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에 대한 중대한 誤解(오해)

- 韓國兒童의 思考能力 低下現象(저하현상)과 그 原因에 대한 考察(1971) 上

 

 

吳之湖(오지호, 화가)

 

 

1. 머리말 / 11

2. 한글專用敎育 25年의 成果 / 13

加減乘除(가감승제) 모르는 中學生

3. 문교당국의 誤解 / 14

1) 低能化(저능화) 원인 잘못 알고 있다

2) 학습시간량 외국 아동의 세 배

3) 저능화는 漢字 除去(제거) 결과

4. 韓國語의 性格 / 17

1) 固有語(고유어)와 漢字語 2) 文明과 文字와의 관계

3) 라틴어 안 버리는 영국인 4) 漢字語는 국어의 척추

5. 漢字語의 존재 비율 / 21

1) 國號(국호)부터 漢字語 2) 漢字語는 中國語라는 사상

6. 變質된 한글주의 / 24

1) 번개딸딸이式 思考 2) 言語는 자연도태 법칙하에 있다

3) 原始語와 文明語 4) 성난 動物(동물)의 몸부림

7. 漢字의 意味論的 特質 / 29

1) 象形文字의 성격 2) 文字 자체가 意味 자체

8. 東洋思想의 本源 / 31

9. 漢字의 音韻論的 特質 / 32

1) 중국어의 形態的 특징 2) 異義同音語

3) 漢字 즉 中國語 4) 異義同音字

10. 漢字 造語의 萬能性 / 37

1) 漢字는 1字가 1語 / 學術語의 번역

2) 漢字 機能의 完全性

11. 「센서스」라는 말의 來歷 / 40

1) 外國語 사용 않는 중국인

2) 二重文字(이중문자) 사용하는 韓國人의 행복

12. 漢字習得의 容易性 / 42

1) 3천字가 60만語

2) 音記漢字語(음기한자어) 暗記 不可能性

13. 漢字廢止論의 기본 이론 / 44

14. 異義同音語 / 46

1) 80%가 異義同音 2) 「可」는 말이고 「가」는 말이 아니다

3) 「사전」이라는 두 글자

4) 漢字 제거가 思考力(사고력) 제거

15. 중고등학생의 言語能力 / 51

1) 중학생의 言語能力 국교생과 같다

2) 音記漢字語(음기한자어)는 알 듯하다 만다

16.『수지류는 뭐예요?』라는 이야기 / 53

1) 할아버지도 모르는 말 2) 「수지류」를 「樹脂類」로 쓰면

3) 漆黑(칠흑)의 地獄(지옥)에서 光明天地(광명천지)로

17. 한글 大學生의 독서력 / 55

1) 書店(서점)대신 막걸리집 2) 性能力 없는 新郞

3) 迷信(미신)의 祭物(제물)이 된 한국 대학생

18. 中國과 日本의 漢字廢止 運動 / 59

1) 中國人의 錯覺(착각) 2)亡國論 용납 않은 日本 국민

19. 天涯無依의 문화적 孤兒 / 61

1) 自然에의 反逆(반역) 2) 漢字 消滅(소멸) 후에 오는 것

20. 結 論 / 63

1) 民族精神과 한글 2) 主體意識(주체의식)과 한글

3) 人類共榮(인류공영)과 한글 4) 爲政者에게 呼訴한다

 

 

1. 머리말

다섯 손가락을 꼽을 수 있을까 말까 하는 다만 몇 사람 한글主義者의 그릇된 愛國心이 禍가 되어 지금 이 時刻, 한 民族의 아들 딸들 모두가 일제히 멍청이가 되어가고 있다는 이 무서운 現實을 보다 못하여 나는 여기 또 다시 이 글을 草(초)하는 것이다.

이 小論(소론)은 「한글主義」라는 것이 왜 틀린 생각인가 함을 科學的方法으로써 實驗(실험)과 統計(통계)에 의하여 증명한 것이다.

 

그러나 이 글은 조금도 어렵거나 골치 아픈 것은 아니다. 眞理란 본시 어려운 물건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一切衆生(일체중생)이라면 좀 과장된 말이 되겠고, 어쨌든 漢字(한자)를 아는 사람이면 이 나라의 男女老少 누구를 막론하고 흥미 있게 읽을 수 있고 또 읽기만 하면 금방 그 자리에서 眞理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뜬소문인지는 모르되, 한글主義를 하면 돈이 생긴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筆者의 경우는 이와는 정반대다. 내가 이 책을 펴내는 것은 오직 하나 祖國과 겨레의 앞날을 걱정하는 一片丹心(일편단심)에서라는 것을 독자는 믿어도 좋을 것이다.

 

끝으로 이 책을 냄에 있어 처음부터 끝까지 내 정신적 支柱가 되어주신 一石 李熙昇(이희승)先生과 그리고 뜨거운 同志愛로써 많은 助言과 激勵를 주신 南廣祐(남광우)博士에게 마음속으로부터의 感謝를 드린다.

 

1971년 여름 8월 지은이 적음

 

 

2. 한글專用敎育 25年의 成果

加減乘除(가감승제) 모르는 中學生

K市(시)에서는 작년도 (1970년)부터 중학교 無試驗 진학제가 실시되었다. K市의 X중학교에서는 新학기초인 3월에 참고자료로 하기 위하여 추첨으로 입학한 신입생 10학급 6백명에 대하여 학력고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① 算術 四則(산술 사칙 - 가감승제)을 解하지 못하는 자 131명

② 國語를 解하지 못하는 자 (국어를 읽지 못하는 자와 읽어도 그 뜻을 모르는 자) 95명

③ 算數(산수)와 국어를 둘 다 解하지 못하는 자 51명

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중학교육이 완전히 불가능 한 자가 600명 중 175명이 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리고 이 중학교육이 불가능한 아동 175명은 발육상태가 대개 정상적이고 심한 정신박약아는 없었다고 한다. 이 학력고사는 X교가 독자적으로 施行한 것인데 그 결과의 발표가 감독 당국으로부터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여기서 그 이름을 밝히지 않거니와, X교는 低能兒(저능아)를 교육하는 특수학교가 아니고 K市에서도 유수한 중학의 하나이다.

또 재작년(1969년) 여름에 서울市 교육위원회가 서울시내 국민학교 4, 5, 6학년 35만명에 대하여 학력고사를 실시했는데 그 결과도 X교의 경우와 비슷한 것 같다. 그것이 숫자로 발표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 것은 알 수 없으나, 同위원회가 이 고사 결과를 다음과 같이 분석하고 있다.

 

① 아동들은 暗記式(암기식) 공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② 算數 과목이 5과목 중 최저의 성적을 나타내고 있다.

③ 아동들은 해석력, 작문력, 응용력, 계산력, 이해력, 실험관찰력, 공작력 등이 현저히 부족하다.

筆者의 조사에 의하면, 위와 같은 사실들은 K市나 서울市에 국한된 특수현상이 아니요, 모든 한국 아동에 공통된 현상이다. 즉 오늘날의 한국 아동은 해방 전의 아동에 비하여, 또 현재의 외국 아동에 비하여 추리력과 창의력, 한 마디로 말하여 思考能力(사고능력)이 거의 결여되고, 지극히 애매하고 초보적인 지식의 단편만을 암기하는 하나의 정신적 불구자가 되고 있는 것이다.

 

정상적 신체를 가진 아동이 6년간의 교육을 받고도 더하기, 빼기를 모르고, 제이름도 제대로 쓸 수 없다는 사실은 과거 인류의 敎育史(교육사)에 일찍이 없었던 일이요, 현재의 세계에 있어서도 한국을 빼놓고는 없는 일이다.

