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을 톱니바퀴처럼 돌려라
가장 중요한 것을 가장 앞에 쓰고, 중요한 순서대로 쓴다. 이것이 결론부터 쓰기의 핵심 원리다. 글쓰기에는 내재적인 중력의 법칙이 있다. 중요도에 따라 서열이 결정된다. 중요한 것을 가장 앞에 세우면, 논리가 정연해지고 논리 전개다 물 흐르듯 유연해진다.
서론은 미끼이고 설계도이다. 서론에서는 가장 먼저 독자의 눈을 확 잡아당기는, 글을 읽어야 할 이유인 갈고리hook가 제시되어야 한다. 그리고 글의 결론과 그 이유, 혹은 중심 개념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하위 개념들을 간략하게 쓴다. 결론과 이유를 한 문장으로 쓸 수도 있고, 분리하여 별도의 문장으로 쓸 수도 있다. 독자들이 서론만 보고도 글의 핵심 주장과 근거, 본문의 전개 순서를 알 수 있어야 한다. 서론에서 글의 전체 논리 구조가 제시되어야 한다.
본론에서는 서론에서 제시된 이유들을 열거한 순서에 따라 상세하게 기술하면 된다. 이때 두 가지를 기억해야 한다. 하나는 본론의 각 문단도 결론부터 시작하라는 것이다. 본론의 각 문단 첫 문장만 보고도 그 문단이 어떤 내용인지 파악이 가능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본론의 이유들을 원칙에 바탕을 두고 구도화하라는 것이다. 결론의 기본적 속성은 항상 독자의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것이다. 독자는 새로운 정보나 새로운 주장에 대해 무의식적인 거부감을 갖고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독자와 필자 사이의 공통의 출발점이며 공감할 수 있는 영역이다. 바로 독자와 필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원칙에서 출발하면 논리를 부드럽게 전개할 수 있다.
이 원칙은 그 뒤에 따르는 이유와 근거들을 구조화 체계화할 수 있는 틀frame을 제공한다. 첫 번째 예시문에서 보면 본론의 첫 문단은 '법적 규제의 정당화' 조건을 규정한 원칙문단이다. 이 원칙 문단은 원칙이면서 동시에 그 뒤에 나오는 이유들을 구조화하는 틀을 제공한다.
결론은 서론을 뒤집어놓은 역삼각형이다. 결론에서는 본론의 이유들을 하나하나 요약하면서 최종적으로 그에 바탕을 두고 다시 한번 결론을 확인한다. 어떻게 보면 결론은 반복이기 때문에 군더더기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반복이 중요하다. 독자는 쉽게 잊는다. 독자는 결론을 통해 논리 구조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고, 글쓴이는결론을 독자에게 다시 한 번 각인시킴으로써 결론의 타당성을 최종적으로 설득할 수 있다.
다이아몬드 글쓰기는 시계의 톱니바퀴처럼 결론이 모든 것을 물고 돌아가는 글쓰기다. 서론에서 결론(주제 문장)과 그 전개문이 제시되면, 본론에서는 전개문에서 나온 순서대로 결론을 지지하는 이유가 하나하나 제시되고, 결론에서는 그 이유들이 역시 순서대로 요약되면서 마지막으로 결론을 재확인한다.
10 계속 서론으로 돌아가 논리 구조를 수정하라
망설이지 말고 앞으로 돌아가라
다아아몬드 글쓰기는 계속 서론으로 돌아가 논리 구조 자체를 수정하는 글쓰기 방식이다. 글쓰는 과정에서 새로운 내용을 깨닫게 되면, 계속 서론으로 돌아가 잠정적 결론과 그 이유를 수정하고, 그에 따라 본론과 결론 부분도 고쳐야 한다.
서론에서 잠정적인 결론과 이유들을 써놓고, 브레인스토밍과 자료조사, 토론 등을 거쳐 본론을 쓰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계속 나온다. 처음의 잠정적인 결론과 그 이유들보다 좀더 독자들에게 호소력 있고, 논리를 더욱 날카롭게 만들 수 있는 아이디어들이 생성된다.
따라서 일단 전체를 완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을 직접 써봐야 논리가 정연해지고 자료조사의 방향도 명확해진다. 잠정적 결론과 이유는 어디까지나 임시로 정해진 것이다.
다이아몬드 글쓰기는 아기 키우기
아기는 부분적으로(?)태어나지 않는다. 비록 크기는 작지만 완전한 인간의 형태를 갖추고 세상에 나와 아동기 청소년기를 거쳐 어른으로 자란다.
