는 자기 生命에 대해 한 점 걱정이 두려움도 없어 보였다. 그리곤 힘차게 뛰어 작은 연못으로 뛰어들었다. 햇빛에 반짝이는 물보라가 마 폭죽처럼 튀어올라 맑고 고요한 湖水 수면에 내려않았다. 한 삼십 초만에 그녀의 몸이 천천히 수면에 떠올랐다. 그녀는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양손을 벌린 채 水面 위에 누웠다.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는 호숫가에 서서 그녀를 보며 생각했다. 아나스타시아가 갓난 아기와 짐승들의 피신처에 누워 손가락을 튕겨도 다람쥐가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아이가 춥지 않아야 하는데 아나스타시아 혼자 아이를 지킬 수 있을까?
''내 몸이 차갑게 식고 아이가 먹을게 없으면 울 거야.''
물에서 나온 아나스타시아가 조용히 말했다.
''보채는 아이의 울음은 봄을 앞둔 自然 혹은 그 일부를 깨울 테고. 그럼 모두 다 잘 될 거야. 그들이 아이를 돌보겠지.''
''당신 내 생각을 읽은 거야?''
''아니, 당신이 이런 생각을 할 거라 추측했지. 그건 자연스러운 거니까.''
''아나스타시아, 전에 말한 적 있지? 주변에 당신 친척들이 산다고. 그들이 당신을 도울 수 있지?''
''아주 바쁜 사람들이야. 하는 일을 손에서 놓을 수 없어.''
''뭐로 그리 바쁜데, 아나스타시아? 주변 환경이 모든 것을 제공하니 특별히 할 일도 없는데 당신은 하루 종일 뭐 하고 지내?''
''나는 '다츠니키'나 園藝(원예)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돕고 있어.''
그녀가 사랑하는 다츠니키
사람이 植物(식물)과 의사소통을 하면 너무나 큰 가능성이 열릴 거라고 아나스타시아는 신이 나서 오랜 시간 얘기했다. 사실 아나스타시아가 특히 신바람 나서 얘기하는 주제는 아이 키우기와 다츠니키에 대한 것이었다. 다츠니키에 대한 그녀의 얘길 모두 전한다면, 누구라도 다츠니키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할 판이다. 정말 그럴까?
아나스타시아에 의하면 이들이 우리 모두를 飢餓(기아)에서 구했고 영혼에 善한 씨를 뿌리고 미래 사회를 키운다. 이 밖에도 다 꼽을 수 없을 정도다. 따로 책을 써야 할 판이다. 아나스타시아는 또 이것을 증명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하려고 애쓴다.
''당신이 사는 현대 사람들이 다차(다츠니키가 기거하고 농사짓는 텃밭이 딸린 조그만 시골집: 역주)에 심는 식물들과 疏通(소통)하면 많운 것을 이해할수 있을 거야. 조그만 自己 땅에 심으니까 植物을 한 포기 한 그루 다 알게 되고 바로 그 식물들과 疏通이 이루어지는 거야.
덩치만 괴물같이 큰 쓸모없는 기계들이 돌아다니니며 끝도 없이 넓고 인적이 드문 들판에 심은 식물은 안돼. 다차에서 일을 하면 몸도 좋아져. 그러면 더 오래 살 수 있고 사람도 더 착해져. 科器(과기) 문명의 종말을 사회가 깨닫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건 바로 다츠니키들이야.''
''아나스타시아. 그런지 아닌지는 지금 중요하지 않아. 당신은그것과 무슨 관련이 있는데? 당신은 그들에게 무슨 도움을 준다는 건데?''
그녀는 내 손을 잡아 풀밭으로 끌었다. 우리는 손바닥을 위로 향한 채 풀위에 누었다.
''눈 감고 긴장을 풀어. 내가 말하는 것을 머릿속에 想像해 봐. 너희들이 '다츠니키'라 부르는 사람 중 한 명을 내 빛으로 찾아서 遠隔(원격)으로 보여 줄게.''