인류문명은 인간 정신의 推理力(추리력)과 創意力(창의력)에 의하여 생성되고 발달한다. 文明 生成(생성)의 이 원리에 비추어 볼 때 해방 이후 오늘에 이르는 國民敎育이 인간의 문화능력이 제거되고 다만 반복에 의한 동물적 순치의 결과밖에 가져오지 못하고 있다는 이 사실은 민족의 장래로 볼 때, 실로 그 興亡(흥망)에 관한 중대하고도 심각한 문제라 아니할 수 없다.

 

 

3. 문교당국의 誤解

1) 低能化 원인 잘못 알고 있다

6년을 배워도 원시인 그대로 남는다는 이 해괴한 사실에 대해 문교당국자나 일선 교육자나 학부형은 다같이 이를 인정하고, 또 이 문제의 중대성도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敎育評論」誌(1971년 4월호)는 「국교생 學力低下(학력저하)의 요인 진단」이라는 특집의 서두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그 중 국교생의 학력저하 현상은 그냥 넘길 수 없는 중대한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亡國敎育(망국교육)의 결과를 벗기 힘들 것 같다. 』그리고 『 이러한 우리의 病廢(병폐)를 각성하고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는 뜻에서 이번 특집을 마련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이 문제를 여러 가지 각도에서 검토한 교육관계자 여러 인사들의 다음과 같은 論文(논문)을 싣고 있다.

 

無試驗(무시험)진학과 학력저하, 교수의 信念과 학력저하, 새로운 교수법과 학력저하, 학생집단구성과 학력저하, 가정환경과 학력저하, 평가방법과 학력저하, 교수 자료와 학력저하.

 

이상의 의견들을 通觀(통관)할 때, 놀라운 것은 아동의 학력저하의 참된 원인을 포착 摘出(적출)한 논설은 하나도 발견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논자들은 다만 고차적인 교육론을 펼치기도 하고, 중학교 무시험 진학제에 그 허물을 돌리기도 하고, 교육기술 문제를 과학적으로 풀이하기도 하는 등 筆者가 볼 때, 문제의 핵심과는 거리가 먼 외곽 지대에서 맴돌고 있을 뿐이다. 筆者가 일선교사를 상대로 한 조사에 의하면, 그들 대다수가 학력저하의 가장 큰 원인은 무시험 입학제에 있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그래서 문교당국은 문교당국대로 교육과정의 전면 개편, 혹은 교육시간의 연장 등을 검토하고 있고, 교육당사자는 또 그들대로 교육기술이나 교육자료의 개선 등에 부심하고 있고, 학부형은 학부형대로 소위 「과외공부」라는 것을 아동들에게 강제함으로써 그들의 저능화 현상을 막아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2) 학습시간량 외국 아동의 세 배

그렇다면, 한국 아동의 저능화 현상은 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선생들은 잘 가르치지를 못하고, 아동들은 공부를 잘하지 않는 데에 기인하는 결과일 것인가.

그렇지 않다. 해방 후 우리나라의 학교 교육은 선진한 미국의 교육체제와 교육기술을 도입함으로써 적어도 그 外觀(외관)에 있어서는, 필자의 小學 시절에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과학화되었다. 한편, 아동이 공부하는 시간은 필자의 小學 시절의 세 배 이상이 되는 것이요, 현재의 미국이나 일본 아동의 역시, 세 배 이상이 되고 있다. 말하자면 교사는 이 이상 더 잘할 수 없을 만큼 잘 가르치고 있고, 아동은 인간의 체력으로는 이 이상 더 많이 할 수 없을 만큼 죽도록 공부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저능화 현상의 原因(원인)은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은, 그러한 외부적, 환경적인 곳에 있지 않는 것이 확실하다. 그러면, 그 진실한 原因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3) 저능화는 漢字 除去(제거) 결과

그 원인은 단순하다. 그러나 그것은 절대적이다. 그 원인은 한마디로 말하면, 해방 후의 학교교육에서 「漢字」를 제거하였다는 데에 있다. 한자를 제거함으로써 아동들로부터 言語能力(언어능력)을 박탈하였다. 그들이 언어능력이 없다는 것, 이것이 아동들의 思考能力(사고능력) 저하의 절대적 원인이다.

 

日本語는 그 문법적 구조가 韓國語(한국어)와 완전히 동일하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와 같이 옛날로부터 한자와 한자어를 사용하고 있다. 명예로운 일은 못 되지마는, 해방 전의 한국 아동들은 그들과 같이 생활하였고 그들과 같은 語文(어문)으로 교육받았다. 그때의 한국 아동은 일반적으로 일본 아동에 비하여 知能(지능)이 우수하였다. 이 사실은 그때의 일본인도 인정하였고 필자 자신의 경험으로도 또한 그러하다.

 

敗戰(패전)후도 일본 아동들은 옛날과 같은 語文 - 한자와 한자어가 섞인 - 으로 교육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지능은 패전전보다도 현저한 향상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日本人들도 敗戰(패전)후 국민교육에 있어 미국식 제도와 기술을 많이 본받고 있다. 그런 까닭으로 해방 후의 한국 아동이 그들과 다른 것은 「漢字」를 모른다는 것 뿐이요, 그 밖의 여건은 그들과 비등하다. 그런데 한국 아동의 지능은 일본 아동과는 정반대로, 향상이 아닌 原始化(원시화)의 계곡으로 굴러떨어져 가고 있다. 이 원인은 오직 하나, 그들이 漢字를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면 한자와 한자어를 사용하는 나라에 있어 「漢字」를 제거하면 왜, 아동들로부터 言語能力(언어능력)이 제거되고, 언어능력이 제거되면 왜 思考能力(사고능력)의 발달이 정지되고 그 결과, 교육효과를 거둘 수 없게 되는가. 그 이치를 규명하는 것이 이 小論의 목적이다.

 

 

4. 韓國語의 性格

1) 固有語(고유어)와 漢字語

내가 보는 바로는, 한글학자는 말할 것도 없고 우리나라의 국어학자나 국문학자의 대다수가 우리 國語의 성격에 대하여 하나의 중대한 오해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한자와 한자어는 우리 것이 아니고 남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상이 그것이다.

국어에서 한자를 全廢(전폐)하고 한자어를 驅逐(구축)한다는 행동은 이 오해에 뿌리박은 것이다. 그런 까닭으로 나는 우선, 우리 국어, 즉 韓國語의 성격을 정확하게 규정하는 일로부터 내 고찰을 시작하려고 한다.

 

현재 韓民族(한민족)이 사용하고 있는 韓國語는 중국어나 유럽어 등과는 다른 특수한 성질을 가졌다. 즉, 우리 국어는 表音文字(표음문자)로 표시 될 수 있는 고유어와 또 表意文字(표의문자)로 표현할 수 있는 한자어라는 異質(이질)의 두 가지 종류의 언어로 조성되어 있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다시 말하면, 한글이 아니면 완전 표기가 불가능한 고유어와 한자가 없으면 그 존재 자체가 불가능한 한자어라고 하는, 성질이 서로 다른 두 가지 언어가 하나로 융합됨으로써 국어가 형성되어 있다. 이것이 同質(동질)의 언어로만 구성되어 있는 중국어나 유럽어 등과 相異(상이)한 「韓國語」의 성격이다.

 

한 종족의 언어가 異質의 두 가지 언어로 조성되어 있는 것은 中國을 제외한 한자를 사용하는 동남아시아의 여러 종족에 공통된 현상이다. 또 이와는 반대로, 한자를 사용하지 않는 종족의 언어에는 없는 일이다. 그러면 우리 국어는 어째서 이와 같은 특수한 성격을 갖게 되었는가. 다시 말하면, 왜 異質의 두 가지 언어로 국어가 형성되었는가.

