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절 김풍기 얘기(구전 도화설)
오랜 옛날에 김풍기라는 사람이 살았는데 외동아들로 태어나 어찌나 聰明(총명)한지 모든 동리 사람들이 神童을 낳았다고 소문이 파다하였다.
어느 추운 겨울날 동리 여러 사람들이 모여 노는 사랑채엘 가게 되었다.
'글쎄, 있다 없다고 할 수는 없으나 저 雉岳山(치악산)에서 밝받는 수도를 하고 있는 분이 있는데 그 분은 알것이다.'
노인은 김풍기를 바라보고는
'이 밤중에 치악산에는 무슨 일로 가는 것이오?'
'김풍기 마음에는 山神靈이 있다고 생각하시오, 아니면 없다고 생각하시오?'
노인은 한참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왜 그만한 일로 이 추운 겨울날에 父母님 걱정되시고 婦人의 애를 타게 하는 것이오? 산신령이란, 모습을 사람과 같이 하고 있는 것이 아니고 山의 精氣를 높이어 사람들이 지어 부르는 말이니 개의치 말고 날이 새면 집으로 돌아가서 농사 지어 부모 奉養(봉양) 잘하고, 시간이 나면 고요히, 그리고 천천히 몸을 골고루 움직여주면서 잠시라도 모든 생각을 다 잊고 숨을 배꼽 아래 깊숙이 쉬면서 마음을 安定하는 법을 익히면 다른 생각을 잊어버리는 만큼 붉이 들어오는 것이니 그리하기 바라며, 오늘은 몹시 피로할 것이니 우선 잠을 자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것도 치악산 줄기요. 치악산이 상당히 그 둘레가 크고 태백산과 다이어져 있으며 道를 닦는 분도 많은데 누구를 만나시려는거요?'
'헛된 고생하지 마시고 밝받는 道란 엊저녁에 알려주었고, 집에 가서 그대로 하시오.'
김풍기는 안에 들어가 큰절을 올리고 노인과 마주 앉으니 노인은 김풍기를 한참 바라보다가
'世上일을 모두 급하게 하려면 몸과 마음을 상하게 되고 무엇이나 올바로 알지 못하고 하면 실패가 따를 뿐인데, 젊은이는 너무 잘 모르는 것을 너무 급히 서둘러서 부모에게 누를 끼치어 불효를 하였고 부인에게 큰 잘못을 저절러 놓았군.'
'자세하게 집안 일은 모르나 청년의 몸과 마음에 變化가 이다지 있는 것으로 대략 알 수 있지. 첫째, 몸이 허약하여졌으니 이는 조용한 몸놀림의 부족이요, 둘째 얼굴에 수심이 있으니 이는 허무에 빠진 증세요, 셋째 눈이 충혈되고 안으로 휑하니 들어갔으나 이는 五臟六腑의 주림, 넷째 남의 집 아들로서 이런 모양으로 야윌 대로 야위었으니 부모 마음과 부인의 마음인들 오죽 애가 타겠는가.
다섯째 내가 가르쳐준 대로 집에서 할 일을 다하고 먹고 잠자며 간간이 하였으면 별일이 없을 터인데 너무 조급하게 서둘렀으니 그 얼마나 부모와 부인은 물론 집안 어른과 동네 분들이 나를 원망하며 애가 탔겠는가. 이런 것으로써 대략 집안에서 일어난 일을 알게 된 것이오.'
'왜 그 나이(300세)가 많이 살았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렇지 않아도 저의 본향으로 가려면 앞으로 알마 안 남았는데 누구에게 내가 닦은 것을 전해주고자 수년간을 제자를 찾아도 찾지 못하고 있던 중에 댁의 자제분이 마침내 와서 기쁘게 생각하였으나 외아들이라 심히 꺼려하였는데 아버님이 오시어 승낙하여 주시니 이 은혜 白骨難忘이옵니다. 미력하나마 힘껏 가르쳐 보겠습니다.'
'아니, 道士님께서 얼마 있으면 어디로 가십니까?'
'우리의 밝의 理致(이치)는 이 세상 사람이 생겨난 이후에 제일 좋고 제일 귀한 것이며 누구나 마땅히 닦아 가면서 살아가야 할 길인데 사람은 오랜 세월이 흘러가며 생활을 하다 보니 다 잊어버리고 있으며 그러기 때문에 이제는 밝을 받는 분이 아주 적어져서 걱정인데다 나라에서도 큰 인물이 나면 역적 노릇을 할 줄 알고 자신들의 당장 권세만 생각하고 밝받는 진리를 닦지 못하게 하니 참된 사람이 못 나오게 되어 나라가 어지럽고 도둑이 생기게 된 것이니,
앞으로 먼 훗날을 위하여 이 밝의 법을 전하여야 하는 것이오며, 밝받는 사람끼리 모여 사는 곳이 있는데 가끔씩 다녀오기는 하오나, 아직 자주 가지는 못하는 것은 내 대를 이을 사람이 없어서 자주 못 간 것이오나 일년에 한 번씩 이곳에 와 얼마씩 있다가는 돌아가지요. 그런데 저의 사부께서 부르심이 앞으로 얼마 있다가 들어오라 하시어 갈 수밖에 없습니다만...'
'모든 생각을 여의는 것이 공부야.'
'저 앞산에 올라가서 하루 종일 볕을 쪼이고 오너라. 옷을 벗고.'
'그런 것도 참지 못하고 어찌 하늘의 아들이 되겠느냐? 하늘의 아들이 도려면 하늘이 내리는 것을 받을줄 알아야지.'
'돌단자리 숨쉬기는 쉬운 것 같으나 어려우니 성심껏 하여라.'
'오랜 흐름을 텅 빈 고요한 가운데서 드디어 홀(無極= 천지창조의 본체)을 만들어 내어놓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