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길

제 4장 입산과 사부

제 1절 입산과 기초수련

청산의 본명은 고경민이다. 수원이 고향이며, 조부슬하에서 자랐다. 청산은 고아아닌 고아로 자랐지만 조부는 극히 청산을 사랑하여 돌보고 교육하였다. 조부는 소년 시절에 과거에 급제한 분으로 벼슬을 내놓고 수원에서 살면서 그의 뜻을 조국에 바쳤던 것이다.

태학산은 몹시 험악한 산은 아니나 그런대로 공기도 좋고 개울물 맑고 산새들 노해하고 밤이면 산짐승 소리 들려오고 광덕산 큰 줄기를 따라서 호랑이도 가끔씩 나타난다고 하나 청산은 보지 못하였다.

청산의 나이 13살 되던 해에 주지스님의 신부름으로 광덕사를 가게 되었다. 금방 무엇이 나타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어서 휘파람을 불고 돌고 들어 손바닥으로 탁 치기도 하며, 관세음보살을 수없이 외우면서 가고 있는데 별안간 옆에서 인기척이 나므로 앞만 보고 가다가 사방을 두리번 거리니 그다지 멀지 않은 산 바위에 거무스름한 사람이 껄껄 웃고 있지 않은가?

'동자야, 이리 오나라'

'그렇게 손으로 돌을 치면 손이 아프지 않느냐? 손으로 돌을 쳐서 돌을 부숴 버리는 법을 배우지 않겠느냐?'

'가르쳐 주세요.'

'배워주지.'

'그러면 이 쪽박을 가지고 저기 개울가에 가서 물을 좀 떠오너라.'

물을 드리니 한 모금 마시고 태연히 하시는 말씀이 '돌은 이렇게 깨는 거야.'

'사람이 한 번 한 말을 거둘수 없는 법이야. 네가 아까 나더러 손으로 돌을 깨는 법을 배워달라고 하지 않았느냐? 그래서 내가 배워주겠다고 대답했으니 우리는 지금부터 스승과 제자야. 내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느니라.'

'너도 절에서 들어 알겠지만 사람이란 만나면 언제고 헤어지는 법. 영원히 헤어지지 않는 법을 배워서 할아버님을 오래 모시고 살도록 하여라. 또 네가 아니더라도 사람은 다 살아가는 길이 있으며 모두가 맺어진 대로 가고 오는 것이다. 어서 따라오너라.'

 

'이제 좀 쉬어라. 따라 오느라고 고생 많이 했다. 이제 다 왔다.'

'여기서 눈을 붙이고 푹 자거라'

얼마 있으니 해가 떠오르고 완전히 밝아 오는 것이었다.

'앉아라.'

하고서 아침밥을 먹으라고 하신다. 그러고 보니 배가 고픈 생각이 나기도 했다. 그러나 아침밥을 받아보고 실망하지않을 수 없었다. 말로만 들어왔던 생식이라는 것을 하라는 것이 아닌가? 아무리 못살았어도 보리밥에 고추장을 넣어 비벼 맛있게 먹으면서 할아버님을 모시고 살았고, 가끔씩 절에서 공양 올리고 보낸 하얀 쌀밥도 먹었고 흰떡도 자주 먹었던 생각이 나고 할아버님 생각에 먹을 수가 없었다.

'앞으로 먹을 것은 이런 것밖에 없으니 우선 이런 것 먹는 법부터 해야 한다. 못 먹겠으면 물이나 마시고 그만두어라. 며칠 굶으면 이것도 맛있게 먹을 터이니.'

'여러가지 섞여 있는 것이다. 솔잎도 있고, 칡뿌리도 있고, 산콩가루도 들어 있다.'

단념이 결심으로 변하여 조금씩 노인이 주는 가루를 먹으며 노인이 시키는 대로 다를 수밖에 딴 도리가 없었다. 약 칠팔 개월이 지나니 청산 스스로 생식하는 재료를 구하기도 하고 만들기도 하여 음식을 청산 스스로 먹게 되니 노인은 청산을 데리고 여러 높은 산으로 옮기며 이 산에서 며칠, 저 산에서 며칠씩 지내신다.

'아무 것이나 땅 기운을 받으면 되고, 하늘의 기운을 받으면 되는 것이다. 과일은 맛이 있어 맛을 취하면 추운 겨울에 과일 없을 때는 어찌 지내려 하느냐?'

 

제2절 청산의 사부

청운도사의 본명은 이송운이시고 고향은 경상도 안동이시며 청산의 사부님이시다. 청신이 사부님의 도력을 알게 된 경우는 어떤 필요에 의하여 자연적으로 행하시는 모습을 보았을 뿐이다. 사부님은 시공성을 초월하셨다고 본다.

청산이 중기단법을 수련할 때의 일이다. 거처하는 동굴입구가 좁아 불편하기 짝이없었다. 하루는 이마에 몹시 큰 상처를 냈다. 사부께서 약을 발라 주시고 나서 컴컴한데 아무 말 없이 손으로 툭툭 바위 모서리를 척척 갈겨서 튀어나온 바위를 부셔 버리고

'모든 일이 굽할 수록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하는 것야.'