 

2) 文明과 文字와의 관계

중국으로부터 漢字가 수입되기 이전까지는 우리의 고대문화는 아직도 얕은 단계에 있었다. 언어의 고급한 발달은 문자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요, 또 보다 고급한 사상의 발달은 보다 완전한 언어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와 같이 言語와 思想(사상)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문화가 사상의 표현이라면 문자가 없는 문화가 낮은 단계에 머무르게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 까닭으로 記錄(기록) 수단을 갖지 못한 우리 고유어가 原始의 域(역)을 벗어날 수 없었고, 따라서 우리의 古代文化(고대문화)가 얕은 단계에 있었으리라는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일이다. 이러한 情況(정황)하에서 우리 조상들은 한 걸음 앞서 높은 文明을 갖게 된 중국으로부터 中國文字를 도입하게 된 것이다. 이는 같은 물건이면 새로 발명하는 것보다 기왕에 발명된 것을 사용하는 것이 노력이 적게 들고 효과가 많은 것이라는 經濟法則(경제법칙)의 당연한 결과이다.

 

이러한 經緯(경위)로 우리 국어는 異質의 두 가지 언어로 형성되게 되었고 또 이러한 성격으로 발달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즉, 고유어와 한자어가 합쳐서 하나가 된 것, 이것이 영어도 아니요, 아라비아어도 아니요, 에스키모어도 아니요, 중국어도 아니요, 일본어도 아닌 「한국어」인 것이다.

 

3) 라틴어 안 버리는 영국인

한글주의자는 우리 조상들이 중국에서 한자를 수입한 것을 마치 무슨 罪惡(죄악)이나 범한 것처럼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文化라는 것은 물과 같아서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가는 것이라는 문화법칙에 대한 無知에서 오는 하나의 착각이다.

영국인이나 독일인, 또는 프랑스인이나 러시아인들은 그들 자신의 文字를 만든 일이 없고, 그들은 이집트에 淵源(연원)하고 그리스인과 로마인에 의하여 완성된 「알파벳」 문자를 공통으로 사용하고 있다.

 

거듭 말하거니와, 우리말은 고유어와 한자어가 합쳐서 一切(일체)가 된 것이다. 그런 까닭으로 국어에 있어서의 한자어는 외국어가 아니고 국어인 것이다. 이는 마치 英語가 영국의 고유어인 앵글로․색슨어와 외래어인 라틴어가 합쳐서 한 개의 국어, 「잉글리쉬」를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과 같다.

하나의 國語에 있어서 어떤 말이 본래 있던 것이고 어떤 말이 外方(외방)에서 들어온 말인가를 가려내는 것은 언어학자의 연구에만 필요한 것이요, 그 밖의 경우에는 완전히 무의미한 일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말은 한자와 한자어를 받아들임으로써 비로소 원시어의 단계를 벗어나 文明語(문명어)로의 진화가 가능하였던 것이다. 영어나 독일어가 라틴어를 받아들임으로써 문명어가 된 것과 같다.

 

4) 漢字語는 국어의 척추

국어에 있어서 고유어와 한자어와의 관계는 척추동물에 있어서의 근육과 골격과의 관계와 같다. 근육은 주성분이 유기물질이요, 골격은 주성분이 무기물질이다. 이 성질이 서로 다른 두 가지 물질이 합함으로써 보다 완전한 생명체가 된 것이 척추동물이다. 우리말은 漢字語라는 골격을 얻음으로써 연체동물로부터 척추동물로 진화하였다. 그런 까닭으로, 우리말에서 漢字語를 제거하자는 말은 우리 몸에서 척추를 제거하자는 말과 같다.

 

무릇 인접한 지역의 相異한 語族(어족)은 서로가 영향을 주고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낙후된 언어는 선진한 언어의 영향을 보다 많이 받는다. 이것이 言語進化(언어진화)의 법칙이다. 한글주의자는 이와 같이 단순하고도 초보적인 언어진화의 自然法(자연법)에 대하여 완전히 無知하였다. 그래서 그들은 한자어는 중국에서 온 것, 그런 까닭으로 그것은 남의 것, 또 그런 까닭으로 그것은 기필코 우리말에서 제거되어야 한다는 어처구니없이 幼稚(유치)하고 劣等(열등)한 생각을 갖게 된 것이다. 이는 마치 영국인이 라틴어는 로마에서 온 것, 그런 까닭으로 그것은 남의 것, 또 그런 까닭으로 그것은 마땅히 영어에서 제거되어야 한다는 말과 같다. 그러나, 영국인은 우리나라의 한글주의자와 같이 어리석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알파벳 폐지 운동을 편 일도 없고, 라틴어 말살 운동을 벌인 일도 없다.

 

漢字와 漢字語가 남의 것이라고 하는 생각을 한글주의자의 머리 속으로부터 뿌리째 뽑아버리기 위하여 여기서 다시 한번 명확히 말하려고 한다.

알파벳이 그리스의 國字인 동시에 白人 전체의 國字인 것과 같이 漢字는 중국의 國字인 동시에 黃人(황인)전체의 國字요, 라틴어가 로마의 국어인 동시에 백인 전체의 국어인 것과 같이 한자어는 중국의 국어인 동시에 황인 전체의 국어이다. 다시 바꿔 말하면, 漢字는 십억 황인의 국제문자요, 漢字語는 십억 황인의 국제어이다.

 

 

5. 漢字語의 존재 비율

1) 國號(국호)부터 漢字語

그러면 우리 국어 안에 한자 어휘는 얼마만큼의 비율로 존재하는가. 독자의 이해를 빠르게 하기 위하여 우선 실례를 몇 가지 들자.

<例 ①> 大韓民國(대한민국) 憲法(헌법) 제1장은 다음과 같이 되어 있다.

제1조 ① 大韓民國은 民主共和國(민주공화국)이다.

② 大韓民國의 主權(주권)은 國民 (국민)에게 있고, 모든 權力(권력)은 國民으로부터 나온다.

제2조 大韓民國의 國民의 要件(요건)은 法律(법률)로 定(정)한다.

제3조 大韓民國의 領土(영토)는 韓半島(한반도)와 附屬島嶼(부속도서)로 한다.

이상을 고유어와 한자어로 분리하면 다음과 같다.

 

<固有語> (제1조) 제1조 ①은, 이다. ②의, 은, 에게, 있고, 모든, 은, 으로, 부터, 나온다.

(제2조) 의, 의, 은, 로, 한다.

(제3조) 의, 는, 와, 로, 한다.

<한자어> (제1조) ① 大韓民國, 民主共和國 ② 大韓民國, 主權, 國民, 權力, 國民

(제2조) 大韓民國, 國民, 要件, 法律, 定.

(제3조) 大韓民國, 領土, 韓半島, 附屬, 島嶼.

<例 ②> 신문광고에 나온 某(모)회사의 대차대조표는 다음과 같다.

<例 ③> 전화번호부의 첫 장에 나오는 靑瓦臺(청와대)의 전화설치 장소의 명칭은 다음과 같다.

<例 ④> 전화번호부의 「전화이용 안내」에 있는 종목별 명칭을 몇 개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例] ③

[例] ④

행정부

〔청와대〕

비서실장실

특별보좌관실

총무수석 비서관실

경제수석 비서관실

의전수석 비서관실

정무수석 비서관실

민정수석 비서관실

공보수석 비서관실

외자관리 수석비서관실

당직실

기자실

전화이용안내

전환식

직결식

공동접속식

전령장치

발착신분리장치

전용설비

급지별요금

배달일시지정전보

일시철거청구

가입승계신고

개인신고

상호변경신고

이용종별변경통지

수동즉시시외통화

 

위의 <例 ①>은 한자어에 「토」가 달렸을 뿐이다.

