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길
제 5장 정각도 입문
제4절 하늘함도인(구전도화)
오랜 옛날에 하늘함 도인이 계셨는데 후세 사람들은 천기도인이라 한다. 하늘함 도인은 밝산(백두산)에 홀로 들어가시어 스스로 밝받는 법을 닦아 나가시고, 끝내는 선경의 선동과 선의 인연으로 더욱 깊은 뜻을 받아서 결국에는 선경으로 들어가 깊은 경지의 수련을 쌓고 몸소 체득하시고 선경에서 다시 나와 모든 사람에게도 밝받는 법을 이어서 배우게 하신 것이다.
약 9700년 전의 이야기라고 전한다.
어느 따뜻한 봄날에 점심때가 조금 지나서 한밝산(백두산)에 중년 노인이 올라가고 있었다. 산은 그 웅장한 모습을 하고도 고요한 가운데 아름다운 자태를 들춰 내놓고 있다.
산을 감도는 깨끗한 공기와 산봉 밑을 휘어 감아서 깔려 있는 교묘한 구름은 청아한 신비의 경지를 이루고, 여러 모양의 구름이 춤을 추는 듯 오락가락하며 가까웠다가는 멀어지고 개울물 소리는 노인의 마음을 깨끗이 씻어주는 듯 졸졸 흘러서 바위틈을 돌아서 흐른다. 또한 멀리서 이상한 새소리 들려 오는데 노인의 발걸음은 한밝산 높이오르되 꿈속에서 걷는 것 같기도 하나, 해는 저물고 날이 어두워도 계속 오를 뿐이다.
밤은 깊어 맹수들이 울부짖어도 두려움도 없이 노인은 자꾸만 오를 뿐이다. 다시 먼동이 트고 밝아오니 노인의 나이 반백이라 세상의 삶에 대한 의욕도 다소 가시고 오직 이런 산속에서 삶을 마치려 하는 듯, 커다란 바위에 서서 한참 있더니, 떠나기가 싫은 듯 대나무 지팡이를 옆에 놓고 반듯한 바위에 앉아서 산 아래를 굽어 내려다보며 상당히 올라와 있음을 그제야 알고 긴 한숨 몰아쉬며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냈다.
머리에서는 반백발이 아침 새 바람에 흔들리고 나뭇가지는 노인을 반기는 듯 흔들거리는데 노인은 눈을 지그시 감고 있다가 얼마 뒤에 천천히 일어나 졸졸 흐르는 개울물로 가서 몸을 씻고 고요히 다시 바위에 와서 앉아 무엇인가 생각하는 듯 눈을 지긋이 감고 숨소리도 없는 듯이 얼마를 앉았다.
그러고는 고요히 일어나 천천히, 그리고 엄숙하게 절을 수삼차 하고 다시 고요히 앉아 있다가 때로는 몸이 저려옴인지 여러 가지로 천천히, 그리고 아주 조용히 몸을 돌려보는 듯하다가는 다시 조용히 앉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