붉은 색 왕지네 한 마리를 밟을 뻔 했다. 깜짝 놀라서 옆에 있던 돌을 들어 던져 죽여버렸다

'그런 짓을 하면 못쓰는 법이야'

'생물을 공연히 죽여서는 안 되는 법이야. 알았느냐? 그들도 그들대로 살아야 해. 멀리 이사를 시키면 그뿐이 아니냐? 방해가 되면 보내면 되지 죽일 필요는 없는 거야. 일부러 해로움을 주지 않는 것이라면. 너도 자연의 아들이 되려면 자연을 한 식구로 알아야지.'

'무슨 일이나 할 때는 조심성 있어야 하고 또 생물은 그 성질을 알고 다스려야 순종하는 법이야. 아무렇게나 다루면 해를 입어. 먼저도 말했지? 급할수록 마음의 여유를 가지라고. 그 생각을 했으면 무릎은 안 다쳤을 것이 아니냐?'

 

어느 때는 어찌나 힘이 솟아나는지 그 힘을 지탱할 수 없어서 혼자 나가서 돌을 집어 마구 던지고 나무를 꺾고 뿌리를 뽑기도 하였다.

'너는 어찌하여 나무들을 뽑고 꺾는 거냐? 그 나무들이 너를 헤치더냐? 안 되는 일이야. 힘을 써보려거든 그 줄을 잡고 그 굵은 나무를 휘어보아라. 정말 힘이 나거든.'

건곤단법을 몇 달 동안 열심히 하였는데 이상하게도 환상과 환각이 일어난다. 심지어 대소변을 보려 해도 사면팔방에 둘러 서 있는 나무들이 사람으로 보여서 소대변을 볼 수가 없을 지경이다.

'밝의 밝음이 네 마음 속에 받아지면 총명해진다. 눈 귀도 밝아진다. 그러기에 귀 밝을 총자 눈 밝을 명자가 아니냐? 눈이 트이고 귀가 트이도록 닦아라.'

원기단법에 들어갔을 때의 일이다. 어느 때는 진동이 너무 심하여 물을 떠들고 가다가 갑자기 몸이 흔들려서 물을 다시 떠 간 일도 있다.

'몸이 갑자기 떨려서 물을 엎질러 다시 떠오느라고 늦었습니다.'

'아직도 맘이 몸을 다스리지 못하느냐? 부지런히 닦아라.'

 

여러 해 전부터 길러오는 호랑이 두마리도 점점 자라서 큰 호랑이가 되었는데 길 잘 들인 사냥개와 마찬가지로 말을 잘 들었다. 사부님께서는 이때 진기단법이 자유로이 이루어질 무렵은 그 호랑이와 서로 마음속으로 의사를 통하여 보라고 시키신다. 어느 정도 뜻이 통할 때가 많다.

청산은 그때부터 사부로부터 영체 공부를 배우기 시작했다. 이것은 분심법에서 분신법까지 또는 투시법도 있다. 이것은 모두 자기가 자기의 영체 또는 분체를 볼 수 있다.

청산은 그때부터 대부분의 수련은 이 분신법에 의하여 공부가 되었다. 분신된 청산을 앞에 또는 멀리 놓고 청산은 그 분신을 지도하여 함께 수련했다. 청산은 그 분신으로 하여금 모든 어려운 일들을 하게 하고 청산도 따라서 해본다.

삼합단법에들어가니 그것은 비로소 도의 극치의 경지에 들어가는 입문이다. 천지인 삼자의 합치의 경지로서 비로소 심신통일이 제대로 이루어져 마음먹은 대로 몸이 이루어진다.

'너는 이제 공연히 모든 생물을 미워하지도 저주하지도 못한다. 마음 먹은 대로 법이 되어 그대로 이루어지는 까닭이다.'

 

그리고 입산한 지 오래간만에 조리단법에 들어가니 삼합단법 때부터 하던 피부호흡이 더욱 잘 되고 물 속에서도 얼마간씩 무난하고 또 오래 있을 수도 있게 한다.

청산은 삼합단법, 조리단법을 하는 가운데 피부호흡은 잘 되었다. 새벽에 산중에서 산봉에 올라 동방에서 떠오르는 밝을 맞이하면 환히가 가습에 솟구치며 전신에 힘이 솟아오른다.

그 붉은 해가 통째로 몸 속으로 빨려드는 듯 했다. 어느 때는 앞에 놓여 있는 큰 바위를 손으로 쳐버렸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위는 날아가 벼렸다.

'잘못하는 짓이야. 그래 너는 이 산의 혈맥을 끊을 작정이냐? 그러한 놀음이 이루저질 성 싶으냐? 정도로 가야해. 정도로.

'진정한 도력은 사욕이나 사욕에서는 이루어지는법이 없는 것이다. 진정한 도력은 정도에서만 나오므로 진술은 도의 극치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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