<例 ②>는 「받을 어음」이라는 고유어 한 개를 빼놓고는 전부가 한자어다.

<例 ③>과 <例 ④>의 전화부 기재사항은 완전히 한자어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것은 책표지의 「전화번호부」라는 것으로부터 6백82항에 달하는 그 내용은 아라비아 숫자를 빼놓고는, 그 전부가 한자와 한자어에서 나온 말로 되어 있다.

 

2) 漢字語는 中國語라는 사상

한글주의자의 거룩한 애국사상에 의하면, 고유어만이 우리말이고 한자어는 외국어라고 한다. 이 논법으로 하면, 우리나라의 國號(국호)는 외국어로 되어 있고, 憲法(헌법)도 외국어로 만들었고, 은행이나 사회에서는 장부를 완전히 외국어로 기록하고 있고, 전화번호부는 관청, 회사의 명칭은 말할 것도 없고, 개인의 성명까지도 외국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하는 말이 된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일상의 談話(담화)에 있어서도 대부분 외국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

 

독자에게 묻노니, 우리는 우리 國語에 대하여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옳을 것인가. 우리가 현재 문서나 담화에서 사용하고 있는 말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그 90%이상이 漢字語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현재 우리 국어는 한자어에 「토」를 달아가지고 성립된 언어다. 그래서 우리 국어는 한자어가 섞여 있을 뿐만 아니라, 실상인즉 漢字語가 국어의 主軸(주축)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이는 마치 英語에 있어 라틴어계 언어가 영어의 7분의 5를 차지하고 있어, 라틴어계 언어가 영어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과 같다. 그런 까닭으로, 우리 국어에서 한자어를 없애자는 말은 곧 國語를 없애자는 말이다. 만일, 우리 국어에서 한자어를 제거하면 고유어 몇 개가 남을 뿐인데, 이 몇 개의 원시어를 가지고는 문명이라는 것은 처음부터 생각조차도 할 수 없는 것이다.

 

필리핀이나 인도 등에는 물론, 그들 자신의 言語가 있다. 그러나 그것은 原始語이고 그들은 文明語를 갖지 못하였다. 그런 까닭으로, 그들은 유럽의 근대문명을 수입하는 데 있어 유럽서적의 번역은 처음부터 엄두도 내지 못하였다. 그래서 그들은 유럽의 서적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고 대학에서는 순전한 영어로 강의를 하고 있다. 만일 우리말에서 漢字語를 없애면 남은 고유어만으로는 유럽의 학술서적은 단 일 페이지의 번역도 불가능한 것이다.

한글專用(전용) 즉 한자 全廢라는 생각은 지금까지 보아온 바와 같은 우리 국어의 본질에 대한 완전 無知가 빚어낸 하나의 착각이다.

 

 

6. 變質된 한글주의

1) 번개딸딸이式 思考

우리나라에 있어 한글專用(전용)이라는 妄想(망상) 발생한 초기에는 그 방법으로서 改語主議(개어주의)에 의한 점진론이었다. 즉, 한자어를 하나씩 둘씩 고유어로 고쳐 만듦으로써 한자어를 조금씩 없애간다는 말이다.

예를 들면, 「電話」(전화)를 「번개딸딸이」, 「動物」(동물)을 「옮살이」, 「副詞」(부사)를 「어찌씨」, 「資格」(자격)을 「감목」등의 식으로 改語를 시작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한글학자들이 과거 오십여년을 두고 그들의 있는 지혜를 몽땅 짜내보았으나 그들은 단 한 개의 한자어도 고유어로 바꿔놓지 못하였다. 실제에 있어, 그들은 그동안 상당수의 한자어를 고유어로 바꿨다. 다시 例(예)를 들면 「內容」(내용)을 「속살」, 「構成」(구성)을 「얼거리」, 「團體生活」(단체생활)을 「모듬살이」, 「胃」(위)를 「밥통」 등으로 고쳤다. 그러나 지금 이것들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고급하고 다양한 개념을 갖는 漢字語를 단순하고 원시적 개념밖에 표시할 수 없는 고유어로 바꿔놓은 것이기 때문에 이런 것으로는 고급하고 복잡한 사상 내용의 표현은 불가능한 것이다. 그런 까닭으로, 그들이 신발명한 이와 같은 愛國愛族語(애국애족어)나 主體意識語(주체의식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발명자 자신 이외에는 단 한 사람도 없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볼 때, 그들은 단 한 개의 한자어도 고유어로 바꿔놓지 못한 것이다.

 

이는 당연한 귀결이다. 無限多(무한다)한 漢字語彙(한자어휘)에 비하여 고유語彙의 수효는 몇 개 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하나 예를 들자. 한글학자들은 수학용어로 「三角形」(삼각형)을 「세모꼴」, 「梯形」(제형)을 「사다리꼴」, 「累乘」을 「거듭제곱」 등으로 고쳐놓고 무척 대견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 데 그러면, 代數(대수), 幾何(기하), 微分(미분), 積分(적분), 因數(인수), 函數(함수), 陰數(음수), 陽數(양수), 變數(변수), 方程式(방정식), 恒等式(항등식) 不等式(부등식) 등 수백의 수학용어는 무엇이라고 고치겠는가. 또 六法全書(육법전서)에 있는 수천 개의 法律用語(법률용어)는 무엇이라 고치고, 의학서적에 있는 수천개의 學術用語(학술용어)는 무엇이라고 고치겠는가. 고유어에는 數學의 기본이 되는 數(수)라는 말이 없다. 세는 수의 이름도 하나에서 열까지와 스물, 서른, 마흔, 쉰, 예순, 일흔, 여든, 아흔의 18개의 어휘가 있을 뿐이요, 百(백), 千(천), 萬(만), 億(억), 兆(조), 京(경) 등 전부가 漢字語다.

 

2) 言語는 자연도태 법칙하에 있다

한글학자들은 주장한다. 옛날에는 고유어도 많은 어휘가 있었는데 그 가운데 많은 것들이 漢字語에 밀려나서 소멸한 것이라고. 물론 이 생각 자체는 틀린 말이 아니다. 漢字 수입 이후, 사실상 많은 고유어휘가 한자어휘로 바꿔졌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된 原因을 잘못 알고 있다. 실은 漢字語가 고유어에 대신하게 된 것은 愛國思想(애국사상)이 부족하거나, 事大思想(사대사상)이 철저하여 그렇게 된 것이 아니요, 한자어가 고유어보다 그 의미가 정확하여 사상 표현에 보다 편리한 언어이기 때문에 저절로 그렇게 된 것이요, 누가 法律로 명령한 것은 아니다. 즉, 이는 自然淘汰(자연도태)의 결과인 것이다.

 

한글주의자는 소위, 「우리말 도로 찾기」니 혹은 「우리말 갈고 닦기」니 하는 애국적 말을 하고 있는데, 위에서 본 바의 경위로 우리말은 지금 현재, 도로 찾을 것도 없고, 갈고 닦을 것도 없는 것이다. 그 증거를 또 하나들자. 한글학자가 해방 후 25년간에 「우리말 도로 찾기」와 「갈고 닦기」에 성공한 것은 필자가 알기로는, 일본어인 「벤또」를 「도시락」으로 고쳤고, 역시, 일본인이 만든 한자어인 「手形」(수형)을 「어음」으로 고쳤고, 「貢獻」을 「이바지」로, 「展望」(전망)을 「내다본다」로, 「解釋」을 「풀이」로 하게 하였다. 즉, 25년간에 5개의 단어를 도로 찾고 갈고 닦았을 뿐이다. 말하자면, 5년에 단어 한 개꼴의 되찾기와 갈고 닦기를 한 셈이 된다. 그러니까 가령, 1천개의 漢字語를 고유어로 되찾고 갈고 닦으려면 5천년이 걸릴 것이요, 1만개의 漢字語를 고유어로 되찾고 갈고 닦으려면 5만년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3) 原始語와 文明語

그러면, 고유어의 어휘는 왜 수효가 그렇게 적은 것인가.