잠정적 결론과 그 이유들을 처음에 쓰면 글쓰기는 비록 한 문단에 불과하지만 완전한 논리체계를 갖추고 있다. 여기서부터 구상과 브레인스토밍, 자료 조사, 토론, 본론 쓰기 등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흡수하면서 글이 성장한다. 잠정적 결론과 그 이유를 써놓고 계속 수정하는 과정을 고치다 보면 처음의 생각과 한참 달라진 내용을 발견하기도 한다.
관행적 글쓰기 방식은 집짓기와 비슷하다
집은 한번 설계도가 그려지면 처음부터 끝까지 그에 따라 지어야 한다. 관행적 글쓰기를 하면 마지막 퇴고 과정에서 문장이나 단어를 바꾸는 것 이외에 논리 구조 자체를 바꿀 수는 없다.
잠정적 결론을 계속 바꿀 수 있다는 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이점이 있다. 먼저 개인적 글쓰기 측면에서는 부담 없이 자기 아이디어를 쓸 수 있다. 다음에 바꿀 수 있으니 너무 고만할 필요가 없다. 일단 생각나나는 대로 쓰고 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때 다시 바꾸면 된다. 이렇게 마음편하게 생각하면 글쓰기가 편하고 쉬워진다.
이런 개인적 측면에서의 유익한 점은 조직적 측면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직장에서 팀 단위로 보고서를 적성할 때 점정적 결론을 언제나 바꿀수 있다고 생각하면 팀원들이 아이디어를 쉽게 낼 수 있다.
다이아몬드 글쓰기는 결론에서 시작해 개념과 개념이 물고 물리면서 결국 결론으로 다시 돌아가는 글쓰기다. 결론이 이끄는 글쓰기다conclusion driven writing.
11 결론부터 전체를 단순하게 써라
다이아몬드 글쓰기는 정리하자면 '결론부터 전체를 단순하게' 쓰는 방식이다. 결론에 집중하면서 어떻게든 전체를 먼저 쓰고 이를 최대한 단순하게 한눈에 알 수 있도록 쓰는 방식이다.
결론에 집중하라
글쓰기의 목적은 하나다. 결론을 독자의 머릿속에 심는 것이다. 글쓰기의 모든 것은 이 목적을 달성하는데 집중되어야 하고, 이를 방해하는 다른 요소들은 제거되어야 한다. 모든 것이 결론을 기준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그것이 결론을 독자에게 납득시키는게 도움이 되는가? 이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는 것은 아무리 아까운 내용이라도 깨끗하게 삭제해야 한다.
글쓰는 과정도 자체를 점정적 결론부터 시작하고, 글의 구성도 결론부터 시작한다. 글 전체 분만 아니라 장과 절, 나아가 문단까지도 결론부터 시작한다.
결론에 집중해서 결론부터 쓰다 보면 재미있는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마치 결론이 자기를 뒷받침해주는 사실들을 스스로 모으는 듯한 느낌이 든다. 결론을 쓰면 그 이유는 어떤 의미에서 반자동적으로 결론에서 도출된다.
전체에 집중하라
비록 한 문장으로 점정적 결론과 그 이유들을 쓰더라도 거기에는 전체 논리 구조가 담겨 있어야 한다. 일단 글쓰기에서 전체를 완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의 완성도는 분량은 중요하지 않다. 한 문장, 한 문단, 혹은 한 장으로 쓰더라도 일단 핵심 사항을 모두 써서 전체를 완성해야 한다. 그래야 글쓰기의 부담이 줄고 논리 구조 전체를 바라보면서 글을 쓸 수 있다.
이 때문에 나는 직원들에게 보고서를 작성할 때 항상 완성도와 분량에 상관없이 먼저 전체를 완성하라고 독려한다. 한 문장 혹은 한 문단으로 우선 전체를 완성해 놓으면 한 권짜리 보고서도 논리를 완전하게 장악하고 글을 써나갈 수있다.
단순화 또 단순화
단순화는 글쓰기의 기본이다. 글쓰기는 기본적으로 복잡하고 체계화되지 않은 생각덩어리들을 단순하게 정리하여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과정이다. 다이아몬드 글쓰기는 결론부터 쓰도록 함으로써 논리 구조를 단순화해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해준다.
글을 읽을때 복잡하다면 그 들은 문제가 있는 것이다. '복잡성 보존의 법칙'도 있다. 아마존 책임자 래리 테슬러는 '제품이나 서비스에도 복잡성의 총량이 정해져 있는데 공급자가 복잡성을 더 짊어질수록 소비자는 더욱 단순함을 즐길수 있다.'