얼마간 조용하더니 그녀는 낮은 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할머니가 젖은 헝겁을 펼치고 있어. 오이씨에 물기가 젖어들게 하는 거야. 씨앗이 너무 자라서 작은 싹들이 보여. 할머니가 씨앗을 하나 집었어. 난 이때 살짝 귀뜸을 하는거야. 씨앗을 그렇게 오래 담그면 안 돼요. 그러면 밭에 심을 때 싹이 썩기 쉬워요. 또 물도 식물이 營養(영양)섭취하기에 좋지않고요. 씨앗이 병이 나기 쉬워요.''
이 할머니는 自己 스스로 깨달았다고 생각할거야. 사실 부분적으론 그렇기도하고. 난 할머니가 깨닫도록 조금 도왔을 뿐이야. 이제 할머니는 다른 사람들한테도 자기 생각을 나누고 얘기해줄거야. 이런 방법으로 나는 사람들을 돕는거야.''
아나스타시아는 눈을 뜨고 일어났다. 설명이 이어졌다. 휴식, 사람과 사람 간의 相互작용, 식물과의 상호작용에 있을 수 있는 모든 가능한 상황을 그녀는 그려 본단다.
지구상의 모든 것, 풀 한 포기, 벌레 한 마리 모두가 다 사람을 위해 創造되었어. 그래서 사람에 奉仕하기 위한 과제와 목적을 갖고 있지. 수많은 藥草가 그 증거라고 할수 있지.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자기의 복을 위해 주어진 커다란 가능성을 거의 활용할 줄 몰라. 충분히 활용하기엔 너무나 知識이 짧아.
나는 아나스타시아에게 부탁했다.
''植物과 소통을 하면 무슨 이득이 있는지, 실제로 확인 가능한지 과학적 실험을 통해 증명할 수 있는지 말해줘.''
아나스타시아는 잠시 생각 후 갑자기 얼굴이 온통 환해지며 외쳤다.
''다츠니키. 내가 사랑하는 다츠니키! 이들이 모든 것을 증명하고 보여 주고 科學에 새로운 과제를 안길 거야. 우~와. 내가 전에 왜 몰랐을까? 왜 모르고 있었지?''
떠오론 發想에 그녀는 좋아서 어쩔 줄 모랐다. 하긴, 난 아나스타시아가 침울한 걸 본 적이 없다. 그녀는 뭔가에 집중하여 깊이 생각하는 때도 있었지만 주로 즐거운 모습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번엔 좀 달랐다. 그녀는 일어나 손뼉을 쳤다. 내가 보기엔 숲이 환해지고 움직이는 것 같았다. 나무 꼭대기 왕관이 속삭여 그녀에게 답하고, 새들이 지저귐이 和答하는 듯했다. 그녀는 춤추듯 빙빙 돌았다. 기쁨에 넘친 그녀는 다시 내 곁에 앉으며 말했다.
''이젠 믿게 될 거야! 내게 소중한 다츠니키들! 이들이 사람들 모두에게 설명하고 보여 줄 거야.''
나는 그녀가 하다만 얘기로 돌아오도록 꼬집어 말했다.
''꼭 그렇지는 않을걸. 당신의 말은 조그만 벌레도 사람을 위해서 創造되었다는 얘긴데 식탁에 기어 다니는 바퀴벌레를 끔찍이 싫어하는 사람들이 그걸 어떻게 믿겠어. 이들도 사람을 위해서 창조된 거야?''
''바퀴벌레는 지저분한 식탁에만 기어 다니며 사람 눈에 안 보이는 썩은 음식 찌꺼기를 모아 消化시켜서 무해한 찌꺼기를 은밀한 곳에 숨기거든. 근데 너무 많아지면 집에 개구리 한 마리만 들여놔 봐. 필요 이상의 것은 싹 사라질 거야.''
이어서 아나스타시아가 다츠니키들한테 한 번 보라고 권한 내용은 아마 植物學과는 안 맞을 거다. 텃밭에 여러 가지 식물을 심어서 기르는 통상적인 방법과는 더더욱 맞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주장이 너무나 대단하니 내 생각으로는 여건이 되는 사람은 전체 면적의 일부분에서라도 실험을 해보면 좋을 듯하다. 得이 되면 됐지 害는 전혀 없을 거다. 게다가, 그녀가 얘기한 여러 가지 내용이 이미 生物학자 N. M 프로호로프의 실험으로 확증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