元始語(원시어)의 특징은 감각적 사물에 관한 어휘만 있고, 정신적․추상적 事象(사상)에 관한 어휘가 없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우리 고유어를 살펴볼 때, 그 대부분이 視覺的(시각적)사물에 관한 명사와 동사 및 형용사가 있고, 여기에 聽覺的(청각적), 臭覺的(취각적), 味覺的(미각적), 觸覺的(촉각적) 사건에 관한 형용사와 감정표현에 관한 어휘가 소량 있을 뿐이다.

 

例를 들면, [天地自然](천지자연) 하늘, 해, 달, 별, 땅, 흙, 메, 섬, 바위, 돌, 모래, 물, 바다, 내, 개울, 시내, 구름, 안개, 김, 비, 얼음, 눈, 바람, 번개

[動植物](동식물) 두더지, 너구리, 여우, 쌀가지, 고양이, 개, 돼지, 새, 닭, 꿩, 꾀꼬리, 기러기, 오리, 황새, 올빼미, 고래, 삼치, 가오리, 나무, 풀, 잎, 대, 뿌리, 가지, 열매, 꽃, 꽃시울, 씨 등

[人體](인체) 사람, 머리, 머리카락, 낯, 눈, 코, 입, 귀, 목, 배, 배꼽, 등, 가슴, 허리, 엉덩이, 불두덩, 팔, 손, 다리, 발, 정강이, 장딴지, 허벅지, 밥통, 창자, 허파, 염통, 콩팥, 지레, 쓸개, 오줌깨, 뼈, 갈비, 피

 

[人稱](인칭) 사내, 계집, 새끼, 아비, 어미, 할아비, 할미, 아들, 딸, 언니, 아우, 오빠, 누나, 아내, 지아비, 스승, 벗, 샛사내

[住居](주거) 집, 지붕, 기둥, 추녀, 도리, 서까래, 부엌, 아궁이, 실겅,

[衣服](의복) 저고리, 적삼, 바지, 중우, 두루마기, 소꼿, 단소꼿, 치마

[食品](식품) 밥, 떡, 국, 미음, 김치, 깍두기, 술, 엿

[器具](기구) 솥, 냄비, 그릇, 질그릇, 항아리, 오가리, 소라, 동이, 뚝배기, 종재기, 깍정, 접시, 숟가락, 젓가락, 앞eke이, 뒤지, 연장, 괭이, 소시랑, 갈퀴, 쟁기, 써레, 지게, 칼, 끌, 송곳, 까뀌, 대패, 톱, 활, 화살, 도롱태, 달구지 등의 名詞(명사).

 

가다, 오다, 걷다, 기다, 날다, 뛰다, 헤엄치다, 돌다, 앉다, 서다, 보다, 듣다, 지껄이다, 맡다, 먹다, 뱉다, 마시다, 씹다, 물다, 꾸부리다, 펴다, 타다, 내리다, 싣다, 부디치다, 자빠지다, 너머지다, 하다, 박다, 빼다, 넣다, 수시다, 뚫다, 찌르다, 물다, 뜯다, 긁다, 할퀴다, 싸다, 쌓다, 누다, 꾸다, 누르다, 밟다, 배다, 낳다, 베다, 막다, 트다, 까다, 붙이다, 떼다, 헐다, 태우다, 찟다, 째다, 파다, 묻다, 메우다, 만들다, 부시다, 깨다, 닥다, 갈다, 쓸다, 치우다, 들다, 놓다, 쫓다, 잡다, 터지다, 돋구다 등의 動詞(동사)

크다, 작다, 높다, 얕다, 깊다, 길다, 짧다, 넓다, 좁다, 가늘다, 퉁겁다, 뾰족하다, 날카롭다, 무디다, 밝다, 어둡다, 침침하다, 환하다, 빠르다, 느리다 등의 形容詞(형용사)

바시락 바시락, 쪼룩쪼룩, 철석철석, 질컥질컥, 출렁출렁 등의 聽覺的(청각적) 의성어.

 

살짝살짝, 살금살금, 성큼성큼, 훌떡훌떡, 너울너울, 벌렁벌렁 등의 시각적 의태어. 구리다, 고소하다 등의 臭覺的(취각적) 형용사. 쓰다, 달다, 맵다, 짜다, 싱겁다, 시다 등의 味覺的(미각적)형용사.

부드럽다, 매끈하다, 미끄럽다, 꺼끄럽다, 단단하다, 물렁하다, 따뜻하다, 뜨겁다, 덥다, 차다, 시원하다, 애리다, 쓰리다 등의 觸覺的(촉각적) 형용사 등의 일차어에 그쳐 있다.

정신적 事象에 관한 어휘로는 마음, 넋, 얼, 슬기, 뜻, 사랑 등의 명사. 어리석다, 미련하다, 어질다, 사납다, 예쁘다, 밉다, 불쌍하다, 좋다, 나쁘다 등의 형용사. 기쁘다, 즐겁다, 슬프다, 서럽다, 무섭다, 골나다, 부끄럽다 등 감정표현의 형용사.

 

곧, 꼭, 몹시, 무척, 반드시, 꽤 등의 부사.

언제, 어디, 무엇, 왜 등의 의문사가 소량 있고,

완전 추상명사로는 때, 곳, 보람, 자랑 몇 개가 있을 뿐이요,

언어와 문자에 관하 어휘로는 말, 글, 글씨의 3개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고급한 정신적 事象과 추상적 事物(사물)에 관한 어휘, 즉 倫理(윤리), 道德(도덕), 哲學的(철학적), 藝術的(예술적), 科學的(과학적) 事象에 관한 文明語彙(문명어휘)는 全無(전무)하다.

이상이 우리 고유어의 실상이다. 한글학자들이 「改語主義」(개어주의)라는 것으로 漢字語를 고유어로 바꿔놓으려고 하는 사업은 그 뜻은 가상한 일이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한 것은 그들의 노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요, 그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던 것이다. 그들의 계획과 행동은 뱁새가 황새 걸음 흉내를 내려고 하는 것과도 같은, 제 분수를 모르는 어리석은 일이었다.

 

4) 성난 動物의 몸부림

그래서 한글주의자들은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막다른 벽에 부딪치고 말았다. 여기서 그들은 성난 동물처럼 하나의 무서운 억지를 강행하기로 결정하였다. 즉 漢字語를 그 발음만을 한글로 옮겨 쓴다는 것이 그것이다. 이렇게 라도 하여 漢字만은 기필코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과 漢字와는 어떻게 하여 그렇게도 徹天(철천)의 원수가 되었는지는 모르되, 이렇게 하여 한글주의 초기의 改語主義는 發音盜用主義(발음도용주의)로 변질 추락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이 명분을 말하되, 漢字語는 이미 우리말이 되어있으니 그 「音」(음)만을 한글로 적으면 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大韓民國은 民主共和國이다」라고 쓰면 그것은 중국어이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쓰면 그것은 한국어가 된다는 말이다.

 

이렇게 하여 그들은 국민학교로부터 고등학교에 이르는 모든 교과서에서 漢字를 완전히 없애고 모든 漢字語를 그 발음만을 한글로 표기하여 놓았다.

그러나, 漢字語는 漢字를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는 言語다. 만일, 漢字語가 漢字를 떠나면 그것은 非言語(비언어)로 化(화)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漢字語가 국어가 된 나라에 있어서의 漢字 폐지 불가능의 근본 이유요, 中國과 日本에 있어서 漢字廢止論(한자폐지론)이 완전히 廢棄(폐기)된 근본 이유이다.