글은 극도로 단순화해 한눈에 보고도 핵심 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써야한다. 글을 쓰다보면 복잡해지기 마련이다. 이때 과감하게 다시 서론의 논리 구조로 돌아가 논리를 단순화해야 한다. 그리고 그에따라 본론과 결론을 다시 단순하게 정리해야 한다.
결론부터 쓰고, 전체에 집중하며, 계속 단순화하는 것은 서로 긴밀하게 맞물려 있다. 결론부터 써야 전체를 쓸 수 있고, 전체를 써야 단순하게 쓸 수 있다.
12 잡스처럼 프로토타이핑하라
모형prototype부터 만들라
잡스는 제품을 만들때 모형부터 만들고 시작했다. 그 모형을 고치고 또 고치면서 완벽을 향해 나아갔다. 다이아몬드 글쓰기 방식은 일종의 논리 모형에서 글쓰기를 시작한다는 점에서 잡스의 작업 방식과 같다.
잡스는 상품 개발 초기 단계부터 우선 해당 상품의 모형부터 만들고 이를 끊임없이 수정해나가는 방식을 취했다. 잡스는 이런 방식으로 애플을 세계최고의 회사로 만들었고, 소비자 중심의 완벽주의를 구현할 수 있었다.
잡스는 특히 디자인에 집착했다.
그는 제품 개발의 시작 단계에서 우선 시제품부터 만든 후, 그것을 보면서 아이디어를 내고 개량해나가는 방식을 즐겼다. 예를 들어, 매킨토시 컴퓨터를 만들때는 석고로 컴퓨터 모형을 만들고 그 디자인을 어떻게 바꾸어나갈 지를 고민하는 식이었다.
비틀스의 방식
월터 아이작슨은 '스티브 잡스'에서 잡스가 이런 방식에 집착하는 데 중요한 모티브를 제공한 일화를 얘기하고 있다. 아이작슨이 책을 쓰기 위해 잡스의 집을 방문했을 때, 잡스는 그에게 비틀스 멤버들이 스튜디오에서 '스트로베리 필즈 포에버'음반을 녹음하는 전 과정을 10여개 트랙에 담은 cd를 들려주었다.
비틀스가 처음에 녹음한 곡은 별로였다.
그런데 수정판을 거듭할 수록 노래의 질은 좋아지고 있었다. 비틀스는 일단 노래를 만들고 그 노래를 계속 수정해 나가는 프로토타이핑 방식으로 작업했다. 비틀스에 심취해 있던 30대의 잡스는 이런 비틀스의 작업 방식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잡스의 프로토타이핑 방식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는 애플스토어다. 애플스토어는 애플의 제품을 파는 오프라인 소매점이다. 애플스토어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채택한 잡스는 일단 회사 근처에 큰 창고를 마련하여 애플스토어의 모형 상점을 만들었다. 잡스는 6개월 동안 매주 한 차례 이상 이 모형 상점에 들려 수정을 계속했다.
프로토타이핑 방식은 잡스의 완벽주의를 실현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작업 방식이었다. 잡스는 일단 아이디어가 생기면 말로, 그림으로 설계도로 컴퓨터 그래픽으로 작업을 시작하지 않고 일단 눈에 보이는 물건으로 만들어서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을 계속 보고 만지고 느끼면서 수정하고 개량해 나갔다.
세계적 디자인 기업의 프로토타이핑
아이디오는 디자인과 혁신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앞서 나가는 회사 중 하나다. '유쾌한 이노베이션'에서 아이디오가 일하는 방식을 크게 다음의 다섯 단계로 요약한다. 고객관찰, 팀 브레인스토밍, 프로토타이핑, 조정과 최적의 해결책 선정, 실행.
아이디오는 프로토타이핑을 할때 세 가지 r을 중시한다. 대략적으로rough, 빠르게rapid, 문제에 맞추어right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디오 ceo인 팀 브라운은 프로토타이핑의 중요성에 대해 '머릿속에서 이리저리 아이디어를 굴려본다고 해서 이상적인 답이 나오는 게 아니다. 일단 간단하게라도 프로토타이프를 만들어 봐야 한다.
다이아몬드 글쓰기 방식은 머릿속으로, 메모로, 혹은 개요작성으로 글쓰기를 시작하지 않는다. 가장 먼저 논리 모형이 되는 잠정적 결론과 그 이유를 완전한 문장으로 만드는 것으로 글쓰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이 논리 모형을 계속 고치고 또 고치면서 살을붙여 나간다.