그러면 漢字語를 音記하면 왜 非言語로 化하는가. 그 까닭을 밝히는 것이 이 小論의 구체적 내용이다.

 

 

7. 漢字의 意味論的 特質

1) 象形文字의 성격

인류가 발명한 모든 문자는 象形으로부터 시작되었다. 象形文字(상형문자)는 可視的(가시적) 사물을 寫生(사생)한 하나의 圖形(도형)이다. 그런 까닭으로, 그 도형은 도형 자체가 사물의 의미를 직접적으로 표현한다. 그래서 도형과 도형이 갖는 사물의 의미와는 불가분의 表裏(표리)의 관계에 있다. 바꾸어 말하면 도형 자체가 의미 자체인 것이다.

그런 까닭으로 象形文字는 실지의 사물을 보는 것처럼, 思考의 과정을 밟지 않고, 즉, 청각을 통하지 않고, 언어와는 관계 없이 그 도형을 봄과 동시에 그 의미를 直覺(직각)한다. 그래서 그것은 그 의미의 直接性(직접성)에서 오는 表意(표의)의 정확성과 그 의미 인식의 시간적 迅速性(신속성)에 있어 문자로서 인류가 바랄 수 있는 최고 이상을 구현한 문자라 할 것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것은 그 표현이 可視的 사물에 한정되어 있고 不가시적 사물을 표현할 수 없다. 이것이 象形文字의 치명적 결함이다. 이 결함 때문에 중국인을 제외한 모든 종족은 드디어 그들이 발명한 상형문자를 버리고 언어를 기호화한 「表音文字」로 바꿨다.

그런데, 여기 오직 하나 중국인만이 상형문자 본래의 성격, 즉 「表意性」(표의성)을 그대로 계승 진화시켜서 드디어 「漢字」라는 「表意文字」를 창조하였다.

 

그 형태에 있어 상형문자를 具象的(구상적) 표의문자라고 한다면 한자는 抽象的(추상적)표의문자라 할 것이다. 중국인은 상형문자의 구상적 방법을 추상적 방법으로 바꿈으로써 언어를 통하지 않고 문자 자체로써 不可視的 사물을 완전히 표현할 수 있다는 놀라운 사업에 성공한 것이다. 그들은 「不可能」(불가능)을 「可能」으로 만들었다. 이는 확실히 인류 叡智(예지)의 위대한 승리의 하나이다.

漢字는 이와 같이 문자의 원시형태인 「表意」의 성격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가장 고도한 文明文字(문명문자)로 진화한 문자이다. 이것이 인류가 가진 다른 모든 문자와 다른 漢字의 특질이요 성격이다.

 

2) 文字 자체가 意味 자체

표음문자는 사물의 의미와 인식과의 사이에 놓여진 하나의 교량인 데 대하여 漢字는 상형문자와 同樣(동양)으로 문자 자체가 의미 자체다. 그런 까닭으로 漢字를 보는 것은 바로 사물 자체를 보는 것과 같은 인식효과를 가져온다. 그 결과, 漢字에 의한 사물의 의미 인식은 가장 정확하고 不變하고 또 가장 신속하다. 表音文字는 언어의 발음을 記號化(기호화)한 물건이다. 그런 까닭으로 그 문자 자체나 그것이 나타내는 音(음) 자체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요, 몇 개의 音節(음절)이 모여 한 개의 단어를 형성함으로써 비로소 의미를 표현한다. 그래서 표음문자를 통하여 사물의 의미를 인식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다음 두 개의 단계를 거쳐서 이루어지고, 특히 한글의 경우에는 이보다도 한 개의 절차를 더 거치게 된다.

 

1. 우리는 文字를 보아 가지고 머리 안에서 그것을 「音」으로 환산한다.

2. 音으로 환산된 몇 개의 音節을 머리 안에서 다시 연락하여 한 개의 言語를 구성한다.

3. 이 언어들 중에서 다시 異義同音語(이의동음어)를 판별한다.

이와 같은 절차를 밟고서 비로소 그 언어와 문장의 뜻을 해득하게 된다.

 

漢字는 보는 순간에 사물의 의미를 直覺한다는 것과 비교할 때 이는 지극히 원시적이고 비능률적인 작업이라 할 것이다. 순한글 문장과 한자혼용 문장과의 독해 속도의 차이는 音波(음파)와 光波(광파)의 속도차에 비유하여도 틀림이 없을 것이다.

한글주의자는, 순한글 문장을 읽는데 시간이 걸리고 더딘 것은 漢字를 아는 사람의 습관에서 오는 현상이요, 한글 밖에 모르는 아동들은 그것을 빨리 읽는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그들의 사상이 얼마나 유치하고 어리석은 생각인가는 독자에게는 이미 다시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8. 東洋思想의 本源

漢字는 그것 자체가 의미를 가짐으로서 그것은 벌써 단순한 기호가 아닌, 知的요소와 情的 요소를 동시에 具有(구유)하는 하나의 생명체가 되었다. 그것은 文字 하나하나에 따로따로 哲學(철학)이 들어 있고, 詩가 들어 있고, 체온을 느낄 수 있고, 체취를 느낄 수 있다. 「漢字는 씹으면 씹을수록 맛이 난다」는 까닭은 여기 있다. 그 속에는 우주의 事理와 인간의 情念(정념)이 동시에 들어 있기 때문에 씹으면 씹을수록 맛이 나는 것이다.

동양사상의 深奧性(심오성)과 幽玄性(유현성), 즉 知로 解하는 것이 아니요, 覺으로 悟(오)하는 4차원의 세계는 실로 漢字가 갖는 이 위대한 기능의 소산이다.

 

白人의 물질문명은 이제 그 극한에 도달하였다. 이 이상 그들은 다시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다. 인류문명이 앞으로 나갈 수 있고 또 나아가야 하는 곳은 오직 하나, 정신의 세계가 있을 뿐이다. 여기서 말하는 精神의 세계란 물질의 세계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요, 이 물질의 세계를 밑바닥으로 하고 그 위에 인류 叡智(예지)의 꽃을 피우는 세계를 뜻한다. 그래서 이것을 깨달은 白人들은 지금 동양의 思想과 哲學에 그 돌파구를 찾고 있는 것이다.

 

 

9. 漢字의 音韻論的 特質

1) 중국어의 形態的 특징

漢字는 중국어를 기록하는 문자다. 그런 까닭으로 한자의 특질은 곧 中國語의 특질에 연결되어 있다. 中國語가 다른 어떤 종족의 언어와도 다른 특질은 그것이 「單音節語」(단음절어)라는 데에 있다. 즉, 한 개의 의미를 표현하는 데 한 개의 音節로 한다. 例를 들면, 「이」(一), 「얼」(二), 「쌍」(三), 「스」(四) 등, 혹은 「동」(東), 「시」(西), 「낭」(南), 「베이」(北) 등과 같다. 이것은 名詞의 경우이거니와, 動詞나 形容詞 등 언어의 전부가 단음절어이다. 즉 「취」(去), 「래」(來), 「조우」(走), 「피」(飛) 등의 동사나 「밍」(明), 「안」(暗), 「한」(寒), 「노안」 (暖) 등의 형용사가 다 그러하다. 그래서 중국어는 단음절의 단어로 대화가 성립한다. 例를 들면, 「띠이 조우 워 다」(敵走我打), 「쇼 촹 도어 밍」(小窓多明) 등과 같다.

 

중국어에도 물론 複音節語(복음절어)가 많이 있다. 복합개념을 갖는 단어는 원칙적으로 두 음절로 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 고유어나 「유럽어」등에 있어서의 복음절어와는 그 성질을 달리한다. 중국어 이외의 복음절어는 그 음절 개개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고, 그것들이 연결됨으로써 하나의 의미를 표현하게 된다. 例를 들면, 「사내」, 「계집」, 「올빼미」, 「호랑이」등이나 「flower」, 「umbrella」, 「smooth」, 「conception」등에 있어 그 개개의 音節에는 의미가 없다.

 

여기에 대하여 중국어의 複音節語는 그 음절마다 일정한 의미를 가진 음이 두 개나 그 이상이 모여 하나의 複合 개념을 갖는 單語가 된다. 그리고 여기서 주의할 것은 의미가 相異한 몇 개의 음절이 회동하여 하나의 단어가 된다 하더라도 그 음절 개개가 본래 갖는 原義를 상실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바꿔 말하면 음절 개개가 갖는 原義(원의)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 여러 개의 의미가 융합됨으로써 새로운 개념이 성립되는 것이다. 例를 들면, 「꺄딩」(家庭)은 두 음절이 모여 하나의 개념, 즉 「home」이라는 의미의 언어가 되는데, 이때의 『꺄』는 『house』『딩』은 『garden』이라는 원의를 상실하지 않고, 두 개의 의미가 융합됨으로써 『home』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단어가 된다. 즉, 중국어는 복음절어라 하더라도 종내 단음절어라는 성격을 변경하지 않는다.

 

2) 異義同音語

모든 원시어는 單音節로부터 시작되었고, 사람의 의식 내용이 복잡하여짐에 따라 그것들을 서로 구별하기 위하여 多音節語(다음절어)로 발달한다. 이것이 언어 進化의 일반적인 형태다. 그런데, 中國語는 언어 진화의 일반적인 과정을 밟지 않고, 단음절이라는 원시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가장 고도한 문명어로 진화하였다. 이는 漢字가 「表意」라는 원시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가장 고도한 文明文字로 진화하였다는 사실과 상통하는 것이다. 그리고 중국인은 한자를 발명함으로써 단음절어를 복음절로 바꿀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이것이 세계의 모든 언어와 다른 中國語의 특질이다.

 

중국어는 이와 같이 전부가 單音節로 되어 있기 때문에 자연히 異義同音語(이의동음어)가 많게 되었다. 이는 언어로서 중대한 결함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이 단음절인 한 불가피한 현상이라 할 것이다. 사람의 발음 능력에는 한도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많은 異義同音의 단어를 구별하여 발음하지 않으면 안되는 필요에서 중국어의 音韻(음운)은 세계에서 가장 복잡하고 다양한 변화를 갖게 되었다.

 

중국어에는 16개의 母音과 24개의 子音이 있다. 모음과 자음을 합하여 40개의 音素가 있는데 비하여, 우리말은 30개, 영어는 25개, 일본어는 13개의 음소가 있다. 중국어는 이와 같이 音素가 많을 뿐만 아니라, 同一音(동일음)도 「四聲」(사성․平聲, 上聲, 去聲, 入聲)이라고 하여 1음절의 발음이 高低(고저), 長短(장단)과 輕重(경중)으로 세분된다. 이렇게 하여 중국인은 異義同音의 단어를 구별하여 발음함으로써 회화가 성립된다.

 

3) 漢字 즉 中國語

중국어의 이와 같은 단음절어를 문자로 바꾸는 데 있어서는, 한 개의 의미가 한 개의 문자에 담기고, 또 그 문자의 발음이 본래의 語音(어음)인 한 개 음으로 표현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도리라 할 것이다. 漢字는 이렇게 하여 1字가 1義가 되고 또 1音이 되었다. 이래서 한자는 곧 중국어요, 중국어는 곧 한자라는 언어 對 문자의 관계가 성립된다. 그래서 언어학자 모하우스 (A.C. Moorhouse)는 중국어를 문자어라고 표현하였다.

 

그런 까닭으로, 중국인은 중국어 자체를 없애지 않고는 漢字를 없앨 수 없다. 「言語 즉 文字」라는 언어 對 문자의 관계는 중국어 對 한자에만 있는 일이요, 다른 언어에는 없는 현상이다. 그래서 聲音(성음)만을 언어의 전부로 하는 유럽인이 만든 언어학의 법칙은 중국어와 한자에는 적용될 수 없다.

 

4) 異義同音字

漢字는 이와 같이 단음절어가 갖는 의미와 음을 한 字에 압축하여 놓은 것이기 때문에 그것은 중국어와 同樣으로 異義同音字가 많게 될 것은 당연한 事理이다.

우리나라의 漢字音은 물론, 중국의 原音(吳音․漢音)에 그 音韻的 근거를 둔 것이다. 그러나 漢字는 우리나라에 들어온 후에 그 발음이 우리 고유어의 音韻에 완전히 동화하였다. 즉, f, v 와 같은 脣齒音(순치음), g, z과 같은 濁音(탁음), l과 같은 舌捲音(설권음), ai, ei, ao, ou와 같은 複母音(복모음), erh와 같은 特殊母音(특수모음) 등이 없어지고, 또 「四聲」도 거의 소실됨으로써 中國의 漢字音보다도 훨씬 더 단순화되고 평면화되었다. 그 결과, 異義同音字가 중국의 그것보다도 훨씬 더 많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漢字字典에는 한자음이 4백80여 개가 있다. 또 이 字典에 수록된 漢字가 1만 3天여字이니까, 1音 평균 30字 가까운 異義同音字가 있는 셈이 된다. 다시 常用漢字를 2천자로 한다면 1音 평균 4字의 異義同音字가 있는 셈이 된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서는 냥, 닝, 퓨, 퉁 등과 같은 보다 중국적 발음의 文字는 同音字가 많지 않은데,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國語音 예를 들면, 가, 구, 수, 조 등은 40~50자로부터 1백70여 字의 同音字가 있다.

 

例를 들면, 「가」발음의 漢字는 字典에는 1백여字가 있고 常用漢字에만도 加, 可, 歌, 街, 佳, 價, 家, 假, 架 등 20여字가 있다.

「구」발음의 漢字는 字典에는 1백70여字가 있고, 常用漢字만도 九, 仇, 久, 丘, 狗, 句, 具, 俱, 溝, 構, 區, 口, 叩, 垢, 寇, 懼, 拘, 求, 救, 球, 歐, 究, 舊, 邱, 鳩, 鷗, 龜 등 50여字가 있다.

 

「수」발음의 漢字는 字典에는 1백60여字가 있고, 常用漢字만도 修, 收, 受, 嗾, 囚, 垂, 壽, 嫂, 守, 帥, 愁, 手, 授, 搜, 數, 樹, 殊, 水, 洙, 狩, 獸, 瘦, 睡, 秀, 穗, 竪, 羞, 袖, 誰, 遂, 酬, 隋, 雖, 需, 須, 首 등 40여字가 있다.

「조」발음의 漢字는 字典에는 1백50여字가 있고, 常用漢字만도 條, 兆, 凋, 助, 嘲, 弔, 彫, 措, 操, 早, 曹, 朝, 棗, 漕, 照, 燥, 爪, 眺, 祖, 祚, 租, 粗, 糟, 組, 調, 趙, 造, 釣, 阻, 鳥 등 역시 40여字가 있다.

 

그런 까닭으로 漢字는 한자로 쓸 때에만 그 의미를 知解(지해)하는 것이요 그 音만을 표음문자로 기록하면 그 의미의 解得(해득)은 불가능하다.

漢字語는 한자를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는 이치가 여기 있다. 한자 즉 언어인데 그 음만을 표기하면 「非言語」로 化하는 까닭이다. 例를 들면 「가」발음의 한자인 「可」, 「歌」, 「加」는 「옳음」, 「노래」, 「더함」이라는 언어다. 그런 까닭으로 이것을 음만 「가」로 적으면 그 「가」는 「가」라는 소리일 뿐이요 言語는 아니다. 그런 까닭으로 漢字를 없애자는 말은 漢字語를 없애자는 말과 같다. 그리고 한자를 없애면 한자어는 저 혼자서 저절로 없어지게 되어 있다. 漢字語를 한글로 音記(음기)하면 그 뜻을 모르기 때문에 그 어휘는 사용하지 않게 된다. 그래서 그것은 자연 소멸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간에, 漢字語는 우리말이다. 이 사실은 3천만 동포 중 누구 한 사람도 부정할 수 없는 엄연한 현실이다. 그리고 漢字語는 한자를 떠나서 존재할 수 없는 언어라면,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간에 漢字는 우리의 國字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시 한번 명확히 말하면 漢字는 한글과 동일한 의미에서 우리의 國字다. 즉, 한글이 우리 국어를 기록하는 문자인 것과 同樣으로 漢字도 우리 국어를 기록하는 文字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현재 언어에 있어서와 同樣으로 문자에 있어서도 表音文字와 表意文字라는 異質의 두 가지 國字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10. 漢字 造語의 萬能性

1) 漢字는 1字가 1語

한자는 1字가 1語이기 때문에 문자의 수효가 많게 될 것은 당연한 事理이다. 이는 영어 단어의 수효가 많은 것과 같은 이치에서이다. 그래서 「康熙字典」(강희자전)에는 4만7천여字가 있고, 우리나라 漢字字典에는 1만3천여字가 있다. 그러나 유럽어의 기십만 단어에 비하면 근소한 수효라 할 것이다.

그러나 유럽어보다는 적은 수효라 하더라도, 4만字나 1만字를 문자생활에서 전부 사용한다는 것은 실제로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최소한의 文字로 최대한의 의미를 표현하는 방법이 발명되었다. 즉, 별개의 문자 2개를 연결함으로써 새로운 단어를 만드는 방법이 그것이다. 例를 들면, 의미가 서로 다른 「社」자와 「會」자를 합하면 「社會」가 되는데 이 단어는 「society」라는 의미를 갖는 새로운 언어다. 그리고 이 단어의 두 글자를 뒤바꾸면 「會社」가 되는데 이것은 「company」라는 의미를 갖는 또다른 단어가 된다. 漢字의 造語라는 漢字의 造字原理(조자원리)와 같이 「會意」의 方法으로 뜻이 다른 두 문자를 연결시킨다는 것과, 또 1字의 음이 1音이라는 이유로, 가장 자연스럽게, 가장 용이하게, 또 거의 무제한으로 造語가 가능하다.

 

그리고 그것이 「會意」인 까닭으로, 새로 만들어진 단어는 거의 완전에 가깝도록 제가 가져야 하는 의미를 제 스스로가 표현할 수 있다. 이것은 오직 漢字만이 가질 수 있는 위대한 기능이다.

유럽에서는 고급한 문물에 대한 造語는 거의 전부를 라틴어에 의존한다. 즉, 유럽 각개 종족의 고유어로는 고급 개념의 造語는 블가능하다. 우리의 경우도 이와 같다. 學術用語(학술용어)는 말할 것도 없고, 일상의 생활용어도 좀 고급한 사물이면 造語는 전부 漢字에 의존한다. 例를 들면, 螢光燈(형광등), 扇風機(선풍기), 冷藏庫(냉장고), 電蓄(전축), 錄音(녹음), 녹화(錄畫), 高速道路(고속도로), 自助精神(자조정신), 自立經濟(자립경제), 自主國防(자주국방) 등과 같다.

 

2) 學術語의 번역

물론 보다 저급한 사물은 고유어로 造語할 수도 있다. 한글학자가 「아내무섬쟁이」라는 말을 만들었는데 이것은 「恐妻家」(공처가)라는 말이라고 한다. 이런 정도의 造語는 그 의미가 통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 하나만 가지고 보더라도 알 수 있듯이 첫째, 언어의 음절이 많아지고, 둘째, 말이 한 개의 단어 즉 한 개의 개념으로 고정되지 못하여 의미가 산만하고, 셋째, 語義와 語感(어감)에 깊이가 없고 원시적이다.

 

「恐水病」(공수병․狂犬(광견)에 물려 나는 病)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을 라틴어로 「Hydrophobia」라고 한다. 이것은 「Hydro」(水), 「pho」(恐), 「bia」(病) 의 세 개 단어가 합쳐서 된 말이다. 이것을 우리말로 바꾼다면, 「물무섬앓음」이 될 것이요, 이것을 앵글로․색슨어로 번역하면 「Water fear sickness」가 될 것이다. 물론, 의미는 통한다, 그러나 이것은 「아내무섬쟁이」와 같이 語義가 지극히 산만하고 原始的 개념밖에 나타낼 수 없다. 그런 까닭으로, 영국인들은 이것을 자기의 고유어로 바꾼다는 그런 어리석은 것을 하지 않고 라틴어를 그대로 사용한다.

 

그러나 이렇게라도 바꿀 수 있는 것은 下等(하등) 개념에 한하는 것이요, 高等 개념에 이르면 전연 불가능하다. 즉, 「恐妻家」를 「아내무섬쟁이」로 고치고 「Hydrophobia」를 「Water fear sickness」로 바꿀 수는 있으되 「Philosophy」, 「Sociology」, 「Ethics」 등에 이르면 우리 고유어나 앵글로․색슨어로는 손을 댈 수 없다. 그 까닭은 이미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우리 고유어에나 앵글로․색슨어에는 文明 語彙가 없기 때문이다.

 

3) 漢字 機能의 完全性

그런데, 漢字로는 이것을 완전무결하게 바꿔 놓을 수 있다. 「Philosophy」를 「哲學」(철학), 「Sociology」를 「社會學」(사회학), 「Ethics」를 「倫理學」(윤리학)으로 번역하였는데, 이것들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번역된 언어가 原語보다도 오히려 더 정확하게 그 語彙가 가진 개념을 표현하고 있다. 더 분명히 말하면, 언어 자체가 바로 그 언어의 定義(정의)다. 그런 까닭으로, 한자 어휘는 漢字만 알면 물을 필요도 없고, 배울 필요도 없다. 이와 같이 漢字는 1) 그 의미의 正確性(정확성)에 있어, 2)그 의미 解得의 自動性(자동성)에 있어, 3) 그 의미 인식의 迅速性에 있어 4) 小數(소수)의 문자로 다수의 언어를 만들 수 있다는 그 經濟性(경제성)에 있어 인간이 文字에게 바랄 수 있는 최고의 理想을 완전히 실현하여준 문자다.

 

서구 문명을 처음으로 동양으로 들여온 것이 日本人이었다. 지금으로부터 40여년 전, 필자가 일본 유학 시절에 들은 말인데, 만일 漢字가 없었더라면 그들은 서구의 學術用語는 단 한 개의 언어도 번역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하였다.

생각건대, 2천여년을 걸쳐서 이루어진 西洋文明을 단 백년이 못되는 세월로써 따라잡은 오늘의 日本文明은 오로지 그들이 한자를 가졌다는 데서 얻어진 결과요, 또 백년 전까지 가지고 있었던 그들의 고유문화도, 그들이 百濟 사람들로부터 漢字를 배움으로써 비롯된 것이다. 만일, 그들이 한자가 없었더라면, 세계문명의 정상을 향하여 달리고 있는 오늘의 그들의 문화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요, 문명문자를 갖지 못한 필리핀이나 인도나 아프리카 등과 같은 소위 후진국의 처지를 결코 면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우리도 이와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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